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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너에게만 뛴다!
작가 : 소통녀
작품등록일 : 2018.12.19

11년 전 교통사고로 첫사랑이자 마지막 사랑인 태이를 떠나보낸 대기업 사장 시후는 많은 세월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를 몹시 그리워한다. 그러던 어느 날 과거 자신이 사랑한 태이와 똑같이 생긴 여자(수지)가 술 취해 벤치에서 자고 있는 것을 우연히 발견한다. 옆에서 집사가 강하게 반대함에도 불구하고 죽은 그녀가 살아 돌아 온 거라 믿고 무작정 집으로 납치??해간다.

다음날 잠에서 깬 수지는 낯선 집에서 자신이 자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한 바탕 소란을 피우는데..

그녀는 과연 누구일까?

 
11화 그와 함께 한 첫날밤
작성일 : 18-12-19 22:53     조회 : 223     추천 : 0     분량 : 4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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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어서 들어와요. 우리 집은 아니지만 환영합니다. 빨리 들어와서 앉아요.”

 

 “소연아.. 너 오늘 따라 왜 이래?” 수지는 초조한 듯 소연이를 바라봤다.

 

 “내가 뭘? 그냥 다 같이 술 한 잔 하고 싶어서 그러지."

 

  소연이는 짓궂은 표정을 지으며 수지를 놀리는 듯 눈을 찡긋했다.

 

 시후는 안으로 들어오기가 망설여 지는 듯 현관에서 머뭇머뭇 거렸다.

 

 “빨리 들어오세요.” 재촉하는 소연이의 등살에 밀려 시후도 슬며시 구두를 벗고 소연이 옆에 앉았다.

 

 “그래요. 이왕 이렇게 된 거 다 같이 술 한 잔 해요.”

 

 수지도 마지못한 듯 그를 안으로 불러 들였다.

 

 작은 원룸이었다. 수지가 살고 있는곳

 바닥에 앉은 시후는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집을 두리번거렸다.

 거실겸 작은 부엌, 그리고 욕실, 그리고 바로 그녀의 침대가 보였다. 하얀 시트가 깔린 그녀의 침대 위에는 눈이 반쯤 처진 착한 얼굴의 정체를 알 수 없는 귀여운 인형이 시후를 보고 앉아 있었다.

 

 ‘풋.. 인형도 주인을 닮았네.‘ 시후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혼잣말 했다.

 

 방 안을 이리저리 살피던 시후의 눈이 어느 한곳에서 멈췄다. 무슨 상상을 한 것일까...?갑자기 그의 얼굴이 붉어졌다.

 

 시후의 시선을 따라 움직이던 수지의 얼굴도 같이 붉어졌다.

 

 “엄마야.. 이게 왜 여기?"

 

 수지는 화들짝 놀라며 눈 깜짝 할 사이 그 물건들을 치웠다.

 

 아침에 늘어놓고 간 레이스가 달린 핑크색 팬티와 브래지어였다.

 생일에 그녀자신에게 선물한 속옷이었다.

 

 둘의 행동을 지켜보던 소연이는 야릇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남자는 원래부터 술버릇을 봐야.. 그 남자 진짜 성격을 알 수 있으니.. 오늘 밤 집에 갈 생각하지 말고 끝가지 달려보자구요.

 시후씨 술 잘 마시나요? 생긴 건 진짜 잘 마시게 생겼는데, 자 여기 소맥."

 

 소연이는 소맥으로 찰랑찰랑 채워진 잔을 건넸다.

 

 대답없이 잔을 받아든 시후는 고민하지 않고 그 술을 단숨에 마셨다. 마치 엄청 갈증이 난듯..

 

 “오.... 잘 드시네."

 

 원래 소맥을 즐기는 소연이는 마치 좋은 술친구가 생겼다는 표정을 지으며 그에게 연거푸 술을 따랐다.

 

 "그런데 둘이는 어떻게 만났어요? 언제 부터 알고 지낸 건가요?"

 

 궁금해 죽겠다는 소연의 질문에 시후는 아주 시크하게 대답했다.

 

 "얼마 안 됬습니다. 그리고 어떻게 만난지는 다음에 수지한테 직접 들으세요. 조금 복잡해서."

 

 시후는 더 이상 말 하고 싶지 않은듯 입을 굳게 닫았다.

 

 "그래, 소연아. 내가 다음에 알려줄게. 시원한 맥주 더 꺼내올까?"

 

 옆에 있는 수지도 마음이 불편한 듯 화제를 바꾸고 싶어 했다.

 

 "콜. 궁금한 거는 천천히 알아가고 오늘 밤은 조금 취하자고요. 나도 취하고 싶은 밤이네."

 

 소연이도 생각이 많은지 계속 잔에 술을 부어 들이켰다. 시후도 아무 말 없이 소연이가 부어주는 술만 계속 들이켰다. 그 또한 생각이 많은 듯 했다.

 

 “그런데 시후씨는 원래 이렇게 말이 없나요? 하기야 말 많은 남자보다 과묵한 남자가 멋있는 법이지."

 

 잠시 생각하는듯 보였지만 시후는 여전히 침묵을 유지했다.

 

 소연이는 대답없는 시후의 술잔을 계속 채워 나갔다. 그렇게 둘이는 쉬지 않고 잔을 들이켰다.

 

 이런 둘 을 수지는 말없이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봤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아저씨.. 아저씨... 어이 김시후씨."

 

 소연이가 그를 불렀다.

 

 시후는 어느 샌가 졸도한 듯 아무 움직임이 없다가 그대로 옆으로 꼬꾸라졌다.

 

 “갔네 갔네. 남자가 여자보다 더 빨리 가는게 어디 있어요? 에이 한참 달리는 중인데.."

 

 소연이는 조금 더 마시고 싶은 듯 아쉬워 했다.

 

 “소연아.. 너도 이제 그만 마셔... 시후씨도 쓰러졌고...큰일이네.. 바닥에서 자면 불편할텐데."

 

 걱정하는 수지를 소연이는 반쯤감긴 눈으로 노려봤다.

 

 "요 앙큼 한 기집애.... 절대 남자는 사귀지 않겠다더니..."

 

  소연이는 수지의 팔뚝을 살짝 꼬집으며 말했다.

 

 “아야. 아야." 수지는 배시시 웃었다.

 

 “그런데.. 니 남친 키도 크고 잘 생겼다. 돈도 많아 보이는데. 우리 수지 대단한데..흐흐흐 ."

 

 소연이는 행복해하는 수지를 바라봤다.

 

 "나 먼저 잘게...너희 둘이는 바닥에서부둥켜 안고 자던지 알아서 해. 침대로 절대 올라오지마."

 

 소연이는 씨익 웃으며 침대로 뿔뿔 올라갔다.

 

 “양치라도 하고 자."

 

 소연이는 대답대신 손을 저었다.

 

 “기집애... 집이 작아 세명이 자기에는 좁은데..."

 

 수지는 침대에서 널브려져 자고 있는 소연이와 바닥에 쓰러져 자는 시후를 번갈아 가며 바라봤다.

 

 그의 짙은 눈썹, 그리고 속 눈썹이 그녀의 눈을 사로 잡았다. 눈을 감고 있으니 속 눈썹이 더 길어 보였다.

 

 그녀의 시선이 눈썹을 지나 그의 코선을 타고 아래쪽으로 내려와 굳게 다문 입술에 머물렀다.

 

 오후에 그와 침대에서 나눴던 진한 키스가 떠 올랐다.

 

 모든것을 다 내려 놓고 그의 입술을 맞이하기 위해 입술을 벌렸던 자신의 모습이 떠올라 얼굴이 홍당무처럼 빨개졌다.

 

 수지는 시후 옆에 반듯이 누웠다.

 

 깊은 잠에 빠졌는지 그는 미동이 전혀 없었다. 그의 일정하고 규칙적인 숨소리가 그녀의 귀를 울렸다.

 

 “풋... 귀여워.” 곤히 잠든 그를 바라보는 그녀의 입가에 살짝 미소가 지어졌다.

 

 시후를 바라보는 수지의 마음이 자꾸 콩닥거렸다. 그의 숨결이 느껴졌다. 그녀의 짙은 갈색 눈동자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

 “최 닥터. 우리 딸 이마 상처는 좀 어떤가? 잘 아물겠지?”

 

 “네. 수술은 잘 됐습니다. 서른 발을 꿰맸으니 상처가 아무는 대는 시간이 조금 걸릴 겁니다”

 

 “그래서 내가 자네에게 직접 부탁하지 않았나. 우리나라 최고의 성형수술 일이자인 자네에게 말야.”

 

 “하하하. 선배. 감사합니다. 최대한 흉터가 남지 않게 잘 했습니다. 앞으로 소독하고 관리만 잘 하시면 흉터가 거의 남지 않을 겁니다.”

 

 “수고했네. 정말 고맙네.”

 

 시후는 이 둘의 대화를 멀리서 지켜보고 있었다. 아저씨가 자신을 용서 하지 않을 것 같아 가까이 가기 두려워 망설이고 있는 시후를 아저씨가 먼저 발견했다.

 

 “시후 왔느냐?”

 

 “네. 아저씨. 죄송해요.”

 

 “너 잘못이 아니라고 들었다. 수술도 잘 됐다고 하니 너무 걱정하지 마라.”

 

 “아저씨!”

 

 “사내 녀석이 이런 일로 울고 그러니? 앞으로 살다보면 얼마니 힘든 일이 많이 생길 텐데.

 괜찮아. 울지 마.“ 아저씨는 시후의 어깨를 다독여 줬다

 

 “아저씨. 정말 죄송해요.”

 

 그의 어깨가 들썩 들썩 거렸다.

 

 태이를 영원히 잃을 수도 있었다는 공포가 다시 머릿속에 밀려 든 것이다.

 

 “그래, 태이에게 가 보렴. 조금 있음 깰 거다. 네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을 거야.”

 

 

 병실 문을 열었다. 아직 마취가 덜 깼는지 태이는 잠들어 있었다.

 

 시후는 숨 죽여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녀의 이마가 붕대로 둘둘 쌓여 있었다.

 

 이마에 손을 살며시 갖다 댔다.

 

 ‘얼마나 아팠을까?태이야, 정말 미안해...'

 

 시후의 눈에 다시 눈물이 맺히기 시작했다.

 

 “오빠 울어?”

 

 태이가 인기척에 잠이 깬것이다.

 

 “태이야 깼니? 아프지 않아?” 시후는 눈물을 쓰윽 닦았다.

 

 “참을 만 해...오빠 울지마. 나 이제 괜찮아.”

 

 “태이야 미안해. 이렇게 예쁜 얼굴에 흉터 남으면 어떡해.”

 

 “괜찮아. 흉터 남으면 앞머리로 가리고 다니면 되.

 그리고 나 못 생겼다고 아무도 안 데리고 가면 오빠가 나 데리고 가면 되지.“

 

 태이가 눈을 찡긋했다.

 

 “풋." 시후가 웃었다.

 

 '네가 허락만하면 오빠는 당연히 너랑 결혼 할거야.'

 

 그의 미소가 너무 행복해 보여 그를 바라보는 태이의 얼굴에도 미소가 지어졌다.

 

 “아~ 아파! 오빠, 오늘밤은 절대 어디 가지 말고 내 옆에 있어줘. 내가 아플 때 오빠가 지켜 줘야지.”

 

 “그래. 오를 밤은 옆에 있을게. 너 잠든 모습도 지켜 봐 줄게.”

 

 시후는 그녀의 가련한 손을 잡았다.

 

 ‘태이야, 좋아해! 아니 사랑해!’

 

 

 “음.."

 

 시후는 몸을 뒤척이며 눈을 떴다.

 

 자신 옆에 태이가 다소곳이 누워 잠들어 있는것이다.

 

 '나도 태이랑 같이 깜빡 잠들었나 보네.'

 

 “태이야.. 상처는 괜찮아. 아프지 않아?"

 

 시후는 태이의 이마에 손을 대다 흠칫 놀랬다.

 

 “수지???" 갑자기 정신이든 듯 했다.

 

 '내가 어제 여기서 잠들었지.'

 

 지난밤 소연이가 주는 술을 계속 마신 기억이 떠올랐다.

 

 “끙.."

 

 미세한 두통이 그의 머리를 흔들었다.

 

 시후는 몸을 반쯤 일으켜 옆에서 곤히 잠들어 있는 수지의 얼굴을 바라봤다.

 

 '어쩜 이리 태이를 닮았을까? 혹시 수지의 이마에도 태이가 갖고 있던 상처가 있는거는 아니겠지?'

 

 쓸데없는 기대라는 걸 알았지만 확인하고 싶었다.

 

 ‘아주 미세하게 흉터가 남아서 자세히 봐야 표가 날 텐데.‘

 

 앞으로 내려진 머리카락을 살짝 걷어 올리기 위해 손가락을 그녀의 부드러운 머리카락 사이로 살며시 집어넣었다.

 

 '수지가 깨면 안 되는데'

 

 너무 긴장 되는 듯 시후는 침을 꼴깍 삼켰다.

 

 살며시 그녀의 앞 머리카락을 들어올리기 위해 숨 죽여 손가락에 힘을 주기 시작하는 그 순간.

 

 “지금 뭐 하세요?”

 

 수지가 눈을 떴다. 잠이 깬 것이다.

 

 

 “머리에 뭐가 묻어 있어서.” 그는 얼른 그녀 이마에서 손을 땠다.

 

 “미안.. 내가 깨운 거 아니야?” 시후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그녀에게 물었다.

 

 “아니에요.”

 

 수지는 씽긋 웃고는 아직 잠이 덜 깬 듯 눈을 깜빡 깜빡 거렸다. 그와 같이 나란히 누워 처음 아침을 맞이하는 이 어색한 순간이 왠지 낯설지 않았다. 오히려 포근했다. 그래서 그녀는 이 순간을 조금 더 즐기고 싶은 듯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체 그저 그를 바라보고만 있었다.

 

 시후도 아무 말 없이 자신을 보는 수지를 바라봤다.

 

 예전 태이가 아무 말 없이 자신을 빤히 바라볼 때면 항상 코를 찡긋한 체 빙그레 웃던 미소를 똑 같이 수지에게 미소지었다..

 

 '지금 이 남자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나를 바라보고 있는걸까~?'

 

 '아님 태이를 닮은 수지를 보고 있는걸까~?'

 

 

 '지금 수지는 무엇을 생각하고 있을까~?'

 

 '수지랑 같이 있는 이 순간이 너무 좋아~.'

 

 그 둘은 그렇게 한참동안 각자의 생각에 빠져 서로를 묵묵히 바라봤다.

 

 “링 링 링” .......

 

 수지의 전화벨 소리가 둘 사이의 침묵을 깼다.

 

 “아저씨 전화에요.”

 

 시후를 바라보며 말했다.

 

 “여보세요.. 네 아저씨. 시후씨 여기 있어요. 잠시 만요. 바꿔 드릴게요.”

 

 그녀는 뭔가 나쁜 짓이라도 하다가 들킨 듯 얼굴을 붉히며 전화기를 시후에게 건넸다.

 

 아저씨랑 통화하는 시후의 얼굴이 점점 굳어졌다.

 

 “알겠어.. 바로 집으로 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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