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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너에게만 뛴다!
작가 : 소통녀
작품등록일 : 2018.12.19

11년 전 교통사고로 첫사랑이자 마지막 사랑인 태이를 떠나보낸 대기업 사장 시후는 많은 세월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를 몹시 그리워한다. 그러던 어느 날 과거 자신이 사랑한 태이와 똑같이 생긴 여자(수지)가 술 취해 벤치에서 자고 있는 것을 우연히 발견한다. 옆에서 집사가 강하게 반대함에도 불구하고 죽은 그녀가 살아 돌아 온 거라 믿고 무작정 집으로 납치??해간다.

다음날 잠에서 깬 수지는 낯선 집에서 자신이 자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한 바탕 소란을 피우는데..

그녀는 과연 누구일까?

 
8화 선배 술 사주세요
작성일 : 18-12-19 22:48     조회 : 197     추천 : 0     분량 : 7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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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장님은요?”

 

 “방에 계십니다.”

 

 한 메이드가 그를 맞이했다.

 

 “사모님은?”

 

 “잠시 외출 하셨습니다.”

 

 시후는 조용히 방문을 열고 들어가 아버지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시후의 아버지는 1년전 갑작스러운 뇌졸중으로 쓰러지신 후 급격히 건강이 계속 나빠지고 있으시다.

 

 식사를 잘 못하시는지 지난번 봤을 때보다 살이 더 빠져 보였다.

 

 이제 앙상해 보이기까지 했다.

 

 그의 희끗희끗한 머리카락과 눈가에 주름을 보니 예전에 그 강하고 무서운 아버지 모습은 온데간데없어지고 그저 앙상하고 힘없어 보이는 노인 한명만이 누워 있다.

 

 “아버지."시후는 안타까움과 슬픔이 가득한 목소리로 그를 나지막하게 불렀다.

 

 “누구냐? 시후 왔느냐?”

 

 “네 아버지." 시후는 침대로 다가가 아버지 옆에 걸터앉았다.

 

 “요즘도 식사를 잘 못하시는가요? 지난번 보다 살이 더 빠지신 것 같아요?”

 

 “그래.. 요즘 도통 입맛이 없구나.”

 

  그는 근심 가득한 아들의 얼굴을 바라봤다.

 

 “시후야."

 

 “네 아버지.”

 

 “이제 너도 결혼을 해서 안정을 찾을 나이가 지나지 않았느냐?

 혹시 아직도 그 아이를 잊지 못한거니? 세월이 이렇게 흘렀는데도... 니 마음이 그리 한결같은것이 어쩌면 그렇게 꼭 너의 엄마를 닮았니?"

 

 아버지의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시후야... 이 아버지 잘못이 크다. 너를 이렇게 만든 책임이 나한테 있구나.”

 

 “쿨럭 쿨럭. 쿨럭 쿨럭."

 

 “여보.. 말씀 그만 하시고 약 드세요.”

 

 언제 집으로 돌아왔는지 새 엄마가 아버지 기침 소리를 듣고 방으로 들어왔다.

 

 “시후는 저녁 먹고 가거라.”

 

 아버지에게 약을 챙겨주며 새 엄마가 그에게 말했다.

 

 “아니요..괜찮습니다. 저녁 약속 있습니다.

 아버지 저 이만 가보겠습니다. 또 들릴께요. 약 잘 드시고 입맛이 없더라도 식사 잘 챙겨드세요."

 

 “시후야... 미안하다. 이 아비를 용서해라.” 아버지의 흐느끼는 목소리가 그를 너무 힘들게 했다.

 

 시후는 더 이상 그 집에 있고 싶지 않았다.

 

 밖으로 나오니 환하게 떠 오른 둥근 달이 시후의 눈을 사로 잡았다.

 

 "저 달은 내 마음과 달리 환하네..."

 

 가을 저녁 찬 바람이 불어온다.

 

 그리 춥지도 않은 바람이 그의 뼛속까지 비집고 들어와 그의 마음을 더 시리게 만들었다.

 

 "달이 별을 다 삼켜버렸네."

 

 그는 별 하나 보이지 않는 밤 하늘을 우두커니 바라봤다.

 

 갑자기 태이가 보고 싶었다. 아니 수지가 너무 보고 싶다.

 

 

 “8시니 지금쯤 집에 있을까?”

 

 "지잉잉~ 지잉잉 ~지잉~잉"

 

 "여보세요."

 

 "나야. 시후."

 

 “네, 안녕하세요.”

 

 “응..오늘밤 슬리퍼 받으려고 전화했어.”

 

 “네?? ... 지금 이 시간에요?”

 

 “응.. 슬리퍼가 없으니 너무 불편해서 안 되겠어.."

 

 ‘뭐야? 돈도 많으면서 하나 사면 되지... 이 야밤에 받으러 오는건 뭐야?’ 수지는 속으로 투덜 거렸다.

 

 “친구랑 저녁 먹으러 왔는데..마침 너네집 근처더라고.. 그래서 전화했어.”

 

 “지금 너의 집 앞이야.”

 

 “네?" 그녀의 목소리는 많이 당황한 듯 했다.

 

 “저 조금 전에 씻고 나와서 화장도 다 지우고 머리도 덜 말렸는데요.”

 

 “어두우니깐 괜찮아.. 슬리퍼만 받고 금방 갈 거야. 나도 바쁘니깐..."

 

 사실 시후는 수지의 집 앞에 30분전 와 있었다. 집 앞에서 몇 번이라 망설이다 전화기를 든 것이다.

 

 "아.. 알았어요. 금방 나갈게요. 조금만 기다리세요."

 

 시후의 가슴이 쿵 쿵 거렸다. 수지가 오기 전 빨리 마음을 진정 시키려는 듯 계속 큰 숨을 내 쉬었다.

 

 “안녕하세요.. 오셨어요?"

 

 그녀가 시후 앞에 서 있다.

 

 그녀는 과일 무늬가 그려진 핑크색 수면 잠옷에 흰색 가운을 걸치고 나왔다.

 급하게 말리다가 나왔는지 긴 갈색 머리카락이 약간 헝클어져 있었다.

 검은색 뿔테 안경 에 가려진 그녀의 약간 발그레한 볼이 가로등 불빛에 반사되어 빛이 났다.

 

 '평상시에는 렌즈를 끼는건가?'

 

 작은 얼굴에 큰 동그란 안경을 쓰고 있으니 지적인 느낌이라기보다 약간 어리숙한 똘똘이 처럼 보였다.

 

 시후는 그런 수지가 너무 귀엽다는 듯이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빤히 바라봤다.

 

 그것만으로 부족한지 시선을 맞추려는 듯 허리를 살짝 굽히고 뒷짐을 진체 수지 얼굴을 향해 그의 얼굴을 불쑥 들이댔다.

 

 그에게서 은은한 향수 냄새가 났다.

 

 '이 남자 왜 이리 들이대는거야~?얼굴잡티 다 보일텐데.'

 

 그의 밝은 갈색 눈동자가 어둠속에서도 빛이 났다.

 

 그의 동공이 살짝 흔들렸다.

 

 그의 눈빛을 의식해서인지 아님 화장기 없는 얼굴을 보여주는 것이 부끄러워서 인지 수지는 손가락을 꼼지락 꼼지락 거리며 쭈뼛쭈뼛 거렸다.

 

 “여기 슬리퍼 있어요. 그날은 정말 고마웠어요.”

 

 “고맙다는 표현을 계속 말로만 하는 사람은 진짜 고맙다는 뜻이 아니라고 했어.”

 

 그가 더 가까이 얼굴을 들이댔다. 그의 뜨거운 숨결이 느껴졌다.

 

 '이 남자 뭘 원하는거지~?'

 

 "네?? 그럼~~ 어떻게?” 목소리가 떨렸다.

 

 “맛있는 거 사주면 되지.” 긴장한 수지를 짓궂은 표정으로 바라보다 하얀 이를 살짝 보이며 해맑게 웃었다.

 

 '이렇게 자꾸 반반한 얼굴을 들이대면 어떡해...

 떨리잖아. . .근데 이 남자 웃는 모습이 참 맑다'

 

 

 

 “꼬르륵."

 

 갑자기 아주 시끄럽게 시후의 뱃속에서 알람소리가 울렸다.

 

 “배고프세요? 친구랑 저녁 먹었다고 하지 않았나요?”

 

 “하하하.. 저녁을 많이 먹었더니 소화되는 소리도 시끄럽군.”

 

 "꼬르륵 ~꾸르륵. "

 

 "하 하 하 하~~."

 

 조금전 멋있게 그녀에게 어필하던 모습은 어느새 사라졌다.

 

 너무 당황한듯 그는 계속 헛 웃음을 웃었다.

 

 "꼬르륵~쿠르륵~우르릉~~쾅~~."

 

 이번에는 제대로 길게 울렸다.

 

 그 소리가 어찌나 큰지 마치 그의 뱃속에서 천둥과 번개가 창과 방패를 들고 큰 전쟁을 치르는듯 했다.

 

 "하 하 하 하~~."

 

 이 상황의 민망함을 웃음 소리로 막아보려는듯 큰 소리로 웃으며 그의 배를 붙잡았다.

 

 "진짜 저녁 드신 거 맞아요?” 의심 가득한 목소리로 수지가 물었다.

 

 “천고마비의 계절이라서 그런지 식욕이 엄청 당기는데.. 저녁을 먹어도 돌아서니 배가 고프네. 하 하 하 하 하 하.”

 

 수지는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그를 빤히 바라보다 말했다.

 

 “그래요... 저녁 먹었다고 하니 다행이네요. 저 이제 그만 들어 가볼게요.”

 

 “아... 그럴래?” 갑자기 그의 목소리가 아쉬움으로 변했다.

 

 “네.. 이번주 금요일까지 원고 마감해야 해서요. 맛있는 거는 그 이후 사 드릴게요.”

 

 시후의 표정이 아쉬움으로 점점 굳어져 갔다.

 

 “안녕히 가세요.”

 

 수지는 돌아섰다.

 

 시후의 밝은 갈색 눈빛이 흔들렸다. 벌써 그리움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그녀를 그냥 보내기 싫었다. 며칠 동안 보고 싶었던 감정을 억눌렀던 마음이 폭발할 것 같았다.

 

 돌아서는 수지의 손을 갑자기 잡아 그를 향해 힘껏 당겼다.

 

 

 "휙~~"~그 힘이 어찌나 센지 머리카락이 바람소리를 내며 그녀의 얼굴을 감았다.

 

 뜨거운 품속으로 그녀가 쏙 들어왔다. 그의 넓고 단단한 가슴은 수지를 품안에 품고도 여유가 있다.

 

 그의 가슴에 수지의 얼굴이 묻어졌다

 

 일정치 않게 뛰는 그의 세찬 심장소리가 수지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수지의 눈이 동그래졌다.

 

 갑작스러운 시후의 행동이 불편한 듯 그를 밀쳐 내려고 몸을 비틀었다.

 

 "잠깐만..."

 

 목이 잠긴듯 허스키한 목소리가 그에게서 흘러나왔다.

 

 "잠깐만... 이렇게 있어줘. 잠깐이면 돼."

 

 그는 애원하듯 말했다.

 

 그녀에게서 달달한 스킨냄새와 상큼한 샴푸 냄새가 났다. 향에 취한 듯 시후는 그의 코를 그녀의 머리카락에 파묻었다.

 

 "아~."

 

 자신도 모르게 욕망의 신음소리가 입에서 새어 나왔다

 

 시후는 그녀를 놓고 싶지 않다는 듯 더 세게 자신의 품으로 그녀를 안았다.

 

 그녀의 약간 덜 마른 머리카락에서 나는 짙은 샴푸 냄새가 그를 취하게 만들었다.

 머리카락을 탐하듯 그의 손가락 하나하나가 그녀의 머리카락을 파고 들었다.

 

 “음~~" 이번에는 그가 더 짙은 욕망의 신음소리를 냈다.

 

 시후는 그녀를 다시 꽉 안았다. 그의 거친 숨결이 수지를 흔들리게 했다. 수지는 숨이 막혔다.

 하지만 이 순간의 짜릿함을 그녀는 깨고 싶지 않았다.

 꼭 꼭 숨겨 놓았던 그녀의 모든 촉이 하나씩 하나씩 살아나는 것을 느꼈다.

 순간의 쾌락이라도 기꺼이 불구덩이 속에 들어가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어차피 영원한건 없잖아. 지금 그가 나를 원하고 내가 그를 원한다면...'

 

 그와 사랑에 빠지는 상상에 짜릿함으로 젖어들었다.

 

 “태이야."

 

 그의 입에서 나온 이름.

 

 ??????

 

 수지는 잠시 자신의 귀를 위심한 듯 눈을 껌벅 껌벅 거렸다.

 

 ‘태이????’

 

 정신을 차린 듯 수지의 얼굴이 순간 모욕감으로 일그러졌다. 분노가 폭발했다.

 

 잠시지만 그 남자 앞에서 자신의 모든 방어벽을 무너뜨리려고 했던 스스로에게 분노가 치밀었다.

 

 수지는 세차게 그를 밀었다. “저리가요."

 

 그가 흠칫 놀랐다.

 

 “수지야..."

 

 시후도 이제야 상황을 판단한 듯 했다.

 그녀를 잡기 위해 손을 뻗었다.

 

 “저리가.” 그녀가 분노로 몸을 부르르 떨었다.

 

 “난 당신이 원하면 언제든지 안을 수 있고

 언제든지 가질 수 있는 그런 쉬운 여자가 아니야.“

 

 그녀의 목소리는 칼바람처럼 차가웠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어쩌면 이 남자가 진심으로 자신을 좋아하는구나 라고 착각했던 스스로가 너무 부끄럽고 화가 났다.

 

 ‘그래.. 신데렐라는 동화책 속에서나 가능한 거라고, 뭘 기대한 거야. 차수지.'

 

 그녀의 눈에서 갑자기 눈물이 났다. 아빠 생각이 난 것이다.

 

 7년전 세상에 혼자 남겨졌을 때 느꼈던 그 쓸쓸함이 가슴에 물 밀 듯 밀려왔다.

 이 세상에 내편이 하나도 없다고 느낄 때 오는 그 지독한 외로움.

 

 눈물이 그녀의 볼 위로 타고 내렸다.

 

 “미안..미안, 수지야." 시후도 어찌할 줄 몰라 했다.

 

 끊임없이 흐르는 그녀의 눈물이 시후를 너무 당황하게 만들었다.

 

 “내 이야기 좀 들어봐.. 금방 태이 이름이 나온 거는 너가 생각하는 그런."

 

 “듣기 싫어요. 그냥 가세요. 그런 구질구질한 변명은 듣고 싶지 않아요.

 그리고 혼자서 맛있는거 많이 사 드세요. 이제 연락 안했으면 하네요. 연락할 일도 없겠지만."

 

 수지는 빨리 그 자리를 떠나고 싶었다.

 

 모욕감과 슬픔과 외로움과 분노가 서로 싸움이라도 하듯 팽팽하게 올라왔다.

 

 그녀는 매몰차게 돌아섰다.

 

 자존심 하나로 살았던 자신이 무너지는 모습을 더 이상 보여주기 싫었다.

 

 시후는 돌아서는 수지를 잡지 못 했다. 아니 잡을 수 없었다.

 

 그녀가 느꼈을 모욕감이 짐작이 갔다. 절대 자신을 용서하지 않을 거라는 것을 시후는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수지의 눈에서 눈물이 멈추질 않았다. 마음이 시려왔다.

 

 왜 눈물이 나는지 수지는 알고있다.

 

 ‘짐작했었잖아. 그가 사랑하는 사람이 태이라는 것을.. 결심했었잖아. 절대 누군가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그런데 왜 우는 건데, 왜 바보같이 우는 건데...'

 

 수지는 자신을 향해 외쳤다.

 

 아무에게도 열지 않았던 마음을 쉽게 연 자신이 너무 원망스러웠다.

 

 그녀는 울고 싶었다. 오늘은 울고 싶었다. 오랜 세월 참았던 외로움이 물 밀 듯 밀려왔다.

 

 몸에서 열이 나는 듯 했다.

 

 '아프면 안 되는데.. 원고 마감해야 하는데...‘

 

 

 ***

 “차 작가.. 이번 원고 내용이 정말 좋은데. 어디서 이런 아이디어를 얻었어?”

 

 “마음에 드세요?” 수지가 조심스럽게 되물었다.

 

 “잘 하면 다음 드라마 작품으로 괜찮을 것 같아. 히트 칠 것 같은데. 내 사랑 어디에? 제목부터 마음에 들어... 그래. 마지막 부분은 어떻게 할 건가? 이 여 주인공이 진짜 살아 돌아 온걸로 할 건가? 아님 주인공을 닮은 여자로 할 건가?”

 

 금색 테 안경을 쓴 박대오 대표는 원고 마지막을 펼치며 수지에게 질문을 던졌다.

 

 생긴 것처럼 평상시 깐깐하기로 소문난 박 대표에게서 칭찬을 들으니 수지는 며칠간 고생한 보람을 느꼈다.

 

 “아직 그 부분을 결정하지 못했어요. 11년 후 살아 돌아온다는 게 너무 불가능한 스토리이지 않을까요?”

 

 “그래, 그래, 그 부분은 차 작가를 믿어보겠네. 이번 달 말까지 원고 다 완성해서 다시 가져오게.”

 

 박 대표는 수지를 격려하며 원고를 건넸다.

 

 원고를 받아들고 복도를 걸어 나왔다.

 며칠 동안 잠을 제대로 못 자서인지 아침에 화장할 때 보니 진한 다크서클이 광대뼈가지 내려와 있었다.

 저승사자와 친구라고 해도 믿을만큼~.

 

 "휴~~", 그녀가 깊은 한숨을 쉬었다.

 

 며칠 미친듯이 일만했다. 마음이 복잡할때는 오직 목표만 바라보고 몸을 혹사시키는게 최고의 방법.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다 스스로 터득한 방법이다.

 

 아픈 감정을 어루 만지는건 있는자들만이 부리는 사치였다.

 

 “툭 툭” 누군가 그녀의 축 처진 어깨를 쳤다.

 

 “칭찬 들었다고 소문이 자자하던데.. 왜 이리 어깨가 축 처진 거야?”

 

 민재 선배가 다정하게 웃으며 그녀 옆에 서 있었다.

 

 “선배?” 그녀의 눈에 갑자기 눈물이 글썽글썽 해졌다.

 

 “왜 그래?” 그의 눈이 놀래서 동그래졌다. "무슨 일 있었어?” 민재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세상에 혼자 남겨진 듯 너무 외로웠는데, 자신을 보고 걱정해주고 웃어주는 사람이 옆에 있다는 사실이 너무 위안이 되어 눈물이 난것이다.

 

 “아니에요.” 그녀는 슬쩍 눈물을 훔치며 민재를 향해 방긋 웃었다.

 그녀의 눈이 좀비처럼 휑했다.

 

 “며칠 제대로 잠을 못 잤구나? 오늘은 불금이라도 집에 빨리 들어가야겠는데."

 

 “선배?” 그녀가 할 말이 있는 듯 민재를 빤히 쳐다봤다.

 

 “저 오늘 술 좀 사주세요.”

 

 

 ***

 “선배는 사귀는 여자 없어요? 제 주위에 선배 좋아하는 여자 많은데~~딸꾹."

 

 "그래??"민재는 인기있다는 말에 기분이 좋은듯 빙그레 웃었다.

 

 "선배가 좋아하는 여자는 없어요? 딸꾹."

 

 민재는 조금 망설이다 입을 열었다.

 

 “있어."

 

 “아 진짜요? 어떤 여자에요? 고백했어요?

 그 여자는 좋겠다. 딸꾹."

 

 그녀는 연신 딸꾹질을 해대며 혀가 꼬인 채로 느릿느릿 질문을 했다.

 

 며칠 피곤함이 겹친 데다 술이 들어가니 빨리 취하는 것이 어쩜 당연했다.

 

 “아직...."

 

 “왜요? 딸꾹.”

 

 그녀가 게스츠름하게 두 눈을 치켜뜨며 아주 궁금해 죽겠다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

 

 “그 여자는 연애에는 아예 관심도 없고 내가 좋아하는 것도 전혀 눈치 못 채는 것 같아서. 혼자 짝 사랑 하면서 친구로라도 지내는 것이 나을 지, 아님 고백했다가 차이더라도 용기낸 것이 나을 지.. 아직 고민중이야.” 민재는 잠시 생각에 잠기는 듯 했다.

 

 “수지 너라면 어떻게 할 것 같아?”

 

 “ ........”

 

 “많이 피곤 했나봐?” 수지는 어느새 잠 들어 있었다. 테이블에 엎드려 잠든 수지의 머리카락을 민재는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는 그의 눈빛이 왠지 우울해 보인다.

 

 "수지야. 걸을 수 있겠어?” 그녀를 깨우기 위해 어깨를 살짝 흔들었다.

 

 깊이 잠든 모양이다. 민재의 짙은 갈색 눈동자가 흔들렸다. 조금 망설이다 수지를 등에 업었다.

 

 "수지야~집이 근처니깐 선배가 잠시만 업을께."

 

 그녀의 부드러운 머리카락이 민재의 얼굴에 닿았다.

 

 "쿵 쿵" 그의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넓고 듬직한 어깨와 따뜻한 체온이 그녀에게 전해졌다.

 

 '음~~~포근해~남자 향기? 시후? 김시후?’

 수지는 그의 체온을 더 느끼려는 듯 목을 꽉 감싸 안았다.

 

 '아~따뜻해~'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민재 선배????”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놀라 소리쳤다.

 

 “정신이 들었어?”

 

 “네...선배. 정말 죄송해요. 빨리 내려주세요.”

 

 민재는 약간 머뭇 머뭇거리다 그녀를 내려놓았다.

 

 “저 많이 무거웠죠? 어 휴~땀 흘린거 봐."

 

 그의 이마에 땀이 송글 송글 맺혀 있는 것이다.

 

 "10분 동안 절 업고 걸어 오신거에요? 벌써 집 앞이네요.”

 

 수지는 선배에게 신세를 진 이 상황이 너무 당황스러워 안절부절 했다

 

 “괜찮아.. 하나도 안 무거웠어.."

 

 미안해하는 수지의 마음을 위하는 듯 가파른 숨을 쉬며 민재는 씩 하고 웃었다.

 

 “그래도 지금이라도 깨서 다행이야. 비번을 몰라서 어찌하나 했거든.“

 

 “정말 고마워요. 그리고 죄송해요. 맛있는 밥 쏠게요.”

 수지는 손가락을 꼼지락 꼼지락 거렸다.

 

 “그래.." 민재가 환하게 웃었다. 당황해 하는 수지와는 달리 그는 행복해 보였다.

 

 “나 그럼 갈게, 전화할게.” 환하게 웃으며 민재는 그녀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민재 선배 멋지다.’ 떠나는 선배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빙그레 미소 지었다.

 

 갑자기 찬바람이 휑하니 불었다. 쓸쓸함이 밀려왔다.

 

 ‘보고 싶다. 김시후~보고 싶다.’

 

 그녀는 나지막하게 그의 이름을 불렀다. 마음 속 깊이 꼭 꼭 숨겨뒀던 그의 얼굴이 떠 오른 것이다.

 

 “차 수 지... 정신 차려.. 지금 이 인간을 떠 올린거야?”

 

 그녀는 한심하다는 듯 자신의 머리를 쥐어박았다.

 

 그녀는 돌아서다 막 시동을 켜고 떠나는 자동차 한대를 봤다.

 

 “1594”

 

 ‘낯설지 않는 번호판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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