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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너에게만 뛴다!
작가 : 소통녀
작품등록일 : 2018.12.19

11년 전 교통사고로 첫사랑이자 마지막 사랑인 태이를 떠나보낸 대기업 사장 시후는 많은 세월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를 몹시 그리워한다. 그러던 어느 날 과거 자신이 사랑한 태이와 똑같이 생긴 여자(수지)가 술 취해 벤치에서 자고 있는 것을 우연히 발견한다. 옆에서 집사가 강하게 반대함에도 불구하고 죽은 그녀가 살아 돌아 온 거라 믿고 무작정 집으로 납치??해간다.

다음날 잠에서 깬 수지는 낯선 집에서 자신이 자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한 바탕 소란을 피우는데..

그녀는 과연 누구일까?

 
5화 눈동자가 참 맑네
작성일 : 18-12-19 22:42     조회 : 208     추천 : 0     분량 : 4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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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련님, 아까부터 서재에서 계속 무얼 찾으시는지요?”

 

 “아니야..아무것도 아니야.. 신경 쓰지 말게, 영감.”

 

 “혹시 수지 아가씨가 뭐라도 떨어뜨린 게 있는가 해서 둘러보시는 건 아니 구요?”

 

 영감이 야릇한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

 “무슨 소리야? 난 그냥 서재에 볼일이 있어서 온 것뿐이야... 살다보니 영감이 이상한 말도 다 하는군."

 

 그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헛기침을 두어 번 하면서 책장에서 책을 슬며시 꺼냈다.

 

 “사실 수지 아가씨 물건이 있긴 한데?” 영감은 그의 반응을 응시하며 슬쩍 말을 꺼냈다.

 

 “아, 그래? 그 여자는 또 뭘 흘리고 갔단말야? 조심성이라고는 정말 없군.”

 

 큰 관심 없다는 듯이 그는 딴청을 피우면서 대꾸했다.

 

 “흘리고 간건 아니지만, 처음 이곳에 오셨을 때 아가씨 옷을 세탁했는데 그때 양말이 빠졌나봅니다.

 오늘 드리려고 했는데 갑자기 가시는 바람에. 도련님이 직접 드리는게 나을 것 같습니다만...

 강제로 모시고 온 큰 실례도 저질렀으니 만나서 제대로 사과도 하셔야지요.

 원래 도련님답게 말입니다. 수지아가씨에게 지나치게 차가우신 듯합니다."

 

 영감은 더 하고 싶은 말이 있으나 멈추는 듯 했다.

 

 "여기 있습니다. 아가씨 양말."

 

 영감은 졸라맨 캐릭터가 그려진 흰색 발목양말 한 켤레를 그에게 건넸다.

 

 ‘양말이 진짜 작네?’

 그는 신기하고 귀엽다는 듯이 그 양말을 건네받았다.

 

 “오늘은 불금입니다. 다른 남자들처럼 밖에 나가서 데이트도 하고 그러십시오. 수지 아가씨에게 전화도 해 보시구요."

 

 “아까 약속 있다는 말을 영감도 듣지 않았어?” 그는 약간 뿌루퉁한 듯 했다.

 

 “그래도 전화라도 한번 해 보십시오. 양말도 돌려드릴겸요."

 

 영감은 서재를 나서면서 이 상황이 재밌다는 듯이 콧노래를 불렀다.

 

 시후는 양말을 계속 만지작 만지작 거렸다.

 

 그러다 갑자기 벌떡 일어나 전화기를 집어 들었다.

 

 ***

 “수지야, 오는 길에 무슨 일 있었어? 천천히 마셔.”

 

 수지는 아주 화가 난 듯 맥주를 병째로 벌컥 벌컥 마셨다.

 

 “캬~~오늘 술 맛 죽여준다.”

 

 “술도 잘 못 마시는 애가 왜 이래? 무슨 일이야?” 소연이는 걱정되는 듯 물었다.

 

 “여기 오는 길에 완전 왕 뻔대 왕자병에 걸린 싸가지한테서 전화가 왔는데.."그녀는 말하다가 다시 화가 난 듯 맥주를 연거푸 마셨다.

 

 “누가? 누군데?”

 

 “그런 싸가지가 있어. 다음에 애기해줄게.

 소연아. 오늘 물 정말 좋아. 빨리 춤 추자. 오늘 불금이니 모든 걸 잊고 신나게 달려보자고.”

 

 춤추듯 현란한 조명과 요란한 음악에 심취해 사람들은 점점 더 취해갔다. 흐느적거리는 사람들 속에서 수지도 점점 같이 정신이 희미해졌다.

 그녀의 정신이 점점 흐릿해질수록 한 남자의 얼굴이 더욱 더 또렷해졌다.

 

 “나쁜 놈..... 뭐?? 내가 지한테 작업 걸려고, 일부러 양말을 두고 갔다고??내가 지를 꾀기 위해 계속 얼쩡거린다고 ...나쁜 시끼......나도 자존심이 있단 말야..” 그녀는 계속 중얼 거렸다.

 

 수지는 자신이 왜 이리 화가 나는지 잘 알고 있다.

 

 20대 초반 한참 예쁠 때 수지는 이 세상에 혼자 남겨졌다. 그때부터 수지는 먹고 사는 것에 매달려야했다.

 죽자 살자 일 해도 대부분 알바여서 힘든 삶의 끝이 보이지 않아 항상 불안했다. 연애를 한다든지 사랑에 빠진다든지..이 모든것이 그녀에겐 사치였다.

 열심히 산 덕분에 그나마 지금은 회사에 취직해 작가로 활동하고 있지만 이 일도 고정된 월급이 아니라 언제나 긴장해야 한다.

 그래서 남자들이 조금만 다가와도 철벽방어를 치던 그녀였다.

 

 사랑한 남자라고는 아빠가 전부였다.

 가끔씩 외로움이 밀려올때도 있었지만 수지는 방어벽을 무너뜨리지 않았다.

 그런데 시후라는 이 남자를 만나고 나서 어이없게도 그 방어벽이 허물어 지려고 하는 것이다. 그것도 잘 알지도 못하는 그에게 말이다.

 

 그녀는 두렵다.

 세상은 해피앤딩 로맨스 드라마 여 주인공과 달리 남자에게 이용당하고 헌신짝 처럼 버려지는 여자가 너무 많다. 친구 소연처럼 말이다.

 

 '불쌍한 소연이'

 

 특히 시후 처럼 잘 생긴 부잣집 도련님은 절대 진정한 사랑을 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며 살았다. 지금도 그렇게 생각한다.

 근데 지금 그녀가 흔들리고 있는것이다.

 상처 받을 준비가 되어 있지도 않는데...

 잠깐의 짜릿함을 위해 불구덩이속에 자신을 던질만큼 수지는 어리석지 않다.

 아니..그녀는 그렇게 믿고 싶다.

 

 "나쁜 시끼...난 너에게 관심 없다고...딸꾹."

 

 “수지야.. 정신차려.. 기집애, 내가 술 취하려고 했더니..먼저 가면 어떡해. 부킹도 못 하고 이게 뭐야~?"

 

 소연이는 실망한 듯 투덜거렸다.

 

 "우리 이뿐 소연이, 이 언니가 널 지켜줄게. 헤헤..딸꾹."

 

 수지는 반쯤 감긴 눈으로 소연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마치 자신을 위로하듯...

 

 "수지야, 테이블에서 잠시 쉬고 있어. 나 화장실 갔다 올게.“

 

 

 

 ***

 혼자 남겨진 수지는 신선한 공기를 마시고 싶었다. 피곤함이 밀려왔다. 요란한 음악소리는 이제 소음으로 느껴진다.

 

 "윽...속이 좋지 않아. 차가운 공기를 좀 마셔야겠어.”

 

 비틀 비틀 거리며 계단을 올랐다. 지하에서 1층을 향한 계단으로 오르는 순간이었다.

 

 순간 그녀의 발이 삐끗거렸다. “탁~~~악~~~.”

 

 계단 턱에 하이힐이 걸린 것이다. 그녀의 허리가 휘청거렸다. 그대로 뒤로 꽝 넘어가는 순간이다.

 

 "어~~~~. ”수지는 깜짝 놀라 자신도 모르게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그때 누군가가 재빨리 그녀의 허리를 감았다.

 

 “이 아가씨. 조심성이 정말 없군. 내가 없었더라면 큰일 날 뻔 했잖아.”

 

 낯설지 않는 목소리...

 

 "누구?”

 

 순간 알았다. ‘김시후...싸가지??’

 

 “헉!" 그녀는 깜짝 놀랐다.

 

 이건 절대 우연일수 없다.

 

 “이거 놔요! 당신 스토커야? 내가 여기 있는 거 어떻게 알고 온거야?

 날 미행 한거야? 겉만 반반하게 생겨서 진심은 하나도 없는 왕재수 같으리라고!"

 

 그녀는 술 힘을 빌려 계단이 쩌렁쩌렁 울리도록 큰 소리로 소리쳤다.

 

 "왕재수?"그의 미간에 주름이 졌다.

 

 "조용히 좀 하시지..사람들이 우리 둘만 보는데. 당신이 알려줬잖아. 새로 오픈한곳에 친구랑 부킹간다고, 새로 생긴 곳은 여기 밖에 없더군.“

 

 그녀를 빤히 쳐다보며 나지막하게 말했다.

 

 자신을 빤히 쳐다보는 그의 얼굴과 그녀의 허리를 감고 있는 그의 힘쎈 팔을 느끼자 갑자기 수지의 얼굴이 화끈 거렸다.

 

 “이거 놔요!" 그에게서 빠져 나오기 위해 몸을 비틀었다.

 

 “가만히 있어. 지금 당신을 놓으면 계단으로 구른다고." 그가 다시 팔에 힘을 꽉 주며 말했다.

 

 “안전한곳에서 놔 줄 테니 걱정마."

 

 짙은 눈썹에 쌍꺼풀이 없는 밝은 갈색 눈동자가 그녀를 탐하듯 내려 보고 있다.

 

 '이 남자 눈동자가 참 맑네.'

 

 그의 얼굴이 점점 더 가까이 다가왔다.

 

 숨을 쉬기가 어려웠다.

 

 '너무 가까이 있는 거 아냐?'

 

 그녀는 어찌해야 할 줄 몰랐다.

 

 그는 그녀의 얼굴을 찬찬히 들여다봤다.

 

 눈에 머물던 처음 그의 시선은 코를 따라 천천히 내려가 그녀의 도톰한 붉은 입술에 머물렀다. 그의 눈동자가 갑자기 심하게 요동치고 심장이 세게 뛰었다.

 

 "딸국." "딸꾹."

 

 그녀는 부끄러운 듯 고개를 돌렸다.

 

 “놔 주세요. 이제 안전하잖아요.”

 

 그는 잠시 망설이다 팔에 힘을 풀고는 그녀를 놓아주었다.

 

 "딸꾹."

 

 "괜찮아? 물 마셔야 하지 않아~?"

 

 

 "괜찮아요. 제 특기에요 술 마심 자동으로 나오는. 딸꾹."

 

 술이 취해서인지 몸이 흔들렸다. 반쯤 감긴 눈으로 수지는 시후를 바라봤다. 무슨 생각을 했는지 그녀의 얼굴이 갑자기 빨개졌다.

 

 수지는 그의 눈을 피해 얼굴을 돌렸다.

 

 “난 남의 물건을 당신 말처럼 함부로 버리지 못해. 버리더라도 아가씨가 직접 버려야겠지.”

 

 "풋."

 

 호주머니에서 양말을 꺼내 진지하게 말하는 그의 모습을 보자 갑자기 웃음이 나왔다.

 

 "진짜 이거 주려고 여기까지 오신거에요? 크 크 ...내가 아끼는 쫄라맨 양말... 딸꾹."

 

 “수지야?”

 

 그때 등 뒤에서 누군가 그녀의 이름을 다정하게 부르는 남자 목소리가 들렸다.

 

  “누구?”

 

 “민재선배?”

 

 “어, 수지야... 안녕.” 선배가 미소 지으며 수지에게 가볍게 손을 흔들었다.

 

 “소연이가 전화 왔었어. 네가 술 많이 취했다고.” 민재는 해명하듯이 재빨리 말을 이었다.

 

 “아, 그랬구나? 나 많이 안 취했는데.....”

 

 “딸꾹... 읍... 딸꾹."

 

 “딸꾹질 하는 거 보니 많이 취했는네. 넌 술 많이 취할 때마다 딸꾹질하잖아.”

 

 “헤헤 들켰네.” 수지는 민재 선배에게 눈을 찡긋하며 빙그레 미소 지었다. 그녀의 볼이 발그레했다.

 

 민재는 그런 모습이 너무 귀엽다는 듯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며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집에 갈려고?”

 

 “아니요. 잠시 바람 쐬러 왔어요, 이제 들어가요, 아... 잠시만, 선배.”

 

 “양말 감사해요. 안녕히 가세요.” 수지는 인사하기 위해 시후를 향해 몸을 돌렸다.

 

 그 순간 수지는 균형을 잃은 듯 앞으로 한번 몸을 휘청 거렸다. 민재가 그녀를 잡기 위해 손을 뻗었다.

 

 하지만 바로 중심을 못 잡은 수지는 다시 한 번 더 몸을 휘청 이며 앞에 서 있는 시후의 가슴에 그대로 얼굴을 박았다.

 

 “ 윽!"

 

 가슴에 충격이 왔는지 시후는 외마디 고통의 신음소리를 냈다.

 

 수지는 너무 놀란 듯 그의 단단한 가슴에 얼굴을 파묻고 잠시 넋을 잃은 체 그대로 가만히 있었다. 그녀를 붙잡고 있는 그의 팔에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콩닥, 콩닥." 그녀의 심장이 빨리 뛰기 시작한다.

 

 “죄송해요, 의도치 않게 또 실례를 했네요.”

 

 그녀는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며 볼멘소리로 말했다. 시후는 아무 말 없이 그녀를 쳐다봤다. 잠시 머뭇거리다 이내 그녀를 붙잡고 있던 팔에 힘을 빼고는 그녀를 놓았다.

 

 “수지야, 구두가 이상해."

 

 구두 한 쪽 굽 끝이 사라지고 없었다. 좀 전에 계단에서 걸려 빠진 모양이다.

 

 “아~~ 이를 어째? 선배 어떡하죠?”

 

 “괜찮아, 내가 있잖아. 이 든든한 선배가 부축해줄게.” 걱정하는 수지를 안심 시키려는 듯 환하게 웃으며 그녀의 곁으로 다가가 팔짱을 꼈다.

 

 흔들리는 시후의 눈이 그 둘의 행동을 계속 응시했다.

 

 “수지야,, 여기 있었어. 기집애. 한참 찾았잖아. 민재 선배도 마침 잘 도착했네요?”

 

 “이분은 누구?” 소연이는 앞에 서 있는 시후가 누구인지 궁금하다는 듯 수지를 바라봤다.

 

 “다음에...다음에 말해줄게. 일단 들어가자.”

 

 수지는 빨리 그 자리를 벗어나고 싶은 듯 걸음을 재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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