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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너에게만 뛴다!
작가 : 소통녀
작품등록일 : 2018.12.19

11년 전 교통사고로 첫사랑이자 마지막 사랑인 태이를 떠나보낸 대기업 사장 시후는 많은 세월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를 몹시 그리워한다. 그러던 어느 날 과거 자신이 사랑한 태이와 똑같이 생긴 여자(수지)가 술 취해 벤치에서 자고 있는 것을 우연히 발견한다. 옆에서 집사가 강하게 반대함에도 불구하고 죽은 그녀가 살아 돌아 온 거라 믿고 무작정 집으로 납치??해간다.

다음날 잠에서 깬 수지는 낯선 집에서 자신이 자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한 바탕 소란을 피우는데..

그녀는 과연 누구일까?

 
2화 낯선장소 낯선남자
작성일 : 18-12-19 22:28     조회 : 195     추천 : 0     분량 : 5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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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후는 말을 잇지 못했다.

 

 영감도 그녀의 얼굴을 보고 흠칫 놀랬다.

 

 “도련님이 태이 아씨가 많이 그리운 가 봅니다. 이렇게 비슷하게 생긴 아가씨를 만나는걸 보면 말입니다. 근데 이 아가씨가 태이 아씨 일리는.....?"

 

 “이 여자를 집으로 데려가야겠어!”

 

 “네?” 영감은 화들짝 놀랐다.

 

 “도련님 안 됩니다. 큰일 날 말씀입니다. 그건 납치입니다. 큰 구설수에 오르실 수도 있습니다."

 

 “여기에 이 여자를 그냥 두고 갈수는 없잖아?

 이런 날씨에 술 마시고 밖에서 자면 입 돌아갈 수 있어.

 입 돌아가면 영감이 책임질 거야? 위험할까봐 집으로 데리고 왔다고 영감이 잘 해명하면 되잖아!“

 

 “도련님, 이러시면 정말 곤란합니다.”

 

 그는 말을 듣지 않았다. 아니 아무 말도 듣고 싶지 않았다.

 

 “이 여자가 깰 때까지만... 영감, 그때까지만 이해해줘! 확인만 할게.”

 

 큼직한 두 팔로 그녀를 들어 올렸다.

 

 ‘태이야. 정말 네가 다시 살아 돌아 온 거니?’

 

 “누구...? 아빠?” 그녀가 가늘게 눈을 뜨고 그를 봤다.

 

 그의 품은 아빠처럼 포근했다.

 

 “아빠 나 피곤해요. 자고 싶어요.”

 

 그녀가 그의 목을 감싸 안았다.

 

 ‘이 여자에게서 태이 향기가 난다.’

 

 “출발해 영감!” 단호한 목소리였다.

 

 영감은 무거운 마음으로 자동차 시동을 켰다.

 

 

 ***

 “아 잘잤다, 간만에 아빠꿈도 꾸고.”

 

 그녀는 기지개를 켜며 가늘게 눈을 떴다.

 

 "킁 킁. 상큼한 꽃냄새?" 콧구멍이 자동으로 벌렁 벌렁 거린다.

 

 “아~~좋아.”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폭신한 이불에 다시 코를 묻었다.

 

 ‘그런데 여기가 어디지?’ 눈이 뻑뻑해 잘 뜨이지 않았다. 일단 오른쪽 눈에 힘을 줘 두 세번 껌벅 껌벅거리니 가까스로 차례대로 눈을 치켜뜰 수 있었다.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천장에 매달려 있는 화려한 샹들리에.

 

 "아직 내가 술이 덜 깼구나."

 

 정신이 덜 들었는지 그녀는 그대로 누워 상황을 판단하는 듯 두세 번 천천히 눈을 껌뻑 껌뻑 거렸다.

 

 '여기가 어디지? 설마... 천국? 근데 이 잠옷은 뭐지~?'

 

 갑자기 정신을 차린 듯 동공이 커지고 온 몸에 소름이 돋으면서 등에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납치~??설마 내가...지난밤에 납치된 거야?'

 

 "아~~악!”

 

 비명소리가 온 집을 울렸다.

 

 "아가씨.. 진정하세요! 여기는 나쁜 곳이 아닙니다!”

 머리가 희끗 희끗한 한 중년의 남자가 다급히 문을 열고 뛰어 들어오며 말했다.

 

 "누구? 누구? 당신 누구야? 저리가!”

 

 그녀는 옆을 둘러보다 눈에 띄는 꽃병을 홱 집어 들었다.

 

 “아가씨, 많이 놀랐을 줄 압니다. 진정하시고 제 말 좀 들어보세요.”

 

 ‘이 일을 어째? 아가씨가 신고라도 하면 어쩌지? 큰 사단이 났구나.’

 

 속으로 그렇게 생각한 영감은 최대한 침착하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저는 이 집 일을 보고 있는 김진태 집사입니다.

 간밤에 사연이 있어 아가씨를 어쩔 수 없이

 모셔오게 됐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가까이 오지 마세요. 가까이 오면 경찰 부를 거예요!”

 

 '이 상황을 어떡하지? 어떻게 여길 빠져나가지? 아빠 제발 도와주세요!‘

 

 그녀의 동공이 공포로 심하게 흔들렸다.

 

 “아가씨가 얼마나 놀라고 충격을 받았을지 상상이 됩니다. 근데 절대 두려워하시지는 마십시오.

 어제 밤 벤치에서 자고 있는 아가씨를 도련님이 발견하시고 걱정하는 마음에 모시고 온겁니다.

 술이 엄청 취하셨어요. 혹시 기억이 전혀 나지 않으세요?“

 

 어젯밤 힘있게 자신을 꽉 안은 두 팔이 갑자기 떠올랐다. 달콤한 향기와 함께 포근하게 느껴지는 품 이었다.

 

 머리가 띵했다.

 

 ‘아빠 꿈을 꿨는데.. 꿈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녀는 벤치위에 잠시 머리를 기댔던 기억이 떠올랐다.

 

 '잠이 들었던 거야?'

 

 "여기가 어디죠? 근데 왜 허락도 없이 낯선 사람을 집으로 데리고 온거죠?“

 

 “정말 죄송하게 됐습니다. 아가씨가 예전 이 집 태이 아씨를 너무 빼 닮아 도련님이 착각하시고 모시고 온 겁니다. 이곳은 문화동에 있는 저택입니다. 밖을 한번 보십시오. 안심하셔도 됩니다."

 

 언제라도 힘껏 던질 수 있게 꽃병을 양손으로 꼭 잡고 한쪽 눈으로는 아저씨를 감시하고 한쪽 눈으로 재빨리 밖을 확인했다.

 

 잘 가꿔진 정원이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그녀가 좋아하는 국화 향기가 코를 찔렀다. 메이드 복장의 사람들이 두어 명 대화를 하며 종종 걸음으로 가고 있는 것이 보였다.

 

 처음 온 곳이지만 이상하게 낯설지 않았다. 순간 마음이 조금 놓였다. 주위를 둘러보니 오히려 친근함 마저 들었다.

 

 “그럼 아저씨가 어젯밤 그 팔?”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그를 아래위로 훑어보며 말했다. 왜소해 보이는 아저씨가 165cm 키인 자신을 옮기느라 끙끙 됐을 모습이 떠올라 민망한 것이다.

 

 “허 허~ 아닙니다. 제가 아니라 저의 도련님이 아가씨를 옮겼답니다.”

 

 머쓱한 미소를 지으며 영감이 말했다

 

 '도련님이라고?’

 

 “그럼 그 도련님이라는 사람은 어디 있죠?”

 

 “회사에 급한 일이 있어 잠시 외출 하셨답니다. 아가씨가 깨시기를 한참 기다리다가 가셨답니다. 너무 잘 주무셔서...허 허.”

 

 "아가씨가 원하신다면 정신적 피해보상도 해 드릴 수 있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거짓말 하는 것 같지는 않은데. 일단 나쁜 사람으로 보이지는 않아.’

 

 “흠 흠” 그녀는 목을 가다듬었다.

 

 “덕분에 안전하게 잤지만 이건 엄연히 납치입니다.

 신세를 졌기에 경찰에 신고하진 않겠지만 앞으로 절대 이러시면 안 돼요. 아저씨도 잘 알고 계시죠?”

 

 “아. 그럼요. 네 당연하죠. 사정이 좀 있었답니다. 아가씨가 예전 태이 아씨를 너무 닮아서 도련님이 순간 이성을 잃으셨답니다. 놀라게 해 드려 정말 죄송합니다. 근데, 아가씨 성함은 어떻게 되시나요? 도련님이 너무 궁금해 하셔서요.”

 

 “차수지라고 합니다.”

 

 “네 반갑습니다, 수지 아가씨. 시장하실 텐데 꼭 식사 하고 가십시오.“

 

 “아, 아닙니다. 더 신세 질수 없죠. 그만 가보겠습니다. 근데 제 옷이?”

 

 “어제 입은 옷이 너무 더러워서 세탁중입니다.

 한 두시간 정도 있음 준비될 테니, 저희 집에 오신

 귀한 손님이니 식사하시면서 기다리시죠.“

 

 “예??? 왜 남의 옷을 허락도 없이??"

 

 "꼬르륵"

 

 “허 허 허, 배꼽시계는 거짓말 하지 않습니다. 벌써 점심때입니다. 아주 늦잠을 주무셨습니다. 식사하시고 정원도 한번 둘러보세요. 정원에 국화가 예쁘게 폈답니다. 예전 태이 아씨가 아주 정성스럽게 심은 국화랍니다. 산책하기에 매우 좋은 날씨입니다.”

 

 "수지 아가씨, 식사 준비 다 되었습니다. 이 옷으로 갈아입으세요. 밖에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

 현관문을 나서니 아름다운 정원이 눈앞에 펼쳐졌다.

 

 '와~~동화 속 같은 집이 정말 있구나?'

 

 형형색색으로 피어있는 국화꽃과 그 꽃 냄새에 취해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다행이다. 김집사라는 아저씨가 나쁜 사람이 아니어서... '

 

 그녀는 놀란 가슴을 쓸어 내렸다.

 

 태이라는 여자가 이 많은 국화를 다 심은건 아니겠지...어마한데..

 

 "태이..? 태이..?"

 

 '내가 태이라는 여자를 얼마나 닮았길래?

 

 근데 그 여자는 이렇게 예쁜 정원을 꾸미고 어디로 간거야?”

 

 여기에 사는 도련님이라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좋은 사람일까? 어젯밤 아빠 품처럼 푸근했는데.

 

 아니지. 아니지. 만나면 한 소리 해야겠어. 정신적 피해 입었다고 보상해 달라고 할까?

 돈이 많은 것 같으니 한 천만 원? 좀 심했나? 그럼 한 오백만 원 정도...???'

 

 수지는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정원을 거닐 다 샛노란 국화가 어우러져 활짝 피어있는 곳에 발을 멈췄다.

 

 “예쁘다!”

 

 그녀는 향에 취한 듯 정신을 잃고 꽃을 구경했다.

 

 "퍽.“

 

 "윽.“

 

 그녀의 얼굴이 단단한 가슴에 부딪힌것이다.

 

 “조심성도 없고 곰처럼 둔한 아가씨네. 아무데서 잠을 자지를 않나? 낯선 사람이 바로 옆에 와도 눈치도 못 채고. 쯧."

 

 ‘이 사람이 바로 그 도련님? 목소리는 좋은데. 이 사람이 어제 나를 납치한 장본인이라고... 어떻게 생겼는지 낯판이나 볼까?’

 

 고개를 들었다.

 

 '아~눈부셔'

 

 맑은 가을 햇빛이 너무 눈부셔 그의 얼굴을 자세히 볼 수 없었다.

 

 하지만 어깨는 햇빛을 가릴 만큼 충분히 넓었다.

 

 '키가 크네. 180은 넘겠어.‘

 

 까만 셔츠에 약간 회색빛이 도는 정장을 입고 있는 모습은 완전한 차가운 도시남자처럼 느껴졌다. 맑은 가을 햇살에 비쳐진 모습이 순간 빛이 났다.

 

 “아~~~” 수지의 입에서 자신도 모르게 미세한 소리가 새어 나왔다.

 

 ‘야 차수지. 지금 설렌 거야? 화를 내야지. 갑자기 이 순간에 생뚱맞게 왜 설레고 난리야!’

 

 수지는 정신을 차리고 그를 쏘아보며 말했다.

 

 "안녕하세요. 어젯밤 저의 의지와 상관없이 누구 덕분에 이 집에서 신세를 지게 됐더라고요.“

 

 “..........”

 

 ‘ 뭐야? 왜 아무 말 없이 저런 눈빛으로 빤히 쳐다보는 거지??사람 민망하게. 혹시 내가 정신적 피해 보상 해 달라고 할까봐 먼저 선수 치는 거 아냐? 조금 더 세게 나갈까?'

 

 수지는 남자의 반응이 너무 당황스럽다.

 

 “아저씨! 대한민국에서 납치라뇨? 제가 경찰에 신고하려다가 김 집사라는 분이 하도 빌어서 참는 겁니다. 얼마나 놀란 줄 아세요. 정신적 보상을 받으려다.. 흠 흠... 어쨌든 저처럼 이해심 높은 사람 만날 걸 다행으로 아세요. 아셨죠? 다시는 이런 무례한 행동을 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이번에는 팔짱을 끼고 더 강하게 쏘아봤다. 아니 노려봤다.

 

 ‘이 정도면 사과는 하겠지?’

 

 “.................”

 

 대답대신 영감이 건네준 하늘색 원피스를 입고 있는 그녀를 빤히 쳐다봤다. 뭔가를 알아내려는 듯 천천히 그녀를 훑어보았다.

 

 순간 수지는 호랑이 앞에 선 고양이처럼 주눅이 들었다. 비록 호랑이가 고양잇과라고 하지만 누가 감히 둘을 비교할 수 있을까~?

 

 "지금 뭐.. 뭐 하시는 거예요?“

 

 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다시 용기 내어 쏘아 붙였다.

 

 그는 툴툴대는 그녀가 귀엽다는 듯 옅은 미소를 지으며 아주 가까이 다가왔다.

 

 그녀와 눈높이를 맞추려는 듯 상체를 굽혀 얼굴을 바짝 들이댔다.

 

 눈이 마주쳤다.

 

 ‘이 남자 뭐 하는 거야? 혹시 사이코 아냐?’

 

 그녀의 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고개를 홱 돌렸다. 그녀의 동공이 흔들렸다.

 

 ‘설마 나를 치지는 않겠지?’

 

 그가 홱 돌린 그녀의 턱 끝을 살짝 잡아당겼다.

 

 "납치된 것 치고는 너무 잘 주무신 것 같은데. 12시가 다 되서 일어난걸 보면. 그리고 이 얼굴에 턱 까지 돌아갔다면 큰일 났을 텐데. 큭 큭.

 그리고 내 이름은 아저씨가 아니라 시후, 김시후야”

 

 그가 시크한 표정으로 씨익 웃으며 뒤 돌아섰다.

 

 ‘그래, 태이 일리가 없잖아. 태이라면 나를 못 알아볼 리가 없잖아. 어리석은 기대를 하다니, 김시후.’

 

 뒤 돌아서 혼잣말 하던 그의 얼굴은 실망감으로 일그러졌다.

 

 “영감이 세탁한 옷 준비 다 됐다고 전해 달랬어.

 그리고 어젯밤 허락도 없이 데리고 와서 정말 미안해.“

 

 돌아보지도 않고 냉랭히 말하고는 그는 성큼성큼 걸어 가 버렸다. 그에게서 차가운 바람이 불었다.

 

 '저 남자 실망한 건가...?'

 

 멀어져가는 그의 넓은 어깨가 미세하게 흔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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