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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악귀(惡鬼)
작가 : 하형
작품등록일 : 2018.12.5

하루아침에 사라져버린 해, 사람들은 그 날을 '해가 타락한 날'이라고 기억했다. 세상은 혼돈에 휩싸였고, 난생 처음보는 악귀들이 대지를 점령하고 시작하는데...
한 편, 부유한 가정에 자라 기사단에 입단했던 파사르는 해가 타락하며 생겨난 의문의 질병에 걸려버린 어머니에 의해 가족 모두를 잃어버리고, 마침내 어머니마저 직접 죽여야 하는 안타까운 일을 겪게 된다. 그리고 파사르는 그 날 이후로 질병에 걸린 '비어있는 자'들과 '악귀'들의 몰살하는 데 온 생을 바치게 된다.
세월이 흘러 인간들의 모든 대지를 빼앗겨 버린 후, 마지막 남은 도시이자 천연의 요새 '테라피노'에서의 최후의 항쟁을 이어가던 인간들에게 그간 자취를 감추던 신이 나타나는데...

 
13화
작성일 : 18-12-19 18:58     조회 : 247     추천 : 0     분량 : 3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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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보여 지는 것과 달리 어울리지 않는 고요한 정적이 흐르자, 기묘한 공포심이 기사들의 발목을 붙들고 눈치를 보게 만들었다.

 도시 주민들의 부단한 노력으로 쌓아올렸을 그다지 높지 않은 벽들은 대부분이 허물어져, 크고 작은 파편들이 철문을 잃어버린 공허한 성문 주변에 쌓여 돌무덤을 연상케 했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도시의 내부와 외부를 잇는 사각의 테두리가 지옥을 연결하는 출입구로 느껴졌다.

 

 “내 이름은 하렐! 영광스러운 레기온의 국왕, 팔토 3세의 국민이자! 리치타의 영주 프로센트님에게 충성을 맹세한 기사이다! 나는 오늘 수호해야 할 영지는 잃었지만, 나를 거둔 주인의 곁으로 돌아가 끝까지 그를 지킬 것이다. 남아 있을 자는 여기에 남고, 나와 함께 돌아갈 자는 전투를 준비하라!”

 

 말릴 겨를도 없이, 그간 선두에 서서 내달렸던 리치타 소속의 기사 하렐이 땅에 나뒹구는 방패 하나를 집어 들어 소리쳤다.

 마땅히 무리를 이끄는 리더가 없어 우왕좌왕할 수도 있는 상황에서 그의 용기는 마땅히 본받을 만 했다.

 그를 증명하듯 그에게 동조한 이들이 하나 둘씩 나타나, 전투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었다─무기를 버리고 도망 온 자는 그나마 온전한 무기를 줍기에 바빴다.

 

 “밀집대형! 괜한 자리싸움으로 힘을 소비하지 마라. 전투가 벌어지면 안이나 바깥이나 죽는 건 마찬가지다.”

 

 600이 넘는 기사단의 인원 중 겨우 80이 넘는 숫자의 기사만이 살아남아 4열 횡대를 이루었다.

 파사르는 대열에 섞이지 않고 멀찍이 떨어져 앞으로 일어날 일들에 대해 주시했다.

 아직 안전이 증명되지 않아 섣불리 움직이기에는 위험부담이 너무나 컸다.

 더군다나 악귀들이 날뛰고 있는 세상에서 ‘괴물’이라고 불릴 만 한 존재가 무엇인지 철저하게 파악하고 싶었다.

 

 “전진.”

 

 구호가 떨어지자, 현 시점에서는 오합지졸이라 불러도 과언이 아닌 기사들의 무거운 발걸음이 척척 거리는 구두소리를 내며 움직였다.

 희한하게도 같이 훈련을 해본적도 없는 각 도시의 기사단들이 한데 뒤엉켜있는데도 몇 년을 같이 지낸 동료인 냥, 발구름은 흐트러짐 없이 일정하게 맞아 떨어졌다─확실컨대 똘똘 뭉쳐야 살아남는다는 긴밀한 유대감이 그들을 하나로 묶고 있으리라.

 

 1열이 성문을 넘고 2열, 3열이 따라 발을 내딛었다.

 제일 먼저 바깥 공기를 맞이한 기사들은 마른침을 꼴깍꼴깍 삼키기에 바빴다.

 확장된 눈으로 밤인지 낮인지 모를, 짙은 어둠이 깔린 시야를 살피다가도 소름끼치는 고요함에 몸을 부르르 떨기도 했다.

 행과 열에 가장 바깥쪽에 선 인원들은 횃불을 들고 있긴 했지만, 칠흑으로 뒤덮은 공간에 코앞만을 비춰줄 뿐 무엇이 어디에 숨어 있는지는 알려주지 못했다.

 깊숙한 어둠 안에서 기사들의 불안감은 점차 고조되고 있었다.

 

 마침내 대형의 마지막 열까지 성문을 나섰다.

 극악으로 치솟는 불안감에 모두들 신경을 곤두세웠다.

 하지만 너무나도 조용하기만 한 공간에서 아무런 일도 벌어지지 않았다.

 기사단장이 말한 ‘괴물’이란 존재도 나타나지 않았고, 월광이 시원스레 비추는 날이 아닌데도 대대적인 물량공세를 펼쳐 도시를 포위하던 악귀들의 역겨운 울음소리도 언제 그랬냐는 듯 일체 들리지 않았다.

 

 “속도를, 속도를 올린다!”

 

 어느새 살아남은 무리의 대장이 되어버린 하렐이 약간은 격양된 목소리로 명령을 내렸다.

 그가 판단하기에 어떤 연유인지는 몰라도 악귀들은 물러난 것이 분명했다.

 지금이라면 빠져나갈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언제 놈들이 돌아와 덮칠지 모르니, 조금이라도 더 멀리 달아나기 위해 하렐은 기사들에게 행군속도를 재촉했다.

 계속되는 전투와 뜀박질에 지칠 법도 한데 기사들의 숨소리에는 고단함의 한숨 대신 기쁨이 얼핏 묻어나왔다.

 

 “제기랄, 제기랄. 살았어! 살았다고! 악귀고 뭐고 오프레에 도착하면 시원한 맥주 한 잔 들이켜고 목욕 좀 해야겠어.”

 “조용히 해. 아직 완전히 끝난 것도 아니잖아.”

 “하하하. 그래도 나는 토끼 같은 딸내미 얼굴을 얼른 보고……어?”

 

 일순간이었다.

 긴장의 끈을 느슨하게 풀어버린 지 얼마 되지 않아 딸을 추억하던 이와 동시에 네, 다섯 명의 몸통이 반으로 부서졌다.

 보통은 베여서 잘라졌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을 텐데, 그들은 그렇게 표현할 수 없었다.

 들뜬 마음에 다소 말소리를 높인 게 흠이었다.

 바람을 뭉개며 날아오는 둔기의 소리를 깨닫지 못한 그들에게 찾아온 건 끔찍한 통증이었다.

 

 “이게, 이게 무슨……내 몸, 내 다리가? 다리가 어디 있지? 딸을 만나야 해. 다리가 없으면 만나러 갈 수가 없잖아. 응? 이봐, 이봐! 내 다리가, 내 다리가……”

 “아아, 살려줘. 살려줘!!! 너무 아파!!!”

 

 희망을 얘기한 웃음소리가 잠깐 사이에 곡소리로 바뀌었다.

 으깨지다시피 떨어진 두 짝의 몸통에서 흐르는 장기들을 주어 담는 기사의 표정은 죽음을 애써 거부하고 있었다.

 고통에 몸부림치는 이의 비명은 하늘까지 닿아 구름을 찢었고, 입을 벌리지도 못할 정도의 충격에 부르르 경련을 일으키는 자는 차라리 죽음에 어서 당도하길 바라고 있었다.

 

 “대형의 간격을 벌리고 방패를 단단히 잡아라. 어디서 공격이 날아올지 모른다. 횃불을 든 자는 앞으로 내세우고, 움직임이 보인다면 즉각 보고 하라. 경계를 늦추지 마라!”

 

 동요하는 기사들을 진정시키기 위해 목청을 높인 하렐은 직접 횃불을 뺏어들고 사주경계를 펼쳤다.

 그러나 파도치는 불꽃 너머로 넘실대는 시야에는 그저 아득하기만 한 어둠만이 끝없이 펼쳐지고 있었다.

 피해를 받은 병사들의 비명이 계속해서 주위를 울려댔지만, 안타깝게도 그들을 보살필 시간이 없었다.

 더군다나 저 정도의 피해라면 지혈을 해도 소용이 없을 터, 목숨이 붙어있는 자들을 챙기는 것이 더 급한 일이었다.

 

 “하렐! 당신에게서 10시 방향입니다. 어서 횃불을 던지세요!”

 

 다급한 목소리가 애써 긴장을 억누르고 있던 하렐의 귓가에 꽂혔다.

 반사적으로 조언에 따라 횃불을 내던진 하렐은 튕겨져 나온 불꽃이 보여주는 거한의 실루엣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리고 그건 횃불을 따라 시선을 고정시킨 기사들과 하렐에게 경고를 해준 파사르 또한 마찬가지였다.

 

 파사르는 대열과 일정한 거리를 두고 성문을 따라 나섰었다.

 물론 안전을 위함도 있었지만, 대열을 이룬 횃불과 너무 가까이 걷는다면 눈이 어둠에 쉽사리 적응하지 못하기 때문도 있었다.

 마침 소란이 일어났을 때, 적응을 끝낸 망막이 시커먼 배경을 일그러뜨리는 무언가를 발견했고, 파사르는 그 덩치가 의례짐작으로도 큰 것으로 보아 대형류에 속하는 야수귀(野獸鬼)일 것이라 예상했다.

 물론 대형류의 야수귀라 해도 안심 할 상대는 아니었겠지만, 당시의 맞닥뜨린 악귀와 비교한다면 전자는 그저 새 발의 피에 불과했다.

 
작가의 말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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