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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나의 가벼운 연애
작가 : 다소다
작품등록일 : 2018.12.8

사랑은 아직 어수룩한 스무 살의 '송이나', 흑역사 속으로 묻은 첫 연애 이후로 항상 그 남자 '서민준'이 있었다. 이것도 일편단심이라고 할 수 있을까? 꼬이는 남자마다 황당 가득한 '강아영' 마음에 드는 남자라면 친구의 애인이라도 상관 없는 '민수연' 인생 마이웨이 '남지혜' 까지, 그들의 입학부터 졸업까지 대학생들의 리얼 현실 연애 스토리 #대학생활 #고무신 #연상연하 #막장 #캠퍼스라이프

 
12화_선을 넘어서 확인한 마음의 결말
작성일 : 18-12-19 15:33     조회 : 234     추천 : 0     분량 : 7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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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수연 페북에 사진 올라 왔더라?”

 밤 11시에 갑자기 곱창이 먹고 싶다는 아영의 톡으로 모인 자리에서 지혜가 말했다.

 

 “너 걔랑 아직도 친구야?”

 “아니, 나도 어느 순간 끊겼더라? 그냥 전체로 올린 거 몇 개만 보이던데? 바다 간 듯”

 “누구랑 갔대? 김재혁 아냐?”

 지혜의 휴대폰으로 사진을 보며 내가 발끈해서 말했다.

 

 “그건 모르겠고, 누가 찍어 준 사진이던데”

 “그년 분명 남자랑 갔을 거야. 어휴, 우리 부추 좀 더 달라고 하자”

 아영이 그릇에 남은 부추를 싹 긁어 먹으면서 말했다.

 

 “여기 강릉인가? 왠지 나 여기 김재혁이랑 갔던 곳 같은데...”

 “설마 김재혁 너랑 갔던 데를 민수연이랑 또 가진 않았겠지”

 “근데 걔 송이나 엄청 좋아하지 않았어?”

 지혜가 묻는다.

 

 “초반에는, 나한테 했던 거 보면 진짜 괜찮은 남자였지”

 “그러던 애가 민수연이랑은 왜 만난대? 걔네 그러다 결혼하는 거 아냐?”

 “와 상상만 해도 끔찍한데?”

 “아니 근데 걔네 꽤 오래 만나지 않았어?”

 “그러면 김재혁이 아까운데, 민수연 그러고 다닌 거 알면서”

 

 “야 끼리끼리 논다는 말 모르냐? 김재혁도 딱 거기까지인 거지”

 “내가... 그런 놈으로 만든 게 아닐까”

 내 한마디에 순간 1초 정도 정적이 흘렀다가 아영이 내 어깨를 토닥인다.

 

 “쏭 네 잘못이 아주~ 전~혀 없지는 않지. 무서운 여자...!”

 “아니거든...! 술이나 더 시켜, 사장님~”

 

 순수한 남자였다. 감정이 겉으로 다 드러나서 나에 대한 마음이 다 보이던 남자.

 나를 좋아하는 마음이 눈으로 보여서 그 서투름에 내 마음을 따뜻하게 했던 남자.

 그런 사람이었다. 그 때는...

 

 .

 .

 .

 

 “파덕! 우리 놀러 갈까?”

 “응?”

 “우리 이제 방학이잖아~ 너 군대 가기 전에 기념으로?”

 “그걸 왜 기념해여...”

 종강하는 날, 재혁과 집으로 가는 길에 문득 바다가 생각난 나는 겨울 여행을 가자고 했다.

 재혁의 입대는 앞으로 2주 정도가 남았다. 또 군대를 보내다니...

 정말 나 자신이 어떤 의미에서는 대단하다.

 재혁이 나주로 내려가면 보기 어려워서, 같이 있을 수 있는 시간은 일주일 남짓 남아 있었다.

 

 .

 .

 

 “누나 이거 살까요?”

 우리는 강릉에 도착해서 장을 보러 갔다.

 

 “..그걸 어떻게 먹게?”

 “제가 오늘 저녁 만들게여 기대하시라”

 “그래 만들어 주는 건 좋은데 지금 들고 있는 건 내려 놓지?”

 “왜요 이거 물 붓고 끓여서 먹는 거 아니에여?”

 내가 한 번 더 째려보자, 재혁은 조용히 들고 있던 랍스터를 내려놓았다.

 

 “파덕 너 요리 잘 해? 뭐 해 봤는데?”

 “음… 라면은 끓여 봤는데.. 인터넷에서 레시피 보고 만들면 되져”

 “흐음…. “

 못미더운 듯이 쳐다보자 재혁이 큰소리를 친다.

 

 “아 이번에는 진짜라니까여~ 누나 지금 빼빼로 데이 생각했죠? 그건 실수라니까~

 우리 저번 주에 데이트 할 때 먹었던 거, 그거 해 줄게여. 누나가 시켰던 하얀 거“

 “오 까르보나라 만들어 주게? 베이컨도 넣어 줄 거야?”

 “베이컨이 뭔데여?”

 “......”

 “왜여~ 응? 누나 베이컨이 뭔데? 고기?”

 “진짜 걱정된다.. 그래 뭐 오늘 저녁은 네가 해 주는 거 먹고 내일 아침은 뭐 먹을까? 라면?”

 “난 아침에 밥이 좋은데... 3분 카레라도 살까여?”

 “그래 그럼 난 3분 짜장으로 할래”

 고작 음식 재료 하나 가지고 이렇게 이야깃거리가 많은 게 신기하고 즐거웠다.

 아직 여행은 시작도 안 했는데 벌써부터 설렌다. 재혁이 해 준다는 저녁도 기대가 된다.

 역시 재혁과 둘이 있으면 마음이 편안하다. 꾸밈없이 나 그대로 있을 수 있는 기분...

 

 “이제 가자. 여기서 버스 타면 된다고 했지?”

 장을 보고 우리는 숙소에 짐을 정리하고 밖으로 나왔다.

 날이 추워서 그런 지 주변에 인적이 드물었다. 나와 재혁은 걸어서 근처 해수욕장으로 갔다.

 

 .

 

 “와... 진..짜..춥다...!!”

 재혁이 이를 악물고 덜덜 떨면서 말했다.

 

 “그..러게..! 바람 왜 이렇게 많이 불어”

 안 그래도 추운 날이었는데 바닷바람은 더욱 거세서 귀가 떨어져 나갈 것 같았다.

 

 “그래도.. 우리.. 여기까지 왔는데 사진이라도 많이 찍자”

 나는 이를 따닥거리며 휴대폰을 꺼냈다. 얼굴이 얼어서 웃기도 힘든 상황에

 바람에 날리는 머리카락을 겨우 정돈해서 사진을 몇 장 찍고, 손이 너무 시려서

 주머니에 넣고 몸을 웅크리고 있는데 재혁이 어딘가에서 막대기를 하나 주워 왔다.

 

 “누나 제가 이름 써 줄게여”

 재혁이 새빨갛게 얼은 손으로 바닷가에 ‘송이나’를 쓰고 하트를 그리는데

 파도가 깨끗이 지워 버린다.

 

 “으아악!!!”

 “크크크 바보 포기해~”

 “안 돼여 사진 찍을 거예요”

 재혁은 꿋꿋하게 다시 글씨를 쓰고 사진으로 남기는 데에 성공했지만,

 조금 큰 파도에 신발이 젖었다.

 

 “..누나 ...나 발에 동상 걸릴 것 같아...!”

 이를 딱딱 부딪치며 재혁이 고통을 호소한다.

 

 “얼른 들어가자. 아 잠깐만”

 나는 가기 전에 바닷가의 고운 모래를 조금 유리병에 담았다.

 

 “헤헤 기념! 저번 주에 같이 샀던 거!”

 모래가 담긴 유리병을 보여주며 웃자 재혁이 내 입술에 쪽 뽀뽀를 한다.

 

 “뭐하는 거야~ 밖에서~”

 “추워서 우리 둘밖에 없는데 뭘, 그러게 누가 그렇게 귀엽게 웃으래요”

 “으이그~ 얼른 들어가자 너 발 얼겠다”

 “이미 얼은 것 같아여…”

 

 .

 

 펜션에 오자마자 재혁이 먼저 뜨거운 물로 몸을 녹이고, 그 다음에 내가 씻고 나오니

 재혁이 냉장고를 열고 부스럭대고 있었다.

 

 “잘 할 수 있겠어?”

 역시 걱정이 돼서 기웃거리며 주방으로 들어가자 재혁이 나를 밀어 낸다.

 

 “에헤이 오늘 내가 만든다니까~ 누나는 여기 앉아서 TV나 보고 계세여~”

 “내가 진짜 안 도와줘도 돼?”

 “진짜 기대 하라니까~~”

 나를 소파에 앉히고 재혁은 흥얼거리며 주방으로 들어갔다.

 나는 TV를 보는 척 했지만 곁눈질로 재혁을 보느라 바빴다.

 뭘 준비하는 건지 주방이 시끄럽고 부산스럽다.

 

 지금도 내 엄지손가락에 끼워져 있는 커플링이라던가,

 접착제로 붙인 빼빼로 과자 집이라던가... 의욕은 앞섰지만 허술한 면이 있어서

 솔직히 기대는 별로 하지 않았다. 그래도 어떤 음식이 나올 지 다른 의미로

 기대 되긴 한다. 아까 그냥 토마토소스를 사올 걸 그랬나...

 추운 바닷바람을 잔뜩 맞고 따뜻한 물로 씻고 나왔더니 노곤 노곤해져서 스르륵 잠이 들었다.

 

 .

 

 “누나!”

 “응? 어.. 다 했어?”

 “와 고새를 못 기다리고 잠 들기 있기? 없기?”

 “아까 피곤 했나봐 미안~ 다 만들었어?”

 “네 누나 보면 완전 깜짝 놀랄 거에여”

 주방으로 가서 재혁이 차려낸 한 상은 정말 놀라웠다.

 

 “웬... 이게 뭐야? 짜장면?”

 “파스타 면을 삶아서 우유를 넣는 것 까진 성공 했는데...

 냄비 옮기다가 엎어서... 우유가 이제 없어서...“

 재혁이 뻘쭘해하며 변명한다. 주방 구석에 3분 짜장 빈 곽이 눈에 띄었다.

 

 “이건 뭐야?”

 까무잡잡한 고기가 쌓여 있는 접시를 가리키며 물었다.

 

 “찹 스테이크..? 헤헤”

 파스타에 스테이크가 정석이라는 재혁의 말에 분명이 고기를 사긴 했다.

 굽기만 하면 되는 거니까, 이 정도는 문제없겠지 하고 큰맘 먹고 구입했던 소고기였다.

 

 “비싼... 소고기를...!!!”

 “굽다가 아~주 조금, 아니.. 좀 많이 타서, 탄 부분을 잘라 냈더니...”

 재혁이 긁적인다. 못 살아 정말

 

 “으이그~ 고생했어~ 어디 먹어볼까?”

 젓가락을 들자 재혁이 조금 긴장한다. 생긴 것과 다르게 못 먹을 정도는 아니었다.

 

 “그럭저럭 먹을 만 한데?”

 “그렇죠?”

 “크크 바보 파스타면으로 짜장면 만드는 애는 처음 봤다”

 “그래도 의외로 괜찮지 않아여? 면은 ‘알덴테’로 삶았어요”

 “쓸데없는 데 정성을 들인 것 같은데~ 맥주 마실까?”

 “아, 맥주도 냉동실에 넣어놨죠~ 가지고 올게여”

 재혁이 만든 기괴한 요리를 안주 삼아 우리는 맥주를 한 잔 했다.

 빈 맥주 캔이 하나 둘씩 쌓여가고, 어느덧 취기가 오른 우리 둘은

 그냥 아무 이야기나 떠들어 대며 웃었다. 비틀거리며 화장실에 가던 재혁이

 자리로 돌아와 아까보다 또렷해진 눈으로 말했다.

 

 “누나, 저 할 말 있어요... 저... 솔직히 다 알고 있었어요.

 누나 전에 사귀었던 남자 친구에 대해서요“

 갑작스런 재혁의 말에 가슴이 철렁한다.

 

 “뭐...를?”

 “누나가 사귀었던 전 남친이요. 다 군대 때문에 헤어졌다면서요.

 군대 가고 난 다음에 헤어진 사람도 있고...

 근데, 맞아요. 원래 군대 가기 전에 헤어지고 가는 게 맞는 거래요“

 아아.. 그 얘기였구나.

 나는 내심 안도하며 재혁의 등을 토닥였다. 술이 깨는 것 같다.

 

 “저도 어떻게 할까 고민 많이 했는데여... 저... 누나 못 놔줄 것 같아여...

 또 힘들게 해서 미안해요 누나... 그래도 진짜 너무 미안한데... 부탁 하나만 할게여.

 저 기다려 주면 안 돼요?“

 재혁이 바닥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저... 누나 진짜 많이 좋아하는 것 같아여. 제가 더 잘 할게요 그러니까...”

 나는 아무 말 없이 재혁을 안아줬다.

 

 “나도.. 잘 할게, 나도...”

 

 .

 

 다음 날 아침, 술을 많이 마셨는지 아직 일어나지 않은 재혁을 두고

 나는 근처 편의점에 다녀왔다. 딱히 마땅한 게 없어서 결국 라면을 사서 돌아가는데,

 펜션 앞 우체통이 눈에 띈다. 마친 펜션 주인 분이 마당으로 나오셔서 인사를 건넨다.

 

 “아이고 잘 주무셨어요? 오늘도 춥죠?”

 “아, 안녕하세요~ 사장님, 이건 뭐예요?”

 “아~그거 저희 펜션에서 하는 서비스인데, 느린 우체통이라고

 손님들이 엽서 써서 우체통에 넣어주시면 100일 뒤에 보내드려요“

 “와~ 이거 저희도 해도 돼요?”

 “그럼요~ 엽서 드릴까요?”

 “네! 우와~ 감사합니다~”

 나는 엽서를 받아서 방으로 들어갔다. 잠에서 깬 재혁이 부스스한 머리로 묻는다.

 

 “이잉.. 누나 어디 갔었어.. 일어났는데 없어져서 깜짝 놀랐잖아여..”

 “라면 좀 사 왔어~ 이것 봐라”

 “뭐예요?”

 “이거 엽서 써서 저기 밖에 우체통에 넣으면 100일 뒤에 보내 준대”

 “오...”

 “우리도 이거 쓰자. 아, 근데 나는 주소를 어디로 하지... 너 군대 가잖아”

 “그러게... 누나는 내년에도 지금 사는 데서 살 거예요?”

 “응 아마 그럴 것 같아”

 “그럼 내가 써서 누나네 자취방으로 보낼게, 나중에 100일 뒤에 봐요”

 “나만 받아도 되나?”

 “에이~ 제가 마음을 담아서 러브레터 한 장 써 줄게여”

 재혁은 손으로 힘껏 가려가며 엽서를 써 내려갔다.

 

 “안 본다니까~ 진짜”

 “그래도”

 끝까지 내용을 꽁꽁 숨기며 엽서를 쓴 재혁은 결국 내게 한 글자도

 안 보여주고 우체통에 넣는데 성공했다.

 

 “나중에 100일 뒤에 읽어 봐여”

 

 .

 .

 

 여행이 끝나고 재혁은 자취방을 정리했다.

 나주로 가는 버스 앞에서 우리는 마지막 인사를 해야 했다.

 

 “미안해 너 훈련소에 같이 못 가서..”

 “에이 엄마 아빠랑 동생도 다 같이 갈 건데요 뭘, 누나 계절학기 신청했다며”

 “...나 그냥 그 날 결석하고 너 배웅하러 갈까?”

 “그러지 마요 괜찮아여 금방 또 볼 건데 뭘”

 “내가 편지 많이 쓸게. 면회도 자주 갈게”

 “말만으로도 고맙네, 누나... 고마워요”

 “당연한 거지...”

 “아 버스 출발하겠다. 누나 나 갈게, 잘 갔다 올게여. 연락 할게”

 “응...”

 재혁은 나를 한 번 꼭 안아주고 버스에 올라탔다.

 나는 버스가 출발 할 때까지 계속 손을 흔들었다.

 춥다고 들어가라는 재혁의 손짓에도 웃는 모습 보여주고 싶어서 웃으며 인사했다.

 

 .

 .

 

 재혁이 입대 하는 날, 나는 학교에서 계절학기 수업을 듣고 있었다.

 강의실 앞 복도에서 재혁과 마지막 통화를 하고, 수업을 듣는 중 마는 둥

 멍하니 앉아 있었다. 지금쯤이면 이제 훈련소로 들어갔겠네...

 마음이 뻥 뚫리는 기분이었다. 이제 익숙해 질 법도 한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그렇게 재혁이도 군대에 갔다.

 

 .

 .

 

 재혁이 입대하고 시간은 금방 지나갔다. 나는 남는 시간에 편지만 열심히 썼고,

 2주 뒤에는 기나긴 겨울방학도 끝나고 곧 개강이었다.

 우체국에서 편지를 보내고 우표를 사서 돌아오는 길에 휴대폰이 울린다. 민준이다.

 

 “준아”

 “누나~ 나 휴가 나왔어”

 “아 진짜? 이제 휴가 자주 나오네?”

 “그럼~ 이제 상병인데, 우리 밥이나 먹을까?”

 “언제?”

 “누나 시간 언제 되는데?”

 “음.. 한 번 확인해보고 내가 연락 할게”

 “그래 알았어.”

 짧은 전화 통화가 끝나고 무신경한 민준의 태도에 왠지 기분이 나빠졌다.

 얘는 내 남자 친구를 도대체 어떻게 생각하는 걸까?

 자꾸 이렇게 나한테 연락하는 이유를 알다가도 모르겠다.

 아니, 애초에 내가 안 받아주면 되는 거 아닐까?

 ...그래, 딱 한 번만 더 만나자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이번에 만나서 확실히 하자.

 

 .

 .

 

 민준의 휴가 복귀 날, 나는 그를 만났다.

 

 “어제 만나자고 하지, 오늘은 별로 시간 없는데, 우리 어디 갈까?”

 나는 민준이 내게 헤어지자고 했던 모텔로 갔다. 민준인 조금 당황했지만

 군말 없이 따라 왔다. 우리는 몸이 달아 어쩌지 못하는 커플처럼 바로 방으로 들어갔다.

 코트도 벗지 않은 채 나는 그를 침대로 밀었다.

 둘 사이에는 어색한 침묵만이 흘렀다.

 

 “누나 갑자기 왜 그래.. 여기 온 것도 그렇고”

 “내가.. 너 좋아하는 거 알잖아...”

 민준에게 입을 맞추며 조금 서글픈 생각이 들었다.

 사랑하는 사이에서 나누는 키스가 아닌, 이렇게 사랑을 확인 받고 싶어서

 하는 키스라니 뭔가 슬펐다. 그대로 누워 내 옷을 벗기며 민준이 다시 묻는다.

 

 “누나 진짜 괜찮아? 지금이라도 말 하면 안 할게”

 나는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

 “...누나가 괜찮다고 했다. 난 이제 몰라”

 나는 나 자신을 시험하듯이 민준에게 안겼다.

 재혁이 생각났다. 이제 돌이킬 수 없다. 이 관계가 끝난 후에 그가 나를 한 번만

 안아 주기를 수도 없이 되뇌었다. 제발, 그가 나를 정말 사랑하고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싶었다.

 그가 날 안아 준다면... 정말로 나를 사랑한다면 재혁을 정리하고 그에게 돌아갈 마음이었다.

 

 ...여느 때와 같이,

 민준은 끝나고 바로 담배를 한 대 폈고, 침대에 기대어 있다가 그대로 잠들었다.

 전날 새벽까지 친구들하고 술을 마셨다더니, 코까지 골면서 자고 있다.

 

 조용한 모텔방에 민준의 규칙적인 숨소리만 들려왔다.

 갑자기 내 자신이 더럽게 느껴졌다. 나는 숨을 죽이고 침대에서 나와

 옷을 챙겨 입고 소파 구석에 앉아서 민준을 바라봤다.

 

 먼저 헤어지자고 해 놓고 나에게 계속 연락했던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나를 사랑해서? 잊지 못해서? 그럼 애초에 왜 내게 이별을 고했을까?

 

 아직 나를 사랑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가 나를 안아 줄 거라 생각했다.

 안아 줬으면 하고 바랐다. 고작 예전에 잡지에서 읽은 글 하나로 사랑을 확인하는 것도

 웃기긴 했다. 그래도 그건 그냥 계기였을 뿐,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그동안 애써 외면하고 있던 것들이 생각나기 시작했다.

 

 민준이 나를 사랑한 게 아니었던 거면 어쩌지 하고 고민했던 결과가

 사실은 역시 나를 사랑한 게 아니었구나 하고 깨닫기 싫었다.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이미 쏟아진 생각들은 걷잡을 수 없이 나를 삼켰다.

 

 자고 있는 민준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

 오늘 나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걸 알고 있는 걸까?

 그러고 보니 준이는 항상 나와 만날 때마다 당연한 듯이 관계를 가졌다.

 내 의사를 물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나도 깊게 생각 한 적 없다.

 그저 민준이 원하니까 ‘해 준다’라는 생각이었다.

 

 ...재혁이 생각났다. 이 사실을 알게 되면 분명 슬퍼하겠지.

 왠지 화를 낸다기보다 슬퍼할 게 분명할 재혁을 생각하자 눈물이 났다.

 

 나는 자고 있는 민준을 내버려 두고 모텔을 나왔다.

 이런 만남은 잘못 되었다고 오랫동안 해 왔던 생각이 이제야 매듭지어진다.

 진작 그만 했어야 했는데, 일을 이렇게까지 돌이킬 수 없을 만큼

 만들고 나서야 이제 멈춰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이렇게까지 해서 사랑을 확인 받고 싶어 했을까 후회가 된다.

 그러지 말 걸...

 

 .

 .

 .

 

 사람은 이기적이다.

 아니, 그 때의 내가 이기적이었던 거겠지

 

 이기적이던 그 때의 나는 그에게 사랑 받고 싶었다. 그에게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그 순간에도 나는, 그의 행동에 서운했고 상처 받았으므로.

 

 잘못 된 걸 알았을 때, 그걸 순순히 인정하고 바꿀 수 있는 사람이 부럽다.

 나는 그렇게까지 단단하지 못한 사람이었다. 그런 나 때문에 애꿎은 너에게 상처만 남겼다.

 

 나는 내 상처가 더 중요했고 더 아파서, 너를 신경 쓰지 못했기에 미안함만 남았다.

 
작가의 말
 

 노릇하게 구운 곱창 먹고 싶은 날이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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