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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완벽한 카산드라에게 평화로운 삶을
작가 : 인싸집순이
작품등록일 : 2018.12.1

태양의 신 아폴론의 사랑을 받아 예언능력을 받았지만 결국 비참하게 요절한 그녀, 카산드라. 하지만 이번 생에선 촉망받는 사제 베르니스 로 굵고 길게, 평화롭고 아름다운 삶을 꿈꾼다.

그러나 남들 앞길은 족집게마냥 족족 맞춰도 자신의 운명이 보이지가 않는다?! 게다가 원하는 모든 것을 들어준다는 고대예언서를 찾는 도중 의도치 않게 도둑으로 몰려 일은 점점 더 꼬여가는데...

“완벽한 사제를 연기하시느라 무척 고되시겠습니다. 베르니스 사제”
“... 무슨 말씀이신지 모르겠습니다 공작님”
“베르니스 사제 아니, 도둑이라고 해야 하나”

시몬 공작가를 위해 일하라고 협박받는 그녀 “난 그냥 평온한 삶을 원할 뿐인데!”
평온한 삶을 얻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베르니스 드니로의 좌충우돌 로맨스 판타지!

 
회고록의 과거
작성일 : 18-12-19 08:31     조회 : 289     추천 : 0     분량 : 5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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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들은 나란히 세르지오 대신관 앞에 무릎을 꿇었다. 베르니스는 힐끔 세르지오 대신관을 보았다. 못 본새에 세르지오 대신관은 더욱 피폐해져 있었다. 과연 저 사람이 프레하 제국의 대신관이라는 사람인가 싶을 정도로 말라있었다. 세르지오 대신관은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세분 다 능력이 있으시군요. 베르니스는 잘 알다시피 예지능력이 있고, 동방신농국의 황녀께선 과거를 보는 능력이 있으시군요. 아스루아 제국의 황녀께선 얼음을 다루시고...... 쿨럭”

 

 “대신관님, 무리 하시면 안 됩니다.”

 

 세르지오가 기침을 하자 세르지오의 수석 시종이 그를 부축해주었다. 그때 베르니스는 수석시종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고개를 휙 들었다. 그녀가 찾아 헤맸던 그자다. 틀림없었다.

 

 ‘...... 날 납치했던 아스루아 용병이야. 프레하어와 아스루아어를 섞어 썼던 자다.’

 

 그녀는 그 수석시종과 눈이 마주쳤는데 그녀가 고개를 돌리지도 않은 채 경계태세로 그를 보자 그 수석시종이 오히려 민망해서 시선을 돌렸다. 이것으로 명확해졌다.

 

 루시아 신전의 사람이 나를 납치하려고 했다. 대체 왜?

 

 그녀는 생각에 잠겨 어느새 자신의 앞에 서있는 세르지오도 알아채지 못했다. 그러다 그가 조용히 그녀의 머리에 손을 얹으며 축복의 주문을 외웠다. 그녀는 눈을 감았다.

 

 “......프로스페로”

 

 그의 축복으로 어쩐지 그녀의 주위 공기가 따뜻해진 것 같았다. 그녀는 눈을 떴을 때 문득 세르지오 대신관의 소매 안 쪽에 살짝 보이는 팔에 시선이 갔다. 거무스름한 문신 같기도 하면서 한편으론 뭔가 고대어 같았다.

 

 ‘......문신? 사제의 몸에 문신은 금기다. 문신은 말이 안 돼. 고대어 글자들 같은데...... 뭘까?’

 

 의문을 잔뜩 남긴 채 대면식은 그렇게 끝나버렸다. 세르지오 대신관과 레오넬2세는 가버리고 생각이 잠긴 베르니스 앞에 아까 봤던 황실수석시종 레카타가 그녀들 앞에 나타났다.

 

 “앞서 서면으로 전달했던 것처럼 황후 후보로서 일주일간 각종 예법과 프레하 제국의 역사를 배우시게 될 겁니다. 레이디들은 여기 제 2황궁에서 2주동안 지내게 되실겁니다. 부족한 점이 없도록 저희 황궁에서도 성심을 다해 모시겠습니다”

 

 레카타는 그 말을 하고는 예의바르게 목례했다. 세 명 모두 황궁시종이 붙었다. 각각의 황궁시종의 안내에 따라 2황궁의 한 침실에 도착했다.

 

 “필요한 일이 있으시면 언제든지 불러주십쇼”

 

 황궁시종은 그렇게 말하고는 침실에서 조심스레 나갔다. 베르니스는 털썩 침대에 누웠다. 천장엔 화려한 문양과 그림들이 가득했다. 그녀는 화려하지만 어색한 이 느낌이 싫다. 그녀는 황궁보다는 비교적 소박한 느낌이 나는 공작가로 돌아가고 싶어졌다.

 

 

 ***

 

 

 베르니스는 황후 후보자로서 수업을 들으면서 어쩐지 다시 테베신학교 학생 시절로 돌아간 느낌이 들었다. 3명은 모두 같은 방에서 수업을 들었는데 베르니스는 카리나 황녀와 첫만남부터 별로였으니 대화를 하지 않았다. 대신 이화 황녀와는 급속도로 친해졌다.

 

 “프레하 제국의 역사는 정말 재밌네요”

 

 이화황녀는 프레하 제국의 역사책을 덮으며 말했다. 베르니스는 프레하 제국의 역사책이라면 테베신학교에서 신물이 날 정도로 봤으니 재미가 있을 리 만무했다. 하지만 베르니스는 싱긋 웃으며 물었다.

 

 “어떤 점이요?”

 

 “두 나라 사이에서 살아남기 위해 신권의 힘을 강화시킨 것도 그렇고, 그 와중에 삼권분립의 균형을 지키기 위해 루시아 신전과 왕궁, 그리고 귀족파 까지 노력하고 있는 부분도요”

 

 그건 두 강대국 사이에서 살아남기 위한 필연적인 절차과정이라고 봐야했다. 동방신농국은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강대국이었고 아스루아는 추운 겨울이 1년 내내 지속되는 나라였기 때문에 군사력과 용병의 힘이 막강했다. 그 국가들 사이에서 살아남기 위해 신생국가는 이리저리 치일 수 밖에.

 

 “신기해요”

 

 “뭐, 프레하 제국의 역사가 원래 좀 신기하죠”

 

 베르니스는 이제 심드렁하게 말했다

 

 “아니요. 베르니스 사제 능력이요. 미래를 본다면서요”

 

 “아...... 네 맞아요. 곰곰이 생각해보면 별 쓸데없는 능력이지만”

 

 “왜요? 그것만큼 편리한 게 없을 텐데”

 

 베르니스는 ‘그 이유는 내 미래를 못 보니까요’ 라고 크게 외치고 싶었다. 남의 미래 따위 잘 봐서 뭐하나 내가 요절할 판인데.

 

 “베르니스 사제보단 내 능력이 더 쓸모없는 것 같아. 과거를 봐서 뭐할까”

 

 이화 황녀는 턱을 괴며 여유롭게 말했다. 이화 황녀의 말에 그녀는 번쩍 드는 생각이 있었다. 그녀는 이화황녀에게 가까이 다가가서 열성적으로 물었다.

 

 “과거를 보실 수 있다고 하셨죠? 이화 황녀님”

 

 “네? 아 네 뭐, 그렇죠”

 

 “어떻게 과거를 보시는 거에요?”

 

 “물건을 만지면 가능하답니다. 과거를 보고 싶은 물건이 있으신가요?”

 

 또 묘한 분위기의 미소를 짓는다. 베르니스는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 베르니스는 이어 말하려다가 멈추었다. 카리나 황녀가 둘의 대화를 엿듣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베르니스는 이화황녀에게 귓속말을 속삭였다.

 

 “오늘 밤 저녁 만찬 후 2황궁 정원에서 보실까요?”

 

 이화 황녀는 재밌다는 듯이 ‘호호, 네 좋아요’ 했다.

 저녁만찬 후 베르니스는 2황궁 정원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이윽고 2황궁 정원에 도착하자 그녀는 조그맣게 감탄사를 내뱉었다. 2황궁 정원 자체는 그렇게 크지 않지만 아기자기한 모양새가 더 예뻤다. 게다가 정원 곳곳에 켜진 등이 아기자기한 정원을 빛내주었다.

 

 “여기에요. 베르니스 사제”

 

 정원 입구 벤치에 이화 황녀가 그녀를 부르고 있었다. 베르니스는 미소 지으며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책을 내밀었다.

 

 “이건가요?”

 

 “네, 잠시 빌린 책이라...... 혹시 책장 뜯어야 한다거나 그런 건 아니겠죠?”

 

 베르니스는 자신의 능력을 생각하며 물었다. 사람 머리를 뜯어내는 건 꽤나 귀찮은 일중에 하나였다. 베르니스의 걱정스러운 표정에 이화는 키득키득 웃었다.

 

 “역시 베르니스 사제는 재밌는 분이시네요”

 

 이화의 말에 그녀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대체 어떤 점이 재밌다는지 모를 일이었다. 베르니스는 그런 그녀를 빤히 바라보며 한편으로 부러운 표정을 지었다.

 

 “댓가 없이 얻는 능력이 부럽습니다. 제 능력은 미래를 보고자 하는 이의 소유물 같은 게 있어야 하거든요. 예를 들면 머리카락이라던가”

 

 “그런 거라면 저도 댓가가 있긴 있죠. 어떤 것이든 인간의 능력 밖의 일을 행하려면 댓가가 필요하니까요. 제 담보는 신력입니다. 참고로 말하자면 여기서 신력은 신성력이라 말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보시면 됩니다.”

 

 베르니스는 새삼 이화 왕녀의 능력에 감탄했다. 그런 그녀의 표정이 드러났는지 이화 왕녀는 싱긋 웃었다.

 

 “그럼 한번 볼까요?”

 

 이화 왕녀가 신력을 발동했는지 그녀의 손에선 흰 광채가 뿜어져 나왔다. 이화왕녀가 회고록에 손을 대자 갑자기 베르니스의 눈앞이 캄캄해졌다. 그녀가 놀라서 눈을 몇 번 깜박였다. 그러자 새하얀 빛이 쏟아지더니 눈이 부셨다. 갑자기 그녀의 눈앞에 익숙한 풍경이 펼쳐졌다.

 

 ‘여긴 시몬 공작가야’

 

 베르니스는 확신할 수 있었다. 과거를 이렇게 생생하게 보여줄 수 있다니 놀라운 따름이었다. 베르니스의 눈앞엔 조슈아 시몬의 얼굴과 비슷한 중년의 남자가 어떤 책을 찢고 있었다. 중년의 남자는 자신의 앞에 서있는 베르니스를 전혀 알아차리지 못하는 것 같았다. 중년 남자는 보아하니 아무래도 오디세오 시몬처럼 보였다. 놀랍게도 그가 들고 있는 책은 이 책, 회고록이었다.

 

 ‘회고록을 소실한 사람은 필자, 그 자신이었어......! 대체 왜?’

 

 그녀는 미간을 찌푸리고 정신없이 회고록을 찢어대고 있는 오디세오 시몬을 바라보았다. 오디세오 시몬의 얼굴은 꽤나 초췌해보였다.

 

 “더 이상 악용 되선 안 돼. 영혼을 옮기는 일 따윈 절대로......!”

 

 그렇다면 소실된 부분은 영혼을 옮기는 일에 관해 써 있던 것인가. 베르니스는 착잡해졌다. 그 말은 즉 금기는 이미 행해졌다는 말이다.

 

 ‘조금 더 과거로 가볼까요?’

 

 어디선가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무래도 이화 황녀 같았다. 베르니스는 고개를 한번 끄덕였다. 그러자 다시 새하얀 빛이 쏟아져 내렸고 그녀의 눈앞엔 대리석으로 둘러싼 공간이 보였다. 익숙해 보이면서도 가본 적이 없는 곳 이다. 아까의 오디세오 시몬과 사제복을 입은 이가 다투고 있었다.

 

 ‘설마 저 사람은......’

 

 그녀는 사제복을 입은 이를 보며 식겁했다. 지금 보다 훨씬 젊은 청년의 모습을 하고있는 사제는 바로 로렌소 부신관이었다.

 

 “인간의 생기를 제물로 바쳐서까지 영원의 서의 영혼을 옮겨야겠나? 그렇게까지 해서 얻고 싶은 게 뭐야? 로렌소!”

 

 “나에겐 한 인간의 삶보다 영원의 서가 더 중요해. 시몬, 우리 함께 불멸할 수 있어. 황제보다 더 높은 곳에서 권력을 휘두르며 마음껏 살자. 영원의 서에게 소망을 비는 거야. 불멸과 권력을!”

 

 로렌소 부신관은 욕망으로 물든 눈으로 그에게 외쳤다. 로렌소 부신관은 거의 반쯤 미쳐있었다고 봐도 무방했다. 베르니스는 평생 동안 보지 못했던 욕망에 찬 로렌소 부신관의 모습에 손이 덜덜 떨려왔다. 오디세오 시몬은 로렌소 부신관에게 다가가 어깨를 잡고 흔들었다.

 

 “아니! 그런 일은 절대로 없어. 넌 미쳤어 로렌소! 정신 차려 제발!”

 

 “이미 행해졌어. 영혼은 옮겨졌어. 아주 성공적으로”

 

 로렌소 부신관은 비열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로렌소! 황제폐하께 고하겠어.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야. 다시 제자리로 돌려놔야 해.”

 

 오디세오 시몬이 홱 돌아서서 가려고 하자 갑자기 로렌소 부신관은 신성력을 이용해 푸른 칼을 생성해냈다. 그리고 자신으로부터 뒤돌아있는 오디세오 시몬에게 칼을 들이댔다. 그리곤 서슬 퍼런 얼굴로 협박했다.

 

 “오디세오, 이 일이 바깥으로 새어나간다면 난 자네를 내 손으로 직접 끝장낼지도 몰라.”

 

 “...... 죽음 따윈 두렵지 않네. 조만간 루시아 신전과 황궁에서 자네에게 청문회를 요청할거야.”

 

 오디세오 시몬은 그렇게 뒤도 돌아보지도 않고 로렌소 부신관으로부터 멀어졌다.

 갑자기 베르니스의 눈앞이 깜깜해졌다. 그리고 베르니스는 눈을 번쩍 떴다. 그녀의 눈앞에 펼쳐진 풍경은 제 2황궁 정원이었다. 부엉이의 울음소리가 멀리서 들려왔다.

 

 “어떠신가요? 원하는 걸 다 보셨나요?”

 

 베르니스의 옆에 이화황녀가 회고록을 들고 서있었다. 베르니스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화황녀는 그녀에게 회고록을 건넸다. 원하는 걸 본 정도가 아니다. 생각보다 더 많은 정보를 얻었다. 그녀는 오디세오 시몬에 대한 정보까지 얻은 걸 생각하니 조슈아에게 어떻게 이 사실을 알려할지 착잡해졌다.

 

 “네. 정말 감사드립니다”

 

 “도움이 되었다니 다행이네요.”

 

 이화황녀를 앞에 두고도 베르니스는 생각에 잠겨있었다. 이화 황녀는 피식 웃으며 내일 보자며 저녁인사를 한 뒤 베르니스와 헤어졌다. 베르니스는 그녀에게 인사하는 둥 마는 둥 하며 그녀를 보냈다.

 

 ‘좀 더 많이 정리해봐야 알겠지만 세 가지는 확실하다. 첫째, 오디세오 시몬은 역모를 꾸미지 않았다. 둘째, 내 스승은 금기를 저질렀다. 셋째, 미아와 리브로가 위험하다’

 

 그녀는 생각에 잠기며 자신의 침실로 향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문득 자신의 오른쪽 팔 부근이 가려워서 보았더니 벌레에게 물렸는지 거무스름한 자국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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