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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카이샤하스 제국 1권 ; 아이린 황비 폐하
작가 : Hella
작품등록일 : 2018.12.10

카이샤하스 제국의 황태자, 카우라 카이샤하스.
안하무인 독불장군인 그는 사실 남몰래 사랑하던 기억속 소녀가 있었다.

자그마한 문제가 있다면, 아버지가 데려온 새어머니가 그 소녀였다는거...?

아니, 저기요, 아버지. 계급장 다 떼고 얘기해 봅시다.
당장이라도 아버지 멱살잡고 패륜을 저지르고 싶었지만, 그녀는 그를 기억하지 못했다.

아버지와 결혼해버린 첫사랑에 한껏 비뚤어졌지만, 어느새에 그는 자신의 아픔을 받아들이며 성장해나간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게 뭔지 알아요?

이건 온갖 음모와 권모술수가 판치는 카이샤하스 제국 황궁에 여러분을 꼬셔서 데려가기위한 달콤한 첫걸음이에요.....ㅎ

정치물과 전쟁물에 로맨스 두방울 뿌려 봤습니다. 심심해보여서 브로맨스도 한스푼 넣었고요, 오만사람들을 다 끌어모아 얽어놓는 바람에 등장인물 많습니다.

난 코난같은 독자가 있었으면 좋겠는데..... 사실 읽어주는것만도 고맙습니다. 제가 꿈이 좀 커요ㅎ

언제나 행복한 하루 되시고요, 즐겁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사랑합니다.

 
1막;궁전_7화
작성일 : 18-12-19 01:39     조회 : 241     추천 : 0     분량 : 8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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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실 승마장은 오전부터 황자들의 승마 수업 준비로 소란스러웠다. 검술 수업보다 엄격하지 않지만 활동적인 수업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황자들이 좋아하는 수업이었다.

 

  "말을 탈 일도 없는데 도대체 왜 배우는 거예요."

 

  물론 그 '대부분'엔 소수가 제외되어 있었다. 레베카 황비 소생의 둘째 황자, 제론이 시온 가까이에 서서 불평했다. 시온은 웃으며 남동생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전쟁이 일어나면 마차에 앉아서 지휘할 수는 없잖니."

  "전쟁은 일어나지도 않을 건데요, 뭘."

 

  제론이 입을 삐죽였다. 시온은 동생의 불평을 달래기 위해 이리저리 눈을 굴렸다.

 

  "그래도, 혹시 모르잖아?"

  "만에 하나 전쟁이 일어난다고 해도, 전투 지휘를 할 사람은 카우라 황태자 저하랑 황제 폐하시면 충분하지 않아요? 게다가 황실 기사단장도 있고, 공작 전하들도 엄청난 기사단을 갖고 계신데."

 

  흠, 일어나지도 않을 전쟁으로 회유하긴 글렀나. 시온은 동생의 승마복 옷깃을 단정하게 정리해 주며 덧붙였다.

 

  "사냥 대회를 할 때에도 중요해."

  "전 사냥을 싫어해요."

  "많은 귀족들이 참여하는 대대적인 행사인걸?"

  "그래도요."

 

  제론은 퉁명스레 대답했다. 차라리 검술 수업을 하지.

 

  정확히 말하면 그는 '말'이 싫은 거였다. 거대하고, 위협적이고. 제론이 그런 생각을 가지게 된 것은 순전히 카우라 때문이었다. 시온과 제론은 어릴 적부터 레베카에게 혹독한 예의범절 교육을 받았다. 황태자의 자리를 빼앗기 위해서였다. 그에 비해 이미 황태자 자리에 있었던 카우라는,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자랐다.

 

  어렸을 적부터 승마를 즐겨 했던 카우라는 승마 수업마다 혼자 활개를 치고 다녔고, 기품 있는(카우라의 표현을 빌리자면 ‘지루한’) 황실 승마 수업만 받던 시온과 제론을 곧잘 괴롭혔다. 그의 말들은 또 어찌나 주인 닮아 성격이 불같은지. 눈앞에서 식식대며 콧김을 내뱉는 것이 여간 위협적인 게 아니었다.

 

  카우라의 말은 시온과 제론뿐만이 아니라 그들이 타고 있는 말에게도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한 번은 카우라의 승마 방해에 놀란 제론의 말이 급히 카우라의 말을 피하며 달리다가 말에서 거의 떨어질 뻔한 적도 있었다.

 

  정말 어느 구석을 보아도 좋은 기억이 단 한 점도 없는 것이 확실했다. 시온도 그런 사실을 알았기 때문에 승마 수업마다 불평하는 동생의 칭얼거림을 순순히 받아내고 있었던 것이다.

 

  "제로논드 카이샤햐스. 이제 곧 17살 성인이 될 텐데, 그러면 엄연한 카이샤하스 제국의 성인이잖니?"

 

  시온이 느릿하게 말하며 미소 지었다. 그는 제론에게 '성인다움'을 바랄 생각은 없었지만, 이젠 그가 과거의 악몽에서 벗어나길 바랐다.

 

  "성인이 되면 하고 싶지 않은 일을 어느 정도 기피할 순 있지만, 난 네가 성인이 되어도 승마를 꺼리지는 않았으면 좋겠단다. 사교를 위해서든, 건강이나 오락을 위해서든. 승마가 꼭 나쁜 것만은 아니거든."

 

  곧 성인이 된다는 말에 제론은 괜히 더 반박하기 뭐해서 입을 꾹 다물었다. 그런 그를 상냥하게 쓰다듬어준 시온이 덧붙였다.

 

  "오늘은 수업을 듣지 않아도 좋아. 내가 교수님께 말해줄게. 하지만 다음부터는 성심성의껏 참여해야 된다, 알겠지?"

  "네에."

 

  아직은 불만스러운 목소리였으나 제론도 황자의 신분으로 커온 아이였다. 그도 자신의 칭얼거림이 영원히 유효한 게 아니라는 것쯤은 잘 알고 있었다. 물론 무심한 황제와 엄격한 어머니 아래에서 기댈 곳이라곤 시온뿐이었더라도, 그것은 제론 스스로가 딛고 일어서야 할 문제였다.

 

  "형님!"

 

  막내 황자인 테디가 달려와 시온의 바짓가랑이에 매달렸다. 카우라를 제외한 황자들 중 가장 승마 수업을 좋아하는 테디였지만, 왠지 그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았다.

 

  "무슨 일이니, 테디?"

 

  시온의 물음에도 대답하지 않는 테디는 형의 옷자락에 얼굴을 묻은 채 고개만 저을 뿐이었다.

 

  "또 형님한테 매달렸냐, 울보야."

  "에~ 9살이나 먹고 아직도 울보래요."

 

  셋째, 넷째 황자들이 다가오며 놀렸다. 물론 테디는 울고 있지 않았지만, 그들이 놀리기 시작하자 설움이 북받쳤는지 훌쩍훌쩍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페오, 딘슨."

 

  시온이 낮은 목소리로 주의를 주었다. 시온이 엄격하게 나오자 그들은 잠시 멈칫하였지만 자신들은 잘못이 없다며 금방 시치미를 떼었다.

 

  "형님도 사실은 귀찮으시잖아요. 테디는 아직 정지도 제대로 못해서 형님이 계속 끌어주셔야 하니까요."

 

  셋째 황자, 페오가 볼멘소리로 중얼거리자 테디는 참고 참던 울음이 터져서 시온에게 매달렸다.

 

  "혀엉! 형 정말 귀찮아요? 응? 저 귀찮아요?"

 

  너덧 살 많은 형들이 놀리는 게 어찌나 서러운지, 테디는 눈물콧물 다 흘리며 시온의 승마복에 얼굴을 묻었다.

 

  "으헝, 형아들 미워요. 나도오, 나도 승마 잘하고 싶은데!"

 

  테디가 목 놓아 울자 시온은 급히 테디를 안아들고 페오와 딘슨을 꾸중했다.

 

  "동생한테 그런 말하면 못써!"

  "그치만 저희는 이제 형님한테 질주를 배우고 싶은데 테디 때문에 충분히 배울 수가 없잖아요!"

 

  딘슨은 지금껏 어린 테디를 챙기느라 자신들과 함께 달려 주지 않은 시온이 어지간히도 서운했던 모양이었다. 페오와 딘슨은 켈리의 소생. 나이 차이가 한 살밖에 나지 않는 그들은 어머니가 다른 자신들까지도 잘 챙겨주었던 시온을 마치 친형처럼 믿고 따랐다. 하지만 시온이 제론과 테디와 같은 레베카 소생이기 때문에 조금만 그들을 더 잘 대해주는가 싶으면 과하게 시샘하게 되는 것이었다.

 

  "얘들아, 동생을 잘 배려해 주어야지. 너희가 어렸을 때에도 분명 형이 말을 많이 끌어줬잖아?"

 

  시온이 다독이자 페오와 딘슨은 곧바로 입술을 앙다물었다. 그렇다. 두 아이는 한창 어릴 때부터 시온에게 내맡겨지다시피 했었다. 황태자는 독불장군이고, 그들의 어머니였던 켈리는 유모에게 모든 것을 내맡기는 전형적인 귀부인이었기 때문에 나이 많은 놀이 상대가 필요했던 아이들에겐 당연한 결과였다.

 

  그들이 승마를 배울 나이가 되었을 때, 그 둘의 말을 끌어주느라 시온이 신경 써주지 못했던 건 오히려 제론이었다(물론 그는 그것을 약간 바라는 눈치였긴 했지만). 그러니, 이번엔 그들이 테디에게 형을 양보해 주어야 할 때였다.

 

  "어느 누구도 처음부터 잘하지 못해. 형이 오늘은 꼭 질주를 가르쳐 줄 테니까 테디에게 먼저 양보하자, 응?"

  "……쳇."

 

  페오와 딘슨의 머리까지 골고루 쓰다듬어 준 시온은 테디를 달래 내려놓고 동생들의 옷을 다시 한 번 점검했다. 그 와중에 페오가 테디를 툭 치고는 애먼 곳을 쳐다보며 사과했다.

 

  "아까 미안해."

  "으응?"

 

  테디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페오를 바라보았다. 물론, 페오는 자신이 테디에게 사과하지 않으면 시온이 테디를 달래주느라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할 거라는, 어린아이답지 않은 계산이 녹아 있긴 했지만 테디는 그저 발개진 눈을 둥그렇게 뜨고 웅얼거렸다.

 

  "으응? 응?"

  "아까, 놀려서 미안하다고."

 

  페오가 중얼거렸다. 형이 먼저 사과하자, 딘슨도 쭈뼛거리며 다가오더니 테디를 슬쩍 건드렸다.

 

  "나도 미안해."

  "으아? 아?"

 

  당황한 테디의 어깨를 시온이 부드럽게 감쌌다. 테디가 그를 올려다보자, 시온이 슬며시 미소 지으며 속삭였다.

 

  "형들이 멋있게 먼저 사과해 줬구나. 테디도 '나도 아까 형들 밉다고 해서 미안해', 라고 해야지."

  "나, 나도 아까 형들 밉다고, 해서 미안해!"

 

  테디가 곧바로 소리쳤다. 테디가 사과를 받아주자 딘슨이 씩 웃으며 주먹으로 테디의 어깨를 툭 쳤다.

 

  "내가 나중에 질주를 가르쳐 줄 테니까 우리가 형한테 배울 때 방해하면 안 된다?"

  "알겠어!"

 

  고개까지 열심히 끄덕이는 테디의 미소에 시온은 속으로만 작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어차피 결론적으로 다섯 황자들은 모두 폐비의 아이. 황태자로 책정된 카우라가 홀로 고독을 씹으며 다니는 것은 문제 될 것이 없었지만 폐비의 황자들이 분열하는 것은 본인들의 얼굴에 침을 뱉는 행위나 다름없었다.

 

  그래도 아이들이 모두 기본 마음씨가 착해서 다행이지, 한 명이라도 카 모씨인 형을 닮았더라면 시온은 지금쯤 육아스트레스로 새파랗게 어린 네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혀를 깨물고 자살해 버렸을 지도 몰랐다.

 

  그의 눈부신 노력을 측은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은 제론이었다. 시온이야, 아이들이 착하다고 굳게 믿고 있었지만 사실 아이들은 고집도 그런 소고집이 없어서 시종들이 아뢰는 말은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다.

 

  이제 겨우 나이 좀 먹었다는 제론만이 형의 하해와 같은 마음씨를 존경해 마지않을 따름이었다. 하지만 존경은 어디까지나 존경일 뿐, 제론은 절대 따라 할 수 없는 관대함이기도 했다.

 

  시온은 페오와 딘슨을 승마 교사에게 맡긴 후 가장 얌전한 말에 테디를 태워 고삐를 잡아 쥐었다.

 

  "안장 손잡이 절대 놓으면 안 돼, 알았지?"

  "네-!"

 

  세상에서 가장 신난 얼굴인 테디는 승마장 바깥에 놓인 벤치에 느긋하게 앉아있는 제론을 향해 손도 흔들어 보였다. 제론도 못 이기는 척 테디에게 마주 손을 흔들어 주었는데, 신나게 웃던 테디가 갑자기 멈칫하곤 무엇인가에 집중하듯 눈살을 찌푸렸다.

 

  "어머니!"

 

  그리고 더 밝은 얼굴로 웃었다. 시온은 테디가 바라보는 곳을 돌아보았다. 아이린이 몇몇 시종, 시녀들을 대동하고 승마장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궁인?'

  시온이 보일 듯 말 듯하게 눈을 찌푸렸다. 그녀는 시종과 시녀들이 따라다니는 것을 매우 불편해했다. 그런데 왜……?

 

  "어머니! 같이 승마해요!"

 

  테디가 반갑게 소리치자 시온은 그를 안아서 말에서 내려주었다. 테디는 곧바로 아이린에게 달려갔다. 승마장 울타리를 그대로 넘어서 달려가는 동생을 보고는 시온이 웃으며 이마를 짚었다. 저런 똥꼬발랄한 녀석을 어쩌면 좋아.

 

  레베카가 보았다면 얼굴이 파랗게 질려서 혼꾸멍냈을 일이었지만 아이린은 오히려 너무나 예쁘게 웃으며 달려오는 황자를 마주 안아주었다.

 

  "황자님! 기분이 좋아 보이시네요."

  "네! 승마 할 때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요!"

 

  우렁차게 대답한 테디가 아이린을 잡아끌었다.

 

  "시온 형이 승마 잘 가르쳐 주세요. 이리 오세요. 같이 해요."

 

  반항할 새도 없이 끌려온 아이린에게 시온이 부드럽게 웃어주었다.

 

  "어머니, 안녕하세요? 산책 중이셨나요?"

  "네. 로렌스가 어제 미룬 국정 회의를 하느라 바빠서요."

 

  잠시 머뭇거린 아이린이 작은 목소리로 덧붙였다.

 

  "그 이가 승마장 쪽으로 가 보라고 했어요."

 

  말하자면, 로렌스가 ‘일이 바쁘니 황자들과 놀아라.’라고 한 것이다. 하지만 그녀를 불편해할 수도 있는 황자들에게 그렇게 대놓고 말할 수 없어서 목소리가 점점 작아진다는 것을 잘 아는 시온이 먼저 제안했다.

 

  "같이 승마 하시겠어요?"

 

  그가 부드러운 제스처로 한쪽 팔을 내밀었다. 그의 제안에 아이린은 꽤나 당황해 하며 어색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는데……."

  "괜찮습니다. 처음부터 잘 하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죠."

 

  시온의 배려 넘치는 말에 아이린이 조심스럽게 자신의 손을 시온이 내민 팔 위에 얹었다.

 

  "테디, 잠시만 기다리겠니?"

  "네!"

 

  테디가 환하게 웃었다. 표정이 안 좋아지는 건 수업 도중 말을 몰아 가까이 다가온 페오와 딘슨이었다.

 

  "형니임. 그럼 저희는요."

 

  아차. 시온의 늘 완벽한 미소에 금이 갔다. 이걸 어쩐다.

 

  "음, 그러면……."

  "내가 테디를 끌어줄게."

 

  울타리 밖에 있던 제론이 일어섰다. 그가 울타리 가까이 다가와 서서 말했다.

 

  "그러면 형이 어머니를 태워드린 다음에 너희를 가르쳐주면 되잖아, 그럼 됐지?"

 

  제론이 울타리 너머로 테디를 쓰다듬었다.

 

  "오늘은 내가 끌어주는 말을 타자, 괜찮지?"

 

  제론 형이? 제론이 말을 무서워한다는 것은 테디도 아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테디가 타는 말은 말들 중에서도 가장 작고 유순한 종. 중간에 카우라가 등장하여 위협하지만 않으면 되었다.

 

  뭐가 어찌되었건 가장 신나는 건 테디였다. 어머니도 끌고 왔고, 승마도 할 수 있다는 사실이 그렇게 기쁠 수가 없었다. 테디는 그저 좋아라, 했고 페오와 딘슨도 제론의 제안이 만족스러웠다.

 

  "그럼 어머니, 가시죠."

 

  시온은 아이린을 급히 따라온 하인들에게 궁에 가서 아이린이 입을만한 여성용 승마복을 가져오라고 하곤 느긋한 걸음걸이로 말들을 모아둔 목장 앞으로 그녀를 에스코트했다.

 

  "죄송해요, 저 때문에……."

 

  아이린은 -다행이 잠시뿐이었지만- 동생들 사이에서 곤란해했던 시온에게 그렇게 미안할 수가 없었다. 안 그래도 로렌스에게 등 떠밀려 기별도 없이 등장한 상황. 눈치를 보아하니, 시온은 승마장에서 동생들의 최고 인기남이었다. 그런 그를 새치기하듯 쏙 채간 모양새가 되었으니…….

  아이린이 몸 둘 바를 몰라 하자 시온이 그의 팔에 얹어진 그녀의 손을 토닥였다.

 

  "괜찮습니다. 제론이 도와주겠다고 나서줘서 결론적으로 아무 문제없었잖아요?"

 

  시온이 싱긋 웃어 보였다. 하지만 아이린의 미안한 마음을 달래기엔 걸리는 것이 많았다.

 

  "제론 황자님은 말을 무서워하시는 걸로 알고 있었는데……."

  "테디가 타는 말은 말들 중에서도 가장 순한 말이라 괜찮습니다. 다른 말로, 어머니께선 가장 순한 말을 탈 수 없다는 뜻이죠."

 

  시온이 아이린을 돌아보곤 무도회장에서 첫인사를 건네는 신사처럼 허리 숙여 인사했다. 그리곤 목장을 향해 오른팔을 벌려 보였다. 그의 손끝을 향해 자연스럽게 눈길을 옮긴 아이린의 시야에 각양각색의 말들이 들어왔다.

 

  "우와, 말들이 무척 멋있어요."

 

  그녀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지는 것을 본 시온이 미소를 지었다.

 

  "카우라 황태자가 흑마를 좋아합니다. 제국의 북쪽에 좋은 말이 많이 나는데, 황태자가 직접 가서 손수 골라 데리고 온 것들도 많고요."

  "아아, 카이 황태자님께 그런 취미가 있으셨군요."

 

  시온이 멈칫했다. 카우라의 애칭을 너무나 자연스럽게 부르는 아이린이었다. 로렌스의 영향인가? 카우라가 아이린이 자신을 카이라고 부른다는 것을 알까. 이 사실을 알게 되면 카우라가 어떻게 반응할까.

 

  시온은 점점 물고 늘어지는 고민들을 멈추었다. 아이린은 여전히 호기심 어린 눈으로 말들을 구경하고 있었고, 유유히 마굿간 안을 거닐던 말들이 그녀와 제일 가까운 울타리 쪽으로 모여들었다. 처음 본 아이린이 신기한 모양이었다.

 

  "타고 싶으신 말을 골라보세요. 도와드릴게요."

 

  시온의 말에 그를 올려다본 아이린의 눈빛이 흔들렸다. 왜? 시온이 고개를 갸웃하자, 그의 눈길을 피한 아이린이 머뭇거리며 대답했다.

 

  "이 말들은 카이 황태자님의 말들이 아닌가요?"

 

  아이린은 결국 속내를 털어놓았다. 시온은 그녀를 백 번 이해한다는 표정으로 지긋이 내려다보았다.

 

  "불편하시군요."

 

 시온의 말에 아이린이 급히 입을 다물었다. 입술을 꼭 깨무는 그녀를 본 시온이 살짝 고개를 숙였다.

 

  "적당한 크기의 말을 골라오겠습니다. 제 말이나 황실 말을 타시지요."

 

  시온이 아이린에겐 늘 지어 보이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목장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아이린은 그런 시온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자신의 옆에서 무엇인가가 그림자를 드리우는 것을 알아차리곤 그 쪽을 돌아보았다.

 

  "……?"

 

  거대한 흑마 한 마리가 아이린의 앞으로 다가왔다. 그 말은 목장 안에 갇혀있지 않았다. 어떻게 된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말은 마음대로 승마장을 거니는 것 같았다.

 

  아이린은 자신의 코앞에 멈춰 선 거대한 흑마에게 전혀 두려움을 느끼지 못하고 조심스럽게 손을 뻗어 말의 콧잔등을 쓰다듬었다. 흑마는 잠시 근엄한 표정으로 아이린을 내려다보다가 그녀의 손길을 느끼는 듯 눈을 반쯤 감았다.

 

  아이린이 별 어려움 없이 말을 쓰다듬고 있을 때, 목장에서 백마 한 마리를 끌고 나오던 시온이 눈을 커다랗게 뜨고 멈춰 섰다.

 

  "-?! 저……게……, 어떻게……?"

  "황자님?"

 

  시온이 돌아온 것을 알아차린 아이린이 뒤를 돌아보며 웃어 보였다. 하지만 시온은 그녀의 밝은 표정을 보고도 전혀 안심할 수 없었다.

 

  "어머니, 움직이지 마세요."

  "예? 그게 지금 무슨 말씀-"

  "그놈이 왜- 아니, 어머니. 일단 뒤로 물러나세요. 위험합니다."

  "위험하다고요? 왜요?"

 

  여전히 흑마의 콧잔등을 쓸어주는 아이린이 물었다. 물론, 시온도 저 흑마가 지금 당장은 전혀 위험해 보이지 않았지만, 이전에 보았던 저 흑마의 이미지는 전혀 그렇지 못했다.

 

  지금껏 카우라를 제외한 그 누구에게나 위협적이었던 저 흑마는 황태자의 애마, 니게르였다. 명마들의 고장, 북쪽의 샤누 평원에서 카우라가 직접 골라 와 손수 훈련시킨 말이었다. 전문가가 아닌 카우라가 혼자 승마하기 위해 교감하였기 때문에 지금껏 니게르는 카우라가 아닌 사람의 손길을 받아들인 적이 없었다.

 

  "그 말은-!"

  "뭐야."

 

  시온과 아이린이 목소리가 난 쪽을 돌아보았다. 그곳엔 검은색 승마복을 차려입은 카우라가 다가오고 있었다. 아이린이 순식간에 긴장하는 것을 알아차린 시온이 경계하는 눈빛으로 카우라를 바라보았지만 카우라는 시온을 없는 사람 취급하며 아이린의 앞으로 가서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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