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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카이샤하스 제국 1권 ; 아이린 황비 폐하
작가 : Hella
작품등록일 : 2018.12.10

카이샤하스 제국의 황태자, 카우라 카이샤하스.
안하무인 독불장군인 그는 사실 남몰래 사랑하던 기억속 소녀가 있었다.

자그마한 문제가 있다면, 아버지가 데려온 새어머니가 그 소녀였다는거...?

아니, 저기요, 아버지. 계급장 다 떼고 얘기해 봅시다.
당장이라도 아버지 멱살잡고 패륜을 저지르고 싶었지만, 그녀는 그를 기억하지 못했다.

아버지와 결혼해버린 첫사랑에 한껏 비뚤어졌지만, 어느새에 그는 자신의 아픔을 받아들이며 성장해나간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게 뭔지 알아요?

이건 온갖 음모와 권모술수가 판치는 카이샤하스 제국 황궁에 여러분을 꼬셔서 데려가기위한 달콤한 첫걸음이에요.....ㅎ

정치물과 전쟁물에 로맨스 두방울 뿌려 봤습니다. 심심해보여서 브로맨스도 한스푼 넣었고요, 오만사람들을 다 끌어모아 얽어놓는 바람에 등장인물 많습니다.

난 코난같은 독자가 있었으면 좋겠는데..... 사실 읽어주는것만도 고맙습니다. 제가 꿈이 좀 커요ㅎ

언제나 행복한 하루 되시고요, 즐겁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사랑합니다.

 
1막;궁전_6화
작성일 : 18-12-19 01:37     조회 : 258     추천 : 0     분량 : 9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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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폐비들이 자꾸 아들들 핑계로 입궁하려 해서."

  "겨우 그런 걸로?"

 

  테앙의 얼굴에 경악이 가득 찼다. 그 정도는 늘상 있는 일일진데. 겨우 그런 데일리 고민 따위로 국정 회의를 미루게 만들어?!

 

  "그 뿐만이 아니야."

 

  로렌스가 테앙의 흥분을 가라앉힐 말을 덧붙였다. 그것뿐만이 아니라, 더 있어. 제국어는 끝까지 들어야 한단 말이야.

 

  테앙은 자신의 형이 '벨시아 후작의 공자가 후작위를 승계 받는다고?', 따위의 맹한 소리를 지껄여서 황궁에서 가장 바쁜 3인방의 스케줄을 전부 갈아엎게 만든 것을 쉽게 넘어가줄 생각이 없었다.

 

  꼭, 나를 이해시켜야 할 것이야.

  테앙은 그의 검은 눈동자를 번득이며 선심 쓰듯 말했다.

 

  "그래, 어디 그 고민들 전부 들어나 보자."

 

  로렌스는 테앙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본인이 지은 죄가 있으니 그러려니 했다. 어디까지나 잘못한 것은 자신이었고, 지금은 성실하게 그 잘못을 해명할 시간이었다.

 

  "카이가 여전히 아이린과 밥을 안 먹어."

  "그 쯤 됐으면 포기할 때 안 됐어?"

 

  테앙이 눈살을 찌푸렸다. 아무리 조카라지만, 카우라는 테앙이 두 손 두 발 다 든 사람이었다.

  테앙이 원체 남의 가정사에 간섭하는 것을 굉장히 싫어하는 사람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카우라는 옆에서 지켜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저걸 말려야 하나 말아야 하나 깊은 내적갈등에 빠지게 만들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테앙은 오히려 로렌스가 지금의 상황이 전보다 많이 나아진 것이라는 사실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처음엔 어땠냐고?

 

  테앙은 그 당시에 카우라가 상을 엎을 것을 대비해 매일 3배의 음식을 준비해야 했던 황실 요리사들의 고충을 감히 헤아릴 수 없었다.

 

  로렌스가 결혼한 다음날, 카우라는 점심식사 중간에 아이린이 등장하자 당장 먹던 음식들을 전부 바닥으로 밀어버리고는 화가 머리끝까지 난 아버지를 뒤로 한 채 유유히 방으로 돌아갔다.

 

  오, 카샤스여. 세상에 무슨 황태자 행동이 그따위냐고 물을 수 있겠냐만, 그건 무심한 황제와 병약한 고 황후의 완벽한 콜라보레이션이었기에 어느 누구도 함부로 입을 열 수 없었다. 고결하신 황후 폐하께선 이미 저세상 사람, 살아계신 황제 폐하는 이 제국의 1인자였다. 그러니 다들 쉿! 자, 황태자가 엎어 놓은 상이나 치워 볼까? 결국 죽어나는 건 궁인들뿐이었다.

 

  "난 차라리 그 애가 조용히 방구석에서 혼자 식사하는 게 굉장한 발전이라고 생각하는데."

 

  테앙이 황태자를 싫어해서 그가 천애고독 혼밥을 하는 것을 원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아니. 말을 정정하자. 테앙은 황태자가 미쳐 날뛰기 시작하면 완벽한 패닉상태에 빠졌다.

 

  한평생을 귀한 황실 핏줄을 타고났다는 이유로 교양 있는 사람들의 손에 길러지고, 교육받은 테앙카노 카이샤하스는 카우라 카이샤하스 황태자의 행동이 전혀, 1도 이해되지 않았다. 아무리 대제국의 미래 권력을 쥐고 있는 황태자라고 해도 카우라 같은 행동을 했던 사람은 카이샤하스 제국 황실 역사상 전무했다.

 

  높고 듣기 싫은 쨍그랑 소리와 흩뿌려진 국물 요리의 완벽한 조화를 마주하게 될 때마다 테앙은 머릿속이 하얘져서 밥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분간이 서질 않았다. 그런 이유에서, 테앙은 카우라가 적어도 더 이상 자신의 눈앞에 엎어진 치킨 스튜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 것에 대해 감사를 표하고 싶을 따름이었던 것이다.

 

  "무려 내가 오라고 불러도 안 온단 말이지."

  "애 좀 가만 놔 둬. 왜 형은 맨날 카우라를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야?"

 

  테앙이 눈썹을 찌푸리며 과일주스를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손이 시렸다.

 

  "자기가 같이 밥 먹기 싫어서 스스로 방에 처박히는 애를 왜 굳이 끌고 나와서 앉혀놔야겠냐는 말이야."

 

  솔직히 말해서 아이린은 황비고, 황태자인 카우라가 황비를 꺼리는 일은 말도 안 되는 일이었지만 테앙은 이제 그런 말도 안 되는 사실도 받아들일 만큼 주변인들이 충분히 괴로웠다고 생각했다. 포기하면 편할 진데. 왜 이렇게 집착하는 거야, 도대체가.

 

  "……."

  "……?"

 

  테앙은 말없이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형의 금안을 마주 응시하다가 잠시 자신이 심한 말을 했는지 되짚어보았다.

 

  "……상처받은 거야?"

  "다들 나가."

 

  로렌스의 말에 방 한 구석에서 대기하고 있던 시종들이 단체로 방을 나섰다. 테앙은 황제의 명령을 충실히 이행하는 궁인들의 뒷모습을 보면서 눈빛이 엄청나게 흔들렸다.

 

  "오, 애, 왜, 왜……."

 

  나……, 맞는 거야? 그런 거야……?!

  테앙이 울기 직전의 표정으로 로렌스를 바라보았다.

 

  동시에 마지막으로 방을 나서는 시종의 뒷모습을 흘끗거렸는데, 시종들은 단 한 점의 미련도 없다는 식으로 테앙이 구원의 눈길을 보내는 앞에서 가차 없이 방문을 닫았다.

 

  "후우."

 

  로렌스가 양손을 맞잡은 채로 깊은 한숨을 쉬었다. 테앙은 어느 타이밍에 납작 엎드려야할까 눈치만 보고 있는 실정이었다.

 

  "저기……. 형……?"

  "너, 내 편이야?"

  "……뭐?"

 

  테앙은 자신이 들은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내 편이냐니? 무슨 일곱 살짜리 꼬맹이들 편 가르기도 아니고?

 

  "그게 무슨 말이야?"

  "내가 지금 하는 말을, 어느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겠다고 맹세할 수 있냐는 말이야."

 

  로렌스의 진중한 목소리에 테앙은 잠시 혼자 겁먹었던 감정을 재정비하고 생각에 잠겼다. 자연스럽게 그의 눈썹이 찌푸려지는 건, 좋지 않은 생각이 떠올라서였다.

 

  "있지, 내가 제국 아카데미에 다니지 못했다는 사실을 다시 일깨워줘서 고맙게 생각하지만, 내가 친구가 없는 건 형도 너무나 잘 아는 사실이잖아?"

 

  전대 황태자 책봉 경쟁의 희생양으로, 8형제의 막내였던 테앙은 '어떤 세력과 붙어먹을지 모른다.'라는 둘째 황자의 주장에 따라 제국 아카데미에 입학하지 못하였다.

 

  황자들은 본래 황궁 내에서 초빙 교수의 교육을 받는 것이 일반적이었다지만 태어날 그 당시부터 이미 황제가 되기를 원하는 건장한 형이 7명이나 있었던 테앙은 어차피 황제도 못할 거, 그냥 평범하게 학교나 다니면서 놀고먹다가 작은 백작 령 하나 얻어먹고 지방으로 내려가 조용히 사는 것이 작은 꿈이라면 꿈이었다.

 

  아카데미에 입학하는 것이 무산되어서 몇 개월을 슬픔 속에 살았지만, 그래도 황자 궁 구석에서 아주 조용히 일생을 지낸다면 황제가 된 누군가에게 목숨을 구걸하고 지방으로 쫓겨나듯 도망칠 기회가 분명히 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 꿈은 모든 형들이 셋째였던 로렌스에게 죽임을 당하기 직전까지만 해도 거의 이루어 질 뻔했었는데…….

 

  "그리고, 내 목숨 줄을 전적으로 잡고 있는 형이 그런 말을 할 필요가 있나?"

 

  지방? 백작 령? 북서쪽 산 바위절벽에 줄줄이 걸려 까마귀의 먹이가 된 형들의 시체를 보면서 테앙은 백작의 'ㅂ'도 꺼내지 않았다. 그저, 국정을 도와줄 국왕이 필요하다기에 시키면 하겠노라고 납작 엎드렸을 뿐이었다.

 

  "형이 말하는 대상이 레이와 로안을 말하는 거라면 말하지 않겠다고 약속할게."

 

  테앙이 덧붙였다. 그는 전적으로 로렌스에게 복종해야하는 사람이었다. 그는 어릴 때에 꿈꿨던 인생을 눈곱만큼도 이뤄내지 못한 대신 황궁에서 호의호식하며 사주에도 없던 정치를 하게 된 것을 위안 삼았다.

 

  로렌스는 테앙의 그런 점을 확실히 꿰뚫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는 테앙의 대답이 퍽 만족스러웠다. 단순히 목숨을 연명하는 것이 유일하고도 소박한 꿈인 테앙은 평소 일이 너무 많다고 불평하는 것 이외에 로렌스가 모르는 곳에서 어두운 음모를 꾸미거나 할 만한 사람은 아니었다.

 

  "누군가 불사약을 가로챈대."

  "……뭐?"

 

  오늘 무슨 날인가? 오늘따라 충격적인 소리를 꽤 듣는 것 같은데.

  제국의 명약인 불사약을 빼돌린다니. 그건 함부로 권력을 탐하여 종국엔 재앙을 부르는 엄청난 범죄였다.

 

  "어떤 불사약? 포르테? 모르데?"

  "둘 다."

 

  로렌스의 대답에 테앙은 멍하니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제국이 숭상하는 용, 카이샤하스의 영험함을 담아 만든 불로불사약은 포르테와 모르데 두 종류로, 포르테는 그 힘이 진한 것, 모르데는 그 힘이 약한 것을 뜻했다. 계급과 공로에 따라 그 둘을 혼합하여 내리는 것이 보통이고 각각의 개수를 황실 공문서와 함께 내리는데,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레이에게 몇몇 백작 가에서 최근 먹었던 약들이 전에 먹었던 약들에 비해 효과가 떨어지는 것 같다는 보고가 올라왔어. 본래 그것은 로안의 일이지만 레이와 연줄이 있어서 직접 레이에게 개인 서신 한 백작덕분에 알게 되었지. 레이가 따로 찾아와 보고하더라고."

 

  "그래서, 형은 로안이 의심스럽단 말이지?"

 

  테앙이 조심스럽게 묻자 로렌스가 작게 끄덕했다.

 

  "정확히는 로안이 한 건지 그 밑의 사람이 한 건지 몰라. 그런데 지금 증거도 없고, 함부로 저 놈 목을 땄다간 제국이 안 돌아가게 생겼으니."

 

  테앙은 로렌스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 할 수밖에 없었다. 분명 전부터 그런 서신이 도착했을 터이고, 로안은 그것을 제대로 조사하지 않은 채 묵과한 것이기 때문에 그것만으로도 큰 범법으로 볼 수 있었으나 당장 그의 목이 바닥에 나뒹굴었다간 제국의 국정이 마비되었다.

 

  게다가 그가 한 것이라는 증거도 충분하지 않은데 함부로 죽였다가 그 밑의 사람이 로안의 사형 후에도 계속 불로불사약을 횡령한다면?

 

  국왕의 이름을 걸고 단언컨대, 그것만큼 최악의 사태는 없었다.

 

  "카우라와 폐비들만으로도 엉망진창인데, 이럴 때 대공작가를 갈아 치울 순 없어."

 

  로렌스가 깊게 한숨 쉬었다.

 

  "제발 나타나 줘, 엑시아 대공작의 후계자……."

 

  로렌스가 울먹이며 마른세수를 했다.

 

  본래 카이샤하스 제국은 두 개의 공작가와 한 개의 대공작가, 그리고 황제와 국왕, 이렇게 다섯 명이 굴리는 제국이었다. 그랬던 제국을 네 명이, 그것도 집안 일로 골머리 썩느라 0.5인분 겨우 하는 황제와 나머지 세 명이 죽어라 굴리고 있었다.

 

  그렇게 된 데는 약 10여 년 전 '엑시아 웨이트리 대공작'이라는 대단한 가문을 버리고 뛰쳐나간 가문 유일의 후계자와 그 후계자에게만 작위를 승계하겠다는 올곧은 고집을 꺾지 않은 채로 서거한 대공작이 아주 큰 공헌을 했다.

 

  그 아무리 불로불사약이라고 해도 금이야 옥이야 아끼던 단 하나의 아들을 하루아침에 잃은 아버지의 스트레스를 감당해내지 못해냈던 것이다. 대공작이 서거하였을 때는 이미 대공부인까지 병고와 스트레스로 죽고 난 뒤였기 때문에 그 대단했던 엑시아 대공작가는 대공작의 서거와 함께 완벽한 유령집안이 되었다. 그 집안에 뼈를 묻겠다고 선언한 늙은 집사가 모르데 불사약을 하사받으며 겨우 집안 회계만 굴리고 있을 뿐이었다.

 

  테앙이 손을 뻗어 형의 어깨를 토닥였다.

 

  "일단 이렇게 하자. 레이가 그 백작가나 그 외에 약이 약하다고 말하는 가문과 기밀로 접촉해서 정보를 모으는 거야."

 

  그리고 그게 확실해지면 이후에 내가 개인적으로 접촉해볼게. 테앙이 고심하며 말을 골랐다. 당장 이렇다 할 수가 나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로안의 뒤에서 뒷말이나 캐는 것이 최선이었다.

 

  "폐비들은 지방 신전에 보내버리던지. 눈앞에서 치워버리자고."

  "애들 엄만데 어떻게 그러냐."

 

  로렌스의 주저하는 목소리에 테앙이 미간을 구겼다.

 

  "그렇게 애들을 생각하는 사람이 왜 카우라를 아이린 앞에 못 앉혀놔서 안달이야, 안달이-!"

  "그래, 알았어. 알았다고."

 

  내 죄가 크네.

  로렌스가 거친 손짓으로 이마를 문질렀다.

 

  "한번만 더 들어오면 정말 지방으로 보내버려야지, 원."

 

  로렌스가 깊은 한숨을 내쉬더니 진심으로 걱정하는 바를 밝혔다.

 

  "폐비들이 자꾸 들락거리려고 기를 쓰니까 아이린이 겁을 먹어서 안타까워 못 봐주겠어. 전엔 배가 아프다고 꾀병까지 부리면서 방문을 걸어 잠그고 안 나오는 걸 보고……."

 

  로렌스가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었다.

 

  "아들놈들은 폐비들이 왔다 가면 단체로 침묵시위를 하질 않나……."

 

  절망에 빠진 황제는 말을 잇지 못했고, 그러기는 테앙도 마찬가지였다. 어휴, 그래. 형 전 부인들 기세가 대단하긴 하지.

 

  폐비되기 전엔 그리 사이가 좋지 않던 레베카와 켈리는 폐비되자마자 그 누구보다도 끈끈한 우정을 다졌다. 그들은 레베카의 사촌인 벤치스 대공작가와 본가인 후작가들을 등에 업고 한 발짝이라도 더 황궁 땅을 못 밟아 안달이었다.

 

  "이젠 카우라한테 어떤 짓을 해야 황실 예법을 지키게 할 수 있을지 감도……, 윽."

 

  로렌스가 신음소리를 내며 이마를 짚자 테앙이 급히 그에게서 손을 뗐다.

 

  "워, 워. 제발 진정해. 형도 엔조 대공작처럼 스트레스 과로사하면 곤란해."

 

  테앙이 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방문을 열었다.

 

  "따뜻한 차를 준비해 주겠어? 내 건 필요 없고, 형이 늘 마시는 거. 두통에 좋은 것 말이야."

 

  문밖에서 대기하던 시종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테앙이 그 중 한 명을 붙잡고 일렀다.

 

  "자네는 황비 좀 불러줘. 어디 있는지 알아?"

  "예, 폐하."

  "여기로 데려와줘. 차가 준비되면 노크하고, 알겠지?"

 

  테앙은 손수 문을 닫고 다시 자리로 돌아와 앉았다.

 

  "좋아 일단 진정 좀 하고, 내가 폐비들 집안에 서신 한통씩 찌를게. 카우라는, 음, 일단 놔두고. 뭔가 특별한 일이 생기지 않는 이상 굽힐 거 같지 않으니까. 그리고 아, 맞아. 포르테랑 모르데. 그건 내가 레이한테 한 번 물어보고 얘기 좀 할게."

  "이런 판국에 왕들까지 올 줄이야. 진짜,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로렌스가 스스로 머리 한 쪽을 두들겼다. 워, 워! 그만 둬! 테앙이 놀라 제지했지만 로렌스는 쉬이 두통이 가시지 않는 표정이었다.

 

  "국왕들이 오면 폐비들이 또 입궁하려고 할지도 몰라. '세리피'와 친분이 있으니까."

  "세리피도 그녀들이 폐비된 것을 아는데, 여전히 친하게 지낼까? [지아나]의 여왕은 총명하고 눈치가 빠른 여자야. 그녀도 폐비들이 다시 황비가 될 가능성은 제로라는 걸 알걸."

 

  [지아나]는 제국 동쪽에 국경을 마주한 종속국이었다. 여자들만으로 이루어진 나라로, 대륙의 끝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조선 기술과 항해술이 뛰어났다. 식료품의 반 이상을 바다에서 얻기 때문에 2년에 한 번 바다에게 제사를 지내는 '바다 축제'로 유명한 나라이기도 했다.

 

  "[지아나]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바다 축제가 이번 해였나?"

 

  테앙의 물음에 로렌스가 한쪽 눈썹을 치켜떴다.

 

  "그건 네가 알아야 하는 것 아니냐. 지금껏 바다 축제에 참석해온 사람은 내가 아니라 국왕인 너였잖아."

 

  로렌스가 짚어주자 테앙이 기함하며 입을 가렸다.

 

  "……잠깐만. 진짜 기억이 안 나. 나 작년에 축제 갔었어, 안 갔었어?"

  "그걸 나한테 물으면 어떡해."

  "오, 이런! 치맨가?"

 

  이번엔 테앙이 머리를 짚었다.

 

  "나 몇 살이야? 내 짝수 나이에 축제하지 않나?"

  "네가 몇 살인지도, 나한테 물으면 안 되지."

 

  로렌스가 핀잔을 주었지만 테앙은 절망에 빠진 얼굴로 중얼거릴 뿐이었다.

 

  "이럴 순 없어. 아니, 어떻게 이러지? 내 나이가 기억이 안 나. ……나 80살 생일파티를 몇 년 전에 했어?"

 

  로렌스가 테앙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평소엔 쉽게 볼 수 없는 차분한 눈동자로 조곤조곤 일렀다.

 

  "동생아, 내가 그걸 알았으면 네가 몇 살인지도, 네가 작년에 축제를 갔는지 안 갔는지도 기억하지 않았겠니?"

 

  "젠장, 약 부작용이다. 나이를 까먹다니. 도대체 지금이 몇 년도야?"

 

  로렌스는 이제 체념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그건 로안한테 물어봐. 걔가 매해 신년 일정을 짜니까."

  "와. 형. 이건 아니라고 봐. 우리, 뭔가 문제가 있어, 이건."

  "그래, 우리가 과로했기 때문이고, 과로한 이유는 엑시아 후계자랑 카우라, 그리고 폐비들 때문이지."

 

  바로 그 때, 시종들이 차와 다과가 준비되었다고 아뢰었다. 테앙이 들어오라고 지시했고, 그들은 조용히 준비된 차를 날랐다.

 

  궁인들이 차와 간소한 다과를 차리는 동안, 테앙과 로렌스는 각자의 머리를 붙잡고 심각한 고민에 빠져 있었다. 아무리 이야기를 해도 원점이었고, 당장 터진 문제들에 해결책은 없었다. 고민을 털어놓으면 털어놓을수록 마음의 짐이 가벼워지기는커녕 배가 되는 느낌이었다. 이걸 어째. 어쩌면 좋아.

 

  그들이 그렇게 답 없는 문제들로 골머리를 썩고, 시종들이 다과를 다 차리고 나갈 때쯤에 때마침 아이린이 도착했다.

 

  "국왕님! 부르셨다고……, 어머! 로렌스!"

 

  급히 로렌스의 앞으로 다가간 아이린이 걱정스러움이 한껏 묻어난 표정으로 물었다.

 

  "또 두통이 온 거에요? 일이 많이 힘드나요?"

  "아이린."

  "로렌스, 안색이 안 좋아요."

 

  아이린이 부드러운 손길로 로렌스의 뺨을 쓰다듬었다. 로렌스는 아이린을 끌어다 무릎 위에 앉혔다. 자연스럽게 그가 끄는 대로 끌려가 앉은 아이린이 테앙을 돌아보았다가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떴다.

 

  "국왕님도 두통이 있으세요?"

  "아이린, 궁금한 게 있어."

  "네? 무엇이요?"

 

  아이린이 파란 눈동자를 반짝이며 물었다. 테앙은 아직까지 기억이 나지 않아 괴로운 얼굴로 머리를 감싸 쥔 상태였다.

 

  "나, 작년에 혹시 외국 나갔다 온 적 있니?"

  "외국이요?"

  "응."

 

  잠시 고민한 아이린이 기억을 되짚으며 대답했다.

 

  "작년에, 두 번 다녀오셨어요. 6월이랑 12월에요."

  "정말?!"

 

  낯빛이 급격히 환해진 테앙이 아이린 쪽으로 상체를 가까이 했다.

 

  "정말이야? 두 번? 6월에 확실히 나갔던 거 맞지?!"

  "네, 저희 결혼식 끝나고 급하게 가셨었어요."

 

  자신이 기억하는 것이 확실하다는 듯, 아이린이 또렷한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6월 출국이라면, 분명히 그 목적은 '바다축제'렸다?

 

  "떨어져."

 

  로렌스가 아이린을 더 세게 끌어안으며 살벌한 표정으로 중얼거렸지만 테앙은 못 들은 척 했다.

 

  "혹시 내가 몇 살인지도 알아?"

  "……예?"

 

  아이린이 당황하자 테앙은 급히 손을 내저었다.

 

  "아아, 괜찮아, 괜찮아. 지금 여기에 아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으니 쌤쌤이지, 뭐. 그럼, 난 이만 갈게. 둘이 좋은 시간 보내. 아, 이봐. 형이 마시는 차, 내 방에도 준비해주겠어?"

 

  난생 처음 느껴본 골머리 썩는 느낌에 두통에 좋다는 차를 주문한 테앙이 신속히 방을 나가자 로렌스는 금방 눈빛을 바꾸고 멋들어진 미소를 지었다.

 

  "방해꾼이 눈치가 빠르네."

  "응? 무슨 말이에요?"

 

  아이린이 너무나 순수하게 묻자 로렌스가 아이린을 와락 끌어안았다.

 

  "행복한 시간 보내라잖아."

  "로렌스, 지금 국정회의 시간 아니었어요?"

 

  아이린의 걱정스런 물음에 로렌스가 아이린과 이마를 맞대었다.

 

  "내일로 미뤘어. 도저히 집중이 안 되서."

  "네? 내일로 미루시면 내일 일이ㅡ"

  "괜찮아, 걱정하지 마. 로안이 조정해 줄 거야."

  "그래도 몰아서 하면ㅡ"

  "괜찮아, 우리 공주님은 아무 걱정 하지 말고 내 사랑만 받아 줘."

 

  로렌스가 아이린의 볼에 자신의 볼을 대고 살짝 비볐다. 그리곤 아이린의 이마에 가벼운 키스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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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2막;정상회담_14화 2018 / 12 / 28 236 0 7755   
13 2막;정상회담_13화 2018 / 12 / 28 241 0 7345   
12 2막;정상회담_12화 2018 / 12 / 28 254 0 7729   
11 1막;궁전_11화 2018 / 12 / 28 243 0 8284   
10 1막;궁전_10화 2018 / 12 / 28 253 0 8019   
9 1막;궁전_9화 2018 / 12 / 28 234 0 7931   
8 1막;궁전_8화 2018 / 12 / 28 246 0 8095   
7 1막;궁전_7화 2018 / 12 / 19 241 0 8131   
6 1막;궁전_6화 2018 / 12 / 19 259 0 9008   
5 1막;궁전_5화 2018 / 12 / 16 231 0 6929   
4 1막;궁전_4화 2018 / 12 / 14 256 0 9642   
3 1막;궁전_3화 2018 / 12 / 12 239 0 8478   
2 1막;궁전_2화 2018 / 12 / 11 250 0 11021   
1 1막;궁전_1화(프롤로그) 2018 / 12 / 10 419 0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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