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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러블리, 바가지 (부제: 초지대교에서 만나요.)
작가 : 국화언니
작품등록일 : 2018.12.13

박하지; 유독 진상 고객들만 보면 치가 떨린다.
서비스는, 서비스를 받아 마땅한 인성의 소유자들에게만 행하는 게 당연하다.
그래서 오늘도 싸웠다. 비록 그들이 갑이고, 그들에게 고개숙여 '고객님' 소리를 해야 하지만, 그게 뭐.
그래서 더 악착같이 싸웠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진상고객들을 개조시기는 게 하지의 목표다. 지금은 비록,
작은 바다, 대명항에서 새우를 튀기고 있을지언정.

강도연; 성질머리가 보통이 아닌 여자와 얽힌 건, 인생 최대의 실수였다. 어린 동생 이연이가 자꾸 그 여자를 닮아 가는 것도 점점 두려워 진다. 안되겠다. 이연이를 위해서라도 저 여자의 성질머리를 고쳐놔야겠다. 불가능은 없다, UDT 대원 출신이자 세상 두려울 것 없는 해경특공대 명예를 걸고 반드시. 자꾸 말려들지만, 자꾸 유치해 지지만, 정신만 똑바로 차리면 불가능은 없다. 그게 도연의 새로운 목표다.

 
12. 내 방 창가에서 초지대교를
작성일 : 18-12-18 23:34     조회 : 223     추천 : 1     분량 : 43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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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사람들로 빼곡한 대명항에 쩌렁쩌렁 통괘한 웃음소리가 퍼져 나가자 가뜩이나 굳어 있던 도연의 미간에 깊은 주름이 생겨났다.

 

 그럴 일은 딱히 없지만 혹시 호출이 올지 몰라 술 대신 시켜 놓은 콜라가 도연의 마음을 대변하듯 새카맣게 빛나고 있었다.

 

 "아니 선배님, 진짜 해도 너무 한 거 아닙니까?"

 

 "이연이가 너무하지, 내가 너무하냐?"

 

 "이연이가 네 살입니까, 다섯 살입니까. 푸하하. 열 여섯이면 한창 예쁘게 연애할 나입니다."

 

 "열 여섯이면 한창 예쁘게 공부할 나이다."

 

 "아..우리 선배님 고리타분한 소리 하시네."

 

 "너도 이 담에 딸 낳아봐라. 나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을 거다. 남자는 남자가 잘 알아. 남자 머릿속엔 딱 하나야. 순진한 이연이가 그걸 모르니까 걱정인 거지."

 

 "제가 봤을 땐 말입니다, 이연이가 선배님보다 남녀관계나 연애에 대해서 더 빠삭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꼴랑 학원에서 데이트하는 건데 뭐가 그렇게 걱정이십니까? 답답하게."

 

 캬야. 싱싱한 회 한 점에 술 대신 콜라를 털어 넣은 중헌이 도연을 보며 혀를 끌끌 찼다. 나이는 한 살밖에 더 안 먹은 양반이 어째 저렇게 앞뒤 없이 꽉 막혔는지 가끔 보면 이연이가 불쌍할 지경이었다.

 .

 .

 .

 중헌이 숙소에서 재미도 없는 텔레비전 채널만 빙빙 돌리고 있을 때 유난히 우렁찼던 핸드폰 벨소리를 무시하지 않는 건 천만다행이었다.

 

 잠이나 한 숨 잘까, 운동을 하러 나갈까 머릿속에 찰나의 갈등이 막 생기려던 참이었다.

 

 [선배님.]

 

 핸드폰 속 발신자를 확인한 중헌이 잽싸게 받아 '어디십니까?'를 외치자, 도연은 기다렸다는 듯이 제 집 주소를 줄줄 읊어댔다.

 

 그리고 숙소를 떠난 지 대략 한 시간 만에 재회한 중헌과 서로 한숨을 푹푹 쉬어대며 여기 이 횟집으로 들어 선지 이제 고작 삼십 분 째 였다.

 

 "처음에 순순히 군복 입어준 것 자체가 잘못이었습니다."

 

 그러게 그런 일 있으면 저하고 상의부터 하셨어야지.

 

 질책 어린 눈으로 도연을 바라보던 중헌이 혀를 끌끌 찼다.

 

 '오빠, 고마워. 영화 잘 볼게.'

 

 '감사합니다.'

 

 제 오빠에게서 빼앗다시피 넘겨받은 영화표를, 그 하준이란 아이와 다정히 팔짱까지 끼고 흔들며 멀어져가던 두 청소년의 뒷모습을 처량하게 바라볼 줄을 어디 상상이나 했었던가.

 

 이연이와 하준이를 따라 영화관까지 가는 것도 볼썽사나운 짓일 테고, 이대로 집에 들어가 봤자 지루한 토요일은 여전히 많이 남아있었다.

 

 빛바랜 군복을 입어보겠다고 최선을 다하던 제 모습이 떠올라 문득 서글퍼진 도연이 두 번 생각할 필요도 없이 중헌을 불러낸 건,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었다.

 

 매일 질리도록 보는 얼굴이었지만 지금 이 순간 중헌만큼 반가운 얼굴은 또 없었다.

 

 "선배님, 진짜 우리 분발해야 될 것 같습니다."

 

 "뭘."

 

 "열여섯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청춘들도 연애질인데, 혈기 왕성하고 피가 끓다 못해 흘러 넘치는 우리가 연애도 못 한다는 게 말이 됩니까?"

 

 "연애질은 누가 연애질이야? 걔네 그냥 친구 사이야."

 

 "다 그렇게 시작하는 겁니다. 친한 친구에서 연인으로 발전도 하고 오빠오빠 하다가 아빠 되고 다 그런 것...아닙니다. 농담입니다. 한 잔 더 하십쇼."

 

 "오늘따라 콜라 맛이 쓰다."

 

 "그러게 말입니다. 많이 쓰면 사이다 시켜드립니까?"

 

 "섞어 마시면 뒤끝이 안 좋아. 그냥 콜라로 가자."

 

 "오케이. 이모, 여기 콜라 하나 추가요!"

 

 시원스럽게 콜라 추가를 외친 중헌이 또 다시 회 한 점을 입에 넣었다. 점심때는 훨씬 지났고 저녁때는 아직 찾아오지도 않은 애매한 시간이었지만 3층짜리 횟집은 손님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여기는 회도 회지만, 회보다 아랫층 튀김집이 더 유명합니다."

 

 "여기가 유명한 동네냐?"

 

 "그래도 수도권에선 제일 가깝기도 하고, 또 강화가는 길목 아닙니까. 새우튀김의 본거지이기도 하고. 김포 사신다는 분이 대명항 새우튀김도 모르십니까?"

 

 "너는 집이 강원도라 집 뒤는 산이고 텃밭에선 막 감자 키우고 옥수수 키우고 그러냐?"

 

 "무슨 말씀을! 저희 집은 시내입니다. 강원도 원주시! 원주시 노른자땅 아파트에서만 삼십년을 살았구만 감자,옥수수는 무슨."

 

 "이하동문이다."

 

 한 잔 해.

 

 도연이 중헌의 빈 컵에 콜라를 따랐다. 투명한 컵에 검정색 콜라가 채워지자 아주 하얗고 예뻤던, 그러나 이연의 콜라비를 맞고 눈이 뾰족해지던 여자가 떠올라 저도 모르게 쿡, 하고 웃음이 나왔다.

 

 "뭐가 웃기십니까? 하다 하다 친여동생한테 까이셔놓고."

 

 "..잘 지낼까?"

 

 "19금 영화만 아니면 귀여운 청소년들이 잘 못 지내고 있을 이유가 없지 않습니까?"

 

 "너 이새끼.. 머릿속에 19금밖에 없냐? 남자새끼들이란. 쯧쯧. 그러니까 내가 이연이 걱정이 되겠냐, 안 되겠냐? 이연이 말고 그 여자분 얘기다!"

 

 "여자? 어떤 여자? 선배님 여자있으셨습니까?"

 

 여자의 여 소리만 나와도 눈이 초롱초롱해지는 십년지기 앞에서 또 괜한소리를 했구나, 싶어진 도연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말을 말자."

 

 "여자 얘기를 왜 하다가 마십니까! 어떤 여자 말씀이십니까!"

 

 "그때 그 콜라 맞은 여자 말이야."

 

 "아, 그 아름답지만 성질은 더럽다던 여성분!"

 

 도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지하철역에서 봉투를 쥐어주고 돌아선지 삼년이 지났지만 제대로 된 사과를 하라는 전화는 단 한번도 온 일이 없었다.

 

 혹시나 싶어 핸드폰 번호를 바꾸지도 못하고, 행여 모르는 번호로 부재중 전화가 떠 있으면 다시 전화를 걸어 반드시 상대방을 확인하는 게 어느새 습관이 되어 있었다.

 

 세탁비를 변상하고도 내내 마음이 찜찜해서 잊어버릴 수 없었던 건, 그 날 그 여자가 했던 말이 전부 다 맞는 말이었기 때문이었다.

 

 처음부터 그 여자가 원했던 건 사과. 이연이의 진심어린 사과였는데 결국 약속해놓고 지켜주지 못했으니 바른 생활 사나이 가슴에 남는 건 당연지사였다.

 

 "잘 지내시지 않겠습니까? 얼굴도 예쁘신 분이."

 

 "그래. 잘 지내야지."

 

 접시에 놓인 회 한점을 집어 입으로 넣으며 도연은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

 

 "오늘은 뷰가 별로네. 사람도 너무 많고. 바람도 너무 불고."

 

 제 방 창가에 앉아 잔잔한 바다를 바라보던 하지가 열어 두었던 창문을 닫았다.

 

 바다는 잔잔했지만 바다 주변은 주말을 맞아 사람들로 북적이느라 정신이 없었다.

 

 유명한 해수욕장이 있는 건 아니었지만 으레 바닷가 마을이 그렇듯 자그마한 항구 주변으로 어시장과 젓갈, 건어물 시장이 즐비해 주말은 늘 사람들로 인산인해였다.

 

 한창 새우가 제철이라 새우튀김을 먹으러 가까운 서울에서 가족단위로 온 사람들도 한 몫 했고.

 

 "아, 시끄러."

 

 바다를 앞에 두고 1층은 새우튀김 겸 호프집, 2층은 횟집, 3층은 하지네 집이었다. 뭘 모르는 친구들은 '방에서 바다가 보인단 말야?' 하면서 부러워 했지만 한 번이라도 하지네 집을 와 본 친구들은 '와. 너 시끄러워서 어떻게 살아?' 혀를 끌끌 찼다.

 

 새벽에는 수산물시장으로 수산물을 나르느라 연신 뱃소리와 상인들 소리가 이어졌고, 아침부터 밤까지는 관광객들 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특히 이렇게 새우 제철을 맞은 주말이면 더더욱.

 

 한가지 다행인 건, 과학과 기술의 발전으로 방범 및 방음 역할을 하는 유리가 개발되었다는 점이었다.

 

 창문을 닫으면 90%, 두꺼운 커튼까지 치면 95% 쯤 소음이 차단되니 그럭저럭 살 만은 했다.

 

 관광객들이 모두 떠나가고, 활기 넘치던 어시장의 환했던 불도 전부 꺼지는 시간. 배들도 항구로 제 할 일 하러 나가기 전의 아주 깜깜한 밤이 하지가 창문을 열고 고개를 내밀어 바다를 감상하는 유일한 시간이었다.

 

 그 캄캄한 바다를 가로질러 강화도까지 닿아있는 초지대교의 야경을 보는 일은 하지의 답답한 가슴을 뻥 뚫어주곤 했다.

 

 그 넓은 서울땅에 저 하나 있을 곳 없어 다시 이 바닷가로 되돌아왔나 싶다가도 깜깜한 밤의 초지대교를 바라보면 평온한 사색에 잠기는 하지였다.

 

 그래서 언제부턴가 하지는 제 방이 좋았다.

 

 부산의 광안대교만큼이야 하겠냐 만은 제 방에서 오롯이 혼자, 여유롭고 느긋하게 즐기는 초지대교의 야경이 좋았다.

 

 초지대교를 건너면 금새 닿는 강화도도 좋았다.

 

 제 집과 마주보는 강화도 저 편에도, 저처럼 깊은 새벽에 초지대교를 바라보는 사람이 있을 것 같아서 좋았다.

 

 "하지야! 미안한데 좀 내려와! 여기 너무 바빠서!"

 

 "주말에는 나 쉬기로 한 거 몰라? "

 

 "알아, 아는데, 오늘은 진짜 너무 바빠서 그래. 일당 두 배 쳐줄게 얼른! 오늘은 1층이다!"

 

 창가에 턱을 괴고 앉아 시끌시끌한 사람들을 구경하던 하지가 갑작스런, 그렇지만 익숙한 엄마의 호출에 인상을 찌푸렸다.

 

 하지도 어엿하게 정해진 근무시간이 있건만 시도 때도 없이 불러대는 통에 주말은 무조건 쉬겠다며 선전포고를 했지만 소용 없었다.

 

 "좋기는 개뿔! 어휴 내가 빨리 서울 가든가 해야지!"

 

 창문 너머 저 멀리, 쉼없이 차들이 오가는 초지대교를 잠시 바라보던 하지가 신경질적으로 커튼을 닫았다.

 

 "나간다, 나가! 주말알바 더 구하라니까 엄마는!"

 

 평화로운 제 집 문을 벗어나자 시끌벅적한 사람들 소리가 가득했다.

 

 이번 주말도 영락없이 일순이신세구만.

 

 이름도 유치한 '새우랑 튀김이랑 비어비어'로 들어가는 하지의 뒷모습이 짠한 토요일 오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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