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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내가 처음 죽던 날. 이후
작가 : 그슨대
작품등록일 : 2018.11.20

"나는 죽었는데, 한 시간 동안은 살아 있을 수 있다고...?"
귀신의 한을 푸는 이야기가 시작된다!

 
3. 사랑 (2)
작성일 : 18-12-18 18:50     조회 : 224     추천 : 0     분량 : 5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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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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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게 나는 류버들을 만날 마지막 날(만난 지 14일째) 현신한 채로 은행에 갔지. 은행에 왜 갔냐고? 그건 바로!

 

  아름다운 이별을 준비하기 위해서.

 

  그동안 나는 죽은 사람이라 아무것도 못해줬는데, 버들이는 항상 밥 사주고, 술 사주고, 옷 사주고 그랬잖아? 그래서 은행에서 내 돈이라도 조금 주고 이제 다시는 못 만난다고 말할 계획이었지. 물론 귀신이라고 말은 못하고 외국으로 이민 간다고 그러려고.

 

  혼자서 무슨 수목드라마 찍냐고? 그건 할 말이 없네...

 

  아무튼 은행에 가서 내 계좌를 통해 현금을 인출할 계획이었어. 죽은 사람인데 계좌에서 돈 빼는 게 가능한가? 싶겠지만 아직 내 죽음은 공식적으로 등록이 안 된 것 같았거든. 그럼 왜 지금까지 얻어만 먹은 거냐고? 현금을 인출하면 언제 그랬는지 시간이 다 찍히잖아. 그래서 내가 언제 죽었는지 잘못 알려질 수도 있으니까. 그래서 뽑고 싶지 않았는데 의리는 지키는 게 좋을 것 같아서.

  그래서 돈을 뽑기 위해 은행에 가서 무인기에서 현금을 인출하려고 했지. 액수는 많진 않았지만 어차피 안 쓰니까, 라고 생각하며 돈을 딱 잡으려는 순간...

  갑자기 내 목에 칼이 들어오더라? 이게 무슨 일이냐고?

  “가만히 있어.” 낮은 중저음의 목소리가 들렸어.

  어차피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었던 게, 내 목에 들이댄 칼은 부들부들 떨리고 있어가지고 조금이라도 움직였다간 실수든 고의든 베일 것 같았거든. 아마 누군지 모르지만 상당히 긴장한 것 같아. 얼굴은 볼 수 없었지만 나이가 젊은 것 같지는 않고, 중년 같았어.

  “여기서 물러나.” 떨리는 목소리가 다시 들렸어. 불행히도 은행에는 나 하나뿐이었지.

  나는 지금까지 이런 일들은 우리나라하고 먼, 조금 못 사는 나라에서나 벌어지는 일인 줄 알았는데, 이젠 그렇게 못 믿겠어. 밤도 아닌 낮에 이런 일이 발생하다니. 요즘 살기 팍팍하다 하더니, 혹시 중년 가장인가...

  왜 이렇게 침착하고 태평하냐고? 귀신은 죽지 않잖아. 거리낄 게 뭐가 있겠어. 그렇지만 칼은 조금 겁나기는 했어. 현신하면 고통은 느끼니까 칼에 맞으면 아프겠지.

  뭔가 대책을 세워야 하는데. 현신해도 날아다닐 순 있으니까 날아서 도망칠까 했지만 그러면 이 사건은 역대급 미스터리 사건으로 남을까 봐 포기했어. 생각해 봐, 인질이 갑자기 날아서 은행 밖으로 도망친다면 얼마나 황당하겠어. 그리고 내 몸을 그대로 통과하게 만들어서 강도가 못 잡게 하는 방법도 있었지만 그것도 그냥 포기했지. 마찬가지로 내가 이상하게 보일까 봐. 현신했을 때 새롭게 생기는 능력을 쓰는 방법 하나가 남아 있긴 했지만, 그건 별 실효성은 없으니 패스.

  그냥 나는 정공법을 택했어.

  “아저씨, 손 엄청 떨리는데요...?”

  그 사람은 정곡을 찔렸는지 이를 악물고 떨리는 손을 진정시키려는 것 같았어. 나는 이대로 시간을 죽이면 목격자가 생겨 신고할 것 같아서 일단 가만히 있다가 다시 말을 걸었어.

  “제가 이대로 간다 해도 이 현금... 오늘 인출한 거라 금방 잡힐걸요? 신고를 한다면요. 그러니까 이대로 그냥 가시는 게...”

  그 사람은 잠깐 가만히 있었어. 아마 머리를 굴려 보는 거겠지? 나는 내 목 앞에 있는 칼을 주시하며 이제 그 사람이 아무 짓도 안 하고 가든, 현금만 갖고 튀든 가만히 있어야겠다고 생각했어. 어느 쪽이든 상관없을 것 같아서.

  마침내 그 사람은 마음의 결심을 한 듯 짧게 숨을 쉬었어.

  바로 그때 나는 은행 문을 박차고 들어온 사람을 보고 매우 놀랐어. 그 사람은 버들이였으니까. 어떻게 찾아왔는지는 모르겠지만, 버들이는 내가 손 쓸 틈도 없이 나를 붙잡고 있는 사람에게로 달려가더라. 어떻게 되었을 것 같니? 그 사람이 깜짝 놀라서 엉겁결에 휘두른 칼에 맞아서 쓰러졌어. 분명히 의도를 가지거나 방어하려고 휘두른 게 아니라 무심코 덤벼들어서 그런 걸거야. 그때 나는 감동받거나 걱정되기보다는 속으로 생각했어.

  ‘어이구, 이 멍청이!’

  왜 그러냐고? 나는 절대 죽지 않는데 지 혼자서 멋대로 날뛰다가 죽을 뻔 하다니, 이게 얼마나 멍청한 짓이야. 물론 걔가 내가 죽지 않는다는 걸 알 턱이 없지만, 그래도 귀신 입장에서는 한심했지. 더군다나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았잖아.

  아니, 정확히 말하면 그 틈에 그놈의 손아귀에서 빠져나오긴 했어. 칼로 내 목을 겨누고 있는데 그 칼을 사용했으니까. 하지만 그 사람은 잽싸게 튀었어.

  그 후로 어떻게 되었냐고? 잘 모르겠어. 왜냐면 그때 그 장면을 목격한 한 아줌마가 신고를 했고, 나는 재빨리 몸을 피해야 했지. 더 이상 산 사람들과 엮이는 건 곤란하니까. 나는 그래도 근처에서 버들이가 이송되는 것까지 지켜보았어.

  나는 마음이 급했어. 회귀할 시간이 다가오므로 빨리 버들이하고 마지막 인사를 해야 했지. 돈 주기로 한 건 은행이 소방차와 경찰차 때문에 마비 상태가 되어서 그냥 포기했어. 나는 부상자들이 옮겨진 인근 병원으로 빨리 날아간 다음에(생각해 보니까 현신하고 있는 상태라서 인간들도 볼 수 있었을 텐데, 하늘이 도왔는지 그날 귀신 목격담은 안 올라오더라고.) 류버들이 있는 병실을 미친 듯이 찾아서 그의 병실을 통과해 들어갔지.

  나는 류버들이 막 드라마 속의 병원 환자처럼 붕대로 칭칭 감겨져 있고 산소 호흡기 달고 있을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고. 멀쩡하게 환자복만 입은 상태로 나를 보고 놀란 눈으로 쳐다보고만 있더라. (하긴 갑자기 나타났으니.)

  “아...멀쩡하네. 엄청 걱정했는데.” 내가 말을 뗐어.

  “아, 그냥 살짝 베인 정도래요. 기절한 거는 놀라서 그런 거였고.”

  “아, 그래...”

  “뭐에요? 실망한 표정인데요?”

  버들이는 농담할 만큼 정상적인 상태였어. 나는 실망한 건 아니고 그냥 맥이 빠졌지. 그리고 가만히 생각해 보니 이제 이별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었어. 원래 돈까지 주면서 이별할 계획이었지만 그게 어그러졌으니. 나는 버들이한테 하고 싶은 말이 많았는데, 막상 걔의 얼굴을 보니까 그냥 슬퍼지기만 하더라. 류버들도 내 슬퍼하는 얼굴을 보고 얼굴색이 변했어.

  “...근데 왜 나를 위해 그렇게 한 거야? 죽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잖아.”

  이 와중에 나는 무슨 말을 하는 걸까. 회귀할 시간이 다가와서 허투루 시간을 낭비하면 안 되는데, 뚱딴지같은 소리만 하고. 이유 같은 게 뭐가 중요하다고.

  “누나가 좋으니까요.”

  버들이가 나지막하게 말했어.

  나는 그 말을 들은 후에 심장이 쿵, 내려앉는 기분이었어. 지금 이, 그러니까 내가 좋아하는 남자가 나한테 고백한 거 맞지? 그것도 드라마에서나 나올 법한 상황이나 대사로. 이렇게 로맨틱한 분위기가 또 있을까. 나는 그 순간 모든 것, 심지어 내가 귀신이라서 사랑할 수 없다는 것까지 잊고 버들이의 품에 안기...고 싶었지만 차마 그러지는 못했고 무엇을 말해야 할까 고민만 했어. 그래서 내 입술만 달싹달싹 움직였지.

  그리고 우리 둘은 한참 동안 침묵을 지켰어. 버들이도 무엇을 말할지 망설이는 눈치였지. 물론 나도 그랬고. 나는 회귀 시간이 1분 내로 다가오자 말했어.

  “나도 너 좋아해. 근데 우리가 사귀려면 네가 나에 대해 알아둬야 할 게 하나 있어. 그건 내일 내가 너를 꼭 찾아와서 말해 줄게. 그때까지만 기다려 줘.”

  어휴, 남자는 되게 로맨틱하게 고백했는데, 나는 그냥 그렇다. 그치? 그리고 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병실을 나갔고 곧바로 회귀가 되었지. 그리고 귀신이 되어 병실로 들어가서 버들이의 얼굴을 봤는데, 웃지도 울지도 않고 아리송한 표정이더라. 뭐, 내가 말한 거는 내일이면 알게 되겠지.

  그럼 내일도 만날 계획이냐고? 응.

  사귀려는 데 안 만날 순 없잖아. 내일도 만나면 모든 귀신이 보이겠지만 일단 그 전에 내가 귀신이라는 것부터 밝히고.

  귀신, 그러니까 귀신인 나를 싫어하면 어떻게 할 거냐고? 나는 그러면 어쩔 수 없이 잊어야겠지. 귀신을 보게 된 거는 내가 부른 무당이 고쳐주면 문제없어. 무책임하다고 비판하지는 말아줘. 나는 원래 그런 성격인 거 알잖아.

 

  “친구야...나 요새 고민에 빠졌다.”

  이 말은 류버들이 다 다음 날 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에게 자기 집에서 하는 말이야.

  “왜? 아, 다친 데는 괜찮아?”

  “응...칼이 다행히 스쳐 지나가서, 입원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가벼운 부상이더라고.”

  “하긴 너에게 칼을 빼앗길 정도면.”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날 사건은 거의 알려지지 않았어. 범인도 금방 잡혔는데, 초범인데다 류버들도 경상으로 그쳐서 큰 형벌은 받지 않을 것 같다고 얘기를 들었어. 나에 대해서는 버들이가 잘 말해주어서 내가 경찰서에 가서 진술할 필요는 없었지. 범행 동기는 역시 돈이 없어서 우발적인 범행이었고. 살아생전 나였다면 그 이후에 끔찍한 악몽에 시달리거나 그랬을지도 모르겠는데, 귀신의 몸으로 더 일이 커지지 않은 걸 다행으로 여겼어. 그리고 희한하게 그 사건이 버들이가 다니는 대학교에서는 좀 알려졌는데, 좀 와전되어서 버들이가 용감히 칼을 빼앗고 인질을 구했다! 는 식으로 얘기가 돌더라고. 하긴 뭐 소문이야 어떻게 부풀려지는 법이니.

  “뭐, 이제야 말하는 건데 나한테 칼을 빼앗기지는 않았어...근데 그보다.”

  “근데 네가 구해주려던 인질하고는 얘기해봤어? 네가 아는 사람이었어? 뭐 보답 같은 거 받은 거 없냐?”

  “후, 잠깐만. 내가 다 얘기할 테니까 들어봐.”

  친구는 답답한지 계속 보채고 있고, 버들이는 어떻게 말해야 할지 망설이고...보는 나도 속이 답답할 지경이었어.

  “그게...그래. 맨 처음 범인이 붙잡았던 상대는 신늘푸른산 누나였어. 그래서 앞뒤 안 가리고 그런 거지.”

  “아~ 네가 좋아하는 그 누나?”

  버들이는 이 말에 얼굴이 붉어졌어. 그런 모습도 내 눈엔 어찌나 귀여운지. 아, 미안.

  “그래...근데.”

  “응.”

  “그게...그게...”

  “응.”

  “그게...그런데.”

  “아 답답해! 빨리 말해! 남자친구 있었어? 바람났어?”

  “아니 그런 사소한 이유면 내가 고민도 안 했겠지. 만약 그렇다면 나는 바로 사랑을 포기할 각오가 되어 있다고.”

  “지랄한다. 아주 똥폼 잡네.”

  “아무튼! 그게...늘푸른산 누나를 좀 멋없게 구해주고 나서 누나가 내가 병실로 왔고 내가 거기서 고백을 했다?”

  “오~ 근데 왜? 차였어?”

  “아니, 그게 아니라...누나가 하는 말이 ‘나도 너 좋아해. 근데 우리가 사귀려면 네가 나에 대해 알아둬야 할 게 하나 있어. 그건 내일 내가 너를 꼭 찾아와서 말해 줄게. 그때까지만 기다려 줘.’라고 했어.” 버들이는 내 목소리를 흉내 내면서 말했어. 내 목소리를 그의 입에서 들으니 조금 짜증났지만 용서해 주기로 했지.

  “그럼 거절이네. 차였구나, 불쌍하게도...”

  “아니 그게 아니라 다음 날 진짜로 찾아왔어.”

  “오~그럼 받아준 거네.”

  “그래, 본론은 여기서부터야. 다음 날, 그러니까 어제 누나가 뭐라 했냐면...”

  “동성애자래?”

  “아 뭔 소리야!”

  나와 버들이 둘 다 얼굴이 붉어졌어. 근데 친구가 미워 보이진 않더라고. 당사자 앞에서 너무 말을 막 하는 거 아니냐고? 뭐, 친구한테는 내가 지금은 보이지 않으니까 그럴 수 있겠지.

  “그게...”

  버들이는 다시 한참 뜸을 들였어.

 

  “자기가 귀신이래...”

 
작가의 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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