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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천사의 후예들
작가 : paulpark
작품등록일 : 2016.9.2
천사의 후예들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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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된 여자친구의 행방을 쫒던 주인공은 그녀가 천사였던 것을 알게 된다. 그녀를 찾기 위해 '천사의 후예들'이란 비밀단체에 들어간 주인공은 천사가 되기 위한 험난한 훈련을 받은 후 천사의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 그 가운데 실종된 여자친구와 관련된 단서를 접하게 된 주인공은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여자친구를 찾기 위해 애를 쓴다.

 
6. 두 번째 회심 - 4
작성일 : 16-09-21 09:41     조회 : 706     추천 : 0     분량 : 9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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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를 대신해서 죽은 사람이 있는 것 같아요."

 "맞는 말이긴 한데 갑자기 그게 무슨 말이에요."

 "조한, 나는 죄인 중에 죄인이고 괴수 중에 괴수였어요. 동민이가 나 때문에 죽었어요."

 "천사가 죽으면 어디로 가겠어요.”

 "천국이요."

 "땅보다 천국이 더 좋으니까, 동민은 그곳으로 간 것을 좋아하고 있을 겁니다."

 "천사들을 배신한 나를 어떻게 하면 좋죠. 저는 너무 못된 사람이었어요."

 "우리가 누구죠?”

 "천사의 후예들이요."

 "우리는 천사가 아니에요. 천사의 마음을 가지고 사는 후예들일 뿐이에요. 그러니 우리도 완벽한 인격과 성격을 가지고 있지 않아요."

 "그럼, 저 말고도 죄를 지은 천사가 또 있다는 말 인가요.”

 "저를 포함한 모든 천사는 죄인이에요."

 "이해가 잘 안돼요."

 

 "그런데 누군가가 안정천사를 위해 대신 죽은 것을 어떻게 알았죠?”

 "눈을 감고 손을 모으니 알게 됐어요. 내가 얼마나 큰 죄인인가를 알자마자 나는 그 죗값을 져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나의 죗값은 사형정도는 거뜬히 나오거든요. 그럼 저는 죽었어야 하잖아요. 그런데 죄를 지은 지 꽤 오래 됐는데도 호흡할 수 있는 것을 보면 누군가 저의 죄를 대신해 죽은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했어요."

 "안정천사의 믿음은 정답이에요."

 "그럼, 누가 저를 대신해서 죽은 거죠?”

 "지금은 말할 수 없지만 언젠가 모든 사람들이 그분을 알게 될 때, 안정천사도 알게 될 거예요."

 

  6명의 천사가 눈을 비비며 방에서 나왔다. 천사들은 나를 보고 놀란 표정을 짓더니 자기들 끼리 말을 나누며 방 앞에 서있었다. 나는 그들을 볼 염치가 없었다. 조한에게 말했던 솔직한 마음을 천사들에게도 말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금세 돋아난 자아 때문은 아니었다.

 

  천사들이 나의 회개를 받아주지 않을 것 같아서 머뭇거린 것이다. 동민을 아끼던 천사들은 나를 죽이고 싶을지도 모른다. 마두를 변화시키는 것에 흥분했던 천사들은 내가 돌아오는 것을 원치 않을 지도 모른다. 나의 회개가 진심이 아니라고 쏘아붙일 수도 있고, 또 다른 실수를 저지르기에 충분한 영혼이라는 말을 조한의 귓속에 넣을 수도 있다. 나의 마음은 조마조마했다.

 

 "조한, 지금 뭐하시는 겁니까?”

 "저 사람이 왜 여기 들어와 있죠.”

 "실수가 아니라, 살인을 철저히 준비했던 사람인 걸 모르세요."

 "단의 말을 따랐던 배신자라고요!"

 "저희들을 위해서라도 아니, 죽은 동민을 위해서라도 저 사람을 내쫓으세요."

 "안정 씨, 미안한데 나가주시겠어요. 저희는 안정 씨를 볼 자신이 없어요. 저희들이 안정 씨를 미워하게 만들지 마세요. 그때 일과 안정 씨를 잊을 수 있도록 우리 곁에 오지 말아 주세요."

  조한이 천사들에게 호통을 치며 말했다.

 "사람들처럼 말하는구나."

 

  조한은 곧 무너진 표정을 지었다. 무너진 표정이란 근육이 본래의 동작과 반대되는 동작을 해서 만들어진 표정이었다. 눈을 감게 하는 근육이 눈을 뜨게 하려고 애를 써서 눈이 이상했고, 입을 벌리게 하는 근육이 입을 다물게 하려고 애를 써서 입 주변이 어색했으며, 눈썹을 위로 올려주는 근육이 눈썹을 아래로 내리려고 해서 이마에 이상한 주름이 만들어졌다. 그 표정은 조한이 나를 변호하기 위한 전 단계였다.

 

 "사람들이 사람들을 미워하는 것과 똑같은 이유로 천사가 천사를 미워하면 되겠어?"

 "저희들의 솔직한 마음은 안정 씨를 예전처럼 좋아할 수 없습니다."

 "좋아할 만한 이유가 있어서 좋아한다면 우리는 누구도 좋아할 수 없다는 것을 알잖나?”

 "그래도 동민이가 저 사람 때문에 죽었는데, 어떻게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할 수 있겠어요."

 "동민은 지옥에 있는 것이 아니야! 천국에 간 천사 때문에 슬퍼한다는 것이 옳은 건가?”

 

  나는 천사들의 앞으로 가서 무릎을 꿇었다. 내 무릎을 본 조한은 겨드랑이에 팔을 껴서 일으켜 세우려했지만 나는 움직이지 않았다. 나는 마음을 꺼내놓고 싶었다. 동민을 죽게 하고 단을 만나 죄를 지었던 마음을 꺼내서 깨끗하게 씻고 싶었다. 나는 손바닥을 마주해 위아래로 비비면서 고개를 숙인 채 죄송하다고 계속 말했다. 나는 정말 죄송했다. 정말로 미안했고, 정말로 용서받기 원했다. 천사들이 용서해 준다면, 나는 다시 힘을 얻어 하나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손에서 열이 나고, 눈에서 물이 날 때까지 계속 그렇게 했다.

 

  나는 내 앞에 있는 천사들을 볼 수 없어서 그들이 내는 소리로 그들이 내 사과를 받아들이는지 확인했다. 잠시 후, 천사들이 우는 소리가 들렸다. 한 명의 천사가 시작한 소리는 곧 다른 천사들에게 전염됐다. 그 소리는 입이나 코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라 폐나 심장 같이 몸 속 깊은 곳에서 시작된 것 이었다. 아니, 마음과 영혼에서 시작된 것이라 믿는다. 점점 커지던 그들의 소리는 내 울음소리를 작게 만들었고 그 소리 속에서 조한의 울음소리도 들렸다.

 

  그리고 곧, 조한의 소리가 모두의 소리보다 커졌다. 우리는 서로의 간격을 좁히며 손이나 어깨를 잡았다. 내 손도 두 명의 천사의 손을 잡았고 조한은 내 어깨에 얼굴을 갔다댔다. 소리로 들렸던 슬픔보다 감촉이 전해주는 슬픔이 내 영혼을 깨끗이 할 때쯤 조한이 입을 열었다.

 

 "그동안 내가 너무 미안 했어. 천사들을 위해 더 많이 기도하지 못했고, 위로가 필요한 천사들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못했어. 안정천사를 찾아가 더 일찍 이곳으로 데려 왔어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어. 나는 머리의 높이에서 자네들을 봤었어. 미안해, 이젠 내가 발이 되어 천사들을 섬길게. 나를 용서해 주겠나?”

 

 "아니에요. 조한. 모든 것이 다 제 잘못이에요. 제가 은혜로 천사가 된 게 엊그젠데 그 은혜를 잊고 안정천사를 정죄했어요. 미안해요, 안정천사. 저를 용서해 주세요. 저는 안정천사보다 더 더러운 죄인이었어요."

 

 "저도 미안해요. 안정천사. 저는 천사가 되기 전, 대천사에서 천사들을 어지럽게 했던 죄인이었어요. 옳고 그른 것을 모호하게 만들었고 선한 일을 위해 악한 방법들을 많이 썼었어요. 그러니까 저보다 더 큰 죄인은 이곳에 없어요."

 

 "다들 왜이래? 자기들이 잘못한 것이 뭐있다고, 다 내 잘못인데. 동민이가 죽기 전, 내가 대천사에 대한 임무를 완수했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거야. 조금만 나중에 일을 처리하자는 게으른 마음이 이렇게 많은 천사들을 슬프게 할 줄이야."

 

 "저도 용서해 주세요. 저는 천사가 된 것을 후회했어요. 시골에 계시는 어머니가 편찮으시고 아버지는 농사가 잘 안돼서 빚더미에 올라 앉으셨는데 저는 부모님께 아무런 도움도 드리지 못하는 것이 마음 아파 천사를 그만두고 일자리를 알아보려 했어요. 죄송해요. 천사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데… 잠시 딴 마음을 먹었던 저를 용서해 주세요."

 

 "저를 죽여주세요. 저는 천사의 탈을 쓴 악마예요. 제 마음속에는 두 명이 살고 있어요. 천사들과 같이 생활 할 때는 온갖 선한 일에 열심을 내지만 아무도 나를 보지 않을 땐 자위행위를 하고, 숨겨놓은 술을 먹고, 악성댓글을 달고, 사람들에게 받은 돈으로 검은색 속옷을 사고, 맛있는 음식과 운동화를 도둑질하고, 세상 친구들의 여자를 꾀여서 몰래 만나기도 했어요. 저를 죽여주세요. 저는 천사는커녕 착한 사람도 될 수 없는 쓰레기예요. 어서, 저를 죽여주세요. 저는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나쁜 놈이라고요!"

 

  나는 천사들의 고백을 들으며 계속 울었다. 바닥에 떨어진 그들의 솔직한 마음이 너무 고마웠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천사들도 모두 그들의 연약함을 가지고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다는 것이 계속 눈물을 만들었다. 천사들은 얼마나 힘들었을까? 육체속의 또 다른 법이 선한 마음을 이기려고 할 때마다 얼마나 괴로웠을까? 겉으론 온화한 미소와 확신에 찬 표정으로 생활했지만, 그들의 속은 약한 과일이었다. 그들의 과일은 얼마나 많이 부서졌을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두꺼운 손가락이 그들을 뭉갰을까? 그들의 과일이 빨간색이었다면 과일 속의 물은 피처럼 그들의 가슴을 물들였을 것이다.

 

  나는 아침에 일찍 일어나 냉장고를 뒤졌다. 어젯밤, 눈물이 남아 있지 않을 때까지 울고 잠이 들면서 천사들의 아침식사를 만들겠다고 다짐했기 때문이다. 메뉴는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 것을 피해서 정성과 사랑으로 만들어야 하는 것, 재료의 색이 아름다운 것, 좋은 향기가 나는 것, 필요한 영양소가 골고루 들어있는 것으로 고를 생각이다. 하지만 냉장고엔 요리재료가 될 만한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그래서 나는 새벽시장에 나가 보기로 했다.

 

  휠체어를 타고 가는 것이 겁이 났지만 하려고 하면 할 수 있으니 괜찮았다. 방에 들어가 옷을 챙겨 입고 나온 나는 화분에 코를 갖다 댔다. 향기는 완벽했다. 더 좋아져야 할 이유가 없는 순결하고 풍성한 향기였다. 머리가 맑아졌고, 세상의 모든 법칙을 이해할 수 있는 지혜가 떠올랐고, 원수까지 사랑할 마음이 생겼다. 나는 빨리 시장에 가야한다는 생각이 들어 더 오랫동안 화분에 붙어 있고 싶은 마음을 접었다.

 

  조한이 밖에서 안으로 문을 열고 들어왔다. 어디를 다녀오는 것인지 궁금해 물었더니 새벽시장에 다녀오는 길이라고 했다. 조한의 양손엔 여러 색의 봉지가 매달려 있었다. 나는 봉지에 시선을 고정한 채 조한을 따라 주방으로 들어갔다. 봉지 속에 들어있던 음식재료들이 식탁에 펼쳐졌다.

 

  식탁은 금세 육지와 바다의 먹음직스러운 것들로 꽉 채워졌다. 조한은 소매를 걷어 팔꿈치를 보이게 하고 앞치마를 두른 후 머리카락이 떨어지지 않도록 수건으로 머리를 싸맸다. 그의 모습은 마치 음식에 권위가 있는 사람처럼 보였다. 음식을 만드는 조한의 모습은 정확하고 빈틈이 없었다. 야채위에 빠르게 칼을 떨어뜨리면서도 원하는 모양과 크기를 만들었고, 뜨거운 냄비를 다루는 손놀림이 불안해 보이지 않았으며 재료에 뿌리는 양념의 양을 한 번에 맞췄다. 그리고 고기를 구울 때와 나물을 무칠 때, 해물을 삶을 때의 조리 기구를 각각 알맞게 사용했다. 잠시 후, 재료와 양념이 섞인 냄새가 코로 도착했는데 그 냄새는 적당한 식욕을 불러 일으켜 입안에 침을 고이게 했다. 그래서 나는 음식이 완성될 때까지 많은 양의 침을 삼켰다.

 

  잠에서 깬 천사들이 조한에게 다가와 앞치마를 뺏으려 하자 조한은 귀중한 물건을 손에 쥐고 있는 듯 그것을 놓치 않았다. 민망한 표정으로 서있던 천사들은 요리를 뺀 나머지 부엌일을 하기 시작했고 나는 그들의 일을 돕기 위해 엉덩이를 들었다. 하지만 두호천사가 어깨를 눌러 다시 앉아야 했다. 접시에 담겨진 음식은 아침에 먹기엔 아까울 만큼 훌륭했다. 냄새와 빛깔이 말 못하게 예뻤고 섞여진 재료들의 조화가 환상적이었다.

 

  나는 나도 모르게 든 숟가락을 내려놓고 천사들의 눈치를 살폈다. 왜냐하면 조한과 천사들이 눈을 감고 기도를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나는 조한이 내게 왜 기도하는 것을 가르쳐 주지 않았는지 궁금했다.

 

  천사들은 시시때때로 사랑에 관해, 일에 관해, 날씨에 관해, 사회 현상에 관해 기도했지만 나는 천사가 되어서 여태껏 기도한 적이 없었다.

 

  조한의 기도는 내가 다시 돌아와 감사하다는 내용과 오늘 하루 천사들이 해야 하는 임무들의 완성과 그 일 가운데에 사랑과 용서와 의가 가득 넘치게 해달라는 부탁이었다. 그리고 하나가 어려움 속에서도 천사를 포기하지 않게 해달라는 간절한 소원과 천사들이 하나를 찾을 수 있도록 지혜를 주시고 위험한 상황에 처할 때 용기를 달라는 것이었다. 기도가 끝난 후, 내가 눈을 뜰 때까지 기다린 조한은 물이 든 컵을 들고 건배를 제안했다. 나는 내 앞에 있는 컵을 들어 올려 식탁의 중앙으로 가져갔고 다른 컵들과 접촉한 후, 조한의 구호를 기다렸다.

 

 "탕자의 귀환을 축하하며, 건배!"

 

  소고기는 입에서 살살 녹았다. 적당한 양념 속에 숨겨진 살은 이로 씹기도 전에 식도를 따라 아래로 내려갔고 혀에 남은 맛은 다음에 먹는 음식도 소고기가 되게 만들었다. 해물을 넣고 끓인 찌개는 색에 비해 덜 매워 먹기 좋았는데 그 안에 들어간 해물의 종류는 모인 천사의 숫자보다 많았고 전부다 신선했다.

 

  갖가지 나물은 생긴 대로 맛을 내서 젓가락을 바쁘게 했고 대화로 낭비하는 시간을 없게 했다. 천사들은 정말 맛있게 먹었다. 국과 찌개, 반찬으로 부지런히 손을 움직이다가 귀에서 땀이 난 천사들도 있었고 음식이 줄어드는 것이 아까우니 천천히 먹자고 제안한 천사들도 있었다. 나는 그들의 제안을 무시한 채 이마에 난 땀을 닦으며 내가 먹을 수 있는 만큼 열심히 먹었다.

 

  나는 설거지를 하기 위해 다리에 힘을 주어 일어섰다. 어제보다 더 힘이 생긴 다리는 서있는 것을 가능하게 했다. 고무장갑을 끼고 박수를 치니 천사들이 남은 음식을 플라스틱용기에 던 후 빈 접시를 내 앞에 놓았다. 나는 세제를 묻혀 그릇에 묻은 양념과 기름기를 제거한 다음 깨끗한 물로 헹궈서 식기건조대에 거꾸로 놓았다.

 

  2층으로 올라갔던 조한은 천사 유니폼을 가지고 와 내게 입히며 자신이 가장 아끼는 옷이라고 말했다. 주변에 있던 천사들은 감탄사를 입 밖에 냈고 나는 조한이 아끼는 옷을 받은 것이 영광이었다. 그리고 조한은 주머니에서 은반지를 꺼내 왼손 네 번째 손가락에 끼어 주었다. 결혼반지를 위해 비워두었던 손가락은 갑작스런 감촉에 당황했지만 곧 반지가 주는 즐거움에 부드러워졌다.

 

  조한은 내 손을 꽉 잡았다. 나도 할 수 있는 대로 조한의 손을 붙잡았다. 아마, 부끄러워하는 입술들 대신 손가락들이 무어라 말을 했을 것이다. 조한은 하영천사에게 노래를 시켰다. 하영천사는 냉장고에서 날계란을 꺼내 젓가락으로 구멍을 내서 먹은 후 노래를 시작했다. 1절은 하영천사만 불렀고 후렴구와 2절은 모든 천사가 같이 불렀다. 나는 쉬운 음이 반복되는 노래라서 2절 후렴구를 따라 부를 수 있었다. 하지만 천사의 말로 구성된 가사는 쉽게 이해할 수 없었다. 그래서 나도 빨리 천사의 말을 잘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우성천사와 동준천사는 오늘 해야 할 일을 가르쳐 주었다. 그 일은 얼굴에 화상을 입어 사회에서 따돌림을 당하는 남자의 자살을 막는 것이었다. 나는 천사들이 그 사람에 대해 말해주는 것을 들으며 혹시 그 사람이 하나의 앞집에 사는 남자가 아닌지 생각했다. 만약 그 남자가 맞는다면 나는 하나가 하던 일을 하는 기쁨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천사들을 방해할까봐 걱정이 앞섰다. 뛰어다녀도 하루가 부족한 천사들인데 휠체어를 탄 나를 데리고 이동하면 일할 시간을 뺏길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현관으로 가는 계단부터 천사들의 짐이 될 것 같아 빠르고 지혜롭게 움직였다.

 

 "안정천사가 나보다 더 빠른 것 같아요."

 "당연한 소리. 안정천사가 어떤 천산데!"

  이 두 문장이 나를 위로했고 나는 더 열심히 바퀴를 굴렸다.

 

  버스를 타고 내린 후 휠체어 바퀴를 이동시켜 도착한 곳은 하나의 집 앞이었다. 나는 가슴이 설렜다. 내가 예감했던 일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하나의 앞집에 사는 남자의 자살을 막는 것은 하나가 했던 일이었으므로 내가 하나를 대신해 그 일을 한다는 것이 너무 기분 좋았다. 그래서 내 기분을 우성천사에게 다 말하고 그의 칭찬이 오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우성천사로 부터 온 것은 칭찬이 아니라 책망이었다.

 "왜 주인공이 안정천사가 되어야 합니까!”

 "네? 그게 무슨 말이에요.”

 "천사들이 하는 일의 주인공은 천사가 되면 안 된다는 것을 정말 몰라서 그러세요."

  나는 속으로 아침 잘 먹어놓고 왜 시비를 거는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조용히 그의 말을 들었다.

 "오늘 우리가 할 일의 주인공은 우리가 아닙니다. 그리고 하나도 아니에요. 만약 이 일이 하나를 떠올리려고 하는 일이라면 우리는 정말 나쁜 천사들 입니다. 오늘의 주인공은 바로 얼굴의 화상 때문에 가슴속에 더 큰 흉터가 생긴 최봉 씨 입니다."

 

  나는 그의 이름이 '봉'이라는 것에 웃음이 났지만 억지로 참았다. 하지만 동준천사는 참지 못한 웃음을 터뜨렸고 우성천사는 동준천사의 입을 막았다. 손 밖으로 나오는 동준 천사의 웃음은 한 참 동안 계속 됐다.

 

  초인종을 눌러도 대답 없는 문 앞에서 우리는 생각을 나눴다. 나의 생각은 하나의 집으로 들어가 잠시 쉬면서 그가 들어오는 것을 기다리자는 것이었고, 동준천사의 생각은 옥상에 올라가 발이 들어있지 않은 신발이 있는지 확인해 보자는 것이었고, 우성천사는 집 주변을 돌며 그의 근황을 사람들에게 물어보자는 것이었다.

 

  우성천사는 자신의 생각을 제일 먼저 결정했다. 우리는 올라간 계단을 내려가며 만난 할아버지를 시작으로 다시 집으로 오며 만난 일곱 살짜리 꼬마에게까지 그에 대해 물어봤지만 누구도 말해주지 않았다. 두 번째로 선택된 생각을 실천하기 위해 옥상에 오른 우리는 한쪽만 남아 있는 슬리퍼를 보고 너무 늦게 온 것을 후회했다. 하지만 곧, 그 슬리퍼가 여자 어린아이의 것이 확실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후회를 거뒀다.

 

  나는 나를 표현해주는 번호를 눌러 하나의 집 문을 열었다. 하나의 집엔 곳곳에 먼지가 쌓여 있었다. 먼지는 식탁과 소파에 가장 많았다. 하지만 TV와 오디오 위에는 하얀색 천이 놓여 있어 쌓인 먼지가 잘 보이지 않았다. 나는 냉장고를 열어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들을 버렸고 동준천사는 집을 둘러보다가 하나를 추억할 만한 소품이 나오면 큰 소리로 기뻐했다.

 

  우성천사는 좁은 거실에서 팔짱을 끼고 원을 그리다가 소파에 앉아 눈을 감은 채, 창밖을 바라봤다. 나는 냉장고 정리를 마친 후, 욕실로 들어가 청소를 시작했다. 한 쪽 다리가 불완전해 미끄러질 위험이 있었지만 최대한 조심하며 바닥에 세제를 붓고 물을 뿌린 다음 솔을 가지고 여기저기를 문질렀다. 시간이 지나자 세제의 냄새 때문에 현기증이 났다. 나는 환기를 위해 창을 열고 환풍기를 틀었다. 그러자 곧 괜찮아졌다.

 

  깨끗한 물로 세제를 걷어내고 남은 물기를 걸레로 닦은 다음 거실로 나왔다. 창밖을 바라보던 우성천사는 머리를 꺽은 채 잠들어 있었고 동준천사는 처음에 하던 일을 계속 하고 있었다. 나는 갈증을 풀기위해 정수기의 냉수버튼을 컵으로 밀어 물을 받은 후 그 컵에 입술을 갖다 대고 고개를 뒤로 젖혔다. 잘 들어가던 물은 동준천사의 큰 목소리에 놀란 식도의 수축 때문에 입 밖으로 나왔다. 나는 흐른 물을 소매로 닦고 소리가 난 방으로 들어갔다. 동준천사는 사진을 들고 있었는데 내가 들어가자 그 사진을 내게 보여 주었다.

 

  사진 속엔 하나와 내가 있었다. 우리 둘은 웃고 있었고 표정은 밝았으며 잘 어울렸다. 나는 동준천사에게 사진을 받아 그 방을 나온 후 다른 방으로 들어가 문을 잠갔다. 그리고 사진에 눈을 가까이 가져가 하나를 봤다. 나는 하나의 머리카락이 내 볼에 부딪히는 느낌이 들었고 하나의 웃음소리가 생생하게 들리는 듯 했다. 그녀의 웃음은 맑았다. 꼭 구름 없는 하늘같았고 속이 보이는 강물, 양분을 잘 먹은 나뭇잎, 오늘 핀 꽃, 샘의 근원 같았다. 나는 그 웃음을 따라했다. 근육이 만든 웃음이 아니라 평안한 영혼이 만든 웃음을 따라 하며 나는 하나를 찾을 수 있다는 다짐을 반복했다. 나의 마음은 다짐을 믿었고 곧 평안해진 마음이 만든 눈물이 시작됐다. 그 눈물은 웃음의 종류였다. 그 눈물은 웃음을 완전하고 흠이 없게 하는 능력이었다. 웃음만으론 가벼워 질 수 있는 감정을 잘 잡아주는 기둥이었다. 또 그 눈물은 웃음만으론 금방 끝날 수 있는 기쁨과 다짐을 영원히 유지시켜 주는 특별한 약이었다. 나는 웃으면서 울기를 계속하며 하나를 찾을 수 있다는 믿음이 더 강하고 완벽해졌다. 그리고 하나의 실종은 오히려 사랑을 튼튼하게 하는 좋은 기회이고 나의 삶을 정의롭게 하기 위한 신의 뜻이라는 고백을 했다. 신에게 감사했다. 나를 태어나게 하신 것과 하나를 만나게 하신 것과 천사가 되게 하신 것, 죄를 용서해 주신 것과 두 번째 회심을 한 나에게 소고기와 옷과 반지를 주신 것에 감사했다. 웃으면서 울 수 있게 해주신 것과 나를 통해 변화될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하실 것을 믿으며 감사했다. 그리고 악과의 전쟁에서 이기게 하실 것, 그래서 이 땅에 평화가 넘치게 하실 것에 마음을 다해 감사를 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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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5. 실족 - 2 2016 / 9 / 19 497 0 5212   
14 4. 대천사 - 3 / 5. 실족 - 1 2016 / 9 / 19 501 0 5126   
13 4. 대천사 - 2 2016 / 9 / 9 557 0 5195   
12 4. 대천사 - 1 2016 / 9 / 8 642 0 5152   
11 3. 40일 - 4 2016 / 9 / 8 579 0 7296   
10 3. 40일 - 3 2016 / 9 / 8 545 0 5936   
9 3. 40일 - 2 2016 / 9 / 7 504 0 5206   
8 3. 40일 - 1 2016 / 9 / 7 612 0 5336   
7 2. 천사의 후예들 - 4 2016 / 9 / 7 528 0 5183   
6 2. 천사의 후예들 - 3 2016 / 9 / 6 528 0 5965   
5 2. 천사의 후예들 - 2 2016 / 9 / 6 634 0 5643   
4 2. 천사의 후예들 - 1 2016 / 9 / 6 572 0 5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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