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22세기
작가 : paulpark
작품등록일 : 2016.9.19

22세기가 됐다. 주인공은 소속된 프로야구단에서 해고통지를 받는다. 당장 먹고 살 것이 걱정인 그가 맞닥뜨린 22세기의 풍경은 가혹하다. 집권한 총리는 자신의 국정장악력을 높이기 위해 갖가지 정책을 펴고 그와 맞서는 사람들은 거세게 항의한다. 주인공은 그들 중 한 명과 사랑에 빠진다. 쉽지 않은 하루하루가 펼쳐지는 22세기, 그 속을 살아내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 속에서 우리들의 모습이 보이는 것 같다.

 
2. 손톱의 비밀 - 1
작성일 : 16-09-21 09:24     조회 : 469     추천 : 0     분량 : 5139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7

 

  우찬8은 여느 때의 아침과 똑같이 잠에서 깼다. 의식이 명료해지자마자 창밖의 구름을 보며 오늘의 날씨를 예측했고 한쪽 팔로만 기지개를 켰으며 애완로봇들의 인사를 받았다. 그는 몸을 휘감은 이불을 걷어내고 냉장고로 가서 열림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곧 닫힘 버튼을 눌렀다. 냉장고엔 아무 것도 없었다.

 

  아침에 먹기 좋은 시리얼과 당근치킨은 아니어도 피쉬볼 정도는 있을 거라는 그의 기대는 벽에 튕겨 나왔다. 그는 TV를 켜기 위해 명령어를 말했다. 하지만 TV는 켜지지 않았다. 그는 리모컨을 들고 작동모드를 수동으로 변경한 후 전원버튼을 눌렀다. 그래도 TV는 켜지지 않았다. 그는 TV를 세게 때렸다. 세게 때리면 고장 난 TV가 켜진다는 말을 들은 적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TV는 꿈적도 하지 않았고 우찬8의 손가락만 부러졌다.

 

  그는 다치지 않은 손으로 다친 손을 감아쥐고 비명을 질렀다. 애완로봇들이 걱정스런 눈빛으로 몰려들었고 그 중 하나가 의사에게 전화를 걸어 영상통화를 연결해줬다. 우찬8은 의사의 지시에 따라 모니터에 손을 갖다 댔다. 그러자 모니터에 방사선 사진이 나타났고 의사는 뼈가 부러졌다는 진단을 내렸다. 다행히 수술이 필요한 정도는 아니어서 주변에 튼튼한 나무가 있으면 손등에 그것을 대고 넓은 천으로 묶으라고 의사는 말했다.

 

  우찬8은 대답도 없이 전화를 끊고 냉장고로 다시 가서 얼음을 꺼냈다. 우찬8은 다쳤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다. 뼈가 부러졌을 때는 부러진 부위에 따라 약간 다르긴 하지만 며칠 간 얼음으로 마사지를 하면 부종감소에 효과가 있고 인대나 힘줄이 다쳤을 땐 일주일간 절대로 움직이지 않아야 하고 공에 맞아서 생긴 타박상은 감자와 오이를 갈아 밀가루로 반죽을 해서 피부에 붙여놓으면 언제 아팠냐고 스스로에게 물어보게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이 모든 지혜는 그동안 야구선수로 생활하면서 습득된 것이다. 그는 자주 부상을 당했었고 오랫동안 그 부상의 후유증을 겪었었다. 그래서 웬만한 부상은 스스로 치료할 수 있는 것이다. 그는 얼음을 비닐 백에 넣고 얇은 수건으로 겉을 싼 다음 손등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멍하니 벽을 쳐다봤다. 벽엔 아무것도 없었다. 붙어있는 것이나 빛에 반사된 형상, 예쁜 모양의 스티커 하나 없는 그 벽을 그는 오랫동안 바라봤다.

 

  다시 움직이는 그의 손이 한 첫 번째 일은 노트패드에 손톱을 넣고 통장의 잔고를 체크하는 것이었다. TV가 켜지지 않은 것으로 보아 수신료를 지불할 돈이 남아 있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구단으로부터 월급이 들어오던 통장의 잔고는 '0'이었고 정기적금을 넣던 통장의 잔고도 '0'이었다. 마지막 월급이 정상적으로 들어왔어도 주택거주비와 여러 가지 세금, 대출이자 등으로 다 빠져 나가서 잔고가 없을 거라는 것은 이미 알았지만 정기적금으로 들어놓았던 5,500만원은 어디로 간 거란 말인가? 우찬8은 은행으로 전화해 담당자를 찾았다. 담당자는 우찬8의 격양된 목소리를 진정시킨 후 만나서 이야기 하자는 제안을 했다. 우찬8은 만날 이유가 뭐가 있냐고 말하면서도 약속장소를 정했다. 우찬8은 약속시간까지 남은 시간을 계산했다. 아무 것도 먹지 않고 기다리다가 은행직원의 손톱을 빌려 배를 채우기엔 너무 많은 시간이 남아 있었다. 그래서 그는 무작정 밖으로 나갔다. 자신의 신용이라면 돈이 없어도 허기를 해결할 수 있다고 굳게 믿으며. 하지만 세상은 그를 믿어주지 않았다. 세상은 이미 그가 재계약에 성공하지 못해서 졸지에 실업자가 된 것과 그의 통장엔 땡전 한 푼 없다는 것과 앞으로 그가 돈을 벌만한 다른 일을 찾기 힘들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우찬8은 입 속으로 아무 것도 넣지 못하고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그래도 우찬8은 크게 실망하지 않았다. 자신의 돈 5,500만이면 두 달 정도는 생활 할 수 있고 그 두 달 동안 다른 일을 찾으면 자신의 신용도 다시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우찬8은 자신이 마리3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의심하지 않는다. 여러 가지 감정이 뒤섞여 사랑과 비슷한 감정을 가졌을 수도 있는데 그는 마리3에게 느끼는 감정을 사랑이라고 확신하고 있는 것이다. 마리3도 우찬8을 사랑하는지는 아직 모른다. 만남의 횟수가 늘어감에 따라 어떻게 변할지도 아직은 모른다. 어쨌든 우찬8만은 그녀를 사랑하고 있다. 대개의 사람들이 사랑을 느끼는 것은 사랑을 일으킬만한 강렬한 순간이 있어서라기보다는 꾸준한 교제 속에서 가지게 되는 호감이 습관적인 감정을 만들기 때문인데 우찬8은 특이하게 골목에 쓰러진 그녀를 도와주는 순간 사랑을 느꼈다. 그 사랑이 22세기를 맞이한 우찬8의 불안한 심리가 만든 삐뚤어진 감정이 아니라면 우찬8은 사랑의 의미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다. 이렇게 내가 자신 있게 짐작하는 이유는 그가 그녀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지 하겠다는 마음을 그 순간 가졌기 때문이다. 우찬8은 그 마음으로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

 

 "안녕하세요." 무난한 인사로 전화를 받은 그녀에게 우찬8이 질문했다.

 "뭐하고 있었어요?"

 "아무 것도 안하고 있었어요."

 

  우찬8은 모바일스틱 너머로 들리는 그녀의 목소리를 그녀의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 힘들었다. 왜냐하면 그녀가 보여준 모습과 그녀의 말투가 굉장히 다르기 때문이다. 7을 위해 피를 흘리던 그녀가 차분한 목소리로 묻는 말에만 대답한다는 것이 우찬8의 마음을 어지럽게 하는 것이다. 자신의 생각을 구구절절하게 말해서 상대를 설득할 정도가 아니라면 적어도 대답의 양과 내용을 지금보다는 더 많이 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그래야 피를 흘리며 시위하는 사람의 티가 나는 것인데.

 

 "제가 오늘 중요한 약속이 있어서 마리 씨를 만나지 못할 것 같아요."

 "언제 만나기로 했었나요?"

 "그건 아니지만…"

 "괜찮아요."

 "뭐가 괜찮다는 거죠?"

 "오늘 안 만나도 괜찮다고요. 그리고 그 날 저를 구해줘서 다시 한 번 고마워요."

 "아니에요. 고맙다고 말하지 마세요. 그런데 다음 날 아침 제 기억이 왜 마리 씨를 떠올리지 못한 걸까요? 쓰러진 마리 씨를 업고 경찰을 피해 달린 기억은 있는데 집까지 어떻게 들어왔는지, 아침까지 우리가 어떻게 시간을 보냈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저도 우찬 씨의 등에 업힌 기억은 있는데 그 다음은 없어요. 그런데 그게 뭐 중요해요?"

 "아니요. 중요할 건 없죠. 하하. 그럼 우리 내일 만날 까요?"

 "내일… 그래요. 만나요."

 "그럼. 끊을게요. 안녕"

 

  옷에 붙은 시간이 은행직원과의 약속시간과 가까워진 것을 안 우찬8은 급하게 전화를 끊고 집을 나섰다. 은행직원을 만나기로 한 곳은 경포대다. 최고속도로 계속 달려야 그 시간 안에 도착할 수 있을 것이다. 우찬8은 목적지를 입력하고 좌석에 등을 기댔다. 창밖으로 보이는 하늘엔 구름이 차지할 자리가 하나도 없을 정도로 차가 가득했다. 우찬8은 고개를 갸웃하며 평소에 있을 법 하지 않은 일의 이유가 궁금해졌다. 손가락을 턱 끝에 갖다놓으며 곰곰이 생각해 봤지만 하늘이 막힐 만한 대단한 행사가 있다거나 규정 속도를 대폭 줄인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기에 그저 순간적인 정체라고 생각하며 하늘의 한 곳을 초점 없이 바라봤다.

 

  답답한 하늘에선 기어이 사고가 났다. 높이를 잘 못 맞추고 달리던 차가 원인이었는데 한 대의 차 때문에 생긴 거라고 하기엔 너무 큰 사고였다. 충격으로 차에서 튀어 나온 사람들이 하늘로 솟구쳤다가 이내 땅으로 떨어졌고 맑았던 하늘은 시뻘건 불길과 시커먼 연기로 가득 찼다. 주변의 차들은 멈춰 서서 그곳을 둘러쌌지만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다만 하늘도로를 만들면서도 안전장치를 제대로 확보하지 못한 정부의 잘못을 마음속으로 꾸짖을 뿐.

 

  경포대의 하늘엔 이미 수 천대의 차들이 주차되어 있었다. 우찬8은 적당한 곳에 차를 멈추고 은행직원에게 전화를 걸었다. 통화중을 알리는 메시지가 나오는 것을 확인한 그는 잠시 후 재다이얼 버튼을 눌렀고 또 다시 통화중인 것을 확인하고 창문을 열었다. 바닷바람이 얼굴을 뒤덮었다. 도시의 바람하곤 다른 바람이라는 것을 안 피부가 살짝 수축했다. 그리고 전화벨이 울렸다. 자신의 위치를 물어보는 은행직원에게 GPS가 나타내는 위도와 경도를 불러줬다. 잠시 후, 우찬8을 찾아온 은행직원은 차량 간 대화주파수를 말해줬고 우찬8은 그가 말해주는 주파수를 찾아서 대화를 시작했다.

 

 "내 돈은 어디로 간 거죠?"

 "22세기가 가져갔어요."

 "그게 무슨 소리야!"

 "오늘 만 벌써 101번째 이야기 하느라 짜증이 났지만 참으면서 말할 거니까 잘 들어요. 22세기가 되면서 7이 없어진 것 아시죠. 7이 없어졌기 때문에 7만원도 없어진 것이고, 70만원도 없어진 거예요. 물론 70만원은 69만원이나 80만원이 됐고 700만원은 699만원이나 800만원이 됐지만 그건 그렇게 간단하게 계산할 문제가 아니에요. 69만원도 진짜 69만원이 아니고 800만원도 진짜 800만원이 아니라는 말이죠. 21세기의 69만원 속엔 7이 7개 들어있었지만 22세기의 69만원 속엔 7이 하나도 없어야 돼요. 그런데, 그게 안 되잖아요. 그래서 당신 돈이 필요했던 거예요."

 "무슨 소리야? 그럼 내 돈으로 모자란 돈을 채웠다는 거야?"

 "이해가 빠르시네요. 다른 사람들에 비해."

 "웃기는 소리 하지 마. 내 돈 다시 내놔!"

 "그 돈은 아무데도 없어요. 필요한 곳으로 가버렸다고요."

 "경찰에 신고 할 거야. 너 교도소에 갈 준비 단단히 하고 있어."

 "경찰도 당신 돈을 찾아줄 수 없어요. 그리고 그 돈을 누가 가져갔는지도 알 수 없어요. 경찰도 어차피 정부에 협조할 수밖에 없으니 나를 교도소에 넣을 수 없을 거예요. 그러니까 헛수고 하지 마세요."

 "왜 하필 내 돈이지?"

 "그건 아무도 몰라요. 당신과 같은 이유로 온 많은 사람들도 왜 자신에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 없어요."

 "그럼 여기에 있는 사람들 모두 돈을 잃어버렸다는 건가?"

 "맞아요. 당신과 같은 사람들이에요."

 "그럼 이 사람들은 앞으로 어떻게 살라는 거지?"

 "직장이 있고 가족이 있는 사람들은 저리로 대출을 해주고 있어요. 그런데 당신은 직장도 없고 가족도 없어서 대출 대상자에서 제외 됐어요."

 

  은행직원은 그 말을 끝으로 다음 사람에게 갔다. 우찬8은 입을 다물지 못하고 멍하니 계기판을 바라봤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생길 수 있다는 말인가? 강도보다 더 무서운 세상, 눈을 감고 있으면 코를 베어가는 세상, 약자가 살기엔 부적합한 시스템이 한 둘이 아니야, 정의와 진실은 가려지기 일쑤, 분명 힘 있는 사람들의 700만원은 800만원으로 됐을 거야. 젠장.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22 6. 화자의 비밀 - 2 2016 / 10 / 4 460 0 5246   
21 6. 화자의 비밀 - 1 2016 / 10 / 3 373 0 6115   
20 5. 소리의 비밀 - 3 2016 / 9 / 30 404 0 7352   
19 5. 소리의 비밀 - 2 2016 / 9 / 30 409 0 5353   
18 5. 소리의 비밀 - 1 2016 / 9 / 30 443 0 4581   
17 4. 야구의 비밀 - 4 2016 / 9 / 29 505 0 6075   
16 4. 야구의 비밀 - 3 2016 / 9 / 29 420 0 4405   
15 4. 야구의 비밀 - 2 2016 / 9 / 29 388 0 7399   
14 4. 야구의 비밀 -1 2016 / 9 / 27 390 0 5518   
13 3. 세븐의 비밀 - 3 2016 / 9 / 26 403 0 6237   
12 3. 세븐의 비밀 - 2 2016 / 9 / 26 421 0 5510   
11 3. 세븐의 비밀 - 1 2016 / 9 / 26 404 0 4792   
10 2. 손톱의 비밀 - 5 2016 / 9 / 22 404 0 5524   
9 2. 손톱의 비밀 - 4 2016 / 9 / 22 401 0 6081   
8 2. 손톱의 비밀 - 3 2016 / 9 / 21 392 0 5405   
7 2. 손톱의 비밀 - 2 2016 / 9 / 21 387 0 5513   
6 2. 손톱의 비밀 - 1 2016 / 9 / 21 470 0 5139   
5 1. 숫자의 비밀 - 5 2016 / 9 / 21 386 0 5128   
4 1. 숫자의 비밀 - 4 2016 / 9 / 20 424 0 7461   
3 1. 숫자의 비밀 - 3 2016 / 9 / 19 453 0 5097   
2 1장 숫자의 비밀 - 2 2016 / 9 / 19 448 0 5195   
1 제1부 / 1장 숫자의 비밀 - 1 2016 / 9 / 19 684 0 5344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천사의 후예들
paulpark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