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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22세기
작가 : paulpark
작품등록일 : 2016.9.19

22세기가 됐다. 주인공은 소속된 프로야구단에서 해고통지를 받는다. 당장 먹고 살 것이 걱정인 그가 맞닥뜨린 22세기의 풍경은 가혹하다. 집권한 총리는 자신의 국정장악력을 높이기 위해 갖가지 정책을 펴고 그와 맞서는 사람들은 거세게 항의한다. 주인공은 그들 중 한 명과 사랑에 빠진다. 쉽지 않은 하루하루가 펼쳐지는 22세기, 그 속을 살아내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 속에서 우리들의 모습이 보이는 것 같다.

 
1. 숫자의 비밀 - 5
작성일 : 16-09-21 09:20     조회 : 383     추천 : 0     분량 : 5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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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집안이 어두워졌다. 집 밖도 비추는 조명 없이 캄캄해졌다. 오늘부터 소등시간을 한 시간 앞당긴다는 전력회사의 메시지를 뒤늦게 생각해낸 우찬8은 침실로 향했다. 로봇들도 각자의 방으로 들어가 눈을 감았다.

 

 우찬8은 사람들이 22세기의 첫 번째 날을 어떻게 보냈는지 궁금했다. 그는 메시지를 보낼 사람들의 이름을 크게 불러 메모리스틱이 그 소리에 반응하게 했다. 그리고 손가락으로 보낼 메시지의 내용을 입력한 그는 귓불을 눌러 메시지를 전송했다. 잠시 후, 가장 먼저 답장으로 도착한 메시지가 그의 귀에서 음성으로 변환됐다.

 

 "정신없었어. 고객들이 자신의 예금액과 대출액의 변화를 확인하려고 새벽부터 은행의 문을 열지 뭐야. 점심도 먹지 못하고 일하다가 소등시간 때문에 퇴근했어. 소등이 한 시간 앞 당겨진 게 이렇게 좋을 줄이야. 아, 참 그리고 너도 대출금리 바뀐 것 잘 확인해야 될 거야. 7이 없어졌기 때문에 어떤 은행은 그 7을 6으로 바꾸고 또 어떤 은행은 8로 바꾸고 있으니 잘 확인해. 그럼 잘 자."

 

  바로 이어서 도착한 메시지가 음성으로 바뀌기 전에 그는 재생을 멈추고 멀티패드를 열어 대출이율을 확인했다. 27퍼센트가 28퍼센트로 바뀐 것을 알고 패드를 닫은 그는 1퍼센트를 더 내야한다는 것에 짜증을 냈다.

 

 "미친 새끼. 동물의 혀 같은 놈이 어디다가 메시지를 보내. 넌 우리나라가 조금이라도 치안이 불안해 지면 바로 죽을 거야!"

 

 "정말 오랜만이다 오빠. 그동안 잘 지냈어? 난 오늘 결혼했어. 오빠랑 헤어지고 만난 사람하고. 이 사람 정말 괜찮아. 오빠에게선 느낄 수 없었던 매력이 한두 가지가 아니야. 오빠랑 괜히 연애를 오래 한 것 같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야. 이런… 미안. 내가 필요 없는 말까지 했네. 미안해."

 

 "너, 7이라는 숫자 쓰면 안 되는 것 몰라? 멍청해 가지고 잘 살아라."

 

 "우찬, 너도 형처럼 재계약 안 됐다면서…. 아이고, 너나 나나 걱정이다. 그런데 나는 브라질로 이민을 갈까 생각하고 있어. 그곳 날씨가 몇 년 사이에 갑자기 추워졌잖아. 그래서 방한용품을 판매하는 사업을 하고 싶어. 그곳에선 따뜻한 옷을 만들지 않고 반팔 티셔츠를 몇 장 껴입는 것으로 추위를 견디나 보더라고. 일단, 내가 먼저 들어가서 시장파악을 해보고 돌아온 다음에 식구들 하고 같이 갈 계획이야. 너도 생각 있으면 연락해. 그리고 혹시… 안 입는 두꺼운 옷 있으면 버리지 말고 잘 좀 둬! 알았지."

 

  우찬8에게 미처 메시지를 보내지 못한 사람들의 하루는 각각 특이했다. 저마다 가지고 있는 가치관과 믿음의 혼란이 찾아왔고 자신의 돈이 없어진 숫자처럼 돼버릴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맥박이 빨라졌으며 혹시, 사랑이 없어지면 어떻게 하지라는 걱정이 몸의 여러 부분에서 시작됐다. 자, 한 번 그들의 삶으로 들어가 보자.

 

  우찬8의 이모는 조카의 메시지를 듣고 답장을 보내려 할 때 집 앞에서 나는 요란한 소리를 들었다. 그녀는 그 소리를 무시하고 싶었지만 공포와 의심을 불러일으키는 소리는 그녀를 잠자리에서 일으켰다. 조금씩 떨리는 다리로 어렵게 몸의 중심을 잡으며 현관문까지 걸어간 그녀는 문에 귀를 갖다 대고 소리가 내는 뜻을 알아맞히기 위해 정신을 모았다. 하지만 소리는 들릴 듯 들리지 않았다. 그래서 소리는 그녀가 겁 없이 문을 열도록 했다. 그녀는 문을 열자마자 자신을 밀고 들어오는 두 명의 남자와 함께 다시 문을 닫아야 했다. 캄캄한 집에 눈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는 남자 두 명과 함께 있게 된 그녀는 경찰에게 비상메시지를 보낸 후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그들의 입보다 낮은 곳에서 그들의 말을 들었다. 그들은 22세기에 관한 의견차이로 싸우고 있었는데 그들의 말소리는 술에 취한 혀의 불규칙한 발음으로 듣기 거북했다. 그리고 싸움의 내용이 굉장히 사소한 것이라서 듣고 있는 그녀는 재미가 없었다. 하지만 말로 시작된 싸움이 점점 몸을 가지고 하는 싸움으로 번져가자 그녀는 구석으로 몸을 옮겨야 했고 종종 날아오는 집안의 물건에 발이나 손을 맞아야 했다. 그녀의 이해심은 우찬8의 이해심보다 여덟 배나 많았지만 자신의 집에 함부로 들어와 싸움을 하는 사람들을 이해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다행히 경찰이 빨리 왔고 그녀는 안도의 한 숨을 내쉴 수 있었다. 경찰이 가지고 온 빛에 의해 볼 수 있었던 그들의 얼굴은 15살도 안 돼 보였다. 하긴, 유치한 내용으로 몸싸움까지 하는 것으로 그들의 나이가 얼마 되지 않았음을 짐작할 만 했지. 그들은 경찰의 장갑에서 흐르는 고전압의 전류가 자신들의 몸에 닿을 때마다 몸을 파르르 떨며 집 밖으로 나갔다. 우찬8의 이모는 꿇고 있던 무릎에다가 머리를 파묻고 기도하기 시작했다. 그 기도의 내용은 어지러운 세상에 대한 축복이었다. 공의와 정의가 강같이 흐르기를 바라는 소망이었다. 옛날처럼 사랑과 용서가 모든 사람들의 마음속에 자리 잡기를 바라는 힘든 소원이었다.

 

  우찬8의 고등학교 시절 선생님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답장을 기대할 수 없는 편지를 썼다. 밥을 먹기 위해 만든 식탁에서 밥을 먹지 않고 한 다른 일의 첫 번째가 22세기의 첫 번째 날에 편지를 쓰는 것이라니… 그 편지는 그가 지금까지 썼던 편지들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의미가 있다. 편지의 수취인은 죽은 아들이다. 선생은 아들의 이름을 편지의 맨 위에 적었다. 아들의 이름이 종이위에 적혀있는 것을 보고 금세 눈시울이 붉어진 선생은 눈물이 글자를 지우지 않도록 몸을 뒤로 빼서 안부와 당부를 적어나갔다. 그런데 편지의 후반부로 갈수록 삶을 지속하기 싫다는 고백이 편지지에 적히기 시작했다. 아들이 아무 이유 없는 폭행으로 숨이 끊긴 후, 오늘 쓰는 편지의 결말은 이미 정해진 것인지도 모른다. 어쨌든 선생은 21세기에서 기억했던 아픔을 22세기까지 느껴야 한다는 것에 심한 스트레스를 느꼈다. 하루 종일 식탁에 앉아 90장 가까운 편지를 쓴 그는 뻐근한 허리를 주먹으로 두드린 후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창문을 열고 바람을 맞았다. 바람은 그의 피부를 아프게 할 정도로 세게 불었지만 그는 그것을 피하지 않았다. 잠시 후 그는 그 바람에 몸을 실었다. 잠시 머뭇거리지도 않았다. 잠깐 생각을 바꾸려고 하지도 않았다. 곧 130미터의 높이에서 추락을 시작한 그는 자신의 몸무게만큼 가속도가 붙어 갈수록 빨리 떨어졌다. 그리고 땅에 닿기 바로 전 귓속에서 울리는 우찬8의 목소리를 들었다. 그런데 그는 그 목소리가 아들의 목소리와 똑같다고 오해했다. 그래서 그는 아들의 이름을 크게 부르며 편지엔 쓰지 못한 문장을 말했다. "나는 22세기가 싫어"

 

  총리는 비서의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어서 자정에 있는 행사에 사회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비서의 아버지는 대답대신 총리에게 욕을 했다. 그리고 자신이 그 행사에서 사회를 본 다는 것은 자신의 인격과 가치를 떨어뜨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총리는 옆에 서있는 비서의 새끼발가락을 밟았다. 비서는 아픈 내색을 하지 못한 채 허리를 숙여 아버지의 솔직한 성격을 대신 사과했다. 총리는 삐뚤어진 넥타이를 고쳐 매며 전 국민의 모바일 스틱으로 보낼 신년인사를 녹음했다. (우찬8은 신년인사 메시지가 온 번호를 자동 기억해 놨기 때문에 단체 메시지를 총리에게도 보냈던 것이다.)

 

  22세기의 첫째 날을 별다른 행사 없이 조용히 보낸 총리는 일찍 잠자리에 들었고 곧 꿈을 꿨다. 총리는 연못 주변에서 찰랑거리는 물에 발을 조금 담그고 있었다. 그런데 누군지 알 수 없는 7명의 사람들이 각자 한 개의 별을 들고 총리의 주위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별들은 무지개 색을 띄고 있었다. 빨강색, 주황색, 노란색, 초록색, 파란색, 남색, 보라색. 총리는 등을 돌려 그 별을 보지 않았다. 하지만 별은 하늘 높이 올라가 이 세상의 모든 것 위에 자리를 잡았다. 총리는 고개를 숙이고 별을 피했지만 그의 발을 싸고 있는 물에 별들이 비췄다. 총리는 잠에서 깨기 위해 더 깊은 물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물은 총리의 눈썹까지 차올랐다. 총리는 숨을 쉴 수 없어서 허우적대다가 발끝으로 몸을 들어 올려 잠시라도 호흡하기 위해 애를 썼다. 힘들게 잠에서 깬 총리는 잠옷의 중간에 붙은 시계를 봤다. 하지만 시계는 정확한 시간을 가리키고 있지 않았다.

 

  우찬8이 사랑하는 친구인 영하9는 메시지를 듣고 기뻐했다. 오랫동안 서로 연락하지 못한 차에 친구의 목소리를 들으니 기분이 너무 좋았다 하지만 그는 우찬 8에게 답장 메시지를 보내지 못했다. 왜냐하면 그는 모바일 스틱 사용요금을 3일 동안 체납했고 통신회사가 그의 송신서비스를 정지시켰기 때문이다.

 

  영하9는 거리를 걷다가 마주치는 사람들에게 한 건의 메시지만 보내면 안 되냐고 부탁했지만 승낙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그는 회색으로 물든 하늘의 끝을 쳐다봤다. 그리고 자기가 디자인 한 건물들로 시선을 옮겼다. 건물들은 힘이 없어 보였다. 좋은 자재를 쓰고 최첨단 공법으로 지은 건물들이었지만 겉보기엔 그리 대단해 보이지 않았다. 그는 다시 하늘의 끝을 봤다.

 

  꿈을 위해 노력하던 자신의 모습이 하늘에 그려졌다. 하늘에 그려진 그의 모습은 연필로 건물을 그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그림을 따라 솟아오르는 건물의 환영도 보였다. 그는 얼굴전체에 웃음이 번졌다. 그가 짓고 싶었지만 아직 짓지 못했던 건물이 하나 둘씩 환상 속에 그려질 때마다 웃음이 커져갔다. 그는 그 건물들을 올라가기 시작했다. 유연한 동작으로 몸을 움직여 가장 낮은 구름까지 올라간 그는 눈을 돌려 자기가 만든 건물들을 찾으려 했지만 보이지 않았다. 그의 감정은 갑자기 분노로 바뀌었다. 자기가 짓고 싶은 대로 건물을 지을 수 없게 한 정부에 대한 분노였다.

 

  그는 7층을 없애라는 정부시책에 반대한다는 성명을 낸 다음부터 시작된 세무조사와 여러 가지 압력이 하나하나 생각나 정신이 혼란스러워졌다. 자기가 짓고 싶은 대로 지었다면 막대한 이익이 났겠지만 그럴 수 없어서 생긴 손해를 생각하니 가슴도 먹먹했다. 그는 자기 자신을 사랑할 수 없었다. 미웠고 죽이고 싶었다. 건물을 지을 수 없는 자신의 모습은 자신이 바라는 자신의 모습이 아니어서 화가 난 것이다. 그는 얇은 손가락들을 모아 주먹을 만들고 자신의 머리를 때리기 시작했다.

 

  그의 머리는 주먹이 올 때마다 주먹의 반대방향으로 움찔거렸다. 머리가 몸의 중심에 있지 않고 움직일 때마다 그의 몸도 따라 움직였고, 몇 번의 그런 움직임 끝에 그는 아래로 떨어졌다. 그리고 하늘을 날아가던 차에 몸이 부딪혔다. 충격 때문에 생명이 떠난 그의 몸은 땅으로 급하게 떨어졌고 땅에 있던 사람들은 옷에 묻은 그의 피를 닦아내며 저주를 퍼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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