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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나의 가벼운 연애
작가 : 다소다
작품등록일 : 2018.12.8

사랑은 아직 어수룩한 스무 살의 '송이나', 흑역사 속으로 묻은 첫 연애 이후로 항상 그 남자 '서민준'이 있었다. 이것도 일편단심이라고 할 수 있을까? 꼬이는 남자마다 황당 가득한 '강아영' 마음에 드는 남자라면 친구의 애인이라도 상관 없는 '민수연' 인생 마이웨이 '남지혜' 까지, 그들의 입학부터 졸업까지 대학생들의 리얼 현실 연애 스토리 #대학생활 #고무신 #연상연하 #막장 #캠퍼스라이프

 
11화_여자들의 비밀은 새벽에 깊어진다
작성일 : 18-12-18 13:10     조회 : 236     추천 : 0     분량 : 73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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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햇살이 점점 뜨거워지던 계절에 시작한 재혁과의 만남은

 어느덧 옷장에 걸린 두꺼운 옷들을 꺼내야 하는 계절로 이어졌다.

 그동안의 연애는 의외로 순탄했다. 어쩌다 사귀게 되었지만 서로 잘 맞는 편이었다.

 

 함께 있을 때면 재혁이 나를 사랑하는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이래서 사람들이 연애를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만큼, 그는 나에게 최선을 다 했다.

 민준과 만날 때는 느껴보지 못했던 편안함이 있었다.

 상대방이 나를 진심으로 사랑할 때 나오는 배려심과 따뜻함, 그에 따른 안도감.

 재혁은 나에게 그걸 준 사람이었다.

 

 그래도 난 아직도 민준일 생각했다. 생각만 했지, 특별히 무얼 한 건 아니었다.

 내가 군대로 전화를 거는 건 불가능했고, 가끔 걸려오는 전화를 받을 뿐이었다.

 예전보다는 전화 오는 횟수가 줄어들긴 했지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지난 여름방학 이후로 나는 죄책감에 재혁에게 더 잘 해주려고 노력했다.

 노력이라기 보단, 재혁이 내게 주는 사랑 덕분에 나도 자연스럽게 마음을 열었던 것 같다.

 나와 재혁이는 내가 꿈꿨던 달달한 연애를 했다.

 여자 친구는 내가 처음이라는 재혁인 내게 모든 걸 다 해주고 싶어 했다.

 

 .

 

 [누나 자리 맡아놨음. 어디에여] 오전 10:02

 

 [가고 있어ㅠ 교수님 오셨어? 출석은?] 오전 10:03

 

 [교수님 방금 오셨고 출석은 아직이요] 오전 10:03

 

 나는 슬그머니 뒷문으로 들어가 재혁의 옆에 앉았다.

 

 “세이프”

 재혁이 엄지손가락을 치켜든다.

 나도 따라서 손가락을 브이 자로 들어 보이다가 쎄한 눈초리로

 이쪽을 쳐다보시는 교수님 때문에 태연스레 칠판을 열심히 바라보는 척 했다.

 시선은 정면으로 고정시키고, 책 끄트머리에

 ‘아침에 알람을 못 들었어ㅠ’ 라고 써서 재혁 앞으로 슥 밀었다.

 재혁은 ‘ㅋㅋ우리 누나 진짜 잠꾸러기네’라고 쓰고 그 옆에 삐뚤빼뚤한 하트를 그려서

 다시 내 쪽으로 책을 밀었다. 재혁의 못생긴 하트에 색을 입히고 그 아래로

 한 마디 더 적었다. ‘너 진짜 하트 못 그린다ㅋㅋ 이제 수업 집중해 바보야!!’

 

 .

 

 “누나 수업 끝났어여, 누나”

 나를 톡톡 흔들어 깨우는 재혁

 

 “이거 봐여”

 자고 있는 내 사진이다.

 

 “…야.. 수업 시간에 누가 사진 찍으래”

 “누가 자랬나요. 교수님이 누나 엄청 째려보고 나가셨어여 누나 망함요”

 “아아아아아… 이거 교양이라 성적 나오기 힘든데…”

 망했다.

 

 “힝... 점심이나 먹으러 가자 파덕... 나 배고파”

 나는 옆에서 가방을 챙기고 있는 재혁의 팔짱을 끼고 어깨에 폭 기대며 말했다.

 

 “누나 다음 수업은?”

 “아 그거 오늘 휴강 나서 이제 없어.. 끝”

 “학교에 밥 먹으러 온 건 아니져??”

 “아니거든.. 어디 갈까? 학식? 일출관 오늘 점심 함박이던데”

 “누나 이미 그거 먹고 싶은 거잖아여 거기로 가요”

 

 우리 학교에서 제일 맛있기로 소문 난 일출관 학생식당은

 점심시간이면 사람이 바글바글하다. 나는 혹시 아는 사람이라도 마주칠까봐

 식당에 들어가자마자 자동으로 매의 눈으로 스캔을 했다.

 괜히 작년 동아리 사람들이나, 수빈 오빠라던가, 마주치면 껄끄러우니까...

 휴 일단 안심인 듯하다.

 

 “누나 저기 자리 있다. 저기 앉아 있어요 내가 받아 올게여”

 재혁은 한 손에 함박스테이크, 한 손에는 토마토 스파게티를 들고 돌아 왔다.

 나보다 한 뼘 이상 큰 재혁은 키가 커서 멀리서도 한 눈에 보였다.

 

 “우와 맛있겠다 히히 넌 스파게티 골랐네? 잘 됐다”

 “누나 스파게티도 좋아하잖아여”

 “맞아~”

 내가 좋아하는 메뉴가 두 개나 놓여 있자 기분이 좋아 절로 콧노래가 흥얼거려진다.

 

 “잠깐만여”

 재혁은 함박스테이크를 자기 앞으로 가져가더니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 준다.

 나는 재혁이 자른 스테이크를 하나 콕 집어서 입에 넣고, 스파게티를 포크로

 돌돌돌 말아서 재혁에게 내밀었다.

 

 “자, 아”

 재혁은 아주 조금 쑥스러워하다가 냉큼 받아먹었다.

 

 “냠냠 누나가 먹여주니까 더 맛있네”

 “아유 뻔뻔해 사람이 이렇게 많은 데 뭐하는 짓이람”

 “누나가 먼저 줘 놓고는”

 “파덕 넌 또 수업 있지?”

 스파게티를 또 한 입 넣고 있는 재혁이 면을 반쯤 문 상태로 끄덕인다.

 

 “수업 끝나고 빨리 와~ 줄 거 있어”

 “서얼마??”

 “오늘 빼빼로 데이잖아! 내가 준비 좀 했지~”

 “오올~~”

 

 .

 

 저번 100일 때는 받기만 했던 게 미안해서, 이번에는 만회해보고자 준비를 단단히 했다.

 재혁이 갖고 싶어 했던 운동화랑, 수제로 빼빼로도 만들고, 커플 수면바지하고

 고라파덕 수면양말하고, 재혁이 끌어안고 잘 대형 빼빼로 인형까지.

 내가 한 번에 들고 나갈 수가 없어서 재혁에게 수업이 끝나고

 우리 집으로 오라고 톡을 보냈다.

 

 “김재혁 온대?”

 누워서 TV를 보고 있던 아영이 묻는다.

 

 “응 와서 이것만 가지고 갈 거야”

 “얼른 가져가라 그래 집 좁아 죽겠다고”

 “치 넌 규현이 보러 안 나가?”

 “안 그래도 보자고 하는 데 귀찮다아~”

 “규현이한테 좀 잘 해줘 내가 다 안쓰럽더라”

 “충분히 잘 해 주고 있어...”

 “가출한 영혼 좀 찾아오고 말해... 걔가 자꾸 나한테 연락 한단 말이야”

 “뭐라고?”

 “너 어디 있는지, 뭐 하냐고... 연락이 안 된다고... 내가 맨날 너 자고 있다고 하는 거 알지?”

 “감사”

 “으이그... 어 파덕 왔다”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나는 얼른 문을 열어줬다.

 재혁인 내가 준비한 선물을 받고 진짜 기뻐했다.

 옆에서 쯧쯧거리는 아영의 판잔에도 아랑곳 않고 연신 우와 거리며 싱글벙글하는 게 귀엽다.

 

 “파덕 넌 나 줄 거 없어??”

 그냥 농담 삼아 한 소린데 재혁의 얼굴이 심각해진다.

 

 “..아니.. 그냥 한 소리야, 안 줘도 돼. 나 저번에 많이 받았어~”

 “누나 주려고 한 거 내 방에 있긴 한데...”

 “어? 진짜?”

 안 된다는 재혁을 끌고 가다시피 해서 찾아간 재혁의 방에는 빼빼로로 만든 과자 집이 있었다.

 

 “우와 이거 파덕 네가 만든 거야? 진짜 잘 만들었다. 와.. 먹어도 돼?”

 “안돼여!!”

 “??왜?”

 “접착제로 붙여서… 원래 설탕 녹여서 하라고 했는데,

 인터넷에서 본 거랑 다르게 잘 안 붙길래... 짜증나서 그냥...

 아, 아무튼 먹으면 안돼요~ 누나 죽어...”

 뻘뻘거리며 변명하는 재혁이 너무너무 귀여워서 나는 그대로 재혁에게 달려들었다.

 

 “우왓 누나 왜 왜, 나 넘어져”

 당황하는 재혁의 얼굴에 뽀뽀를 퍼부으면서 꼭 끌어안았다.

 

 “우리 파덕 너무너무너무 사랑스러워서! 히히 귀여워 죽겠네 진짜”

 쪽

 쪽쪽

 내 뽀뽀 공세에 뒤로 밀려난 재혁은 풀썩 침대 위로 주저앉았다.

 재혁을 안고 있던 나도 그대로 재혁의 몸 위로 쓰러졌다.

 

 “남자 방에 와서 이렇게 뽀뽀하고 그러는 거 아니에여..”

 눈도 못 마주치면서 재혁이 수줍어한다. 그 와중에도 행여 내가 어디 부딪힐까

 나를 내 몸을 감싸 안고 있다.

 

 “왜? 왜 안 돼?”

 “…나도 참기 힘들어요. 누나..”

 재혁의 오른쪽 귀가 빨갛게 물들어 있다. 나는 붉어진 재혁의 귓가에 속삭였다.

 

 “안 참아도 되는데”

 

 .

 .

 

 “쏭 이거 잡지 봤어?”

 “뭔데?”

 “경영관 앞에 쌓여 있더라”

 아영이 얇은 잡지를 하나 건네준다.

 

 "뭐얌? 나도 같이 볼래!!"

 수연이 내 이불 속으로 들어온다. 간만에 우리 셋은 각자 자리에 누워서 뒹굴 거리고 있었다.

 날이 추워져서 이불도 두툼하다. 포근하고 평화로운 밤이다.

 

 "맨 뒤에 칼럼 재밌더라. 역시 잡지는 맨 뒤가 최고야"

 "늘 짜릿하지"

 나는 잡지를 받자마자 뒤적거리며 바로 아영이 말한 칼럼을 읽었다.

 

 앙큼한 그녀들의 솔직 발칙한 19금토크-

 …중략

 남자들이 당신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지 알 수 있는 방법이 뭐라고 생각해요?

 관계 후에 그를 보세요. 우리는 종종 섹스 후에 곯아떨어지는 남자들을 볼 수 있는데요.

 왜 남자들은 그렇게 잠에 빠져 드는 걸까요? 그건 호르몬 때문이거든요. 자연스러운 현상이에요.

 남자들도 어쩔 수 없는 거죠. 생물학적으로 잠이 오는 걸 어떻게 참아요?

 그러니까 너무 서운해 하지 마세요. 근데요, 그런 남자들 중에도 관계 후에 대화를

 시도하는 남자들이 있어요. 당신을 꼭 끌어안고 오늘 어땠어? 아까 우리 먹었던 저녁 식사

 맛있었지? 하고 달콤한 말을 속삭이는 남자가 있으면 꼭 잡아야 돼요.

 그 남자 당신을 엄청 사랑하고 있거든요... -서은홍 칼럼니스트

 

 “어쩐지 겁나 자더라. 진짜”

 수연이 잡지를 덮으며 말했다.

 

 “칼럼 어때? 맞는 말 같아?”

 나는 수연에게 물었다.

 

 “맞는 것 같은데? 나랑 사귄 놈들도 다 자더라 에잇"

 “흐음.. 그런가?”

 "쏭 불 끄고 와, 이제 자자"

 "아 귀찮은데.."

 "네가 제일 가깝잖아 갔다 와~"

 "치.."

 나는 불을 끄고 누웠다. 괜히 아까 읽은 칼럼 내용만 계속 생각났다.

 

 ‘안아 준다’라... 저번에 재혁인 그랬던 것 같다.

 그 날 재혁과 나는 첫 관계를 맺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우린 숨이 막힐 만큼

 오랫동안 키스를 하다가 조금씩 뜨거워지는 숨결과 함께 하나가 되었다.

 재혁은 서툴렀지만, 조심스럽게 나를 안았다.

 관계가 끝나고 재혁은 나를 소중하게 끌어안으며 누나가 처음이라고 했다.

 그 분위기에 휩쓸려 얼떨결에 나도 그렇다고 해 버렸다.

 그 상황에서 난 경험이 있다고 차마 말할 수가 없었다. 미안...

 

 흐음... 준인 하고 나서 어땠더라...? 기억이 잘 나질 않는다.

 흐으으음.... 아무리 머리를 쥐어 짜내도 오래 된 일이라 생각이 안 난다.

 담배 피던 건 기억나는데... 관계 후에 항상 담배를 피우는 게 뭔가 기분이 나빠서

 꼭 담배를 펴야하냐고 물었더니 담배 피는 사람들은 어쩔 수 없다고 했다.

 그래서 그 후로는 그냥 그러려니 했다. 기분 나쁜 건 똑같지만...

 ...준이는 나를 정말 좋아했을까? 나랑 자려고 만났던 건 아니겠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은 어느새 또 민준의 생각을 하고 있다.

 내 생각의 종착점은 항상 이렇다. 시작이 어떻든 꼭 마지막에는 그가 나타나 버린다.

 

 “자?”

 “아니”

 수연이 대답한다.

 

 “아영인?”

 “자려고 노력 중”

 “왜 안 자?”

 “잠이 안 오네…”

 아영이 뒤척였다.

 

 “나도 잠이 안 온다... 너 혹시 이규현 생각하냐?”

 “미친, 아니거든 아까 낮잠 자서 그래”

 아영인 결국 규현과 헤어졌다.

 

 사귀고 나서 두 달 정도 되어갈 때였다. 시간이 아무리 지나도 규현이

 남자로 느껴지지 않는다고 했다. 그냥 학과 후배고, 동생 같다고...

 아영인 저번에 사귀었던 사람과 마찬가지로 규현의 연락을 받지 않았다.

 

 결국 규현은 일주일 정도 연락이 없던 아영이를 보러 집 앞으로 찾아 왔다.

 추운 날 계속 밖에서 기다리는 규현이 때문에 아영은 어쩔 수 없이 나가서

 힘겹게 헤어지자고 말하고 왔다. 규현이 눈물을 뚝뚝 흘리며 아영일 잡았지만

 아영인 잡히지 않았다.

 

 “누나.. 마지막으로 저 뽀뽀 한 번만 해 주면 안돼요?”

 라는 규현의 말에 아영인 그의 볼에 뽀뽀를 한 번 해주고 헤어졌다고 한다.

 

 “그게 뭐야”

 나와 수연인 아영의 얘기를 들으며 깔깔댔다.

 

 “...눈이 퉁퉁 부어가지고 한다는 말이 뽀뽀? 하도 어이가 없어서

 실랑이하기도 싫고 그래서 그냥 한 번 해줬다”

 “이규현도 진짜 웃기다 고작 뽀뽀가 뭐냐? 애가 너무 순수한 것 같아, 나 같으면...!”

 수연의 뒷말을 아영이 베개를 던져 막는다.

 

 "야, 야 모든 애들이 너처럼 썩진 않았어"

 "내가 어디가 썩었어"

 아영과 수연은 한참을 베개로 투닥거리며 웃었다.

 

 "야야 먼지 날려 누워"

 나는 계속 누워 있는 채로 아이들을 말렸다.

 

 “나는 연애 체질이 아닌가봐, 너무 어려워. 나만 그런가 싶기도 하고,

 쏭 너나, 수연이 보면 잘 사귀잖아. 나는... 좀 그래. 내가 이상한가봐...

 그리고 사귀게 되면 스킨십 같은 것도, 그게 너무 싫고 아무 느낌도 안 들어...“

 아영의 말에 갑자기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나 너희한테 고백 할 거 있다?”

 고요한 방에서 수연이 나지막하게 말했다.

 

 “웅? 뭔데? 내 옷 몰래 입고 나간 거 아니면 봐 줌”

 농담했는데 수연이 조용하다.

 

 “뭔데?”

 아영이 다시 묻자 고요한 적막을 깨고 수연이 말했다.

 

 “나 사실... 저번 방학 때 여기 없었어.”

 “저번? 여름 방학 때? 너 계절학기 듣는다고 학교에 있지 않았어?”

 “응 학교에 있긴 했는데 우리 방 말고 다른 데서 살았어.”

 “잉? 어디?”

 “나 방학 때 잠깐 사귀었던 오빠 있었다고 했잖아. 한세훈이라고...

 그 오빠 자취방에서 같이 있었어.”

 “헐…”

 "아 그래? 그래서 우리 집 꼴이 그랬구만?"

 나는 좀 놀랐는데 아영의 반응이 무덤덤해서 나도 애써 태연한 척 했다.

 

 "한세훈? 너 그 오빠랑 헤어지지 않았어?"

 "응... 오빠한테 진짜 다 해줬는데... 결국 전 여친이랑 다시 사귀더라“

 "쓰레기네"

 아영은 단호하게 말했다.

 

 "나 진짜 오빠랑 헤어지고 너무 힘들어서... 그래서... 다른 사람들 만나고 다녔어“

 “다른 사람?”

 "저번에 술집에서 봤을 때 내가 소개 시켜줬던 과 선배 있잖아. 그 선배도 만났고..

 우리 집에 저번에 놀러 왔던 내 친구 있지?"

 "아~ 그 목도리 둘둘 싸매고 왔던 애?"

 "응 걔랑도 한 번 만났고.. 동아리에 나랑 같이 총무 하고 있는 후배랑도...“

 "잠깐 잠깐, 너 만났다는 게 설마..?"

 가만히 듣고 있던 나는 수연에게 물었다.

 

 "...응.. 잤어.."

 나와 아영인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고 나면 일단 그날 밤은 같이 자잖아. 그럼 다음 날 눈 뜨면

 내 옆에 사람이 있는데, 거기서 내가 안도감을 느끼는 것 같아.

 하룻밤이어도 그 품이 따뜻하더라고, 그럼 잠시나마 세훈 오빠 생각도 안 나고...

 거짓인 거 아는데도, 사랑받고 있는 느낌도 들고, 외로운 게 좀 나아지는 것도 같고...“

 "그.. 너.. 그럼 그 잤던 놈들하고는 사귀는 거야?“

 당황한 내 목소리가 조금 떨렸는데 수연이 알아차렸나 모르겠다.

 

 "응? 아니, 왜 사귀어 걔네랑"

 떨리는 내 목소리와는 대조 되게 수연이 가볍게 대답하며 웃는다.

 

 "...그냥 우리한테 연락 하지 그랬어"

 아영이 조용히 말했다.

 

 "너네 다 집에 가 있었는데 뭘, 그냥 그랬다구~~

 아, 세훈 오빠랑 헤어진 건 이제 좀 괜찮아~ 시간이 약이더라“

 "이제 괜찮으면 됐어.. 그래도 다음부턴 우리한테 연락해"

 "웅!!! 이제 안 그래~"

 

 .

 .

 .

 

 "참.. 그게 설득력 있는 개소리였는데 말이지"

 "난 솔직히 민수연 얘기 듣고 엄청 놀랐는데 아영이 네가 태연하길래

 나도 아무렇지 않은 척 했지“

 "야.. 사실 나도 많이 놀람... 걔가 힘들었다고 고백하니까 그냥 위로해준 거지"

 “걔도 참 대단하다. 그 때부터 그랬던 거야? 내가 처음 봤을 땐 그런 이미지

 아니었는데 뭔가... 남자한테 그렇게 인기 없을 것 같은...?”

 아영의 이야기에 지혜가 갸우뚱한다.

 

 "우리도 몰랐지. 그 때 알아 봤어야 했는데 아오 망할 년“

 나는 맥주를 벌컥벌컥 마셨다.

 

 "웩 김 다 빠져서 쓰다..."

 "하긴, 그렇게 친구 남자까지 건드릴 줄은 몰랐지. 의리 없는 년“

 “이제 슬슬 갈까? 계산서 어딨어? 우리 안주 뭐 시켰지?"

 "모둠튀김 하나하고.. 맥주 7잔? 누구야 누가 맥주 한 잔 더 마셨냐 자수해라"

 나는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손가락으로 아영을 가리켰다.

 

 “아 진짜~ 내가 사면되잖아. 가자 언니가 쏜다~”

 

 도란도란한 분위기였던 그날 밤, 내용은 귀엽지 않았던 속 깊은 이야기들.

 

 우린 서로 각자의 연애 방식을 터치하지는 않았지만 수연의 이야기는

 내 마음 속 깊은 곳 어딘가에서 거부감이 들었다.

 

 우리는 품고 있던 이야기를 꺼내 놓는 걸로 한층 더 서로를 믿어야 했다

 사랑하는 사람과만 관계를 맺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건 고리타분한 생각일까?

 그로 인해 그녀가 마음의 안식을 얻었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누군가에는 가볍고, 누군가에는 중요하고, 누군가에는 버겁다.

 각기 다르게 다가오는 관계를 나는 사랑을 확인하는 수단으로 사용하려 했다.

 
작가의 말
 

 스마일 모양☺의 감자튀김을 좋아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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