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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악귀(惡鬼)
작가 : 하형
작품등록일 : 2018.12.5

하루아침에 사라져버린 해, 사람들은 그 날을 '해가 타락한 날'이라고 기억했다. 세상은 혼돈에 휩싸였고, 난생 처음보는 악귀들이 대지를 점령하고 시작하는데...
한 편, 부유한 가정에 자라 기사단에 입단했던 파사르는 해가 타락하며 생겨난 의문의 질병에 걸려버린 어머니에 의해 가족 모두를 잃어버리고, 마침내 어머니마저 직접 죽여야 하는 안타까운 일을 겪게 된다. 그리고 파사르는 그 날 이후로 질병에 걸린 '비어있는 자'들과 '악귀'들의 몰살하는 데 온 생을 바치게 된다.
세월이 흘러 인간들의 모든 대지를 빼앗겨 버린 후, 마지막 남은 도시이자 천연의 요새 '테라피노'에서의 최후의 항쟁을 이어가던 인간들에게 그간 자취를 감추던 신이 나타나는데...

 
12화
작성일 : 18-12-18 12:52     조회 : 249     추천 : 0     분량 : 33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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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단장님은 어디 계시는 건가?! 지휘관님은 어디에……북이, 빌어먹을 북이 찢어져 있잖아?!”

 “제기랄, 망할 놈들이 우릴 버렸어! 여기를 막고 있어야 할 이유가 없다! 도망쳐, 도망쳐야 산다!”

 

 북소리가 아닌 퇴각을 알리는 몇몇의 분노에 찬 고함소리가 들렸다.

 그제야 맡은 자리를 사수하고 있던 잔여병력들은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허겁지겁 두 다리를 움직였다.

 전투가 무의미해진 상황에서 도망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방패와 검, 심지어 투구와 상체를 가린 갑옷의 일부분을 벗어던지는 이도 보였다.

 그들은 고위 간부들이 자신들을 버리고 갔다는 사실에 분노할 겨를도 없이 오로지 이 지옥도를 한시라도 빨리 벗어나야 한다는 목표만을 머리에 되뇌고 있었다.

 

 파사르는 기사들을 따라 아수라장이 되어버린 도시에서 가장 빨리 빠져나가는 길을 찾아 달렸다.

 악귀들이 4개의 성문을 포위하다시피 우글거리는 탓에 가장 좋은 선택지는 왕실 가문이 떠난 오프레로 통하는 북문으로 남은 병력들이 집결해 뚫고나가는 것이었다.

 리치타는 워낙 규모가 작은 도시인지라 중간을 가로질러 일직선으로 달린다면 그들이 사수하고 있던 남문에서 북문까지의 거리는 금방이었다.

 

 “여기로 오면 안돼……돌아가. 돌아가야 하네.”

 

 그 때였다.

 술에 취한 사람마냥 중심을 잡지 못하고 한손을 허우적거리는 누군가가 마주보이는 거리를 걸어오고 있었다.

 하늘까지 치솟는 화염마와 무너져 내리는 집들이 내뱉는 굉음과 먼지들 통에 정신이 없어 기사인지 주민인지 명확히 판단할 수가 없었으나, 외관이 뚜렷이 보일만큼 거리가 줄어들자 여기저기에서 욕설과 함께 탄식이 터져 나왔다.

 회색에 필드 아머(관절 부위까지 판금으로 감싼 갑옷)를 입고 있는 그는 심하게 부서져 안면 한쪽이 드러난 투구를 쓰고 있었고, 투구 위로 회색 숱의 딜채(장식할 때 사용하는 털 따위를 일컫는다)를 달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그의 신분이 고위직 기사라는 걸 알려주는 장식이자 표식이었다.

 

 “어? 기사단장……아니, 기사단장 저 개자식이! 혼자 어딜 도망갔다 나타나서 무슨 헛소리를 하고 있는 거야?! 뒤로 돌아가면 다 죽는다고!”

 “자네들 북문으로 가고 있는 겐가? 북문으로 가면 다 전멸일세……다른 길을 찾아야하네. 다른 길을……”

 

 기사단장은 심하게 떨어대는 한 팔로 간신히 반쪽자리 십자가를 만들어 길을 막아섰다.

 더욱이 가까이서 보니 그의 몰골은 너무나도 처참했다.

 왼쪽 어깨가 송두리째 뜯겨버려 겨드랑이의 살가죽으로만 팔을 간신히 매달고 있는 그는 실핏줄이 눈동자를 뒤덮은 시뻘건 눈으로 기사들을 바라보았다.

 

 “버리고 갈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당신 말을 들으라고?! 미쳐도 단단히 미쳤군. 무시하고 마저 달려! 북문을 못 뚫고 나가면 무덤도 못 만들고 몰살당한다!”

 “빌어먹을, 그쪽에는 괴물이……”

 “괴물이 없는 곳이 지금 여기에 어디 있어?! 꼴좋네. 당신이나 여기서 꿱하고 뒤지쇼!”

 

 하지만 애원하듯 간절하게 부탁하는 그의 말을 듣는 이는 없었다.

 부하들을 포기하는 무능력을 스스로 입증해 보인자를 다시 따를 이가 어디 있겠는가?

 게다가 행여 그의 말이 맞다 쳐도, 북문에 이제야 거의 다다른 마당에 다른 길을 찾아 돌아가기에는 시간이 너무 촉박했다.

 기사들이 조소가 섞인 비웃음과 경멸이 담긴 욕지거리를 던지고 지나자, 홀로 외로이 남겨진 기사단장은 삶의 의지를 포기하고 허탈하게 한숨을 내쉬었다.

 거적때기가 된 어깨를 부여잡고 몸을 바닥에 뉘인 그는 아득하게 흐려지는 시야에 떠나는 기사들의 뒷모습을 담고 있었다.

 

 “뭔가 이상해.”

 

 묵묵히 무리에 섞여 내달리던 파사르는 무언가 전쟁에 어울리지 않는 어색함을 느꼈다.

 분명 방금에 기사단장은 북문에서 큰 피해를 입고 돌아온 것 마냥 보였다.

 그는 남은 병력들이 위태롭게나마 도시를 사수하고 있는 시간을 틈타 기사단 간부들과 함께 북쪽으로 빠져나가려는 계획을 실행했을 터였다.

 그리고 계획이 실패하면서 간신히 목숨을 부지하고 되돌아 왔다라고 가정한다면, 북문은 잔여 병력들이 퇴각하기도 전에 진즉에 함락되었을 가능성이 컸다.

 그런데 의아하게도 여태껏 정면에서 다가오는 악귀와 마주친 적이 없었다.

 

 “뭔가 이상합니다!”

 

 파사르는 뜀박질의 속도를 붙여 무리의 선두권으로 올라선 후 길을 앞장서고 있는 기사─지리를 꿰차고 있고, 가슴에 푸른 바탕에 하얀 별이 그려진 걸 보니 리치타 소속의 기사였다─ 에게 크게 소리를 질렀다.

 

 “뭐가 이상하다는 거야?!”

 

 무장군보보다도 더한 전력질주에 숨이 가파르게 차오른 기사는 들숨과 날숨 사이에는 기묘한 쇳소리를 섞어 되물었다.

 그러자 파사르는 호흡을 안정하게 다듬으며 말을 이었다.

 

 “너무 조용하지 않습니까? 북문으로 향하는 동안에 악귀들과 마주친 적이 없습니다. 게다가 뒤를 따라오는 놈들도 보이지 않습니다. 분명 동문, 서문, 남문에는 더 이상 남은 병력들이 없어 뚫렸음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예감이 안 좋습니다. 기사단장은 ‘악귀’가 아니라 ‘괴물’이라고 말했습니다. 아마도 여태 본적 없던, 다른 무언가를 본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하지만……그렇다고 해도 다른 방도가 없잖아. 지금이야 안 보인다 해도 도시 바깥에는 악귀들이 즐비하다고! 어디로 나가든 녀석들의 밥이 될 텐데, 앞에 어떤 놈이 지키고 서있을는지 몰라도 이렇게 된 이상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야.”

 

 그의 대답에 긍정인지 부정인지 모를 고갯짓을 까닥인 파사르는 슬슬 발을 늦추어 무리의 후방으로 내려갔다.

 예감이 좋지 않았다.

 오싹거리는 심장이 불길한 장소에 다가가고 있음을 경고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무리를 벗어나 혼자 떨어지기에는 무리가 있으니, 파사르는 기사의 말을 따르는 대신에 하나만을 명확하게 고르기로 했다.

 비록 비겁할지 몰라도 파사르가 떠올리고 있는 방도는 그가 생각하기에 가장 생존 가능성이 높은 선택이었다.

 

 잠시 후 불규칙적으로 땅을 구르는 철구두의 소리가 점점 작아지다 멈추었다.

 연유는 알 수 없었지만,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한 기사들은 하나같이 헛구역질을 해대고, 입에 한가득 고인 침과 가래를 뱉어대기에 바빴다.

 고르게 숨을 가다듬은 파사르는 곧이어 눈에 들어온 믿기 힘든 광경에 투구의 가리개를 활짝 열어 재꼈다─정 가운데에 움푹 페인 자국과 함께 잔뜩 구겨진 철문이 그들의 앞을 막아섰기 때문이었다.

 이 정도의 파괴력을 가진 것이라면 파성추(목재 설비에 기둥모양의 무거운 추를 달아 성문을 부술 때 사용한 공성무기의 일종)가 떠오르긴 했으나, 악귀들이 그런 공성무기를 만들어 사용했다는 건 들은 적이 없었다.

 

 “이게 무슨……성문이 저렇게 나가떨어진 거 본 적 있어?”

 “왜 이렇게 조용해? 악귀들은 다 어디 간 거야? 시체들도 하나도 안보이잖아.”

 

 예상과는 전혀 다른 광경에 적잖이 당황한 기사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원래 같았으면 부서진 성문을 넘어 악귀들이 일대를 점령하고 있는 것이 맞았다. 하지만 개미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았다.

 주변 일대에 흥건하게 칠해져 있는 핏자국들과 부러지고 금이 간 무기들, 조각 난 방어구의 흔적들이 참혹한 전투가 벌어졌음을 말해주고 있음에도 사람의 시체는 눈을 씻고 봐도 찾을 수 없었다.

 
작가의 말
 

 하루가 늦었습니다.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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