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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스페로 스페라
작가 : 윤슬YS
작품등록일 : 2018.12.13

뒤늦게 꿈을 찾아 떠난 이탈리아 여행길, 본의 아니게 첫 날부터 다 털렸다.
이 와중에 날 구해준 이 남자. 구세주일까, 아니면 웬수일까?

Lovely Cusine Romance.
욜로 욜로 하다 골로 간다고? 어떻게 알아? 가봐야 알지.
이젠 먹방 여행 로맨스다.
먹고, 여행하고, 사랑하라!

 
#05
작성일 : 18-12-18 11:47     조회 : 261     추천 : 1     분량 : 5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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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5

 

 

 

 “담보....... 담보만 있으면 그럼 돈을 빌려주실 수 있나요?”

 

 민희는 테이블 위 드로잉북을 펼쳐 그림을 내보였다. 백팩과 맞바꾼 그림, 미켈란젤로 언덕에서 내려다본 일몰 무렵의 피렌체 전경이었다. 그림을 그리던 순간까지는 로맨틱하고 아름답기 그지없다고 생각하던, 연인과 노부부의 모습까지 담긴.

 

 꽤 오랜 시간 붓을 내려놓고 살긴 했지만 어릴 때부터 대학 시절까지, 나름 그림 꽤나 그린다는 소리를 듣고 살았다. 집안 사정과 현실이라는 문 앞에서 포기하기 전까지는.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살기에는 한국 사회는 꽤나 많은 돈이 필요했고, 재능과 열정만으로 극복할 수 있다고 말하기에는 냉정한 나라였다.

 

 그 좋아하던 것을 그래서 놓을 수밖에 없었고, 그럼에도 놓아지지 않아서 찾아온 피렌체였건만.......

 

 내내 표정이 없던 남자의 얼굴에 웃음이 돌았다. 물론 한 쪽 입 꼬리만 올라간 명백한 비웃음이기는 했지만.

 

 “그 쪽이 무슨 한국의 미켈란젤로나 레오나르도 다빈치라도 됩니까?”

 “네?”

 “고작 이 그림 한 장에 내가 덜컥 큰돈을 빌려줄 만큼 그런 인물인지 묻는 겁니다.”

 “그런 건 아니지만.......”

 

 틀린 말은 아니었지만 기분이 제대로 상한 민희는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고작? 지금 고작이라도 했냐? 이 새끼가 진짜. 말이면 다인 줄 알아? 말 한 번 더럽게 재수 없게 하네. 이 싹퉁 바가지 같은! 하. 사람이 얼마나 절박하면 이렇게까지 할지 생각은.......’

 

 할 수가 없겠지. 거지가 된 건 그 쪽이 아닌 나이니까. 당장 아쉬운 사람은 스스로인지라, 민희는 목구멍까지 차오르는 말을 꾹꾹 눌러 삼켜냈다.

 

 “유명하지 않다고, 서툴다고 해서 가치마저 없다고 말할 수는 없지 않나요.”

 

 가시처럼 톡 튀어나온 한 마디 말만 빼고선.

 

 여행을 결심하기 전, 앞집 아이가 내밀어준 엉성하기 짝이 없는 그 그림이 생각났다. 서툴러도, 그 어떤 훌륭한 작품보다 가장 큰 위로가 되어준 그 그림이.

 

 “미안하게 됐어요.”

 

 미안하면 미안한 거지. 미안하게 된 건 또 뭐야. 엎드려 절 받기 식의 사과가 오히려 더 찝찝했다.

 

 ‘끝까지 참을 것이지. 왜 또 거기서 욱해가지고. 지금 빌어도 모자를 마당에. 으이그!’

 

 “그럼 일이라도 시켜주세요. 뭐든 할게요. 일당 많이 안주셔도 돼요.”

 “안됩니다. 일할 자리도 없고, 불법을 저지르고 싶지도 않아요.”

 

 거, 잘생긴 사람이 앞뒤 꽉꽉 막혀서 되게 융통성 없네. 이탈리아 남자들 로맨틱의 끝판왕이라며, 매너 좋기가 따라올 자가 없다며. 억울하고, 속상한 마음에 한 마디 덧붙이려던 민희는 이내 입술을 감쳐물었다.

 

 ‘그래. 처음 본 사람을 어떻게 믿고 일을 시킬까. 무턱대고 돈을 빌려달라는 낯선 사람에게 그 누가 선뜻 돈을 빌려주겠어. 알지. 잘 알지. 아는데.......’

 

 입장 바꿔 생각해도 황당하기 그지없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아는데, 그런데도 서운하고 섭섭했다.

 

 “도난당한 물품이 무엇인지, 언제 어디서 잃어버린 건지, 내일 경찰서에 가서 폴리스 리포트를 작성한 후 여행자 보험 회사에 제출하면 어느 정도 보상받을 수 있을 겁니다.”

 

 경험의 부재, 지나친 긍정주의가 초래한 결과는 너무 참담했다. 소매치기가 많아봤자 스스로 조심하면 그만이라고, 사람 사는 동네가 다 거기서 거기지 뭘 유난스럽게 여행자 보험까지 들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후회의 파도가 집어삼킬 듯 밀려왔다.

 

 추후 보상이 중요한 게 아니라고, 바짓가랑이라도 붙들고 매달려야 하는 상황인데 민희는 쉬이 입이 떨어지질 않았다.

 

 여권이야 대사관에 가면 해결될 일이고, 엄마든 친구들이든 연락해서 돌아갈 비행기 표를 대신 예약해달라고 하면 된다. 그러면 얼마든지 돌아갈 수 있다.

 

 돌아갈 수‘는’ 있다. 그게 문제인 거지만.

 

 그것 보라고. 말 안 듣고 가더니 기어코 하루 만에 이럴 줄 알았다고. 네가 간 길이 잘못된 길이니 하늘도 알려주는 거 아니겠냐고.

 

 안 봐도 비디오였다.

 

 그저 무엇을 하고 싶은 건지. 스스로를, 제 인생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싶었던 것뿐인데 그런 제 선택이 틀렸다고, 잘못이라고 도장 쾅쾅 찍어 확인받고 싶지가 않았다.

 

 “한 달만요. 한 달만 머물게 해주시는 것도 안 되나요?”

 “죄송합니다만, 안됩니다. 캐리어 찾을 돈과 3일 머무는 동안의 식사는 무료로 제공해 드릴게요. 그 이상은 힘듭니다.”

 

 단호한 대답에 한숨을 내쉰 민희는 그가 내민 10유로를 주춤주춤 건네받았다. 자존심이고 뭐고, 거절은 거절이다. 지금은 이 돈이 비상시 제 목숨을 살릴 수도 있는 능력을 지닌 존재였다.

 

 ‘그래, 다른 방법을 찾자. 뭐든 방법은 있겠지. 스페로 스페라, 희망은 있는 거라고 했으니.’

 

 “저, 근데 여기서 중앙역은 어느 길로 가야 하나요? 휴대폰도 같이 분실한 터라, 맵을 볼 수가 없어서요.”

 “캐리어 지금 찾으러 가게요?”

 

 그럼, 갈아입을 옷이며 세면도구도 다 캐리어 안에 있는데. 지금 찾지, 내일 찾겠냐? 입 밖으로 꺼내지도 못하면서, 모든 요구를 거절한 것이 원망스러워 민희는 속으로 구시렁거렸다.

 

 힐끔 고개를 돌려 벽에 걸린 시계를 확인한 남자의 표정이 곤란한 듯 살짝 찌푸려졌다.

 

 ‘뭐, 또 왜! 어쩌라고!’

 

 받은 10유로를 돌려달라는 건 아니겠지. 두어 걸음 다가온 걸음에 괜히 움찔한 민희는 손 안의 10유로가 보이지 않도록 스윽 바지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하아. 같이 갑시다.”

 “아니에요. 길만 알려주세요.”

 “시간도 늦었고, 어차피 그 쪽이 오늘 마지막 손님이기도 하니까.”

 

 대답도 듣지 않은 채 긴 다리를 움직여 건물 밖으로 나간 남자를 따라 민희는 허겁지겁 걸음을 옮겼다.

 

 여름이면 40도를 훌쩍 넘는 더운 나라라고, 겨울에 춥지 않을 거란 예상은 착각이었는지 일찌감치 해가 저문 피렌체의 겨울밤은 생각보다 추웠다.

 

 ‘아, 좀 천천히 걷지.’

 

 미켈란젤로 언덕까지 걸어간다고 1시간, 소매치기를 잡는다고 뛰어다니길 30분, 숙소를 찾아 헤맨다고 1시간. 장거리 비행을 마치자마자 한숨도 쉬지 못한 채 혹사당한 다리와 발이 아픔을 호소해왔다.

 

 ‘중앙역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숙소라더니, 순 뻥이었네. 자기 기준으로 잰 거야, 뭐야.’

 

 아무 말도 없이 척척 걸어가는 남자의 뒤를 빠른 걸음으로 쫓아가느라 민희는 그토록 열망해 마지않던 피렌체의 밤을 즐길 여유조차 생기지 않았다.

 

 캐리어를 맡기며 받은 바코드를 지갑 안에 넣어두는 통에, 결국 다시 한 번 남자의 도움을 받았다. 지갑을 잃어버려 바코드를 분실했다는 간단한 대화였지만 영어가 서툰 아저씨와 거의 소통이 되지 않은 탓이었다.

 

 남자와 대화를 나누던 유인보관소 아저씨가 힐끗 쳐다보는 모양새를 보아하니 분명 제 얘기를 하는 거겠지. 그 시선이 딱히 좋은 뉘앙스는 아닌 것 같았지만 별 수 없었다.

 

 영원히 작별을 고할 뻔 했던 캐리어야. 다시 만나 반갑다. 눈물 나게 반가워. 이것마저 잃어버리지 않은 게 어디냐며, 민희는 커다란 캐리어를 품에 안았다.

 

 제 할 일은 다 했다는 듯 멀어져가는 남자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정신을 차린 민희는 다급히 그의 뒤를 따랐다.

 

 “기다리는 법도 없냐. 치사하게.”

 

 시간이 늦어서인지 까만 돌바닥 위 드르륵 드르륵거리며 굴러가는 캐리어 바퀴 소리가 유난히 크게 골목을 울렸다.

 

 얼마나 오랜 세월을 한 자리에 있던 걸까. 얼마나 수많은 사람들이 이 위로 지나간 걸까. 반질반질 윤이 나는 돌바닥 위를 걸어가던 그 때였다.

 

 울퉁불퉁한 바닥 때문인지, 아직 끝나지 않은 엄마의 저주 때문인지 폭삭 깨져버린 바퀴가 더 이상 구르지를 않았다.

 

 견고하다고 했잖아요........ 티타늄인지 뭔지 비행기 내부에도 사용되는 소재라면서요.......

 

 ‘돌아가기만 해 봐. 과장광고로 확 신고해버릴 라니까.’

 

 피렌체에 도착하자마자 ‘예쁘다’를 연발했던 돌바닥이 이젠 화를 북돋는 존재가 되어 버렸다.

 

 ‘하다못해 너까지 이러기냐. 나보고 이 도시에서 썩 꺼지라는 거야, 뭐야!!!!!’

 

 이제는 저 멀리 멀어져가는 남자의 뒤를 따라갈 기운도 잃은 채 민희는 한 쪽으로 주저앉은 캐리어를 억지로 낑낑 끌었다.

 

 “날도 추운 겨울이라 가뜩이나 묵직한 옷들로 가득 채워진 캐리어, 남겨진 재산이라고는 달랑 하나 남은 캐리어, 버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아도 그럴 수 없는 애증의 캐리어야. 집에 좀 가자. 언니 춥다. 몸도 춥고, 마음도 춥고. 이 와중에 배도 더럽게 고프구나.”

 

 고개를 푹 숙인 채 중얼중얼 혼잣말을 하며 걸어가던 그 때, 바닥을 향한 시선 속으로 우뚝 서 있는 큼지막한 두 발이 들어왔다.

 

 그대로 이어진 길쭉한 몸을 따라 고개를 들어 올리자 무감하게도 내려다보는 남자가 서 있었다. 가까워진 시선에 놀란 민희가 흡, 하며 숨을 들이마셨다.

 

 “왜, 왜요?”

 

 뭔가 차가워 보이는 저 푸른색의 눈빛 때문이다. 아니다. 기럭지 때문에 압도되는 것뿐이다. 얼빠인 내가, 그저 미남 아우라에 눌린 것뿐이다. 스스로 주문을 걸어보아도 민희는 절로 어깨가 움츠러들었다.

 

 캐리어 바퀴가 부서진 게 내 잘못은 아니잖아요....... 여기 돌바닥 내가 깐 것도 아니잖아요.......

 

 “주세요.”

 “네?”

 “캐리어요.”

 

 괜찮다는 말을 하기도 전, 덥석 캐리어를 들어 올린 남자가 다시 등을 돌려 걸어갔다.

 

 “이봐요. 많이 무거워요, 그거.”

 

 더 이상의 민폐는 스스로 생각해도 아니다 싶었는지 민희는 꽉꽉 채워진 24인치의 캐리어를 가뿐하게 들고 걸어가는 남자의 뒤를 부리나케 따라 걸으며 말했다.

 

 “알아요.”

 

 진짜 할 말 없게 만드는 데 남다른 재주가 있구나. 분명 이것저것 고마운 상황임에 틀림이 없는데 뭐가 이렇게 얄밉게 구는지, 민희는 더는 말을 붙이지 못한 채 남자를 따라 바삐 걸음을 옮겼다.

 

 

 

 ***

 

 

 

 “고맙습니다.”

 

 안내를 받아 올라간 2층의 방, 침대 옆에 캐리어를 놓고 나가려는 남자를 향해 민희는 꾸벅 고개를 깊게 숙였다. 어쨌거나 생명의 은인과 다름없는 사람이었으니까. 저 남자가 아니었더라면 지금쯤 추운 겨울날, 길바닥을 끌어안고 있을지도 모르니까.

 

 “죄송한데, 잠시 컴퓨터 좀 사용할 수 있을까요?”

 “따라오세요.”

 

 그를 따라 다시 1층으로 내려가는 계단, 모두가 잠에 든 건지 건물 밖의 골목도, 숙소 안도 적막할 만큼 조용했다. 꼬르르륵, 뱃속에서 눈치 없게 울린 소리가 남자의 귀에 들렸을까 민희는 황급히 배를 감싸 쥐었다.

 

 ‘그러고 보니 피렌체에 도착한 이후로 아무 것도 먹지 못했구나.’

 

 오전에 비행기에서 내리기 전, 속이 더부룩해 한 입 먹고 내려놓은 기내식이 오늘의 유일한 식사였다.

 

 ‘이따 컵라면이라도 부숴 먹을까. 배고프네.’

 

 세계 3대 미식의 나라에 와서 한 끼도 먹지 못할 줄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소매치기의 삼대에게까지 저주를 퍼부을 정도로 치솟던 분노가 이젠 마지막, 수용의 단계에 이르렀는지 헛웃음이 나왔다.

 

 “테이블 위에 놓여 있는 것 사용하시면 돼요. 잠금 비번은 sperospera입니다.”

 “네. 감사해요.”

 

 남자가 다른 곳으로 사라지자 다급히 의자를 꺼내 앉은 민희는 서둘러 메신저를 설치했다. 지갑을 잃어버린 후 꽤나 오랜 시간이 흐른 데다 휴대폰에도 온갖 뱅킹 정보가 들어있던 터였다.

 

 
작가의 말
 

 이 추운 겨울, 밖으로 쫓아내지마. 남주야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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