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로맨스
스페로 스페라
작가 : 윤슬YS
작품등록일 : 2018.12.13

뒤늦게 꿈을 찾아 떠난 이탈리아 여행길, 본의 아니게 첫 날부터 다 털렸다.
이 와중에 날 구해준 이 남자. 구세주일까, 아니면 웬수일까?

Lovely Cusine Romance.
욜로 욜로 하다 골로 간다고? 어떻게 알아? 가봐야 알지.
이젠 먹방 여행 로맨스다.
먹고, 여행하고, 사랑하라!

 
#04
작성일 : 18-12-18 11:43     조회 : 244     추천 : 1     분량 : 5252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04

 

 

 

 한국에서도 게을리 하던 운동을 여기 와서 할 줄이야, 민희는 헉헉 숨을 몰아쉬었다. 멀리 가지 못했겠지, 이 언덕을 뛰어 내려가면 잡을 수 있겠지, 헛된 희망을 품었더랬다. 피렌체에 막 도착한 한낱 여행객이 이곳의 지리에 훤히 밝은 전문 소매치기꾼을 잡을 수 있을 리가 만무했다.

 

 “큭, 크윽.”

 

 목을 거머쥔 채 민희는 연신 기침을 했다. 헐레벌떡 너무 뛰어댄 탓에 목에서 피맛이랄까, 쇠맛 같은 것이 느껴졌다.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하. 만수산 드렁칡이 얽혀지면 인생이 망한다고, 망해! 이런들, 저런들 어떠할 리가 없는 거라고!’

 

 시조고 나발이고 다 뜯어고쳐야해. 죄 없는 다비드부터 이미 오래 전에 죽고 사라진 이방원까지 씹어댄 민희는 그래도 솟구치는 화를 참아내지 못하고 제자리에서 발을 굴렀다.

 

 천 년의 세월을 버틴 단단한 돌바닥에 아픈 건 말하지 않아도 발바닥이었으니. 찡, 하며 다리를 타고 올라오는 고통에 철퍼덕 바닥에 주저앉았다.

 

 ‘자, 자. 머리가 있으니 생각이란 걸 해보자. 김민희야. 네 머리는 돌이 아니잖아?’

 

 이미 돌처럼 굳은 머리를 어떻게든 굴러가게 해보려 민희는 스스로 철썩철썩 제 머리를 내려쳤다.

 

 ‘여권은 임시로 발급받고, 카드는 정지하면 되는데....... 아. 나 휴대폰도 없지. 그래, 숙소에 가서 전화를 하자. 집이랑 애들한테도. 아, 번호 하나 외우지를 못하는구나. 이런 똥멍청이. 스마트폰이 생기고 아주 상멍청이가 다 됐지....... 이런 망할. 하아.’

 

 이 상황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결해야할지, 민희는 또다시 머릿속이 새하얗게 되어 아무 생각도 들지가 않았다.

 

 「멀쩡하던 직장을 때려치우고, 네가 아주 복에 겨웠다. 복에 겨웠어. 아니, 뭔 목마름 같은 소리여? 지금 그리는 건 그림이 아니냐, 어? 자기가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사는 사람들이 뭐 얼마나 있다고. 다 그렇게 살아, 다.」

 

 「얼씨구. 욜로? 욜로 같은 소리하고 있네. 욜로 욜로 하다 골로 간다, 이 년아. 여행은 일주일 정도만 다녀와. 거 오래가면 다 거기서 거기고, 똑같어. 다 너 잘되라고 하는 소리지, 내가 달리 그러디? 순실이 아줌마가 사위 직장 동료랑 맞선 주선해주기로 했으니까, 거기 가지 말고 엄마 말이나 들어.」

 

 이명이 울리듯 귓가에 맴맴 같은 소리가 맴돌았다. 마치 엄마가 지구 반대편에서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외쳐대듯 ‘골로 간다’고 소리치고 있는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이 년아. 욜로 욜로 하다 골로 간다. 골로 간다아아. 골로 간다아아아하하하하하하하.

 

 “저주가 실현됐어. 하.”

 

 ‘피렌체 도착한지 이제 고작 세 시간 남짓 흘렀을 뿐인데. 이제 고작 일몰 하나 본 것뿐인데. 나의 여행은 아직 오프닝조차 찍지 못했는데.......’

 

 여행은 역시 방구석 TV여행이 최고이고, 집 나가면 개고생이란 말은 진리인 걸까. 용기와 무모함은 한 끝 차이라는 것을 너무 늦게 깨달은 건 아닐까. 손도 다 굳은 마당에 무슨 목마름을 채우겠다고 이 멀리까지 와서는.

 

 터덜터덜 간신히 움직이는 발걸음마다 후회의 한숨들이 쏟아져 나왔다. 쥐뿔 아는 이태리어라고는 ‘본조르노’랑 ‘그라찌에’가 전부라 어디 도움을 청할 길도 없었다.

 

 일단 돌아가자, 숙소에 가서 차근차근 생각해보자. 민희는 끓어오르는 화를 삭이고 또 삭여보았다.

 

 ‘그나저나 숙소는 무슨 수로 찾아가지.’

 

 휴대폰의 지도에서 얼핏 보아두었던 위치가 아른거렸다. 그나마 숙소 이름을 기억하는 게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창밖으로 베키오 다리가 내다보이는 아르노강 근처였는데. 강의 오른편에 있었지. 그래, 여기서 걸어서 10분이면 갈 수 있을 거야. 일단 중앙역에 들러서 캐리어를 찾고.......’

 

 “아, 맞다! 캐리어!”

 

 단돈 6유로가 없어 캐리어조차 찾을 수가 없었다.

 

 “아, 내 돈. 내 돈!!!!!! 내 500만원....... 이런 개새....... 그딴 식으로 살아봐, 이 도둑놈아. 지옥에 떨어져 불에 지져질 거다. 삼대가 멸할 지어다. 아멘!!!!!”

 

 믿지도 않는 신을 찾으며 다시금 마음 속 분노의 화산이 폭발하는 기분이었다.

 

 

 

 ***

 

 

 

 수많은 좁은 골목을 한 시간여 헤맨 끝에 민희는 드디어 숙소 앞에 당도했다. 덕분에 베키오 다리 주변의 골목 지리를 이제는 지도 없이 다닐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랄까.

 

 “스페로 스페라.......”

 

 밤색 빛깔이 도는 커다란 나무문 앞에 선 민희는 문 위에 달린 작은 간판 위의 글자를 소리 내어 읽었다.

 

 다른 건 둘째 치고, 그 이름이 맘에 들어서 선택한 게스트하우스였다. Spero spera, 살아 있는 한 희망은 있다.

 

 숨 쉬는 한, 희망은 있겠지. 여행 첫 날부터 모든 것을 잃어버린 채 달랑 남은 것은 이 몸뚱어리 하나 밖에 없다하더라도.

 

 이런 의미가 될 줄 알고 선택한 숙소는 아니었지만 민희는 그 이름을 다시 한 번 중얼거렸다. 죽으란 법은 없을 거라고, 뭐든 수는 생길 거라 믿으며.

 

 중세의 건물처럼 보이는 외벽, 각 층마다 보이는 커다란 창문과 발코니, 옛 느낌이 물씬 풍기지만 전체적으로 굉장히 고급스러워 보이는 5층 집이었다. 묵직한 나무문을 밀고 들어가자 좁다란 통로와 두, 세 사람이 탈법한 작은 엘리베이터가 눈에 들어왔다.

 

 사뿐사뿐 조용히 발걸음을 옮겨 통로를 돌자 거실 내지는 로비로 보이는 널찍한 공간이 나타났고, 한 남자가 가운데 놓인 테이블 위를 정리하고 있었다.

 

 한참 올려다봐야 하는 훌쩍 큰 키, 다부진 체격. 유럽 남자 같기도 하고, 묘하게 동양인 느낌도 나는 남자였다.

 

 “저....... 실례합니다.”

 “예약하셨나요?”

 “네.”

 

 고개를 까딱이며 대답을 건넨 민희는 품 안에 끌어안고 있던 드로잉북과 도구들을 테이블 위에 가만히 내려놓았다.

 

 “예약자분 성함이 어떻게 되시나요?”

 “이름은 김민희, KIM MINHEE로 예약했고요. 저.......”

 “네. 예약 확인되었습니다. 오늘 12월 1일부터 31일까지 한 달 예약하셨네요. 예약금 10% 제외, 도시세 포함 2880유로입니다. 카드 결제하시겠습니까?”

 “저, 죄송한데요.”

 “네. 말씀하세요.”

 “제가 피렌체 도착하자마자 백팩을 도난당해서.......”

 

 데스크 위 노트북 화면에 꽂혀 있던 시선이 그제야 맞닿았다. 또렷한 이목구비, 더군다나 커다랗고 푸른 눈, 동양인의 눈 색이 아니었다. 빠르게 여기저기 훑어 내리는 눈빛에 안 그래도 없는 살림, 더 털린 것만 같은 기분이 들어 민희는 고개를 숙였다.

 

 ‘아. 진짜. 그만 좀 빤히 봐라. 너도 황당하지? 당한 나는 오죽하겠냐.’

 

 “도난이요?”

 “네.”

 “백팩을요?”

 “네.”

 “그러니까 전부 다요?”

 “......네.”

 

 ‘전부니까 이 꼴이지, 지갑만 있었어도 이 지경까지는 아니었다고....... 그만 좀 물어라. 아픈 데 계속 후벼 파는 것도 아니고.’

 

 몇 번이고 확인하듯 묻는 남자를 멀뚱히 쳐다보며 민희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캐리어도 같이 잃어버린 겁니까?”

 “아뇨. 캐리어는 중앙역 유인보관소에 맡겨두었는데, 지금 돈이 하나도 없어서.......”

 

 기어들어가듯 목소리가 쥐똥만큼 작게 흘러나왔다.

 

 ‘아니, 내가 잘못한 것도 아닌데 자꾸 작아지는 기분인 거냐. 대체 왜!’

 

 왜긴. 아쉬운 입장이니까. 지금부터 아쉬운 소리를 잔뜩 쏟아내야 하는 입장이니까. 후, 짧게 심호흡을 내쉰 민희는 고개를 들어 흔들림 없는 푸른 눈빛을 마주했다.

 

 “예약금 10%면 3박 정도 요금을 지불하신 셈이니, 그럼 오늘부터 3일 숙박으로 변경해드릴까요?”

 “어, 어?”

 

 아니야. 그게 아니야! 이렇게 쉬이 돌아가려고 기나긴 휴가를 내면서, 가족들과 전쟁을 치러가며 날아온 여행이 아니라고! 당장 돌아갈 비행기 표도 없단 말이다! 편도로만 끊어서 날아온 제 무모함을 이렇게 또 실감하다니. 당황한 민희의 귓가에 정아의 목소리가 다시금 선명히 들려왔다.

 

 「이탈리아 남자들, 여자라면 다 껌뻑 죽는대.」

 

 다 껌뻑 죽긴 개뿔.

 

 ‘그 쪽은 이탈리아의 남자가 아닌 거야? 아님 내가 여자가 아닌 걸까. 어쩌다 잃어버렸는지, 많이 당황하고 속상하겠다든지, 위로의 말 한 마디쯤은 할 수 있잖아. 그래, 어디서 거지 하나 뚝 떨어진 것 같은 그 쪽 심정을 내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야박하게 굴 필요는 없지 않소. 눈 푸른 양반?’

 

 서러움이 북받쳤지만 별 수 없었다. 이를 악물며 울음을 꾹 눌러 참은 민희는 여전히 무표정한 남자의 얼굴 위로 시선을 던졌다.

 

 “돌아갈 비행기 표를 예약하지 않았어요. 당장 캐리어도 찾아야 하구요. 초면에 이런 말씀 죄송하지만, 돈을 좀 빌려주실 수 있을까요?”

 

 애절한 표정은 기본, 서투른 영어 실력을 십분 발휘하여 민희는 게스트하우스의 사장으로 보이는 남자에게 부탁을 했다.

 

 도드라진 눈두덩이 뼈 때문인지, 높은 콧대 때문인지 유독 깊어 보이는 눈동자에 괜히 주눅이 들었다.

 

 “죄송합니다만, 초면에 돈을 빌려드리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네요.”

 “한국에 돌아가거든.......”

 

 이자까지 두둑하게 얹어서 계좌로 보내주겠다고 말하고 싶은데. 아, 이자가 영어로 뭐였지. 두둑이는 또 뭐라고 말하고.

 

 “이자까지 얹어준다는 걸 뭐라고 말해야 하지.”

 

 당황한 마음에 알던 단어마저 생각이 나질 않은 민희는 중얼중얼 한국말로 웅얼거렸다.

 

 “이자고 뭐고, 빌려드리기 힘듭니다.”

 

 난데없이 들려온 한국말에 화들짝 놀란 민희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앞의 남자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짙은 머리색과 눈썹 탓에 묘하게 동양인 느낌이 들긴 했지만, 선명하고 뚜렷한 이목구비를 가진 전형적인 이탈리아 미남이었다.

 

 여행지를 이탈리아로 결정했을 때 주변에서 제일 많이 들었던 말은, 이탈리아 남자들은 거지도 잘생겼다는 것이었다. 영화에 나올 법한 훈남들이 서빙을 하고, 버스를 몰고 있다고. 하긴, 그 소매치기도 너무나 훈훈했지.......

 

 ‘아니, 아니. 잘생긴 게 중요한 게 아니지. 지금. 그렇게 데이고도 정신을 못 차렸냐? 나란 인간은 진짜. 근데 웬 한국말? 한국말 맞지?’

 

 한국 예능에 자주 나오는 이탈리아인이 사용하는 특유의 억양도 거의 없는, 제법 유창한 한국말이었다.

 

 “한, 한국 사람이에요?”

 

 저 푸른 눈이 한국 사람일 리가 있나. 보면서도 믿기지 않는 듯 민희는 자기가 물은 질문에 스스로 고개를 저었다.

 

 ‘그나저나 이자고 뭐고? 이 시끼가 진짜 말을 머리로만 배웠나. 뭐 이리 얄밉게 말을 해.’

 

 “오늘 겪어서 알다시피, 이탈리아에는 널린 게 소매치기입니다. 그 쪽도 사기꾼일지 모르는데 뭘 담보로 그 큰돈을 빌려줍니까?”

 

 질문에 답할 생각이 없는지 눈앞의 남자는 깔끔하게 제 할 말만 전했다.

 

 한국에 관심이 많은 양반인지, 한국에서 좀 산 사람인지, 교포인지 알 수 없었지만 ‘정’ 문화도 모르는 매정한 인간 같으니라고. 목구멍까지 튀어나온 말을 억지로 삼켜낸 민희는 여전히 무표정한 남자를 노려보았다.

 

 ‘담보라....... 가진 건 드로잉북이랑 화구, 이 몸뚱이 하나 밖에 없는데.’

 

 하아, 몸 속 깊은 곳으로부터 긴 한숨이 뽑아져 나왔다.

 

 
작가의 말
 

 뭘 고민해? 몸뚱이로 갚으면 되지~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21 #21 2018 / 12 / 31 280 0 4854   
20 #20 2018 / 12 / 30 244 0 4538   
19 #19 2018 / 12 / 29 247 0 4790   
18 #18 2018 / 12 / 28 245 0 4615   
17 #17 2018 / 12 / 27 242 0 5073   
16 #16 2018 / 12 / 27 234 0 4522   
15 #15 2018 / 12 / 26 257 0 4617   
14 #14 2018 / 12 / 25 277 0 4650   
13 #13 2018 / 12 / 25 260 0 5028   
12 #12 2018 / 12 / 24 229 0 4952   
11 #11 2018 / 12 / 23 253 0 4455   
10 #10 2018 / 12 / 22 239 0 5156   
9 #09 2018 / 12 / 22 269 0 4722   
8 #08 2018 / 12 / 22 246 0 5358   
7 #07 2018 / 12 / 20 248 0 4900   
6 #06 2018 / 12 / 20 249 1 4864   
5 #05 2018 / 12 / 18 261 1 5310   
4 #04 2018 / 12 / 18 245 1 5252   
3 #03 2018 / 12 / 18 252 1 5022   
2 #02 2018 / 12 / 14 265 0 4650   
1 #01 2018 / 12 / 13 479 1 5531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