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로맨스
스페로 스페라
작가 : 윤슬YS
작품등록일 : 2018.12.13

뒤늦게 꿈을 찾아 떠난 이탈리아 여행길, 본의 아니게 첫 날부터 다 털렸다.
이 와중에 날 구해준 이 남자. 구세주일까, 아니면 웬수일까?

Lovely Cusine Romance.
욜로 욜로 하다 골로 간다고? 어떻게 알아? 가봐야 알지.
이젠 먹방 여행 로맨스다.
먹고, 여행하고, 사랑하라!

 
#03
작성일 : 18-12-18 11:41     조회 : 253     추천 : 1     분량 : 5022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03

 

 

 

 ‘다 왔다.’

 

 갈릴레오 갈릴레이 공항에서 시내까지 운행되는 셔틀 버스 창문 밖으로 영화 속에서나 보던 낯익은 광경이 보이기 시작했다. 알 수 없는 이탈리아 말의 안내방송이 들려왔지만 하나는 정확히 들렸다. 산타 마리아 노벨라 역. 피렌체의 중앙역을 이르는 말이었다.

 

 두 팔을 위로 올려 찌뿌드드한 몸을 쭉 늘렸다. 우두둑 어딘가 부러지는 것만 같은 소리에 민희는 옆 사람이 들었을까 얌전히 팔을 끌어내렸다.

 

 집에서 나와 거의 하루 만에 도착한 이 곳, 장장 20시간이 걸린 피렌체였다.

 

 비행기 창문 밖으로 보이는 몽실몽실한 구름과 푸른 하늘에 흥분한 것도 잠시, 15시간에 가까운 장거리 비행은 친구들의 말마따나 고행에 가까웠다.

 

 불편한 의자에서도 신기하게 잠은 쏟아졌고, 더 신기한 건 분명 자고 있었는데 어디선가 풍기는 밥 냄새에 귀신같이 눈은 다시 뜨였다.

 

 역시, 본능에 충실한 인간이었다.

 

 움직이지도 못한 채 자고 일어나면 먹이고, 또 먹이고, 계속 먹이고. 사육기와 같았던 첫 비행, 첫 여행. 먹는 거라면 남부럽지 않을 위대한 소화기관을 지녔지만 두 번의 기내식과 두 번의 간식 이후, 느글느글해진 속내에 칼칼한 김치찌개나 구수한 된장 국물을 냄비 째로 들이붓고 싶었다.

 

 장거리 비행에서 옆자리 남자와의 로맨스는....... 개뿔. 잠시나마 꿈꾼 낭만은 그저 꿈일 뿐이었다.

 

 비행기 안에서 운명과도 같은 인연을 만난 친구의 이야기는 영화 속에나 존재하는 기적과도 같다는 것을, 역시 현실 속에서는 커플 내지는 출장길에 오른 중년의 아저씨를 마주칠 뿐이라는 것을 민희는 새삼 깨달았다.

 

 ‘됐어. 어쨌거나 피렌체다!’

 

 바람결에서조차 상큼하고 달콤한 냄새가 풍기는 것만 같은 이 느낌적인 느낌, 버스에서 내려 땅을 밟는 순간 민희는 흥분감에 소리를 지르고 싶었다.

 

 ‘왔어, 왔다고. 그토록 꿈꾸고 바랐던 피렌체에 왔어!’

 

 ‘꽃 피는 마을’이라는 뜻의 플로렌티아에서 유래한 플로렌스(주. 피렌체의 영어명). 이름마저 낭만적인, 그야말로 로맨틱한 이미지 그 자체의 도시가 아닌가.

 

 캐리어 혹은 커다란 배낭을 멘 수많은 여행객들 사이에 서 있자니 두근두근, 쿵쾅거리는 심장이 진정되질 않았다. 장시간의 비행으로 피곤했던 기분도, 시차 때문에 멍한 느낌도 한 방에 가신 듯 심박수가 올라가기 시작했다.

 

 ‘일몰이 4시 40분쯤이라고 했지. 지금이 3시니까.......’

 

 미리 알아보고 온 일몰 시간을 다시 한 번 확인하며 민희는 발걸음을 서둘렀다. 숙소에 체크인하기 전, 영화의 오프닝 무대가 된 미켈란젤로 언덕부터 들를 참이었다.

 

 중앙역의 1층에 위치한 유인보관소에 캐리어를 맡긴 그녀는 인파 속으로 걸음을 옮겼다. 서울 시간으로 밤 11시가 넘었을 때였지만, 지금쯤이면 야근에 찌든 몸을 질질 끌고 집으로 향할 때였지만 여기는 피렌체야, 피렌체라고!

 

 “하하하하하!”

 

 미친 사람처럼 웃음이 흘러나왔다.

 

 “코리아? 재팬? 차이나?”

 “싸요, 싸. 언니. 들어와.”

 

 좁은 골목 사이, 수제 가죽 제품을 파는 가게들이 즐비했다. 끊임없이 달려드는 이탈리아식 호객꾼들이 제법 귀찮았지만, 뭐든 용서가 되는 기분이었다.

 

 까맣고 반들반들한 네모난 돌들로 만들어진 길거리, 그 골목이 끝날 무렵 민희는 눈앞의 광경에 절로 입이 벌어졌다. 피렌체를 진정 피렌체라고 불리게 만드는 거대한 꽃봉오리, 붉은 두오모(Duomo)였다.

 

 관광객이 그나마 적다는 겨울이었지만, 이 곳만큼은 거대한 물결이 흐르듯 끊임없이 두오모 안으로 들어가는 줄이 이어져있었다.

 

 “여긴 다음에. 아껴두자. 넣어둬, 넣어둬.”

 

 두오모를 마주치고 난 뒤, 심박수가 진정될 줄 모르고 더욱 빠르게 치솟기 시작했다. 한 걸음, 한 걸음 걸을 때마다 아껴두고, 넣어두어야 할 곳들이 왜 이리 많은 걸까. 돌아가는 눈과 느려지는 걸음을 채찍질하며 민희는 미켈란젤로 광장으로 향했다.

 

 숨이 헐떡이고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힐 즈음, 언덕 위에 위치한 미켈란젤로 광장에 도착했다. 따뜻한 빛깔로 물들기 시작한 하늘과 그 빛을 받아 반짝이는 아르노 강, 피렌체 시내의 주홍빛 지붕이 어우러진 풍광이 한 눈에 들어왔다.

 

 ‘발로 찍어도 인생샷이겠다. 여긴.’

 

 카메라의 셔터를 연신 눌러보아도 사진 속에는 눈앞의 풍경이 채 절반도 담기질 않았다. 술 없이도 취할 수 있는 분위기가 이런 것일까. 살짝 취기가 오른 것처럼 두 볼이 달아오르고, 심장이 뛰어댔다.

 

 두 손을 잡고 마주하고 있는 연인, 사랑하는 이의 어깨에 살포시 머리를 기대고 나란히 앉은 연인, 이제 막 사랑을 시작한 듯 열렬히 키스를 나누는 연인, 희끗희끗한 흰머리가 근사한 노년의 부부. 그들의 설레는 표정을 보고 있자니, 절로 사랑에 빠질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풍광이 내려다보이는 계단에 앉아 민희는 백팩에서 주섬주섬 그림 도구들을 꺼내들었다. 수족처럼 지니고 다니는 드로잉북과 일러스트펜들, 이번에 여행용으로 장만한 고체 케이크형 수채물감과 붓들까지.

 

 일몰이 가까워지며 더욱 붉어진 하늘과 피렌체 시내를 빠른 속도로 스케치해나갔다. 정신없이 그림을 그려가던 그 때였다. 주변에서 들려오는 박수소리에 고개를 들어보니, 산 너머로 지는 해를 바라보며 사람들이 박수를 치고 있었다.

 

 “궁금하죠? 왜 박수를 치는지.”

 

 별안간 옆자리에 앉은 남자가 말을 걸어왔다. 유럽의 어느 나라 사람인지 알 수 없었지만 미국인과는 사뭇 다른 톤의 영어를 구사하는 서양인 남자였다. 훈훈한 비주얼의 제 또래로 보이는 이 남자, 목소리마저 감미로운 이 남자.......

 

 뭐야, 뭐야. 작업 거는 거야, 지금?

 

 “네. 왜 치는 건데요?”

 

 까짓 거 응해주지. 싱긋 미소를 지으며 민희는 남자에게 되물었다.

 

 “오페라든, 뮤지컬이든 다들 멋진 공연이 끝나면 박수를 보내죠. 감탄과 감사의 마음을 담아서. 똑같아요. 자연이 베푸는 어마어마한 무료 공연에 박수를 보내는 것은 당연한 거 아닐까요?”

 “아.......”

 

 그런 깊은 뜻이 있었구나. 감탄과 감사의 마음을 가득 담은 눈빛으로 민희는 남자를 바라보았다.

 

 “여행 왔어요?”

 “네.”

 

 혼자 왔어요. 그 쪽은요? 덧붙일까 망설이던 찰나 남자의 손가락이 그림을 가리켰다.

 

 “멋진 그림이네요. 실제보다 그림이 더 나은 걸요?”

 “어머, 감사합니다.”

 

 제 그림을 칭찬해주는 말에 수줍은 듯 민희는 얼굴을 붉혔다. 처음 보는 여자에게 이렇게 로맨틱한 말들을 쏟아내는 것을 보니, 필히 이탈리아 남자인가보다. 여행 첫 날부터 이런 낭만적인 에피소드라니.

 

 윤슬. 보고 있냐? 언니가 이탈리안 형부 만들어준다고 했지!

 

 “제가 방해한 건 아닌지 모르겠어요.”

 “아니에요.”

 “완성된 그림이 보고 싶네요. 기다릴 테니 마저 그려요. 그리는 거 잠시 구경해도 되죠?”

 “네. 얼마든지요.”

 

 기다린다고? 기다린다니. 이 남자랑 인연이 생기는 걸까. 남자의 시선이 제 손 끝에 와 닿을 때마다 심장이 두근거렸다. 그 소리가 들릴까, 가볍게 심호흡을 한 민희는 슥삭거리며 손을 계속해서 움직였다.

 

 사위가 어두워지기 전에 그림을 서둘러 완성해야 한다는 생각에 집중하던 민희는 얼마 후, 뻐근해진 목을 스트레칭하며 어둑해진 주변을 돌아보았다.

 

 그 때였다. 뭔가 몹시 허전한 느낌이 들기 시작한 것은.

 

 잠시 화장실을 다녀온다던 옆자리의 남자가 없어서가 아니라, 남자가 앉으며 등 뒤로 옮겨 놓아두었던 무언가가 없어져서.

 

 미국의 심리학자 엘리자베스 퀴블러-로스가 말하길, 인간이 죽음을 선고받고 이를 인지하기까지 부정, 분노, 협상, 우울, 수용의 5단계 과정이 있다고 했다.

 

 인간이 죽음에 가까운 절망적인 상황에 처하면 대개 위 단계들을 거치며 결국 현실을 받아들이게 된다고.......

 

 ‘아니야. 그럴 리가 없어. 잘 있지, 백팩아? 그치? 뒤를 돌아보면 ’까꿍‘하며 언니에게 얼굴을 보여줄 거지?’

 

 선뜻 돌아볼 수 없는 공포감에 민희는 조심스레 손을 뻗어 등 뒤의 공간을 더듬더듬 헤집었다.

 

 이럴 리 없다고, 손에 닿지 않을 뿐이라고 머리를 세차게 저어보았지만 여전히 손끝에 느껴지는 것이라고는 차가운 맨바닥뿐이었다.

 

 그랬다. 이탈리아에는 돌멩이보다 많이 차이는 게 소매치기라고.

 

 「집어넣어, 빨리. 가면 절대 이렇게 꺼내서 들고 다니지 말고. 여권도, 휴대폰도. 이탈리아에 가뜩이나 소매치기도 많은데 이렇게 현금도 잔뜩 가져가고. 걱정이 산더미 같다. 진짜.」

 「야. 어딜 가나 털리는 애들만 털리는 거야.」

 「나는 왜 그게 꼭 너일 것만 같지. 모기떼처럼 너한테 몰려들 것만 같아. 환상의 먹잇감이 나타났다고.」

 

 환상의 먹잇감은 바로 나야나, 나야나! 어딜 가나 털리는 애가 본인이 될 거라고 누군들 예상할까. 환장할 노릇이었다.

 

 ‘네 놈이었구나. 괜히 말 걸면서, 그림 칭찬하면서. 하........ 이런 개만도 못한 새끼! 첫 여행이라고! 오늘 첫 날이라고! 나 이제 막 도착했다고! 장난 지금 나랑 하냐!’

 

 여권도, 휴대폰도, 두둑한 현금과 신용카드가 들어있는 지갑도 모두 안녕이었다. 아니, 아니. 안녕이라고 말하지 마. 아닐 거야. 아니어야만 해. 제발.......

 

 ‘대대손손 거지로 늙어죽어라. 아니지, 거지로 죽어도 아깝지. 이 찢어 죽여도 시원찮을 놈!!!!!’

 

 아무리 저주를 퍼부어본들, 지금 당장 거지가 될 팔자는 백팩을 훔쳐간 장본인이 아닌 그녀 자신이었다.

 

 “야!!!!!”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속, 열불이 나서 죽을 것 같은 이 기분. 어둑해진 광장, 키스에 열을 올리던 주변의 커플들이 내지른 소리에 화들짝 놀라 쳐다보았다.

 

 “뭐, 뭐! 진짜. 여기가 일몰 보는 곳이지. 입술 쪽쪽 빨다먹는 데인 줄 알아? 이런 거지발싸개 같은 새끼야, 나와!!!!”

 

 억하심정에 괜한 분풀이를 쏟아내던 민희는 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꽂히기 시작하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아니, 눈치를 보며 다시 앉았다. 수중에 남은 유일한 재산, 드로잉북과 그림 도구들을 주섬주섬 주워 고개를 들자 시내 전경의 반대편, 높게 솟은 다비드상이 눈에 들어왔다.

 

 “거기 다비드상아. 너라도 뭐라고 대답을 좀 해봐. 그 높은 곳에서, 그 큰 눈으로 다 봤을 거 아냐.”

 

 돌로 만들어진 동상이 무슨 말을 할 리가 있을까. 그럼에도 울컥, 저 깊은 곳에서 치고 올라오는 화를 참을 길이 없었다.

 

 “쓸데없이 머리만 크고, 눈만 커가지고. 내 가방을 훔쳐간 몹쓸 놈이 대체 누구인지 말을 해봐. 이 새끼야!”

 

 광장 가운데 우뚝 서 있는 다비드상을 바라보며 민희는 푸념을 쏟아냈다. 부정의 다음 단계는 분노였고, 그녀는 분노로 미쳐가고 있었다.

 

 
작가의 말
 

 그런다고 돌덩이가 무슨 말을 하겠니.......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21 #21 2018 / 12 / 31 280 0 4854   
20 #20 2018 / 12 / 30 244 0 4538   
19 #19 2018 / 12 / 29 248 0 4790   
18 #18 2018 / 12 / 28 246 0 4615   
17 #17 2018 / 12 / 27 243 0 5073   
16 #16 2018 / 12 / 27 235 0 4522   
15 #15 2018 / 12 / 26 257 0 4617   
14 #14 2018 / 12 / 25 278 0 4650   
13 #13 2018 / 12 / 25 260 0 5028   
12 #12 2018 / 12 / 24 230 0 4952   
11 #11 2018 / 12 / 23 253 0 4455   
10 #10 2018 / 12 / 22 240 0 5156   
9 #09 2018 / 12 / 22 270 0 4722   
8 #08 2018 / 12 / 22 247 0 5358   
7 #07 2018 / 12 / 20 249 0 4900   
6 #06 2018 / 12 / 20 250 1 4864   
5 #05 2018 / 12 / 18 262 1 5310   
4 #04 2018 / 12 / 18 245 1 5252   
3 #03 2018 / 12 / 18 254 1 5022   
2 #02 2018 / 12 / 14 265 0 4650   
1 #01 2018 / 12 / 13 481 1 5531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