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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춘희, 겨울에 피는 꽃
작가 : 최선영
작품등록일 : 2018.11.17

1950년대 '여성국극'이라는 가장 핫한 문화 아이콘이 있었다.
그 중심에 당대 최고 스타였던 한 여성 남장배우가 있었다.
걷잡을 수 없이 소용돌이 치던 한국근대사처럼 그녀는 파란만장한 삶을 살아야 했다.
60여년 만에 도착한 편지를 따라서, 사랑과 질투 그리고 여성국극의 아름다움을 노래하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18. 바람에 나부끼는 꽃(1)
작성일 : 18-12-17 20:35     조회 : 253     추천 : 0     분량 : 4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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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풀릴 것 같으면서도 풀리지 않는 이야기에 유진은 집 앞에 차를 대놓고, 근처 포장마차로 향했다.

 

 유진의 마음이 시리게 아파왔다. 자신은 고작 이혼 하나에 이렇게 마음이 뿌리째 흔들리는데, 할머니는 그 오랜 시간을 어떻게 보냈을지 조금도 짐작이 되지 않았다.

 

 전쟁터에서 남편을 잃고 유복자를 여자 혼자 키워내는 것이 얼마나 고되었을지는 보지 않아도 짐작이 되었지만, 지금은 제가 짐작도 못하는 그 이상의 아픔이 그녀의 마음을 짓이겨 놓았을 거라 생각하니 술을 마시지 않을 수 없었다.

 

 날씨가 추워서 그런 것인지, 시린 가슴이 소주 한잔에 조금씩 데워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유진이 막 술잔을 입에 가져가는데 테이블에 놓여있던 핸드폰이 울렸다. 핸드폰 액정에 윤영의 이름이 떴다가 사라지더니, 이내 사무실 번호가 핸드폰 액정위로 빛을 내고 있었다. 유진은 핸드폰을 무시하고는 소주를 들이켰다.

 

 술이 물처럼 유진의 목을 타고 흘러들어갔다. 유진은 술이 쓴 맛도 단 맛도 없이 맹숭맹숭하게 느껴졌다.

 

 유진이 다시 빈 잔에 술을 따르는데, 포장마차의 라디오에서 익숙한 노래 가락이 흘러나왔다. 평소 임춘희 여사가 즐겨듣던 심수봉의 <애수>였다. 노래가 너무 청승맞다고 유진이 타박하던 그 노래였다

 

 떠난다는 말도 없이 가버린 당신인데. 왜 이렇게 기다려지나. 오지 않을 그 사람을.

 

 기다렸던 건가?

 

 피식-. 유진은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다시 들어도 역시나 노래 멜로디나 가사가 청승맞게 들렸다. 그때는 몰랐는데, 지금 들으니 가사가 꼭 할머니의 사랑을 얘기하는 것 같아 더 그렇게 들려왔다. 유진은 다시 잔을 들었다.

 

 정말 정인철이 할머니의 연인이었고, 자신의 아버지의 아버지일까?

 

 할머니는 정인철이 살아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을까?

 

 만약 망명한 정인철이 자신의 연인이었던 그 사람이라는 걸 알았다면, 할머니는 어떤 마음 이었을까?

 

 할머니는 노래 가사처럼 정인철, 그 사람을 기다렸던 것일까?

 

 유진이 말없이 술을 다시 따르는데, 누군가 유진의 소주병을 빼앗았다. 고개를 드니 시뻘게진 얼굴의 장호가 서 있었다. 장호는 테이블의 소주병을 쳐다보고 있었다.

 

 “술 한 잔 할래? 여기, 술에 물을 타는 건지 취하지도 않는다.”

 

 유진은 장호의 손에서 소주병을 뺏어와 다시 잔에 술을 따랐다. 장호는 한 숨을 내쉬면서 빈 의자에 털썩 앉았다.

 

 “취했어, 당신.”

 

 “그런가? 그럼 다행이고. 취하려고 돈 주고 마시는 술인데, 안 취하면 돈 아까울 뻔 했거든.”

 

 장호는 다시 술을 따르는 유진을 말없이 쳐다만 봤다. 그러다 테이블 위의 유진 핸드폰이 울리자 전화를 받았다.

 

 “네. 찾았습니다.”

 

 장호는 잔뜩 굳은 얼굴로 누군가와 통화를 하면서 술을 홀짝이는 유진을 쳐다봤다.

 

 “위치 보낼게요.”

 

 통화를 끝낸 장호가 문자를 보내는데, 유진이 팔을 테이블에 올리고는 턱을 괴며 장호를 쳐다봤다. 유진은 자신을 쳐다보는 장호와 눈이 마주치자, 그가 저를 걱정하는 듯 한 기분이 들어 빈 잔을 채우며 물었다.

 

 “그런데 여기는 웬일이야?”

 

 “전화는 왜 안 받아?”

 

 “왜 전화했는데?”

 

 장호는 대답하지 않았다. 여기까지 어떤 마음으로 왔는지 유진이 알게 하고 싶지 않았다.

 

 “나, 여기 있는 건 어떻게 알았어?”

 

 “그야… 예전부터 속상한 일 있으면 여기 왔었잖아.”

 

 유진은 장호의 말에 피식 웃으며 술잔을 비웠다.

 

 “아닌데, 그건 대학 다닐 때나 그랬지. 나 여기 온 거 10년만이야. 그럼 당신이랑 여기 온 것도 10년만인 건가?”

 

 “10년 아니고, 3년.”

 

 “3년?”

 

 “결혼 전에 왔었어. 당신이 기억을 못해서 그렇지.”

 

 “그래? 그랬었나? 난 왜 기억이 안 나지?”

 

 “취했었으니까. 지금처럼.”

 

 유진은 술을 따르려다, 비어있는 병에 다시 술 하나를 시켰다. 그런데 술 마시는 자신을 말리지 않는 장호를 보며 입안이 씁쓸해졌다.

 

 “왜 안 말려?”

 

 “내 말 안 들을 거잖아. 그리고 지금은 차라리 취하는 게 낫겠다 싶어서.”

 

 “그렇구나.”

 

 유진은 장호의 말에 술로 데워진 가슴이 서늘하게 식는 게 느껴졌다. 이제는 뭘 해도 상관없는 사람이 된 건가 싶어 헛헛한 웃음이 흘러나왔다.

 

 마침 포장마차 아주머니가 새 술병을 가져다주어 술병을 따는데, 유진의 귀에 작게 혼잣말하듯 읊조리는 장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때처럼 네가 기억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유진이 뭘 기억하지 않았으면 좋겠느냐고 물으려는데, 숨이 턱까지 찬 윤영이 포장마차 안으로 들어왔다.

 

 “어? 이윤영이다.”

 

 “임유진. 너, 뭐야? 왜 전화를 안 받아? 별일 없는 거야?”

 

 걱정을 한가득 품은 얼굴의 윤영이 유진의 얼굴을 살폈다.

 

 “뭐야? 이감독은 또 웬일이야?”

 

 윤영이 뭐라고 대답하려는데, 장호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유진과 윤영의 시선이 일어선 장호에게 향했다.

 

 “먼저 가 보겠습니다.”

 

 순간, 윤영은 먼저 가 보겠다는 장호의 말뜻이 이해가 가지 않아 장호를 쳐다만 봤다. 그러자 장호가 말을 마저 이었다.

 

 “제 역할은 여기까지인 것 같아요. 집까지 잘 부탁드립니다.”

 

 유진은 피식 웃음을 흘리더니, 다시 술을 따라 마셨다. 이게 무슨 일인가 싶은 윤영만이 어리둥절한 얼굴이었다. 윤영은 자리를 떠나려는 장호의 팔을 잡아 세우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잠깐만요. 무슨 뜻입니까?”

 

 “이윤영, 그 손 놔. 보내줘.”

 

 유진은 장호를 빤히 쳐다보며 윤영에게 말을 하고 있었다. 윤영이 손에서 힘을 빼자, 장호가 포장마차를 나갔다.

 

 “임피디.”

 

 윤영은 다시 잔을 채우는 유진의 손에 들린 술병을 빼앗으며 자리에 앉았다.

 

 “너 왜 이래?”

 

 “우리 별거 중이야. 3개월 됐어. 이제는 나 못 봐주겠나봐.”

 

 유진은 윤영을 보며 미소를 지어보이곤 잔을 입으로 가져갔다.

 

 “후우.”

 

 저절로 한숨이 나온 윤영은 막 유진의 입술에 닿으려던 소주잔을 자신의 입으로 가져와 비웠다. 저를 보고 속없이 웃는 유진의 얼굴이 너무도 애처로워 보였다.

 

 다음날, 잠에서 깬 유진은 자신의 방인 것을 확인하자, 어젯밤 장호를 본 기억이 떠올랐다. 그럴 리 없겠지만, 혹여 그가 자신을 집까지 데려다 준 건가 싶어 자리에서 일어나는데 밖에서 달그락 소리가 들렸다.

 

 유진은 장호인가 싶어, 그 소리가 내심 반가워 방에서 나와 소리가 나는 쪽으로 발을 옮겼다. 그런데 주방에서 국을 끓이고 있는 윤영의 모습에 몸이 경직되었다.

 

 “어떻게, 이감독이 여기에 있어?”

 

 “기억 안나? 어제 임피디 술 취해서 내가 데리고 왔잖아.”

 

 “기억… 안나. 거긴 어떻게 알고?”

 

 “일단 자리에 앉아. 밥부터 먹자. 국만 푸면 돼.”

 

 유진은 이 상황이 무척 혼란스러웠다. 그 사이 윤영은 국을 푸고 있었다.

 

 “김칫국 끓였어. 도대체 뭘 먹고 다니기는 하는 거야? 어떻게 냉장고에 아무것도 없냐?”

 

 “어제 어떻게 된 거야?”

 

 유진이 자리에 앉지도 못하고 그 자리에 그대로 서있자, 윤영이 국 하나를 식탁위에 내려놓고 유진의 팔을 끌어다 앉혔다.

 

 “뭘 어떻게 돼? 통화했으니까 알았지.”

 

 “어제…….”

 

 유진은 식탁 의자에 앉으며 혹시 어제 장호가 같이 있었는지 묻고 싶었다. 그러다 자신이 취해서 윤영을 장호랑 착각한 건가 싶어 말끝을 흐렸다.

 

 “어제 뭐?”

 

 “아니, 어제 별일 없었나 해서.”

 

 “있었지. 별일.”

 

 식탁에 김칫국을 내려놓고 맞은편에 앉은 윤영이 대답했다.

 

 “무슨 일?”

 

 “우선 먼저 먹고.”

 

 “말해. 무슨 일인데?”

 

 윤영은 유진의 날선 물음에 들고 있던 숟가락을 내려놓고 도리어 유진에게 물었다.

 

 “임피디, 요즘 조사하고 있는 그 일 뭐야? 국극에 대한 취재 아니었어?”

 

 “무슨 뜻이야?”

 

 유진은 윤영을 빤히 쳐다봤다.

 

 “요즘 너 이상하긴 했어. 혹시 방송 편성 취소된 거 때문에 다른 쪽으로 접근하는 거야?”

 

 “이윤영. 말 돌리지 말고 제대로 말해.”

 

 “너부터 제대로 얘기해. 우리 한 팀이잖아. 그런데 왜 국극이랑 상관없는 북쪽 고위간부 계보 따위가 필요한 건데? 왜 위에서 널 찾는 건데?”

 

 “위? 어느 쪽? 언제 연락 왔는데?”

 

 “이것 봐. 지금도 넌 아무것도 얘기 안하지. 넌 너 필요한 것만 들으려고 해.”

 

 “무슨 얘기를 하라는 거야? 그건 취재와 상관없는 개인적인 일이야. 그런데 뭘 얘기하라는 건데?”

 

 “임유진, 내가 너한테 친구이긴 해?”

 

 “뭐?”

 

 “왜 별거 중이라는 말은 안했어?”

 

 “…그건…….”

 

 유진은 갑자기 말문이 턱 막혔다. 개인적인 일이라고 얘기하면 될 것이지만, 어쩐지 윤영에게 이 말을 할 수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의 별거의 원인이 윤영이었다고 얘기하기가 싫었다. 그의 오해보다도 자신과 장호 사이에 다른 누군가의 이름이 회자 되는 것이 거북하게 느껴졌다.

 

 자신의 물음에 대답을 못하는 유진의 모습에 윤영은 한숨을 내쉬었다.

 

 “나는 임피디랑 동료로서 함께 해온 그 시간들이 결코 가볍다고 생각하지 않아. 사적인 부분은 그렇다 치더라도 적어도 일적인 부분에서는 의논은 할 수 있다고 생각해. 그러니까 혼자 다 떠안으려고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오늘은 그만 가 볼게. 정리되면 연락 줘.”

 

 윤영이 식탁 의자에 걸쳐놓은 외투를 집어 들고 일어섰다. 그럼에도 유진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윤영이 가고도 한참을 식탁에 앉아있던 유진은 어젯밤의 일을 떠올리려 하지만,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았다. 그녀의 마지막 기억은 자신의 술병을 빼앗아 든 장호의 모습이었는데, 그것이 실재한 기억인지 꿈인지조차 알 수 없었다.

 

 
작가의 말
 

 오해는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하는 것 같습니다. 대화란 것은 이럴 때 필요한 것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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