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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왕비님의 알바일지
작가 : 박티티
작품등록일 : 2018.12.7

만년 배우 지망생 희우는 오늘도 오디션에서 탈락하고 낙담한다. 그러던 와중 왕비역을 구한다는 알바 공고에 지원했다가 덜컥 합격하는데, 뭐? 진짜 마왕이 왕비를 구하는 거였다고? 1년의 계약기간동안 마왕성에서 벌어지는 왕비님의 흔한 알바일지

 
#7-파티 후에는 마땅히 하실 일이 있지 않습니까?
작성일 : 18-12-17 20:27     조회 : 220     추천 : 0     분량 : 4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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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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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시무시한 소리 뒤에 남은 것은 무섭도록 고요한 정적이다. 어떻게 된 거지? 희우는 그 고요함이 너무나 무서워서 숨이 막히는 것 같다. 휘날리는 흙먼지때문에 시야는 불투명하고, 디노는 물론 히로칸까지 제대로 보이지 않아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전혀 알수가 없다. 그건 비단 희우만 그런 것이 아니라 마왕성에 남아있는 다른 마족들도 마찬가지였다.

 ​

 시간이 지나 흙먼지가 가시고 어느 정도 가시자 흐릿한 실루엣이 보인다. 희우는 그것이 누구의 모습인지 알아보지 못했지만, 대신 눈치 빠른 누군가의 반가운 외침이 들렸다.

 ​

 "마왕님이다!"

 ​

 먼지가 걷히며 서서히 그의 모습이 또렷해지자 희우는 누군가의 외침이 거짓이 아니었음을 깨달았다. 검은 머리가 먼저 보이고, 그 다음은 금장이 수놓인 상의가, 그리고 두 다리까지. 어디하나 다친데 없이 멀쩡한 모습의 디노가 서 있다. 희우는 그의 모습을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완전히 시야가 걷히고 나자 다시끔 놀라고 말았다. 투명한 실로 이뤄진 돔형의 무언가가 디노를 감싸고 있었는데, 그 안은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평온해보였지만 바깥쪽은 폭탄이라도 터진 것처럼 땅이 깊게 움푹 패여있었다.

 

 "전하!"

 "어휴, 하마터면 진짜 골로 갈뻔했네."

 

 다른 이들의 놀란 눈빛과는 달리 막상 당사자는 한가롭게 투덜거린다. 괜찮은건가? 희우는 여전히 커다란 눈으로 저 멀리서 옷의 먼지를 털고 있는 디노를 바라본다. 보기에는 멀쩡해보이지만 방금 전 폭발이 너무 엄청났던 탓에 그가 무사하다는 것이 믿기지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디노는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쌩쌩한 모습으로 희우를 향해 달려온다.

 

 "괜찮아요?"

 "...전 괜찮아요. 그쪽은... 아니, 저, 전하는 괜찮으세요?"

 

 그쪽이야말로 괜찮아요? 라는 말이 튀어나오려던 것을 가까스로 붙잡은 희우의 표정이 어색하다. 전하라니. 사극에서나 들었고 평생 입 밖으로 내어본 적이 없던 낯선 말을 입에 붙이려니 혀까지 꼬이는 것 같다. 그래도 단기간에 속성 과외를 받은 효과가 있었는지, 이런 위급상황 중에도 주위에 지켜보는 눈이 많다는 것을 용케 생각해냈다. 디노가 시원시원하니 고개를 끄덕였다.

 

 "덕분에 털 끝 하나 안 다쳤어요. 고마워요."

 "네...?"

 

 갑작스러운 감사 인사에 희우가 눈이 휘둥그레진다. 디노는 당연하다는 듯이 대답했다.

 

 "왕비가 방금 도와줬잖아요."

 "...제가요?"

 

 그런적이 있었나? 희우는 잠시 방금 전의 기억을 돌이켜보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딱히 생각나는 것이 없는지 의아한 표정을 지우지 못한다. 이쯤되자 디노도 뭔가 이상함을 느꼈는지 고개를 갸웃거린다.

 

 "방금 전 쉴드, 당신이 한 거 아니에요?"

 "쉴드요? 그게 뭔데요?"

 "방금 전 공격에서 날 보호해준 방어막 있잖아요. 왕비가 알로시네의 방패로 만든게 아니었어요?"

 

 이건 또 무슨 말이래. 분명 단어 하나하나만 떼놓고 보면 어려운 말이 아닌데 문장으로 붙여놓으니 왜 이해가 안될까. 희우는 디노의 질문이 무슨 뜻인지 한참을 생각하다가 결국 어리둥절하니 대답한다.

 

 "전 아무것도 안 했는데요...?"

 "하지만 그건 분명 알로시네의 그물이었는데..."

 

 어느덧 디노의 얼굴에서도 웃음 대신 의문스러움이 자리잡은지 오래다. 그의 입꼬리가 고민스럽게 꿈틀거리더니 의구심이 짙은 목소리로 물었다.

 

 "아까 내가 준 거 가지고 있죠?"

 "네. 그거라면..."

 

 겨우 이해되는 질문을 받은 희우는 브로치를 내보이려다가 갑자기 기분이 싸해진다. 손이 왜 이렇게 가볍지? 고작 브로치 하나 든다고 팔이 빠질듯 무겁지는 않겠지만, 아까에 비해서 이상하리만치 홀가분한 기분이 영 낯설다. 그리고 그 허전함의 이유는 곧 알 수 있었다.

 

 "어..."

 

 세상에. 아니겠지. 분명 방금 전까지만해도 여기 있었는데. 근데 없잖아? 왜? 어째서? 오른손에 있었나? 아닌데? 분명 여기 있어야되는데 왜 없지?

 

 아, 망했다.

 희우는 눈 앞이 캄캄해지고 말았다.​

 ​

 ​

 ​

 ​

 ​

 **

 ​

 ​

 ​

 ​

 ​

 "면목이 없습니다."

 ​

 희우는 아로닌이 저렇게까지 침통한 표정을 지을 수 있으리란 것은 상상조차 못했다. 만약 할수만 있었다면 한마디 위로라도 건네고 싶지만, 막상 본인도 지금 입이 열개, 아니 백개라도 할말이 없는 입장인만큼, 희우는 그저 조용히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

 "모든 인력을 총동원하여 복구중입니다만, 결계가 완전히 복구되려면 사흘정도가 걸릴 것 같습니다."

 "......"

 "당장 조사단을 파견하여 누가 이런 짓을 저질렀는지 확인하셔야 합니다. 이건..."

 "확인할 필요 없어."

 ​

 디노의 화가 난 목소리가 아로닌의 말허리를 자른다. 평소 주름하나 없던 그의 눈썹 사이에 깊은 골이 파여있는 것을 보니 아무래도 심기가 보통 상한 것이 아닌 것 같다.

 ​

 "노이르말고 더 있겠어? 파티를 망치려고 한 거야."

 "아무런 증거도 없이 단정해서는 안 됩니다."

 "안봐도 뻔하지. 이틀 전 왕비를 데려왔을때도 봤잖아. 성질나서 이 뿌득뿌득 가는거."

 ​

 그것만은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이었기에 아로닌이 별다른 반박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조사에 대한 뜻을 굽히지 않는다.

 ​

 "어쨌든 조사는 진행하겠습니다. 이건 단순히 즉위식을 망친 수준에서 끝나는 문제가 아닙니다. 전하의 목숨은 물론, 마계 전체를 위협할수도 있는 중요한 일입니다."

 "알아서 해."

 ​

 재상은 토라진듯한 마왕의 허락을 받아내고는 우선 이 일에 관해서는 더 이상 이야기하지 않기로 결정한다. 그 대신 아로닌은 다른 주제로 이야기의 방향을 바꾼다.

 ​

 "그나저나 알로시네의 방패 말입니다만..."

 ​

 잠시 느슨해져 있던 희우의 얼굴에 갑자기 잔뜩 긴장감이 실린다. 그녀는 저도 모르게 구부정하니 힘이 빠져있던 허리를 꼿꼿이 세우며 자세를 바로 잡았다.

 

 "없어진 것이 확실합니까?"

 

 희우는 아로닌의 질문에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라고 대답할수 있다면 좋겠지만 안타깝게도 그럴수가 없다. 디노가 준 브로치, 그러니까 마왕의 증표인 알로시네의 방패는 어느 순간 감쪽같이 사라졌다. 분명 한순간도 놓치않고 손에 꽉 쥐고 있었는데 대체 언제 어디서 잃어버린걸까? 희우와 디노는 물론 시종들까지 동원해서 여기저기 찾아봤지만 연회장은 물론 성 어디에서도 브로치는 나타나지 않았다.

 

 "당황하지 마시고 차분히 생각해보세요. 마지막으로 방패를 보신 것이 언제입니까?"

 "음... 그러니까..."

 

 희우는 머뭇거리다가 손바닥에 남은 작은 상처를 내보였다. 디노가 거대한 히로칸에게 공격받기 직전, 희우는 너무 손에 힘을 가득 준 나머지 브로치에 달린 핀에 찔리고 말았다. 상처를 발견한 것은 나중의 일이었지만, 그것이 생겼을 때의 따끔한 기억은 확실히 남아있다.

 

 "전하께서 마지막 공격을 받기 직전까지는 분명 제가 갖고 있었어요. 그런데 그 뒤에 보니까..."

 "그 쉴드는 분명 알로시네의 그물이었어. 그리고 쉴드가 사라지자마자 내가 왕비와 말을 나눴고... 그 짧은 사이에 이렇게 감쪽같이 없어졌다는 것은 뭔가 이상해."

 

 디노의 말에 이상한 부분은 하나도 없었지만 희우의 어깨는 여전히 축 늘어져있다. 아로닌은 두 사람의 말을 듣고는 턱을 괴며 생각에 잠긴다. 그리고 얼마 후, 그는 기울어진 눈을 가리는 긴 머리를 옆으로 걷어내며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

 "제 생각에 알로시네의 방패는 없어진 것이 아닙니다."

 "네? 그럼요?"

 "이전에 알로시네의 물건에는 귀속의 속성이 있다는 말을 들은적이 있습니다. 만약 전하의 방패에도 그런 속성이 있었다면, 방패는 왕비님께 귀속되었겠죠."

 "귀속이라니... 그게 뭐에요?"

 "쉽게 말씀드리면 왕비님이 그것을 몸 안에 흡수하셨을지도 모른다는 말씀입니다."

 "뭐라고?"

 ​

 디노가 놀라서 아로닌을 물끄러미 쳐다본다.

 ​

 "인간이 마력을 받아들일수가 있는거야?"

 "거기까지는 저도 모르겠습니다. 오래 전에는 인간중에서도 마법사가 있었으니 아예 불가능한것은 아닐것 같기도 합니다만..."

 "아로닌이 모르겠다니, 그럼 최소 마왕성에 아는 마족은 없다는거군."

 

 마력? 마법사? 희우는 알쏭달쏭한 이야기에 잠자코 있을 뿐이다. 아로닌이 한 가지 제안을 내놓는다.

 

 "어디 한번 테스트를 해보시죠."

 "테스트?"

 "왕비님이 방패를 흡수하신게 맞다면 어떤 공격도 통하지 않을겁니다."

 "그렇다고 왕비를 공격할 순 없잖아?"

 "무례한 말씀입니다만... 꿀밤이라도 때려보시는게."

 "......"

 

 방금 전까지만 해도 근심스러운 얼굴이었던 희우와 디노가 한심하다는 눈빛으로 아로닌을 쳐다보자 재상은 크흠하고 헛기침을 하며 시선을 피한다. 디노가 한숨을 쉬며 희우를 돌아본다.

 

 "왕비, 어디 불펀한데는 없어요? 아니면 이상한 점이라거나..."

 "음... 없는것 같은데요..."

 

 곰곰히 생각해봤지만 정말 민망할 정도로 아무 변화도 없다. 희우는 아직도 자신의 몸 안에 그 브로치가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만약 그렇다면 어떻게 되돌릴 수 있는걸까? 혹시 배라도 가르고 꺼내는건 아니겠지? 그런 희우의 속내를 모르는 아로닌이 근심스럽게 중얼거린다.

 ​

 "만약 이 사실이 귀족들에게 알려지면 문제가 될 수도 있습니다. 증표가 없어졌으니 전하께서 왕의 자격이 없다고 주장할지도 모르죠."

 "방패가 저한테 있다면서요?"

 "그걸 눈에 보이게 증명할 방법이 없으니까요."

 ​

 아로닌의 말을 듣고 디노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곧 입을 열었다.

 ​

 "거미를 만나봐야겠군. 정확한 건 그녀가 알고 있을거야."

 "거미가 누구에요?"

 

 디노와 아로닌의 대화를 잠자코 듣던 희우가 처음으로 질문을 던지자, 디노가 대답한다.

 

 "알로시네는 거미를 닮은 마물이에요."

 "마물?"

 "인간계의 존재에 비교하면 동물이라고 할 수 있어요. 마족이 마계의 인간이라면, 마물은 마계의 동물이죠. 대부분은 히로칸처럼 말도 못하고 본능만 쫓지만 간혹 지성을 가지고 대화를 할 수 있는 상급 마물들도 있어요. 알로시네도 그 중 하나에요."

 ​

 설명을 들으니 그제서야 앞선 대화가 좀 이해가 됐는지 희우가 고개를 끄덕인다. 디노는 한숨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기지개를 편다.

 ​

 "어쩐지 일이 쉽게 풀린다 했어. 그럴리가 없지."

 "...어디 가십니까?"

 "어디긴, 자러 가야지. 피곤해 죽겠어."

 "굳이 가실 필요가 없으실텐데요."

 "응?"

 ​

 아로닌의 말에 디노가 순간 얼빠진 대답을 내놓았지만 재상은 이미 엄격한 표정을 되찾은 뒤였다.

 ​

 "즉위식과 댄스 파티 후에는 마땅히 하실 일이 있지 않습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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