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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러블리, 바가지 (부제: 초지대교에서 만나요.)
작가 : 국화언니
작품등록일 : 2018.12.13

박하지; 유독 진상 고객들만 보면 치가 떨린다.
서비스는, 서비스를 받아 마땅한 인성의 소유자들에게만 행하는 게 당연하다.
그래서 오늘도 싸웠다. 비록 그들이 갑이고, 그들에게 고개숙여 '고객님' 소리를 해야 하지만, 그게 뭐.
그래서 더 악착같이 싸웠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진상고객들을 개조시기는 게 하지의 목표다. 지금은 비록,
작은 바다, 대명항에서 새우를 튀기고 있을지언정.

강도연; 성질머리가 보통이 아닌 여자와 얽힌 건, 인생 최대의 실수였다. 어린 동생 이연이가 자꾸 그 여자를 닮아 가는 것도 점점 두려워 진다. 안되겠다. 이연이를 위해서라도 저 여자의 성질머리를 고쳐놔야겠다. 불가능은 없다, UDT 대원 출신이자 세상 두려울 것 없는 해경특공대 명예를 걸고 반드시. 자꾸 말려들지만, 자꾸 유치해 지지만, 정신만 똑바로 차리면 불가능은 없다. 그게 도연의 새로운 목표다.

 
9. 3년 후
작성일 : 18-12-17 20:25     조회 : 207     추천 : 1     분량 : 46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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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하지! 오랜만이다?"

 

 "두 달 전에도 만났거든? 제법 사람 꼴 좀 갖췄다, 너?"

 

 "축하한다는 인사를 그 따위로 밖에 못 하냐?"

 

 "개뿔. 제대로 말해 줄까? 어이구, 우리 한 건식 순경나으리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그렇게 엄마 속 썩이고 배우가 되니 어쩌니 하면서 성형외과나 들락거리더니 꼴에 경찰도 되고, 어이구, 해가 서쪽에서 뜨시겠네. 우리 순경 나으리."

 

 비꼬는 하지의 말에 건식의 어깨가 으쓱했다. 경찰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자마자 덜컥 합격해 가뜩이나 높은 콧대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는 중이었다.

 

 "봐라. 내가 또 한다면 이렇게 딱 해내는 거."

 

 "그래. 너 잘났다. 근데 왜 하필 여기냐? 너 여기 연고도 없잖아."

 

 "연고가 왜 없냐? 너 있잖아, 너. 너네 부모님도 계시고."

 

 "야, 웃긴다. 서울에서 그렇게 내 덕 봤으면 이제 좀 떠나줄 줄도 알아야지 여기서까지 내 덕 보려고 쫓아온거야?"

 

 "야 바가지, 말은 바로해야지. 경찰이 횟집 손녀 덕 볼 일이 뭐 있겠냐? 횟집 손녀가 경찰 덕 볼일이 있음 있어도. 그리고 여기나 서울이나 엎어지면 코 닿겠구만. 너는 옛날부터 고향, 고향하면서 되게 지방사는 척 하더라. 너 나한테 잘 보여. 네 전화 한 통에 득달같이 달려 나와 공손하게 술 대접하는 한건식은 없다, 이제."

 

 "고작해야 경찰 학교에서 실습 나온 경찰 실습생 주제에 웃기고 있네. 우리 횟집에 널린 게 소주고 우리 튀김집에 널린 게 맥주다. "

 

 "그래서 내가 자주 찾아뵐 것 같다. 어머니 아버지 안녕하시지?"

 

 "우리 엄마 아빠가 딱히 원할 것 같지는 않지만 뭐 안녕은 하시지."

 

 "가자, 말 나온 김에. 인사나 드리게."

 

 건식이 팔을 휙휙 내저으며 앞장 서 걸었다. 서울에서 엎어지면 코 닿을데라더니 정작 하지를 김포 공항 까지 불러낸 주제에 잘난 척 하며 걸어가는 건식이 우스워 하지는 피식, 헛웃음을 쳤다.

 

 영 정신 못 차릴까 봐 걱정이 태산이었는데, 그래도 제법 기특했다. 극단에서 우연히 맡은 경찰 역할에 흥미가 돋았는지 그 길로 경찰 행정 학과에 복학을 하더니 후루룩 경찰 공무원 시험까지 합격을 한 걸 보면, 한 건식 쟤는 보통 애가 아닐지도 몰랐다.

 

 지 말로는 극단에서 알바나 하고 있는 걸 용케 알아낸 하지의 부모님이 작정을 하고 올라와 하지를 본가로 질질 끌고 내려가는 바람에 성형외과 덕을 볼 수 없어 배우의 길을 포기했다지만 어차피 처음부터 배우 생활은 잠깐의 바람 같은 거였는지도 몰랐다. 이러나 저러나 건식은 배우보단 경찰이 훨씬 잘 어울리긴 하니까.

 

 "일은 할 만 하고?"

 

 "약 올리냐? 그래, 할 만하다. 이제 제법 실수 없이 서빙도 좀 하고, 카운터도 좀 보고, 주방 급하면 매운탕도 끓이고. 새우도 꽤 튀기고."

 

 "캬, 매운탕 얘기하니까 매운탕 먹고 싶네. 장사는 여전히 잘 되지?"

 

 "동네에서 제일 큰 가겐데 당연히 잘 되지. 가게 장사 잘 되거나 말거나, 두고 봐. 엄마는 내가 대명항에서 제일가는 요식업계의 큰 손으로 크길 바라나 본데 내가 언젠가는 다시 서울 간다, 꼭. 딱 봐도 내가 서울사람이지 대명항에서 바다나 보며 살 얼굴이냐? 답답해 죽겠다."

 

 "탁 트인 바다를 맨날 보면서 답답하기는. 서울 병원에서 원장들한테 욕 먹으며 지낼 때보다 훨씬 생기있어. 너는 아무래도 횟집 딸래미 체질인가봐."

 

 "닥쳐."

 

 하지의 매서운 눈빛을 피하며 건식이 흐흐, 장난기 넘치는 웃음을 흘렸다.

 

 건식이 경찰공무원 시험에 당당히 합격한 후 기세등등하게 중앙경찰학교에 입교한지 어느덧 6개월차였다.

 

 경찰 시험 합격자들이라면 반드시 거쳐야 할 실습기간이었고 경기남부지방경찰청, 그 중에서도 콕 찝어 김포를 지원한 건 99프로 하지때문이었다.

 

 극단에 들이닥친 하지의 엄마가 '건식아, 미안하다, 하지 좀 데려갈게.' 하며 발악하는 하지를 질질 끌고 본가로 내려가 버린 뒤로는 연극도, 서울도, 대학로도 몽땅 재미없어진 게 사실이었으니까.

 

 '나 변탠가?'

 

 싶을 정도로 하지의 욕과 갈굼을 듣지 않으니 기운이 쭉 빠져 버린 것도 부정할 수 없었다.

 

 그리고 서울에서 엎어지면 코 닿을 만큼 가까운 경기도, 번화할 만큼 번화하지만 조금 더 깊이 들어가면 마법처럼 바다가 있는 도시. 그래서 이 곳은 건식에게 늘 매력적이었고, 더구나 박하지가 있으니 재미있을 것 같기도 했다.

 

 또 하나. 실습하게 될 파출소에서 조금만 더 가면, 유년 시절 박하지와 뛰어 놀던 동네가 여전히 있을 것만 같고 그래서.

 

 "지낼데는 정했냐?"

 

 "어. 파출소에서 제일 가까운 데로, 무조건. 근데 또 기가 막히게 대명항에서 멀지도 않더라. 기가 막힌 우연 아니냐, 이거?"

 

 "우연 맞냐? 내 보기엔 악연 같은데?"

 

 "바가지, 너 잘 생각하랬다. 나 경찰이야, 경찰. 앞으로 내가 네 도움을 많이 받을 것 같냐, 네가 내 도움을 많이 받을 것 같냐?"

 

 "많이 컸다, 한건식."

 

 많이 컸다. 정말 많이 컸다. 하지 고무줄이나 끊고 도망가고, 바가지라고 놀리고 도망가던 놈이 어느새 커서 경찰이랜다.

 

 새삼 건식의 훤칠한 덩치가 실감이 나 하지가 어깨를 으쓱했다.

 

 저도 열심히 자란다고 자랐는데, 건식의 어깨에 겨우 걸칠 만 한 꼬맹이 키 고대로였다.

 

 어릴 땐 내가 쟤보다 머리 하나는 더 있었던 것 같은데. 저 빼고 건식만 쑥쑥 자란 것 같아 기분이 이상했다.

 

 거기다 건식은 어엿한 경찰이고, 저는 횟집 손녀딸이고. 아니, 엄밀히 말하자면 대명항에서 제일 유명한 새우튀김 맛집이기도 하지만.

 

 안되겠다. 빨리 돈을 모아서 서울로 가 버리는 수밖에. 서울에 간다고 뾰족한 수가 있을 리는 없지만 그래도 여기서 새우나 튀기며 제 젊은 날을 보내는 것보단 낫겠지.

 

 어깨를 다시 한 번 으쓱한 하지가 빠른 걸음으로 걸어가는 건식의 뒤를 총총총 뒤쫓았다.

 

 

 **

 

 검푸른 바다 위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낮에도 한차례 해양대테러 훈련을 진행한 터라 컨디션이 저조할 법도 한데, 야간 훈련에 임하는 대원들의 눈빛은 저마다 매섭게 빛나고 있었다.

 

 선두에 선 도연의 손짓에 대원들의 행동이 일사분란했다. 보이지 않는 적을 상대로 인질을 구하고 테러를 막아야 하는 임무는 꽤 높은 강도의 훈련을 필요로 했기에 한시도 기장을 늦출 수 없었다.

 

 산전수전 다 겪은 UDT 출신의 도연은 어지간 한 훈련도 척척 해내는 베테랑이었지만 그래도 훈련 기간엔 늘 긴장 상태였다. 사고는 불시에 일어나기 마련이었고 그 사고가 곧 동료들의 생명과 연결 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UDT 부사관으로 4년 6개월의 의무복무기간을 채우고 당당히 전역한 도연이 선택한 새로운 길은 해경특공대였다.

 

 내노라하는 대한민국의 특수부대 출신들만 지원할 수 있다는 해경특공대. 대한민국 영해를 수호하고 해상 테러 예방, 해난구조업무지원, 불법 외국 어선등의 특수 범죄 진압등의 임무를 수행하는, UDT 시절만큼이나 빡세고 또 위험한 길.

 

 덕분에 제발 그만하고 평범하게 살라고, 너 때문에 엄마 걱정거리 하나 더 늘리는 거냐던 어머니의 잔소리는 요즘도 이어지고 있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머리 좀 컸다고 부쩍 말 안 듣는 이연이 덕분에 도연을 향한 잔소리의 강도가 좀 줄긴 했지만.

 

 안 그래도 틈만 나면 도연에게 전화해 이연이 좀 어떻게 해 보라고 하소연을 하는 어머니였다. 이번 훈련만 끝나면 그래도 여유가 좀 생길 것 같아 도연은 일찌감치 본가행을 계획하고 있는 중이었다.

 

 제 오빠 말이라면 옆집 멍멍이 말보다도 더 안 듣는 이연이지만 이번엔 총이라도 가지고 가서 협박을 해보는 수밖에.

 

 탕! 탕탕!

 

 도연과 대원들의 총소리가 어두운 배 안을 가득 매우자 빨간 띠를 두른 '적'이 두 손을 들고 눈 앞에 쓰러졌다. 인질의 상태는 양호했고, 적의 사망은 확실했다. 인질을 엄호해 안전지대에 들여놓은 도연이 적의 사망을 확인하는 것으로 훈련은 끝이 났다.

 

 도연이 숨 막히는 검은 복면을 벗자 빨간 띠를 두른 '적' 역할의 대원도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번 훈련의 평가가 어떻게 나올지는 기다려 봐야 알 일이지만 늘 그렇듯 완벽한 훈련이었다. 어스름한 새벽달이 망망대해 바다에 오롯이 떠 있는 도연과 대원들을 은은히 비춰주고 있었다.

 .

 .

 .

 

 "오늘 바로 가십니까?"

 

 야밤의 해양대테러 훈련을 끝으로 사흘간의 휴식이 주어진 도연을 향해 중헌이 말을 걸어왔다. UDT 시절부터 도연만 보면 죽고 못 살던 중헌 역시 제 선배의 뒤를 이어 해경특공대의 길을 함께 걷고 있었다.

 

 "아니, 내일 일찍 가려고. 넌 뭐 할 거냐?"

 

 "저도 본가에 다녀와야 할 것 같습니다. 너무 오랫동안 안 가서 어머니가 맨날 화내십니다."

 

 "자주자주 찾아 뵈야지. 어머니 서운하시겠다."

 

 "선배님도 이연이 아니면 집에 갈 일 없으신 분 아닙니까? 아, 진짜. 옛날이나 지금이나 우리는 왜 휴가 때 나가서 만날 여자친구 하나 없는 겁니까?"

 

 "여자들이 싫어하는 직업을 골라서 하고 있으니까."

 

 "현명하십니다."

 

 가정보다 나라에 더 헌신해야 하는, 그야말로 묶인 몸인 이들이었기에 연애는 꿈도 못 꾸는 게 당연했다. 그래도 줄줄이 결혼에 성공해 아들 딸 주렁주렁 낳는 선배들을 보면 어딘가 내 짝도 있겠구나 싶어 그나마 위안이 되긴 했다.

 

 "하아. 올해는 저도 선배님도 어떻게든 연애 좀 해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건투를 빌겠습니다, 선배님. 파이팅 하십시오."

 

 "파이팅."

 

 중헌이 혈기왕성한 한숨을 내뱉으며 파이팅을 외치자 도연도 함께 맞장구를 쳤다.

 

 연애? 연애라. 듣기만 해도 간질거리는 단어와 자신은 좀처럼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아 도연은 침대에 벌렁 누워 눈을 감았다.

 

 연애도 사랑도 여유 있는 놈이나 한다고, 올해도 아마 글러 버렸을 것이다.

 

 고된 훈련 탓에 벌렁 누운 도연의 코에선 곧바로 드르렁 드르렁 코고는 소리가 들려왔다.

 

 힘들고 외롭고 고된 하루의 끝, 연애고 뭐고 편안히 누워 잠드는 밤이 무엇보다 소중한 강한 사나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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