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
 1  2  3  4  5  6  >>
 
자유연재 > 판타지/SF
King's Road
작가 : Xien
작품등록일 : 2018.11.2

왕도(王道)란 무엇인가? 왕이 될 자는 누가 선택하는 것이고 누가 그 길을 것는 것인가?

강대국 리엔왕국에서 소리없는 왕권 쟁탈전이 벌어진다.
과연 왕이 되는 자는 누구인가?

 
26화
작성일 : 18-12-17 20:05     조회 : 285     추천 : 0     분량 : 7512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모습을 드러내시오!”

 

  허공에 대고 체칠리아가 누군가에게 말하듯 외치자 곧 수풀 사이에서 한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언뜻 보기에도 키가 훤칠했으며 몸은 근육으로 다부졌고, 허리춤에는 검을 꽂고 있었다. 체칠리아는 스케리브의 손을 잡고 스케리브를 자신의 등 뒤로 숨겼다. 체칠리아의 등 뒤에 숨은 스케리브는 자신의 심장이 마구 요동치는 것을 느꼈다. 그 남자는 언뜻 보기엔 떠돌이 여행객이나 검사처럼 보였으나 스케리브는 그가 마법사임을 알았다. 스케리브도 알고 있는 얼굴이었기 때문이었다.

 

  “난 한 소년을 찾고 있소. 뒤의 그 소년이 내가 찾는 소년이 아닌지만 확인하겠소.”

 

  남자의 음성은 사뭇 지쳐보였다.

 

  “미안하지만, 당신이 찾는 소년은 아닐 것입니다.”

 

  “그걸 당신이 어떻게 안다고 그러시오? 레널드라는 이름의 소년이지만 아마도 지금은 그 이름을 버렸을 것이오.”

 

  레널드라는 이름에 스케리브는 심장이 덜컥 주저앉는 것 같았다. 그 남자는 바로 리엔 왕국의 마법사 카일 세르지오였다. 체칠리아가 일전에 말했던 마법사로 추정되는 추격자가 바로 카일이었던 것이다.

 

  “이 소년의 이름은 레널드가 아닙니다. 그리고…. 이 소년은 부모가 없는 고아에 무연고자이니 더더욱 당신이 찾는 소년은 아닐 것이오. 카일 세르지오.”

 

  체칠리아의 단호한 말에 카일은 적갈색의 머리를 쓸어 넘기며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오히려 뒤의 소년을 숨기는 당신의 태도가 더욱 나의 의심을 확신으로 바꾸어 놓는군. 다시 한 번 더 정중히 부탁하겠소. 하지만 이번의 부탁을 거절한다면 어쩔 수 없이 무력을 쓸 수밖에 없을 것이오. 자, 뒤의 소년을 보여주시오.”

 

  카일의 말에도 체칠리아는 동요하지 않았다.

 

  “부탁을 가장한 협박이라니…. 더더욱 당신의 부탁을 들어줄 수 없습니다. 돌아가십시오.”

 

  싸늘한 체칠리아의 말에 카일은 큰 한숨을 내뱉었다.

 

  “결국은 무력을 취할 수밖에 없겠군. 당신의 선택을 후회하게 될 것이오. 체칠리아.”

 

  카일의 말에서 미세한 분노의 떨림이 느껴졌다. 카일이 한 발짝 더 다가오면서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자 주변의 바람은 더욱 거세져 나무가 심하게 휘어졌다.

 

  “자, 이래도 내 부탁을 거절할 셈인가? 불행하게도 내 주특기는 물을 이용한 마법이라네. 마침 여기 주변엔 물이 넘쳐나는군. 즉, 체칠리아 당신에게는 승산이 없다는 뜻이지. 당신 하나 때문에 이 마을 사람 모두를 몰살 시키겠다는 것인가?”

 

  이제 카일의 목소리는 명백한 경고조로 바뀌었다. 그들이 서있는 들판 옆의 바다가 심하게 파도치며 바닷물이 솟구쳐 올라 거대한 물기둥을 형성했다.

 

  “일국의 마법사라는 자가 자신의 국민들의 목숨은 개미 목숨 취급하는군! 그런 막되 먹은 자에게 굴복할 이유는 전혀 없다.”

 

  체칠리아도 주문을 외우자 그녀의 주변으로 불덩이가 여러 개가 불타올랐다. 스케리브는 두 마법사의 신경전에 몸을 부들부들 떨다 참다못해 체칠리아의 등뒤에서 뛰쳐 나와 소리쳤다.

 

  “그만들 하세요! 자, 제 얼굴을 확인하세요. 이제 됐죠? 그러니까… 그러니까 제발 싸우지 마세요. 무고한 사람들을 죽이지 마세요!”

 

  스케리브의 얼굴을 확인하 카일은 마법을 거두며 고개를 숙이며 무릎을 꿇었다.

 

  “왕자님! 소신의 무례를 용서하십시오!”

 

  카일의 행동에 체칠리아도 마법을 거두었다.

 

  “전 이제 왕자 따위가 아니에요. 절 잡아오라고 했나요? 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어요. 이대로 어머니의 뒤를 따라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요.”

 

  자포자기한 듯한 스케리브의 말에 카일은 벌떡 일어났다.

 

  “무슨 소리십니까. 아닙니다. 전하의 명으로 온 것이 아닌 제 단독 소행으로 왕자님을 찾아온 것입니다. 너무 늦게 모시게 되어 송구스러울 따름입니다.”

 

  “이건 또 뭔 소리야?”

 

  카일의 뜻밖의 말에 체칠리아도 고개를 갸웃했다. 당황스럽기는 스케리브도 마찬가지였다.

 

  “그게 무슨 말이죠?”

 

  “저와 제 아버지를 비롯한 몇몇의 대신들은 왕비님과 왕자님의 죽음이 우연한 사고가 아님을 의심했습니다. 이제야 그 사고가 우연한 것이 아님을 깨달았습니다. 왕위를 이을 분은 왕자님이십니다. 지금의 전하, 아니 몬테규 왕자가 그 왕위를 가로챈 것이지요. 저와 함께 왕궁으로 가시지요. 가서 왕자님의 왕권을 되찾아 오시지요.”

 

  카일의 말에 스케리브는 순간 정신이 멍해지는 것 같았다. 왕권을 되찾으라니? 지금 카일은 자신에게 리엔 왕궁으로 가서 몬테규에 맞서 싸우고 왕이 되라는 소리를 하는 것이었다.

 

  “하…하지만.”

 

  “뭘 망설이십니까? 저 마법사가 함께 동행하여 자신이 왕자님과 왕비님의 사고를 조작했다고 증언하면 됩니다. 물론, 몬테규 왕자와의 전쟁은 피할 수 없겠지만 걱정 마십시오. 그것은 저에게 맡기시면 됩니다.”

 

  카일의 말에 스케리브는 선뜻 말을 꺼내지 못했고, 참다못한 체칠리아가 입을 열었다.

 

  “당신, 참 염치도 없군요. 하루아침에 부모를 잃고 자신의 혈족에게 살해를 당할 뻔한 사람에게 다시 그 지옥 같은 곳으로 가 왕위를 쟁탈하라? 잊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스케리브는 겨우 15살이에요. 물론, 마법사인 당신과 함께 한다면 그 가능성이 크겠죠. 하지만 성공을 확신할 수 있나요? 성공하지 못했을 때는 어떻게 될까요? 바로 개죽음을 당하는 거에요.”

 

  “왕비님을 시해한 당신이 꺼내기엔 주제 넘는 말인 것 같군.”

 

  카일과 체칠리아 사이에는 다시 불똥이 튀었다.

 

  “난 단지 의뢰를 성사시켰을 뿐이에요.”

 

  “살해청부업자에겐 더 이상 할 말 없소.”

 

  “하! 고귀하신 귀족 나리 납셨네. 하지만 방금 당신도 무고한 사람 여러 명을 몰살 시키려했다는 거 잊지 마시죠. 어차피 당신도 그 신분을 벗겨내면 나와 같은 파렴치한이니. 지금의 이 제안만 봐도 말이죠. 어디 스케리브가 먼저 왕권을 쟁탈하겠다고 하던가요? 순전히 당신들이 몬테규와 정치적 신념이 맞지 않으니 다루기 쉬운 스케리브를 왕으로 세우려는 것 아닌가? 그렇지 않고서는 당사자의 의사도 물어보지도 않고 이렇게 막무가내로 끌고 가려고 하진 않을 테니까!”

 

  체칠리아의 말에 카일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말을 조심하시오! 한 번은 참지만 두 번은 참지 않겠소. 그리고 난 왕자님의 의사를 그 누구보다도 존중합니다. 왕자님. 잘 생각하고 선택하십시오. 아직 몬테규 왕자의 세력이 확고해지지 않았을 때가 적기입니다. 그는 왕도를 걷기에 적합하지 않습니다. 왕의 길은 그 길을 걸을 운명인 자만이 걸을 수 있습니다. 선왕께선 임종하시는 순간에 왕위계승자로 왕자님을 지목하셨습니다. 비록 지금은 미령하시나 왕자님에게는 선왕께 물려받은 지혜가 있고, 왕비님의 온화한 성품이 있습니다. 저와 제 아버지가 왕자님의 수족이 되어 성심성의껏 보필하도록 하겠습니다.”

 

  카일의 말에 스케리브는 고개를 숙이고 손만 만지작거렸다. 카일의 말이 사실 가슴속 깊게 와 닿지 않았다. 왕자였을 때는 스케리브 자신도 자신을 왕의 재목이라고 생각하며 내심 자랑스러워했다. 하지만 왕자의 신분에서 벗어나 평범한 소년으로 살아온 몇 달 동안 자신의 무능함에 몸서리쳤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이렇게 무능력하고 아무런 힘이 없는 자신이 정말 왕도를 걸을 자라는 것일까? 그 의구심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저도 마법사님의 말처럼 생각했었어요. 불과 몇 달 전에는 말이에요. 하지만 전 이제 확신하지 못하겠어요. 왕도란 누가 정한 것이고 누가 판단하는 것인가요? 단지 나의 아버지가 왕이라는 이유로 내가 왕이 되어야 한다면… 몬테규 형도 왕이 될 수는 있는 거잖아요. 그 정당성을 완전히 부정할 수 없잖아요. 이건 우리에겐 성스러운 왕권쟁탈이겠지만 타인이 보기엔 권력을 놓고 형제끼리 싸우는 진흙탕 싸움밖에 안될 거예요. 만약 제가 정말로 마법사님과 함께 가서 왕이 된다면 정말로 전 훌륭한 왕이 될 수 있을까요? 여기까지 오는 동안 전 왕궁에서 보지 못했던 참혹하고도 냉혹한 현실을 보았어요. 누군가는 몇 푼 안 되는 돈 때문에 가족에게 버림당하고 자신의 몸을 팔아야했고 또 누군가는 악랄한 귀족의 등살에 매일 배를 곪으며 굶주림에 시름하고 있었어요. 생활하기가 힘들어서 돈을 벌기 위해서 하나뿐인 자신의 목숨을 걸고 그와 비슷한 처지의 불쌍한 사람을 죽고 죽이는 사람들도 봤어요. 난 여태까지 왕궁에서 살며 이런 참혹한 삶들을 모르고 살았어요. 이런 이들도 저의 백성이고 이런 이들도 보듬어 줄 수 있는 강한 왕이 되어 국정을 운영해야 할 텐데 제겐 그럴만한 힘도 능력도 없어요. 이제까지 제가 뼈저리게 느낀 것은 제가 너무나도 눈물겹도록 무능력하다는 거에요. 제 목숨 하나도 부지하기 어려운 제가 어떻게 왕이 되어 백성들을 보살필 수 있겠어요? 물론, 전 부모님의 복수를 하고 싶어요. 마법사님의 도움과 백작님의 도움을 받아서 그 복수를 할 수 있겠지만 그렇게 복수를 한다고 해도 제 마음이 편하진 않을 것 같아요. 제 힘을 키워 제가 당당히 그 복수를 하고 싶어요. 여기까지 어렵게 찾아와주셔서 감사해요. 하지만 그 제안은 받아들이지 못하겠어요. 전 내일 예정대로 체칠리아와 함께 도리스 왕국으로 갈 것이고 그곳에서 스케리브라는 소년으로 살면서 조금씩 힘을 키울 생각이에요.”

 

  스케리브의 말에 카일은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스케리브의 손을 잡았다.

 

  “왕자님의 속마음을 이야기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왕자님의 뜻이 그러하다면 저와 제 아버지는 그동안 준비를 하며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그리고 왕자님은 선왕의 아드님이시기 전에 이미 왕의 자질을 갖추셨습니다. 이런 고귀한 품성은 아무나 갖지 못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지금의 마음가짐을 변치 말고 간직하시기 바랍니다. 이것은 저희가문의 문양입니다. 때가 되었을 때, 절 만나거든 이것을 보여주십시오.”

 

  카일은 스케리브의 손에 물병과 지팡이모양의 문양의 새겨진 브로치를 쥐어주었다. 그리고 체칠리아에게 손을 내밀며 악수를 청하였다.

 

  “왕자님을 잘 부탁하오. 이건 좀 전의 일에 대한 화해의 악수요.”

 

  “아까는 말을 좀 심하게 해서 미안했어요. 스케리브는 내가 잘 보살피도록 할게요.”

 

  카일은 스케리브와 체칠리아에게 인사를 한 뒤 다시 수풀 너머로 사라졌다. 카일이 간 것을 확인한 뒤 체칠리아와 스케리브도 마을로 돌아갔다.

 

 

 

  다음날 체칠리아와 스케리브는 마리아 가족들에게 작별인사를 하고 도리스 왕국으로 향하는 배에 올라탔다. 다행히 날씨는 어제와 다르게 맑았고 바람 한 점 없었다. 모든 승객들이 탑승하자 배가 출항했다. 탑승객들은 모두 갑판 난간에 올라가 항구에서 배웅하는 가족, 친구, 지인들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를 했다.

 

  “인사할 사람도 없으니까 이제 그만 좀 내려오지?”

 

  심드렁한 표정의 체칠리아가 갑판 난간에 올라 크게 손을 들고 항구에 있는 모르는 사람들에게 열렬히 인사하는 스케리브를 나무랐다.

 

  “뭐, 어때. 재밌잖아. 안녕히계세요~ 다들 잘 있어요!”

 

  체칠리아는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

 

  “잘 있어라~ 리엔 왕국이여! 내 돈 다 떼먹은 새끼들은 천벌 받아라!”

 

  스케리브의 옆에서 한 여자가 이상한 말을 외치며 스케리브 못지않게 열렬하게 손을 흔들고 있었다.

 

  “어? 카렌씨?!”

 

  스케리브도 그 여자의 튀는 언행에 쳐다보다 놀라 소리쳤다.

 

  “어라? 스케리브? 다시 만나서 반가… 악! 이거 놔!!”

 

  쾌활한 얼굴로 인사를 하던 카렌의 얼굴이 일그러지며 스케리브의 시야에서 그녀의 얼굴이 사라졌다. 체칠리아가 카렌의 머리채를 잡아챈 것 이었다.

 

  “반가워? 웃기고 있네!”

 

  “아아야! 이거 놔! 놓고 말로 하자고.”

 

  체칠리아가 놓을 생각이 없자 카렌도 체칠리아의 머리를 잡아 뜯기 시작했다.

 

  “악! 이게 진짜!”

 

  순식간에 갑판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스케리브가 둘을 뗴어 놓으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둘 다 무슨 힘이 그렇게 센지 오히려 그녀들의 팔꿈치와 어깨에 여러 번 얻어맞기만 했다.

 

  “뭐야. 싸움난거야?”

 

  “야! 저것봐봐! 대단한데?”

 

  어느새 그녀들 주변으로 사람들이 둘러싸 구경하며 수군거리기 시작했지만 체칠리아와 카렌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때 군중들 사이에서 건장한 남자가 나와 억지로 카렌과 체칠리아를 떨어 뜨려났다.

 

  “내 돈 내놔! 이 돌팔이 사제야!”

 

  “간수를 잘못한 네 잘못이지! 왜 나한테 지랄이야!”

 

  남자의 제제에도 둘은 여전히 고함을 지르며 서로에게 덤벼들려고 했었다.

 

  “어이! 여기 한 사람 좀 붙잡아줘.”

 

  남자의 말에 스케리브는 체칠리아의 허리를 잡았다.

 

  “뭔 여자들이 이렇게 힘이 장사야? 헉. 헉.”

 

  “하아. 그러게요. 고맙습니다…아? 잔혹한 베렌씨 아니에요?”

 

  씩씩거리는 카렌을 붙잡고 있던 남자는 다름 아닌 베렌이었다.

 

  “어? 넌 그 투기장에서 본 그 꼬마?”

 

  “스케리브에요. 은퇴했다고 들었어요. 사랑의 도피로 도리스 왕국으로 떠나시는 거에요?”

 

  스케리브의 장난스러운 말에 베렌은 버럭했다.

 

  “아니라고! 흠. 원래 내 고향이 도리스 왕국이야. 자, 아가씨들. 무슨 사연인지는 모르겠으나 이제 서로 화해하쇼. 어린애 앞에서 창피하지도 않아요?”

 

  여전히 서로를 노려보며 씩씩거리는 카렌과 체칠리아는 조금씩 흥분이 가라앉는지 헝클어진 머리를 매만졌다.

 

  “내가 왜 사과해요? 먼저 머리채 잡은게 누군데!”

 

  “웃겨 정말? 내 돈 훔친게 누군데?!”

 

  “하! 그건 네 짐에서 훔친게 아니고 스케리브 짐에서 훔친거거든!”

 

  베렌도 상황이 이제야 이해가 갔는지 이마를 짚었다.

 

  “자, 그럼 어쨌든 훔친 돈은 돌려주시고, 머리채 잡은 건 화해하시면 되겠네!”

 

  베렌의 말에 카렌은 어깨를 으쓱하며 피식 웃었다.

 

  “그 돈은 이미 다 썼죠.”

 

  “그럼 난 절대 사과 못해요!”

 

  베렌과 스케리브는 골치 아프다는 듯 서로 눈빛을 교환했다.

 

  “자, 그럼 검은머리 아가씨. 손해 본 돈이 얼맙니까? 얼마 되지 않으면 내가 변상해주리다.”

 

  “50온.”

 

  체칠리아 말에 베렌은 카렌을 쳐다봤다. 카렌은 그런 베렌의 시선을 피했다.

 

  “많이도 훔치셨네. 아니, 그 돈을 어디다 다 쓴 거에요?”

 

  “정확히 49온 20플란 이었거든요! 뭐, 그냥…. 난 그 돈으로 큰돈을 만들어보려고 한 건데! 아니 글쎄 거기에 사기꾼이 껴있을 줄 누가 알았겠어요? 그것도 한명도 아니고 그 판 전체가 다 사기단이었다구요!”

 

  “도박으로 날렸구만.”

 

  베렌의 말에 카렌은 하늘만 쳐다봤다.

 

  “그럼, 돈 말고 다른 걸로 배상하는 걸로 합의를 보죠. 어때, 스케리브?”

 

  스케리브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체칠리아는 콧방귀를 뀌었다.

 

  “그래, 스케리브 네 짐에 있던 돈이니까 네가 정해. 어떤 걸로 보상해줄까? 음…. 일단 돈은 없으니까 물질적인 건 곤란하고. 아! 어여쁜 나와 데이트 이용권 20장 어때?”

 

  “말이 되는 소리를 해요, 좀!”

 

  체칠리아의 외침에 카렌은 그녀를 째려봤다. 곰곰이 생각하던 스케리브가 입을 열었다.

 

  “이런 것도 될까요? 카렌씨는 사제라고 하셨잖아요. 제가 도리스 왕국에 가면 머물 곳이 없어서요. 머물 곳이 생길 때까지만 이라도 카렌씨네 신전에 머물게 해주세요. 물론, 공짜로요.”

 

  “안되긴! 오케이! 원한다면 사제가 될 수 있게 해줄게. 뭐, 대사제님이 허락할진 모르겠지만 나만 믿어. 신전 곳곳에는 쥐구멍도 많거든.”

 

  카렌의 마지막 말이 못미더웠지만 체칠리아와 스케리브는 그 조건으로 카렌이 훔친 돈을 배상하는 것으로 합의했다.

 

  “자! 그럼 서로 화해한 것으로 하고, 오늘 저녁은 화해의 의미로 제가 쏘겠습니다.”

 

  “오~ 아저씨. 멋진데요? 비싼거 먹어도 되요?”

 

  카렌의 살랑대는 말투에 베렌은 어이없는 웃음을 터트렸다.

 

  “이제 보니 양심이 없는 사제님이네. 그리고 저 아저씨 아니거든요?”

 

  베렌의 팔짱을 끼고 선실로 내려가는 카렌의 뒤를 따라 가면서 스케리브는 왠지 앞으로의 일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34 34화 2018 / 12 / 30 323 0 6427   
33 33화 2018 / 12 / 29 317 0 5644   
32 32화 2018 / 12 / 29 304 0 7869   
31 31화 2018 / 12 / 25 346 0 6808   
30 30화 2018 / 12 / 25 312 0 6153   
29 29화 2018 / 12 / 22 327 0 7788   
28 28화 2018 / 12 / 19 323 0 4236   
27 27화 2018 / 12 / 17 304 0 4884   
26 26화 2018 / 12 / 17 286 0 7512   
25 25화 2018 / 12 / 17 313 0 4500   
24 24화 2018 / 12 / 14 316 0 4909   
23 23화 2018 / 12 / 11 315 0 4586   
22 22화 2018 / 12 / 11 298 0 4361   
21 21화 2018 / 12 / 8 311 0 4746   
20 20화 2018 / 12 / 7 301 0 5477   
19 19화 2018 / 12 / 5 301 0 4287   
18 18화 2018 / 12 / 3 318 0 6021   
17 17화 2018 / 12 / 2 328 0 6266   
16 16화 2018 / 11 / 30 302 0 4798   
15 15화 2018 / 11 / 28 331 0 5711   
14 14화 2018 / 11 / 25 308 0 6310   
13 13화 2018 / 11 / 24 303 0 5441   
12 12화 2018 / 11 / 23 309 0 6591   
11 11화 2018 / 11 / 21 319 0 6464   
10 10화 2018 / 11 / 19 318 0 4386   
9 9화 2018 / 11 / 18 315 0 7440   
8 8화 2018 / 11 / 17 326 0 5488   
7 7화 2018 / 11 / 14 306 0 5497   
6 6화 2018 / 11 / 12 297 0 7961   
5 5화 2018 / 11 / 11 291 0 5832   
 1  2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