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
 1  2  3  4  5  6  >>
 
자유연재 > 판타지/SF
내가 처음 죽던 날. 이후
작가 : 그슨대
작품등록일 : 2018.11.20

"나는 죽었는데, 한 시간 동안은 살아 있을 수 있다고...?"
귀신의 한을 푸는 이야기가 시작된다!

 
3. 사랑(1)
작성일 : 18-12-17 18:38     조회 : 220     추천 : 0     분량 : 3983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할아버지, 귀신도 사랑할 수 있어요?”

 

  나는 다음 날 버들이를 다시 만나 나의 새 옷을 사러 쇼핑을 했어. 그런데 생각해보니까 현신하고 나서 먹는 거는 그냥 먹기만 하면 되는데, 물건을 받을 경우엔 회귀한 후에는 못 이용하더라고. 귀신은 물체를 만질 수가 없잖아. 그렇다고 현신하고 나서 한 가지 옷만 입는 것은 버들이 보기에 좀...그래서 옷을 받은 후에, 버들이와 일찍 헤어졌어. 그리고 할아버지께 가서 어떻게 하는 게 좋겠냐고 물어봤어.

  음, 그래...무책임하지? 근데 나는 일단 일을 벌려 놓고 생각하는 편이라서. 생전에도 그랬고.

  할아버지는 다행히 어떻게 해야 할지 알려 주셨어.

  80년 동안이나 귀신으로 살다 보니, 전국의 웬만한 데는 다 아는데, 그중 시골집 중에 사람이 절대 안 쓰는 집들도 많다고 해. 그렇다고 흉가처럼 음산하지도 않아서 관심도 거의 없는 집들을 골라서 그곳에 귀신의 물품(?)을 넣어두면 된다고 해. 그래서 버들이에게 받은 옷들을 제일 가까운 곳에 가서 넣었지. 그리고 할아버지께 감사 인사를 드린 후에, 문득 버들이 생각이 나서 물어보았어.

  귀신도 사랑할 수 있냐고.

  “물론.”

  “엥, 진짜요?”

  “가끔 귀신끼리 사랑하기도 해. 그렇지만 너의 경우는 아마 그 청년 인간이겠지?”

  나는 얼굴을 붉혔어. 역시 할아버지는 다 알고 계시더라고.

  “귀신끼리 사랑하는 건 딱히 문제가 없는데, 인간과 귀신이 사랑하면 큰 장애물이 생기지. 우선 인간하고 귀신이 만나면 불행이 찾아오잖니? 그렇다면 정상적인 귀신이라면 죄책감이 들 테고. 그리고 눈치 빠른 인간들은 그 사람과 마주치고 나서 괜히 운이 나빠졌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그렇게 되면 사랑하기 어렵겠지. 그리고 무엇보다 힘든 것은 귀신이라는 것을 눈치 챘을 때야. 과연 인간이 귀신도 사랑할까?”

  “귀신이라는 것을 안 밝히면...아, 물론 옳은 일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아, 보름 동안 만나면 아마 십중팔구 알게 될 테다.”

  “왜요?” 나는 궁금해졌어.

  “똑같은 인간과 귀신이 보름 동안 만나면, 모든 귀신을 보고 접촉할 수 있게 되거든...”

  나는 망연자실했어. 그럼 내가 버들이와 15일 동안 만나면, 버들이가 모든 귀신을 볼 수 있게 되니 이건 완전 저주나 다름없잖아?

  “결론은 인간과 사랑하려면 그 인간이 어떠한 불행도 무릅쓰고 귀신일지라도 상관없고 모든 귀신을 볼 각오가 돼야 한다는 건데...뭐 사랑하면 그럴 수도...아, 울지 마, 울지 마.”

  내가 다리를 쭈그리고 울기 시작하니까 할아버지가 설명을 멈추고 내 등을 두들겨 주면서 위로해 주셨어.

  “그 아이가 착해 보였는데, 그 모든 것을 감수할 수 있을지도 모르잖니?”

  “할아버지, 솔직히 말해 주세요.” 나는 울음을 잠깐 멈추고 말했어.

  “응?”

  “인간-귀신 커플, 할아버지가 80년 동안 귀신 하면서 한 명도 없었죠?”

  “...그래, 그렇다.”

  “아 뭐 그딴 게 다 있어-이럴 줄 알았으면 연애나 실컷 하고 뒤질 걸.”

  “바른 언어 사용을 좀...”

  그제야 나는 감정을 추스르고 옷들을 놓아둔 집에 앉았어.

  “참고로 말하자면, 무당 같은 사람들은 15일 동안 귀신을 만나서 귀신을 볼 수 있게 된 사람들도 있어. 근데 그런 경우는 매우 드물고, 선천적으로 유난히 영기(靈氣)가 발달했거나, 신 내림을 받은 경우가 더 많지. 물론 사기꾼도 많지만 말이다.”

  할아버지는 웃으면서 얘기했지만 나에게는 위로가 되지 않았지. 나는 여전히 우거지상으로 있었어.

  “이건 늙은이의 생각이긴 하다만, 딱 14일까지만 그 아이를 만난 다음 잊는 게 어떻겠니. 물론 너의 한도 풀고 사랑도 얻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너도 알겠지만 그 애가 너의 한을 풀 가능성은 적고, 사랑도 힘들고...”

  “맞아요, 사실은 제 한을 풀기 위해 만난다는 건 거짓말이고, 아니, 자기 위안이 더 맞겠네요. 그냥 좋아서 만났던 거예요. 하지만 이제 다 소용없게 돼버렸네요...아, 술 땡긴다. 그냥 술친구로 만나야겠네요!”

  나는 애써 밝게 웃으며 할아버지와 밤새도록 얘기를 나눴지. 그나저나 얘기하면서도 궁금한 게, 이 할아버지의 한은 무엇이기에 80년 넘게 여기를 떠도는 거지? 거의 집착 수준인데. 할아버지는 74살에 돌아가셨다고 했으니 인간 나이...아, 아니지. 귀신도 나이를 먹으니까 (90살에서 멈추긴 하지만.) 그냥 나이로도 150살을 훌쩍 넘었는데. 하긴 귀신은 죽지 않으니까.

  나는 얘기하다가도 계속 물어보려다가, 망설이다가 해서 결국은 못 물어봤어. 물어봐도 대답은 안 하실 것 같았고.

  그 후로 나는 우연을 가장해서 버들이를 계속 만났어.

  “어, 늘푸른산 누나!”

  “어, 안녕! 배고픈데 밥 좀 사주라. 그리고 밥 먹고 한 잔 하자.”

  “아, 전...술이 좀 약해서...”

  근데 이 녀석은 정말로 나를 우연히 만난다고 생각할까? 그건 아니겠지. 아무리 눈치가 없어도 내가 일부러 만난다는 걸 알 텐데. 혹시 이 녀석도 나를...후후, 나의 헛된 바람이겠지?

  아무튼 14일 동안 계속 만나서, 밥 먹고, 술 마시고, 카페에서 커피 마시고 그랬어. 류버들의 친구도 한 번 만나보고. 하지만 나는 할아버지의 얘기를 들은 후에 계속 찜찜했지. 이별이 다가왔으니까.

  아, 미안. 사귄 적도 없는데 이별할 수는 없지?

  헤어질 때가 다가왔으니까. 나를 우연히 만나서(정확히 말하면 발로 차서.) 불행이 오게 한 것도 미안한데, 귀신까지 보게 할 수는 없잖아.

  그래도 류버들이 귀신을 무서워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헛된 기대라도 해봤는데, 이 일 이후로 미련을 버렸어.

  류버들의 집으로 놀러갔을 때(그냥 술 마시려고 간 거야. 오해 없길.), 우리 둘 다 무언가를 보고 “꺄아악!”하고 비명을 질렀어. 뭣 때문에 그렇게 놀란 거냐고?

  바퀴벌레.

  살면서 많은 바퀴벌레를 봐 왔지만 정말 끔찍하게 생겼더라고. 다리는 여섯 개가 흉측하게 꾸물꾸물 기어 다니고, 속도도 꽤 빨라서 잡기도 힘들지. 게다가 온통 새까만데 크기는 작은 쥐만큼 컸고, 바퀴벌레가 다닌 길은 왠지 더러워 보이는데다가 생명력은 또 어찌나 강한지 에프킬라로 쉽게 죽지도 않아요. 거기다 류버들 역시 겁쟁이라 바퀴벌레 앞에서는 꼼짝도 못하더라고. 결국 내가 우연히 옆에 보이던 야구방망이로 때려잡는 수밖에 없었지. 근데 바퀴벌레가 펑~하고 터지는 느낌이 났는데, 밥맛이 싹 달아나더라. 나는 차마 시체를 보지도 못하고 버들이에게 내가 잡았으니 네가 시체를 치우라고 했지. 버들이는 한 손으로는 바들바들 떨면서 휴지로 치우고, 다른 한 손을 눈을 가리며 힘들게 치웠어.

  귀신인데 왜 바퀴벌레를 무서워하냐고? 인간하고 느끼는 감정은 똑같다니까. 만약에 그럴 리 없겠지만, 혹시 젊은 여자 귀신이 끔찍한 모습으로 너희 집 천장에 매달려 있거나 만나게 되면, 팥죽이나 부적 대신에 바퀴벌레를 잡아다 보여주는 게 훨씬 더 쫓기 쉬울 거야.

  아무튼 바퀴벌레 때문에 놀란 다음, 술맛이 싹 가셔서 그냥 주스 마시고 이런저런 얘기했어. 그러다가 내가

  “너는 왜 남자가 바퀴벌레를 무서워해?” 라고 물어봤어. 사실 양성평등에 위배되는 조금 실례되는 질문이었지. 나도 반성하고 있으니까 꼬투리 잡지는 말아줘.

  “아, 저는 바퀴벌레가 세상에서 2번째로 무서워요~” 류버들은 갑자기 불쌍한 표정으로 바뀌며 말했어.

  “그래? 제일 무서운 건 뭔데?”

  류버들은 잠시 망설이다가 말했어.

  “귀신이요.”

  나는 매우...실망했다고 해야 되나 괜스레 찔렸다고 해야 되나. 당황했지.

  “아, 물론 귀신의 존재를 과학적으로 믿지는 않지만 그래도 괜히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은 무서워요. 왠지 귀신이 내 앞에 나타날 것 같고, 아, 본 적은 없지만...”

  “아...그렇구나. 귀신 얘기는 그만하자, 하하하...” 나는 애써 웃으며 말했어.

  “아, 누나도 귀신 무서워하나 봐요?”

  ‘내가 귀신이다, 새끼야...그리고 이미 보고 있어.’

 라고 생각하며 나는 미련을 버렸지. 귀신을 세상에서 가장 무서워한다는 애가 귀신하고 사랑하겠어? 내가 귀신이라는 것을 알면 사랑하기는커녕 아마 기겁을 할 거야.

  그렇게 나는 류버들을 만날 마지막 날(만난 지 14일째) 현신한 채로 은행에 갔지. 은행에 왜 갔냐고? 그건 바로!

 

  아름다운 이별을 준비하기 위해서.

 
작가의 말
 

 감사합니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22 에필로그&각주 2018 / 12 / 29 232 0 2419   
21 7. 끝, 아니 시작 2018 / 12 / 28 225 0 3248   
20 6. 내가 처음 죽던 날, 이후 (3) 2018 / 12 / 27 215 0 6894   
19 6. 내가 처음 죽던 날, 이후 (2) 2018 / 12 / 26 212 0 5382   
18 6. 내가 처음 죽던 날, 이후 (1) 2018 / 12 / 26 237 0 4347   
17 5. 수사 시작 (3) 2018 / 12 / 25 210 0 5846   
16 5. 수사 시작 (2) 2018 / 12 / 24 227 0 5271   
15 5. 수사 시작 (1) 2018 / 12 / 23 231 0 4057   
14 4. 내가 죽었던 이유 (4) 2018 / 12 / 23 248 0 3994   
13 4. 내가 죽었던 이유 (3) 2018 / 12 / 22 205 0 5948   
12 4. 내가 죽었던 이유 (2) 2018 / 12 / 21 204 0 5011   
11 4. 내가 죽었던 이유 (1) 2018 / 12 / 20 237 0 4460   
10 3. 사랑 (3) 2018 / 12 / 19 223 0 4956   
9 3. 사랑 (2) 2018 / 12 / 18 225 0 5401   
8 3. 사랑(1) 2018 / 12 / 17 221 0 3983   
7 2. 대학생 (3) 2018 / 12 / 16 228 0 7300   
6 2. 대학생 (2) 2018 / 12 / 15 239 0 5012   
5 2. 대학생 (1) 2018 / 12 / 14 243 0 4114   
4 1. 귀신 (3) 2018 / 11 / 24 216 0 1594   
3 1. 귀신 (2) 2018 / 11 / 22 257 0 4464   
2 1. 귀신 (1) 2018 / 11 / 21 276 0 4949   
1 프롤로그 (1) 2018 / 11 / 20 426 0 1891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