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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라스트 위스퍼(Last Whisper)
작가 : PamC
작품등록일 : 2018.12.12

공연을 위해 들른 마을에서 수수께끼의 소년과 만난 유랑악단의 소녀 레나. 그 둘의 만남에서 시작되는 이야기.

 
02. 2년후 - 마을, 그리고 소년
작성일 : 18-12-17 15:30     조회 : 217     추천 : 0     분량 : 67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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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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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어날 때부터 잔뜩 찌뿌둥했던 하늘이 드디어 볼멘 천둥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본격적인 가을로 접어들기 시작하면서 비가 내린 지 오래인만큼, 검은색이 짙어진 잿빛 하늘이 잔뜩 벼르고 있었을 것이다. 비가 꽤 오래, 그리고 많이 내릴 모양이다.

  바람에 비 냄새가 한층 더 진하게 섞여왔다. 소년은 하늘바라기를 거두고 한 아름 안고 있는 장작개비를 고쳐 들었다. 집에도 이 정도로 세 묶음 정도는 쌓아놓았으니, 아껴 쓴다면 사흘 정도는 괜찮을 것이다. 물론, 그러려면 일단 빨리 집으로 돌아가서 불을 피우고, 이 장작들을 말려놓아야 한다.

 

 “후우.”

 

  집으로 걸음을 옮기는 소년의 머리칼을 스산한 바람이 쓰다듬었다. 집으로 빨리 돌아가라고 재촉하는 것 같았다.

 

 ‘아들, 괜찮아?’

 

  소년의 몸통만한 나무를 한아름 잘라 등에 이고 가던 아빠는 옆에서 지금처럼 장작개비를 안고 가던 소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그렇게 말하곤 했다.

  ‘사라지기 전’까지만 해도, 그랬다.

 

 “괜찮아요, 아빠.”

 

  나지막이 혼잣말을 중얼거리고는, 소년은 장작개비를 고쳐 안았다. 지게를 쓸 수 있으면 좋겠지만, 아버지가 쓰던 지게는 아직 소년에게는 너무 컸다.

  저 멀리서 천둥 소리가 음산하게 들려왔다. 어서 집에 돌아가지 않으면 비에 젖은 생쥐 꼴이 되리라고 경고라도 하는 것만 같아, 소년은 가파른 산등성이를 조금 급하게, 그러나 능숙하게 내려왔다. 낙엽 부서지는 소리만 들리는 적막한 산이 이제는 익숙한 소년이었지만, 똑 같은 적막감이라도 마을 초입에 감도는 것은 언제나 낯설었다.

  하브만 마을이라는 표지판에 앉아있던 까마귀가 소년을 보자 놀란 듯이 날개를 퍼덕거리더니, 이내 근처의 나뭇가지로 날아가 자리를 잡는다. 낙엽이 떨어져 앙상한 가지에 삼삼오오 앉아있는 까마귀들의 시선이 퍽 부담스러웠다. 소년이 신기하다는 눈치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마을에서 소년 말고는 사람을 볼 수가 없었을 테니까. 거의 2년동안이나.

  바람에 나동그라지는 낙엽이 부딪히는 땅바닥 위엔 소년의 발소리만이 울려 퍼졌다. 세 걸음, 다섯 걸음, 열 걸음을 걸어가도 소년의 발소리뿐이다.

 

  똑똑.

 

  아무도 대답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소년은 눈에 띄인 집의 문을 두드려보았다. 다시 한 번 두드려 보아도, 두드리기 전처럼 고요했다. 문은 열려있었다. 문을 열자 안에 또아리를 틀고 있던 어둠이 빛에게 잠시 자리를 비켜주었다. 그러나 들어가보고 싶지는 않다. 소년은 그대로 문 밖에 서서, 집 안에 들어찬 어둠과, 적막을 향해 외쳤다.

 

 “아무도 없....죠?”

 

  ‘혹시나’를 기대하는 소년의 목소리가 벽 여기저기에 부딪혔다가 이내 잦아들었다. 소년이 이내 한 마디를 더 던졌다.

 

 “아빠?”

 

  이번에도 대답은 없었다. 등 뒤에서 불어온 바람이 문 안으로 낙엽 몇 닢을 던져 넣을 뿐이었다. 한번 더 외쳐볼까, 하고 숨을 들이마셨던 소년은 이내 자그맣게 한숨을 내쉬고는 문을 닫았다. 주섬주섬, 목에 걸어 옷 아래로 넣어뒀던 조그만 주머니를 꺼낸 소년은 그 안에 담겨있던 숯조각을 꺼내, 문에다 큼지막하게 X표시를 한다. 자신의 역할을 다했다는 걸 알기라도 한 듯, 두 번째 대각선을 긋고 나자 힘없이 또각, 하고 부서지는 숯조각이었다.

  이번에도 역시나였다. 마을에서 사람들이 사라진 지 어느덧 두 달, 무작정 아무 문이나 두드려보던 소년이 문을 두들겨보고는 그 집에서 누가 나와주리란 희망을 X표로 없애기 시작한 지는 그 두 달에서 이틀이 빠진다. 소년의 아빠가 마을로 갔던 이유는 그 날 갑자기 앓아 누웠던 소년을 위해 약을 구하기 위해서였고, 이상하게도 바로 다음날이 되자, 그동안 아팠던 게 거짓말같이 나았으며, 하루가 더 지나도 아빠가 돌아오지 않자 아빠를 찾으러 마을로 갔는데, 마을이 ‘이렇게’ 된 것을 발견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애초에 많은 사람이 사는 마을도 아니었기 때문에, 마을 안에 있던 집들의 문이 X표로 채워지는 속도도 빨랐다.

  그리고, 소년이 오늘 X표를 그림으로써, 마침내 알 수 있게 되었다. 이 하브만 마을에는 아무도 없다는 것을. 모든 집은 텅텅 비었으며, 그 안에서 살던 사람들이 어디로 갔는지도 모른다는 것을. 그리고 소년의 아버지까지도, 소년이 알 수 없는 곳으로 사라졌다는 것을.

 

 “후우.”

 

  한숨을 내쉬며 문 앞 계단에 쪼그려앉은 소년의 눈에 지금까지 X표시를 한 집들이 보였다. 소년이 문에 X표시를 한 것만 제외하면, 그 전과는 아무 것도 달라진 게 없는 집들이다. 아니, 사실 이 마을이 모두 그랬다. 누군가가 족집게로 사람만 집어내기라도 한 것처럼, 오로지 사람만 없어진 채 모든 것이 그대로인 것이다. 단 한 곳만 제외하고는.

  집들의 지붕 사이로 야트막한 둔덕이 보였다. 마을에 들어와볼 일이 거의 없었던 소년이 ‘그 날‘이 오기 사흘 전, 아빠와 함께 밤산책을 나왔을 때 아빠가 설명해줬던 바에 따르면 성당이 있는 곳이라 했다.

 

 ‘성당?’

 

 ‘그래, 세상에서 제일 재미없는 사람이 사람들한테 이러쿵 저러쿵 하는 곳이란다.’

 

 ‘...왜요?’

 

 ‘그냥, 그런 이유가 있어. 아들, 저기 부엉이다.’

 

  평소엔 소년이 묻는 말에 미주알고주알 대답해주곤 했던 아빠가 왠지 유난히 말을 아꼈던 기억과, 벽돌로 얼기설기 쌓아올린 건물의 풍경이 밤에는 꽤 으스스해 보였기에 몽당침을 삼킨 기억이 났다. 사람들이 사라졌다는 걸 빼면, 바로 그 성당이 사라진 것이 이 마을에서 유일하게 달라진 점이었다.

  아니, 사라졌다는 표현은 어떻게 보면 너무 점잖게 들릴 수도 있겠다. 가장 정확한 표현은 아마 ‘뽑혀나갔다’가 될 것이었다. 마치 잡초를 뽑아낼 때 뿌리에 얽힌 흙이 들려나오는 것처럼, 밤새 식은 스튜를 한 숟갈 퍼낸 후처럼 공소가 서 있던 곳의 바닥까지 깊게 패인 채로 사라졌기 때문에.

 

 ‘그런 일이 가능해?’

 

  공소가 있던 둔덕을 여전히 눈에 담고 있던 소년의 머릿속에 물음표 하나가 떠올랐다.

 

 ‘일어났고, 그걸 내가 봤잖아.’

 

  소년의 머릿속 목소리가 물음표를 덮었다. 때마침 들려온 천둥소리에 장작개비를 안고 일어나 걸음을 옮겨보는 소년이었지만, 한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오히려 ‘그 날’의 기억이 선명하게 눈 앞에 떠올랐다.

  아버지를 찾으러 왔던 그 날. 하루 종일 마을을 돌아다니며, 아마도 난생 처음 고함이라는 것을 지르고 다닌 덕에 목소리도 나오지 않고, 종일 흘린 탓에 더 이상은 나오지도 않고 말라붙은 눈물에 얼굴과 눈이 퉁퉁 붓고, 종일 주린 배를 부여잡은 소년이 사람들’만’이 사라진 마을에서 무언가 달라졌다는 걸 깨달은 때는 서산 너머에서 땅거미가 몰려올 때쯤, 그러니까 딱 지금쯤이었고, 그 때도 지금 소년이 앉아있는 이 자리였다. 그 때도 이 자리에서 집들 지붕 사이로 보이는 둔덕을 봤다. 그리고, 그 곳이 저렇게 텅 비어있을 리는 없다는, 텅 비어있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생각이 들자마자, 소년은 달렸다. 쉬어 지끈거리는 목도, 말라붙은 눈물 탓에 따끔거리는 눈두덩도, 고프다 못해 아플 정도인 배도 모두 잊고, 아직까지 이렇게 달릴 힘이 남아있었나, 하고 놀랄 새도 없이 달렸다. 그렇게 얼마나 달렸을까, 둔덕 위가 마침내 소년의 눈에 들어왔다. 지기 일보 직전의 햇빛이 소년의 눈을 따갑게 파고들자, 소년이 한 손을 들어 눈가를 가렸다. 그리고...

  아무 것도 없었다. 아니, 구멍밖에 없었다고 해야 할까. 소년은 비틀비틀 걸어가 구멍의 가장자리에 섰다. 깊었다. 소년이 빠지면 기어나올 수도 없을 것이다. 바닥이 검은 게 깊이 있던 흙이 아직 덜 말라서인지, 아니면 끝이 보이지 않아서인지도 잘 알 수 없었다. 소년은 몽당침을 삼키고는 시선을 옆으로 옮겼다. 넓었다. 아마도, 이 자리에 서있었을 성당만큼이나. 그걸 알아차리자, 소년은 다리가 풀려 엉덩방아를 찧으며 주저앉았다. 성당이, 그 컸던 건물이 기껏해야 소년이 누워있던 이틀만에 사라진 것이다. 그것도 통째로.

  그 후부턴 정신없이 달렸던 기억밖에 나지 않는다. 비틀거리는 다리가 몇 번이나 넘어져 무릎팍이 다 까져 집으로 돌아왔을 때는 이미 달도 없는 밤이 된 후였다. 이불을 뒤집어쓴 채, 해가 뜰 때까지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성당을, 어쩌면 마을사람들까지도 집어삼켰을 그 무엇이 소년이 오늘 왔다 간 것을 모르기를. 이러고 있으면 찾는 약이 없어 멀리까지 간 게 분명할 아빠가 미안하다며 문을 벌컥 열고 들어오기를 바라면서.

 

 “어?”

 

  빗방울이 소년의 콧잔등을 떄렸다. 비가 내리기 시작한 것이다. 소년이 일어서자, 그게 신호라도 된 듯 빗방울이 연이어 쏟아지고, 이내 빗소리가 세상을 덮었다.

  낭패다. 소년은 비가 떨어지지 않도록 좀 더 문 쪽에 바짝 붙어섰다. 마지막 집에도 사람이 없으리라고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막상 확인하고 나니 새삼 충격이었던 걸까. 너무 오랫동안 시간을 죽이고 말았다. 그런 소년을 나무라는 듯 천둥이 울리고, 빗발이 더욱 거세졌다. 쉽게 그치지 않을 모양이다. 하긴, 이제 이 비만 내리면 곧 겨울일테니. 뛰어서 돌아갈까. 소년이 턱을 괴고 잠시 생각하더니, 이내 고개를 저었다. 장작더미야 두고 간다손 쳐도, 늦가을 찬비를 맞으며 집으로 돌아갔다가 감기라도 걸리면 고역이다. 어쩌면 생명이 위험할 수도 있다. 작년 이맘때도 감기로 큰 고생을 했던 소년은 아빠를 무척이나 고생시켰더랬다.

 

 “으앗!”

 

  바람이 몰아쳤다. 성난 빗발이 소년의 옷을 적셨다. 어쨌거나 뛰어서 돌아가는 건 무리일 게 확실했다. 소년이 등 뒤를 돌아보았다. 바람에 열린 문이 음산하게 삐그덕 소리를 내며 울었다. 덕분에 소년이 그었던 X자 표시가 새삼스러워 보였다. 세상을 메울 듯 비가 내리는 눈 앞과, 문이 아가리를 벌리고 있는 등 뒤를 번갈아 돌아보던 소년은 마침내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고는 문고리를 부여잡았다.

 

 “어-실례합니다.”

 

  집 안으로 돌아온 소년은 대답이 돌아올 리 없는 인사를 중얼거리며, 이내 아궁이가 있는 거실을 찾아내어 안고 있던 장작더미를 난롯가에 쌓아두었다. 집주인이 미처 쓰지 못한 장작에 쌓인 먼지가 일어나자 소년이 재채기를 했다. 두 달 남짓한 시간동안 싸늘하게 식은 공기가 소년의 볼따구를 쓰다듬었다. 소년은 쓰게 입맛을 다시고는 난롯가로 다가갔다. 다행히 부싯돌은 찾기 쉽게 아궁이 위에 놓여있었다. 소년이 솜씨 좋게 불을 피우자, 막 일어난 불이 지푸라기를 먹고 크더니 이내 바싹 마른 장작 위로 옮겨붙는다.

 

 “이런 날이면 아빠하고 맨날 이것저것 넣고 스튜 끓여 먹었는데.”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천둥소리가 들려온다. 이어 빗소리가 겨우 나무에 붙어있던, 그리고 땅에 떨어져있던 낙엽에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하루종일 굶은 소년의 배가 내는 꼬르륵 소리도. 집이라면 찬장에 먹을 게 좀 있을텐데, 여기도 있으려나. 홀쭉해진 배를 쓰다듬던 소년이 금새 생각을 거두었다. 먹을 게 있다 치더라도, 2달동안이나 사람 손을 타지 않은 재료들이 어떤 몰골이 되어있을지는 안 봐도 뻔했다. 그리고, 뭣보다, 어쨌거나 남의 집 아닌가. 저녁 좀 굶는다고 죽기야 하겠어. 소년은 애꿏은 옷깃만 여미며 몸을 웅크렸다.

  불이 일렁인다. 그 때마다 소년의 얼굴에도 불길의 온기가 잠깐 닿았다가 사라졌다. 소년이 불쏘시개로 솜씨 좋게 불을 헤집자, 몇 번 타닥거리는 소리를 내며 성질을 부리더니 이내 잠잠해졌다. 낯선 집에서 불을 쬐고 있으려니, ‘혼자’라는 말이 너무 무겁게 느껴졌다. 물론 소년은 언제나 혼자였지만서도, 평소라면 절대 하지 못했을 일을 하고 있는 중이니 왠지 느낌이 이상했다.

  깊은 산 속에서 아버지와 단 둘이 살고 있던 소년의 존재를 아는 마을 사람은 없었다. 가끔 아빠의 아는 사람이 이 오두막을 찾아오는 일도 있었지만, 그 때마다 소년은 눈에 띄지 않도록 숨어있어야 했다.

 

 ‘왜 전 다른 사람을 만나면 안 돼요?’

 

  그러기를 여러 번, 조금 짜증이 났던 소년의 물음에 아빠는 조금 당황하더니, 무언가 결심한듯 소년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는 말했다.

 

 ‘그건 말이지, 아들. 네가 특별하기 때문이란다.’

 

 ‘특별...해요?’

 

  아빠는 고개를 끄덕이고 말을 이었다.

 

 ‘네 엄마도 특별했지. 그리고 엄마랑은 조금...뭐랄까, ‘다르게’ 특별하지만 아무튼 너에겐 다른 아이들하고 다른 뭔가가 있어.’

 

  내가 특별한가? 그보다, 엄마도 그랬다구?

  소년이 고개를 갸우뚱거리자, 아빠는 특유의 사람 좋은 웃음을 띄우면서 소년의 머리를 잔뜩 헝클어뜨렸다(아빠 딴에는 ‘쓰다듬는’ 거라고 했지만서도). 아빠는 말을 고르는 듯, 잠시 머뭇거리더니 다시금 미소를 띈 채 입을 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왠지 슬퍼보이는 듯도 한 웃음이었지만 그 때는 몰랐다.

 

 ‘언젠가는...싫어도 알게 될 거란다. 그러니까 그 때까지는, 부디 다른 사람들 눈에 띄지 않게, 그리고 목소리가 새어나가지 않게 조심해라. 알았지, 아들?’

 

  아빠의 마지막 말은 부탁이 아니라, 완곡한 명령이었다. 그걸 알았기에, 소년은 미처 나오지 못한 말을 입 안에 가두었다. 동네 사람은 아니지만, 이미 자기를 아는 사람이 있으면 어떻게 해야 하죠? 소년의 혀 끝에 맴도는 질문이 머릿속에 한 소녀를 그렸다. 밝은 금색 머리카락과, 눈웃음이 예쁜 녹색 눈동자, 그리고 소년에게 글자를 가르쳐 주었던, 다음에 다시 만날 때는 소년의 이름도 가르쳐 주기로 약속했던, 2년 전 이 마을에 들렀던 유랑악단의 소녀, 레나.

  무릎을 모은 채 쪼그려앉은 소년이 불쏘시개를 들어올렸다. 그리고, 뭔가를 끼적거린다.

  L. E. N. A.

  그리고, 그 아래에 몇 자를 더하더니, 이내 흩뜨려 지워버렸다. 일어난 재 때문일까, 소년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빗소리가 거세다. 모닥불 속 장작이 타면서 내는 소리도, 그 앞에 앉아 있는 소년의 흐느낌 소리도, 그 어떤 소리도 다 묻힐 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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