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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꽃구름처럼
작가 : 멀이
작품등록일 : 2018.12.10

[재상여주/가인남주/달달과 가벼움을 지향/하지만 장담 못하겠음]


'눈 떠보았더니 글쎄 내가 소설 속 주인공!'
뭐하세요?
이란 소설이 유행하고 있대.
그래서요.
모름지기 유행은 따르라고 있는 법 아니겠어?
어디 계속해 보시지.
-잠깐만 책 사러 나갔다 올게.
이것들은 다 누가 처리하고요?
미래의 나! 부탁할게!
야, 서하령! 주인님! 아가씨! 거기 안 서!

>진짜 이렇지는 않습니다.

 
7화
작성일 : 18-12-17 14:18     조회 : 242     추천 : 0     분량 : 35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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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

 

 나날이 이어지는 징글징글한 야근에 차츰 피폐해져가는 정신을 차마 놓지 못하는 것은 실낱같은 충성심 쪼가리 덕분이었다. 그마저도 황궁에 구비된 모든 고서와 선황들의 선례들을 뒤지는 통에 가볍게 사라지고 있었지만. 부관까지 닦달하고 결국 잡혀온 적까지 동원하여 서책이란 서책은 전부 살펴본 하령은 동살이 터오는 하늘을 멍하니 바라보며 오늘이 언제인지 잠시 고민하였다.

 

 “황상 죽어라. 내가 못 죽이는 게 천추의 한이다.”

 

 누군가 듣는다면 심히 곤란하겠지만 뭐 어떤가. 지금은 누가 돌아다닐 시간도 아니고. 이미 뻗어있는 두 제군들을 위해 준비해두었던 담요를 덮어준 하령은 괜히 몸을 쭉 늘리며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가 내뱉었다. 졸리다. 짤막한 감상이었다.

 

 “그래서, 지금 이게 다인가?”

 “네. 답니다.”

 “이것밖에 아니 된다는 거요, 재상?”

 “이거라도 있는 것이 어디입니까. 없습니다. 예전의 계의 땅이 연에 속했을 때면 모를까, 외국인이 황후가 되는 경우는 전체 통틀어 한 번입니다. 그마저도 생김새는 닮았다 하고요.”

 “이렇게까지 꽉 막히지는 않았을 터인데.”

 

 그럴 리가 없어. 내 사랑을 방해하는 음모가 아닌가! 황제, 원후의 눈에서 불꽃이 일 듯 휙 치켜뜬 눈매가 실로 매서웠다. 대략 어림잡아 나흘 밤낮 동안 대여섯 시간도 자지 못한 하령에게는 별다른 타격을 주지 않았지만. 반쯤은 졸면서, 반쯤은 쥐똥만큼 남아있는 충성심으로 하령은 가물거리는 눈을 억지로 뜨곤 조용히 중얼거렸다.

 

 “꽉 막혔습니다. 그나마 그 한 분은 선녀시랍니다. 하늘에서 뚝 떨어졌다고. 정 뭐하시면 그렇게 하세요. 말이야 맞추면 되는 거지.”

 “지금 장난하시는가? 그걸 누가 속아.”

 “먼 미래의 후손들….”

 

 몰라요. 난 할 만큼 했어. 이보다 더 할 수는 없어. 며칠인지 세기도 무서운 날들 동안 틈틈이 황제를 만나 중간보고를 하고, 까이고, 다시 찾으러 터덜터덜 돌아가는 나날이 눈앞을 스쳐지나갔다. 이게 바로 주마등일까. 자신의 헛소리가 입 밖으로 나온다는 것을 자각도 하지 못한 채, 하령은 제자리에 선 채로 잠깐 졸다가 퍼뜩 깨어났다.

 

 다행이라면 다행으로 황제의 집무실에는 간혹 여러 신하들과 경연을 할 때를 대비하여 탁자와 의자가 한 켠에 놓아져 있는 일이 잦았다. 자신이 머물 수 있는 곳을 찾아 고개를 두리번거리던 하령은 터덜터덜 걸어가 그 중 하나를 골라잡고 털썩 주저앉고 제 눈가를 덮듯 책상에 엎드렸다.

 

 “한 시진만 자겠습니다. 그 다음에 깨워주세요. 오늘 조회는 건너 뛸 예정이신 것 다 압니다.”

 “귀신일세.”

 

 그래, 자라. 자. 조금 더 닦달했다간 눈이 뒤집혀서 쫓아올 모양새이니. 황제는 습관적으로 손을 저어 집무실 내의 궁인을 물린 탓에 조용해진 공간에서 착실하게 장계를 뒤적거렸다. 그러다 문득 좋은 생각이 난 모양으로 씩 미소를 지었다. 상선, 거기 있는가?

 

 꿈조차 꾸지 않는 잠이 쏜살같이 스쳐 지나갔다. 솔직히 말하면 눈을 감았다 뜬 것 같은데 어깨가 결리는 것만 빼곤 꽤 멀쩡한 정신이었다. 하령은 제 볼을 찹찹 두드리며 남아있는 잠을 쫓아내고 팔을 위로 쭉 뻗으며 고개를 뒤로 젖혔다.

 

 “일어나셨는가?”

 

 그리고 반쯤 거꾸로 뒤집어진 세상에서 자신의 상사가 책상에 팔꿈치를 괴고 턱을 올린 자세로 자신을 보고 있는 것 역시 제대로 된 정신머리에 박혀들었다.

 

 “으악!”

 “치한 보듯 소리를 지르네, 그려. 일어나셨으면 이만 돌아가 보시게. 해도 다 졌고.”

 “응? 네? 해가 져요?”

 

 한 시진만 잔 거 아니었어? 그랬다면 해가 중천 쯤 떠야 정상일 텐데, 놀라 휙 바라본 창은 야속하게도 어둑한 하늘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너무 놀라면 말도 안 나온다는 것이 맞는 말이었구나. 입을 뻐끔거리며 황당한 기색을 여과 없이 보여주는 자신의 신하를 웃음기 가득한 얼굴로 바라보던 황제는 책상을 톡톡 두드려 시선을 자신에게로 다시 가져왔다.

 

 “일도 다 끝내셨는데 무엇 하러 남아 계시는가. 이제 곧 여름이니 해도 길어졌다네, 재상.”

 

 와, 진짜 얄밉다. 너무 얄밉다. 그냥 동내에서 만난 사람이었으면 한 대 쥐어박고 싶을 정도로 얄밉다. 희게 웃으며 손을 흔들거리는 황제를 향해 나름대로 격식을 갖춰 인사하며 물러나던 하령은 문득 걸리는 것에 몸을 그대로 돌렸다.

 

 “황상. 폐하.”

 “난 재상이 폐하라고 부를 때가 제일 무섭더라.”

 “-제 기억이 맞다면 아까 분명 그 연두색 장계를 보고 계셨거든요?”

 “조는 와중에도 색은 기억나시는가.”

 “근데 왜 지금도 그 장계가 책상 위에 올라와 있지?”

 “어허, 불경한지고.”

 “혼잣말이었습니다. 아무튼. 일, 하셨습니까?”

 “날 보시게, 재상. 내가 지금 어디에서 무얼 하고 있지?”

 

 누가 봐도 열심히 일하는 모양새로 당당하게 앉아있는 이를 책할 수 있는 간 큰 사람은 몇 없었다. 아쉽게도 하령은 그 간 큰 사람 중 하나였으므로, 원후는 말 그대로 탈탈 털릴 수밖에 없었다.

 

 “우리 솔직해집시다, 폐하. 솔직히 말해요. 밖에 나갔다 왔지. 나 여기에 두고 재상이랑 뭐 한다고 걸어 잠그고 나가셨죠.”

 “이것 보시게. 뭘 사람을 그리 의심을 하는-, 그래. 나갔다 왔네. 아까 들어왔어.”

 “그러면 오늘 하루 종일 저는 여기서 폐하랑 짝짝꿍 무언가를 했다는 말이 되네요?”

 “그렇지?”

 “지금 장난하십니까? 가뜩이나 황상 만나서 이러쿵저러쿵 거린다고 말도 많은데, 지금 날 불구덩이로 밀어 넣어?”

 “설마 죽기야 하겠는가. 괜찮네, 괜찮아. 실제로는 아니지 않으니.”

 

 내가 미쳐. 세상에서 가장 재밌는 것은 남의 뒷이야기이다. 그리고 재밌는 것을 내가 먼저 많이 알고 싶어 하는 것은 인간이라면 대부분 가지고 있을 생각이니, 이 얼토당토않은 이야기가 퍼지는 것에는 만 하루도 채 걸리지 않을 것이라는 것에 하령은 자신의 녹봉 반을 걸 수 있었다. 제자리에서 펄쩍 뛰고 싶은 것을 간신히 참아낸 하령은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뱉어냈다.

 

 “뒷말 돌기만 해봐요. 여기서 파생되는 일에 제게 피해가 있으면 각오 하셔야 합니다. 서 가문을 적으로 돌리고 싶지는 않으실 테니.”

 

 아무리 제 자식보다 부인을 더 챙기는 아비라지만 부인이 귀히 여기는 가문에 흠집을 남기고 싶지는 않겠지. 아니, 쫓겨나려나? 불안해지는 마음을 애써 달래며 퍽 당당한 태도로 말을 마친 하령은 다시 걸음을 옮겼다. 당당하게 이어지던 발걸음은 상념에 상념을 더하며 천천히 느려지다 종래엔 우뚝 멈춰 섰다.

 

 “집에 가기 싫다.”

 “그럼 더 머무르시던가. 이제 퇴청하시나?”

 “…오랜만에 뵙습니다. 장군.”

 “네, 오랜만에 뵙습니다. 무탈하게 잘 지내신다는 말은 남편에게 종종 듣고 있습니다. 얼굴 보기가 영 힘들어서.”

 

 남편의 얼굴을 못 보게 만드는 것에 나름대로 일조한 전적이 있는 이는 티나게 몸을 움찔거리고 고개를 슬며시 외로 꼬았다. 괜찮아. 난 당당해. 사실 나도 피해자야.

 

 “걱정 마세요. 남편 뺀질거리는 것이야 하루 이틀도 아니고. 책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건강을 챙기라고요.”

 “네, 그렇죠. 서가 가주님도, 전 재상도 아니 계시지 않습니까. 이럴 때일수록 무탈한 것이 가장 중요한 것입니다.”

 “장군의 씀씀이 덕에 없던 기운도 생겨나는 것 같습니다.”

 “별 말씀을.”

 

 앞까지는 데려다줄게요. 긴 머리를 층층이 묶어내려 한 번에 틀어 올린 탓에 하늘거리는 머리끝이 곳곳에 놓인 등불을 만나 긴 그림자를 만들어냈다. 세월이 내려앉은 눈매가 자상하게 휘어지고 어깨를 부드럽게 도닥거리는 손길은 여느 때와 다르지 않아, 하령은 저도 모르게 편안히 웃으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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