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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꽃구름처럼
작가 : 멀이
작품등록일 : 2018.12.10

[재상여주/가인남주/달달과 가벼움을 지향/하지만 장담 못하겠음]


'눈 떠보았더니 글쎄 내가 소설 속 주인공!'
뭐하세요?
이란 소설이 유행하고 있대.
그래서요.
모름지기 유행은 따르라고 있는 법 아니겠어?
어디 계속해 보시지.
-잠깐만 책 사러 나갔다 올게.
이것들은 다 누가 처리하고요?
미래의 나! 부탁할게!
야, 서하령! 주인님! 아가씨! 거기 안 서!

>진짜 이렇지는 않습니다.

 
6화
작성일 : 18-12-17 14:18     조회 : 228     추천 : 0     분량 : 42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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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

 

 “황상 엿이나 먹으라지.”

 

 아주 늦게 찾아줄 테다. 방법이 있어도 모든 서책을 다 읽은 후에야 알려줄 테다. 급하면 자기가 알아서 찾겠지. 그저 거부하고 도망치듯 자리를 떴어도 아마 자신을 기다리고 있던 세류의 모습을 보았더라면 그 부탁을 외면할 수는 없었을 것이었다. 황제도 알고 있겠지. 그토록 튀는 존재를 어찌 모르겠는가. 한숨이 푹푹 나왔다.

 

 “오셨어요? 오늘은 이르게 나오셨네요?”

 “부관님. 나 진심으로 궁금한데 대체 언제 나오세요?”

 “우리 상관님보다 한 식경은 이르게?”

 

 한숨 한 번에 걸음 한 번으로 겨우 청한각에 도착하자, 쌓아올린 종이 뭉치 사이에서 바삐 움직이는 인영이 눈에 들어왔다. 머리를 짧게 자른 탓에 묶어둔 머리가 반쯤은 흘러내린 이가 시원하게 웃으며 어깨를 으쓱였다.

 

 “그래서, 오늘은 왜 또 죽상이실까요? 가인님이 싫어하는 반찬 주셨어요?”

 “오늘은 주먹밥을 싸왔답니다. 세류가 아니라 황상이죠. 오늘부터 밤에는 서고에 틀어박힐 예정이랍니다.”

 

 자리 비웠을 때에 저 찾는 사람 있으면 책상 아래에 두라고 하세요. 하령은 매끄럽게 말을 잇고 자신의 부관 옆에 나란히 서서 지난 밤사이에 또다시 늘어난 일거리를 분류하기 시작했다. 와아, 행복해라. 전혀 행복하지 않은 얼굴이신데요.

 

 “같이 할래요?”

 “재상님이 한동안 바쁘실 것 같으니 일반적인 장계는 제가 처리하겠습니다.”

 “눈물겹게 고맙네요. 배려 참 감사합니다.”

 

 서고의 모든 기록을 뒤져야 하는 입장으로서는 달갑지 않은 배려였지만. 하하, 어색한 웃음이 잠시간 흘러나왔다.

 

 “밤이 안 왔으면 좋겠어요.”

 “힘내세요.”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응원뿐이라며 주먹을 움켜쥐는 이의 등짝을 매섭게 두드리자, 악! 하는 소리가 뒤를 이었다. 차암 고마워서 이렇게 내 마음을 표현하고 싶거든요! 그날, 청한각에서는 어떤 여자의 포효가 하루 온종일 쩌렁쩌렁 울렸다나. 한 궁인은 그리 증언했다.

 

 ❀

 

 꿈을 꿨다. 꿈에서는 황제가 즉위하고 있었고, 자신은 이상하게도 재상의 자리에 위치하고 있었다. 개꿈이네. 혼곤한 정신 속에서도 나름대로 차분하게 결론을 내린 하령은 꿈속임에도 지루한 풍경에 하품을 하다가 갑자기 열린 하늘에 저도 모르게 딸꾹질이 나왔다. 무슨 꿈이 이래?

 

 열린 하늘 틈새에서 익숙한 얼굴이 빠르게 내려오는 것을 멍하니 바라보던 하령은 뒤이어 얼굴을 비치는 이가 묘하게 낯익어 미간을 구긴 채 한참을 생각하다가 아! 감탄사 아닌 감탄사를 흘렸다. 저 이가 왜 여기에 있어? 경악하는 자신과는 상관없이 세류는 큼큼, 목소리를 가다듬고는 근엄한 목소리로 크게 외쳤다.

 

 “만 백성은 들으라. 하늘이 그대들을 어여삐 여겨 선녀들을 내렸으니 만세에 굳건토록 하라!”

 

 선녀들? 뒤이어 내려온 사람은 하나뿐인데. 그리 생각하며 시선을 돌리자 딱 한 번 본 이가 갑자기 둘로 늘어나 있었다. 응? 눈을 깜빡이니 그새 또 배로 늘어났고, 당황하는 자신과 상관없이 그들은 꾸역꾸역 숫자를 불려 넓은 정전 앞을 다 채우고도 빼곡하게 늘어나고 있었다.

 

 자가 증식하는 이들 틈에서 숨이 막혀 하령은 손발을 허우적거리며 세류를 향해 삿대질을 했다. 이 미친 상황 좀 끝내고 가! 그 와중에도 혼자 공중에 떠있는 세류는 아래를 굽어보더니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하하하하!’ 하는 이상한 웃음만을 남겨두고 다시 하늘로 올라갔다.

 

 “야, 세류! 야!”

 

 어찌나 화가 나던지 벌컥 소리를 지르자 의외로 가까운 곳에서 대답이 들려왔다. 이런 상황 전에도 있었던 것 같은데.

 

 “부르셨습니까. 불편해 보이셔서 받쳐드렸는데.”

 

 눈을 뜨고 흐릿한 시야를 맞추자, 또렷하게 들어오는 얼굴은 언제나처럼 무심하면서도 다정하게 웃고 있어 하령은 자신도 모르게 다시 한 번 가인의 이름을 불렀다. 세류?

 

 “네. 뭘 하셨기에 그리 애타게 부르십니까?”

 “애타? 내가? 아니, 나 언제 집에 왔어?”

 “집이라뇨. 황궁 서고입니다.”

 

 순간 열린 창틈으로 바람이 세어들어 오는지 촛불이 크게 일렁거리며 우묵한 그림자를 만들어냈다. 정갈한 지금과 다르게 꿈속에서는 휘황찬란하게 차려입고 기름을 한 바가지는 먹고 흠뻑 적신 것 같이 웃고 있었는데. 멍하니 자신의 고개를 받쳐주는 이를 바라보다 화들짝 놀라 고개를 물린 하령은 이내 기우뚱 뒤로 넘어가는 의자에 속으로 욕을 뱉었다.

 

 “…….”

 “내가 아가씨 앞에만 있으면 수명이 십 년은 그냥 줄어요. 알아요?”

 “-거, 몰랐네. 미안.”

 

 넘어가는 자신을 붙들어 그에게로 바짝 당긴 탓에 책상을 반 넘어가 세류에게 폭 안긴 모습이 그제야 인지되었다. 아, 머리 안 찧었네. 짤막한 감상을 뱉고 주섬주섬 다시 책상에서 내려온 하령은 넘어간 의자를 바로 세우고 치맛자락을 툭툭 털어냈다. 놀래라. 중얼거리는 말에 보랏빛 눈동자가 세모꼴로 변했다.

 

 “조심 좀 하시라고요. 몸이 두 개는 더 있답니까? 여기서 잘못 찧어서 못 일어났으면 어쩌시려고 하십니까.”

 “세류야, 오랜만에 만나서 참으로 반갑다만 잔소리는 이쯤하면 안될까? 나 며칠 잠을 제대로 못 잤단 말이야.”

 “…진짜.”

 

 의자에 털썩 주저앉아 고개를 들고 손을 휘적거리자 무섭게 굳어있던 표정이 모래성이 허물어지듯 풀어 내리는 것이 한눈에 들어왔다. 우리 세류 착하기도 하지. 엉망으로 구겨진 서책의 종이를 펼치다 그냥 덮고 앞에 있는 이가 마주 앉기를 기다리다, 하령은 다시 입을 열었다.

 

 “어쩐 일이야?”

 “그러는 아가씨는 왜 저 부르셨습니까?”

 “그게 중요해?”

 “저한테는, 나름.”

 “참 이상한 곳에서 집요한 거 알아?”

 “칭찬으로 듣겠습니다.”

 

 그래서, 뭔데? 일렁거리는 촛불 새로 주홍빛으로 물든 얼굴이 꽤나 긴장한 모양새임을 알아챘는지 그의 아가씨는 미묘하게 고개를 기울였다가 이내 결연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꿈에서 네가 좀 이상한 짓을 했어.”

 “무슨 이상한 짓을 합니까, 제가.”

 “‘하하하하’ 웃으면서 날 버리고 갔거든.”

 “제가요?”

 “응. 니가요.”

 “그거 저 아닙니다.”

 “그래, 너 그렇게 안 웃지. 나도 알아. 개꿈인거.”

 “아니, 그건 그렇다 치고 후자. 아가씨가 절 버리면 버렸지, 제가 아가씨를 왜 버려요.”

 “말했잖아. 개꿈이라고.”

 

 턱을 괴고 푸스스 웃으며 눈을 느릿하게 깜빡이는 이에게 절로 손이 갔다. 머리끈으로 얼기설기 엮어 땋아 내린 머리칼은 흐트러져도 태가 안 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일까, 세류는 퍽 다정한 태도로 오랜만에 만나는 하령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식사는 잘 하시고요?”

 

 그새 살이 빠진 것도 같은데. 누가 끼니마다 입에 무언가를 물려주지 않는 이상 자신의 식사에 신경을 이렇게 안 쓰는 것도 재주라면 재주다. 자신의 말이 정곡을 찔렀는지 슬금 까만 눈동자가 시선을 피했다. 굳이 그것을 따라가 갸웃거리려던 세류는 머리를 쓰다듬던 손으로 뺨을 감싸 자신의 쪽으로 돌리며 다시 물었다. 식사.

 

 “잘못했습니다.”

 

 순순히 시인하는 모양새를 봐주기로 한 것일까, 의외로 세류는 빠르게 손을 거뒀다. 의아한 눈빛이 채 닿기도 전에 보자기에 곱게 싸인 상자가 빈 책상 위에 올라왔다. 묶어준 모양이나 익숙한 통이나 보아하니 집에서 먹을 것을 싸 보낸 모양새에 하령은 눈을 반짝이며 세류를 바라보았다.

 

 “먹어도 괜찮아?”

 “드시라고 가져왔어요. 아무래도 좀 간편하게 싸오다 보니, 양이 많지는 않지만. 좋아하시는 당과도 넣어뒀습니다.”

 “세류야, 내가 좋아한다고 말 했니?”

 “많이 하셨습니다.”

 “그럼 한 번 더 하지 뭐. 엄-청 좋아해. 아, 사랑한다. 그럼 실례 좀 할게?”

 

 잘 먹겠습니다. 집에 있을 포근한 얼굴들을 떠올리며 신나게 젓가락을 든 하령이 정신을 차릴 무렵에는 후식으로 먹으라고 넣어둔 당과만이 덩그러니 남아있었다. 지금껏 생각이 없었는데 막상 먹을 것이 눈앞에 있으니 허기가 진 탓일까, 하령은 눈을 데굴데굴 굴리며 남은 당과의 수를 세고 반으로 나눠 세류의 앞으로 밀었다.

 

 “나만 너무 먹은 것 같은데. 이건 나눠먹자.”

 “드시라고 가져온 것이니, 당연한 것 아니겠습니까. 오랜만에 밥 먹는 모습 보니까 괜찮네요.”

 “넌 아무리 봐도 못 먹어서 죽은 귀신이 붙어있는 게 틀림없어.”

 

 그러지 않고서야 이리 매번 매 끼니를 집착하며 챙기겠냐고 중얼거리는 소리가 입 안에서 맴돌았다. 같잖은 것을 들었다는 듯, 미간을 좁힌 세류는 제 앞으로 놓인 당과를 다시 하령의 쪽으로 밀며 어깨를 으쓱였다.

 

 “저한테는 아무 피해가 없으니 상관없네요. 그리고, 아가씨가 좋아하시는 것이니 아가씨가 드세요.”

 “세류 너도 좋아하잖아.”

 

 당과. 유과 같은 거. 달디 단 부식을 꼭 악착같이 챙기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한데. 오독오독 당과를 씹어 삼키며 하령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좋아하는 거 아니었어?

 

 “좋아하죠.”

 “그래, 그러니까 먹으라고. 여기 많아.”

 

 그게 아니지, 이 아가씨야. 한숨 같은 웃음이 작게 흘러나오고, 팔꿈치를 괴고 턱을 얹은 세류는 가볍게 웃는 얼굴로 조용히 속삭였다.

 

 “아가씨가 좋아하니까 좋아하는 겁니다. 그러니까 아가씨가 드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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