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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꽃구름처럼
작가 : 멀이
작품등록일 : 2018.12.10

[재상여주/가인남주/달달과 가벼움을 지향/하지만 장담 못하겠음]


'눈 떠보았더니 글쎄 내가 소설 속 주인공!'
뭐하세요?
이란 소설이 유행하고 있대.
그래서요.
모름지기 유행은 따르라고 있는 법 아니겠어?
어디 계속해 보시지.
-잠깐만 책 사러 나갔다 올게.
이것들은 다 누가 처리하고요?
미래의 나! 부탁할게!
야, 서하령! 주인님! 아가씨! 거기 안 서!

>진짜 이렇지는 않습니다.

 
4화
작성일 : 18-12-17 14:14     조회 : 243     추천 : 0     분량 : 4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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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

 

 다른 방향으로 등청한 세류는 그쯤 그날 하루 일할 곳을 배정받은 이후에야 아무도 오가는 이가 없는 영화관의 뒷문 어디쯤에 편하게 기대어 서 있었다. 그야말로 한직 중의 한직이요, 말단 중의 말단이었으나 세류는 별말 없이 가만히 서서 떠다니는 구름만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제 주인이 안다면 퍽 섭섭해 할 위치일지도 몰랐으나, 세류 자신은 하령의 생각 이상으로 꽤 만족하고 있었다.

 

 외지인에게 그토록 박한 곳임에도 뒷돈을 대지 않고, 비록 말단임에도 제 실력을 통해 등용되었다는 것은 자존심을 세우면 세웠지, 낮추게 만드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그저 무심히, 정물처럼 서 있던 그의 표정이 깨진 것은 뒤에서 나타난 이가 등을 툭툭 쳤을 때였다.

 

 “여기서 뭐하시나, 무관 나으리?”

 “여기서 뭐하십니까.”

 “산책.”

 “지키고 서 있습니다. 통행증 주시겠습니까.”

 

 이미 영화관을 다 돌고 난 뒤에 나오겠다는 사람에게 통행증을 요구하는 것도 웃기지만 세류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당당히 요구했다. 그에 그의 앞에 있던 사람의 표정이 요상하게 변해갔다.

 

 “아니, 서가장의 가인 씨. 왜 이리 빡빡하게 굴어?”

 “그럼 친절하게 굴리오리까?”

 “뭔 말을 그리. 아닐세. 자, 여기.”

 

 입가에 미소가 감도는 듯, 아닌 듯 미묘한 얼굴로 당상관, 적은 자신의 신분패를 세류를 향해 내보였다. 보았다고 하기도 민망할 만큼 대강 그것을 훑어본 세류는 어깨를 으쓱이며 고개를 까딱였다. 지나가라는 무언의 태도에 기꺼워해야 할지, 무어라 말을 해야 할지 애매한 기분이 들었으나 그는 일단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해내기로 마음을 고쳐먹었다. 제 손에 들린 상자를 세류에게 건넨 적은 뿌듯하게 웃으며 손을 탈탈 털곤, 눈빛을 과하게 반짝거리며 장난스럽게 말을 던졌다.

 

 “아, 참. 나 다시 들어갈 건데 또 검사해야 하나?”

 

 응? 그에 하령의 앞이 아니라면 잘 웃지도 않는 덤덤한 표정의 세류는 말없이 긍정했다. 내놓으시죠, 패.

 

 때마침 점심을 먹을 시간인지라, 아예 자신이 서 있던 곳에 자리를 깔고 상자를 열자 그 안에는 짤막한 편지와 주전부리가 들어있었다. 누가 부탁했는지 보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알게 된 탓에 세류는 한참을 고민하다 그 중 하나를 꺼내 먹으며 봉해져있는 종이를 펼쳐들었다.

 

 ‘미안. 오늘은 진짜 야근. 먼저 퇴청하시오, 주인 백.’

 

 우리 아가씨는 오늘도 일이 많을 예정인가 보다. 굳이 같이 가지 못할 것 같다고 인편과 함께 먹을 것으로 뇌물을 전하는 것을 보면. 생각에 잠긴 세류의 눈빛이 조금 깊어지고, 무거워졌다.

 

 ❀

 

 밤이라도 샐 것처럼 이야기하던 것과 다르게, 하령은 아주 늦은 밤과 이른 새벽 사이에 터덜터덜 귀가한 참이었다. 온다는 연락을 받지는 못했으나 아침저녁으로 퍽 쌀쌀한 날씨를 알고 있었기에 세류는 겉옷을 들고 서가장의 대문 앞에서 제 주인을 기다리며 흰 숨결을 밤하늘에 흘려보내고 있었다. 무엇이 그리 불만인지 한참을 입속으로 투덜거리던 하령은 멀리서 은은하게 밤거리를 수놓는 작은 등불에 걸음을 멈추고 우두커니 서서 한참동안 세류를 바라보았다.

 

 “…아가씨?”

 “세류? 왜 안자고 나와 있어.”

 “나온 지 얼마 안 되었습니다. 이제 퇴청하십니까?”

 “우리 세류는 거짓말도 잘해. 다시 조금 있다가 나가봐야 할 것 같아.”

 

 제게 겉옷을 덮어 둘러주는 이의 옷자락에서는 찬 기운이 물씬 묻어나오고 있었다. 손끝으로 소매를 톡톡 두드리는 것에 뜨끔한 표정을 감춰낸 세류는 짐짓 뻔뻔한 얼굴로 고개를 외로 기울였다. 원래 제 몸이 좀 찹니다.

 

 “거짓말을 누구한테 배워서 이렇게 잘 할까? 나는 아닐 텐데.”

 “죄송하지만, 아가씨 맞습니다. 천부적이시죠.”

 

 피로해 보이는 낯은 일견 슬픔을 담고 있는 것도 같았다. 주홍빛 등불에 발갛게 물들인 뺨에 옅은 미소가 패이고 낮은 웃음이 뒤이어 흘러나오는 것을 가만 지켜보던 세류는 허리를 숙여 하령과의 시선을 맞췄다.

 

 “아가씨.”

 “응. 왜?”

 “누가 괴롭혀요?”

 

 생각지도 못한 질문이었을까. 동그랗게 뜬 눈은 이내 말간 웃음을 담고, 둥글게 휘어졌다. 즐거운 기색이 다분한 표정에 제 입가를 가려내며 키득거리던 하령은 고개를 느릿하게 흔들고 한 발 가까이 다가가 자신을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이를 꼭 끌어안았다.

 

 “우리 세류가 이렇게 든든한데 내가 무서워할 일이 있겠어?”

 

 없어. 괜찮아. 스스로에게 다짐하는 것인지, 그에게 건네는 말인지 모를 희미한 말을 뒤로 하고 너른 가슴팍에 고개를 묻으며 하령은 깊은 숨을 내쉬었다. 세류야, 생각 좀 해보자. 어떻게 해야 저 황상을 이겨먹을 수 있을까?

 

 “괜찮으십니까?”

 “왜? 무슨 일 있었어?”

 

 응? 장난스럽게 웃는 얼굴은 평소와 다르지 않아, 되려 걱정이 되는 것을 저 아가씨는 알고 있을까. 자연스럽게 찌푸려지는 미간을 펴내듯 하령은 손을 들어 이마를 느릿하게 쓰다듬었다. 주름지면 인기 없을지도 몰라.

 

 “괜찮으신 분이 다 죽어가는 얼굴로 오십니까? 정말 별 일 없으세요?”

 “없어. 괜찮아. 아, 그런데 나 한동안 좀 못 들어올 것 같아. 갑자기 일이 생겨서.”

 “무슨 일이 그렇게 아가씨한테만 생기세요.”

 

 응? 시선을 들어 가까이에서 마주한 시선에 얽히는 감정의 결을 읽어낼 수는 없어, 세류는 그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흔들었다. 추워요. 일단 들어가죠. 걱정 어린, 그리고 서운하다는 기색에 하령은 결국 잔잔한 웃음을 터뜨렸다.

 

 “여기서 계속 이야기하면 안 돼?”

 “되겠습니까?”

 “그치만, 곧 날이 샐 거고, 나 다시 나가야 한다니까?”

 “잠깐이라도 눈을 붙이는 편이 나으실 텐데요?”

 “저놈의 잔소리는 대체 언제 그만둘까?”

 “아가씨 혼인하시고도 계속 예정되어 있습니다. 잔말 말고 들어가시죠.”

 “세류야, 그걸 알아야 해. 집착하는 남자들은 별로 인기 없어.”

 “…….”

 

 저 말에 흔들리는 내가 싫다. 깊은 한숨을 내쉰 세류는 자신의 품에 반쯤 묻힌 이를 번쩍 안아들어 대문을 넘고 욕간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 왜 여기로 가지? 의문어린 시선이 자신에게 물어오는 것에 겉옷이 흘러내리지 않도록 자신의 아가씨를 고쳐 안은 세류는 어깨를 으쓱였다.

 

 “피곤하실 테니까, 일단 씻으시고, 잠깐 주무세요. 깨워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잠시 후의 세류는 그 말을 했던 자신의 입을 틀어막고 싶은 심정이었다. 아니, 주무시라고 하면 댁의 방에 가서 주무시면 되는 것 아닌가. 왜 여기까지 와서 기웃거리시냐고. 싱숭생숭하다 못해 미쳐 돌아버릴 것만 같아 세류는 들어오려던 이를 막아선 것처럼 문간을 손으로 짚은 채, 오늘만 몇 번째 일지 모를 한숨을 푹 내뱉었다.

 

 “누가 보면 사고만 치고 다니는 사람인 줄 알겠어?”

 “머리 좀 말리시고, 의관도 제대로 갖추시고.”

 “자라며. 자는데 옷도 갖춰 입어?”

 

 쌀쌀한 날씨 탓에 꽤 두꺼운 침의를 입고 양심 넘치게 겉옷까지 걸쳐 입었는데, 여기서 더 뭘 입으라는 걸까. 심각하게 고개를 갸웃거리던 하령은 몸을 돌려 안으로 들어가 방을 뒤지는 자신의 가인이 자신을 빤히 바라보다가 척척척 다시 가까이 걸어와 침상 위에 개켜진 이불을 자신의 어깨에 두르고 돌돌돌 마는 것에 헛웃음을 뱉었다.

 

 “뭐하니?”

 “아가씨가 아닌 것을 아가씨로 만드는 중?”

 “불경한 가인 좀 보소.”

 “그래서, 여기 왜 오셨습니까.”

 “음, 이야기하려고?”

 “주무시라니까?”

 

 안 주무세요? 제대로 말리지 않은 머리카락이 길게 늘어진 것을 손끝으로 훔쳐내는 이의 미간에는 깊은 고랑이 패어져 있었다. 얼굴 주름지겠네. 고개를 살래살래 저은 하령은 방주인이 막아선 틈을 쏙 지나가 자신의 몫으로 늘 준비되어있는 의자에 콩콩 뛰어가 털썩 주저앉았다.

 

 “만족했으면 머리 좀 말려줄래?”

 “아가씨, 그냥 방에서 주무시면 제가 가서 깨워드린다니까요?”

 “안 잘 거야. 자다가 일어나는 것이 더 힘들어.”

 “이상한 곳에서 참 고집도 세시고.”

 

 뻔뻔하게 뒤로 돌아 고개를 까딱이는 하령의 뒤로 돌아간 세류는 길게 늘어진 머리칼 위로 수건을 덮고 톡톡 조심스런 손길로 머리를 말리기 시작했다. 지금까지의 경험상 머리를 말리다가 주무시곤 하는데. 아무 말 없이 있다가 자신을 재울 심산인 것을 알아챈 듯, 하령은 묻지도 않은 말을 줄줄 내뱉기 시작했다.

 

 “세류야. 요즘 괴롭히는 사람은 없어? 일은 할 만해?”

 “그거 아까 제가 물은 것 같은데. 왜요, 혼내주시려고?”

 “겸사겸사, 그것도 고민 중.”

 

 뒤통수밖에 보이지 않아 어떤 표정을 짓는지 짐작할 수밖에 없어, 세류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숙여 자그만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말간 얼굴에는 짐작하기 어려운 웃음만이 떠올라 있어, 다시 머리카락을 말리며 입술을 달싹이다 말을 뱉었다.

 

 “안 주무시니까 이상한 소리나 하시죠.”

 “너 밥 못 먹어서 죽은 귀신만 붙은 게 아니었어? 잠 못 자서 죽은 귀신도 친구 먹었니?”

 “그렇다고 하죠, 뭐.”

 “그런다고 내가 잘 것 같아?”

 “좀 주무시면 어디가 덧납니까?”

 “잠이 안 온다니까.”

 

 진짜 저 아가씨가. 세류는 남몰래 한숨을 내쉬며 부드럽게 하령의 머리카락을 쓸어내렸다. 적당히 촉촉한 머리카락이 그의 손을 타고 미끄러지듯 떨어졌다. 언뜻언뜻 비치는 목덜미가 유난히 희었다. 세류는 부러 그곳에 눈길을 주지 않고 투덜거리며 이어지는 그의 주인의 목소리에 코웃음을 흘렸다.

 

 “내가 장담하는데 아가씨는 눈만 감으면 1분도 안 걸려서 주무실 겁니다.”

 “안자면 어떡할래?”

 “이번 여름에 본가 가자고 안 하겠습니다.”

 “와아, 진짜 치사하다.”

 

 하시겠습니까, 내기? 눈으로 묻는 말에 반짝 빛나는 눈동자가 응답했다. 좋지.

 

 “좋습니다. 이리오세요.”

 

 자신의 자리에 앉아 팔을 벌린 세류에게 콩콩 뛰어 다가간 하령은 익숙하게 품에 안겨 무릎 위에 자리했다. 이렇게 익숙해지면 곤란한데. 중얼거린 말을 들었는지, 웃음기 섞인 목소리가 가볍게 내려앉았다. 그냥 포기하세요, 그럼. 조용히 속삭이며 머리칼을 쓰는 손길이 너무나 부드러워, 하령은 자신도 모르게 눈을 감고 고르게 숨을 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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