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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꽃구름처럼
작가 : 멀이
작품등록일 : 2018.12.10

[재상여주/가인남주/달달과 가벼움을 지향/하지만 장담 못하겠음]


'눈 떠보았더니 글쎄 내가 소설 속 주인공!'
뭐하세요?
이란 소설이 유행하고 있대.
그래서요.
모름지기 유행은 따르라고 있는 법 아니겠어?
어디 계속해 보시지.
-잠깐만 책 사러 나갔다 올게.
이것들은 다 누가 처리하고요?
미래의 나! 부탁할게!
야, 서하령! 주인님! 아가씨! 거기 안 서!

>진짜 이렇지는 않습니다.

 
3화
작성일 : 18-12-17 14:13     조회 : 272     추천 : 0     분량 : 49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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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

 

 푹 쉬었으니 나오란다.

 

 하령은 힘찬 필지로 제게 전해진 왕의 친서를 있는 힘껏, 열심히, 정성들여 구겨버렸다. 누군가 안다면 경을 칠지도 모르는 일이었으나, 하령은 제 마음을 가득 담아 구겨버린 친서를 당당하게 제 집 후원의 연못에 던져 넣었다. 이렇게라도 해야 좀 화가 풀리지. 아무리 내가 황실에서 일하는 관료라지만 이건 아니지. 완전 부려먹는 거 아니야. 내 근로권 어디 갔어? 응?

 

 분을 담아 제자리에서 발을 동동 구르고 황제에 대한 욕을 속으로 신나게 씹어낸 하령은 후우, 깊게 한숨을 내쉬며 손을 탁탁 털고 자신의 방으로 돌아와 입고 나갈 옷을 고르고 자신의 얼굴에 분을 고루 펴 발랐다. 그래, 결국 고용된 입장으로 생각하면 비슷하지. 눈을 깜빡이며 면경 속 자신을 바라보니 전혀 다른 사람이 하나 자리한 것만 같아, 가볍게 웃음을 흘린 하령은 자신에게 보내는 미소를 지어보이곤 밖으로 나왔다. 밖에는 여느 때와 다를 바 없이 세류가 단정한 복장으로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다.

 

 “빨리 나왔네?”

 “아가씨가 늦으신 겁니다.”

 

 자연스럽게 손을 뻗자, 냉큼 그 위에 손을 올리며 하령은 고개를 꺾어 훤칠한 사내를 올려다보았다. 봄의 따스한 햇살이 얼굴을 간지럽히는 기분에 맑은 웃음소리를 터뜨리곤 고개를 젓자 매끈한 미간이 슬쩍 찌푸려졌다.

 

 “뻥까지마. 아직 안 늦었네요.”

 “대체 그런 말은 어디서 배우십니까? 제가 알기론 이 저택에선 쓰는 사람을 찾아볼 수가 없는데 말이죠.”

 “내가 저택에만 있니? 너 네 주인이 뭐하는 사람인지 몰라?”

 “알죠. 재상님. 아랫사람에게 모범이 되어야 하는 자리인 것은 잘 압니다.”

 “한 마디도 안지지.”

 

 에잉, 가인의 태도가 썩 마음에 들지 않는구나. 어험, 괜히 헛기침을 하고 허리를 꼿꼿하게 핀 하령은 우아하게 발걸음을 옮기며 배시시 웃어보였다.

 

 “어디 가서는 안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

 “여기서는 그러시잖습니까.”

 “우리가 남이니? 남이야?”

 “괜히 설레게 그러지 마시죠.”

 “어머나, 내가 뭘?”

 “됐습니다. 진짜 지각이에요.”

 

 잡은 손을 잡아 끌 듯 걸음을 빨리 한 두 사람은 저택의 문 앞에서 가볍게 손을 흔들곤 서로 엇갈리며 밖으로 나섰다.

 

 서가장의 주인이자 연의 재상인 서하령은 오랜 내전의 끝에 황량해진 황궁의 대소사를 대부분 처리하는 것에 이골이 난 참이었다. 나라의 거의 모든 상황이 실시간으로 보고되고, 또 지시하는 직책에 스스로 원해서 앉은 것은 아니라지만 나름대로 책임감을 가지고 임하는 중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일단, 생각은.

 

 그러니 생각과 입이 반대로 움직이는 것은 절대 자의가 아니었다. 딱 하루 만에 다시 자신의 일터, 청한각으로 복귀한 하령의 눈에는 온갖 일거리가 쌓여있는 것이 비췄다. 와, 세상 하직하고 싶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욕이란 욕은 모두 주워 삼키며 책상 위에 가득가득 쌓인 일거리를 분류하는 일부터 착수했다. 하령이 쉴 때는 부관이 일하고, 부관이 쉴 때는 그가 일하고. 이보다 더 소모적인 상황이 있을까.

 

 요즘 들어 신하들을 눈치를 보던 황제가 그 눈치를 엿과 바꿔먹은 모양인지 자신이 해야 하는 것까지 슬쩍슬쩍 하령 자신에게 넘기는 것도 같은데. 물증은 있으나 정확한 심증이 없으니 일단은 지켜보는 중이었다지만, 하령은 착실히 쌓이는 화를 외면하지 않고 있었다. 한꺼번에 모아 터뜨려주리!

 

 “근데 이건 많아도 너무 많잖아. 별시 좀 열어달라고 하면 안 되나.”

 “돈이 없는데.”

 

 한숨 한 번에 장계 분류 하나를 하던 하령은 중얼거리던 제 말을 받은 이가 나타나자 깜짝 놀라 손에 들고 있던 것을 놓쳐 발을 찧었다. 아악! 쨍하니 울리는 소리에 장난스럽게 웃고 있던 이가 놀라 급히 다가왔다.

 

 “괜찮나? 미안하네. 나는 재상이 내가 들어오는 것을 알면서 말을 건 줄 알았지.”

 

 제 입을 막고 손을 열심히 휘적거린 탓에 적은 눈치 빠르게 자신이 들고 온 장계를 내려놓고 우수수 쏟아진 두루마리를 모아 재빨리 책상 위로 되돌렸다. 덤으로 의자를 빼줘, 그 위에 하령을 앉힌 적은 눈물이 그렁한 까만 눈동자에 찔리는 낯을 애써 외면했다.

 

 “거, 미안하네. 그리고 진짜 돈이 없긴 없거든.”

 “이걸 보시고도 그런 말이?”

 “어허, 말끝은 다 잘라 먹으시고.”

 “직급은 제가 더 높습니다.”

 “…억울해서라도 다음 생에는 꼭 재상을 해야겠어.”

 

 기필코 내 재상을 내 아래에서 부리리다. 남몰래 다짐하며 주먹을 불끈 쥐는 이를 한심스럽게 바라보던 하령은 책상에 턱을 괴고 껄렁거리는 자세를 만들었다. 그래서, 여긴 어쩐 일이십니까?

 

 “아니, 정전에 나갔더니 황상께서 아니 계시지 않는가. 그래서 여기 계시나 찾아왔지. 이제는 침전을 들러볼 차례일세.”

 “요즘 꼭 호박씨 까는 사람처럼 행동한단 말이에요. 이상하지.”

 “재상도 모르시는가? 어쩐다. 내 육감에는 이거 분명 재미 지는 일이라 알려주거든.”

 “제가 보기에 당상관은 그 ‘재미’ 때문에 일을 그르칠 지도 모르는 상입니다.”

 

 아무튼, 여기는 없어요. 자리에 앉아 다시 두툼한 상소와 장계들을 분류해나가기 시작하던 하령은 문득 적이 내려둔 서류들에 손을 뻗었다.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던 적은 이내 씩 웃으며 빈 의자 하나에 걸터앉고 자신의 몫을 살피며 입을 열었다.

 

 “그래, 오늘은 내 도와줌세. 대신 황상께서 무언가를 하신다면-,”

 “꼭 알려드리지요. 약조합니다.”

 “좋아.”

 

 시원하게 웃는 그를 못 말린다는 표정으로 보던 하령은 곧 정신을 차리고 한 뭉치의 종이를 제 발로 들어온 먹잇감을 향해 넘겼다. 아니, 이걸 전부 다? 경악하는 목소리가 뒤를 이었으나 하령은 듣지도 않고 분류한 것 중 마무리 된 두루마리를 품에 안고 청한각을 빠져나왔다. 울부짖는 목소리는 꽤 멀리까지 울려 퍼졌으나, 평소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자신을 걱정하는 말도 으레 그렇듯 넘기는 하령이었기에 적은 자신이 판 무덤 앞에서 쿵, 머리에 책상을 박았다. 아오!

 

 청한각을 돌아 나온 하령은 곧장 황제가 있을법한 곳을 찾아 발걸음을 옮겼다. 정전에도 안 계시고 청한각은 오지도 않으셨고, 그렇다면 일단 연무장으로 갈까? 침전으로 곧장 찾아가기엔 눈치도 보이고. 무거운 서류 뭉치를 추슬러 안고 한숨을 폭 내쉬었다. 진짜 황제만 아니었으면 당장 멱살 잡고 짤짤 흔들었을 거야.

 

 지긋지긋한 내란을 종식시키고 먼 친척이 남겨둔 황위에 오른 황제는 그렇게 살아왔고, 또 그렇게 배워온 탓에 가만히 앉아있는 것보다는 직접 움직이는 것을 더 선호하는 무인의 기질을 가지고 있었다. 문관 전부가 달려들어야 겨우 서류 하나를 끝낼까 말까, 싶은. 하기 싫다는 것을 억지로 하게 하는 것도 못내 슬픈 일이지만,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 것 역시도 기가 막힌 일이니 하령은 온갖 쓴 소리를 감내하면서도 황제를 쫓아다닐 수밖에 없었다.

 

 겨우겨우 도착한 연무장에는 열심히 훈련을 하는 무관들과 그들을 돕기 위한 궁인들 외엔 황제의 ‘황’ 자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 진짜, 이 인간이? 절로 하늘을 향하는 눈초리에 긴 복도에서 하령을 만난 이들은 하나둘 갑자기 바쁜 일을 만들어내며 사라져갔다.

 

 “그냥 때려 칠까.”

 

 돈이야, 서당이라도 열어서 애들 가르치고 세류가 벌어오고, 무악 아저씨도 벌어 오시고. 복도 한 구석에 서류를 쌓아두고 난간에 기대어 앉아 제 어깨를 통통 두드리며 하령은 집안에 남은 일꾼들의 숫자를 찬찬히 세어보았다. 아주 풍족하지는 않아도 적당히 먹고 살 정도는 되겠는데? 반짝 떠오른 생각이 꽤나 그럴 듯 해보여, 하령은 이내 상쾌한 얼굴로 짐을 챙겨 씩씩하게 황제의 침전으로 향했다.

 

 “폐하께서는 아직 기침하지 않으셨습니다.”

 

 공손하게 머리를 숙이고 고하는 이에게 대체 무어라 말을 해야 할까. 자신이 가져온 것을 맡기고 하령은 침전 앞뜰을 뱅뱅 돌다가 아예 후원으로 걸음을 옮겨 앉을 장소를 물색하기로 하였다. 괜히 안절부절 자신의 눈치를 보는 궁인들을 위해서라도 더 나은 판단이라며 스스로를 칭찬한 것도 잠시, 기꺼이 자리를 옮긴 곳 한 구석에서 멍하니 정신을 놓고 있는 황제의 모습에 하령은 저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었다.

 

 “황상!”

 “…재상 오셨는가. 그래, 좋은 하루지.”

 “아직 하루가 끝나지 않았으니 인사는 나중에 받겠습니다. 지금 어디서 무얼 하시고 계신 것인지 알고는 계십니까? 뭐가 어째요? 안 일어나? 내 눈앞에 있는 황상은 그림자이십니까?”

 “뭐 어떤가. 내가 할 일은 다 끝냈다네. 조회도 했고, 급한 것도 검토했고, 그림자들 구역도 새로 지정해주고.”

 “하루에 할 일이 그것뿐입니까?”

 “나 좀 봐주면 안 될까? 내가 지금 많이 아프다네.”

 “아프면 어의를 불러야지 여기서 무얼 하세요?”

 “아니, 그게.”

 

 무어라 말을 하려 했던 것처럼 입술을 벙긋거리던 황제는 제 말끝을 잡아먹으며 얼굴에 손을 묻고 고개를 흔들었다. 아닐세. 집 없는 강아지가 비를 맞고 길거리에 버려져 있는 것만 같은 행태를 그냥 봐주어야 할까. 하령은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일단 말을 해 보시죠. 말도 안 하시면 어떻게 압니까?”

 “재상. 재상은 내 편이 되어줄 수 있겠는가?”

 “여기서 무슨 편이 나오나요? 전 제 편입니다.”

 “그래, 내가 재상에게 무얼 바라겠어.”

 

 세상, 혼자 왔다가 혼자 가는 것이지. 쓸쓸한 눈빛으로 이번엔 하늘을 응시하는 모습에 하령은 결국 고개를 돌려 주위에 포진해 있을 호위 하나를 눈으로 찾기 시작했다. 하나만 걸려라. 이왕이면 대물로. 그의 눈빛을 알아차려서일까, 평소보다 더 꼭꼭 숨은 이들을 찾기가 요원해지자 하령은 제 이마를 꾹꾹 짚으며 입을 벌렸다.

 

 “사안에 따라 생각해보겠습니다.”

 “그건 필요 없다네. 그럼 난 이만.”

 “아니, 또 어딜 가시는데요! 황상! 야!”

 

 저거 또 도망가지! 윗사람에 대한 예의는 이미 팔아버린 덕에 제자리에서 방방 뛰며 발을 구르던 하령은 결국 아무것도 처리하지 못한 서류를 생각하곤 머리를 쥐어 싸맸다. 잠깐, 그러고 보니까….

 

 “또 야근이야!”

 

 망할 황제. 다음 생에는 꼭 황제로 태어나서 이리저리 굴려줄 테다. 미필적 고의에 의해 다시 밤을 꼴딱 새우게 생겼다. 일하는 사람은 적지, 황제는 우수에 찬 눈빛으로 놀러 다니지, 눈치 주는 사람은 많지! 야근보다도 무서운 것이 세류의 잔소리라는 것을 누가 알아주었으면 참으로 좋을 텐데. 부질없는 희망을 읊조리며 천천히 제 일터로 향하는 발걸음에는 누군가 무거운 추를 매달아 놓은 것만 같았다. 진심으로, 울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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