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로켓맨 시청에 오다
순식간에 날아 들어가 사각형의 목을 졸랐다. 수복이 창문으로 들어와 나머지 군인을 처치했다.
“죽어랏!”
수복이 공포에 질린 표정의 사각형 얼굴에 내뱉었다. 나직한 목소리로 공포에 질린 사각형에게 물었다.
“어딨어?”
‘여길 어떻게...“
수복에게 눈짓을 던졌다. 수복이 사각형의 손가락을 잡아당겼다. 손가락이 옆으로 꺾였다. 사각형이 비명을 못 지르게 입을 막았다. 사각형은 고통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수복이 사각형의 귀를 잡아당겼다. 귀가 찢어져 피가 흘렀다. 사각형의 눈이 뒤집혔다.
“묻는 말에 제대로 대답하면 죽이지 않는다, 약속!”
사각형의 귀에 속삭였다.
“알았으면 고개를 끄덕여야지?”
사각형은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수복이 손가락을 잡았다. 사각형이 손을 빼려고 어깨를 움칠거렸다. 수복이 손을 잡아당겼다. ’우드득!‘ 어깨가 빠지는 소리가 들렸다.
“알았지?”
사각형의 몸을 부르르 떨면서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입을 막았던 손을 놓아 주었다.
“시게이는 어디있지?”
“프라자 호텔!”
“몇호?”“606호!”
“요코는?”
“호텔, 프라자 603호!”
“왜?”
“내일 열 시에 작전 실행하려고.”
“다른 놈들은?”
“불광동 초소에...”
“또?”
“누구요?”
“다른 놈들은?”
“없어요.”“정말?”
“예!”
“거짓말, 너 여기 있잖아!”
“예?”
수복에게 처리하라고 눈짓을 던졌다. 수복이 사각형의 목을 졸라 처치했다.
“불광동으로 가자.”“형, 제법 하는데, 많이 늘었어.”
“칭찬이지? 고맙다.”
수복은 초소를 먼저 나갔다. 초소에 들어온 전깃줄을 잡아당겨 끊었다.
“형이 나보다 낫다, 그래야 시간을 벌지.”
수복의 칭찬을 받고 인왕산을 내려와 북한산에 있는 초소로 갔다.
새벽이 밝아 올 무렵 불광동 북한산의 일을 해결하고, 무악재를 넘어 시청으로 왔다.
*..*
호텔의 복도에는 사복 경찰이 배치되어 있었다. 한 층에 두 명씩 배치되어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는 사람들을 감시하고 있었다. 로켓맨이 판문점을 지나 구파발을 지났다는 소식이 인터넷에 떴다. 프라자 호텔 입구는 출입을 막고 있었다. 신원이 확실한 손님만 드나들었다.
“입구로는 못 들어가겠다, 어디가 좋을까?”
수복과 호텔 주변을 돌아다녔다.
“금방이라도 비가 올 것 같지?”
수복은 날씨를 걱정하고 있었다. 경사스러운 날에는 해가 나야 한다며 걱정했다.
호텔 뒤로 2차선 도로를 건너 한화 빌딩이 보였다. 25층까지 올라갔다. 오피스텔로 이루어진 건물이었다. 꼭대기 층 복도에서 건너편을 어떻게 갈지 궁리를 짜는데,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중년 남성이 2511호실 앞에 섰다. 핸드폰으로 일본어를 유창하게 구사하고 있었다.
“쪽바리네...”
남성이 통화를 끝내고 전자키를 눌러 문을 열자, 수복이 뒤에서 목을 졸라 쓰러트리고 안으로 밀어 넣었다. 남성의 넥타이로 손목을 뒤로 묶고, 입에는 신고 있던 양말을 넣고 막았다. 그리고 화장실에 가두었다.
“어디가 좋을까?”“6층이 좋겠지.”
25층에서 건너편 6층을 살폈다. 안력을 최대한 높여 유리창 안에 누가 있나 확인했다. 정확하게 맞은편 6층 안에는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로켓맨을 위한 축하 행사가 시청 앞에서 열린다고, 호텔은 경호에 협조하기 위해 손님을 받지 않았다.
“형, 유리를 깨지 않고 뛸 수 있어?”“해 봐야지, 시간이 없잖아.”
뒤로 물러났다 열린 유리창을 향해 힘껏 뛰었다. 허공을 가르는 바람은 찼지만, 기분은 상쾌하게 맑았다. 유리창에 닿았다. 두꺼운 유리가 막고 있었다. 주먹으로 유리를 가격했다. 유리는 잔 거미줄처럼 갈라지면서 안으로 박살이 났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화이팅!”
수복을 향해 손을 흔들며 응원을 보냈다. 수복이 잠시 유리창에서 사라졌다가, 허공에 떠올랐다. 두 손을 흔들어 중심을 잡으며 유리창 안으로 들어왔다.
“아찔했다, 제일 멀리 날아봤다, 형 덕분이야.”
“덕분은, 시게이부터 없애자.”
“당연하지.”
벽시계가 9시 45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망설일 필요가 없었다. 문을 열고 엘리베이터 앞에 서 있는 경호원을 살폈다. 복도에 여러 개의 씨씨티브이가 달려 있었다.
“저기요, 화장실이 막혔어요, 와 보실래요?”
나 돌이 문을 열고 얼굴만 보이면서 샤워하다 수도가 고장 났다고 경호원을 불렸다. 경호원 한 명이 왔다. 문 안으로 끌어들여 기절시켰다.
“잠깐만 오시래요!”
“왜요? 자리 비면 안되는데...”
경호원은 망설이며, 걸어왔다. 맞은편이 시게이가 머물고 있는 606호였다. 경호원이 앞으로 오는데, 앞문이 열리면서 시게이가 핸드폰으로 통화하면서 나왔다. 순간적으로 날아 시게이를 문 안으로 집어넣었다. 수복은 경호원을 기절시키고 날아서 시게이의 방으로 왔다. 시게이가 나 돌을 향해 주먹을 뻗었다. 유리창 가에서 기관단총을 설치하던 양복이 기관단총을 안으로 돌렸다.
“어딜!”
수복이 날아가 양복을 주먹으로 가격했다. 양복들 삽시간에 일어난 일에 당황했다. 수복의 발길질에 양복들은 벽에 부딪혀 떨어졌다. 시게이는 나 돌에게 주먹을 휘두르다, 흰 양복 안에서 총을 꺼냈다.
"쫍밥!”
양복들을 제거한 수복의 발길질이 시게이의 목을 가격했다. 시게이의 목이 꺾여 옆으로 직각으로 쓰러졌다. 발을 퍼득 거리더니 멈추었다.
“무슨 일이야, 여보세요!”
“나야 나 돌...”
시게이가 떨어트린 핸드폰에서 요코의 당황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핸드폰으로 통화하면서 가슴이 떨렸다.
“나 돌? 나 돌이라고? 어떻게...”
“시게이를 지금 잡았어, 멈춰!”“어딘데?”“606호실, 갈까?”“오지 마, 늦었어...”“요코, 누구도 날 막지는 못해, 갈 거야!”
“주사위는 던져졌어, 루빈콘 강을 건넜다고, 모르겠어? 만나면 서로 곤란해져...”
“간다!”
핸드폰을 끊었다. 시청 앞에서는 마이크 소리가 요란했다. 광장에 모인 사람들이 ‘통일’이라는 노래를 불렀다. 시청 앞은 노래로 가득 찼다. 마이크에서는 로켓맨이 서대문 사거리를 지났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사람들 노래소리는 더 커졌다.
“형, 복도로 나가면 일이 커 질 텐데?”
“밖으로 나가야지, 꿈에도 소원은 통일.....”
광장에서 들리는 시민들의 노래를 따라 부르며, 주먹으로 유리창을 가격했다. 유리는 거미줄처럼 갈라져서, 흘러내렸다. 망설일 시간이 없었다. 유리창과 두꺼운 벽 사이로 약간의 디딜 자리가 있었다. 유리창을 밟고 옆으로 날았다. 605, 604, 603호 유리창에 닿았다.
“요코!”
유리창 안에는 요코가 기관단총을 시청 쪽으로 설치하고 보고 있었다. 나 돌이 유리창에 나타나자 깜짝 놀랐다. 순식간에 유리창이 안으로 깨졌다. 요코가 기관단총의 방아쇠에 손을 붙었다. 나 돌이 기관단총을 옆으로 쳐서 쓰러뜨렸다. 수복이 뒤에 들어와 옆에 있던 양복들을 공격했다.
“요코!”
요코는 기관단총을 포기하고, 뒤로 물러나면서 하얀 정장 안주머니에서 기다란 소음기가 달린 총을 꺼내 나 돌을 겨누었다.
“쏘려고?”
깨진 유리창 안으로 광장에서 부르는 노래 소리가 들어왔다. 와~ 함성이 울려 퍼졌다. 마이크에서 서울 방문을 환영한다는 인사가 울려 퍼졌다.
“쏴, 저 소리 안 들려? 우리는 한민족이라고, 우리 민족의 통일을 방해하지 마... 제발!”
“물러서, 내 일을 할뿐이야, 더 오면 쏜다.”
“우리 관계보다 일이 더 깊어?”
“어쩌면... 오지 마!”
“사랑해, 요코 생각하면 난 뜨거워져 견딜 수가 없어....”
“미투!”
요코가 방아쇠를 당겼다. 총알 두발이 가슴에 박히면서 깨진 유리창으로 나 돌이 떨어졌다.
“형, 미쳤어!”
수복이 요코를 공격했다. 유리창 밖에서 나 돌이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수복, 요코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어졌어, 놓아 줘, 부탁이야!”
수복이 요코에게서 총을 빼앗아 쏘려다, 멈추었다.
“가라, 마음 변하기 전에 꺼지라고, 다시는 나타나지 마, 쪽바리!”
수복이 절규하듯 외쳤다. 요코가 뒷걸음으로 방문을 열고 나갔다.
광장에서는 시민들 환호 소리가 울려 퍼졌다.
“하늘이 열리고 있습니다, 민족이 하나 된 걸 하늘이 알았나 봅니다. 하늘이 열리고 있습니다. 하늘이, 민족의 하늘이 열렸습니다.”
시민들의 환성과 함께 잔뜩 찌푸렸던 구름이 걷히면서, 밝은 햇살이 시청 앞에 쏟아졌다.
*..*
후지산 꼭대기에는 일 년 내내 눈이 쌓여 있었다. 후지산을 바라보며 ‘에도시’는 만들어졌다. 후지산 중턱에 자리 잡은 오랜 산사 칸에이사의 본당 본뽕중당은 양지 바른 남쪽을 향해 있었다. 본뽄중당에서 날씨가 좋은 날에는 에도를 한눈에 넣을 수 있었다. 본뽄중당은 일반에 공개하지 않지만, 귀한 손님에게는 열려 있었다.
“하늘이시여....”
요코가 단정한 정장차림으로 본뽕중당 가운데에서, 가슴에 손을 모으고 부처를 향해 기도를 올리고 있다.
“요코, 저 왔어요.”
요코는 그리운 목소리가 들리자 깜짝 놀라서 일어났다. 요코는 한달음에 문을 활짝 열었다.
“안 녕!”
캐쥬얼 차림의 나 돌이 환하게 웃으며, 가슴 높이에서 손을 흔들고 있었다. 요코는 신발을 신을 겨를도 없이 문지방을 넘어 품에 안겼다. 그리고 가슴에 얼굴을 묻고 흐느꼈다.
“어디 갔다 왔어... 너무해... 너무하다고...”
“총을 진짜 쏠 줄은 몰랐어... 왜 그랬어요?”
“조국을 위해... ”
“조국?”
요코가 한 손으로 눈물이 흐르는 볼을 문지르며 끄덕였다. 그러면서 물었다.
“내 곁에 있어, 그럴 거지?”
“또 총 쏘려고?”“안그럴거야...”
요코는 고개를 옆으로 흔들며, 눈물 그렁한 눈으로 웃었다. 짙은 구름이 걷히고 마당에 환한 햇빛이 쏟아졌다. 요코를 꼭 껴안고 등을 다독거렸다. 구름이 뭉글거리며 빠르게 흘렀다.
“사랑해...”
요코가 다정하게 말하며 입술을 맞추면서 목을 힘껏 끌어안았다.
하늘에서 환한 빛이 두 사람을 비추었다.
31부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