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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와룡과 봉추의 궤변학
작가 : 빅터하이드
작품등록일 : 2018.11.8

당신은 귀신을 믿습니까? 아니면 믿지 않습니까?

과거의 괴이한 사건 때문에 여동생을 잃은 현덕. 그 때문에 평범한 일상을 원했다. 하지만 운명은 현덕을 가만히 놔두지 않고…. 방과 후 학교 교실에서 현덕은 최근에 학교에서 소문난 괴담 ‘서서 걷는 갓난아기’와 만나게 된다.
‘갓난아기를 본 사람은 7일 이내에 저승으로 끌려간다.’
남은 목숨이 7일 밖에 없는데다가 문득 문득 보이는 끔찍한 아기의 모습에 밤잠하나 못이루던 현덕. 그는 결국 ‘환상의 학생 와룡은 못푸는 난제 미스터리가 없다’라는 괴담을 따라 열리지 않는 ‘미스터리 부’의 교실문을 두드린다. 그리고 그가 본건 눈처럼 새하얀 머리칼을 지닌 환상의 ‘와룡 진소미’와 학교의 아이돌 ‘봉추 방원혜’였다.

"세상에 귀신은 존재하지 않아."
"세상에 귀신은 존재하고 있어."

각기 다른 의견을 내놓는 두 사람.

과연 현덕은 무사히 저주에서 달아날 수 있을까?

 
제 1담 서서 걷는 갓난아기 17화
작성일 : 18-12-17 07:18     조회 : 295     추천 : 1     분량 : 89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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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죽고 싶었어.”

 

  문약 선배의 첫 고백은 그렇게 시작했다.

 

  “나는 정말 원이를 좋아했어. 원이도 나를 좋아해주었고……. 정말 행복했어.”

 

  그녀의 눈이 허망한 눈으로 자신을 보고 있는 문원을 따뜻하게 바라보았다.

 

  “…처음 원이의 아이가 뱃속에 있다는 것을 깨달았을 땐, 무척 당황하기도 했지만, 곧 그게 나에게 무척이나 커다란 하나님의 선물이라는 것을 깨달았지.”

 

  그녀의 손이 자신의 배로 향한다.

 

  이제는 비어버려 아무것도 없는 배를 천천히, 또는 소중하것을 만지듯 쓰다듬었다.

 

  “나는 정말 낳고 싶었어.”

 

  그녀의 한 마디에 희망과 절망이 교차되었다.

 

  그것은 꿈이었다.

 

  문약 선배가 한 한마디는, 그녀가 가진 소중한 꿈이나 마찬가지였다.

 

  “원이와 나의 사랑의 결정체를 내가 어리고, 경제력이 없다는 이유로 포기 할 순 없었어. 원이도 이런 나의 막무가내 결정을 존중해줬어. 오히려 나보다 더 기뻐하더라. 학교를 졸업하면 어떻게든 돈을 왕창 벌어 나와 내 아기를 먹여살릴거라고 호언 장담했어.

  조금 무식해보이고, 치기어린 결정을 하는 것 같아 보이기도 하겠지만, 우린 진지했어. 진심으로 원이와 나, 그리고 아기까지 셋이서 오순도순 사는 미래를 그렸어. 그런데……”

 

  행복한 웃음을 짓는 문약 선배의 얼굴이 비틀린다. 혐오와 절망이 뒤섞인 표정에, 소름이 돋았다. 착하고 순수해 보였던 그녀의 얼굴 변화에 나는 침을 꿀꺽 삼켰다.

 

  “이런 우리의 결정을 부모님들은 이해하지 못했어.”

 

  그녀의 한 마디에 나는 절로 머릿속에서 그녀의 상황이 제멋대로 그려졌다.

 

  울부짖으며 부모님에게 대드는 딸. 그리고 그 아버지에게 처절하게 매를 맞는 아들.

 

  그들은 알지 못한다. 문원과 문약선배가 어떤 생각을 했고, 어떠한 심정으로 그런 결정을 했는지. 하지만 부모님들은 그런 아이들의 의견을 존중해주지 않는다.

 

  왜냐하면 자신의 아이들은 오로지 행복만을 위해 살아가야 하니까.

 

  사회는 냉정하다.

 

  고작 고졸이 할 수 있는 일이란 몇 없다. 기껏해야 편의점 알바나 노가다를 전전해야 한다. 그리고 그정도의 경력도 안되는 일로 하나의 생명을 키운다는 것은 어림도 없었다.

 

  부모님들의 반대는 그러한 경험들이 모여 만들어진 하나의 지침표에서 나온것이다.

 

  자신의 아이는 불행한 삶은 살아선 안된다.

  오로지 행복한 미래만이 아이들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

 

  그 아집에 가까운 마음이 문약선배와 문원의 결정을 무너뜨린 것이었다.

 

  “내 아이는 태어나보지도 못하고 강제로 떼어내졌어.”

 

  배를 어루만지던 손에 힘이 들어간다.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 너무 아파서, 괴롭고, 슬퍼서 정말 몇 날 며칠을 울면서 지냈어. 원이와 헤어진다는 조건하에 학교로 어떻게든 복귀는 했지만, 예전 처럼 수업을 받는다는 것은 쉬운일이 아니었어. 친구들의 쉬쉬거리며 하는 이야기도 견디기 어려웠고……·. 나는 그 당시만 하더라도 일상 생활이 거의 불가능했어.”

 

  입을 여는 문약 선배의 입술은 메말라 버린 건조한 사막과도 같았다. 파르르 떠는 새하얗게 변한 입술이 그날의 절망이 얼마나 컷었는지 새삼스레 알 수 있게 해주었다,

 

  “그런데, 우연하게 들어간 학교 자유게시판에 묘한 이야기가 있더라고.”

 

  그녀의 얼굴이 펴지기 시작한다.

 

  “서서 걷는 갓난아기 괴담. 너는 그때 그것을 본것이로군.”

 

  와룡이 나직이 그녀의 말을 받아친다.

 

  “그래 맞아. 나는 그 당시만 해도 그 괴담이 원이가 일부러 만들어서 뿌린 것인 줄은 상상도 못했어. 그저, 괴담의 이야기가 내가 겪은 상황과 비슷해서 관심이 갔던 것 뿐이었어. 그런데 중요한 건 그게 아니야.”

 

  문약 선배가 마치 중요한 것을 말하기라도 하 듯 의도적으로 목소리를 낮춘다.

 

  “댓글 중에, 이야기를 현실로 바꾸는 방법이 씌여 있었어. 문제가 있는 덧글이라 생각했는지, 빠르게 지워지긴 했지만, 다행이도 내가 지워지기 전에 캡쳐를 해놔서 내용을 읽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어.”

 

  와룡이 그런 그녀의 말에 가볍게 혀를 찼다.

 

  “그럼 너는, 그 얼토당토 안하는 댓글만 믿고 이 사태를 일부로 시도했다는 거야?”

  “나는 가릴 것이 없었어. 내 아기를 다시 한 번 볼 수만 있다면, 더 한 것도 할 수 있어. 돈이 필요하다면 몸을 팔아서 줄 것이고, 사람을 죽이라면 바로 죽일 수 있어. 그런 거에 비하면 고작 괴담을 이용한다는 것은 아주 쉬운 일이잖아?”

 

  그것은 광기였다.

 

  부모의 아집이 만들어낸, 또 하나의 아집과 집착이 광기가 되어 그녀를 휘감고 있었다.

 

  옳지 못한 일이라는것을 알면서도 멈출수가 없다. 아니 제대로 인지하지도 못한다.

  오로지 소중한 아기와 만나고 싶다는 절실한 마음에 다른 것은 보이지도 않는다.

 

  그래도,

 

  방법이 잘못되면 안된다.

 

  아무리 잃어버린 것을 찾고 싶어도. 다른 사람을 상처입히면서까지 찾는 다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만약 그녀의 계획대로 내가 아닌, 관우가 괴담을 만났으면 어떻게 됐을까?

 

  그렇다면 관우는 평생 그 트라우마를 껴안고 살아가야 할것이다.

 

  불을 켜지 않으면 잠을 이룰수 없고,

  좁은 구석을 두려워하며,

  책상 밑에서 언제 귀신이 나올까하며,

  평생 공포속에서 살아가야 했으리라.

 

  내가 그날 여동생을 그렇게 잃었던 것처럼, 관우도 그렇게 평생 공포와 두려움 속에서 살아갈 것이다.

 

  그러면 안된다.

 

  아무리 절실하고 불쌍하다 해도,

  그것이 다른 사람을 상처입혀도 된다는 면죄부는 될 수 없다.

 

  “문약 선배. 그것은 쉬운 일이 아니에요.”

 

  나는 상처입은 팔을 붙잡고 벽에 기대듯 일어났다.

 

  “괴담을 이용해 아기를 되살리려 한다는 것 또한 해서는 안되는 일이에요.”

 

  숨이 턱턱 막힌다. 흘러내리는 피의 양 만큼 고통 또한 점점 더 커져갔다. 하지만 말을 해야한다. 누군가는 말해야 한다.

 당신은 잘못되었다고.

 

  “…그것 또한 다른 사람을 상처 입히는 거니까요.”

  “아니야!”

 

  문약 선배는 내 말을 듣지 않겠다는 듯, 귀를 틀어막았다.

 

  “난 잘못되지 않았어! 잘못된 건 내가 아냐! 나에게서 내 아기를 뺏어간 어른들이 잘못한거야! 내가 못키울거라고 미리 단정한 그들이 잘못한거라고! 빼앗긴걸 되찾는게 잘못된게 아니잖아! 난 잘못없어! 난 잘못없어!!”

 

  숨겨왔던 그녀의 진심이 백일하에 드러난다. 절망과 고통으로 범벅된 그녀의 마음이 내가 하는 말을 모조리 집어삼켜 그것을 상처를 헤집는데 썼다.

 

  가슴이 시켠하게 아려왔다.

 

  팔에서 올라오는 고통보다 더 큰 아픔이 그녀를 통해 절절하게 느껴졌다.

 

  “보고 싶어?”

 

  쇠를 긁는 목소리가 문약 선배의 절망을 자른다. 그녀의 상처 입은 시선이 하얀 소녀에게 향했다.

 

  “꼴을 보아하니, 아직까지 소원을 못 이룬것 같아서 말이야. 아직 못 만났지? 아기?”

 

  문약 선배의 눈이 커진다.

 

  “어, 어떻게…….”

  “그런 재미없는 뻔한 반응 보이지마. 나는 네 구구절절한 사연 따윈 관심 없어.”

 

  와룡은 주머니에서 뭔가 하나를 꺼냈다. 마치 걸레처럼 보이는 여기저기 기워져 있는 헝겊 한 뭉치.

 

  와룡은 그것을 솜씨 좋게 펼치자, 어설프게 만들어진 헝겊 인형이 나타났다.

 

  “그, 그건…….”

 

  어디선가 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렸다.

 

  저것은 원혜 선배가 증거랍시고 들고 온 헝겊인형이었다. 그런데 어째서 와룡선배가 저것을 들고온 것일까?

 

  “내가 관심있는 것은 오로지 괴담뿐이야. 허구이면서도 그 어떤 이야기보다 현실성에 충실한 이야기.”

 

  와룡 선배가 한 발자국 문약 선배의 앞을 걸어나온다. 노을 빛이 와룡 선배의 몸의 일부분을 비춘다.

 

  하얀 소녀의 붉은 눈동자가 불길하게 반짝였다.

 

  문약 선배의 발이 저도 모르게 뒤로 물러 난다. 빛과 어둠의 경계선을 넘은 그녀의 몸이 시커먼 공간으로 녹아드는 것 같았다.

 

  “내가 이야기 해줄게. 오롯히 너를 위한 괴담을.”

 

  하얀 소녀의 입이 길게 찢어진다. 문약 선배는 그런 그녀에게 무어라 말 하려고 했지만, 뒤이은 와룡의 말에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

 

  “예전 우리 학교에 사랑하는 두 사람이 있었습니다.”

 

  공기가 변했다.

 

  묵직하고 절망만이 가득했던 분위기가, 와룡의 한 마디에 고요하고 낮게 깔렸다.

 

  신음하고 있던 쓰러져 있는 남학생들의 소리도.

 

  멍하니 문약 선배를 보던 문원도.

  귀를 막고 엎드려서 벌벌떠는 원혜 선배도.

  숨을 삼키고 귀를 기울이기만 했던 나도.

 

  그리고,

 

  울음소리로 절망을 노래하던 문약 선배도

 

  모두 조용해졌다.

 

  “서로 사랑하며 미래를 약속한 아름다운 커플이었죠. 결국 여성은 사랑하는 남자의 아이를 임신하게 되었습니다. 그들은 행복한 미래를 꿈꾸며 아이를 낳자고 약속했죠.”

 

  이것은 허구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그리고 어디에서나 있을 법한 이야기도 아니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세상은 그런 그들은 좋은 시선으로 본게 아니었습니다. 가족에서부터, 주변 사람들에게 엄청난 비탄을 받았죠.”

 

  그것은.

 

  “결국 그들은 강제로 헤어져야 했고, 아낌없이 사랑을 주어야 할 아기마저 빼앗기고 말았습니다.”

 

  문약 선배와 문원의 안타깝고도 우울한 사랑이야기였다.

 

  문약 선배의 얼굴이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 것 처럼 보인다. 절망과 함께 찾아온 우울은 그녀의 정신을 밑바닥부터 부숴뜨렸다.

 와룡은 그런 그녀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마치 뇌를 송두리째 빼앗는 듯한 음성으로 계속해서 이야기를 계속했다.

 

  “여학생은 절망했습니다. 행복해야할 시간을 그대로 빼앗긴거나 다름없었으니까요. 사랑하는 사람을 둘이나 잃은 그녀는 기도했습니다.”

 

  “…아기를 돌려주세요…….”

 

  오싹

 

  문약 선배의 목소리가 와룡이 하는말을 받았다.

 

  “…부탁입니다. 아기를 되돌려주세요…….”

 

  초점 없는 눈으로 멍하니 어둠 한 켠을 바라보며 중얼거리는 그녀의 모습에 나는 소름이 돋았다.

 

  진짜로 무언가가 있을 것 같은 느낌. 나도 모르게 문약선배가 멍하니 보던, 어둠 한 켠을 바라보았다.

 

  “학교를 굽어 살피던 누군가가 그녀의 소원을 들었습니다. 처절하고 억울한 그녀의 울음소리에 누군가는 여학생의 소원을 들어주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응애.

 

 

  미약하지만 어디선가 들려오는 아기 울음소리.

 

  발끝부터 시커먼 감정이 솟아올랐다.

 

  나는 혹시나 싶어, 와룡이 떨어뜨린 알람시계를 바라보았지만, 알람 시계는 세상 모르게 잠든 아기 마냥 조용했다.

 

 

  -응애.

 

 

  이것은, 알람 시계에서 나오는 소리가 아니었다. 그렇다면 대체 어디서 들려오는 소리지?

 

  시커먼 탁류 같은 감정이 부글부글대며 가득차 오른다.

 

  문약 선배의 얼굴이 아기 울음소리가 들리자 마자 환한 미소를 지었다.

 

  마치 기쁨과 반가움이 한데 뒤섞인 표정이 얼굴에 그대로 드러났다.

 

  “아, 아가. 우리 아가.”

 

 “여학생은 아기의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어디에도 부정할 수 없는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울음소리에 그녀의 마음이 움직입니다.”

 

 

  -응애.

 

 

  아기의 울음소리가 더욱더 커져간다. 사방에서 들려오는 불명확한 소리가 아니었다.

 

  문약 선배가 바라보는 어둠 속 한 구석.

 

  시야로도 구별이 잘 안가는 구석에서.

 

  끊임 없이 엄마를 부르는 아기의 울음소리가 간헐적으로 들렸다.

 

  와룡 선배의 목소리가 그런 나의 마음을 궤뚫었다.

 

  “여학생은 사랑스런 마음으로 아기를 불렀습니다. 태어나기도 전에 빼앗겨서, 울음소리도 제대로 내지 못하는 아기는 그렇게 엄마의 간절한 염원으로 다시 태어난 것입니다.”

 

  그 말이 끝남과 동시에

 

 

 

  -찰박.

 

 

 

  하는 기이한 소리가 들렸다.

 

  마치 고깃덩어리를 바닥에 내려치는 것 같은 기묘한 소리. 내 시선이 자동적으로 소리가 나는 쪽으로 향했다.

 

  -찰박.

 

  형체가 분간도 잘 가지 않는 어둠 속에서 무언가가 서 있었다.

 

  난쟁이라고도 생각될 정도로 작은 몸집. 그 몸집을 가진 무언가가 이쪽으로 한 발자국씩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다.

 

  -찰박.

 

  이리 비틀.

 

  -찰박.

 

  저리 비틀.

 

  어색하게 발을 하나씩 하나씩 옮길 때마다, 젖은 반죽덩어리가 바닥을 툭 툭 치는 것 같은 소리가 난다.

 

  익숙한 광경이었다.

 

  어둠속에서 마치 걸음마를 처음 배우는 아기처럼 걸어 나오는 작은 몸집의 그림자. 나는 천천히 뒷 걸음칠 쳤다.

 

  안돼.

  나오지마.

 

  거부의 말이 무거운 공기에 짓눌려, 허망하게 사그라든다.

 

  “아, 아아…….”

 

  하지만 문약 선배는 나와는 달랐다. 감동과 의심의 찬 복잡한 표정이 그녀의 얼굴에 선명히 드러났다.

 

  찰박 찰박하고 기분 나쁜 소리를 내며 다가오는 검은 그림와, 그것을 환영하듯이 맞이하는 여학생.

 

  그 둘의 만남은 아기가 황혼의 빛속에서 모습을 드러내었을 때, 절정을 이루었다.

 

 

 

 -찰박.

 

 

 

  창문으로 내려오는 황혼으로 물든 빛과 어둠의 경계에서 나타난 살구빛 점토. 마치 아기의 발모양을 만들다 만 듯한 반죽덩어리가 바닥을 내려 찍으며 그 존재감을 드러낸다.

 

  -응애.

 

  사람의 가슴을 지독하게 울리는 목소리와 함께 점토 덩어리는 또 한번, 점토와 같은 발을 들이밀며 빛 속으로 점점 모습을 드러냈다.

 

  “……!.”

 

  나는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공기가 얼어붙는 그 상황을 계속 지켜봐야 했다.

 

  지독하고,

  끔찍했다.

 

  “하지만 그것은 아기의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아기는 태어나기도 전에 죽었기 때문에, 엄마가 바라던 아기는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저 모습은 과연 누구의 모습일까요?”

 

  하얀 소녀의 낭독은 계속되었다. 마치 지금 이순간이 자신의 일과는 상관없다는 듯이 계속해서 이야기를 계속해 나갔다.

 

  그림자는 좌우로 비틀거리며, 이제는 어둠이 내려앉는 빛을 향해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

 

  만들다가 만 다리위로 녹아내리는 흉물스런 몸통이 제일 먼저 드러났다. 살점이 거의 붙어 있지 못해 녹아 떨어져 나가고, 메마른 내장과 제대로 굳어지지 못해 약해진 하얀 뼈들이 떨어져 나간 살점들 사이에 얄팍하게 붙어 있었다.

 

  마치 점토로 여기저기를 덧붙이면 저런 모습이 될까? 대량의 점토를 덕지덕지 붙여 놓은 듯한 그 모습은 어린아이가 제멋대로 만들다 버린 점토인형를 연상케 했다.

 

  “그것은 다른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엄마가 마지막으로 본, 초음파 사진에 찍혀진 아기의 모습이었습니다.”

 

  와룡의 낭독이 끝남과 동시에 아기의 머리가 마지막으로 드러났다.

 

  그것은 아기의 얼굴이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참혹한 형태를 띄고 있었다.

 

  아무렇게나 엉망진창으로 반죽한 누런색 살덩어리가 무엇이 잘못 되었는지, 한쪽이 무너져 주름만이 가득했고, 두 개의 눈과 그리고 입이라고 생각되는 것들은 아직도 덜 만들어졌는지, 끝이 보이지 않는 시커먼 구멍만이 이쪽을 주시하고 있었다.

 

  -어, 어, 으어.

 

  기묘한 울림과 함께 그것이 그저 달려서 대롱대롱 매달려 있던 두 팔을 편다.

 

  마치 안아달라고 조르는 것처럼.

 

  “이름 없는 아기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엄마가 바라는 것처럼, 아기도 엄마를 찾으러 이곳 저곳을 기웃거렸습니다. 오로지 엄마를 보고 싶다는 단 하나의 희망만 가지고 말입니다.”

 

  “아, 아아…….”

 

  그 모습을 문약 선배가 말을 잇지 못하고, 아기의 형태를 한 살덩어리를 향해 달려나갔다. 그리고는 주저앉아 그대로 껴안았다.

 

  “아아…… 내아가, 내 아가…….”

 

  그녀의 꼭 안은 팔 사이로 아기의 살점들이 부풀렸다가 견디지 못하고 떨어져 나간다. 그것이 안타까워 문약 선배는 눈에서 눈물을 쏟아냈다.

 

  미안함, 반가움, 기쁨, 슬픔등과 같은 갖가지 감정들이 그녀의 등에서 느껴졌다.

 

  어쩔 수 없이 희생해야만 했던, 자신의 아이를 되찾는 기쁨이란 어떤것일까.

 

  “아가야, 아가야, 미안해 내가 미안해…….”

 

  이름조차 지어 본적이 없어서 제대로 부르지도 못하고, 한 번도 안아보지 못했기에 제대로 안을 수 조차 없었던 문약 선배. 선배는 그 조차 너무 안타깝고 미안해서 더 더욱 아기를 품안에 꼬옥 끌어안았다.

 

  그런 그녀의 뒤를 무심하게 쳐다보고 있던 하얀 소녀의 손이 천천히 문약 선배의 어깨의 얹는다.

 

  “하지만 그래서는 안됩니다. 이미 이별의 시간은 오래전에 지나갔고, 지금 여기에 있는 것은 미련이란 이름이 형태를 지닌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더 미뤄봐야 고통이 더욱더 커질 뿐이기에, 엄마는 선택을 해야 했습니다.”

 

  문약 선배의 젖는 눈이 와룡을 올려다 보았다.

 

  “…안돼. 그럴 순 없어. 그러지 마…….”

 

  애처로운 그녀의 목소리. 동정심이 들법했음에도 하얀 소녀의 얼굴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마치 자신은 전혀 관계가 없다는 듯이, 그저 담담하게 낭독을 계속이어나갔다.

 

  “아기는 엄마의 손을 벗어납니다. 이제는 헤어져야 한다는 것을 아기도 알기 때문에 서서히 엄마의 곁을 떠날 준비를 합니다.”

 

  아기의 몸이 서서히 무너져간다. 살덩어리들이 힘을 다한 듯 하나 둘, 아래로 떨어졌다.

 

  문약 선배는 점점 더 가벼워 지는 무게에 당황해 하며 있는 힘껏 더 껴안았지만, 그럴수록 살덩어리들은 더 더욱 형태를 흐트러뜨리면서 문약 선배의 팔과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갔다.

 

  “안돼! 이럴순 없어!”

 

  문약 선배는 떨어져 가는 살덩어리들을 어떻게든 주워보려고 두 팔을 들어 바닥에 떨어진 죽은 살덩어리들을 그러모았다.

 

  “아무리 안타까워도 잃어버린 것은 돌아오지 않습니다.”

 

  “아냐, 아냐 되돌릴 수 있어.”

 

  “엄마는 아기를 진정으로 사랑했기에, 이제는 보내줘야 한다는 것을 압니다.”

 

  “돌아가지마. 다시 나에게 와. 내게 와줘.”

 

  “그렇기에 엄마는 떠나기 싫은 아기를 어떻게든 달래서 돌려보냅니다.”

 

  “아냐. 그렇지 않아! 나는 돌려보내지 않아!”

 

  살덩어리들은 와룡의 낭독에 따라 물처럼 천천히 녹아내리더니, 어느새 창고바닥에 스며들어 다시는 보이지 않았다.

 

  문약 선배는 그런 살덩어리들을 보며 땅을 치며 괴로워했다. 인정하기 싫어하는 어린아이처럼 목놓아 바닥을 부여잡고 울었다.

 

  와룡은 그런 문약 선배를 보며 조용히 숨을 깊게 들이 쉬었다.

 

  마치 모든 한스러움을 토해내듯,

 

  “이제는 학교에 갓난 아기의 모습은 보이지 않습니다. 아기가 가진 한은 이렇게 풀어지고, 엄마는 그렇게 아기의 성불을 기도합니다. 부디 좋은 곳으로 갔기를 바라며 이만 이야기를 끝내겠습니다. 서서 걷는 갓난아기 괴담 여기서 끝.”

 

  이야기를 마무리 했다.

 

  창고는 문약 선배의 울음소리로 가득 찼다. 후회와 절망으로 점철된 여인의 울음소리는 공포로만 느끼고 있었을 내 감정을 슬픔으로 뒤덮게 만들었다.

 

  나는 아직도 주저 앉아 있던 원혜선배를 부축했다.

 

  원혜 선배는 말없이 내 부축을 받아주었다. 다만 그녀의 시선은 하얀 머리카락의 소녀에게 가 있었다.

 

  지금 그녀가 품고 있는 감정이 어떤건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다만 지금은 조용히 있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원혜 선배를 부축해 주고 있을 때, 가만히 이 모습을 보고 있던 문원도 무릎으로 문약 선배에게 다가갔다.

 

  조용히 문약 선배를 안으며 무언가를 중얼거렸는데, 간간히 ‘미안해’라는 단어가 들려왔다.

 

  그 날 밤.

 

  나는 오랜만에 악몽을 꾸지 않고 단 잠을 푹 잘 수 있었다.

 

 ****************************

 
작가의 말
 

 후..힘들었네요.....(털썩)

 
 
자신만의 이미지를 등록해보세요
과하객 18-12-18 03: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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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제 1담 서서 걷는 갓난아기 16화 (1) 2018 / 12 / 13 323 1 5531   
16 제 1담 서서 걷는 갓난아기 15화 2018 / 12 / 11 260 1 5720   
15 제 1담 서서 걷는 갓난아기 14화 (1) 2018 / 12 / 10 287 1 5450   
14 제 1담 서서 걷는 갓난아기 13화 2018 / 12 / 8 275 1 6067   
13 제 1담 서서 걷는 갓난아기 12화 2018 / 12 / 4 265 1 5818   
12 제 1담 서서 걷는 갓난아기 11화 2018 / 12 / 1 267 1 4273   
11 제 1담 서서 걷는 갓난아기 10화 (1) 2018 / 11 / 30 289 1 7245   
10 제1담 서서 걷는 갓난아기 9화 2018 / 11 / 27 264 1 5506   
9 제 1담 서서 걷는 갓난아기 8화 2018 / 11 / 27 282 1 5691   
8 제 1담 서서 걷는 갓난아기 7화 2018 / 11 / 24 279 1 5557   
7 제 1담 서서 걷는 갓난아기 6화 2018 / 11 / 22 277 1 6392   
6 제 1담 서서 걷는 갓난아기 5화 2018 / 11 / 21 285 1 5489   
5 제 1담 서서 걷는 갓난아기 4화 (1) 2018 / 11 / 18 314 1 5348   
4 제 1담 서서 걷는 갓난아기 3화 2018 / 11 / 16 282 1 6313   
3 제 1담 서서 걷는 갓난아기 2화 2018 / 11 / 12 279 1 7305   
2 제 1담 서서걷는 갓난 아기 1화 2018 / 11 / 9 287 1 8768   
1 제 1담 서서 걷는 갓난 아기 0화 (1) 2018 / 11 / 9 490 3 9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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