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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나의 가벼운 연애
작가 : 다소다
작품등록일 : 2018.12.8

사랑은 아직 어수룩한 스무 살의 '송이나', 흑역사 속으로 묻은 첫 연애 이후로 항상 그 남자 '서민준'이 있었다. 이것도 일편단심이라고 할 수 있을까? 꼬이는 남자마다 황당 가득한 '강아영' 마음에 드는 남자라면 친구의 애인이라도 상관 없는 '민수연' 인생 마이웨이 '남지혜' 까지, 그들의 입학부터 졸업까지 대학생들의 리얼 현실 연애 스토리 #대학생활 #고무신 #연상연하 #막장 #캠퍼스라이프

 
9화_바뀌지 않은 마음을 그는 몰랐다
작성일 : 18-12-16 20:22     조회 : 226     추천 : 0     분량 : 7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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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이나~~~"

 부엌에서 엄마가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아..."

 나는 이불을 푹 뒤집어썼다.

 

 "송이나!!!"

 엄마의 목소리가 뾰족뾰족 솟아 있는걸 보니 나가봐야겠다.

 

 "아 왜애~~"

 목이 늘어난 티셔츠에 머리는 산발이 돼서, 눈곱을 떼며 나갔더니

 식탁에 커다란 고무 대야가 있었다.

 

 "지금이 몇 신데 아직도 자?!! 너 오늘 뭐해"

 "아 방학인데 잘 수도 있지.. 나 오늘 어.. 알바 공고 좀 보다가..."

 "오늘도 빈둥거릴 거면 이거나 까"

 엄마는 고무 대야에 마늘을 우수수 쏟았다.

 

 "에엥.. 마늘????!!"

 "네 아빠가 어제 사 왔다. 의성 마늘이라고"

 양을 슬쩍 보니 한 시간이면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지 뭐. 나 면접 전화 오면 나갈 수도 있어"

 "그러시던가~~"

 하면서 계속 마늘을 쏟아 붓는 엄마의 뒤에는 마늘이 세 자루나 더 있었다.

 

 "헐"

 "엄마는 오늘 약속 있어. 늦게 들어올 거야 밥 챙겨 먹어"

 고무 대야에 산더미 같이 마늘을 쌓아두고 엄마는 나가 버렸다. 괜히 하겠다고 했네...

 내가 하겠다고 안 했어도 시켰겠지 일단 뭐 좀 먹자.

 

 나는 가스레인지 위에 올려 둔 냄비 뚜껑을 이것저것 열어보고

 메뉴가 북엇국과 어제 먹다 남은 김치찌개임에 크게 실망했다.

 라면이나 먹으려고 물을 올리고 찬장을 뒤적거리는데 전화가 울렸다.

 

 "어?"

 전화를 받자 낯익은 목소리가 들린다.

 

 "누나!"

 "어? 준아 뭐야? 어떻게 된 거야 너 폰..?"

 "나 휴가 나왔지~ 이제 일병 됐잖아. 나오자마자 번호 살렸지"

 "아 그런 것도 돼? 신기하다 너 휴대폰 번호로 전화 와서 놀랐어"

 "방금 집에 도착해서 밥 먹고 이제 나가려고~"

 "와 휴가 언제까지야?"

 "이번 주 일요일에 들어가야 돼 3박 4일"

 "그렇구나"

 "누나 오늘 뭐해?"

 "나? 어.."

 나는 슬쩍 부엌에 있는 마늘을 바라봤다.

 

 "나는 오늘 마늘 까"

 "그게 뭐야"

 민준이 웃는다.

 

 "엄마가 시켰어..."

 "귀엽긴"

 "준이 넌 오늘 뭐 하는데?"

 "나? 난 오늘 누나 만나지"

 내 의견은 하나도 들어 있지 않은 일방적인 약속에 마음이 설렌다.

 

 "누가 만나 준대? 나 마늘 깐다고"

 "지금은 친구들 만나러 가고 있고, 이따 저녁에 보자 우리"

 "뭐야 순 멋대로야"

 말은 이렇게 하면서 나는 슬그머니 옷장 문을 열고 뭘 입을지 고르고 있었다.

 

 "나 안 볼 거야?"

 "...이따 봐"

 전화를 끊자마자 나는 거울 앞으로 뛰어갔다.

 살 쪘나..? 음.. 그런 걸 체크하기엔 지금 상태가 너무 못생겨서 모르겠다.

 

 치이익

 

 "아 물 물!!"

 부엌으로 황급히 달려가자 물이 끓어 넘치고 있었다.

 가스 불을 끄고 냄비를 보니 남아 있는 물이 얼마 없다.

 

 "에이.."

 다시 끓이기 귀찮아서 그냥 식탁 위에 있는 빵을 들고 방으로 들어갔다.

 침대에 앉아 빵을 우물거리면서 생각이 꼬리를 문다.

 얼마 만에 만나는 거지? 저번에 면회 갔다 오고 나서니까... 세 달정도 지났나?

 아 뭐 입지? 저번에 샀던 원피스 빨았나? 침대에서 빵 먹으면 엄마한테 혼나는데..

 만나서 뭐 하지? 밥 먹나? 준이는 왜 연락했을까?

 

 아, 맞다 파덕...

 그제서 재혁이 생각나 톡을 보니 안 읽은 메시지가 쌓여있다.

 

 [누나 일어났어요?] 오전 09:22

 [저 알바 가려고 나왔어여] 오전 10:06

 [그만 좀 자여!] 오전 10:13

 [그렇게 자면 살 찐다구여] 오전 10:13

 [저 이제 알바라서 이따 연락할게요] 오전 10:42

 

 시간을 보니 벌써 11시다.

 

 [나 지금 일어났...]

 답장을 쓰다가 나는 휴대폰을 내려놓고 천장을 보고 누웠다.

 재혁인 본가가 나주라서 그 쪽으로 내려 가 있다.

 방학 동안 알바를 한다고 바쁘다. 뭐 살 게 있다나?

 그런가 보다 하고 말았다. 어쩌다 장거리 연애가 되어버려서 연락만 꾸준히 하고 있다.

 

 "준이 만나는 걸 얘기해야 하나..?"

 옆으로 뒤척이며 휴대폰을 보니 한숨만 나왔다.

 이건 아닌 것 같은데 하는 생각은 사귈 때부터 하긴 했지만 달라지는 건 없었다.

 나는 여전히 가끔 걸려오는 민준의 전화를 받았고,

 나를 좋아해주는 재혁과 남들과 같은 연애를 하고 있었다.

 민준이는 그 후에 “사귀기로 한 거야?” 하고 물어보고는 더 이상 언급하지 않았다.

 나를 대하는 태도는 예전과 같다.

 그런걸 보면 정말 그냥 친한 동생으로 남기로 한 걸지도 모르겠다...

 

 .

 

 "...?“

 시계를 보니 1시가 넘어 있었다.

 

 "아 또 잠들었네"

 톡이 또 와 있다.

 

 [뭐야 누나 왜 읽고 답장 안 해여] 오후 12:10

 [저 지금 점심 먹으러 나왔어요] 오후 12:33

 [오예 오늘 점심 제육이다] 오후 12:37

 

 [미안ㅠ 나 11시에 일어났는데 너한테 답장하다가 또 잠들었어ㅠㅠ] 오후 1:12

 바로 답장이 온다.

 

 [ㅋㅋㅋ누나 너무 많이 자는 거 아니에여?] 오후 1:12

 [저는 밥 다 먹고 잠깐 쉬는 시간] 오후 1:13

 

 [힝 미안ㅠ 이제 정신 차려야지..] 오후 1:14

 

 [그만 좀 자여 저 오늘은 7시에 끝나니까 끝나고 전화 할게여♡] 오후 1:15

 

 [응 열심히 해~~ㅎㅎ] 오후 1:17

 

 휴대폰을 침대에 두고 부엌으로 나갔다.

 차갑게 식은 냄비, 가득 쌓여 있는 마늘, 어수선한 그대로다.

 나는 냄비를 정리해서 넣어두고 식탁에 앉았다. 마늘을 까서 스테인레스 볼에 담으며

 아까 잠들기 전에 했던 생각을 이어서 해본다.

 민준이와는 그냥 친한 누나 동생일 뿐이니까.. 잠깐 만나는 것 정도는 괜찮겠지?

 재혁인 오늘 7시에 끝나고.. 민준인 저녁에 보자고 했고.. 흐음..

 단순한 작업을 하다 보니 생각도 단순해지는 것 같다.

 나는 재혁이와 사귀는 사이고, 민준이와는 그냥... 이제 끝난 사이다.

 그러니까 오늘 만나는 약속은... 별 거 아닌 걸로 생각해도 되겠지..

 

 .

 

 "으그그그~ 아 다 했다. 으 허리 부러질 것 같다"

 시간은 어느덧 7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다. 여름이라 그런지 아직 날이 저물지 않았다.

 나는 해가 기웃기웃하는 침대에 누워 연락 없는 민준에게 연락했다.

 

 [야 서민준 저녁이 언제야?] 오후 6:43

 [9시쯤?] 오후 7:02

 [그게 무슨 저녁이야...ㅜ_ㅜ] 오후 7:03

 

 휴대폰이 울린다.

 

 "아 깜짝아"

 재혁이다.

 

 "누나~~"

 "파덕~ 알바 끝났어?"

 "네 오늘 진짜 힘들었어여~~ 누나는 오늘 뭐 했어요?"

 "나 엄마가 마늘 까라고 시켜서.. 하루 종일 마늘만 깠어"

 "힘들었겠다~ 내가 있었으면 다 까줬을 텐데!!"

 "완전 힘들었어~ 그래도 다 했다. 이제 좀 쉬려고"

 "누나 그러다 또 자는 거 아니에요??"

 "그럴지도? 오늘 뭔가 피곤하네.. 일찍 자야겠다."

 "누나 그렇게 많이 자면 큰일나여... 아, 버스 온다. 톡할게여~"

 

 .

 

 9시가 넘어서 민준은 우리 집 앞으로 왔다.

 나는 재혁에게 잔다고 했다. 양심에 조금 찔리긴 했지만

 민준일 만나는 게 그렇게 대단한 일도 아니고...

 괜히 말해서 재혁이 신경 쓰는 것보다는 차라리 이게 낫지 싶었다.

 뭔가 먹으러 가기도 애매한 시간이라 우리 둘은 집 근처 공원으로 향했다.

 왠지 입대 한 이후에 밖에서 만나는 건 처음이기도 하고

 내가 괜히 남자친구가 생겼다고 해서 그런지 조금 어색한 기운이 감돌았다.

 어색할 때는 날씨 얘기가 최고지..!

 

 "해 지니까 좀 괜찮다 그치? 완전 더워 요즘, 선풍기를 끌어안고 살잖아, 나"

 "군대에 있음 더 죽을 것 같아"

 민준이 우는 소리를 한다. 우리는 서로 조금 떨어져서 공원을 걸었다.

 

 "저기 가 볼래?"

 나는 언덕 꼭대기에 있는 벤치를 가리켰다.

 

 "맘대로"

 친구들하고 뭐 하고 놀았냐는 얘기나 주고받으며 걷다 보니, 금세 도착했다.

 높은 곳에 있는 벤치에 앉자, 넓은 공원 풍경이 한눈에 내려다 보였다.

 서늘한 바람이 불어온다.

 

 “준아"

 "응?"

 "넌 나 안 좋아해?

 “좋아하지”

 “...근데 왜 남친 사귀라고 했어?”

 “내가 사귀라고 했나? 누나 마음대로 하라고 했지”

 “그게 그거지”

 입을 삐죽거리며 고개를 푹 숙이자 민준이 내 손을 잡으며 말했다.

 

 “으이그 그럼 내가 지금 군인인데 뭐라고 하냐~”

 “군인 아니면?"

 "미쳤냐? 누나한테 남자 만나라고 하게?"

 잠깐의 침묵과 함께 민준은 내 손만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럼 너 군대 끝났는데 내가 아직 사귀고 있으면?”

 “제대하고 나서 뺏어 버리지 뭐”

 아무렇지 않은 듯, 당연한 말을 하듯이 툭 내뱉는 민준의 말에 어쩐지 가슴이 두근거렸다.

 아, 나도 미쳤다 송이나 진짜

 

 “뭐래~ 지금 남친이 나 엄청 잘해주거든~? 흥”

 “어디 두고 봐”

 민준은 자신만만하게 웃으며 다가왔다. 나는 갑자기 다가온 민준의 얼굴에 당황했다.

 민준의 코끝이 내 볼에 닿았다. 이미 민준과 붙어 앉아 있던 벤치에 물러설 곳은 없었다.

 

 “준아..”

 “안 돼?”

 "......"

 민준은 그대로 나에게 키스했다.

 나는 잠깐의 키스를 하고 이내 숨 가쁘게 두 번째 입을 맞췄다.

 어두워진 공원, 인적이 드물어서 지나가는 사람도 없었다.

 우리 둘 만의 공간이 되어 버린 벤치에는 조금 어두운 가로등 불빛만이

 조용하게 반짝이고 있었다. 이러면 안 되는데..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 뿐이었다.

 우리는 여태까지의 그리움과 보고 싶었던 그 동안의 마음을 담아 길게 키스했다.

 

 그 순간의 나에게는 내 눈 앞에 있는 이 사람이 전부였다. 아무 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가빠지는 숨결과 함께 그와 나누는 키스가 달콤했다.

 하면 안 되는 일을 한 것에 대한 죄책감보다 어쩐지 짜릿한 설렘이 더 앞선 밤이었다.

 

 .

 .

 

 "깡!!"

 "아 놀래라 왔냐"

 들고 있던 휴대폰을 손에서 놓치며 아영이 화들짝 놀란다.

 

 "뭐야~ 뭐하고 있었길래 이렇게 놀라?"

 "그냥 게임하고 있었다! 아 깜짝이야"

 "얼마나 집중하고 있었던 거야 크크 웬일로 먼저 와 있대?"

 "그냥 버스가 빨리 왔어"

 "으아 더워 죽겠다"

 나는 가방을 내려놓으며 아영의 앞에 앉았다.

 

 "아영이 넌 방학 동안 뭐 했어? 또 알바?"

 "그렇지 뭐 등록금이야 학자금대출로 어떻게 된다고 해도... 용돈은 벌어야 하니까..."

 "으구 너도 힘들겠다."

 종강 후 각자 방학을 보내던 나와 아영인 해가 쨍쨍한 8월, 신촌에서 만났다.

 수연인 계절 학기를 듣는다며 혼자 자취방에 남아 있겠다고 하더니

 아직도 학교인 모양이다. 혼자 안 심심한가 모르겠다.

 

 "작년에도 우리 여기서 만났었지?"

 "응... 그 때는 유나도 있었지..."

 "씁쓸하네..."

 "그러게..."

 하아... 우리는 둘 다 깊은 한숨을 쉬었다.

 

 "미안해 나 때문이다"

 "에이 뭐 유나랑 우리 인연이 여기까지였던 거지 뭐~

 그나저나 너 김재혁은 잘 만나고 있어?“

 아영이 애써 위로하며 화제를 넘긴다.

 

 "아아~ 뭐 그냥 저냥"

 "어이구 무슨, 사랑은 두근두근해야 해요!!! 이러던 애가 어디의 누구시더라“

 아영이 과장 된 몸짓으로 놀리듯 말했다.

 

 "야 내가 무슨 그렇게 말했냐. 그냥 뭐, 좋아하는 사람하고 연애하라고 했지“

 "그래서, 넌 김재혁 좋아서 연애하냐?"

 "싫지는 않아"

 "좋지도 않고?"

 "아 오늘 왜 이렇게 캐물으실까~~ 취조하러 나오셨어요?"

 나는 은근슬쩍 대답을 피했다.

 

 "네가 그렇게 갑자기 사귈 줄 알았냐. 으이그~

 웬일로 나한테 말도 안 하고 그렇게 바로 사귀었대?"

 "어... 음.. 걔가 좀 고백을 갑작스럽게 해서...?"

 아직 아영에게 자세한 이야기는 못했다.

 

 "너 서민준은?"

 "...그냥 가끔 전화 오면 받는 거지 뭐"

 "파덕은 걔가 너 전 남친인 거 알아?"

 "알겠냐.. 그냥 친한 후배 정도로 알아"

 "으휴 송이나... 잘 해, 조심하고"

 

 "김재혁이 나한테 진짜 잘해줘서 부담스럽긴 한데, 뭐 싫지는 않더라“

 "걔 의외네. 그런 거 못할 것 같은 느낌인데, 서민준보다 어린가?"

 "응 나보다 두 살 아래. 군대도 안 갔고"

 "그럼 걔도 군대 가야 되는 거 아냐? 너 3명 군대 보내는 거네. 어휴 끔찍"

 "음.. 수빈 오빠가 해군, 준이가 육군... 파덕은 어디 가려나"

 "넌 국방부에서 상 줘야 하라 듯, 공로상 같은 거"

 그 때 테이블에 놓여 있던 아영의 휴대폰에 진동이 울렸다.

 

 "전화?"

 내가 묻자 아영이 휴대폰을 힐끗 보더니 말했다.

 

 "아니 톡"

 휴대폰을 들어서 톡을 확인하더니 아영이 폭탄선언을 한다.

 

 "야 나 헤어졌다"

 "뭐???? 언제???"

 "지금"

 "엥???"

 나는 딸기 에이드를 마시다 목에 걸려서 켁켁거렸다.

 

 "아까 너 오기 전에 헤어지자고 내가 문자 보냈거든"

 "그래서 그렇게 놀란 거구만?"

 "아니야~ 그냥 집중하고 있어서 놀란 거지, 헤어진 건 뭐 별거 없어.

 연락 안 한지도 좀 됐어 2주 됐나?"

 "넌 사귄단 소리도 헤어졌단 소리도 왜 이렇게 갑작스러워 애가, 싸웠어?"

 "아니 오빠는 계속 전화하고 톡하는데 내가 씹었지"

 "무슨 일이 있었길래... 여기서 이딴 거 마시지 말고 어디 맥주라도 먹으러 갈까?"

 "뭔 낮술이야 나 이따 저녁에 또 알바 가야 돼"

 사건의 발단은 이번 달 초였다. 100일을 앞두고 남자친구가 교복이벤트를 요구했다고 한다.

 

 "미친 새끼가 뭘 입으라는 거야라고는 생각했지만 한 번 입어줬지"

 "헐.. 그 교복이라는 게 설마..?"

 "뭐"

 아영이 어깨를 으쓱한다.

 

 "사귀는 사이니까, 나도 처음은 아니고"

 "그래서..?"

 "나 고등학교 때 교복이 세일러복하고 좀 비슷하거든?

 옷 갈아입고 나오니까 엄청 좋아하는데 좀 변태 같더라"

 "그래서 헤어지자고 한 거야?"

 "뭐 교복은 좋아할 수도 있지 나 취향 존중 해주는 여자다?

 근데 그런 것보다는... 할 때 별로 아무 느낌도 없고 좋은 것도 모르겠어서,

 이런 걸 왜 해야 하나 싶더라"

 아영이 모카라떼에 올라간 생크림을 휘휘 저으면서 속삭였다.

 

 "그런 생각이 들어서 좀 고민하고 있는데,

 이 새끼가 그 이후에도 계속 교복 타령을 하는 거야"

 "변태 아냐?"

 "그래서 그냥 연락 다 씹고 잠수 타다가..."

 "그럼 네가 먼저 헤어지자고 하면 되지. 잠수는 왜 타"

 "아 나 그런 말 못하겠어~~ 미안하단 말이야"

 나는 아영의 말에 인상을 팍 쓰며 쳐다봤다.

 

 "별게 다 미안하다!!"

 "아 그래서 오늘 답장 해줬어"

 아영이 변명하듯이 바로 덧붙인다.

 

 "헤어지자고?"

 "아니.. 그냥 우린 좀 안 맞는 것 같다고.. 연락 부담스러우니까 그만 좀 하라고"

 "그냥 헤어지자고 하지. 사람 피 말리는 것도 아니고, 연락은 왜 다 씹냐?"

 "전화 받으면 또 미안하다, 일단 만나자, 뭐 어쩌자 저쩌자 할 거 아냐"

 "싫다고 딱 잘라 말하면 되지"

 "그게 어렵다니까... 뭔가 거절하기 미안해"

 "연락 씹는 건 안 미안하고?"

 "아 몰라 몰라~~!!"

 

 .

 .

 .

 

 "모르긴 뭘 몰라, 뭐 마실 건데"

 "쏘맥?"

 아영이 눈을 반짝이며 되묻는다.

 

 "야끼니쿠에는 소주 아니냐?"

 "사케 아니야?"

 "아 그냥 다 시켜 술쟁이들아"

 티격태격하는 아영과 균상에게 내가 귀찮다는 듯이 말하자 균상이 소리친다.

 

 "안 돼!! 같이 시키면 안 돼!! 먼저 사케를 먹고 그 다음에 소주를 먹어!!"

 "뭐래..."

 "야 고기나 잘 구워.. 영롱한 마블링 안 보여? 잘 살리라고"

 "네..."

 아영이와 균상, 종종 만나는 술 모임이다.

 균상이와의 인연도 긴데, 지금은 내 소중한 술친구다.

 만나면 너무 술만 마시는 것 같아서 그럼 고기를 먹을까? 해서

 야끼니쿠 집에 왔는데 그럼 그렇지,

 역시 술이 빠지지 않는다.

 

 "균상이 너도 교복 좋아해?"

 내 뜬금없는 질문에 균상이 사케를 마시다 콜록댄다.

 

 "갑자기 뭔 소리야"

 "아니 그냥~ 아영이 얘기 들으니까 남자들 취향은 다 같나 궁금해서?"

 "어허 그딴 거 물어보는 거 아니야"

 "오올~ 균상이 너어~~???"

 아영이 음흉하게 균상이를 쿡 찌른다.

 

 "누구나 다 말 못할 이야기가 있는 거야 흠흠"

 "뭔데? 뭔데! 뭐 좋아하는데??"

 "어어 고기 탄다! 고기!!"

 왁자지껄함 속에 나도 말 못한 이야기가 생각났다.

 

 이제 시간이 많이 흘렀으니 나도 숨겨둔 이야기를 해도 되지 않을까

 친구들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나 혼자만 간직했던 이야기

 

 너와 나

 우리 둘의 이야기였지만

 이제 너에게는 없을, 나만 가지고 있는 이야기

 

 그래도 혹시나 하고, 너도 가지고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조금이라도 드는 것은 미련일까 욕심일까

 함께 있었던 시간이 누구에게나 같은 추억으로 남지는 않는다.

 같은 추억이 되지 못함에 술 맛이 쓰다.

 
작가의 말
 

 추워진 날씨, 고기와 함께 따뜻하게 보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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