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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내 남주와의 발칙한 상상
작가 : 유하란
작품등록일 : 2018.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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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아찔한 시선
작성일 : 18-12-16 20:20     조회 : 204     추천 : 0     분량 : 5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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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문이 열리고 카페 안으로 들어선 사람은 출입문이 작아 보일 만큼 키가 큰 남자였다. 그 남자를 본 송이의 두 눈이 왕방울마냥 휘둥그레졌다.

 

 텔레비전을 제외하고는 저렇게 잘난 남자를 본 적이 있던가! 흰 티에 트레이닝복 바지를 입은 그는 좀 전에 몸매 비율에 대해 송이가 칭찬을 했던 남자보다도 더욱 완벽한 비율을 자랑하고 있었다.

 

 떡 벌어진 넓은 어깨와 적당히 두꺼운 허벅지와 팔뚝, 그리고 작은 얼굴과 긴 다리까지!

 

 송이의 시선이 이번에는 남자의 이목구비를 향했다. 매끈하게 뻗은 콧날을 중심으로 짙은 눈썹과 새카만 눈동자. 잘생겼지만, 한눈에 봐도 고집이 센 인상이었다. 그리고 선이 곧은 붉은 입술은…….

 

 “나이는 좀 있어 보이지만, 잘생겼지?”

 

 갑작스러운 숙희의 속삭임에 화들짝 놀란 송이가 그의 도톰한 아랫입술을 앙 깨물고 있는 상상에서 깨어났다.

 

 “요즘 자주 보이시네요!”

 

 숙희가 송이의 머그컵을 들고는 특유의 정감 가는 목소리로 계산대를 향해 걸어가며 그를 맞이했다. 그가 가볍게 고개를 숙여 숙희의 인사에 답했다.

 

 송이는 느긋하게 커피를 주문하는 그의 뒷모습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꾸준한 운동으로 자기관리를 하는 사람인지, 바지 위로 드러난 탄력 있는 엉덩이마저 완벽했다.

 

 거리를 돌아다니는 사람들의 패션으로부터 남자주인공의 직업을 상상하고 그들의 작은 습관들을 관찰하며 에피소드를 생각해내는 송이에게 그의 겉모습은 그녀의 무한한 상상력을 자극해내기에 충분했다.

 

 ‘편안한 옷차림임에도 격식 있어 보이는 분위기, 골격 튼실한 몸에 강인하고 깔끔한 외모……. 다른 모델들처럼 내 상상력을 덧붙이는 게 아니라, 그냥 저 모습 그대로 소설 속에 옮겨놓아도 완벽하겠어. 내 수첩!’

 

 송이는 그의 뒷모습에서 시선을 떼지 못한 채 가방 속을 더듬으며 수첩과 펜을 찾았다.

 

 ‘이건 내 허접한 그림으로 될 게 아닌데……. 핸드폰으로 사진이라도 찍어놓고 싶다. 그렇지만 그건 범죄겠지?’

 

 허겁지겁, 서둘렀던 손에 겨우 수첩과 볼펜이 잡혔다. 만족감에 미소를 짓고 있을 때, 주문을 마치고 뒤돌아 선 그와 정면으로 눈이 마주치고 말았다. 두 사람의 시선이 허공에서 강렬하게 부딪쳤다.

 

 “앗!”

 

 송이가 정신을 차렸을 때는 그의 미간에 작은 주름이 잡힌 후였다. 쭉 자신을 지켜본 송이에 대해 화가 난 것일까? 노려보는 듯 날카로운 그의 눈빛에 송이는 서둘러 시선을 거두고 고개를 돌렸다.

 

 ‘많이 기분 나빴을까?’

 

 겁 없이 카페 밖의 사람들을 꼼꼼히 관찰했던 자신감은 다 어디로 갔는지 그녀의 작은 심장이 거대한 남자의 앞에서 팔딱팔딱 뛰었다. 그가 계산대 근처의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앉은 듯 그녀의 등 뒤가 조용했다.

 

 안도와 아쉬움이 뒤섞인 한숨이 송이의 입 밖으로 흘러 나왔다. 가방 속에서 수첩을 쥐었던 손이 아무것도 들려있지 않은 채 가방 밖으로 빠져나왔다. 다시 뒤를 돌아 그를 수첩에 옮겨놓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으나 순간 마주쳤던 그의 강렬한 눈빛이 떠올라 뒤를 돌아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

 

 ‘언니가 요즘 자주 보인다고 했으니 다음에 또 볼 일이 있겠지. 그땐 꼭 수첩에 기록해서 다음 글의 남자주인공으로 쓰고 말겠어! 최고의 남자주인공 캐릭터가 나올 수 있을 것 같아.’

 

 “송이 씨, 커피 가져가요!”

 

 송이가 배우를 캐스팅하기 위해 파이팅을 외치는 영화감독처럼 열의에 불타오르며 다짐을 하고 있을 때, 계산대에서 숙희가 그녀를 불렀다. 일회용 컵에 아메리카노를 옮겨준다는 것이 다 되었나 싶어 송이는 가방을 어깨에 메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앉았던 의자를 테이블 밑으로 쏙 밀어 넣고는 커피를 받기 위해 몸을 돌렸다.

 

 “흡!”

 

 그녀를 빤히 바라보고 있는 남자의 뜨거운 시선에 송이는 자신도 모르게 숨을 훅 들이켰다.

 

 그의 시선이 여전히 그녀를 향해 있었다. 조금 전에 마주쳤을 때보다 훨씬 강렬한 눈빛에 그녀는 그의 앞에서 발가벗겨진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창피함으로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

 

 ‘뭐, 뭐지?’

 

 송이는 당황한 기색을 최대한 숨기며 그의 시선을 회피했다. 하지만 그의 시선이 집요하게 그녀를 따라왔다.

 

 “흠, 크흠…….”

 

 송이는 민망해 헛기침을 해댔다. 계산대 앞에서 숙희가 송이에게 일회용 커피 컵을 건네며 속삭였다.

 

 “어머, 저 남자 송이 씨를 쳐다보는데, 뭐지?”

 “그, 글쎄요?”

 

 어색하게 웃는 송이를 바라보는 숙희의 입가에 능글맞은 웃음이 걸렸다.

 

 “잠깐만 여기에서 기다려봐, 송이 씨.”

 

 숙희는 송이를 계산대 앞에 세워놓고 아르바이트생에게서 얼음 동동 띄운 아메리카노가 든 투명한 플라스틱 컵을 받아들었다.

 

 “주문하신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 나왔습니다!”

 

 숙희의 외침에 앉아있던 남자가 벌떡 일어나 계산대로 걸어왔다. 점점 송이와의 거리가 가까워지더니 그녀의 바로 옆에 그가 멈춰 섰다. 키가 큰 것은 짐작하고 있었지만 단화를 신은 송이의 옆에 서니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컸다.

 

  남자의 가슴팍에 간신히 머리가 닿는 그녀가 초등학생처럼 보일 정도였다.

 

 조금만 움직여도 송이의 어깨가 그에게 닿을 것만 같았다. 그만큼 가까운 거리에서 공기를 타고 느껴지는 남자의 체온에 송이는 어지러움을 느꼈다. 경직된 표정을 짓고 서 있는 그녀를 본 숙희의 입이 실룩거렸다. 숙희가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간신히 참은 채 남자에게 커피를 건넸다.

 

 “맛있게 드세요!”

 

 커피를 받아 든 남자가 뒤로 돌아 카페 밖으로 나갔다. 그제야 깊은 날숨과 함께 송이의 긴장이 풀렸다.

 

 “쿡쿡, 대박이다. 강단 있는 송이 씨가 이렇게 얼어 있는 건 처음 보는 것 같아.”

 

 그의 인상을 찌푸리게 만들었던 죄가 있어서였을까? 겁 없이 자신의 결정을 밀어붙이고 전진하는 성격에 어울리지 않을 만큼 잔뜩 쪼그라들었던 방금 전의 상황이 송이 자신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언니, 그런데 왜 잠깐 기다려보라고 한 거예요?”

 “남자가 송이 씨를 쳐다보고 있기에 관심이 있어서 그런가 싶어서, 옆에 세워보고 어울리는 한 쌍인가 보려고 했지. 제법 잘 어울리더라고. 그런데 힐을 좀 신어야겠다, 호호.”

 “아이, 언니도! 그래서 쳐다본 게 아니에요.”

 “그럼?”

 “제가 빤히 쳐다봤던 걸 그 사람이 봤거든요. 아마 그래서 절 쳐다봤을 거예요.”

 “오, 그럼 송이 씨가 관심이 있는 거네? 어쩐지 첫 등장에 뿅 간 것 같더라니!”

 

 숙희의 놀림에 송이의 입술이 삐죽 나왔다.

 

 “그런 게 아니고 남자주인공으로 좋겠다 싶어서 본 거예요!”

 “알겠어. 그렇다고 해줄게, 호호호.”

 

 송이의 즉각적인 반응이 즐거운지 숙희가 호쾌하게 웃었다.

 

 “에잇, 됐어요! 언니, 또 올게요. 저녁 맛있게 드세요.”

 “그래. 참, 송이 씨!”

 

 송이는 숙희의 부름에 카페 밖으로 나가려던 몸을 다시 계산대 쪽으로 돌렸다.

 

 “오늘은 이른 저녁에 왔지만 그 남자, 원래는 주말의 점심시간 전에 꼭 한 번씩 들리더라!”

 “언니!”

 

 혀를 삐죽 내미는 숙희를 뒤로 하고 송이는 툴툴거리며 카페 밖으로 나왔다.

 

 아메리카노를 쭉 빨아들이고는 숙희의 장난을 웃음으로 넘겼다.

 

 찬 저녁공기에 상쾌함을 느끼며 집으로 향하려는데,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들고 떠난 남자의 모습이 그녀의 머릿속을 비집고 들어오기 시작했다. 단지 그 남자가 떠오른 것뿐인데도 그의 시선이 그녀의 온 몸에 꽂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묘한 기분에 부르르 몸이 떨렸다.

 

 “눈빛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다는 게 실제로 가능한 일인가 봐. 레이저 총 맞은 기분이네.”

 

 송이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커피를 한 모금 들이마셨다. 커피의 향이 기분 좋게 코끝으로 넘어왔다. 그러자 찌릿했던 기분이 조금 사그라지는 것 같았다.

 

 “가볍고 통통 튀는 글을 먼저 쓰고 나서, 다음에는 그 남자를 주인공으로 진짜 제대로 진한 사랑 얘기를 써야겠다.”

 

 무시무시했던 그의 눈빛이 그녀의 상상 속에서 사랑하는 여자를 향한 진한 눈빛으로 바뀌자 송이의 입가에 큼지막한 미소가 걸렸다.

 

 그토록 강한 눈빛이라면 그 남자가 하는 사랑은 얼마나 강렬할까?

 

 서로가 없으면 살 수 없는 애절하고 벅차오르는 사랑을 상상하는 송이의 눈빛이 몽롱해졌다. 텅 빈 가슴을 꽉꽉 채울 수 있을 만한 절절한 스토리 한 편이 나올 것 같은 기분에 벌써부터 글이 쓰고 싶어 온 몸이 근질거렸다.

 

 “안 돼. 귀여운 글이 먼저야.”

 

 고개를 저으며 송이는 머릿속에서 그를 몰아내고는 젊고 상큼한 남자를 떠올렸다. 귀여운 남자와 사이다 같은 연애를 글로 옮길 생각에 카페의 남자를 떠올릴 때와는 다르게 간질간질함이 그녀를 행복하게 만들었다.

 

 “이렇게 상상만으로 달달해 죽겠는데, 뭣 하러 현실에서 이것저것 따져야 하는 귀찮은 연애를 하라는지 몰라.”

 

 연애를 통해 지금의 삶 속에 생길 변화가 송이는 싫었다. 로맨스 소설에서처럼 자신의 감정에 큰 영향을 끼칠 남자를 만날까 두려웠다.

 

 물론 달콤한 연애를 함으로써 지금보다 더한 만족을 얻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잠깐 하긴 했었다. 하지만 그보다도 애인과의 갈등으로 자신의 행복에 금이 갈 수도 있을 거라는 불안함이 훨씬 더 컸다.

 

 모험을 하기에는 지금의 삶이 너무나도 만족스러웠다.

 

 가난한 집안에서 첫째 딸로 태어난 송이는 처음엔 가문을 일으키겠다는 큰 포부를 지닌 꼬마아가씨였다. 춥고 작은 집이 아닌 정원이 딸린 크고 근사한 집에서 살겠다는 목표 하나로 꽃다운 학창시절, 친구들과 즐거운 추억을 쌓는 것을 포기한 채 어두운 집 안, 흔들리는 형광등 불빛 아래서 홀로 공부에 매진했다.

 

 목표가 있으면 거침없이 달려 나가는 성격 탓에 그녀는 독하게 공부해 훌륭한 성적을 받아낼 수 있었다. 그리고 노력 끝에 국내 최고의 대학에 합격했다.

 

 첫 발판을 딛는 데에 성공한 송이는 할 수 있다는 희망에 더욱 더 악착같이 공부했다. 남들이 엠티와 미팅에서 즐겁게 술잔을 기울이는 동안 그녀는 진한 커피를 들이키며 밤을 지새웠다.

 

 그 결과 학우들의 부러움을 사며 대학을 졸업했고, 졸업과 동시에 높은 초봉을 자랑하는 대기업에 입사했다.

 

 얼마 동안은 넉넉한 월급에 자신의 꿈을 거의 다 이룬 것 같아 즐거웠다. 쓰는 것에 비해 버는 것이 더 많으니 통장 안에서 신나게 불어난 난생 처음 보는 큰돈으로 인해 빡빡하게 살아오던 송이에게 여유가 생겨갔다.

 

 삶이 느긋해진 만큼 송이는 시야를 넓혀 슬슬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욕심 없는 그녀의 부모님과 남동생은 시골로 낙향해 농사를 지으며 여유로운 삶을 보내고 있는 것에 비해, 일에 치이고 직장상사에게 치이는 삶을 살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빵빵한 월급과 남들이 부러워하는 직장을 가진 자신은 과연 행복한 것일까? 정말 이것이 내가 그토록 달려서 얻어낸, 내가 원하는 삶의 모습일까?

 

 그제야 송이는 돈과 행복이 비례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너무 늦은 깨달음이었다.

 

 송이는 돈이 아닌 다른 곳에서 보람을 찾고자 노력했다. 처음엔 힘겹게 들어간 회사에서 그 보람을 찾아보았다. 단순히 옆에 쌓인 일을 처리하는데 급급한 것이 아니라, 회사가 좀 더 나은 방향으로 운영될 수 있게 아이디어를 내기 위해 고민했으며 상사의 칭찬과 다정한 동료애를 기대하며 성실하게 일했다.

 

 그러나 현실은 그녀의 뜻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그녀가 낸 안건들은 미래를 단기적으로만 바라보는 꽉 막힌 상사들로 인해 빈번하게 가로막혔다. 동료애는커녕 실적을 내기 위해 남의 아이디어를 뺏으려 서로를 물고 뜯기 바빴다.

 

 누군가를 짓밟아야만 올라갈 수 있는 곳. 그것이 송이가 느낀 회사의 모습이었다. 대학 생활을 공부로만 보낸 그녀에게는 치열한 사회생활이 너무 어렵고 답답하기만 했다. 회사는 자신의 체질이 아니라는 생각이 점점 그녀의 마음속에서 커져만 갔다.

 

 무언가 잘못되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걷잡을 수 없을 만큼 커지자 그녀는 자신의 삶에 회의감을 느꼈다. 이대로는 자신의 삶이 행복하지 못하다는 결론을 내린 즉시 그녀는 행동으로 옮겼다. 공채에 합격한지 3년 만에 퇴사를 감행한 것이다.

 

 거주하는 곳도 깔끔한 오피스텔에서 작은 원룸으로 옮겼다. 작은 원룸에서 다양한 책들을 읽었다. 책을 통해 다른 사람들의 삶을 간접경험 하며 그녀의 가슴을 뛰게 만들 무언가를 찾아 헤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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