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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불안을 먹는 괴물
작가 : 신주
작품등록일 : 2018.11.1

흥신소를 운영하는 준월은 조직폭력배 두목의 의뢰로 실종된 여성을 찾아 나선다.

 
5. 황유천 (1)
작성일 : 18-12-16 19:00     조회 : 274     추천 : 0     분량 : 5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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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죽여버렸네. 더 이상 움직이지 않게 된 노인을 보며, 임대호가 한 생각이었다. 솔직히 말해서 임대호는 이 노인을 죽일 생각은 없었다. 애당초에 적당히 위협을 줘서 필요한 정보만 듣고, 반항하면 조금 때려주기만 하려고 했었다. 만약, 이 노인이 일반적인 노인이라면 말이다.

 

  이 노인은 일반적인 노인이 아니었다. 대한영생의 위치를 알려달라는 말에, 본인을 박총무라고 자칭한 노인이 임대호에게 한 말은 이것이었다.

 

 "너네한테 알려줄 건 아무것도 없다! 사탄 같은 것들!"

 

  그러면서 임대호에게 뱉은 침은 덤. 솔직히 말해서 임대호도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임대호까지 포함해서 건장한 남자 셋이 박총무를 둘러싸고 있었다. 그것도 길거리에서 억지로 차 안으로 납치한 뒤, 작업을 하는 폐창고까지 강제로 끌고온 것이다.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설령 건장한 남자라고 할지라도 임대호에게 무릎을 꿇고 빌며 살려달라고 애원한다. 그런데 이 노인은 심상치가 않았다.

 

  어쨌거나 침을 뱉은 건 노인의 실수라고밖에 할 수 없었다. 스위치가 켜진 임대호는 노인을 상대로 폭력을 시작했다. 일반적인 남자라면 주먹과 발을 이용한 무자비한 구타가 이어졌겠지만, 임대호는 특별히 노인의 팔이나 손가락 따위를 꺾는 것으로 그것을 대체했다. 혹시라도 노인이 죽어버리면 곤란한 것은 임대호였기 때문이다.

 

  노인이 처음으로 임대호에게 멈추라고 말을 한 것은 오른쪽 팔꿈치를 무자비하게 꺾었을 때였다. 고통을 이기지 못해 눈알이 뒤집어지고 거품을 물기 시작한 노인은 교회의 주소지를 불렀다. 그제야 임대호는 웃을 수 있었다.

 

  그러나 임대호의 웃음은 다시 사라져다. 노인의 마음이 꺾여서 교회의 위치를 알려준 것이라 생각했지만, 노인은 정말로 고통을 이기지 못해서 아무 소리나 내뱉은 것이었다. 네이버에 주소지를 검색해보니 없는 주소로 나오는 곳이었다. 결국 노인을 향한 고문을 이어갈 수밖에 없었다.

 

  30분. 노인이 죽는 데까지 걸린 시간은 정확히 30분이었다. 그동안 노인에게 알아낼 수 있는 정보는 교회의 위치와 진서연이 이 교회에서 전도를 하는 일을 맡고 있다는 사실. 두가지였다. 30분 동안 사람을 고문한 뒤, 죽여버리고 얻은 수확치고는 너무나도 형편없었다. 만일 남훈이 이 사실을 알게 되면 대호에게 불같이 화를 낼 것이다. 대호 역시 자신이 실수를 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어떡하랴. 이미 일은 벌어졌고 모든 것은 끝났다. 임대호는 유천과 천호에게 일단 노인의 시체처리를 맡겼다. 이동주 때와 마찬가지로 말이다.

 

 

 

  ▣

 

 

 

  이건 미친 짓이야. 잘게 자른 노인의 시체를 바다에 버리고 나서 막 유천이에게 든 생각이었다. 이 모든 게 미친 짓이라고. 자신이 어쩌다가 이렇게 됐을까 하고 말이다.

 

  유천이 임대호를 따라 서울에 올라온 지 벌써 3년이었다. 사실 유천은 임대호를 좋아하지 않았다. 유천이 막 중학교에 입학했을 무렵, 임대호는 중학교를 졸업한 선배로 고등학교는 입학하자마자 사고를 크게 쳐서 자퇴했다고 한다. 학교에 다니지 않으니 시간이 남은 임대호는 '생활'을 하기 시작하고, 그러고 나서 종종 자신이 다녔던 중학교에 놀러와서 후배들과 어울려 다니기도 시작했다. 유천이 임대호를 처음 만난 것은 그렇게였다.

 

  그때까지만해도 4살이라는 나이 차이 때문에 대호와 유천은 친하지 않았다. 대호에게 유천은 아무래도 상관없는 1학년 일진이었고, 유천에게 대호는 괜히 와서 2,3학년 선배들을 때리고 돈을 빼앗아가는 무서운 선배였을 뿐이었다. 유천과 대호가 친해지게 된 것은 그로부터 2년 뒤, 유천이 중학교 3학년 때 학교를 그만두게 된 이후부터였다.

 

  부모가 없던 유천은 할머니와 함께 살았고, 그 할머니가 중학교 2학년 때 죽자, 유천의 패거리가 종종 유천의 집을 아지트처럼 사용했다. 유천은 그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들이 한번 집에 오면 집 상태가 난장판이 되는 것은 물론이고, 가출하고 나서 자기 집처럼 사용하는 이들도 제법 있었기 때문이었다. 결국 그들과 갈등을 일으키기 시작한 유천은 학교에서 크게 싸움을 벌인 뒤, 학교에 나가지 않게 됐다. 어쨌거나 학교에 나가면 그들과 마주치게 될 테고, 유천은 혼자였고 그들은 숫자가 많았기 때문이다.

 

  근데 학교를 자퇴한다는 것은, 우습게도 또 하나의 학연이 됐다. 중학교에 다니지 않는 다는 바로 임대호가 유천을 돌봐주기 시작한 것이다. 대호는 유천과 트러블을 일으켰던 이들을 싹다 정리해줬다. 그 뒤로 유천은 자연스럽게 대호의 밑으로 들어가게 됐고, 대호를 따라 '생활'을 시작하게 됐다. 이 동네 깡패들한테는 별로 특별할 것도 없는 이야기였다.

 

  이렇게만 말하면 유천이 임대호를 싫어할 이유는 없었지만, 사실 두 사람의 관계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았다. 임대호는 자기 사람이라고 느끼면 잘 해주지만, 그와 동시에 복종을 요구한다. 임대호는 유천에게 절대적인 복종을 요구했고, 유천은 대호가 자신을 동생처럼 대해주길 원했다. 이러한 충돌은 유천이 '생활'을 시작한 지 1년만에 유천이 임대호에게 절대복종을 맹세하는 것으로 해결됐지만, 해결방법이 임대호의 일방적인 폭력이었다는 점에서 유천은 대호에게 공포와 존경심, 두려움, 원망이라는 다양한 감정을 지니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어쨌거나 유천은 이번 사건으로 더 이상 자신이 이곳에서 버틸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동주를 죽이는 것까지는 유천도 참을 수 있었다. 어쨌거나 이동주가 조직의 돈을 먹고 도망간 사기꾼이니까. 분명 잡히면 이렇게 된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동주가 한 것이기 때문에 전적으로 이동주의 책임이 크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은 다르다. 길에서 종이쪼가리를 나눠주던 노인을 죽일 때까지 팰 필요는 없었다. 유천은 임대호의 지시로 노인의 손가락을 꺾을 때, 태어나서 처음 맛보는 아주 깊은 죄책감과 두려움을 느꼈다. 유천은 혹시 본인이 너무 마음이 약해서 그러건가 싶었지만, 옆에서 벌벌 떠는 천호의 손가락으로 유천은 천호 역시 자신과 같은 생각이란 걸 알게됐다.

 

  이상한 것은 대호였다. 유천은 대호를 3년 동안 봐왔지만, 대호는 정말 또라이였다. 짧은 인생을 살면서 임대호만큼 잔혹한 이를 본적이 없었따. 자기 부하가 자신이 원하는 선물을 안 샀다는 이유로 불구가 될 때까지 때리고, 자기 여자가 딴 남자랑 이야기를 했다는 이유로 얼굴을 담배불로 지져도 화가 풀리면 금방 웃으면서 그들에게 칭찬을 퍼붓는다. 자신이 아무리 잔혹하게 대해도 그들이 자신을 싫어할거라곤 전혀 생각하지 않는 듯했다. 물론 그렇다고 실제로 싫어하는 티를 내면 더욱 끔찍한 일을 당하니, 싫어하는 티를 내는 이는 아무도 없었고 개중에는 자신의 사고를 개조해서 자기가 잘못해서 벌을 받았다고 생각하는 놈들도 있어서, 임대호가 잔인한 짓을 해도 정말로 싫어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지만. 그래도 유천의 눈에는 아무튼 이상했다.

 

  유천은 오늘 박 총무라는 노인을 죽이면서 어렸을 때 자신을 길러줬던 할머니가 생각났다. 유천은 할머니와 사이가 좋지 않았다. 할머니는 항상 유천에게 나쁜 짓을 하지 말고 공부하라고 잔소리를 했고, 유천은 그런 할머니의 잔소리가 싫어서 더욱 일탈을 했었다. 그러나 할머니가 죽고난 뒤, 그러한 것들도 모두 그리운 추억으로 남게 됐다. 어쟀거나 유천에게 있어서 할머니는 자신의 유일한 친족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오늘 있었던 일은 유천에게 더욱 충격으로 다가왔다. 유천은 이 '생활'을 그만겠다는 결심이 들었다.

 

 

 

  ▣

 

 

 

  시체처리를 끝낸 유천과 천호는 배에서 내려, 임대호에게 다가갔다. 두번째 경험이었지만, 유천과 천호의 모습은 처음 사람을 죽일 때보다 더 긴장해 보였다. 반면 임대호는 누군가와 여유롭게 통화를 하고 있었다. 유천과 천호를 앞에 세운 채 몇분인가 통화를 하던 임대호는 웃으며 전화를 끊었다. 유천은 그 모습이 너무나도 소름돋게 느껴졌다.

 

 "잘 처리했어야?"

 

  유천은 임대호에게 그만두고 싶다고 말하고 싶었다. 그러나.

 

 "네, 잘 처리했습니다."

 

  옆에서 천호가 떨리는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자, 유천도 옆에서 고개를 끄덕이며 거들 수밖에 없었다.

 

 "욕봤어야. 들어가서 이제 좀 쉬자잉. 아 근데 유천아. 너한테 일이 쪼까 하나 생겼다."

 

  임대호가 유천을 쳐다보며 말했다. 유천은 임대호의 눈을 보면서, 그만두겠다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임대호는 그런 유천을 보며, 말을 이어나갔다.

 

 "이 사이비 새끼들이 지금 경기도 화평에 가있다는디. 가서 무슨 캠프같은 거하면서 놀고 있다잖냐. 이새끼들 때문에 지금 우리가 이렇게 고생하는디, 그새끼들은 그렇게 놀면 쓰겄어? 좀 쉬다가 오늘 낮에 너가 직접 거기 좀 갖다 와라잉."

 

  임대호는 태연하게 유천의 어깨를 두들겼다. 유천은 그만두고 싶다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자신의 입에선 전혀 다른 말이 튀어나왔다.

 

 "가, 가서 뭘하면 될까요잉?"

 

 "하긴 뭘 혀. 애새끼들 웃고 있으면 좀 때리고 물건도 부수고 해서 집에 다시 얌전히 돌아가게 해야지. 혹시 거기 애들 숫자가 많을 것 같으면 거시기 그냥 누구누구 있나 알아보고 몇 대 좀 맞고 와야. 그라믄 내가 그거 갖고 빌미 잡아서 애들 싹 보내서 아주 조져버릴랑께."

 

  한 마디로 가서 좀 알아보고 오란 말이었다. 이왕이면 그 사이비 종교를 없앨 수 있게 빌미도 좀 만들고. 유천은 임대호를 원망하듯 쳐다봤다. 한번에 애들을 다 풀어서 가려면 남훈의 허락을 맡아야 했기 때문에, 그 허락을 받을 구실이 필요하단 말로 들렸다.

 

 "혹시 그새끼들이 지랄을 싸면, 거시기 박총무라는 년이 너한테 지랄을 해가지고 손해배상 좀 받으러 나왔다, 이렇게 나가라잉? 뭔 말인지 알지?"

 

  유천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을 본 임대호는 웃음을 지었다.

 

 "그랴. 내가 유천이 너 때문에 든든하다. 일 잘 처리하고 오면 돈도 좀 챙겨 줄텐께. 오늘 일도 수고 많았고 집 가서 푹 쉬었다가 일 잘 처리하고 와야?"

 

  마지막 기회였다. 유천은 임대호에게 그만두고 싶다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끝내 유천의 입에선 그 말이 나오지 않았다. 임대호는 그런 유천을 기다려주는 일 없이, 매몰차게 등을 돌리고 걸어나갔다. 유천은 이미 모르는 사이에 임대호에게 완전히 복종당한 것이었다.

 

 
작가의 말
 

 저를 포함한 직장인들이 회사에 그만두고 싶다고 말을 못하는 이유도 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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