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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술 잘 끝났으니 너무 걱정 안 하셔도 되요."
" 정말 잘된 거 맞지?"
" 보호자 앞에서 나를 요런 식으로 무시한다 이거지?"
" 그냥 걱정돼서 하는 말이야."
" 열과 성을 다했어. 그러니 믿으라고 후후 그럼."
지 대표가 수현의 담당 의사를 따라나선다.
" 정신 좀 들어?"
" 어. 율이는?"
" 우리 집에. 엄마 아빠가 수술한 모습 보면 애 놀란다고 따로 율이 데리고 놀러 가셨어."
" 매번 이렇게 어머니 아버지한테 신세만 지네."
" 넌 우리 집 둘째 딸이나 다름없어. 부모한테 신세라는 말을 쓰면 되니?"
" 그러게 내가 실수했다. 나중에 꼭 효도해드려 지."
" 어서 낫기나 해 그게 효도야."
부모 잃은 수현을 누구보다 따뜻하게 품어준 제2의 가족. 힘든 수현에게 친구 은아는 항상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 응 나야. 수술 잘 끝났어. 지금 회복실에서 병실로 옮겼고."
" 고마워 나 대신 같이 있어 줘서."
" 나야말로 고맙다. 힘들 텐데 내 결정 따라줘서."
" 다 우리 생각해서 한 결정인데 내가 고맙지."
" 참 기사 봤어?"
" 피터 말하는 거야?"
" 어 벌써 너랑 피터에 관련된 기사들이 엄청 쏟아지고 있어. 회사로 전화도 많이 오고."
" 조용히가 안 통하는 사람이지 그 녀석은. 후후후"
" 제작발표회 때 얘기 나올 텐데 어떻게 할까?"
" 글쎄 괜히 영화 홍보에 방해되지 않을까? 개인적 일로 이슈 되는 거 별로 좋은 거 같진 않은데........"
" 그럼 아직 결정 난 사항 없다고 입 맞추지 뭐. 기자들한테도 그쪽 질문은 막는 걸로."
" 응. 피터한테는 내가 따로 말할게."
" 지금 피터 뭐해?"
" 안젤라랑 또 한바탕하고 있어. 정말 저 둘 골칫덩어리야."
" 후후후 귀엽게 봐줘."
" 두 번만 귀여웠단. 수현이한테 전화해 봐야겠다."
" 알겠어. 이만 끊어줄게."
" 땡큐 후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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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된다고!"
" 왜 안되냐고!"
안젤라와 피터의 실랑이에 시끌 거리는 거실. 리안은 베란다로 자리를 피해 수현에게 전화를 건다.
" 많이 아프지? 우리 자기 고생했어."
" 괜찮아. 진통제 맞고 있어서"
" 율이는?"
" 은아네 부모님이 돌봐주시고 있어. 수술한 모습 보면 율이 놀랄까 봐."
" 정말 나중에 한 번 찾아뵙고 인사드려야겠다."
" 그러자. 후후후 이제 제작발표랑 시사회만 남은 건가?"
" 그리고 인터뷰 화보 촬영 CF 등등"
" 촬영 때보다 더 바쁘겠네."
" 어 엄청~ 아주 많이. 그래서 자기가 내 옆으로 이사 온 게 얼마나 다행인 줄 몰라. 내가 보기엔 대표님 나 투덜대지 못하게 하려고 미끼를 던진 게 아닌가 싶을정도야."
" 그 미끼를 물어버렸구먼."
" 후후후 하~아 보고 싶다."
" 나도."
" 우리 조금만 참자. 참 자기 퇴원해서 오면 은아 누나가 와 있는 건가?"
" 그런다고 하는데 내가 너무 미안해서. 은아 이번에 연재하는 것도 나 때문에 휴재한 거 같던데."
" 진짜 우리 은아 누나 내가 무슨 상을 줘야 하나."
" 오래 묵은 놈으로 다가 몰고 오시지요."
" 네 그럽지요. 후후후 나 이제 준비하고 나가봐야겠다. 회사에서 대표님 만나기로 했어. 스케줄 조율에 할 일이 많네."
" 바빠도 끼니 거르지 말고 꼭 챙겨 먹기 약속~!"
" 응 자기도 입맛 없다고 안 먹으면 안돼. 알지?"
" 네~ 후후후"
" 사랑해 너무너무 사랑해 정수현 씨."
" 사랑해 너무너무 사랑해 이은석 씨. 은아 들어온다. 끊자."
" 뭐야 내가 너네 잡아먹어? 왜 나 들어오니 급하게 끊냐? 혹시~ 너네 또 닭 잡은 거야?"
" 크크크 못 말려 저 언어표현. 이따 또 전화할게 쉬고 있어. 쪽"
전화를 마치고 들어온 리안은 아직도 실랑이 중인 두 사람을 보며 머리를 흔든다.
" 아직도 싸우는 거야?"
" 잘 왔어 리안. 리안이 말 좀 해봐. 가뜩이나 기사 깔려 얼굴 팔린 판에 지금 관광한다는 게 말이 되냐고 미쳐도 곱게 미쳐야지!"
" 그게 뭐! 이미 얼굴 팔린 거 이제 와 숨을 필요가 뭐가 있냐고!"
" 말은 바로 해. 너 속셈을 모를 줄 알아? 한국 오기 전에 검색해봤겠지 클럽이며 여자들 바글거리는 곳으로"
" 오~호 그래 역시 캐스팅 디렉터라 그런지 아주 사람 보는 눈이 정확하네. 우리 아버지가 정말 사람 하나는 잘 뽑는단 말이야."
" 너.......이 아악!"
능글맞게 대응하는 피터에 안젤라는 더욱더 화가 솟구친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리안이 하는 수 없다는 듯 피터를 끌고 간다.
" 왜?"
" 물 좋은 곳 내가 알아 모시고 가주려고."
" 리안!!"
말려도 시원찮을 판에 부채질을 하는 리안에게 안젤라는 서운하기까지 하다. 리안은 피터에게 외출준비를 시키고 안젤라 옆으로 다가간다.
" 리안 너무해."
서운해 하는 안젤라의 어깨에 손을 올리곤 리안이 그녀에게 귓속말을 한다. 무슨 말을 들은 걸까? 안젤라는 터져 나오는 웃음을 필사적으로 막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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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아 부탁한다."
" 정말 이래도 괜찮은 거예요?"
" 응 그래도 괜찮아. 피터가 워낙 물 좋은 곳을 좋아해서."
한국에서 하는 첫 외출에 잔뜩 들뜬 피터는 리안이 매니저와 무슨 꿍꿍이를 벌이는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 너도 좀 쉬고 와."
" 저야 상관없지만."
" 한국에 왔으면 한국 문화를 알려줘야지. 남자들끼리 격하게 우정 쌓는 법을. 크크크"
피터는 자신에게 닥칠 눈앞에 시련도 모른 채 열심히 머리를 매만지고 있을 뿐이었다.
잠시 후
" 이게 뭐야~!! 아악 리안 이 자식 가만 안 둬!!"
얼마 후 피터의 비명이 목욕탕에 울려 퍼지고 민은 예상했다는 듯 그저 멀뚱히 바나나 우유를 마신다.
' 하여간 까칠한 우리 형님 사람 놀리는 법도 다이내믹 하시지. 에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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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크크 알았어 민아 조심히 집으로 모셔다드려라. 하하하하"
" 무슨 재미난 일이기에 그렇게 웃어."
" 실은......."
리안은 지금까지 있었던 일들을 지 대표에게 설명 했고 방금 민이에게 들은 피터의 상황까지 빠짐없이 얘기해 주었다.
" 그래서 피터는 집으로 가고 있데?"
" 목욕 잘하고 가고 있지. 거기 물이 워낙 좋아서 피곤이 싹 풀렸을 거야. 여독 푸는 데는 역시 온천물이 짱이지."
" 그 와중에 또 목욕은 했데?"
" 한국클럽은 목욕하고 들어가는 줄 알았나 봐. 타월한장 안 걸친 진짜 거친 남자들의 세계에 눈이 휘둥그레 진 거지.크크크"
" 민이 난처하게"
" 시키는 대로 한 거 알 텐데 뭐. 지금 나한테 전화 오고 난리 피는걸 보면 내가 녹음한 메시지 확인했나 보군. 크크크"
" 너네 노는 거 보면 초등학생 같아."
" 설마 나는 성숙한 어른이라고."
지 대표에게 자신의 입으로 말했지만, 전혀 설득력이 없다 느끼는 리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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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하하하"
" 너 알고 있었지? 알고 가만둔 거지?"
" 아이고 웃겨라~캬캬캬 어때 물 좋았어? 리안 말로는 엄청 좋은 온천수라 여독이 다 풀릴 거랬는데. 나도 데려가지 그랬어 크크크"
집에 도착한 피터를 보고 그녀는 미친 사람처럼 데굴데굴 구르기 시작했다. 웃겨도 너무 웃긴 것이다.
" 그래 어마어마하더라. 누가 그랬어? 흑인이 최고라고. 아주 눈이 휘둥그레지던데?"
" 진짜 너는 일 적인 거 말고는 속아도 너무 잘 속는 거지."
" 그럼 일과 관련된 걸로 한번 들볶아 줄까 안젤라?"
" 워워~ 진정해 나한테 이럴 게 아니지 너를 속인 건 리안이라고."
" 됐다."
" 그래도 피부는 엄청 뽀송뽀송해졌네."
" 고맙다."
안젤라의 말대로 정말 따뜻한 온천수에 몸을 풀고 나니 여독은 확실히 풀린듯했다. 개운한 몸을 하고 나니 정신 또한 맑아진다. 보고 싶다 그녀가.
" 나 잠깐 나갔다 올게."
" 응? 아직 그 정도 당한 걸로는 성에 안 차는가 보지?"
" 아니 충분했어."
" 혼자 어디를 가려고."
" 걱정마. 물 좋고 여자 많은 곳에 안갈테니."
" 피터!!"
밖으로 나온 피터가 지 대표에게 전화를 건다. 그녀가 있는 병원을 과연 잘 찾아갈 수 있을까? 그럴 수 있다. 그녀가 있는 곳이라면 그 정도는 충분히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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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깐 피터"
" 받지마. 내가 안 받으니 거기로 한 거 같은데."
" 어떻게 안 받아 아무리 그래도 우릴 보고 온 손님이라고. 응 피터."
리안의 만류에도 지 대표는 피터와 통화를 한다.
" 병원? 기다렸다 나중에 나랑 같이 가지? 알겠어. 병원주소랑 호수 넣어줄게."
" 무슨 일이야? 나 때문은 아닌 거 같은데."
" 갑자기 수현 씨가 있는 병원을 물어보네?"
" 피터가? 그래서?"
" 뭘 그래서야 걱정돼서 그러는 거 같아 알려줬지."
" 그걸 알려주면 어떻게!"
" 갑자기 왜 그래 무슨 일 있었어?"
리안은 황급히 달려나가며 피터에게 전화를 건다. 분명 피터의 접근금지가 해제된 것이다. 이건 비상사태다.
" 그렇게 전화할 때는 안 받더니? 어쩐 일이야."
" 어디야?"
" 그것보다 내가 어딜 가고 있는지가 궁금한 거 아냐?"
" 꼼짝말고 거기 있어."
" 설마 내가 리안 말대로 할거라 생각하는 건 아니지?"
" 어쩌자는 거야?"
" 글쎄 나도 그걸 알아보러 가는 중이라."
" 진짜 왜 이래. 설마 아니지?"
" 진심이라면 넌 나 안 볼 거야?"
".............. 네가 생각하는 거보다 나 수현이"
" 만약 나도 그렇다면."
" ?"
" 네가 생각하는 거랑 다르게 내가 진심이라면 어쩔 거냐고."
" 그래도 안 돼. 절대. 그리고 말이 돼? 얼마나 됐다고 진심이라는 거야."
" 지금까지 여자라면 다 좋았고 걱정 같은 거 해본 적 없었어. 그 사람이 아니어도 또 다른 사람이 있었으니까. 하지만 처음이야. 그녀 때문에 고민이란 것도 또 화가 난적도. 네 말대로 시간이 중요하다면 그 긴 시간 동안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던 감정이 지금에서야 나에게 생긴 거라면 충분한 시간이지 않을까? 나에게 새로운 변화가 생긴 이 긴 시간이라면 말이야."
" 뺏기지 않아."
" 알아 뺏기지 않을 거."
" 그럼 왜 이런 짓을 하는 거야."
" 말했잖아. 처음 느낀 감정이니 할 수 있는 한 다 표현해 보려고."
" 이기적이야."
" 어쩔 수 없어. 내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니까 그랬으면 너한테 이런 말 할 상황 만들지 않았겠지."
피터는 리안에게 잔인할 만큼 솔직했다. 빙빙 돌려 거짓말로 리안을 속이는 짓이야말로 그에 대한 배신이라 여겼기에. 그러기에 피터는 리안을 너무도 좋아한다. 이 상황이 가슴 아픈 이유도 그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