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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헌팅쉽
작가 : 별미르
작품등록일 : 2018.12.6

통칭 헌터, 현상금 사냥꾼 이자 사실은 정착을 꿈꾸는 백수들이 떠돌아 다니는 근미래의 우주 개척 시대. 기나긴 동면에서 깨어나 병기로 키워진 우주가 헌팅쉽 더블에스(Strong Star) 호에 승선하였다!
"죽이지 말고 살리라고!"
"아..."
2140년. 2020년생 우주의 우주 적응기!

 
10. 토끼와 늑대 (5)
작성일 : 18-12-16 15:12     조회 : 218     추천 : 0     분량 : 42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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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헌팅쉽 10. 토끼와 늑대 (5)

 

 한별은 영 찜찜한 얼굴로 터덜터덜 돌아왔다. 왠지 이번엔 운수가 좋더라니. 하긴 애초에 말이 되지 않았다. 그깟 생존확인 의뢰가 천만원 이라니. 본래 살인 용의자에대해 우주 정부에서 거는 기본 현상금이 이천만 정도이다.

 물론 살인자이긴 하나 생존확인이 천만원 이라니… 한별은 경리부 직원의 말을 되새겼다.

 '그 건은 소송으로 묶여있습니다.'라니… 그쪽에서 금액을 잘못 입력하여 의뢰했고, 헌터협회에서는 신입 직원이 일을 담당하는 바람에 금액이 지나치게 높은데도 재확인을 거치지 않고 진행했단다. 지금 수 백명의 헌터들이 와서 조그만 도시를 이잡듯 뒤지며 온갖 사고를 쳐대니 이런저런 일처리에 바쁜 탓이다.

 식민 연합 측에서는 백만원을 송금해 보냈고, 협회에서는 금액이 다르니 확인 절차에 들어갔다. 당연히 처음에 의뢰를 했던 연합측의 실수가 크지만 그렇다고 상도덕도 없이 재검토도 안하고 보통의 금액의 수십 배를 후려친 꼴이다.

 식민 연합도 나름 중요한 건이니 원래 오십만 정도 하는 건을 백만원이나 주려 했건만 그 가격에 열 배를 올려치니 황당할 수밖에. 게다가 지금 회장이 죽어 정신도 없는 통에 이런건 까지 터지니 배째라며 소송을 불사하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정부에서 진행했다면 선입금을 받고 시효가 지나도 범인이 잡히지 않으면 다시 돈을 돌려주는 형식을 취하지만, 워낙 절차가 간단하고 보통 소액으로 이루어지는 의뢰다 보니 이런 문제가 생긴 것이다.

 결국 빚을 갚기는 커녕 라인홀트의 안쓰러운 눈빛공격만 잔뜩 받고 돌아왔다. 평소의 그라면 결코 하지 않았을 실수다.

 힘빠져 축 늘어진 어깨를 하고, 함선을 열고 들어선 그는 아직도 첸이 연락이 되지 않는다는걸 확인하고는 공용선실 쇼파에 앉아있다가 문득 잠이나 자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어나 그의 방으로 향한 그는 문을 열자마자 기함을 지르며 뒤로 나자빠졌다.

 "으아악!"

 그의 방안에는 한 사람이 곱게 가슴에 손을 모으고 누워 있었다. 자세히 보니 진짜 죽은 사람이다.

 조금더 보니 현상금 1억의 주인공 제이슨 킹이 아닌가.

 "이… 이게 무슨"

 한별은 손을 덜덜 떨며 자신의 품안에 숨긴 부적을 꺼내들었다.

 

 * * *

 

 우주는 며칠을 내리 회복기에서 지냈다. 회복기 안은 매우 편안한 편이다. 하지만 한번도 그 편안함을 즐긴적은 없었다. 그녀는 언제나 정확하게 몸이 제구실을 할 수 있게되면 바로 훈련과 임무에 투입되어 왔다. 뼈가 조금 덜 붙은 정도는 임무열외의 대상이 되지 못했다. 그게 알게 모르게 아쉬웠던 건지, 그녀는 몸이 모두 회복되고도 이틀이나 더 회복기의 편안함을 만끽하고 있었다. 어느새 푸석푸석 하던 살결도 다시 돌아오고, 회복기를 통해 영양도 잘 섭취해 살도 조금 올랐다.

 만약 며칠째 고기도 제대로 못먹어본 한별이 그녀가 다 낫고도 회복기를 계속 쓰며 값비싼 고영양 회복식를 먹어치워댔다는 사실을 안다면 돈이 아까워 땅을 치며 통곡을 할 일이었으나 다행히 한별은 워낙 그녀의 상처가 심했던 데다 돌아가는 일이 복잡하여 전혀 그런것을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정말 쉴만큼 쉰 우주는 회복기를 열고 나왔다. 그러고 보니 쪽지가 놓여있었다. 탁월한 암살자인 그녀는 쪽지가 눌린 흔적과 주변에 남은 온기 등을 통해 한별이 나간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그녀는 굳이 전투슈트를 입을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한없이 자유로운 몸이 된 그녀는 함선을 구경했다. 여기는 공용실인 다용도 함실이고, 이곳은 통제실이고 이곳은 주방이네. 주방에 들어가 얼마 있지도 않은 요리재료들 중에서 바싹 말라붙은 무언가를 집어 오독오독 씹어먹기도 하고 주방도구를 붙였다 때어보기도 하던 그녀는 곧 그녀를 구한 이들이 헌터라는 것을 깨달았다.

 첸의 방에 어지럽게 수사중인 자료들과 현상수배범들에 대한 자료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 제이슨 킹을 잡으러 다니는구나. 하고 고개를 끄덕인 그녀는 그들이 잘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버릇처럼 자신의 흔적을 지웠다.

 그때, 어디선가 인기척이 느껴졌다. 우주는 자연스럽게 옷을 입는게 좋겠다고 생각했으나 인기척은 회복기 쪽에서 느껴졌다.

 '이건 좀 곤란한데…' 함선 입구에는 계속 신경을 쓰고 있었는데, 그것조차 느끼지 못했다는 사실에 그녀는 당황스러워졌다.

 그러나 곧, 그녀는 인기척이 첸의 것도. 한별의 것도 아님을 깨달았다. 사람을 보면 본능적으로 키와 몸무게, 버릇 등을 분석하는 그녀는 지금 느껴지는 인기척이 상당히 비쩍 마르고 큰 키를지닌 사람의 것임을 깨달았다.

 조심스럽게 인기척이 나는 쪽으로 다가간 그녀는 곧 그 사람과 마주쳤다.

 "어이쿠!"

 그 사람은 우주를 보고는 소스라치게 놀라 넘어질 뻔하다가 곧 중심을 잡았다.

 "뭐, 뭐야 너는?"

 "당신은 누구신데요? 손님인가요?"

 그가 우주를 아래위로 끈적하게 훑어보고는 눈을 개슴츠레 뜨고 말했다.

 "원래 두명으로 신고 됐다더니 재미있는 장난감을 가지고 다니는 새끼들 이었구나?"

 우주는 처음으로 다른사람이 쳐다보는 시선이 상당히 불쾌할 수 있다는걸 깨달으며 말했다.

 "…장난감 이라니요?"

 "너 같은 창년들을 보고 하는 말이야. 흐흐… 그래 우주생활이 길어지면 여자가 고프기도 하고 그런것이지!"

 우주는 몇몇신체부위를 집요하게 따라붙는 그 시선에 상당한 불쾌감을 느꼈다. 정말 난생처음 겪는 시선이고 대우였다. 애초에 그녀에게 그렇게 대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그녀를 보는 사람들의 시선은 대부분 두려움 혹은 의문으로 가득찰 뿐이다.

 "불쾌하네요."

 "너 내가 무슨 사람인지도 모르는구나?"

 "알고 싶지도 않은데요?"

 "곧 온몸으로 알게 될거야."

 그가 품에서 나이프를 꺼냈다. 우주는 입을 다물었다. 우주는 박투술에 조예가 깊지 않았다. 그녀는 언제나 무기를 선호하는 편이고 무기를 꽤나 잘 다뤘다. 사격에 있어서는 가장 뛰어났고 단검술에 있어서는 상위권의 실력을 지녔으나, 박투술 만큼은 함께 깨어난 병기들의 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언제나 박투훈련을 할때는 어느 한곳은 부러지기 마련이었고, 그녀와 경쟁해야 하는 병기들은 집요하게 그녀의 몸을 망가뜨리려했다. 순위가 떨어지면 처벌을 받아야 했고, 우주는 다른면이 지나치게 뛰어나서 언제나 경계의 대상이었기 때문이다.

 "크헤헤헤"

 그가 칼로 그녀를 위협하며 좌우로 흔들었다. 실없는 웃음소리는 꽤나 야만스러웠다.

 전투준비를 하며 긴장감에 침을 삼키던 그녀는 그의 손짓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사실 조금 당황스러워 저도모르게 질문을 했다.

 "그런데 칼을 왜 그렇게 쥐어요?"

 "흐흐 이것이 정신이 나갔는지 헛소리를 하는 구나, 너 칼은 제대로 쥐어 봤니? 아무래도 어디하나 바람구멍이 나봐야 정신을 차리겠구나!"

 그가 칼을 들고 그녀의 어깨를 찔러들어왔다. 급소를 노리는 것도 아닌 허술하기 짝이없는 일격이었다 우주가 그의 반경안으로 슬쩍 파고들자 그의 칼은 허공을찔렀다.

 탁.

 우주가 그의 손을 손날로 쳐내자 금방 칼이 손에서 떨어져 바닥을 굴렀다.

 쨍강

 칼이 떨어지는 소리가 함선에 울렸다. 남자가 순간 당황하여 눈을 크게 떴다. 우주가 말했다.

 "사실 당신에게 말하지 않은 사실이 있어요."

 그는 침을 꿀꺽 삼켰다. 우주와의 거리가 지나치게 가까웠던 탓이다.

 "뭐… 뭔데?"

 그의 눈이 살짝 풀렸다. 그는 그녀를 꽉 안아버리려 했다. 완력으로 치면 그녀가 그를 이길리가 없다는 판단이었다.

 "저 당신이 누군지 알고 있어요."

 우득.

 그는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 그녀는 온통 무방비 상태인 그의 급소 들 중에서, 가장 연약해 보이고 쉬워보이는 목을 골랐다. 그녀를 안는 그를 따라 몸을 안쪽으로 붙이면서, 빠르게 팔을 들어 숙여든 그의 목에 해드락을 걸고는 바로 그의 경추를 탈골시켜 부숴 버린 것이다.

 그가 그녀를 안아들기도 전에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고, 그는 자신이 무슨일을 당하는지도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한채 죽음을 맞이했다.

 "…제이슨 킹씨."

 말을 마친 그녀는 그의 몸을 업어들고는 가득 미소를 지었다.

 "은혜라는 걸 갚아볼까?"

 그녀는 기분좋게 그를 업어들고 한별의 방을 향했다. 그녀는 현상금에대한 욕심은 없었다. 그녀가 원한건 자유였고, 이 1억짜리 수배자는 그녀에게 자유를 허락해준 이 함선의 주인에게 좋은 선물이 될 것이다.

 우주보다 20cm이상은 더 커보이는 남자를, 우주는 재주 좋게 둘러 업어 발끝조차 끌지 않고 아주 깔끔하게 들어 옮겼다.

 "좀… 꾸며야 하나."

 제이슨의 시체를 내려 놓은 그녀는 곧 그의 옷을 정돈하고, 손을 모아 가슴에 얹고, 그가 쓰던 칼을 가져와 손에 쥐어주었다. 예쁘게 머리에 리본이라도 묶어주고 싶었으나 예쁜 끈이 없어 포기했다.

 우주는 그와 전투한 곳에 돌아와 침이나 머리카락 따위를 치워 흔적을 지우고, 칼이 부딪힌 흔적을 바라보던 그녀는 입맛을 다시고는 화장실을 향했다. 몸을 씻고, 화장실의 물기까지 닦아낸 그녀는 한별이 말한 방에 들어갈까 하다가, 다시 회복기를 향했다. 좋은일을 한 그녀를 위한 그녀만의 선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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