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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내 귀에 위스퍼
작가 : 따꼬북
작품등록일 : 2018.12.15

9년 전, 사고로 인해 '위스퍼'라고 불리는 천사와 악마의 목소리를 듣게 된 수라.

사사건건 싸우는 그들로 인해 더 괴로워진 인생을 살게 되었지만,

용케도 버티며 나름 평범하게 살고 있었다.

감마혁, 그 남자를 만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저 남자, 무조건 피해!" 라며 겁에 질린 위스퍼들의 모습에,

수라는 존재 자체가 위협적이라는 마혁의 정체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과연 그녀는, 평화로웠던(?) 일상을 위협하는 마혁에게서 자신과 위스퍼들을 무사히 지켜낼 수 있을까?

 
첫 만남은 엘리베이터에서
작성일 : 18-12-16 04:00     조회 : 231     추천 : 0     분량 : 70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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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짙은 어둠이 스며든 밤공기를 옅게 내쉬는 어느 저녁 시간.

 수라가 요란한 불빛을 내는 술집 간판들 사이를 지나 골목 어귀에 다다랐다.

 

 “덕만네? 지금 거기에 다 모여 있어?”

 -그래. 얼른 와, 이 가시나야~

 “알았어. 나 거의 다 왔으니까, 무조건 안주 5개 이상 시켜놔!”

 

 수라는 꼬르륵 거리는 배를 붙잡으며, 통화 종료 버튼을 눌렀다.

 귀에 꽂혀있던 이어폰을 빼 대충 가방에 쑤셔 넣고, 립스틱을 꺼내더니 연해진 입술을 고쳐 발랐다.

 

 “덕만네? 또 거기야?! 소개팅도 말아먹었는데 이왕이면 핫한 클럽으로 가는 게 어때?”

 “입 다물어, 알. 시끄럽고 정신없는 곳에선 우리 목소리 안 들리는 거 몰라서 그래? 멍청하게 그 답답한 곳을 가자는 거야?”

 “아... 거기까진 생각을 못했네...!”

 

 이어폰을 빼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조잘거리는 알과 엘의 목소리에 수라가 긴 한숨을 들이마셨다.

 

 “그래, 지금 마음껏 떠들어대렴. 오늘 소개팅 망친 값, 톡톡히 치르게 될 테니까.”

 

 비릿한 미소와 함께 수라가 가방에 있던 화장지를 잘게 찢어서 돌돌 말아, 인정사정없이 귀에 집어넣었다.

 

 어떠한 소리도 귀에 들어가는 것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그녀의 굳은 의지와 함께, 위스퍼들의 목소리는 닫히고 말았다.

 

 

 .

 

 “수라야! 여기!”

 

 수라가 흐릿한 글씨로 ‘덕만네’라는 간판이 겨우 매달려 있는 가게로 들어서자, 가게 안의 맨 구석자리에 앉아있던 3명이 그녀를 반겼다.

 그녀는 차례대로 두리, 세리, 우진이 앉아 있던 자리로 가 앉았다.

 

 수라는 테이블에 앉자마자 소주잔을 제 앞에 가져다놓으며 깊은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건너편에 앉은 세리를 보더니 우물쭈물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세리야, 미안해. 니가 어렵게 잡아 준 소개팅인데, 이번에도 또 망쳐버렸어...”

 

 자책하며 술잔을 입에 가져가는 수라의 모습에 옆에 앉은 두리가 괜찮다는 듯 그녀를 다독였다.

 

 “야, 괜찮아! 그 남자, 자세리가 사귀었던 전 남친 사촌 형의 여자 친구의 오빠의 친구래. 뭐, 그 정도면 거의 남남 아니냐? 잊어버려.”

 

 두리의 발언에 모두가 벙찐 표정으로 그녀를 쳐다보았고, 잠시 멈칫하던 세리가 수습하려는 듯 말을 이어가기 시작했다.

 

 “아이, 참.... 이 언니가 굳이 안 해도 될 말을 지껄이시네.. ”

 “내가 뭘 지껄인다고! 사실이잖...”

 

 그러더니 혼신의 힘을 다해 두리의 입을 손으로 틀어막고는, 수라의 눈치를 보며 말했다.

 

 “미안해 수라언니.. 내가 이번 소개팅 주선은 절대로 안하려고 했는데, 두리 언니가 소개팅이면 무조건 넘기라고 해서 말이야...”

 “아냐, 결과는 뭐 이렇게 됐지만. 간만에 설레고... 나름 좋았어. 세리야, 고마워.”

 “정말? 그렇게 말해줘서, 내가 더 고마워~ 사실 걱정돼서 우진 오빠랑 점심때부터 쫄쫄 굶었거든...그치?”

 

 세리가 옆에 앉은 우진의 어깨에 기대어 애교 섞인 목소리로 그를 올려다보았고, 우진은 그런 그녀를 품에 쏘옥 앉으며 말했다.

 

 “맞아. 우리 세리가 먹고 싶은 떡볶이도 못 먹고, 네 걱정 많이 했어. 귀여운 우리 세리 볼살 다 어디가고... 뼈만 남은 것 봐! 이거 보여?”

 

 우진은 세리의 두툼한 볼 살을 어루만지며,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물었다.

 그러자 그녀들은 우진의 쓸데없는 걱정에 미간을 찌푸리며 고갤 돌렸다.

 

 “...너희들 사귄다고 말로만 들었지, 실제로 직접 보게 되니까 정말 적응이 안 된다.”

 “난 오죽하겠어? 내 호적상 친동생인 자세리랑 나의 부랄 친구 무우진이 사귄다는 얘길 듣고 정말 충격 받았잖아. 지금까지도 손발이 다 떨린다...으힉”

 

 두리가 손을 덜덜 떠는 시늉을 하자, 세리의 표정이 굳어지더니 두리의 얼굴를 향해 바락바락 소리를 질러대기 시작했다.

 

 “야! 너 지금 뭐라고 했냐?!”

 “손발이 떨린다고 했다, 왜!!!”

 “아니 그 전에, 울 오빠한테 부...부랄 친구라고 했잖아! 나는 뭐? 호적상 친동생?”

 “그래! 다 맞는 말이잖아! 나, 수라, 우진이 다 초딩 때부터 같은 학교 다니면서 한 동네에서 자랐거든, 그게 부랄 친구 아니면 뭔데?!”

 “야! 자두리, 너!!! 내 남자친구한테 그..그런 수식어 붙이지마라! 호적상 친동생한테 맞고 싶지 않으면!!”

 

 두 자매간의 말싸움이 다소 격해졌고, 수라와 우진이 두 사람을 간신히 떼어놓자, 둘은 말없이 서로를 매섭게 노려보았다.

 그리고 곧이어 나온 술과 안주가 테이블에 싹 차려지자마자, 동시에 젓가락을 들었다.

 

 “야, 니네...!”

 

 자칫 젓가락으로도 싸움이 날 것 같은 분위기에 수라가 당황하며 손을 뻗었지만, 말릴 새도 없이 두 자매는 젓가락을 그대로 테이블 위에 갖다 댔다.

 그러곤 마치 짜기라도 한 듯 둘이 동시에 오돌뼈와 주먹밥을 입 안에 넣고, 씹고, 넘기기를 반복했다.

 수라와 우진은 그 모습에 서로 어이없어 웃다가 젓가락을 집었다.

 

 “니네들은 호적이 달랐어도, 본질이 똑같아서 누가 봐도 자매라고 생각했을 거야. 정말 싸우는 것뿐만 아니라 먹는 것까지도 똑같아서 소름이다.”

 

 수라가 혀를 내두르는 사이, 어느새 테이블의 안주들이 바닥을 보이기 시작했고 그녀도 서둘러 배를 채웠다.

 그리고 언제 그랬냐는 듯 술잔을 기울이고 이야기를 나누며, 더 깊은 밤이 찾아올 때까지 두 볼을 붉게 물들였다.

 

 

 .

 

 “아~ 배부르다! 역시 덕만네를 와야 배가 찬다니까?”

 

 가게를 나와 앞장서서 가던 두리가 기분 좋게 배를 튕기며 뒤따라오던 세 사람을 향해 돌아보며 말했다.

 

 “히힛, 세리두 배부르당~ 뚜리 언냐~ 나 울 오빠 집까지 데료다주꼬 오께? 밤에는 울 오빠야가 위험하댜나~”

 

 세리는 한껏 취하는 바람에 혀가 꼬이고 다리도 꼬여, 그 상태로 우진에게 폭 안기는 꼴이 되었다.

 우진은 그녀의 주정에도 시종일관 꿀 떨어지는 눈빛으로 바라보며 안았다.

 

 “취한 게 잘도 남친 데려다주겠다. 어차피 우리집 옆이 바로 무우진네 집인데, 뭘 데려다 준다고 난리야?!”

 

 두리가 우진에게 안긴 세리에게 다가가 소리치자, 우진이 막아서며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쉿, 세리 자잖아. 우린 택시타고 들어갈게. 두리, 너도 같이 택시타고 갈래?”

 “나보고 커플 사이에 껴서 뻘쭘하게 가라고? 난 우리 수라 데려다주고, 그냥 혼자 갈래.”

 “알았어, 그럼.”

 

 우진은 쿨하게 돌아서며, 어느새 잠들어 있는 세리를 안고서 택시를 잡아타고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 모습에 두리와 수라는 조금 서운했는지 우진이 탄 택시가 멀어지는 모습을 바라보다, 이내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와, 우정보단 사랑이구나! 무우진은...”

 “서운해? 우진이한테?”

 “참나! 하나도 안 서운하거든?!”

 “그래~ 아무리 니 동생이랑 우진이가 사귄다고 해도 서운해하지마라~ 너도 남친 있었을 때, 우진이랑 나랑 얼마나 너한테 서운했는지 모르지?”

 “너...넌! 왜, 일 년 전 얘길 꺼내고 있어?!”

 

 두리가 당황했는지, 목소리를 높이며 말했다.

 

 “얼마나 서운했으면 1년이 지났어도 얘길 하겠어? 안 그래?”

 “앗! 그나저나 이제 그만, 귀에 있는 화장지는 좀 빼도 되지 않아?”

 

 두리가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았는지 급히 화제를 돌렸다.

 괜찮다는 수라의 말에도, 그녀는 ‘답답하잖아’ 라는 말과 함께 수라의 귀에서 휴지 뭉치를 빼냈다.

 

 “어때? 이제 좀 시원하지?”

 “와~ 이제 살 것 같네! 역시 두리밖에 없어~”

 “작게 좀 말해, 알! 수라가 또 우릴 막아버릴 수도 있으니까.”

 

 두리가 물음을 던지자, 정작 당사자인 수라가 아니라 알이 대신 입을 열기 시작했다.

 그들이 꺼낸 말들은 두리가 들을 수 없었지만, 알은 전혀 개의치 않는 듯 쉴 틈 없이 말했다.

 반면 엘은 수라의 눈치만 보며, 떠들어대는 알을 말렸다.

 

 “시원은 무슨, 너 때문에 얘네들만 신났잖아.”

 

 수라가 한숨과 함께 이마를 짚으며 원망스런 눈빛으로 두리를 쳐다보았다.

 

 “왜? 또 위스퍼가 시끄럽게 해?”

 

 일은 진즉에 저질러놓고 이제 와서야 걱정됐는지, 두리가 걱정스레 그녀에게 물었다.

 

 “걔네도 얼마나 답답했으면 말을 쏟아 내겠어? 수라, 네가 이해해.”

 

 아니, 수라보다는 아무래도 엘과 알을 더 걱정하는 눈치였다.

 

 

 사실 두리가 위스퍼의 존재를 알게 된 것은 얼마 되지 않은 일이었다.

 그녀는 수라가 9년 전 사고로, 천사와 악마의 목소리를 듣게 되었다고 했을 때, 그저 사고 후유증으로 지독한 환청을 겪는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 수라와 같이 간 콘서트에서의 음향사고로 인해 잠시 이명을 겪으면서 그때, 수라가 말한 위스퍼의 목소릴 듣게 되었다.

 다행히 이명 증상이 오래가지 않아서 하루 만에 원래 상태로 돌아왔지만,

 그녀는 말로만 듣던 위스퍼의 목소리를 직접 경험하고 나서부터, 수라의 행동들을 전부 이해할 수 있었다.

 

 

 “이해? 넌 고작 하루였지만 난 9년 째 겪고 있는 일이야. 이걸 이해 할 수 있어?”

 “미안, 내 생각이 짧았어... ”

 

 두리의 그 하루가, 그녀의 9년이란 시간을 이해할 수 있다는 건 큰 착각이었을까?

 

 두리는 그녀의 얘길 듣고서 미안했는지 조용히 입을 다물었고, 침묵 속에서 어느덧 수라의 집 앞에 도착했다.

 둘은 짧은 인사와 함께 헤어졌고, 수라는 얼른 집으로 올라가서 넓은 침대에 몸을 뉘였다.

 

 집에 도착했다는 두리의 메시지에, 수라는 내일 회사에서 보자는 답을 남기고 휴대폰 전원을 껐다.

 그리고 침대 맡에 있던 귀마개를 끼고 잠에 들었다.

 위스퍼들에게도 고단한 하루였는지, 그녀가 귀마개를 끼기도 전에 조용했다.

 

 그렇게 그들은 앞으로 다가올 내일의 위기를 모른 채, 그저 평온하게 깊은 잠에 빠져 잠들었다.

 

 

 

 *

 

 

 “비켜요, 비켜!”

 

 이른 아침부터 수 십대의 카메라들을 들고 서있는 수많은 취재진들로 건물 앞은 발 디딜 틈 없이 북적댔다.

 기자들은 서로 좋은 자리를 차지하려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고, 경비원들은 모든 상황을 주시하며 자릴 지키고 있었다.

 

 “네! 여긴, 감마 그룹 서울 본사 앞입니다. 감마 그룹은...”

 “...국내 100대 기업 중 하나로 많은 계열사를 두고 있으며, 오늘은 감명수 회장의 장남...”

 “감마혁 사장의 취임식이 열리는 날로, 아침부터 취재진들의 취재 열기가 뜨거운...”

 

 건물 근처에 세워진 검정색 고급 승용차의 창문이 올라가며, 소란스럽던 기자들의 목소리가 닫혔다. 그리고 조용히 ‘감마 그룹’이라고 써진 그 건물의 지하주차장에 들어섰다.

 

 

 “네, 어머니. 방금 회사 도착했어요.”

 

 뜨거운 태양에 사포질 한 듯 광이 나는 검정색 고급 세단이 멈추자, 그 뒷좌석에 타고 있던 마혁이 통화를 끊으며 내렸다.

 

 “아악!”

 

 마혁이 차 문을 닫자마자 남자의 굵직한 비명소리가 들렸고, 그 소리에 마혁이 눈썹을 치켜

 세우며 뒤를 돌아보았다.

 

 “뭐야?”

 “형!! 나도 사람이거든?! 투명인간 취급하지마! 아무리 엄마가 형한테만 전화하고 챙겨준대도, 나도 그 집 귀한 자식이야!”

 

 뒤에서 같이 내리던 마준이 차문에 찍힌 정강이를 문지르더니 마혁을 째려보며 말했다.

 

 “미안. 그런데 그 귀한 자식이 이렇게 존재감이 없어서야 되겠어?”

 

 마혁이 사과를 하는 듯하더니, 이내 장난기 섞인 미소를 띠며 뒤돌아 건물로 성큼성큼 들어갔다.

 

 “뭐?! 야, 강마혁! 거기 안 서?!”

 

 목이 터져라 그의 이름을 외치던 마준은 다친 다리를 절뚝이며 빠른 걸음으로 그 뒤를 따랐다.

 

 

 마혁과 마준이 티격태격하던 같은 시각, 다른 차 한 대가 지하주차장에 들어섰다.

 

 “아이씨! 늦겠다!! 오늘 무슨 일이 길래, 밖에 기자들이 쫙 깔렸지? 겨우 들어왔네...”

 

 서둘러 주차를 하고난 수라가 맨얼굴에 파운데이션을 대충 펴 바르기 시작했다.

 

 “오늘도 지각이야~ 배수라! 키키키키, 6일 연속 대기록을 세우셨어~”

 “약 올리지마, 알. 오늘은 네가 깨우는 날이었잖아. 늦잠 자놓곤 시끄럽긴.”

 

 그녀를 놀리는 알과 그런 알을 다그치는 엘의 목소리가 차 안의 공기를 소란스럽게 했다.

 

 

 “됐어, 둘 다 그만해. 회사에선 당연히 귀마개 해야 하니까, 너무 서운하게 생각하지 말라구?”

 

 화장을 끝마친 수라가 조수석에 있던 가방에 물건들을 뒤적거리며 말했다.

 

 “어...? 귀마개 어디갔지? 설마...”

 “설마가 맞아~”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가방 안을 들여다보던 수라에게 알이 얄밉게 말을 붙였다.

 

 “아침에 신발장 위에 두고 왔잖아. 내가 말했는데도 못 들었는지 그냥 가더라.”

 “뭐? 크게 좀 말하지! 일부러 그랬어? 알은 그렇다 쳐도. 엘, 너까지 이럴 줄 몰랐어...”

 

 잔뜩 실망한 목소리로 수라가 엘을 보며 말했다. 그러더니 가방에 있던 휴지를 꺼내곤 잘게 찢기 시작했다.

 

 “배수라! 너 설마?”

 “설마가 맞아.”

 “안돼!” / “우..”

 

 당황한 알을 향해 미소를 짓고는 찢은 휴지를 돌돌 말아서 그대로 귀에 집에 넣었다.

 

 

 “그러게, 조용히 했으면 좀 좋아? 오늘 하루도 조용하게 넘어가보자, 이것들아.”

 

 귀가 잘 막혔는지 이리저리 고개를 돌리며 살피던 수라가 차에서 내려 서둘러 건물로 들어갔다.

 

 

 건물에 들어서자마자, 막 닫히려는 엘리베이터를 발견한 수라는 다급하게 엘리베이터 안으로 손을 넣었다.

 다행히도 문이 닫히기 전에, 안에 타고 있던 누군가가 열림 버튼을 눌러준 덕분에 탈 수 있었다.

 

 “감사합니다. 휴...”

 

 인사를 하고, 9층을 누르려 고개를 든 수라가 이미 눌러져 있는 버튼을 보고 엘리베이터에 탄 남자 둘을 차례대로 보았다.

 

 그녀가 4년 동안 꼬박 회사를 다니면서도 입사 이래 처음 본 얼굴들이었다.

 회사에 몇몇 훈훈한 남자들은 종종 보았어도, 이렇게 수라의 시선을 뺏을 만큼의 미모를 자랑하는 잘생긴 사람은 처음이었다.

 

 “크흠..”

 

 수라의 시선이 부담스러웠는지 마혁이 작게 기침을 내뱉었다.

 그 소리에 마준이 수라와 마혁을 번갈아 바라보았고 이내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아침에 날 물 먹였겠다? 어디 한번 그 잘난 존재감, 이 엘리베이터 안에서도 내뿜어보시지! 흐흐흐’

 

 

 “뿌와와왕!”

 

 마준은 몰래 입으로 크게 소리를 내더니 코를 막고, 서둘러 6층 버튼을 눌렀다.

 

 “우왁! 이게 무슨 냄새래~?”

 

 그의 코맹맹이 소리와 함께 도착한 6층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자, 마준은 부리나케 도망쳐 나갔다.

 

 

 “아앗!”

 

 그가 내리면서 수라의 어깨를 쳤고, 그녀는 영문도 모른 채 남겨진 마혁과 자신의 공간을 둘러보았다.

 

 

 ‘저게 진짜! 어린애도 아니고 아직도 생리 현상으로 장난을 치네, 누가 속는다고...’

 

 마혁은 코웃음을 치더니 마준이 떠나간 6층을 바라보며 엘리베이터의 닫힘 버튼에 손가락을 가져다댔다.

 

 “악! 잠깐만요! 저 내릴게요!!!”

 

 

 그가 버튼을 누를 새도 없이, 그녀가 닫히던 엘리베이터 문을 열고는 서둘러 엘리베이터를 빠져 나갔다.

 

 ‘뭐야... 저 여자, 설마 내가 방구 뀌었다고 생각하고 뛰쳐나간거야? 냄새도 안 나는데...’

 

 마혁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혼자 남겨진 엘리베이터 안을 킁킁댔다.

 

 ‘.....근데 왜 코가 아니라, 귀를 막고 간 거지?’

 

 야속하게도 엘리베이터 문이 닫혔고, 마혁의 궁금증은 풀리지 못한 채 빠르게 9층을 향해 올라갔다.

 

 마혁은 이 궁금증에 대한 답이, 훗날 두 사람의 운명을 뒤흔들 것이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작가의 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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