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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일반/역사
(완결)난,설헌
작가 : 아리곶
작품등록일 : 2016.7.22

조선 중기 최고이자 최초였던 여성 문학가 허난설헌.

그 시대와 이 시대의 '허초희'가 만나는 타입슬립 역사소설 <난,설헌>

※ 소설이므로 대부분의 내용은 픽션이며, 사실과 같은 이름이 등장할 수 있습니다.
인용되는 시 구절은 모두 사실이며 출저는 네이버 입니다.^^

 
21화. 공 감
작성일 : 16-09-20 19:02     조회 : 425     추천 : 0     분량 : 3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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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혜연을 허망하게 잃은 뒤, 시간은 덧없이 빨리 흘러갔다.

 혜연이 죽은지 보름하고 하루가 지난 날. 시어머니와의 약속대로 초희는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그녀는 자연히 자신의 일터인 부엌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작은 마님 오셨습니까~"

 

 부엌에서 일을 하던 갑자가 나와 초희를 맞았다.

 

 "오늘 부터 다시 내가 부엌일을 도맡을 생각이야. 다들 잘 따라주게."

 

 초희가 갑자를 보며 말을 잇고는 이윽고 모든 시종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아유, 여부가 있겠습니까!"

 

 다시 돌아온 초희를 부엌에서 일하는 모든 시종들은 기쁘게 여겨주었다.

 슬픈일이지만 그 당시 아이가 요절하는 일은 그리 드물게 일어나는 일이 아니었기에

 시종들은 하루 빨리 초희가 아픔을 털어버리고 예전으로 돌아오길 바랬다.

 

 "그래도, 작은 마님께서 털고 일어나셔서 다행이야."

 "그러게 말이야. 그렇게 애지중지 하던 아기씨가 그리 허망하게 되신 것도 슬프지만

 작은 마님께서 잘못될까 그게 제일 걱정이었어."

 "이제 겨우 도련님하고 잘 지내나 했는데, 에휴. 또 소박맞게 되셨네."

 

 부엌일을 준비하면서도 시종들은 초희 얘기로 입방정을 떨어댔다.

 그 옆을 지나가던 설헌도 그 소리를 들었다. 이 소리가 초희의 귀에만은 들리지 않기를 바랬다.

 

 '아니, 초희님도 저기 계신데 어디서 입방정을 떠냐고 뭐라해?!'

 

 사실 부엌이 그리 넓은 공간이 아니었기에 소곤거리는 소리도 잘못하면 초희의 귀에 들어갔을 게 뻔했다.

 하지만 이내 설헌은 마음을 고쳐먹었다. 자신도 그들과 같은 종의 신분이라는 걸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괜히 한 소리 했다 나중에 저 이모들에게 무슨 소리 들을지 덜컥 겁이 났다.

 

 "이제 상들이 다 준비 되었습니다. 들이는 건 저희들이 할 테니, 들어가 보세요."

 "그래, 수고들 많았네."

 

 평소같으면 상이 다 들어가는 것까지 확인했을 초희지만 온전치 않은 몸으로 그것까지 확인하기엔 이미 지쳐버린 후였다. 겨우 자신의 몫을 다 해낸 초희는 지친 몸을 이끌고 안방으로 들어갔다.

 

 ***

 여전히 성립은 집에 들어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아니,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안채로 들어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고 해야 할 것이다.

 속이 답답해 질때면 초희는 항상 뒷뜰의 작은 정원을 찾았다.

 오늘도 초희는 달구경을 하러 정원에 나와있었다.

 

 "저, 마님..."

 "....?"

 

 설헌이 초희를 조심스럽게 불렀다.

 초희는 왜 부르느냐라는 눈빛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친정에 안 가보신지 벌써 수 년째입니다. 그립지 않으십니까...?"

 

 자칫 이 얘기가 겨우 정신을 챙긴 초희를 다시 슬픔으로 빠트릴 수 있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어찌보면 추억을 되뇌이는 일이니 초희의 기분을 좋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다. 설헌도 보육원에 있을 때를 생각하면 힘들 때도 서러울 때도 다 괜찮아졌기 때문이다. 초희는 혜연을 가졌을때도 친정은 가지 못했다. 초희의 친정에 여러 풍파가 닥쳐 미처 갈 수 없는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글쎄..어머니가, 어머니가 참 많이 보고프구나."

 "그러시죠? 잠시 요양차 친정에 다녀 오시는게 어떻습니까?"

 "아니다. 이미 새언니도 들었고 괜히 내가 가서 신경쓰이게 할 이유가 없다."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눈에 선하던 초희는 순간 단호하게 말했다.

 이제 겨우 정신 차리고 집안일을 돌보고 있는데 이 시점에 친정에 다녀오면 정신이 다시 흔들릴 것 같았다.

 무엇보다 지금 집안의 가세가 그리 좋지 않다는 것은 건너 들어도 정확히 들어 알고 있었다. 오라버니 봉이나, 부모님이나 초희가 오는 것을 꺼리실게 분명했다.

 

 "...마님의 어린 시절은 어떠하셨습니까?"

 

 가만히 생각하던 초희의 곁에서 설헌이 다시 물었다.

 

 "내 어린시절 말이냐?"

 "예~ 어린 나이에 시집을 오셨지만 그래도 친정에서의 즐거운 기억 하나쯤은 갖고 계실거 아닙니까.

 이런 달구경할 때 그런 이야기 보따리도 풀어야 제맛아니겠습니까."

 

 설헌의 말에 초희는 다시 잠잠히 생각에 잠겼다.

 

 "너는...어떤데..?"

 

 초희의 기습적인 질문에 설헌은 당황했다. 자신도 갑자기 이 상황에 내던져져 꽃순이라는 사람의 과거는 알 길이 없었다. 우선은 자기 얘기를 이 시대에 맞게 잘 녹여내야겠다 싶어졌다.

 

 "저는...부모님이 누군지 모릅니다. 양부모님 밑에서 자라왔습니다. 온갖 구박을 받으면서요.

 저를 돌봐주시던 인자하고 좋은, 스승님 같던 아주머니를 떠나서... 그러다가 이 곳으로 팔려왔죠.

 그 분들이 어디 계시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이었다. 설헌은 부모님이 누군지 모르는 고아였고, 보육원에서 인자한 원장님과 좋은 친구들과 지내다

 어느 샌가 양부모의 집에서 눈치밥을 먹으며 하루 하루 급조된 재벌 2세로 살아오던 아이였다.

 

 "쯧쯧. 안됐구나. 하긴, 이렇게 많은 종들에게 어찌 하나 하나 옳은 가족이 있을 수 있겠느냐.

 그래도 네가 참 많이 밝아 보여 다행이야."

 

 초희는 설헌의 쓸쓸한 눈빛을 처음 봤다. 한껏 기죽은 모습이기도 했고 한편으론 슬퍼 보이기도 했다.

 

 "네가 알런지 모르지만 난 오라버니와 아우가 있다. 오라버니가 참 고마운 분이셨어.

 나에게 배움의 기회를 주셨거든. 오라버니의 동무 중에 나의 스승님이 계신다.

 손곡이라는 분인데 어렸을 때 부터 내 글이며 그림이며 하나 하나 보시고는 항상 칭찬해 주셨었지."

 

 추억에 잠긴듯한 눈빛으로 초희가 말했다. 설헌은 마음속으로

 '암요, 오라버니와 아우와 멋진 스승님을 둔 걸 알고 있죠!'

 라고 얘기하려다가 곤경에 처할까 말하지 못하고 입을 닫았다.

 

 "그 스승님께 참 감사하실것 같습니다."

 "그럼, 내 재능을 계집아이의 천한 것으로 보지 않고 눈여겨 봐 주셨으니까."

 "하지만...이제는 볼 수 없으니 아쉬우실것 같습니다."

 "그럼, 뵐 수 없으니 서운하기도 하고 그립기도 하지. 친정이나 가면 모를까. 그리고 내 친정집 뒤의 야트막한 언덕도 못 오르겠지."

 

 초희는 추억을 되뇌이다 보니 이것저것 말하고 싶은게 많아진 모양이었다. 어느새 설헌에게 하나하나 자신의 머릿속을 스치는 추억들을 꺼내 보이며 얘기를 이어가고 있었다.

 

 "언덕이요..?"

 

 그 덕에 설헌도 반응을 잘 해줘야겠다 싶어 가만히 경청하는데 힘썼다.

 

 "내가 워낙 바깥세상에 관심도 많고 그리는 걸 좋아하니 오라버니께서 균이와 함께 항상 데리고 올라가주셨다.

 이곳 저곳 멀리서나봐 둘러보라고... 그곳의 달빛이 참 예뻤는데.."

 

 말을 채 맺지 못 하고 초희는 눈물을 뚝뚝 흘렸다.

 혹여 추억에 젖어 울지 않을까 했는데 막상 초희가 우니 설헌도 더욱 슬퍼졌다.

 

 "이 정원의 달도 그 언덕의 달과 똑같습니다, 마님. 비록 더 예쁠지는 모르지만 너무 슬퍼 마셔요."

 

 설헌이 초희에게 한 걸음 다가가 위로의 말을 전했다. 그러나 설헌의 이런 위로도 초희에겐 소용이 없는 듯 했다. 기댈 곳 없이 가냘프게 서 조용히 울고 있는 초희를 보자니 어깨를 빌려 줘야 할 것 같았다.

 초희에게 한 걸음 더 다가간 설헌은 울고 있는 초희를 자신의 어깨에 기대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의 위로였다.

 그리고 설헌의 위로를 초희는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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