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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유해화합물
작가 : llena
작품등록일 : 2018.12.4

이건 금기에 관한 이야기이자 약속에 관한 이야기다. 그리고 동시에 사랑의 정의를 다르게 쓰는 네 사람에 관한 이야기다.

 
6화. 위기의 남자
작성일 : 18-12-15 23:04     조회 : 221     추천 : 0     분량 : 52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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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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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졸린 눈을 비비며 밖으로 나오자 출근길에 오르는 엄마를 앞치마를 두른 채 배웅해주는 아빠가 보였다. 문이 닫히고 돌아선 아빠가 딸을 꼭 끌어안았다.

 

 “잘 잤어? 우리 아현이.”

 “응.”

 “늦게 잤는데 안 피곤해?”

 “괜찮아.”

 

 아현은 기지개를 켜며 부엌으로 들어섰다. 냉장고 문을 열어 일주일에 한 번씩 다듬는 야채 통을 꺼내 믹서기 안에 하나, 둘씩 넣었다. 식사를 대신하는 해독 주스와 삶은 계란 2개는 이제 습관이다.

 

 아빠는 마요네즈가 듬뿍 버무려진 으깬 계란과 햄에 양상추, 토마토와 오이, 치즈까지 들어간 토스트를 그릇에 담아 식탁 위에 올렸다.

 

 모델 제의를 받았다는 길쭉하고 늘씬한 엄마와 달리 키가 작은 아빠는 뒤에서 보면 조금 아장 아장 걷는 느낌이다. 엄마가 반했다는 순박하고 착한 남자의 귀여운 걸음걸이.

 

 아빠 손에 밀려 아직 눈도 못 뜨고 까치집 지은 남자애가 나왔다. 곧이어 긴 다리를 질질 끌면서 아빠 등에 매달린 여자애도 의자에 앉았다.

 

 “시소. 너네 이러다 늦어.”

 

 아빠는 나란히 앉은 두 등을 토닥이며 우유까지 내줬다. 부모님이 강조하는 몇 없는 규칙 중 하나는 아침을 무조건 먹는 일이다.

 

 애칭 시소, 시현과 소현은 3분 터울의 쌍둥이로 아현 보다 두 살 어린 올해 열아홉, 대접받는 고3이다. 아빠는 특급 서비스로 등굣길에 태워다 준다. 물론 것도 7시 50분까지 준비가 끝나야 해주는 일이지만.

 

 아현은 가장 간단하게 아침을 먹으면서도 가장 느긋하다. 설거지를 하고 아침 뉴스를 보며 스트레칭도 했다. 제일 먼저 현관에 나온 아빠는 운동화를 신으며 아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다녀올게.”

 

 문 여는 소리에 바로 시현이 가방을 메고 나와 운동화 끈을 단단히 묶었다. 아현은 시현의 목에 접힌 카라 부분을 펴줬다.

 

 “감사감사.”

 

 일어 난 시현은 저보다 머리통 하나가 차이 날만큼 크다. 우당탕탕, 하는 소리가 나고 곧이어 소현이 리본도 채 매지 않고 끈을 손에 쥔 채 뛰어 나왔다. 대충 신발을 구겨 신고 나가면서도 인사는 잊지 않는다.

 

 “갔다 올게, 언니.”

 “조심하고.”

 “어!”

 

 소현의 말을 끝으로 요란한 아침에서 슬슬 제 일상을 찾으러 욕실로 들어갔다. 늘 그렇듯 엉망진창이었다. 사용한 샤워기는 욕조 안에 덩그러니, 머리카락들은 바닥에 나뒹굴고, 온갖 통들은 넘어지고 거품이 잔뜩 묻은 상태였다.

 

 시소는 몸만 컸지, 하는 건 아직 애다. 아현은 샤워를 하면서 정리도 싹 했다. 머리를 수건으로 감싸 올려놓고 기초화장에 미백 크림을 바르고 눈썹을 채우고 붉은 빛이 도는 립밤을 발랐다. 머리를 말리고는 청소기를 꺼내 집을 한 번 싹 밀고는 옷을 갈아입었다.

 

 아침 9시, 아현의 하루는 집 근처 헬스장에서 시작된다. 위에는 반팔, 아래는 길게 쫙 달라붙는 트레이닝 바지를 입고 러닝머신을 뛰었다. 방학 때문인지 또래의 남자들도 급격하게 많이 늘었다.

 

 원래 1대 1 맞춤 PT를 담당했던 트레이너는 아현에게 인포메이션 알바 할 생각 없냐고 묻기도 했다. 그만큼 아현은 근처에 있는 몇 개의 헬스장에서 이 곳의 경쟁력을 더해주는 존재였다.

 

 2시간의 운동을 마칠 때쯤이면 트레이너는 기다렸단 듯 곁으로 와 물을 건넸다.

 

 “요즘은 술 좀 안 먹나 보네.”

 “좀 쉬고 있어요. 티나요?”

 “얼굴 때깔이 다르다니까.”

 

 엘리베이터 앞까지 나와 트레이너는 인사를 하며 아현을 보냈다. 이것은 작업을 위해서가 아니다. 첫 번째론, 고백해서 차임으로 헬스장에 안 나올 고객 방지 차원이고, 두 번째론, 아현과 같이 투샷으로 잡힌 트레이너의 모습에 승부욕과 의지를 불태우게 하기 위해서다.

 

 집으로 와 한 번 더 샤워했다. 이번엔 아까보다 세 배는 더 많은 단계를 거친 화장을 했다. 머리까지 완벽하게 말리고 고데기까지 감았더니 벌써 두 시간이 지나 있었다.

 

 어젯밤에 골라 놓은 옷 세 개를 입어봤다. 거울 앞에서 앞모습은 물론, 뒷모습과 옆모습까지 확인하며 꼼꼼히 살폈다. 연보라색의 쇄골이 살짝 드러나는 블라우스와 검은색의 A라인으로 퍼지는 면치마를 선택했다. 너무 꾸민 것 같지도 않으면서도 로맨틱한 무드의 옷이었다. 옅은 플로럴 향의 향수까지 뿌리고 집을 나올 때가 거의 세 시였다.

 

 평소였더라면 청바지에 편한 티를 입고 아빠의 가게로 출근이었다. 회사를 다니던 아빠와 전업 주부였던 엄마는 10년 전쯤 업종을 변경했다. 아빠는 주부로, 엄마는 유치원 원장으로. 모두가 다 중학생이 되었을 때 아빠는 직업을 하나 더 추가했다. 갈비집 사장님.

 

 부모님은 긴 시간을 잡고 단단히 준비했고 일은 힘든 고비도 있었지만 지금은 안정 궤도에 오른 상태였다. 방학이 되면서 당연하게 일을 도우러 나갔다. 일주일에 한, 두 번씩 쉬게 해주고 시급도 빵빵하게 쳐줬다. 아빠 보너스 까지 들어오니 그녀로선 괜찮은 알바였다.

 

 버스 안에서 핸드폰을 거울삼아 들여다보며 머리를 귀 뒤로 넘겼다 풀었다 하며, 귀걸이도 하나 할 걸 하고 후회했다.

 

 우주 덕에 클럽에 들어간 날 아현은 인생 첫 클럽 입성의 기쁨과 수많은 모델과 연예인 사이에 있다는 흥분감에 눈이 핑핑 돌아갔다. 기분 내러 마신 술이 좀 과했다.

 

 우주가 불러 준 택시를 타고 돌아가는 길에 문득 핸드폰을 놔두고 온 게 생각이 났다. 다시 돌아가서 화장실도 가보고 클럽 테이블도 살폈는데 없었다. 직원한테 물어봐야 하나 하고 둘러보는데, 누군가 손목을 잡아오며 귓가에 속삭였다.

 

 ‘뭐 잃어버렸어요?’

 ‘아. 핸드폰이요.’

 

 남자는 고갤 끄덕이더니 따라오라고 손짓했다. 아, 감사한 사람이다. 아현은 뒤를 쫓아갔고 남자가 데려간 곳은 커튼으로 쳐져 있는 끝의 룸이었다.

 

 ‘아, 저기.’

 ‘술 한 잔 하고 나면 내가 찾아줄게요.’

 ‘아니, 괜찮아요.’

 

 아현은 조금 뒤로 빠지며 인사하고 몸을 돌리자 남자가 홱 손목을 잡아 돌려 세웠다.

 

 ‘에이. 그냥 가는 게 어딨어요. 그래도 내가 마음에 들었으니까 따라온 거 아니에요?’

 

 아니, 찾아줄 것처럼 한 건 그 쪽이잖아요. —라고 따지고 싶은데 웅웅 시끄러운 클럽에 어쩐지 사람이 다니지 않는 복도는 으슥한 기분이 들었다. 아현은 어깨를 조금 움츠리며 남자에게서 손목을 빼려고 했다.

 

 ‘제가 핸드폰이 급해서.’

 ‘한 잔만 딱 마시고 가요. 내가 진짜 바로 찾아줄게요.’

 

 우주는 입장 전에 카톡으로 연락와선 타인이 권하는 술, 것도 한 잔만 마시라는 술은, 거부하라고 신신당부하고 비싼 술을 시켜줬었다. 그 말이 이제야 귓가를 윙윙 돌았다.

 

 몸을 밀착하며 머리카락을 넘기는 남자의 손가락에 이제 두렵기 시작했다. 소리 지른다고 해도 누가 도와줄까. 아니, 소리 지르는 순간 입을 막으면서 룸에 넣어버리면 어떡하지.

 

 온갖 상상으로 고갤 돌리며 눈을 질끈 감았다 떴는데, 한 사람이 보였다. 느슨하게 내려앉은 조명 때문인지 조금 흐려지는 눈가 때문인지 그 사람이 자꾸 어슴푸레 해졌다. 그 사람은 천천히 다가왔다.

 

 ‘이리 올래요?’

 

 터질 것 같은 음악 소리가 순간 사그라드는 것처럼 느껴졌다. 새끼 고양이라도 부르듯 아주 조심스러운 목소리였다.

 

 ‘뭐야?’

 

 남자가 짜증스레 고갤 돌려봤고 아현은 그 틈에 내밀어진 손으로 달려갔다. 정리된 상황에 남자는 욕을 하며 룸 안으로 들어갔다.

 

 저도 모르게 꼭 붙잡은 손을 놓고 감사합니다, 라고 인사해야 하는데 떨리는 몸은 진정할 줄 몰랐다. 멀미라도 하듯 바닥이 울렁거리고 귀는 멍했다.

 

 ‘많이 놀랐죠?’

 

 지나치게 서늘한 손은 이상하게 안정감을 줬다.

 

 ‘잠깐만 어깨 잡아도 될까요? 택시 타는데 까지 데려다 줄게요.’

 

 아현은 고갤 끄덕거렸다. 곧장 바깥으로 나와 그는 핸드폰을 꺼내 콜택시를 불러줬다. 아, 맞다.

 

 ‘근데, 제가 안에서 핸드폰을 잃어버렸는데.’

 

 기종과 색깔을 물어보곤 ‘잠시 가드랑 얘기 하고 와도 될까요?’하고 정중하게 물었다. 아현은 당황한 얼굴로 꼭 쥐고 있던 손을 얼른 놓았다. 이렇게까지 오래 남자 손을 잡은 적도 처음이었다.

 

 사람들이 웃으며 지나가고 불이 많이 켜진 거리를 보니 좀전에 질식당할 것 같았던 공포가 이상했다.가위 눌린 것처럼 감각이 상실되고 도망갈 수 없다는 마음만 드는 거다.

 

 또 다시 떨리려는 손바닥을 움켜쥐려는데 그 위로 핸드폰이 올라왔다. 제 것과 다른 거였다.

 

 ‘아직 분실로 들어온 건 없는데, 영업이 끝나야 알 수 있대요. 이건 내 폰인데 일단 가지고 가요. 혹시 또 가는 길에 무서울 수 있으니까 친구나 남자친구한테 전화하면서 들어가요. 내일 상황 보고 제가 전화를 할게요.’

 ‘아, 그렇게까지 안 해주셔도 괜찮은데.’

 

 핸드폰이 떨어질까 쥐긴 쥐었지만 전혀 모르는 타인이 베푸는 큰 호의에 어쩔 줄 몰랐다. 택시가 도착하자 그는 차 문을 열어줬다.

 

 ‘얼른 조심히 들어가요.’

 

 아현은 거절할까 고민했지만 아직도 사실 겁이 나 다리가 떨려서 일단은 받기로 했다.

 

 ‘감사합니다.’

 

 그는 손을 저으며 웃었다. 아현은 돌아가는 택시 안에서 핸드폰을 만지작거렸다. 어쩐지 핸드폰이 그의 손처럼 느껴졌다.

 

 카페 앞에 도착한 아현은 한 번 더 거울을 확인하고 실내를 둘러봤다. 제일 안쪽 구석에 모자를 눌러 쓴 사람이 보였다. 삐죽 밖으로 나온 머리카락은 빛처럼 느껴질 정도로 환한 색이다.

 

 조심스럽게 다가가자 조금 숙여진 얼굴이 보였다. 피곤해서 잠든 게 분명한데도 푸석하기는커녕 윤기나 보였다.

 

 그 일이 있고 다음 날 오후 늦게 전화가 왔다. 핸드폰을 찾았다며 괜찮으면 가지러 올 수 있겠냐고 물었다. 아현은 일이 끝나고 늦은 시각에 찾으러 갔다. 얇은 후드 티를 뒤집어쓰고 나온 그는 핸드폰을 돌려줬다.

 

 ‘어젠 진짜 많이 놀랐죠? 미안해요.’

 ‘아니에요, 아니에요. 제가 오히려 죄송하고 감사한데요. 해주신 게 많아서.’

 

 그는 쩔쩔 매는 아현을 보고 어린 양을 보듯 친절하디 친절한 얼굴로 ‘택시 불러줄게요.’라고 말했다. 아현은 주먹을 꼭 쥐고 운동화 안에서 발가락을 오므렸다 폈다 하다 택시가 도착할 때쯤 그를 돌아보며 말했다.

 

 ‘다음에 밥 사드려도 될까요?’

 

 수줍기보단 너무 우렁찼다. 점차적으로 빨갛게 달아오르는 얼굴에 그가 웃음을 터트리며 택시 문을 열어줬다. 망했다. 김아현. 바보. 바보.

 

 ‘번호로 연락해요.’

 

 문이 닫히고 창밖의 그는 손을 살랑살랑 흔들었다. 놀라서 꾸벅 인사를 하려다 유리창에 머리를 박았고 그 모습을 본 그가 또 한 번 웃었다.

 

 “왔으면 깨워도 되는데.”

 

 그는 천천히 눈꺼풀을 깜빡이며 잠긴 목소리를 냈다.

 

 “금방 왔어요.”

 

 20분을 가만히 앉아 기다린 그녀를 아는지 그는 연한 미소를 그렸다.

 

 스물 하나, 아현의 심장에 토끼가 살기 시작했다.

 

 “뭐 먹으러 갈까? 뭐 좋아해?”

 “다 좋아해요.”

 

 토끼는, 버퍼링 걸린 듯 입술에 오래 머금은 글자를 힘겹게 꺼냈다.

 

 “제, 제로 오빠는 뭐 좋아하세요?”

 

 어렵게 뱉은 오빠 소리를 하고 부끄러운 건 왜 자신일까. 평소보다 두껍게 한 화장이 홍조를 가려줄 거라 생각하며 아현은 씩씩하게 고갤 들어올렸다. 오늘 유혹하는 건 나다! 오늘 이 구역에서 가장 예쁘고 매력적인 여자는 나다!

 

 그는 웃었다. 미카엘, 이란 이름은 이런 얼굴에 잘 어울리는 거 아닐까.

 

 “아현이 먹고 싶은 거.”

 

 토끼는, 못 이기겠어요. 항복.

 

 
작가의 말
 

 연애는 타이밍이고, 연애를 잘하는 남자는 곧 타이밍을 잘 잡는 사람 같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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