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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마법의 재등장은 우리들 덕분.
작가 : 아니펜
작품등록일 : 2018.11.12

소꿉친구였던 3명의 소년소녀가 의문의 석판과 새로운 인연들을 만나 모험을 떠나는 이야기입니다.
신비하고 몽환적인 분위기를 좋아하시는 분들에게 추천해요.

 
9. 다시 찾아온 도둑
작성일 : 18-12-15 22:49     조회 : 255     추천 : 0     분량 : 5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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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러 가지 사건들을 겪은 그날 이후로 며칠이 흘렀다.

  본인의 말대로, 샤머니는 시로아의 애완동물이 되어 지내고 있다. 연구 때문이라고 둘러대며 자주 찾아가 감시해보아도 이상한 낌새는 없었다. 시로아가 장사할 때 앞에 누워 뒹굴 거리는 모습을 보면 진짜 평범한 고양이라고 착각할 정도다.

  마법, 마나에 대해선 나름대로 연구를 해봤다. 용어가 다른 것일 뿐 원리 자체는 지금 시대에도 통용될 거란 전제하에 이런저런 가설을 세워봤지만 헛수고였다. 애초에 탈것도 없이 불이 생겨나고, 그 불이 갑자기 물이 되더니 갑자기 얼어버리고, 그 얼음은 전기가 된다니. 불가능하다. 마법이란 개념은 지금 시대에는 통용되지 않는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그래, 그냥 포기했다.

  신화 이전의 시대라는 것도 조사를 해보긴 했다. 당연히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밥 먹고 유물만 찾아다니는 전문고고학자들도 못 찾은 것을 내가 책 좀 들여다본다고 찾을 수 있을 리가 있나. 그리고 애초에 역사라는 건 신화로부터 시작되는 법이다. 시작의 이전이라니, 모순적이다. 지금까지 통용되던 역사관, 종교관을 다 뒤집어 버릴 만큼.

  이 모순이 사실이라 치자. 그럼 또 의아한 것이 생긴다. 오랜 시간이 지나도 시대에 흔적은 남는 법이다. 유물 하나라도 발굴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신화 이전의 시대의 유물은 발굴된 적이 없다(기록상으로는.). 만약 신화 이전의 시대라는 게 정말 존재한다면 뭐 하나라도 발굴돼야 정상이다.

  이러한 의문을 샤머니에게 물어보자 그는 빈정거리며 답했다.

 

  “그 전쟁광년들은 애들이고 건물이고 정말 다 쓸어버렸거든. 그때 다 날아간 거 아니야?”

  “......당신은 사제들이 들으면 뒷목 잡고 쓰러질 이야기만 하네.”

  “사실이니까. 네 질문에 조금 더 덧붙이자면 우리는 너희가 말하는 ‘기록.’이란 걸 거의 하지 않았다. 그래서 더욱 없는 것일 수도 있지.”

  “그럼 문자는 왜 있는 거야? 문자가 있으면 기록을 하는 게 당연한 수순이잖아.”

  “룬 문자는 마법적 도구일 뿐이야.”

 

  문자의 명칭은 ‘룬’인가 보다.

 

  “게다가 마법식은 개인의 중요한 자산이었기 때문에 일부러라도 기록하지 않거나 암호로 기록해 꼭꼭 숨겨뒀지. 누가 보면 그대로 쓸 수 있으니까.”

  “하아....... 힘 빠지는 소리구만.......”

  “성과금 때문에 그러나?”

 

  샤머니가 내가 알려준 적 없는 나에 대한 걸 툭툭 말할 때마다 조금 소름이 돋는다. 아마 시로아의 기억 속에서 본 것이겠지.

 

  “그것도 있긴 한데....... 신기한 게 앞에 가득 쌓여있는데 뭘 알아낼 수가 없잖아.”

  “천성이 학자로군.”

  “그러니까 하고 있지.”

 

  내 대답이 웃겼는지 샤머니는 끌끌 거리며 웃었다.

  그를 지그시 바라봤다. 처음 만났을 때 들었던 경계심은 들지 않았다. 내 마음은 이 말하는 고양이를 일상으로 받아들일 준비를 하는 것 같았다. 아마 베니도 마찬가지겠지. 시로아는 말할 것도 없고.

 

  그게 얼마 무른 생각인지 알게 된 건 며칠 후에 일이었다.

 

 

  * * *

 

  유독 하늘이 흐린 날이었다. 다음 성과보고 때 보고할 만한 연구 거리를 찾고자 서재에서 논문집을 흩어 보고 있었다.

  갑자기 뒷문 쪽에서 무슨 소리가 들려왔다. 인기척 같았다. 경계심 반 ‘마리인가?’ 하는 생각 반으로 뒷문으로 향했다.

  그곳엔 온몸에 성한 데가 없이 비틀거리는 마리가 있었다.

 

  “야! 너 왜 그래!”·

 

  쓰러지려는 마리에게 달려가 부축했다. 가까이서 보니 그녀의 상태는 더욱 심각했다. 오른쪽 눈두덩이는 찢겨서 뜰 수도 없을 만큼 퉁퉁 부어있고 몸에는 자잘한 생채기와 상처가 가득했다. 머리카락은 찢어진 두피에서 흐른 피로 떡이 졌고 온몸에서 며칠은 안 씻은 듯한 고약한 냄새가 났다.

  이런 상황에도 마리는 옅게 웃었다.

 

  “일이 좀...... 있어서.”

  “됐어. 말하지 마. 일단 누워.

 

  마리를 거의 끌다시피 침대에 데려가 눕혔다.

 

  “도대체 뭘 하면 사람이 이 지경이 되냐?!”

  “......마렌의 트집 오랜만이네.”

  “하아, 미치겠네!”

 

  이건 내가 어찌한다고 될 수준이 아니었다. 빨리 의사를 데려와야 한다.

 

  “의사 데려올 태니까 기다려!”

  “잠깐!”

 

  뛰쳐나가려는 나의 소매를 마리가 붙잡았다. 그리고 물었다.

 

  “......믿을 만한 사람이야?”

  “뭐?”

 

  마리는 대답하지 않고 그나마 괜찮은 왼쪽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파란 눈동자엔 불안과 경계심이 고여있었다.

 

  “......믿을 만해. 나랑 친한 형이야. 의술도 출중하고.”

  “......알았어. 부탁해.”

 

  마리가 내 소매를 놓자마자 나는 집을 뛰쳐나갔다. 부딪히는 사람에게 사과할 새도 없이 그래스트 형의 집으로 달렸다.

  그래스트 형의 집에 도착하고, 나는 현관문을 거칠게 두들겼다.

 

  “형! 문 열어요! 빨리!!!”

 

  얼마 안 있어 문이 열리고, 방금 일어난 듯 부스스한 머리를 긁으며 나온 그래스트 형이 물었다.

 

  “갑자기 뭔 일이야?”

  “심각한 환자가 있어요! 빨리 와줘요!”

 

  환자라는 단어를 듣자마자 그래스트형은 풀어진 표정을 다잡았다. 그리곤 “기다려.”라는 말을 남기고 집에 들어갔다. 안에서 ‘우당탕탕!’ 하는 요란한 소리가 들리더니 이내 묵직해 보이는 의술도구가방의 들고 나왔다.

 

  “앞장서.”

  “제집이에요! 빨리!”

 

  집에 돌아오자마자 그래스트 형을 침실로 안내했다. 마리는 의식을 잃은 상태였다. 형은 심각한 표정으로 그녀를 진찰했다.

 

  “목숨 자체에는 크게 위험하지 않아. 하지만 눈 한쪽은 작살났어. 실명할 가능성이 높아. 상처는 보이는 대로고 오른팔은 부러졌어. 게다가 한동안 뭘 못먹은 건지 탈진상태야. 도대체 뭘 하면 사람이 이렇게 되는 지....... 일단 상처부터 치료할게.”

 

  그래스트 형은 상처에 약을 바르고 심한 상처는 꿰맨 다음 오른팔과 머리에 붕대를 감았다. 다친 곳이 워낙 많았던 탓에 치료는 한참이나 계속됐다. 그래스트 형의 이마엔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치료를 마친 그래스트 형이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일단 할 수 있는 건 다했다.”

  “고마워요.”

  “이 사람이 그 금발 여도둑이냐?”

 

  난 고개를 끄덕였다.

 

  “뭐하다 이렇게 된 거야?”

  “저도 몰라요. 갑자기 이 상태로 찾아가지고....... 한동안 보이지도 않더니 갑자기 무슨 일인지.”

  “......일단 알았다.”

 

  그래스트 형은 의술도구를 가방에 도로 넣은 다음 연고로 보이는 약통을 하나 꺼냈다.

 

  “일단 할 수 있는 건 다했어. 깰 때까지 푹 재워. 상처주위는 수시로 닦아주고 이거 발라줘. 일어나면 뭐 좀 든든하게 먹인 다음 나한테 데려와. 상처 소독도 해야 하고 다른 문제가 있을 수도 있으니까.”

  “형, 이 일은 딴 데에는 말하지 말아줘요. 다른 사람을 접근하는 걸 경계하는 것 같았어요.”

  “......알았어. 절집 밖으로 나가는 순간 이 일은 잊을게.”

  “고마워요 형.”

  “의사가 할 일 했을 뿐이야. 난 간다.”

 

  그래스트 형을 배웅하고 다시 침실로 돌아왔다. 마리의 자는 표정은 아까보다는 편해 보였다.

 

  “진짜 종잡을 수가 없는 사람이네.......”

 

  도둑으로 삶을 살다 보면 위험한 일은 꽤 자주 있을 것이다. 마리의 절도담을 들어 보면 대부분이 목숨이 여러 개여도 부족할 일이 많았다. 하지만 그런 것들을 아무렇지 않게 해낼 만큼의 실력이 자신에게 있다고 마리는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그런데 이렇게 됐다는 건 둘 중 하나다. 실수했다거나, 마리의 실력으로도 도저히 불가능한 일을 했거나. 전자이길 바라지만 저 심한 상태와 낮선 이를 경계하던 그녀의 태도로 보아 아마 후자일 듯 했다. 의식을 되찾을 때까진 그녀의 존재를 숨기는 게 좋겠다.

  이불을 덮어주고 방에서 나왔다. 문득 내 몸을 살펴보니 옷 군데군데에 피가 얼룩져있었다. 마리를 부축하다가 묻은 건가. 그뿐만 아니라 침실에서부터 뒷문까지 그녀가 흘린 핏자국이 이어져 있었다.

 

  “......일단 청소부터 할까.”

 

 

  * * *

 

  마리가 일어난 건 3일 후였다. 연구실에서 화학 분말과 식물 분발의 혼합을 실험해 보고 있을 때 방 밖에서 앓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마렌....... 있어......?”

 

  깜짝 놀라 나가보니 마리가 복도의 벽에 몸을 기댄 체 다리를 후들거리며 버티고 있었다. 시체가 걸어 다니는 것 같았다. 서둘러 그녀에게 다가가 부축했다.

 

  “일어났으면 부르지 왜 일어나고 난리야.”

  “힘 없어서...... 목소리가 안 나와.......”

  “자랑이다. 다시 가서 누워.”

  “목말라....... 배고파.......”

  “물 가져다 줄 태니까 일단 다시 가서 누워.”

 

  마리를 다시 침대에 눕히고 물을 가져왔다. 마리에게 컵을 건네자 벌컥벌컥 들이켰다.

 

  “아...... 살겠다.”

  “몸 좀 괜찮아?”

  “......저번보다는. 나 얼마나 잤어?”

  “3일. 상처 때문이 아니라 물이랑 밥 못 먹어서 죽을까봐 슬슬 깨워야 하나 생각하던 참이었어.”

  “엄청 잤네.”

  “뭐 좀 먹을 수 있겠어?”

  “응. 속 쓰리고 힘없어서 뭐 좀 먹고 싶어.”

  “알았어. 죽 좀 끓여줄게.”

 

  부엌으로 가 끓는 물에 쌀을 넣고 자작하게 끓였다. 간은 최소한으로, 마지막으로 달걀 하나를 까 넣어 마구 휘저으며 익힌다. 간단 달걀죽이다.

  쟁반에 물과 함께 올려 침실로 가지고 갔다. 죽 그릇을 건네자 마리는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더 든든한 거 없어?”

  “그 상태에서 고기라도 씹으시게? 이거 먹고 괜찮으면 더 맛있는 거 해줄 테니까 잔말 말고 먹어.”

  “......알았어.”

 

  마리는 부러진 오른팔 대신 왼손으로 수저질을 했다. 자주 쓰는 손이 아닌 데다 기력이 많이 떨어서인지 손이 후들후들 떨렸다. 이불에 죽을 흘린 그녀는 짜증 난다는 표정을 짓더니 결국 나에게 수저와 내밀었다.

 

  “먹여줘.”

  “뭐?”

  “먹기 힘드니까 먹여줘.”

 

  갑작스러운 요구에 당황했지만, 확실히 먹는 게 힘들어 보이긴 했다. 난 부엌에서 의자를 가져와 침대 옆에 앉은 다음, 수저와 죽그릇을 받아 한 수저 펐다. 마리의 입가로 내밀자 입을 작게 벌려 받아먹었다.

  죽을 오물거리는 그녀를 바라봤다. 곳곳의 상처, 부르튼 입술, 머리에 붕대. 그중 당연 눈에 띄는 건 오른쪽 눈이었다. 눈을 뜰 수도 없을 만큼 퍼렇게 부어있던 눈가는 다행히 꽤 가라앉았다. 하지만 세로로 그어진 상처는 여전했고, 그 가운데 있는 눈동자는 원래 가지고 있던 파란빛을 완전히 잃고 희어졌다. 모르는 사람이 봐도 시력을 잃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보기만 해도 심각한 기분이 드는 그녀의 몰골에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마리도 별 말없이 죽을 받아먹었다. 평소에 장난스러운 여도둑은 어디에도 없고 병약한 환자가 있을 뿐이었다. 내 죽을 뜨는 소리와 그녀의 쩝쩝거리는 소리만 방안에 울리기를 수분. 침묵을 깬 건 마리였다.

 

  “......왜 이런지 안 물어봐?”

  “물어도 봐도 돼?”

  “매번 내 무용담을 재밌게 들어놓고 인제 와서?”

  “평소의 유쾌한 이야기가 아닌 처절하고 심각한 이야기일 것 같아서.”

  “그래서 안 궁금해?”

  “당연히 궁금하지.”

 

  마지막 남은 죽을 가득 떠서 내밀었다. 마리는 부르튼 입술 때문에 아파하면서도 꿋꿋이 받아먹었다. 그리곤 자신에게 가장 어울리는,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더 맛있는 거 해주면 얘기해 줄게.”

 

  그녀는 여전히 쇠해 보였지만 그래도 아까보다는 기력을 되찾은 것 같았다. 그게 안심이 돼서 피식 웃었다.

 

  “알았어.”

  “고기로 부탁해?”

  “알았어 알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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