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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나의 가벼운 연애
작가 : 다소다
작품등록일 : 2018.12.8

사랑은 아직 어수룩한 스무 살의 '송이나', 흑역사 속으로 묻은 첫 연애 이후로 항상 그 남자 '서민준'이 있었다. 이것도 일편단심이라고 할 수 있을까? 꼬이는 남자마다 황당 가득한 '강아영' 마음에 드는 남자라면 친구의 애인이라도 상관 없는 '민수연' 인생 마이웨이 '남지혜' 까지, 그들의 입학부터 졸업까지 대학생들의 리얼 현실 연애 스토리 #대학생활 #고무신 #연상연하 #막장 #캠퍼스라이프

 
8화_나쁜 시작은 그녀만 알고 있다
작성일 : 18-12-15 21:16     조회 : 214     추천 : 0     분량 : 7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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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뭐?? 남자친구가 생겼다고?”

 “응... 그렇게 됐어”

 아영이 부끄러운 듯 대답했다.

 

 “언제?? 누군데? 이렇게 갑자기? 네가 남자가 어디 있어”

 “얼마 안 됐어 저번 주인가? 이번에 교양 수업 같이 듣는 오빠야”

 “몇 살?”

 “나보다 2살 많아. 음... 아직은 그냥 그래”

 “너 또 그 오빠가 먼저 사귀자고 했지?”

 “나쁘지 않아. 어차피 솔로인데 한 번 만나보지 뭐”

 심드렁하게 말하는 아영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야 연애를 왜 그렇게 해. 진짜 좋아하는 사람하고 만나야지!!

 막 그 사람만 생각하면 설레고, 두근두근하고... 웃음이 나오고!!“

 “뭐래 사귀면 여자 친구로서 도리만 해주면 되지 뭐”

 “으으... 아무튼 이해 안 돼 강아영 진짜”

 “너나 잘 하세요~~ 난 바로 수업, 넌 집으로 갈 거야?”

 다른 건물로 이어지는 갈림길에서 아영이 말했다.

 

 “난... 후후. 갈 곳이 있지!”

 짠하고 손을 펼치며 나는 운동장을 가리켰다.

 

 “아... 그래 잘 가라”

 “아 왜왜왜왜 어디 가냐고 물어봐 줘”

 질색하는 표정으로 아영이 한 마디 물어봐 준다.

 

 “...죽는다 진짜. 귀여운 척 하지 말라고. 민수연 닮아 가냐?

 뻔하지 뭐, 너 어차피 ‘피닉스’ 가는 거 아냐?”

 “헤헤.. 맞아. 아, 재혁이가 너 소개팅 시켜준다고 했었는데”

 “됐어 나 남친 생겼다 그래”

 “알았어. 수업 잘 갔다 와~ 이따 봐”

 

 “야 김파덕! 벌써 왔냐~”

 운동장으로 내려갔더니 벤치에 앉아 신발 끈을 묶고 있는 재혁이 보였다.

 재혁인 이번에 우리 과에 입학한 신입생이다. ‘피닉스’는 경영학과 축구 동아리고,

 엠티 때 같은 방이었는데 축구부 매니저를 뽑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지원해 버렸다.

 재혁의 등을 툭 치며 아는 척을 하자 화들짝 놀란다.

 

 “아 누나 아프다고~ 그리고 그렇게 부르지 말라니까요”

 “뭐가 아파 엄살부리지마~ 이것 봐라~”

 나는 고라파덕 스티커를 내밀었다.

 

 “와~ 내가 진짜 이거 구하기 힘들었다?”

 나는 재혁의 옆에 놓여 있던 휴대폰 뒤에 스티커를 붙였다.

 

 “귀엽지? 선물~”

 “아 뭐하는 거에여~ 내놔요~”

 재혁은 내 손에서 휴대폰을 낚아채더니 내가 붙인 스티커를 내려다본다.

 

 “너랑 진짜 닮았다니까? 완전 똑같이 생김 크크 우리 김파덕씨 오늘도 벤치입니까?”

 “아니거든여 오늘은 나가요”

 재혁인 휴대폰에 고라파덕 스티커가 붙어진 채로 가방에 집어넣었다.

 

 “누나 오늘 시합 이기면 맥주 사줘요”

 “지면 네가 사는 거다?”

 끄덕이며 운동장으로 달려가는 재혁의 뒷모습이 훈훈하다.

 고라파덕 닮은 주제에 또 키는 크단 말이야. 역시 남자는 키가 중요한가?

 아냐! 민준인 키가 작아도 완전 귀엽잖아!

 괜히 민준이 생각나서 혼자 헤벌쭉 웃었다. 저번 면회를 다녀온 뒤로 민준이

 나를 대하는 게 상냥해져서 다시 사귀고 있는 기분도 들었다.

 

 학교 선배라고 한 것도 서운하다고 슬쩍 말했더니 선임이 최근에 여자 친구랑

 헤어져서 어쩔 수 없었다고 미안하다고 했다.

 그래서 다음 휴가 때 맛있는 거 사주기로 용서해주기로 했다. 헤헤

 

 “이나야~”

 나를 부르는 소리에 돌아보니 민지 언니가 벤치 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어! 언니~ 안녕하세요~!”

 “매니저 잘 하고 있어?”

 “에이 뭐.. 운동장 예약 하고, 물이나 좀 사오는 거죠 뭐”

 “잘하고 있네. 내 뒤를 이어서 열심히 하도록”

 “언니 매니저 할 때는 시합 한 달에 몇 번 했어요?”

 “음.. 많으면 한 달에 두세 번? 시험기간에는 안 해”

 “아~ 그렇구나. 오늘 시합이 중간고사 끝나고 처음이긴 해요”

 “쉬엄쉬엄해. 아, 그러고 보니 너 민수연이라고 알지?”

 “네 제 룸메에요~ 언니도 수연이 아세요?”

 

 “아아..너 룸메였구나 어쩐지~ 저번에 너랑 같이 있는 거 본 것 같아서,

 내 친구 중에 화학과가 있는데 걔가 과에서 소문이 좀 안 좋다더라“

 “네에? 왜요??”

 “음... 나도 들은 얘기라서 자세히는 모르고, 남자가 자주 바뀐다나?

 그런 거 있잖아. 남자 앞에서만 행동 좀 달라지는 애들.

 그래서 여자애들 사이에서는 평판 진짜 안 좋던데? 화학과에서는 유명하다더라“

 “에이~ 걔가 원래 술을 좋아해요. 그런 건 아닐 거예요”

 “하긴~ 네가 같이 사니까 더 잘 알겠지 뭐~ 그냥 들리는 소문이 그렇다고

 갑자기 너 보니까 생각나서 얘기 했어~ 난 이제 슬슬 수업 가야겠다“

 “이제 좀 있으면 5신데 무슨 수업이 있어요?”

 “교수님이 저번에 휴강 한 거 보충 한대...”

 “헐.. 최악... 설마 윤 교수님..?”

 민지 언니는 슬픈 눈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고생해~ 갈게...”

 “넹... 언니 힘내세요.. 다음에 같이 술 한 잔 해요~!!”

 나는 팔을 붕붕 흔들며 언니를 배웅했다.

 

 “아 시끄러워서 경기에 집중을 못 하겠네”

 재혁이 수건을 내 목에 걸으며 말했다.

 “어? 벌써 전반전 끝났어? 악 땀 냄새 쩔어 진짜”

 “땀 냄새 안 나거든여~ 저 아까 골 넣는 거 봤어요?”

 “진짜? 그러네. 1:0이네?”

 “명색이 매니저이신 분이 경기도 안 보고 그러면 됩니까?”

 “아까 민지 언니 놀러 와서... 네가 넣은 거야?

 “당연하죠. 오늘 이기면 누나가 맥주 산다고 했어요. 잊지 마요”

 “알았다고~ 이기기나 해~”

 재혁이 두고보라는 표정으로 다시 운동장으로 달려간다.

 아씨.. 돈 없는데....

 

 .

 

 재혁인 후반전에 한 골 더 넣었고, 상대편의 자살골까지 더해져 진짜 이겨버렸다.

 벤치 김파덕이 언제부터 이렇게 축구를 잘 했지...?

 선배가 된다고 갑자기 돈이 많아지는 것도 아니던데,

 나 1학년 때 선배들은 도대체 돈이 어디서 나서 우리들 밥을 사 줬을까

 

 나는 왜 신입생일 때도 선배일 때도 돈이 없는가...

 돈에 대한 원초적인 고뇌에 빠져 있는데, 재혁이 운동장을 정리하고 신나서 뛰어온다.

 

 “봤죠? 봤죠? 오늘 맥주!!”

 “...이겼는데 축구부 회식 하지 않을까?”

 회식 하러 가라 제발...

 

 “마침 오늘 형민 선배님이 일이 있다고 해서 내일 하기로 했어여”

 “아 치밀한 새끼... 너랑 나랑 둘이 가?”

 “그럼 다른 축구부 애들 다 부를까요? 어차피 누나가 살 건데”

 “아... 안 돼... 그래도 둘이 마심 무슨 재미야”

 “그럼 규현이 부르죠 뭐, 야 규현아 오늘 이나 누나가 맥주 산대 갈래?”

 신발을 갈아 신고 있던 규현이 즉각 대답한다.

 

 “콜! 당연히 가야지~ 아싸 누나가 웬일이래?”

 “나랑 내기해서 졌거든. 저 많이 마셔도 되죠?”

 “네가 마셔봤자지 술도 못 먹으면서. 가자! 누나가 쏜다!!”

 라고 큰소리는 쳤지만 내 손은 몰래 문자를 보내느라 바빴다..

 

 「깡...수업 끝나면 후문에 맥팡으로 와주라.. 나랑 이규현하고 김재혁 있음

 내가 쏘는 건데 돈이 없어ㅠㅠ 나 대출 좀ㅠㅠ」

 「대신 이번 주 설거지 너, 플러스 빨래」

 「아 너무해! 나 저번 주도 수연이가 빨래 안 해서 내가 했단 말이야」

 「그건 저번 주고, 나 안 간다?」

 「아닙니다 하겠습니다」

 

 규현과 재혁, 나는 후문 앞 맥주집 맥팡에 자리를 잡았다.

 그러고보니 김재혁이랑은 언제부터 이렇게 친해졌지

 

 “아 조금 있다가 내 룸메 잠깐 와도 돼? 너네도 아는 애야”

 “아영 누나요????”

 규현이 눈을 반짝였다.

 

 “어..? 어 같은 과잖아. 왜? 아영이한테 관심 있니”

 “아니.. 뭐.. 아영 누나 얼굴도 예쁘시고.. 성격도 좋아 보이셔서..

 그리고 되게 착할 것 같아요”

 하이고오 강아영이 착하 댄다. 이렇게 또 하나의 희생양이 생기는 건가

 

 “어? 아영이 이제 수업 끝났나 보다. 규현이 너 나갔다 올래?”

 나는 막 도착한 아영의 톡을 보고 말했다.

 

 “네? 제가요?”

 “선배님 오시는데 친히 모셔 와야지 너도 있다고 말했으니까 아영이도 알 거야.

 수업 자대 건물이니까 아마 쪽문으로 나오지 않을까?“

 “넵! 제가 금방 모셔오겠습니다~!”

 규현은 싱글벙글 하며 후다닥 뛰어 나가고 나는 혼자 웃으며 맥주를 홀짝였다.

 

 “뭔 엄마 미소로 웃고 있어여?”

 “규현이가 아영이한테 관심 있어 하는 게 보여서”

 “아영 누나 소개팅 시켜 주려던 게 규현이었는데, 규현이가 아영 누나 얘기 예전부터 했거든여”

 “아영이한테 물어봤는데 남친 생겼다고 필요 없대”

 “헐 대박 누나 남친 생겼대요? 헐”

 “뭐... 오래 사귀 진 않을 것 같으니 규현이한테 다음을 노려보라 그래”

 “아 그 새끼 상처 받겠다. 불쌍”

 “그러게 크크 귀엽네”

 “누나가 더 귀여워요”

 라고 말하며 재혁이 슬쩍 눈을 피한다.

 

 “너 자꾸 선배한테 기어오른다? 쪼끄만 게”

 “제가 누나보다 훨씬 크거든요”

 “그러고보니 너 키 진짜 크더라. 180 넘지?”

 “186입니다!”

 재혁이 으쓱거린다.

 

 “우와 좋겠다. 나는 160도 안 되는데...”

 “꼬맹이네 꼬맹이”

 “죽는다! 어? 손도 되게 크네? 줘 봐”

 재혁이 손을 내밀자 나는 재혁의 손바닥 끝에 맞춰서 내 손을 맞댔다.

 

 “우와 너 손 진짜 크다 이것 봐”

 나는 재혁과 손을 마주한 채로 호들갑을 떨었다.

 재혁의 손은 내 손가락 끝에서 한 마디나 더 컸다.

 문득 민준이 생각났다. 그렇게 크지는 않았지만 항상 따뜻했다.

 같이 손을 잡고 걸었던 기억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마음이 살짝 아렸다.

 

 “어 뭐야 너네 둘!!? 딱 걸렸어”

 마침 규현과 들어오는 아영이 말했다.

 

 “어? 깡 왔어? 어떻게 둘이 잘 만났네? 야 이것 봐 김파덕 손 진짜 커. 너도 대봐”

 “오~ 그러게 손 진짜 크다. 근데 얘 왜 파덕이야?”

 “고라파덕 닮아서”

 “진짜네? 악 고라파덕”

 아영이 배를 잡고 깔깔댄다. 그렇게 우리는 그냥 웃고 떠들며 맥주를 마셨다.

 내 하루에 민준인 곁에 없었지만 항상 그는 내 곁에 있었다.

 

 .

 .

 

 “어디 보자.. 회비 안 낸 사람이.. 으이그 파덕 내가 이럴 줄 알았다”

 회비 걷는 일을 맡게 된 나는 수업이 끝나고 집에 가는 길에 전화를 돌렸다.

 

 “여보세요? 야! 너 ‘피닉스’ 회비 안 냈지?”

 “아 맞다.. 깜빡했다”

 “언제 낼 거야~ 어제까지 였잖아~ 빨리 내놔”

 “와~ 이 누나 삥 뜯네. 누나 어디에요?”

 “나 지금 집 가는 중”

 “어? 저 지금 후문인데, 누나 후문 지났어요?”

 “방금, 너도 후문이야?”

 “저 여기 토스트 집 앞이요”

 “음... 아! 보인다!”

 나는 전화를 끊고 건너편에 있는 재혁에게 이쪽으로 오라고 손짓했다.

 한 걸음에 내 앞으로 달려온 재혁이 말한다.

 

 “와~ 누나도 바로 코앞이면서.. 그렇게 손만 까딱까딱 하면 제가 가야 돼요?”

 “왔으면서 말이 많아~ 선배가 오라면 와야지요~”

 “선배는 무슨, 진짜 조그만 게..”

 재혁이 중얼거렸다.

 

 “뭐래~ 다 들리거든~ 빨리 회비나 내놔 3만원”

 손을 내밀자 재혁이 투덜거리며 말했다.

 

 “아 저 방에 지갑 두고 왔는데, 지금은 2천원 있는데요. 이거라도 드릴까요?”

 “아오 그럴 거면 왜 불렀어”

 “누나 급하면 같이 가요 잠깐 우리 집 들르면 되지”

 “에휴 귀찮게 진짜”

 “대신 주스 사줄게여 나 2천원 있으니까”

 “김파덕 진짜... 내가 한 번 봐준다. 난 키위”

 난 키위 주스를 입에 물고 쫄래쫄래 재혁일 따라갔다.

 재혁이 사는 곳은 우리 집이랑 5분정도 떨어져 있었다. 우리 학교는 기숙사가 별로 없어서

 나를 포함해 자취하는 학생들이 꽤 많았다.

 

 어느덧 재혁의 집 앞이다.

 

 “오~ 집 좋다 너넨 도어락도 있네”

 “누나네 집이 별로 같은데여”

 “열쇠도 나름 좋아”

 나는 주렁주렁한 열쇠고리를 보여줬다.

 

 “애도 아니고... 계속 거기 서 있을 거에여?”

 신발도 벗지 않은 채 현관에 서 있자 재혁이 물었다.

 

 “나 너한테 회비만 받음 되는데?”

 “그러지 말고 잠깐 들어와요 이거 드실래요?”

 재혁이 책상 위에 있는 빵을 건넨다.

 

 “무슨 빵인데?”

 “어제 산거에요. 크림치즈”

 “그래 특별히 맛만 보지 뭐~”

 “누나 잠깐만요 저 가방 정리 좀 하고, 잠깐만 앉아 계세여”

 “그랭 나 오늘 수업 끝나서 널널해”

 나는 바닥에 철푸덕 앉아서 빵을 야금야금 뜯어 먹었다. 흐음~ 남자 방 치고는 깨끗하네.

 우리 집보다 깔끔한 것 같은데? 이번 주말에는 대청소 좀 해야겠다.

 

 “누나”

 “응?”

 어느새 재혁이 내 옆에 바로 앉아 있다.

 

 “아 깜짝아. 왜, 저리가”

 “이나 누나”

 “...?”

 재혁은 조금 주저하다가 이내 마음을 굳힌 듯 말을 이었다.

 

 “저 누나 좋아해요”

 “어...?”

 “저 누나 좋아한다구여 누난 저 어때요?”

 솔직히 재혁이 나한테 호감이 있다는 걸 모르지는 않았다.

 그치만 이렇게 갑자기 고백할 거라고는 예상 못했다.

 

 “어... 음...”

 “누나 남자 친구 있어요?”

 “...없지”

 순간 머릿속에는 민준이 생각났지만 남자친구라고 해도 되나 싶어서 말을 흐렸다.

 

 “누나 저 싫어요?”

 쉽게 대답을 못하고 어버버 거리고 있자 재혁이 묻는다.

 

 “아니 싫어하진 않는데...”

 “그러면 저랑 사귈래여?”

 재혁이가 싫은 건 아니다. 좋은 애니까... 근데 사귄다거나 그렇게까지 생각해 본 적은 없다.

 내 마음 속에는 항상 민준이가 있었으니까.

 

 “조금..생각해 봐도 돼?”

 재혁인 말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둘은 서로 잠시 아무 말도 안 하고 있었다.

 어색한 분위기를 깨려는 듯 재혁이 먼저 말을 꺼낸다.

 

 “여기 회비여”

 “응... 바로 대답 못 해서 미안, 이만 가 볼게”

 나는 재혁의 손에서 회비를 낚아채 듯 챙겨서 바로 나왔다.

 으으.. 어쩌지...

 집에 가서 옷도 안 갈아입고 침대에 누워서 머리를 싸매고 있는데 휴대폰이 울렸다.

 민준이다.

 

 “여보세요?”

 “누나~ 뭐해”

 “나? 음.. 나 수업 끝나고 집에 와서 멍 때려”

 “뭐야 그게 왜 멍 때리고 있어”

 가볍게 쿡쿡대며 웃는 민준에게 나는 물었다.

 

 “준아 너는 혹시 내가 남자친구 생기면 어떨 것 같아?”

 “생기면 생기는 거지 뭐~”

 “그게 뭐야~ 나 남자친구 사귀어도 돼?”

 “그걸 왜 나한테 물어봐”

 “나 사실 아까 고백 받았다? 근데 아직 대답 안 했어.. 어떻게 할까?”

 “누나 마음대로 해”

 심드렁한 민준의 반응에 맥이 빠진다.

 

 “..너는 내가 다른 사람 만나도 아무렇지 않아?”

 “나랑 무슨 상관이야 누나가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거지”

 “나 그럼 사귄다? 진짜 사귀어?”

 “좋으면 사귀던가”

 “... 그래 알았어”

 “나 이제 들어가 봐야 돼. 잠깐 목소리나 들으려고 전화 한 거야. 끊는다~”

 

 뚜---뚜---

 

 툭 끊긴 전화에 망치로 머리를 맞은 것 같았다. 아무런 동요가 없는 민준의 태도에 화가 났다.

 조금이라도 질투해 주지... 사귀지 말라고 해주지...

 그러면 나는 준이 네가 제일 좋다고, 다른 사람은 필요 없다고

 애초에 사귈 마음도 없었어 라고 했을 텐데...

 

 이런 식으로 말한다 이거지?

 

 ...서운해...

 

 두고 보자 어디, 내가 못 사귈 줄 알고?

 나는 바로 재혁을 불러냈다.

 

 “재혁아 우리 사귀자”

 

 .

 .

 .

 

 “그래서? 그렇게 사귄 거야?”

 지혜의 질문에 나는 민망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와~ 김재혁은 이거 알아?”

 “아니 절대 모르지! 너네한테도 이 얘기 처음 하는 거야”

 

 “걔 어디서 그거 알아서 민수연이랑 잔 거 아냐?”

 “야 그걸 어떻게 알아 그리고 여친 친구랑 잔 새끼가 더 너무한 거 아니냐?”

 “내가 보기엔 너네 다 똑같거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아영이 조용히 말했다.

 뭐라 변명 하려다 할 말이 없던 나는 조용히 김치찌개만 먹었다.

 

 “깡 라면 다 익었다. 먹을래?”

 “오 좋아좋아. 이거 얼마랬지?”

 “3900원, 이렇게 팔아서 남나? 근데 고기는 좀 질기다”

 지혜가 아영의 그릇에 라면을 건져준다.

 그러면서 주제는 재혁에서 술안주로 자연스럽게 넘어가 버렸다.

 

 그 때 나는 재혁이 어떤 심정으로 내게 고백 했을지, 내가 사귀자고 했을 때 어땠을지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변명 할 여지도 없다. 그냥 내가 이기적이었고, 내가 나빴다.

 이제 와서 나의 잘못을 깨달아 봤자 이미 지나갔고 그와는 만날 수 없다.

 

 지금은 서로에게 상처만 주고 헤어졌지만,

 같은 마음이 아니었던 그 때 나의 고백은 끝까지 몰랐으면 좋겠다.

 

 시간이 흐른 지금, 우리의 상처가 조금은 무디어졌기를 기도해 본다.

 
작가의 말
 

 3900원 안주 술집 예전에 갔었는데 지금도 있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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