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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매화가 진 자리
작가 : 백아
작품등록일 : 2016.8.4

마법이 세상이 나오고, 푸른 매화 깃발이 대륙을 뒤덮었다.
'현존 최강의 마법사'라는 그라함. 그의 제자가 된 켄홀리 타윈. 망해버린 나라의 왕족 천주윤.
전설 속 최강의 마법이라는 세 가지 마법. 그 중 마지막 세번째 마법을 찾아라!

 
3. 황제(皇帝) - 현상금 (3)
작성일 : 16-09-20 15:54     조회 : 401     추천 : 0     분량 : 7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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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주윤과 왕수문은 묵었던 곳에서 약간 떨어진 여관의 작은 창고에 숨어 있었다. 짐들은 모두 그곳에 있었고, 굉장히 좁은 곳이었지만 방위군들의 혹시 모를 수색이 있을 까봐 쉽게 나가지 못했다.

 천주윤이 꾸벅꾸벅 조는데 안으로 둘을 구해준 주인아저씨가 들어왔다.

 “불편해도 조금만 참으세요. 여기 옥수수입니다.”

 그가 찐 옥수수 두 개와 물 두 잔을 바닥에 내려놓으며 말했다. 천주윤이 고개를 약간 숙여 인사하며 옥수수를 하나 집어 들었다.

 “저희가 달갑지 않을 텐데 어째서 이렇게 도와준 겁니까?”

 천주윤의 옆에 있던 왕수문이 굳은 표정으로 주인아저씨를 향해 물었다. 확실히 잘 이해가 되지 않는 선의였다. 라일은 이 도시 사람들에게 있어서 구세주 같은 존재. 그를 잡으러 온 자신들을 이렇게 잘해줄 이유가 없었다.

 주인아저씨가 나가려다 말고 천주윤과 왕수문을 바라봤다.

 “죽어가는 사람을 보고도 모른 척 할 정도로 매정했다면 우리 도시 사람들이 이렇게 살지도 않았을 거요.”

 주인아저씨는 대답을 듣지도 않고 창고 밖으로 나가버렸다. 가만히 앉아 있는 왕수문에게 천주윤이 옥수수 하나를 건넸다. 왕수문은 머뭇거리다가 옥수수를 받아 한 입 물었다.

 

 에릴로의 성문은 닫힐 일이 없었다. 경비도 그리 심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날은 유독 성문마다 열 명 정도 되는 수의 방위병들이 지키고 서있었다.

 일환과 타윈, 자단이 근처 숲에 숨어 성문을 지켜보고 있었다.

 “너희들 제법 빠르구나.”

 먼저 말을 타고 갔던 일환은 타윈과 자단이 제법 빨리 쫓아오자 감탄하며 말했다. 타윈이 약간 짜증스러운 표정을 지었지만 숨이 차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자단도 거의 땅바닥에 눕다시피 한 상태였다.

 “음, 나올 때보다 훨씬 삼엄해졌어. 우리를 의식한 건가.”

 일환이 중얼거리며 성문을 바라봤다. 타윈이 숨을 대충 고른 뒤 일어났다.

 “몇 명 되지도 않는데 얼른 쓸어버리고 안으로 들어가자.”

 “제 생각도 같습니다. 형님.”

 자단도 덩달아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일환 또한 뾰족한 방법이 없었다. 천주윤이 잡혔을 지도 모르는 상황인 만큼 최대한 빠르게 움직이는 것이 좋을 터였다. 일환도 고개를 끄덕이고 일어나는데, 뒤에서 말발굽 소리가 들려왔다.

 셋이 잔뜩 경계하며 뒤를 돌아봤다. 말을 타고 나타난 것은 라일의 진채에서와 마찬가지로 여관 주인아줌마였다.

 “이 아줌마는 참 생각지도 못한 타이밍에 계속 등장하네.”

 타윈이 툴툴대는 사이 주인아줌마가 앞까지 와서 내렸다.

 “좀 사람 말을 끝까지 듣고들 가요.”

 “그게 무슨 소리야, 아줌마.”

 타윈이 살짝 인상을 쓰며 물었다.

 “그쪽 일행들은 우리 옆 여관 주인장이 다른 여관으로 몰래 숨겨 놓겠다고 했어요. 그리고 지금 성주가 비상시 동원하는 병력까지 총 동원했어요. 안에 방위군만 백 명이 넘을 걸요.”

 주인아줌마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 말에 일환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그럼 왕제 저하는 지금 무사하시다는 말입니까?”

 “그 인간이 잘 했으면···. 무사하겠죠? 그보다 지금 성 안으로 들어가면 안 돼요. 다 죽어요.”

 “하하, 도적놈들한테도 졌던 방위군 놈들이 뭐가 무서워서.”

 주인아줌마의 말에 타윈이 웃으며 말했다.

 “그때는 기습에, 저희가 성문을 열어줘서 그런 거였죠! 제대로 싸웠다면 라일 씨는 성 안으로 들어와 보지도 못했을 걸요. 아니, 그 이후라도 성주가 제대로 라일 씨와 싸울 마음만 먹었어도···.”

 “걱정 마, 걱정 마.”

 타윈이 손을 휘휘 저으며 성문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일환과 자단도 그 뒤를 따랐다. 일환이 타윈의 옆으로 다가갔다.

 “이봐 타윈. 너는 될 수 있으면 싸우지 마라.”

 “엥? 일환 형님. 왜 그래. 내 실력 못 믿어?”

 “아니. 네 실력을 아니까 이런 말 하는 거다. 네가 나서면 사람들이 몇이나 죽을 거야.”

 “요즘 같은 때에 사람 한 둘 죽는 건 별 일도 아니잖아.”

 타윈이 능청스러운 표정으로 말했지만 일환은 대답이 없었다. 오히려 타윈을 앞서, 성문 쪽으로 달려갔다.

 “저, 적이다!”

 방위병 하나가 소리쳤다. 그러나 그들이 준비를 채 하기도 전에 일환은 바로 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전광석화와 같은 움직임. 순식간에 병사들 무리 안으로 뛰어들어 상대를 베어 넘기고 있었다. 내공을 사용하지 않았음에도 그의 검술은 신기와 같았다.

 뒤이어 달려온 자단이 그 커다란 주먹으로 방위병들의 얼굴을 우악스럽게 후려쳤다. 타윈이 도착했을 때는 이미 상황 종료.

 “우씨. 뭐야. 난 할 것도 없네.”

 “그렇게 여유 부릴 때가 아니다. 다른 여관 어디에 모셨는지 물어봤냐?”

 툴툴 거리는 타윈을 향해 일환이 물었다. 타윈이 고개를 젓는데, 뒤에서 언제 쫓아왔는지 주인아줌마가 불쑥 튀어나왔다.

 “리 여관이라는 곳에 모셨어요. 날 따라와요.”

 “아이, 깜짝이야···. 이 아줌마 기척도 없이···. 사실 엄청 싸움 잘 하는 거 아니야?”

 타윈이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앞서 가는 주인아줌마를 쳐다봤다.

 

 에릴로 성내, 게르 자작의 저택-

 웬만한 사람들의 집보다 큰 방 안에 방위군 지휘관이 들어와 허리를 숙였다.

 “성주님. 성 밖으로 나갔던 셋이 방금 북문을 통해 들어왔다고 합니다.”

 “뭐? 성문 지키던 놈들은!”

 “모두 부상을 입었습니다.”

 “이런 멍청한 놈들을 봤나. 빌어먹을···.”

 “어떻게 할까요. 당장 수색 실시할까요?”

 지휘관의 물음에 게르 자작이 잠시 고민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 아니야. 방위병들 전부 여기로 불러. 저택 수비에 전력을 다한다.”

 “예?”

 “못 들었어? 방위군 전부 저택 수비에 투입시키라고! 방위병들 수색하는 사이에 놈들이 날 노리고 여기로 오면 어떻게 하냔 말이야!”

 “아, 알겠습니다.”

 지휘관이 차렷 자세로 경례한 뒤 방을 나갔다.

 

 에릴로 성내, 리 여관-

 “저하, 왕제 저하!”

 일환이 여관으로 들어오는 동시에 천주윤을 소리쳐 불렀다. 그 소리를 들었는지 창고 문이 열리고 천주윤과 왕수문이 고개를 내밀었다.

 “일환!”

 천주윤이 활짝 웃으며 창고 밖으로 나왔다. 일환이 천주윤을 향해 허리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왕제 저하를 지키는 것이 제 임무인데···.”

 “그래. 이 죄는 앞으로 공을 세워 갚도록.”

 대답한 것은 왕수문이었다. 일환은 왕수문의 말을 가볍게 씹고, 구해준 여관 주인아저씨에게 다가갔다.

 “고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됐수. 어서 성을 떠나슈.”

 일환의 감사 인사에 주인아저씨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 그때 타윈이 살벌한 미소와 함께 입을 열었다.

 “이대로 갈 순 없지. 복수를 해야겠지?”

 “엥? 복수? 설마 너···.”

 타윈의 말에 옆에 서있던 자단이 불안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타윈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네가 생각하는 그거 맞아. 이대로 빈 손으로 돌아갈 수야 없지 않겠어?”

 “방법이 있나?‘

 이번엔 일환이 물었다. 타윈이 자신의 손바닥을 펼쳐보였다.

 “형님. 내가 누구야. 타윈이야, 타윈. 안에 방위병에 몇이 있던, 내가 집을 날려 버리면 되잖아.”

 “뭐? 집을···, 날려?”

 “이건 마나를 너무 많이 소모해서 안 쓰려고 했는데···. 잊었어? 전설의 대마법사 그라함이 사용하는 최강이라 불리는 마법은 하나가 아니라 둘이라고.”

 “서, 설마···. 라코타홈···.”

 일환이 침을 꿀꺽 삼키며 중얼거렸다. 타윈이 뿌듯한 표정으로 하하 웃으며 여관을 나갔다.

 “저하. 저하는 여기 계시지요.”

 일환이 천주윤을 보며 말했다. 그러나 천주윤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같이 가자. 너희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어떻게 해.”

 “저하. 무슨 일이 생겨도 저쪽이 아니라 저희한테 생길 것 같지 않습니까?”

 천주윤의 말에 왕수문이 불쑥 튀어나와 말했다. 천주윤은 헛기침을 하며 못 들은 척했다.

 

 다섯 명은 해가 떨어질 때까지 저택 근처의 찻집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안에는 딱 보기에도 꽤 많은 병사들이 있는 것 같았다. 입구에 부터 열 댓 명의 방위병이 칼을 찬 채 지키고 서있었다.

 어느덧 해가 떨어지고 주변이 어두워지자 다섯이 찻집 밖으로 나왔다.

 “어쩔 거냐. 라코타홈···. 쓸 거냐?”

 일환이 불안한 표정으로 옆에 타윈에게 물었다. 타윈도 약간 내키지 않는 표정이었다.

 “이걸 쓰면 건물이 무너질 텐데···. 그러면 돈은 어쩌지···. 형님. 건물이 무너져도 어느 정도는 찾을 수 있겠지?”

 “···.”

 타윈의 말에 일환은 말문이 막혔다. 그때 말발굽 소리에 땅이 흔들렸다. 전쟁이라도 난 것 같은 요란한 소리. 저택 입구를 지키던 방위병들도 그 소리에 당황한 표정이었다. 타윈과 천주윤 일행이 얼른 골목으로 몸을 숨겼다.

 “감히 약속을 어기고, 우리를 죽이려 한 성주, 드랑 핑 게르를 죽인다!”

 라일의 목소리. 머지않아 등장한 것은 수십 명의 기병 아니, 마적들이었다. 입구를 지키던 방위병들은 말에 치이고, 마적들의 칼에 맞아 쓰러졌다. 입구가 뚫리고 마적들이 저택 마당으로 진입하자 타윈과 천주윤이 골목 밖으로 나왔다.

 천주윤이 놀라서 멍한 표정을 짓고 있는 것과 반대로 타윈은 얼굴에 웃음이 퍼졌다.

 “좋아, 좋아. 마적들이 도움도 되네. 일환 형님. 우리도 들어가자고!”

 타윈이 앞장서서 저택으로 뛰어갔고, 나머지도 어쩔 수 없이 뒤를 따랐다.

 

 “성주님! 큰일입니다. 마적들이 저택으로 들이 닥쳤습니다!”

 “뭐, 뭐? 그 멍청한 놈들이 마적을 토벌 못했단 말이야?”

 지휘관의 보고에 게르가 깜짝 놀라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육중한 몸을 엄청난 속도로 움직여 서랍과 금고의 돈을 챙기기 시작했다.

 “서, 서둘러. 일단 뜨자고.”

 게르가 커다란 가방에 돈을 최대한 쑤셔 담아 등에 멨다. 지휘관이 칼을 뽑아 게르를 엄호했다. 그때 누군가 둘의 앞을 막아섰다.

 “어딜 가시나. 게르 자작.”

 칼 하나에 부하도 없이 라일 혼자 복도를 지키고 서있었다.

 “너, 너는···. 이 마적놈이 감히, 내가 누군 줄 알고···. 지휘관! 어서 저놈을 죽여!”

 게르의 명령이 떨어지기 무섭게 지휘관이 앞으로 나섰다. 지휘관이 들고 있는 칼자루에도 마법석이 하나 빛나고 있었다.

 “듣자하니 네가 바람의 마법석을 쓴다던데.”

 지휘관이 라일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라일이 긴장한 표정으로 칼을 겨눴다. 둘 사이의 팽팽한 긴장감. 그리고 먼저 움직인 것은 라일이었다. 라일이 허공에 칼을 휘둘렀다. 칼에서 뿜어져 나온 바람은 초승달 모양의 형체가 희미하게 보이는 듯했다.

 지휘관이 높이 뛰어 올라 공격을 피했다. 그 초승달 모양의 바람이 닿은 바닥엔 칼로 벤 듯 날카로운 상처가 났다.

 “제법 날카로운 바람이군.”

 지휘관이 가볍게 착지하며 말했다. 이번에 칼을 휘두른 것은 지휘관이었다. 지휘관의 칼에서도 아까 라일과 같은 바람이 뿜어져 나왔다. 라일이 얼른 자신도 바람을 일으켜 막아 냈다.

 “이 자식 너도···.”

 라일이 살짝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지휘관이 칼에 꽂고 있는 것 또한 바람의 마법석. 둘은 얼마 동안 바람을 일으켜 서로를 노렸지만 번번이 허공에서 부딪혀 사라졌다.

 답답한 것은 뒤에 있는 게르 자작이었다. 복도에 진열된 동상 뒤에 몸을 숨기고 있었지만 매서운 바람이 불 때면 두려움에 다리가 후들거렸다.

 “뭐하는 거야! 지휘관! 빨리 끝내란 말이야!”

 게르의 목소리에 지휘관이 라일 쪽으로 뛰어갔다. 라일이 다시 휘둘러 바람을 일으키려는 순간, 칼에 금이 갔다.

 ‘빌어먹을 한곈가···.’

 그 사이 지휘관이 라일의 바로 앞까지 다가왔다. 지휘관이 칼을 휘두르고, 라일이 그것을 막는 순간. 깡, 하는 소리와 함께 라일의 칼이 부러졌다. 파편이 땅에 떨어지고, 라일이 어깨에 가벼운 상처를 입었다.

 라일이 뒷걸음질을 치자 지휘관이 다시 거리를 좁혔다. 일격. 단 한 번의 공격으로 끝날 수 있는 그때. 누군가 라일의 어깨를 확 뒤로 잡아끌었다. 라일이 뒤로 쓰러지고, 지휘관의 일격이 향한 곳에 서있는 것은 다른 아닌,

 ‘페틴스.’

 타윈이었다.

 맹렬한 불꽃이 손바닥에서 뿜어져 나와 지휘관의 온 몸을 덮었다. 움직임이 멈춘 지휘관은 곧 재가 되어 사라지고, 그의 옷과 신발, 칼만 남아 바닥에 떨어졌다.

 타윈이 넘어져 있는 라일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고맙다는 인사는 안 해도 돼.”

 “애초 할 마음도 없어.”

 라일이 퉁명스럽게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타윈이 라일을 뒤로 한 채 향한 곳은, 복도 한 쪽에 서있는 동상이었다.

 “아이고, 우리 성주님. 여기서 또 보네요?”

 타윈이 동상 앞에 서서 말했다. 그러자 동상 뒤에 숨어있던 게르 자작이 멋쩍게 웃으며 모습을 드러냈다.

 “하, 하하···. 자네인가. 마침 잘 됐네. 저 마적놈을 빨리 잡아 주게. 돈은 여기, 약속한 것의 두 배 아니, 세 배를 주지.”

 “그것 참 감사한 말씀입니다만, 역시 돈 중에 제일은 불로소득 아니겠습니까?”

 타윈이 능청스럽게 말하며 게르 자작의 옆으로 걸어왔다.

 “그, 그게 무슨 소리야?”

 게르 자작의 목소리가 덜덜 떨렸다. 타윈이 게르 자작에게 어깨동무를 하며 귓가로 입을 가져갔다.

 “죽여서 뺏어 갈까? 아니면 그냥 놓고 갈래.”

 “노, 놓고 가겠습니다.”

 게르 자작이 덜덜 떨며 메고 있던 가방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타윈이 가방 안을 확인한 뒤 게르 자작을 바라봤다.

 “뭐해. 얼른 가봐. 마음 바뀌기 전에.”

 타윈의 말에 게르 자작이 허겁지겁 도망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라일의 옆을 지나가려는 순간, 게르 자작이 걸음을 멈췄다.

 “윽, 이, 이자식이 무슨···.”

 게르 자작의 배에서 피가 새어 나왔다. 그 옆에는 라일이 부러진 칼을 들고 서있었다. 부러진 칼에 게르의 피가 묻어 땅에 방울방울 떨어졌다.

 타윈이 가방을 등에 메며 미소를 지었다.

 “나는 보내주려고 했는데, 저 친구는 보내줄 마음이 없었나 보네. 이거 안타깝게 됐어.”

 타윈이 쓰러진 게르를 보며 말했다. 몇 초 지나지 않아 움찔 거리던 게르의 움직임이 멈췄다. 타윈이 라일의 어깨를 몇 번 툭툭 쳤다.

 “앞으로도 고생하라고. 이 돈은 못 받은 보수라서 내가 가져가도 되겠지?”

 “마음대로 해라.”

 라일이 무뚝뚝하게 대답했다. 복도 멀리 사라지는 타윈을 라일은 끝까지 바라봤다.

 

 방위병들 대부분이 죽거나 다쳤고, 일부는 도망쳤다. 마적단은 게르의 돈과 보물들을 모두 마을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자신들은 황금 몇 덩이를 챙겼다.

 “의뢰비는 이걸로 대신 받겠습니다.”

 라일이 마을 사람들에게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었다. 그리고 마적단은 떠났다. 다음 성주로 누가 부임할지는 알 수 없는 일이지만, 아마 이 성 사람들의 삶은 별로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들이 계속 살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헛소리 집어 치우고, 빨리 여기서 뜨자고, 괜히 더 있다가 또 무슨 일에 휘말릴 지 모르니까.”

 타윈이 성문 앞에서 우물쭈물 거리는 천주윤을 향해 소리쳤다.

 “하지만···. 그 여관 주인아줌마랑 아저씨한테 고맙다는 인사랑 사례는 제대로 하고···.”

 천주윤의 말에 타윈이 답답하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서 우리가 1만 헤트짜리 지폐를 딱, 주고 왔잖아. 응? 그 정도면 됐지. 게다가 마적놈들이 그 성주 놈 재산 다 사람들한테 나눠줬다며. 그거면 됐지. 빨리 가자. 빨리!”

 “알았어···.”

 천주윤이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그때 왕수문이 정색하며 타윈을 바라봤다.

 “어허. 타윈. 왕제 저하께 말을 조심하라고 하지 않았냐.”

 왕수문의 잔소리에 타윈이 귀찮다는 듯 손을 휘휘, 저었다. 타윈이 먼저 성문을 나서고, 천주윤과 왕수문, 일환, 자단이 뒤를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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