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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너에게만 뛴다!
작가 : 소통녀
작품등록일 : 2018.12.15

기업 사장인 시후는 어느날 11년전 죽은 첫 사랑과 똑같이 생긴 여자가 술 취해 벤치에 자고 있는 것을 발견한다. 옆에서 집사가 말림에도 불구하고 무작정 그녀를 집으로 데려오는데.. 그녀는 과연 누구일까?

 
잠시만 안고 있을게
작성일 : 18-12-15 13:25     조회 : 211     추천 : 0     분량 : 5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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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집으로 돌아온 수지는 침대에 털썩 앉았다.

 

 다른 남자는 몰라도.. 자신이 항상 믿고 따랐던 오빠같은 민재선배가 고백하는 것이 수지는 믿기지 않는 것이다.

 

 얼마 전까지라도 만약 이런 고백을 받았더라면 그녀는 아마 바로 “네” 라고 대답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고백 받는 그 순간 수지의 머릿속에는 한 남자가 떠 오른 것이다. ‘시후.. 김시후’..

 

 ‘하필 왜 지금 이 타임에 선배가 저런 고백을.. 조금만 더 빨리 했더라면... 뭐라고 답해야지?

 내일부터 선배 얼굴을 어떻게 보지?'

 

 그녀는 이런 저런 생각으로 마음이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지잉잉.. 지이잉.."

 

 그의 전화. 수지가 그리도 몹시 기다리던 전화..

 

 “여보세요.”

 

 “나야.. 김시후”

 

 “네."

 

 "............."

 

 둘 사이에 잠시 적막감이 흘렀다.

 

 뭐야??전화를 했음 말을 해야지??

 

 “아버지는 좀 어떠세요?”걱정하던 수지가 먼저 말을 꺼냈다.

 

 “위험한 고비는 넘겼어.”

 

 "다행이네요."

 

 ". .그래. .."

 

 짧은 대답속에 묻어있는 시후의 목소리가 왠지 모르게 슬픔으로 가득 차 있는걸 느낄수 있었다.

 

 “무슨 일 있으세요? 혹시 아직 아프세요?”

 

 전화기 건너편에서 시후의 숨소리만 들릴 뿐 아무 대답이 없다.

 

 "괜찮으세요~??"

 

 “너의 집 앞이야.. 잠시 나와줄래??”

 

 그가 머뭇 거리다 입을 열었다.

 

 

 그가 서 있었다.

 많이 지치고 힘들어 보였다.

 

 “저녁은 먹었어요?”

 

 대답대신 고개를 저었다.

 

 "배고프지 않아요? 뭐 먹으러 갈래요?"

 

 시후는 자신을 걱정하는 눈빛으로 바라보는 그녀를 빤히 쳐다봤다. 그리고 천천히 다가가 그녀를 꼭 껴안았다.

 그녀에게서 은은하고 포근한 향수 냄새가 났다.

 

 “아." 시후는 자신도 모르게 낮은 미세한 소리를 내며 몸을 살짝 떨었다.

 

 “잠시만 이렇게 있자.. 충전 좀 할게."

 

 시후는 그녀를 꼭 껴안고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빠르고 강하게 뛰는 둘의 숨결소리만 밤의 고요함을 울렸다.

 수지가 긴장한듯 고개를 살짝 드니 그의 턱이 보였다. 아침에 깍은 듯한 거뭇 거뭇한 수염이 조금 자라 있었다.

 

 그는 그녀의 머리카락 속으로 자신의 긴 손가락을 파고 묻었다.

 그런 후 그녀의 체취를 조금 더 느끼려는 듯 얼굴을 가슴쪽으로 조금 더 가까이 당겼다.

 

 그의 몸이 미세하게 떨렸다.

 

 양손으로 수지의 머리를 감싼 후 그녀의 짙은 갈색 눈동자를 빤히 내려 봤다.

 

 그가 뜨거운 숨결을 내 뿜었다.

 

 오후 침대에서 있었던 일이 떠오르기라도 한 듯 그의 심장이 요동 치기 시작하고 그녀를 바라보는 그의 동공이 다시 심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수지는 숨을 죽였다. 떨리는 자신의 입술 끝을 살짝 깨물면서.

 

 '그가 아까처럼 다시 뜨거운 키스를 한다면...'

 

 수지는 떨리는 마음으로 살짝 눈을 감았다.

 

 “어, 이게 누구야? 내 친구 수지잖아?”

 

 '많이 듣던 목소리~?'

 

 “소연아?"수지의 눈이 당황함과 놀라움으로 동그래졌다.

 

 “너 3박 4일 여행 간다고 하더니 왜 이렇게 빨리 돌아왔어?”

 

 “응, 그렇게 됐어. 내 마음에 평화는 내가 어디에 있는지가 결정하는 게 아니라 어떻게 해석하는 지에 달려있다는 진리를 깨달았지”. 소연이가 어깨를 으쓱하며 빙그레 웃었다.

 

 “조금 더 여행 하려다 주말에 너 심심 할까봐 같이 맥주 마시러 왔지.”

 

 배시시 웃는 그녀의 양손에 술과 안주가 잔뜩 든 비닐봉지가 들려 있었다.

 

 “그런데... 수지 전혀 안 심심 했겠는데.. 내가 잘못 찾아 온 거 아냐?”

 

 소연이가 둘의 눈치를 살피며 말했다.

 

 “아니야... 괜찮아.. 흐 흐..잘 왔어.” 수지가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안녕하세요.. 정소연입니다. 근데 우리 구면이죠? 그때 나이트에서 본 분 같은데요?”

 

 그 질문에 시후는 가볍게 목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김시후 라고 합니다.”

 

 “김시후씨?”

 

 소연이는 수지의 얼굴을 쳐다보며 야릇한 미소를 지었다.

 

 마치 이 앙큼한 기집애.. 나한테 여태까지 남자가 있다는 것을 숨겼단 말이야 라는 표정으로

 

 “시후씨도 같이 들어가서 한잔해요, 수지 집에는 가 봤어요?”

 

 시후가 머뭇머뭇거리자 소연이가 그의 등을 살짝 밀었다.

 

 “자.. 가요.. 갑시다요.. 바깥 바람이 찹니다. 밤은 점점 깊어져만 가구요.. 들어가서 애기해요. 흐흐.“

 

 소연이는 뭔가를 밝히고 말겠다는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망설이는 수지의 팔짱을 끼며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소연아.. 집이 엉망이야." 수지가 소연이에게 눈치를 줬다.

 

 “들었죠? 그러니 시후씨도 이해하세요. 여자 방이 남자들이 상상하는 것처럼 깨끗하지 않답니다. 흐 흐." 소연이가 먼저 앞장서면서 말했다.

 

 

 “사모님.. 아침부터 어쩐 일로 오셨습니까?

 

 “영감도 내가 오는 게 반갑지 않은가 봅니다?”

 

 “허 허 허, 무슨 말씀이십니까?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영감은 거실소파에 앉는 그녀를 불안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시후 어디 있나요? 아직 자는 중입니까? 늦게 오면 그 아이 얼굴을 못 볼 것 같아 빨리 들렸습니다. 어제 그 아가씨에 대해 물어볼게 있으니 빨리 불러 오세요.”

 

 “아.. 그게?” 영감은 아무 말도 못하고 계속 그 자리에 서서 머뭇머뭇 거렸다.

 

 “뭐 하세요? 빨리 불러 오라니깐요.”

 

 그녀의 약간 신경질적이며 날카로운 목소리가 거실을 울렸다.

 

 “저... 그게... 어젯밤에 도련님이 집으로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뭐라고요? 어디서 잔다고 하던가요?”

 

 “그게..."

 

 영감은 잠시 머뭇거리다 말을 이어 나갔다.

 

 "어제 회장님 댁으로 급히 가신 후 아직 연락이 없으십니다.”

 

 “그럼 전화해보세요.” 신경이 날카로운 진 듯 짜증이 섞인 말투이다.

 

 “그게...전화기가 꺼져 있습니다. 들어오시는 대로 연락드리라고 말 하겠습니다.”

 

 ‘어디서 잤단 말이지? 남의 집에 자면 불편하다고 절대 밖에서 안 자는 까다로운 녀석이‘

 그녀의 눈빛이 흔들렸다.

 

 “근데 시후는 그 아가씨를 어떻게 만났습니까? 예전 태이가 아닌것은 확실한가요?”

 

 그녀는 알 수 없는 불안한 표정을 지으며 영감을 바라봤다.

 

 “네.. 예전 태이 아씨를 무척 닮기는 했지만 .. 태이 아씨가 아닌 것은 확실합니다.”

 

 “그래요?” 그녀는 약간 안심한 듯 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어나갔다.

 

 “그 아이 이름, 사는 곳, 전화번호.. 그 아이 직장... 다 정리해서 저한테 가져오세요.”

 

 잠시 망설이다 영감은 다시 말을 꺼냈다.

 

 “도련님이 아시면 큰일 납니다. 그건 좀 곤란할 듯합니다.”

 

 영감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절대 뜻을 굽히지 않겠다는 듯이 단호했다.

 

 “흣.. 그람 제가 직접 알아보죠. 영감이 도와주지 않아도 그 정도는 식은 죽 먹기니깐요."

 

 영감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은 못 마땅하다는 듯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

 

 “시후에게 엄마 다녀갔다고 전해 주세요.”

 

 그녀의 목소리는 얼음처럼 차가웠다.

 

 ‘도련님은 지난 밤 어디에서 주무셨단 말인가? 혹시?’ 갑자기 무슨 생각이라도 떠 오른 듯 영감의 눈빛이 반짝였다.

 

 

 

 # # #

 "어서 들어와요. 우리 집은 아니지만 환영합니다. 빨리 들어와서 앉아요.”

 

 “소연아.. 너 오늘 따라 왜 이래?” 수지는 초조한 듯 소연이를 바라봤다.

 

 “내가 뭘? 그냥 다 같이 술 한잔 하고 싶어서 그러지."

 

  소연이는 짓궂은 표정을 지으며 수지를 놀리는 듯 눈을 찡긋했다.

 

 시후는 안으로 들어오기가 망설여 지는 듯 현관에서 머뭇머뭇 거렸다.

 

 “빨리 들어오세요.” 재촉하는 소연이의 등살에 밀려 시후도 슬며시 구두를 벗고 소연이 옆에 앉았다.

 

 “그래요. 이왕 이렇게 된거 다 같이 술 한잔 해요.”

 

 수지도 마지못한 듯 그를 안으로 불러 들였다.

 

 작은 원룸이었다. 수지가 살고 있는곳

 바닥에 앉은 시후는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집을 두리번거렸다.

 거실겸 작은 부엌, 그리고 욕실, 그리고 바로 그녀의 침대가 보였다. 하얀 시트가 깔린 그녀의 침대 위에는 눈이 반쯤 처진 착한 얼굴의 정체를 알 수 없는 귀여운 인형이 시후를 보고 앉아 있었다.

 

 ‘풋.. 인형도 주인을 닮았네.‘ 시후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혼잣말 했다.

 

 방 안을 이리저리 살피던 시후의 눈이 어느 한곳에서 멈췄다. 무슨 상상을 한 것일까...?갑자기 그의 얼굴이 붉어졌다.

 

 시후의 시선을 따라 움직이던 수지의 얼굴도 같이 붉어졌다.

 

 “엄마야.. 이게 왜 여기?"

 

 수지는 화들짝 놀라며 눈 깜짝 할 사이 그 물건들을 치웠다.

 

 아침에 늘어놓고 간 레이스가 달린 핑크색 팬티와 브래지어였다.

 생일에 그녀자신에게 선물한 속옷이었다.

 

 둘의 행동을 지켜보던 소연이는 야릇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남자는 원래부터 술버릇을 봐야.. 그 남자 진짜 성격을 알 수 있으니.. 오늘 밤 집에 갈 생각하지 말고 끝가지 달려보자구요.

 시후씨 술 잘 마시나요?생긴건 진짜 잘 마시게 생겼는데, 자 여기 소맥."

 

 소연이는 소맥으로 찰랑찰랑 채워진 잔을 건넸다.

 

 대답없이 잔을 받아든 시후는 고민하지 않고 그 술을 단숨에 마셨다. 마치 엄청 갈증이 난듯..

 

 “오.... 잘 드시네."

 

 원래 소맥을 즐기는 소연이는 마치 좋은 술 친구가 생겼다는 표정을 지으며 그에게 연거푸 술을 따랐다.

 

 "그런데 둘이는 어떻게 만났어요? 언제 부터 알고 지낸건가요?"

 

 궁금해 죽겠다는 소연의 질문에 시후는 아주 시크하게 대답했다.

 

 "얼마 안 됬습니다. 그리고 어떻게 만난지는 다음에 수지한테 직접 들으세요. 조금 복잡해서."

 

 시후는 더 이상 말 하고 싶지 않은듯 입을 굳게 닫았다.

 

 "그래,소연아. 내가 다음에 알려줄께. 시원한 맥주 더 꺼내올까?"

 

 옆에 있는 수지도 마음이 불편한듯 화제를 바꾸고 싶어했다.

 

 "콜. 궁금한거는 천천히 알아가고 오늘 밤은 조금 취하자구요. 나도 취하고 싶은 밤이네."

 

 소연이도 생각이 많은지 계속 잔에 술을 부어 들이켰다. 시후도 아무 말 없이 소연이가 부어주는 술만 계속 들이켰다. 그 또한 생각이 많은듯 했다.

 

 “그런데 시후씨는 원래 이렇게 말이 없나요? 하기야 말 많은 남자보다 과묵한 남자가 멋있는 법이지."

 

 잠시 생각하는듯 보였지만 시후는 여전히 침묵을 유지했다.

 

 소연이는 대답없는 시후의 술잔을 계속 채워 나갔다. 그렇게 둘이는 쉬지 않고 잔을 들이켰다.

 

 이런 둘 을 수지는 말없이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봤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아저씨.. 아저씨... 어이 김시후씨."

 

 소연이가 그를 불렀다.

 

 시후는 어느 샌가 졸도한 듯 아무 움직임이 없다가 그대로 옆으로 꼬꾸라졌다.

 

 “갔네 갔네. 남자가 여자보다 더 빨리 가는게 어디 있어요? 에이 한참 달리는 중인데.."

 

 소연이는 조금 더 마시고 싶은 듯 아쉬워 했다.

 

 “소연아.. 너도 이제 그만 마셔... 시후씨도 쓰러졌고...큰일이네.. 바닥에서 자면 불편할텐데."

 

 걱정하는 수지를 소연이는 반쯤감긴 눈으로 노려봤다.

 

 "요 앙큼 한 기집애.... 절대 남자는 사귀지 않겠다더니..."

 

  소연이는 수지의 팔뚝을 살짝 꼬집으며 말했다.

 

 “아야. 아야." 수지는 배시시 웃었다.

 

 “그런데.. 니 남친 키도 크고 잘 생겼다. 돈도 많아 보이는데. 우리 수지 대단한데..흐흐흐 ."

 

 소연이는 행복해하는 수지를 바라봤다.

 

 "나 먼저 잘게...너희 둘이는 바닥에서부둥켜 안고 자던지 알아서 해. 침대로 절대 올라오지마."

 

 소연이는 씨익 웃으며 침대로 뿔뿔 올라갔다.

 

 “양치라도 하고 자."

 

 소연이는 대답대신 손을 저었다.

 

 “기집애... 집이 작아 세명이 자기에는 좁은데..."

 

 수지는 침대에서 널브려져 자고 있는 소연이와 바닥에 쓰러져 자는 시후를 번갈아 가며 바라봤다.

 

 그의 짙은 눈썹, 그리고 속 눈썹이 그녀의 눈을 사로 잡았다. 눈을 감고 있으니 속 눈썹이 더 길어 보였다.

 

 그녀의 시선이 눈썹을 지나 그의 코선을 타고 아래쪽으로 내려와 굳게 다문 입술에 머물렀다.

 

 오후에 그와 침대에서 나눴던 진한 키스가 떠 올랐다.

 

 모든것을 다 내려 놓고 그의 입술을 맞이하기 위해 입술을 벌렸던 자신의 모습이 떠올라 얼굴이 홍당무처럼 빨개졌다.

 

 수지는 시후 옆에 반듯이 누웠다.

 

 깊은 잠에 빠졌는지 그는 미동이 전혀 없었다. 그의 일정하고 규칙적인 숨소리가 그녀의 귀를 울렸다.

 

 “풋... 귀여워.” 곤히 잠든 그를 바라보는 그녀의 입가에 살짝 미소가 지어졌다.

 

 시후를 바라보는 수지의 마음이 자꾸 콩닥거렸다. 그의 숨결이 느껴졌다. 그녀의 짙은 갈색 눈동자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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