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자유연재 > 현대물
아이어른
작가 : 세느아
작품등록일 : 2018.11.10

8년 전 입사했던 제약회사가 불법실험 때문에 무너진 이후 신창준은 그저 그런 어른으로 평범하게 살아가고 있다. 그 앞에 나타난 한 남학생이 9년 전 보았던 아이란 걸 안 창준은 그에게 도와달라는 제안을 듣는다. 8년전 무너진 회사 때문에 그의 직장동료였던 수진은 자살했다. 처음 봤을 때 열 살이었던 아이는 이제 열아홉이 되어 복수를 하겠다고 창준 앞에서 선언한 것이다.
그와 함께 시간을 보내며 창준의 일상엔 큰 변화가 일어나게 되는데..

 
32. 그녀와 그와 나
작성일 : 18-12-15 12:36     조회 : 279     추천 : 0     분량 : 7040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다음날 실시간 헤드라인은 온통 DM클럽이 차지했다.

 김도명 그늘에 가려져 있던 김도욱이 양지로 나왔고 그는 표적이 되었다.

 네카에 관하여, 나아가 도명에 관하여. 심지어는 도명제약을 중심으로 한 김도명 일가와 그 친척들에 대한 가계도까지 인터넷상에 돌아다녔다. 그들이 벌려놓은 판이 얼마가 되었든 이 정도의 유명세는 유일무이했다.

 김도욱은 뼛속까지 장사꾼이었다. 도명제약이 버린 물질을 가지고 좀 더 연구했다. 필요한 손님에게는 주저없이 넘겼다. 중독이 되어버린 사람들은 꾸준한 단골손님이었고, 그 돈을 가지고서 김도욱은 더 큰 야망을 가졌다. DM클럽의 목적은 오로지 하나였다. 불특정다수에게 네르비카풋을 먹이면서 그 반응군을 수집하는 것. 그 이상으로 뭘 하려고 했는지는 모르겠다. 김도욱은 자신이 불리하다는 여러 사람의 말을 들으면서도 끝까지 입을 다물었고, 다만 자신을 바라보는 노쇄한 아버지 앞에서 애처로운 표정을 지었다고 한다. 어떤 기자가 제대로 잡아낸 그 사진은 내가 보기에도 동정을 자극하는 뭔가가 있었다. 그로인해 여러 가지 추측기사가 난무했다. 하지만 난 그 어느 편에도 서지 못했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결국 그는 마땅한 죄를 받게 된다는 것뿐이었다.

 

 그리고 얼마 뒤 날다람쥐2호 영감에게서 연락이 왔다. 이 영감님과 다시 만날 줄은 꿈에도 몰랐던 터라 어색하기 그지없었다. 그는 내게 몸은 좀 괜찮냐는 형식적인 질문을 건넨 뒤 말했다. 치호에 관해서였다.

 "그 녀석은 죽어도 제 입으로 말 안할거 같길래."

 그에 말에 따르면 치호는 본인의 글에서 밝혔듯 지칭한 날다람쥐1호를 제외한 날다람쥐 호수에 대해서 누구든지 써도 된다고 했다. 그리고 실제 그런 방식으로 모두가 이름을 가지게 된 건, 치호가 발로 뛴 덕이었다.

 그는 내 기억으로 128호인가 130호인가 되는 모든 사람들을 '한 명'씩 찾아갔다. 날다람쥐2호의 말로는 컴퓨터를 잘 다뤄 정보를 찾아내는 데에는 이미 도가 텄다고 했다. 그들을 찾아간 그는 얘기를 하고, 도움을 요청했다. 그들의 사연을 귀담아 들었고 오래도록 이야기를 나누었다. 자신이 쓴 글에 나온 '그녀'가 네카 프로젝트에 밀접한 관련이 있었으며, 그것때문에 생을 놓은 사연까지 양해를 구하고 덤덤히 밝혔다. 그 모든 사람들에게. 그는 단 한사람도 허투루 대하지 않았다. 내가 할 일이 없다고 말하면, 당신의 필요성에 대해 끝도 없도록 말했다. 이미 고인이 된 회원들의 가족들은 그가 가면 문전박대하는 경우도 허다했다. 소금을 뿌리고 욕설을 퍼부었다. 그 또한 담담히 수용했다던 치호의 얼굴은 어쩐지 보지 않아도 뚜렷했다. 꽉 다문 입매. 미안합니다. 군더더기 없이 사과를 전하는 말. 그리고 말끔한 차림새로 다시 그들을 찾아오는 그. 그렇게 한명씩 날다람쥐2호가, 3호가 생겨났다. 언제부터였는지 나로써는 감당조차 되지 않는 시간이었다.

 "그 아이는 너무 일찍 자라버렸어. 나는 아이를 보듬기에는 너무 늙었고. 뻔뻔한 일이지만 자네한테 부탁하고 싶네."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하지만 그 자리에서 나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수진의 몫까지 지금껏 살아오고 있는 건 내가 아니라 그였다. 그 뿐이었다.

 

 

 

 차는 한적한 골목 어귀로 들어섰다. 이내 오른쪽에 건물이 사라지고 시야가 뚫렸다. 밭도 있고 그 너머로 산도 보였다. 운전석 옆 창문으로는 딱히 개성 없고 규칙 없는 집들이 붙어서 의외로 개성 있는 모습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내 옆에는 이치호가 앉아서 한가로이 앞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무릎에는 바스락거리는 꽃다발이 하나 있었고, 나는 그것을 차 뒤쪽에 놓으라고 말했지만 그는 내 말을 듣지 않았다.

 200미터 앞에서 우회전입니다. 우회전입니다.

 내비게이션의 경쾌한 목소리만이 차 안에 울려 퍼졌다. 우리가 어딜 가는지 알고나 이러나. 놀러가는 게 아닌데 말이지.

 목적지 부근입니다.

 “아, 저기 있다.”

 홀로 우뚝 솓은 커다란 건물은 밝은 회색으로, 중앙 입구를 기준으로 건물 좌우에 소나무 몇그루가 심어져 있었다. 그래서인지 건물은 조금 어두운 음영을 드리웠다. 그럴싸해보이긴 했지만 밝지 못한 기운은 건물의 용도 때문인건지 인테리어 때문인건지 가늠되지 않았다. 주차장에도 차가 드문드문 보였다.

 차를 주차하고 내리니 이치호도 꽃다발을 들고 내렸다. 검은색 양복차림만 아니라면 졸업식이나 시상식에 온 사람 같았다. 그건 그의 앳된 얼굴 뿐 아니라, 꽃다발의 모양새가 한 몫햇다. 노랗고 빨갛고 분홍색, 하얀색이 멋들어지게 담긴 커다란 꽃다발.

 “정말 이런 거 들고 와도 되는 거냐.”

 “내 맘이지. 그리고 선생님한테는 이런 게 어울려.”

 누구 마음대로. 수진에게는 좀 더 청초하고 수수한 느낌의 맑은 꽃이 어울리지 않나? 나도 내 나름대로의 이견이 있었다. 하지만 그녀가 타계한지 벌써 몇 년이나 지났고, 그 사이 한 번도 오지 않은 그녀의 납골당에 몇 번이고 왔다는 그의 말을 들을 수 밖에 없었다.

 역시 익숙한 듯 로비에 눈인사를 하며 들어가는 이치호의 뒤를 나는 천천히 따라 들어갔다.

 모종의 수련을 하듯 한걸음 한걸음 단정하게 걷는 그의 등 뒤를 바라보고 있노라니 기분이 이상했다. 소리하나 없는 걸음걸이였다. 주름하나 잡히지 않은 검은색 천의 질감. 곧은 어깨. 이따금씩 바스락거리는 꽃다발의 소리.

 유리창 너머로 들어오는 햇빛은 소나무의 그림자를 들고 들어왔다. 그의 까만 양복에 소나무 얼룩이 진다.

 납골당 통유리가 보이기 시작하는 복도 근처에서 한 사람이 우리를 스쳐지나갔다. 검은색 중절모. 나는 퍼뜩 뒤를 돌아보았다. 내 기척에 치호도 나를 쳐다본다.

 남자는 다리 한쪽을 절며 걸어가고 있었다.

 머리에선 저 남자가 최훈이라고 외치고 있었다. 최훈은 다리를 절지 않는다. 최훈은 저렇게 걷지 않는다. 그래도 저건 최훈이다.

 나는 달려가 그 어깨를 힘껏 낚아챘다. 휘청거리는 몸이 약하다는 생각과 동시에 남자와 시선이 마주쳤다.

 “....”

 “....뭡니까?”

 “아. 죄송합니다.”

 머쓱해진 내가 그 어깨에서 손을 슬며시 놓았다. 쥐어잡은통에 솟은 옷매무새를 기분나쁜 듯 털어내며 힘없지만 꼬장한 인상의 노인이 나를 빤히 쳐다보았다.

 “죄송합니다. 어르신. 제가 아는 사람이랑 착각을 하는 바람에.. 죄송합니다.”

 “거, 죄송하단 말은 그만하지요. 너무 사과만하면 없어보여 젊은 사람이.”

 “네 죄송,, 아. 네.”

 "나를 누구랑 착각하기가 쉽지 않을텐데.. 아, 아까 그 사람인가?"

 "네?"

 내가 반문하자 노인은 깜짝 놀라며 손을 내저었다.

 "아니, 아니지. 그냥 혼잣말일세. 어서 들어가봐. 기다리겠구만."

 그 말을 마지막으로 남자는 느릿하게 뒤돌아 걸어가기 시작했다. 나보다 반뼘정도 작은 키. 야윈 몸. 어째서 최훈이라고 착각한거지? 좀 전의 내가 이해되지 않을 정도로 남자는 최훈과 닮지 않았다.

 다시 뒤돌아섰을때, 치호는 미동도 않고 제자리에 서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궁금해 하지도 않네. 갈까? 입모양으로 묻기에 고개를 끄덕이고 안쪽으로 들어갔다.

 수진의 자리는 꽤나 안쪽에 자리하고 있었다. 위치는 조금 높았다. 사진 앞에 서고 나니 시선이 살짝 위쪽으로 향했다. 언젠가 보았던 활짝 웃는 얼굴은 여전했고 얼마 전 꿈에 나온 얼굴과 다르지 않았다.

 "손님이 있었네."

 고 이수진 이라고 쓰여있는 단지 옆에 작은 꽃다발이 있었다. 하얗고 청명한 느낌을 주는 백합에 검은색 종이포장지로 단정하게 포장하여 깔끔한 몇송이만으로 꽃을 부각시켰다.

 그건 내가 생각한 수진의 이미지와 흡사했다. 누굴까.

 방금전 남자가 말했던 비슷한 사람. 놓여진 꽃. 수진의 가족일 수도, 친구일 수도 있다. 또 착각일 수도 있다. 굳이 생각으로 이으려 하지 않았으나 나는 자연스레 머릿속으로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수진의 앞에 선 남자. 작은 꽃다발을 조심히 놓고서 고개를 숙이고 미안하다고, 딱 한번 작게 얘기하고 떠나는 최훈의 뒷모습.

 치호가 사진 앞에서 말했다.

 "선생님, 저 왔어요."

 그러고는 나를 쳐다본다.

 "왜."

 "인사 안해?"

 "아..잘지내죠?"

 "헐."

 치호가 얼굴색을 싹 바꿨다. 어..음. 하며 나는 말꼬리를 늘였다. 사실만 따지자면 수진과는 친한편도 아니었고, 안본지 너무나 오래된데다 이미 고인이 된 사람에게 인사한다는게 말처럼 쉬운일이 아니었다. 그가 물흐르듯 얘기했기 때문에 그런가보다 넘기고 있던 나는 애꿎은 헛기침만 해댔다.

 "신창준씨랑 같이 왔어요. 어색해하지만 원래 그런 사람이려니 이해하세요."

 "야."

 “저희 둘이 서있으니까 신기하죠 선생님.”

 치호는 내 말을 무시하고 말했다. 나는 입을 다물었다.

 “선생님만 없네요..”

 치호의 눈이 어두워졌다. 무감각. 슬픔을 넘어선 눈이 말하고 있었다. 고작 열아홉 살인 녀석이. 저런 눈으로 수진을 보고 있었다.

 그의 손끝이 꽃다발을 조금씩 건들고 있었다. 나는 납골당에 걸린 벽시계를 보았다. 오후 두시였다. 여기 들어온 뒤부터 치호는 시간을 바스러질 듯 안고 있었다. 나는 그 화려하고 싱싱한 꽃다발을 소리나게 빼앗아 들었다.

 "읏차.“

 일부러 짐덩이를 들어 놓는 듯 먼저 놓아져 있던 꽃다발을 제치고 자리 잡도록 놓았다. 파사삭 소리를 내던 꽃다발이 보기 좋게 자리를 잡았다.

 "이 녀석이 이런게 수진씨한테 어울린다고 하네요. 지금보니까 그런 것 같기도. 잘지내요."

 "..."

 "가자."

 그녀의 시간은 멈췄지만 이 아이의 시간은 나아가야 한다. 두시 오 분. 시간은 가고 있다. 그 시간을 따라가야 한다.

 치호는 자꾸만 뒤를 돌아보았다. 하지만 발을 뒤로 돌리지는 않았다.

 나는 속으로 깊이 그녀의 명복을 빌었다. 너무 늦어서 미안하다는 사과와 함께.

 

 납골당을 나와 연결된 오른쪽 건물에 작은 휴게공간이 있었다. 신축건물인듯 외벽이 맨들맨들 했다. 무뚝뚝하게 나가려던 나는 인상 좋은 직원이 잠깐 들르라는 말에 그곳으로 향했다.

 "애도할 시간을 갖는 곳이라고 해야 할까요? 조금 쉬다 가세요."

 "네. 감사합니다.."

 직원이 나가고 나서야 이치호가 이 건물의 존재를 몰랐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를 쳐다보았으나 그는 자신을 둘러싼 건물 내부를 찬찬히 조망하고 있었다. 관찰하는 폼이 아무래도 처음 온 것 같았다.

 납골당과 마찬가지로 이 공간에도 고요가 감돌고 있었다. 다만 좀 더 따뜻했다. 1층 우측에는 작은 꽃집이 있었다. 먼저 간 자를 기리는 수더분한 꽃들이 즐비했다. 꽃을 매만지는 플로리스트의 손길이 늘어진 테이프처럼 한템포 느렸다. 휴게공간은 중앙에 뚫린 짧은 복도 너머에 있었고 간단한 차를 제공하고 있었다. 거기 앉아있는 사람들의 손짓과 행동도 반박자정도 느린 것처럼 보였다. 남향 창에선 겨울 햇살이 내리쬐고 있었다. 모든 시간이 조금 더 천천히 흘렀지만 그 엇박자가 썩 불편하진 않았다.

 나와 이치호는 유자차 두 잔을 주문한 후 복도 구석자리에 앉았다. 꽃집과 가까워서 그런지 물에 젖은 풀냄새가 났다. 햇볕드는 창가는 아니었지만 테이블을 가로지르며 햇살이 길을 내고 있었다. 나는 멀거니 그 선을 바라보았다.

 "꽃 여기서 살걸 그랬나보다."

 "응."

 사람들은 조곤조곤 이야기중이었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은 없었다. 내 맞은편 테이블에 앉아있던 노부인은 부드럽게 미소짓고 있었는데, 앞 사람의 말을 듣고 있다가 울듯한 표정이 되면 손수건으로 조심스레 눈가를 두드렸다.

 "여기 처음 언제왔어?" 내가 물었다. 음. 그는 잠시 고심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더니 말했다.

 "처음 온건 중학교 2학년때야." 말하면서 그는 테이블에 맞닿은 햇살에 손을 잠시 비춰보다가 뒤집었다. 손바닥에 있던 그늘이 사라졌다.

 “기일도 아니었고, 겨우 찾아낸 곳이라 허겁지겁 왔어. 한 여름이었고 날씨가 무척 더웠어. 납골당에 들어서니까 에어컨때문에 몸이 시원해지는데..동시에 간담이 서늘하더라. 나는 한껏 뛰어서 숨은 헐떡거리고 심장이 쿵쿵 뛰는데, 이 공간엔 그조차 다 져버린 사람들의 잔재가 남아있다고 생각해버리니까. 거기에 선생님이 있다는 사실이 피부로 와닿으니까.”

 "무서웠겠네."

 그가 나를 쳐다본다. 그럴지도, 하고 중얼거리던 치호가 말했다.

 "선생님이 있었다면, 난 좀 더 나은 사람이 됐을지도 몰라."

 "..."

 "아니 분명히 그랬을거야."

 "..."

 한동안 침묵이 이어졌다. 여전히 주위는 조금 부산스러우면서도 조용했다. 그 작은 평화가 깨지기를 바라지 않았다. 이걸 평화라고 불러야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순간 달그닥하는 소리가 들렸다. 투명 유리잔에 유자차 두 잔이 담겨있었다. 말도 걸기 전에 내가 돌아보자 살짝 놀란 직원은 실례하겠습니다, 라고 말하며 미소 지었다. 하얗고 가지런한 치아가 눈에 들어왔다. 웃을 때 쳐지는 눈꼬리가 순한 인상을 만들어내는 여성이었다. 대학생이나 됐으려나. 이게 뭐지? 찻잔을 내려놓는 손길을 멍하니 바라보며 나는 생각했다.

 제 앞에 놓인 차를 기미하듯 쳐다보는 이치호까지 보고 있자니 묘한 기시감이 느껴졌다. 이것 말고 내가 느낀 건.

 "아..!"

 나는 책상을 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유자차의 노란 찻방울이 책상에 조금 튀었다. 사람들이 일제히 나를 쳐다보았다.

 "왜 그래..?"

 "방금..!"

 목소리가 커지려던 걸 애써 자제하고 자리에 앉았다. 나는 소리를 죽여 이치호에게 말했다. 나만 알아챈 거라고? 이해하지 못한 질문이 머릿속을 점령했다.

 "방금 여자애."

 "직원? 왜."

 "...수진이 닮았는데."

 여직원의 순한 눈망울이, 웃을 때 나오는 분위기가, 그녀와 매우 닮아있었다. 이상한 기분이 들었던 이유였다.

 그는 기묘한 표정을 지으며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뒷모습만 보이는 여직원이 그 시선에 대답하듯 몸을 옆으로 돌렸다. 이치호의 동공이 커졌다. 뭔가를 찾으려는 듯 다급한 듯. 애가 타는 얼굴이 되더니 그 눈빛은 다시 침착함을 되찾았다.

 "맞지?" 나는 기대감에 차서 물었다.

 "글쎄."

 치호의 대답에 맥이 풀렸다. 나로썬 말로 하니 더욱 더 확신를 가지게 되었다. 정말 비슷했다. 그녀의 딸이라고 하자면 너무 나이대가 안 맞으니 조카나 어린 동생이라고 하면 비슷하려나. 놀랍고 반가웠다. 처음 보는 사람이지만 친밀감이 솟아났다. 그는 그러지 않는 걸까?

 "사실 선생님 얼굴이 잘 기억나지 않아."

 "사진이 있잖아."

 "그걸론 부족해. 선생님 얼굴이 저랬어?"

 그렇게 물어본다면 제대로 긍정하기 어렵기는 나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나는 그냥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구나.."

 그는 다시 제 또래의 여자애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그녀는 수진과 닮은 웃음을 지으며 카운터에서 주문을 받고 있었다.

 "나는 그래서 당신이 부러워."

 "..."

 "정말 너무 부러워."

 이치호는 유자차 한모금을 마시고 쓰게 웃었다. 그의 눈은 매우 건조했고, 마치 한참을 울고난 모습처럼 보였다.

 
작가의 말
 

 감사합니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33 33. 그리고(完) 2018 / 12 / 15 265 0 5515   
32 32. 그녀와 그와 나 2018 / 12 / 15 280 0 7040   
31 31. DM클럽 11호점_2 2018 / 12 / 15 277 0 8938   
30 30. 그녀의 장례식 2018 / 12 / 15 286 0 4066   
29 29. DM클럽 11호점_1 2018 / 12 / 9 295 0 7035   
28 28. 네카 그리고 수능(2) 2018 / 12 / 9 286 0 3760   
27 27. 네카 그리고 수능(1) 2018 / 12 / 9 263 0 2283   
26 26. 그 프로젝트에 대해_3 2018 / 12 / 9 274 0 2430   
25 25. 준비 2018 / 12 / 9 284 0 4748   
24 24. 그 프로젝트에 대해_2 2018 / 12 / 9 291 0 2602   
23 23. 날다람쥐2호 2018 / 12 / 9 289 0 5298   
22 22. 그 프로젝트에 대해_1 2018 / 12 / 2 299 0 2289   
21 21. 날다람쥐1호에대해(3) 2018 / 12 / 2 268 0 2882   
20 20. 날다람쥐1호에 대해(2) 2018 / 12 / 2 284 0 1806   
19 19. 날다람쥐 1호에 대해(1) 2018 / 12 / 1 303 0 2103   
18 18. 돌아온 사수와 도진요 2018 / 12 / 1 305 0 3275   
17 17. 어린 그(3) 2018 / 12 / 1 287 0 1566   
16 16. 어린 그(2) 2018 / 12 / 1 280 0 2378   
15 15. 어린 그(1) 2018 / 11 / 25 280 1 1792   
14 14. 그에 대해(2) 2018 / 11 / 25 272 1 4023   
13 13. 그에 대해(1) 2018 / 11 / 25 296 1 2774   
12 12. 그와 그녀(2) 2018 / 11 / 19 282 1 2884   
11 11. 그와 그녀(1) 2018 / 11 / 18 268 1 1536   
10 10. 그와 나(3) 2018 / 11 / 18 271 1 3215   
9 9. 그와 나(2) 2018 / 11 / 18 271 1 1978   
8 8. 그와 나(1) 2018 / 11 / 17 287 1 3176   
7 7. 그녀와 나 2018 / 11 / 17 288 1 2075   
6 6. 그(5) 2018 / 11 / 17 290 1 4345   
5 5. 그(4) 2018 / 11 / 14 269 1 3274   
4 4. 그(3) 2018 / 11 / 11 259 2 3164   
 1  2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세벽(世壁) - 세
세느아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