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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22세기
작가 : paulpark
작품등록일 : 2016.9.19

22세기가 됐다. 주인공은 소속된 프로야구단에서 해고통지를 받는다. 당장 먹고 살 것이 걱정인 그가 맞닥뜨린 22세기의 풍경은 가혹하다. 집권한 총리는 자신의 국정장악력을 높이기 위해 갖가지 정책을 펴고 그와 맞서는 사람들은 거세게 항의한다. 주인공은 그들 중 한 명과 사랑에 빠진다. 쉽지 않은 하루하루가 펼쳐지는 22세기, 그 속을 살아내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 속에서 우리들의 모습이 보이는 것 같다.

 
1. 숫자의 비밀 - 4
작성일 : 16-09-20 13:44     조회 : 418     추천 : 0     분량 : 74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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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혹시, 제가 어제 실수한 거라도 있나요?"

 "글쎄요. 저도 기억이 확실하지 않아요."

 

  그녀는 우찬8이 없는 동안 샤워를 하고 땀에 찌든 옷을 빨았다. 티셔츠를 빨 땐 숫자가 새겨진 부위가 손상 되지 않도록 조심했고 물기를 제거할 때도 신경을 썼다.

 

 그녀는 과격한 시위를 했다고 믿기 어려울 만큼 얼굴이 예쁘게 생겼다. 체격도 여성의 평균보다 작아보였고 피부색도 하얀색에 가까워 가냘픈 인상이었다. 머리카락의 굵기는 일반인의 반 정도 밖에 안 되어서 바람이 한 번 불면 한 가닥씩 자유롭게 날아가는 머리카락이 매력적이었다. 상체와 하체의 비율도 모든 이의 시각을 편하게 할 정도로 나뉘어 있었고 손톱이나 발톱도 찌그러진 부위 없이 매끈했다.

 

 하지만 손가락이 7개라는 것이 외모에 미치는 악영향은 컸다. 손을 뺀 나머지 부위가 표현하는 아름다움을 다 빼앗을 만큼이었다. 우찬8은 그녀의 손가락에 관한 질문을 하지 않기 위해 입속에 음료를 가득 넣었지만 곧 질문과 음료 모두 입 밖으로 내뱉었다.

 

 "손은 왜 그래요?"

 "태어날 때부터 이랬어요."

 "정말요?"

 "부끄럽지 않아요. 손가락이 부족하다고 생각해 본 적도 없고요. 저는 7이라는 숫자를 좋아했기 때문에 손가락이 7개 밖에 없어도 괜찮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오늘부터 7개가 아니라 8개로 부르라니… 정말 말도 안돼요. 저는 손가락이 하나 더 생기기 전엔 제 손가락이 8개라고 말하지 않을 거예요."

 

  우찬8은 그녀의 고운 입술에서 나오는 단단한 단어들에 귀가 번쩍 뜨였다.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한 포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그녀에게 홀딱 반한 것이다.

 

 물론 그녀가 지금처럼 말하지 않았어도 그는 그녀를 사랑하게 됐을 거다. 그리고 사랑의 시작은 그녀가 쓰러져있던 어젯밤부터라고 생각하는 것이 정확하다.

 

 그가 골목에 쓰러져있던 그녀를 그냥 지나치지 않고 형체와 얼굴을 분간하려 했던 것은 멀리서 봐도 아름다운 그녀의 모습 때문이었다.

 

 그는 그녀의 아름다움이 갖고 싶었다. 그녀의 시간 속에 들어가고 싶었다. 그녀가 걸어가는 공간을 같이 걷고 싶었다. 선을 행하고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기질이 없던 그가 경찰의 추격을 뿌리치며 그녀를 자신의 집까지 데리고 온 것을 보면 확실하다.

 

  우찬8은 지난 밤, 기억에 담을 수 없는 시간들이 아깝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녀와 함께 했던 시간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이 부끄러웠다. 그녀가 하는 말, 그녀가 움직이는 몸의 모양 하나하나가 맘에 들었고 닮고 싶었다.

 

 그녀의 소원을 이루어 주고 싶은 충동이 온 몸에 가득했고 자기가 가지고 있는 능력과 믿음이 그 소원을 이루게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심지어 그녀가 원하는 자신의 모습을 물어보고 그녀의 대답대로 자신을 바꾸고 싶었다. 그래서 먼저 그녀의 이름을 물어봤다.

 

 "그런데, 이름이 뭐예요?"

 "마리3이요. 이름 웃기죠? 친구들이 세 마리라고 놀리곤 했어요."

 "안 웃겨요. 뭐가 웃겨요. 친구들이 더 웃겨요."

 "고마워요. 이제 가 볼게요."

 "어디로 가시려고요?"

 "집으로 가야죠."

 "안돼요. 집엔 경찰이 있을 수도 있잖아요. 여기서 며칠 더 있는 게 나을 거예요."

 "아니에요. 가야 돼요. 아빠가 기다리고 계실 거예요. 제 모바일스틱이 부러져서 연락을 못하고 있어요."

 

  우찬8은 그녀의 주소와 모바일스틱 번호를 메모패드에 적어 저장시켰다. 그녀는 바래다주겠다는 우찬8의 말에 손과 머리를 흔들었고 우찬8은 멀어져가는 그녀를 보며 다시 만날 수 있는 날이 빨리 오기를 바랐다. 그리고 그 날을 앞당길 수 있는 방법들을 벌써부터 생각했다.

 

  우찬8은 마리3에게 빼앗긴 마음 때문에 실직으로 인해 생길 어려움에 관해 아무 걱정도 하지 않고 있다. 저축해둔 돈이 얼마 없다는 것 정도라도 기억하고 있다면 그녀가 앉았던 의자에 앉아 손으로 그녀의 채취를 쓰다듬는 일은 하지 않았을 텐데….

 

 당장 다음 달부터 갚아나가야 하는 융자금을 마련하려면 가지고 있는 편리용품들을 하나 둘씩 줄여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 그녀가 놓고 간 옷을 손에 꽉 쥔 채 또 놓고 간 물건을 확인하느라 집안 구석구석을 배회하지는 않았을 텐데….

 

  우찬8은 목적지에 교회를 입력하고 팔짱을 꼈다. 지금과 같은 교통상황이라면 예배시간에 10분 정도 늦는다는 메시지가 로드맵에 나타났다. 그는 그것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양쪽 팔을 더 가까이 붙였다.

 

 아침에 있던 구름의 세력이 많이 약해져서 하늘 밑에 있는 사람들의 움직임이 보였는데 그 움직임은 평일의 오후와 비슷했다. 큰 건물 근처엔 남자 몇 명만이 왔다 갔다 했고 주택가가 밀집한 곳에선 아이들과 엄마들이 재밌는 놀이를 위해 여러 가지 소품들을 늘어놓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는 그 모습을 보면서 혹시, 일요일이 없어졌다고 예배까지 없어진 건 아닌지 의심했지만 '설마'라는 단어가 머릿속에서 튀어나왔다.

 

  평소엔 순서를 기다릴 만큼 붐볐던 주차장이 이상하리만치 한산했다. 우찬8은 선글라스를 코끝으로 내려 주변을 확인했다. 주변도 주차장만큼 조용했다. 사람들의 모습을 찾기가 어려웠다.

 

 그는 차에서 내려 다시 한 번 주위를 둘러보다가 교회로 연결되는 통로로 몸을 옮겼다. 그런데 통로의 끝이 닫혀 있었다. 그는 닫힌 문을 주먹으로 두드렸지만 문은 열리지 않았다. 근처에 시간을 변경한다는 안내메시지나 장소를 변경했다는 메시지가 없는지 확인했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그는 주차장으로 다시 돌아왔다. 그리고 손톱으로 차 문을 열고 몸을 들여보내려 할 때 누군가 그의 손목을 잡았다.

 

 그는 차에 들어간 한 쪽 다리에 힘을 주어 몸이 낯선 사람에게 끌려가지 않게 하려다 바닥에 넘어졌다. 바닥에서 올려다본 남자의 얼굴은 수염이 반이었다. 옆머리의 끝에서 시작된 수염이 턱밑과 코밑에 넓게 펼쳐져 있었고 눈썹도 다른 사람의 두 배정도여서 꼭 머리카락이 길게 얼굴을 덮은 것 같았다.

 

 눈은 작았지만 코는 컸고 입도 커서 수염만 없다면 잘생긴 얼굴이라고 우찬8은 생각했다. 남자의 손이 다시 그의 손목으로 와서 그를 일으켜 세웠다. 서서 본 남자의 얼굴은 아래에서 볼 때와 조금 달랐는데 어디가 다른지 정확히 알 수 없는 그는 고개를 옆으로 기울이며 남자가 먼저 어떤 말이라도 해 주기를 기다렸다.

 

 "예배하러 온 것 맞죠?"

 "네, 맞아요. 그런데 왜 그러시죠."

 "당신이 처음이에요. 일요일이 없어졌는데도 예배하러 오는 사람은…."

 "일요일이 정말로 없어진 건가요?"

 "없어졌어요. 그것을 정말 몰랐나요?"

 "아니요. 알았어요. 오늘 아침에. 하지만 예배는 할 줄 알았어요. 그래서 온 거예요."

 "어쨌든 반갑습니다. 나는 다비3입니다."

 "아… 네… 그런데 왜 저를 넘어트린 거죠?"

 "이런, 미안해요. 사과를 먼저 했어야 했는데."

 "괜찮으니까. 대답해 주세요."

 "저는 목사입니다. 좀 더 자세히 말하면 정부 정책에 반대해서 예배를 드리려는 목사입니다. 아시다시피 정부는 숫자 7을 없애면서 일요일도 같이 없앴어요. 그리고 일요일마다 예배를 드리던 교회들도 다 문을 닫게 만들었죠. 22세기엔 교회가 필요 없다고 말하면서요. 하지만 저는 그 정책에 찬성할 수 없었어요. 일요일을 없애고 사람들이 계속 일하게 하는 것에도 찬성할 수 없었고 교회 문을 닫으라는 것에도 찬성할 수 없었죠."

 "그런데요?"

 "그런데 저는 지금 함께 예배할 사람들을 찾고 있어요. 우리 같이 예배 합시다."

 "어디서요?"

 "어디서든, 언제든지요. 예배하려는 마음만 가지고 우리 같이 합시다."

 "글쎄요. 처음 보는 사람한테 같이 뭘 하자고 하는 건 좀… 제가 어떤 사람 인줄도 모르시잖아요."

 "당신이 어떤 사람이라는 건 중요하지 않죠. 같이 예배합시다."

 "아니요. 저는 이만 가 볼게요. 다른 사람 찾아보세요."

 

  우찬8은 손목에 있는 남자의 손가락을 쥐어뜯은 후 차에 올라탔고 문이 닫히기 전 남자가 하는 말을 들었다. '다시 만날 수 있도록 기도 하겠습니다' 우찬8은 그에게서 눈을 떼고 가속페달을 밟았다.

 

 차는 구름을 뚫고 하늘을 날아갔고 우찬8은 수동운전모드를 계속하며 바다 위까지 차를 몰았다. 바다위의 공기는 도시보다 차가웠다. 그는 그 차가운 공기를 마시기 위해 창문을 열고 차의 지붕도 열었다. 갈매기 몇 마리가 차 주변을 맴돌고 다른 곳으로 가버리자 바다와 하늘 사이엔 우찬8 밖에 없었다. 그는 갑자기 외로움을 느꼈다.

 

 차가운 바람이 외로움을 더했고 서쪽에 있는 해가 만든 바다의 색이 외로움과 반대되는 감정들을 마음속에 들어오지 못하게 했다.

 "우찬, 너 어디야?"

 "바다"

 "바다? 너 왜 거기에 있어. 오늘 경기 있는 것 몰라. 빨리 와!"

 "나 계약 안했어."

 "뭐라고?"

  친구로선 우찬8이 재계약을 하지 않은 것이 이해될 리 없었다. 팀의 에이스급 선수들도 연봉이 삭감되고 옵션으로 해놨던 여러 가지 조항들을 없애는 시기인데 자기가 뭐가 잘났다고 계약을 안 하는지 도통 이해할 수 없다는 어투로 말을 이었다.

 "왜 그랬어. 너 이제 뭐할라고?"

 "글쎄… 뭐라도 해야지."

 "알았어. 다음에 전화할게."

 

  친구가 전화를 다시 하게 될지는 모르지만 확실한 것 한 가지는 그 친구는 주전으로 뛸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났다는 것에 기분이 좋아졌다는 것이다. 우찬8도 친구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마음이 씁쓸해졌다. 그리고 왜 비슷한 실력의 선수들을 한꺼번에 내보낼 수 있도록 경기 인원수를 자유롭게 하지 않는지 답답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남보다 더 잘하기 위해 이상한 주사를 맞는 선수가 없어질 것이고, 선수들이 주사를 맞지 않아서 건강해 진다면 스포츠가 목적하는 것들이 더 빨리 이루어 질 텐데.

 

  우찬8은 차 안의 서랍에서 경기 전에 항상 맞았던 혈관주사제와 주사기를 꺼냈다. 그는 겉에 쓰인 글씨를 눈으로 훑은 후 미련 없이 그것을 바다로 던졌다. 주사제가 들어있는 플라스틱 앰풀이 더 빨리 땅으로 내려갔고, 상대적으로 가벼운 주사기는 수직으로 떨어지지 못한 채 종종 바람의 방향을 따라 올라올 때도 있었다.

 

 그가 주사제와 주사기를 버린 것은 이제 그것들이 필요 없기 때문이 아니다. 지금껏 마음을 짓누르던 부정을 없애기 위함이다. 선수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불법적인 약물을 먹고, 심판이 보지 않는 곳에서 적당히 반칙을 하고, 동료보다 더 잘하기 위해 동료가 더 못해주기를 바라는 치사한 마음과 작별하기 위해서다.

 

  22세기도 21세기처럼 비겁하게 살아선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늘에 있는 아버지께 부끄러운 모습을 더 이상 보여주기 싫다는 고집이 갑자기 생겨서다. 참으로 감사할 일이다. 실패와 어려움 앞에 정의를 찾을 수 있는 몇 명 안 되는 사람들 중에 우찬8이 들어있다는 것이.

 

 참으로 기뻐해야 할 일이다. 그의 소심하고 타락한 본성이 원래 그가 가지고 있던 인격의 속성을 그리워 한다는 것이. 물론 약 하나 버린 것으로 정의와 바람직한 인격의 속성들이 그의 삶에 긍정적인 열매를 맺게 하는 것은 아니다. 부단히 노력해야 하고, 누군가 도와 줘야 한다. 참으로 다행이다. 우찬 8이 마리3과 다비3을 만난 것은.

 

  집으로 돌아온 우찬8은 마리3의 전화번호를 보고 손톱을 그 번호만큼 때렸다. 귓속의 모바일스틱에서 송신하는 신호가 들리고 응답 대기 벨이 울렸다. 그녀는 부러진 모바일스틱을 다른 것으로 대체해 기존 번호로 오는 전화도 수신 할 수 있도록 해놔서 그의 전화를 받을 수 있다.

 

  그는 수신 벨이 여러 번 울리는 동안 손바닥으로 손가락을 문지르면서 긴장되는 마음을 풀었다. 손가락은 손바닥에서 나는 땀 때문에 미끄러웠다. 그는 미끄러운 손가락을 문지르는 것 대신 손톱을 이빨로 깨물었다. 하지만 그것도 오래 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손톱에 입력해 놓은 여러 가지 비밀번호들과 개인정보들이 이빨의 충격 때문에 다른 설정으로 바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우찬8은 의자에 잠깐 앉았다가 다시 일어났다. 그리고 몇 걸음 이동해서 다른 의자에 앉았다가 다시 일어났다. 그런 행동을 몇 번 더 했을 때 그녀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녀의 목소리는 밝았다. 흠이 없는 성대가 만든 깨끗한 소리였다. 그는 목에 낀 가래를 급하게 정리하고 그녀에게 말을 꺼냈다.

 

 "몸은 좀 어떠세요? 많이 아픈 건 아니죠?"

 "어제보다 좋아졌어요. 고마워요."

 "고맙긴요. 나아지셨다니 제가 감사하죠. 타박상에 좋은 음식 몇 개 보냈어요. 받으시면 꼭 냉동실에 보관하세요."

 "왜 저를 구해주셨죠?"

 "왜라뇨? 길을 가다가 쓰러진 사람을 보면 당연히 일으켜 세워주고 상처가 있는지 확인한 다음 상처가 있으면 소독을 해주고 의식이 있는지 확인한 다음 의식이 없으면 하룻밤을 재우고 다음날 아침에 집에 갈 수 있도록 해줘야죠. 혹시 집에 갈 차비가 없다면 차비까지 챙겨줘야 하는 건 당연하구요."

 "아빠가 집에 없어요."

 "아, 오늘 쉬는 날 아니래요. 저도 일요일인 줄 알고 교회에 갔었는데 교회가 열려 있지 않더라고요. 그러니까 마리 씨 아버님도 직장에 계실 거예요."

 "아빠 직장이 교회인데요."

 "이런… 직장을 잃으셨군요."

 "그럼 우찬 씨도 지금 직장이에요?"

 "저요? 저는… 지금… 집이에요. 우리 만나죠."

 "오늘은 안 될 것 같아요. 내일 만나요."

 "좋아요. 내일."

 

  애완로봇들 중 몇 개가 그의 기분을 읽고 몰려들었다. 우찬8은 그 중 하나를 들어 올려 목덜미에 있는 칭찬버튼을 눌러 주었다. 로봇은 고개를 한 바퀴 돌리며 좋아했고 그는 그 모습을 격려하며 로봇의 입에 짧은 키스를 해주었다. 로봇들 중 가장 셈이 많은 녀석이 우찬8의 발목을 깨물었다.

 

  옆에 있던 정의로운 로봇 한 개가 그 로봇의 잘못을 지적했고 둘은 금세 싸움을 벌였다. 우찬8은 싸우는 로봇들의 다리를 잡아 들어올렸다. 허공에 매달린 것 같이 돼버린 로봇들은 발차기를 하며 싸움을 계속했고 그는 로봇들을 빙빙 돌리다가 푹신한 소파에 던져버렸다.

 

  그는 소파 구석에 처박힌 로봇의 민망한 자세를 보고 웃음을 터트렸고 주변에 있는 로봇들은 그 웃음소리를 따라했다.

 "왜 그렇게 기분이 좋아요?"

 말할 수 있는 로봇이 질문했다.

 "왜냐고? 너는 말해도 모를 거야."

 "그래도 말해 주세요."

 "어제 여기 왔던 여자 있지."

 "있죠."

 "나 그 여자를 사랑해."

 "사랑?"

 "검색해봐. 사랑이 뭔지."

 로봇은 그의 뇌에서 사랑을 검색했다.

 "오래 참는 거라는 데요."

 "오래 참는 것? 정말 그렇게 돼있어?"

 "네"

 "뭐, 오래 참을 수도 있지. 하지만 난 내일까지 참는 것도 힘들 것 같아. 그녀를 당장이라도 찾아가서 만나고 싶어. 너도 알겠지만 이런 적은 여태껏 없었어. 이상해. 내가 왜 이렇게 됐지? 순식간에 사랑에 사로잡혀 버렸어. 내가 가지고 있는 나쁜 고집들이 한 순간에 없어져 버렸고 불안하고 두려운 마음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어. 이상해. 예전에 사랑했던 여자들한테선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감정들이 새롭게 생겼어. 이상해. 손가락도 7개 밖에 없는 여자를 내가 왜 좋아하는 거지?"

 "숫자 7은 말하면 안돼요."

 

  우찬8은 로봇의 스피커를 껐다. 하지만 로봇은 자신의 말을 아무도 들을 수 없다는 것을 모른 채 입술을 오물거리고 있다. 우찬8이 로봇에게 두려운 마음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고 말한 것은 거짓말이다.

 

  그는 바다의 한가운데서 느꼈던 외로움과 두려움을 계속 가지고 있다. 주사기를 버리며 부정한 것을 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했다고 즐거움이 생긴 것은 아니다. 그의 앞엔 당연히 두려워하고 염려되는 날들이 펼쳐져 있고 그는 직감으로 그것을 알고 있다. 다만 입 밖으로 그런 일들이 일어날 거라는 말을 하지 않고 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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