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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Pay first.
작가 : 바울
작품등록일 : 2018.12.1

인기 없는 작가와 찌질한 팬의 아슬아슬한 관계 유지.

 
#11
작성일 : 18-12-14 23:46     조회 : 309     추천 : 1     분량 : 5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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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 고아 씨, 강승아 (17)

 

  너무 빠르게 진행된 상황 때문에 현실감이 없다. 4년 동안 얼굴 한 번 못 본 작가님과 만나 이제는 초상화까지 그려주려 한다. 그림을 잘 그렸으면 이만한 기회도 없었을 텐데, 아쉽게도 집에서나 이따금 끄적거려 봤지 밖에선 은근히 숨기고 다니는 수준이다. 첫 실전이 가장 중요한 자리라니 너무 잔인한 게 아닌가 싶다. 너무 오래 걸려선 안 되고, 평소보단 더 잘 그려야 한다. 심지어 도구가 볼펜 하나 뿐이다. 틀릴 때마다 종이를 북북 찢는다면 모를까, 선을

 잘못 그어도 수정할 방법이 없다. 펜이 종이에 닿자마자 쭉 미끄러질 것 같다.

 

  그렇게까지 의식 안 해도 될 텐데. 고아 씨는 같은 자세로 5분째 기다리는 중이다. 승아는 여전히 펜 끝을 종이에 대지도 못하고 있다. 그저 간단한 그림이면 충분 하련만 이상한 기합이 잔뜩 들어간 것 같다. 깜빡 잊고 말은 못 했지만, 저 그림을 받으면 돈이라도 건네줘야겠다. 어쩌면 말한 걸 잊은 게 다행일지도 모른다. 돈부터 줬으면 그나마 펜도 못 잡았을 것 같다. 아, 드디어 그리려고 하나. 아니, 아니다. 점 하나 찍고 말았다.

 

  고아 씨는 계속 기다린다. 그림을 부탁한 사람에게 재촉하는 일이 얼마나 신경질 나는 일인지 아주 잘 알고 있다. 시간이 얼마나 걸리던 아무 말도 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좋은 의도에서 나온 결론이었지만 곧 생각이 바뀌었다. 종이에 고개를 처박고는 정작 그려야 할 대상인 고아 씨를 흘끔거리고만 있었다. 자신을 2초 이상 보질 않았다. 아까 빵 먹을 땐 잘만 보고 있었으면서. 전형적인 멍석 깔아주면 못 하는 타입이다. 삐질삐질 땀을 흘리는 걸 보니 본인이 본인에게 채찍질하고 있는 게 분명하다.

 

  차마 보고 있을 수도, 그대로 두고 싶지도 않았다. 그림 그리는 데엔 다양한 방식이 있단 건 동의한다. 하지만 저건 아무리 봐도 길을 잃었다. 지금 하려는 말을 재촉이 아닌 도움이라고 받아들여야 할 텐데. 그건 순전히 고아 씨가 얼마나 부드럽게 말하는지에 따라 달렸다.

 

  "승아님."

 

  요란한 반응이다. 누가 보면 발작이라도 일으키는 줄 알겠다. 끄트머리로 밀어 놓은 잔이 떨어질 뻔했다. 승아는 숨을 몰아쉬며 간신히 대답한다.

 

  "저 계속 보세요. 똑바로 보셔야죠."

 

  말 끝에 승아 님도 아시잖아요 라고 덧붙이는 걸 잊지 않았다. 그림 대상을 오랜 시간 관찰하고 나서야 선을 긋는 건 고아 씨 스타일이라 강요할 순 없다. 승아는 승아 나름대로 그리는 방식이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저렇게 흘끗거려서야 머리에 뭐가 남긴 남는지 모르겠다. 고아 씨의 말을 듣고도 갈피를 못 잡던 시선이 잠시 뒤에야 마침내 정면에 고정되었다.

 

  미치겠다. 아무리 봐도 저렇게 예쁠 수가 있나 싶다. 콩깍지가 눈에 얼마나 씌였는지 예쁘단 생각 말곤 드는 게 없다. 그림 안 좋아했으면 분명 배우했겠지. 얼굴에 열이 오르는 게 느껴진다. 굳이 거울을 찾지 않아도 얼굴이 붉어졌을 게 뻔하다. 하지만 창피해할 겨를도 없다. 최대한 빠르게 관찰을 끝내야 한다. 끝도 없이 달아오르는 얼굴이 터지지 않게.

 

  검은 보브컷 머리에 긴 속눈썹. 짙은 눈매. 귀엽게 오똑한 코. 작은 입술. 분홍빛 볼. 얇은 목에 매인 초커. 사람을 어질어질하게 만드는 향기도 난다. 저 맑은 눈에 넋 나간 자신의 얼굴도 비친다. 마주 보는 내내 부끄러움을 참느라 허벅지를 꼬집고 있었다. 정말로, 단 한 번이라도 웃는 얼굴을 보고 싶다. 지금 고아 씨가 화장품을 꺼내 자기 얼굴에 팬더 분칠을 하더라도 되려 반가울 것 같다.

 

  그런 승아와 마주 앉은 고아 씨는 생각한다. 진짜 멍청해 보인다고.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길래 저런 표정이 나오는 걸까. 자신을 똑바로 보라고 말 한 건 고아 씨지만, 그런 표정으로 보라고 말 한 적은 없다. 술에 얼근히 취한 사람처럼 목까지 붉은빛이 돈다. 입술 끝이 계속 꿈틀거리는 걸 보니 웃음이 부끄러움에 섞여 터지기 직전인 모양이다. 덩달아 고아 씨도 입꼬리를 올릴 뻔했다.

 

  두 사람은 말없이 서로를 보고 있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종일 눈을 마주쳤다. 도저히 참지 못 한 승아가 터진 부끄러움에 허물어질 때까지.

 

  왜 웃어. 왜 웃냐고. 그런 생각을 하는 고아 씨도 저도 모르게 웃고 있었다. 안타깝게도 승아는 고개를 처박고 키득거리느라 그 모습을 보지 못했다. 승아가 간신히 숨을 자제하고 자세를 고쳐 잡을 때쯤엔, 이미 고아 씨는 예의 무뚝뚝한 표정을 가장하고 있었다. 위험했다. 표정 바꾸는 게 조금만 늦었어도 웃고 있던 걸 들켰을 것이다. 머쓱해진 승아는 큼큼 하고 헛기침을 몇 번 한다.

 

  "제 얼굴이 웃겨요?"

 

  냉정함이 뚝뚝 떨어지는 목소리다. 승아는 위축된다. 자기 얼굴을 보다 느닷없이 터져버렸으니 오해를 할 만도 하다. 오해를 풀려면 솔직하게 말해야 할까. 작가님이 너무 예뻐서요 라고. 고아 씨 성격에 이런 말은 거진 놀리는 것처럼 받아들일 수도 있었다. 사실 솔직하게 말할 용기도 없지만. 승아는 그저 눈만 피하며 쭈글거린다.

 

  "아뇨.. 아뇨 죄송해요. 그게 아닌데.."

 

  "다 보셨으면 그려주세요."

 

  저 비 맞은 강아지 같은 표정을 보고 있으면 놀려 주고 싶은 마음과 짠한 마음이 함께 든다. 그건 그것 나름대로 승아의 매력일지도 모른다. 고아 씨 스스로 찾아낸 승아의 장점이다.

 

  침울한 마음을 혼자 위로하며 펜을 잡았다. 이제 더는 미룰 수 없다. 종일 본 덕분에 고아 씨의 얼굴은 눈에 선하다. 그럼에도 계속해서 고아 씨를 흘끔거리는 걸 잊지 않는다. 잠시 방심하면 하나라도 잊어버릴 것 같다. 다행히도 펜촉은 얇고 잉크가 진하다. 밑그림 없이 그려 본 적은 없지만 해볼 수밖에. 그 긴 과정 끝에 마침내 첫 선이 그어진다.

 

  워낙에 조용한 카페 안에 펜 긋는 소리가 유난히도 크게 울린다. 고아 씨는 멍하게 그 소리를 듣고 있다. 이따금 잔을 들어 홀짝거리는 것 외엔 얌전히 기다린다. 십몇 분 쯤 걸렸을까, 펜이 종이에서 떨어졌다. 어떻게 그려졌나 살짝 보려 했더니, 다른 손으로 종이를 가리고 있다. 표정을 보니 그리 만족스럽게 그려지진 않은 모양이다. 펜이 공중에서 우왕좌왕 움직인다. 다시 그려도 되는지 물어볼까 고민하고 있는 건가. 그리기는 끝난 것 같지만 승아가 건네주기 전까진 굳이 말을 꺼내지 않는다.

 

  "맘에 드실지 모르겠는데.."

 

  다시 그리겠다는 차마 못 했다. 고아 씨가 내민 손에 승아는 주저한다. 하지만 결국엔 종이를 넘겨준다. 시험을 치는 것도 아닌데 시종일관 조마조마한 표정이다. 고아 씨에겐 그림을 잘 그리나 못 그리나는 별로 중요한 게 아니었다. 애초에 뭔가를 가르칠 생각도 없었다. 어떻게 그리든 자신감이나 복돋아 줄 요량이었다.

 

  "남들한테 그림 보여준 적 있어요?"

 

  어떤식으로 해석하든 어색하지 않은 말이다. 만족인지 불만족인지, 낯빛에 변함이 없다.

 

  "아뇨 보여 드린건 작가님이 처음이에요. 전엔 프로필 사진 대신에 올려보려 했는데.."

 

  과한 정보는 대충 흘려 듣고 다시 고개를 내린다. 그림이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 엉성한 면도 없지 않지만 나름 매력 있다. 기대치를 낮게 잡아 둬서 인지는 몰라도, 이 정도면 나름 자랑하고 다녀도 괜찮을 것 같은데. 자세히 보니 고아 씨의 그림과 조금 닮았다. 자연스럽게 느낌이 베일 정도로 고아 씨의 그림을 수도 없이 따라 그린 게 분명하다. 정말로 고아 씨의 그림을 좋아한다는 게 실감 난다. 그런데도 왠지 확인을 받고 싶었다.

 

  "평소에 제 그림 따라 그리세요?"

 

  마치 표절작가를 추궁하는 것처럼 들리지만, 이번에도 그럴 의도는 아니었다.

 

  "네 제일 자주 그려요. 작가님 좋아하니까.. 그림을요."

 

  승아가 왜 뜬금없이 자기 입을 때리고 있는진 모르겠지만, 그림은 마음에 든다. 구구절절한 칭찬 몇 가지를 생각해 보다가 더 좋은 방법이 떠올랐다. 지갑을 꺼내 가장 잘 보이는 곳에 그림을 넣는 모습을 보여준다. 생각한 대로 눈이 휘둥그레진다.

 

  "그, 그거 지갑에 넣고 다니시게요?"

 

  "네. 예뻐서."

 

  그걸로 충분했다. 몸이 한번 크게 들썩인 걸 보니 환호라도 지르려 했나 보다. 표정만 보면 고아 씨에게 고백이라도 받은 것 같다. 참 알기 쉽다니까. 지갑을 꺼낸 김에 만 원짜리 몇 장을 꺼내 승아에게 건넨다. 승아는 기겁한다. 지나칠 정도로 한사코 손을 흔들며 거부했다. 나쁜 걸 봐선 안 된다는 듯 눈까지 꼭 감고 있다.

 

  "안 돼요 절대 안 돼요. 이런 걸 그리고 돈은 못 받아요."

 

  "제 얼굴이 어떻길래 '이런 걸'이 나오나요."

 

  그런 뜻으로 말 한게 아니란 건 당연히 잘 알고 있다. 저 기쁜 표정을 보니 옆구리를 몇 번 찔러주고 싶을 뿐이다.

 

  "그게 아니라.. 아니, 아무튼 이 정도로 돈을 받는 건 제가 너무 죄송해서.."

 

  "절 보답도 없이 착취하는 사람으로 만드시네요."

 

  연신 흔들어대는 팔을 붙잡고 억지로 돈을 쥐여준다. 힘으로는 승아가 우위인 게 자명하지만, 저 작은 손에 들어간 힘에 저항할 수 있는 남자는 없다. 승아는 그저 얼떨떨한 표정으로 자기 손에 쥐어진 지폐를 본다.

 

  여기까지가 고아 씨의 계획이었다. 자신감도 자신감이지만 자신의 특기를 공짜로 부려 먹히는 일이 없게 만들고 싶었다. 사실 십여분 만에 수첩에 그린 그림에 저만한 가치가 있진 않다. 저 돈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 깨닫기만 한다면야, 몇만 원 정도는 도리어 싼 편이다.

 

  지갑에 넣은 그림을 유심히 본다. 흥미롭다. 승아가 작가가 되고 싶은지는 몰라도, 경험만 쌓으면 언젠가 이름 석 자 뒤에 작가를 붙이고 나타날지도 모르겠다. 그때부턴 팬과 작가가 아니라, 작가 대 작가로 마주할 수 있겠지. 그런 생각에 조금 즐거워진다. 그리고 즐거워한 자신이 순간 낯설게 느껴졌다.

 

  고아 씨가 그림에서 눈을 땔 때까지도 승아의 눈은 지폐에 콕 박혀있다. 대학생이 부유하긴 힘든 건 사실이지만 저렇게나 좋아할 줄이야.

 

  "중요한데 써주세요. 이미 승아님 돈이니까 맘대로 하셔도 되지만."

 

  별 의미를 담고 한 말은 아니다. 승아는 네 라며 작게 대답한다. 그리곤 고아 씨와 손에 쥔 돈을 번갈아 본다. 도무지 행동의 의미를 모르겠다.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어쨌든 고아 씨가 할 일은 다 했다. 다시 창밖으로 돌아가려던 고개가 흠칫할 정도로 큰 목소리에 멈춘다.

 

  "작가님!"

 

  "왜..요."

 

  고아 씨로선 드물게 말을 끈다. 그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조금 긴장했다.

 

  "괜찮으시면.. 그.. 저희.."

 

  꿀꺽.

 

  "다음 주에 또 볼까요? 그땐 제가 점심 사드릴게요."

 

  아. 돈과 고아 씨를 번갈아 보던 게 이런 이유였나 보다. 맘대로 하랬더니 정말 막 쓰려 든다. 아니 어쩌면, 중요한데 쓴다고 생각해서 일지도 모르겠다. 처음에 비하면야 승아의 이미지는 많이 좋아졌지만, 그렇다고 해서 딱히 다시 만날 날을 염두해두진 않았다.

 

  고아 씨는 고민한다. 이 꼬마한테 기회를 한 번 더 줘야 할까, 선을 그어야 할까.

 

 .

 
작가의 말
 

 오글토글

 
 
자신만의 이미지를 등록해보세요
과하객 18-12-15 05:46
 
천생연분을 만났는데 꼬마라니.... 너무하시는 것 아녜요, 고아씨! 팬더 씨만 자꾸 불쌍해지네요.
     
자신만의 이미지를 등록해보세요
바울 18-12-17 23:53
 
승아는 불쌍한 맛으로 봐주세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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