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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King's Road
작가 : Xien
작품등록일 : 2018.11.2

왕도(王道)란 무엇인가? 왕이 될 자는 누가 선택하는 것이고 누가 그 길을 것는 것인가?

강대국 리엔왕국에서 소리없는 왕권 쟁탈전이 벌어진다.
과연 왕이 되는 자는 누구인가?

 
24화
작성일 : 18-12-14 21:44     조회 : 315     추천 : 0     분량 : 4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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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체칠리아와 스케리브는 아렌타 시를 떠나고 생각보다 지체된 일정에 길을 재촉했다. 남쪽으로 내려갈수록 주변 풍경도 더욱 생기있게 변해갔다. 이제 나무들마다 기지개를 켜듯 작은 꽃눈들이 얼굴을 내밀었고, 얼었던 개울은 녹아 유쾌한 소리를 내며 흘러내렸다. 이제 겨울은 끝이 나고 봄이 찾아왔다. 봄을 알리는 미풍에 스케리브는 기분이 좋아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조금만 더 가면 드디어 항구도시가 나올 거야.”

 

  체칠리아의 말에 스케리브의 얼굴에 더욱 화색이 돌았다. 도리스 왕국까지 아직 배를 타고 많은 시간을 이동해야 했지만, 그래도 긴 여정의 끝이 보이는 듯 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반나절 정도 말을 달려 항구도시 델 마리노에 도착했다.

 

  “우와!”

 

  델 마리노로 들어가기 전 마을 뒤 언덕에서의 풍경에 스케리브는 넋을 잃었다. 언덕아래에 낮은 석조건물들이 줄지어 바다를 향해 오밀조밀 모여 있었고 저 멀리 탁 트인 바다가 보였다. 해가 바다 너머로 넘어가면서 바다 전체가 붉은 빛으로 물들었고, 마을의 건물들 역시 주황색이나 밝은 노란색으로 빛났다. 꿈같은 풍경에 스케리브는 한동안 말을 잃었다.

 

  “이제 가자. 아무리 봄이라도 바닷바람 때문에 해가 지면 쌀쌀할 거야.”

 

  수면너머로 조금 남아있던 해가 넘어가자 체칠리아가 말했다.

 

  “정말이지, 내가 여태껏 봤던 것 중 가장 멋진 풍경이었어. 꼭 신들의 도시를 보는 것 같았어. 물과 빛의 도시처럼 말이야.”

 

  말을 천천히 몰며 스케리브는 자신이 얼마나 델마리노의 풍경에 감명을 받았는지를 조잘댔고, 체칠리아는 고개만 끄덕거렸다.

  마을에 진입하자 바람에 실려오는 바다의 짠내뿐만 아니라 마을 곳곳 어귀에서 생선말리는 냄새까지 더해져 비릿한 바다내음이 진동했다. 생전 처음 맡아보는 냄새에 스케리브는 저도 모르게 인상을 찌푸렸다.

 

  “윽! 이게 무슨 냄새야? 뭔가 텁텁하면서도 짭짤해…. 풍경은 좋았는데 냄새는 별로다.”

 

  “짠내라는 거다. 꼬마야. 행색을 보아하니 넌 우리 마을사람이 아니구나? 물론 우리 마을 사람이었다면 냄새가지고 뭐라고 안했겠다만.”

 

  가게주인으로 보이는 남자가 가게 앞의 물건을 안으로 들여놓으며 말했다. 강한 억양의 남자의 말에 귀 기울이던 스케리브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전 바다를 본 적이 없어요. 그런데 나쁜 뜻으로 말한 건 아니었어요. 절대로요!”

 

  “하하하. 기분 나쁘진 않았단다. 나도 육지에 가면 소똥, 말똥 냄새가 아주 역겹거든! 여튼 델 마리노에 온 걸 환영한다. 네가 여기서 무엇을 하든, 무엇을 맛보든 아마 실망하지 않을 거야.”

 

  쾌활한 남자의 말에 스케리브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지는 걸 느꼈다.

 

  “여기 사람들은 참 인상이 좋아 보인다.”

 

  “원래 시골인심이 좋은 법이지. 여기는 대부분이 어업을 하기 때문에 마을 사람들끼리 서로 도와가면서 일을 하는 풍습이 있어서 사람들은 대부분 좋아.”

 

  역시나 초행이 아닌듯한 그녀의 말에 스케리브는 기분 좋은 미소를 머금고 주위를 둘러보면서 경쾌한 발걸음을 옮겼다.

  살랑거리는 바닷바람을 맞으며 얼마간 거리를 걷자 허름한 여관이 나왔다. 기껏해야 방이 3개나 될까하는 작은 곳이었다. 스케리브가 설마 이곳에서 묵는 건 아니겠지라는 생각을 하는 찰나 체칠리아가 여관의 문을 열고 들어가는 바람에 스케리브는 저도 모르게 한숨을 쉬었다.

 

  “체칠리아. 내 생전 처음으로 오는 바다인데, 좀 좋은 여관으로 가면 안 돼?”

 

  스케리브가 궁시렁 거리며 여관 안으로 들어가자 구석진 곳에 앉아있던 한 노인이 일어나 반갑게 인사하며 그들 쪽으로 왔다.

 

  “오, 이게 누군가? 체칠리아! 오랜만이구나. 오랜만이야. 이제는 아가씨가 다됐구나.”

 

  “벨 할아버지, 잘 계셨어요? 여전히 정정해보이시네요. 도리스 왕국에 가기 전까지 며칠 묵을까 해서 왔어요.”

 

  여관 주인장은 체칠리아와 잘 아는 사이인 듯 친근해보였다. 그리고 여태까지 스케리브가 본 그녀의 표정 중 가장 밝았다. 해맑게 웃으며 할아버지와 떠들어대는 체칠리아의 모습이 스케리브에겐 낯설게 느껴졌지만 훨씬 보기 좋다고 생각했다.

 

  “음, 그런데 뒤에 꼬마는 누구니? 처음 보는 얼굴인데? 네게 여동생이 있었던가?”

 

  “전 여자가 아니고, 남자에요! 저도 도리스 왕국으로 가게 되어서 체칠리아랑 같이 다니고 있어요. 스케리브입니다.”

 

  “아이고, 이거 실례할 뻔 했구만. 거짓말 조금 보태서 내 손녀랑 닮아서 여자로 착각했어. 미안허이. 난 이곳 여관 주인 베리노라 하네. 보통은 벨이라고 부르지.”

 

  베리노 영감이 허허거리며 말할 때 여관 윗층에서 우당탕하는 요란한 소리와 함께 스케리브 보다 조금 어려보이는 한 소녀가 내려왔다.

 

  “아이참! 할아버지! 어디 가서 나 닮았다는 소리 하지 말라니까요? 맨날 예쁜 언니, 오빠들만 보면 저 소리야! 어, 체칠리아 언니 안녕!”

 

  “이 할애비 눈에는 마리아가 제일 예쁜 걸 어쩌겠니? 마리아. 손님들 짐 좀 받아주고, 방으로 안내해 주겠니?”

 

  마리아는 그 소리가 듣기 싫지는 않았는지 꺄르륵 거리며 웃었다.

 

  “언니는 맨날 묵던 방으로 주면 되지? 문 열려있으니까 거기로 가면 돼.”

 

  체칠리아는 고맙다는 말을 남긴 채 위층으로 올라갔다.

 

  “난 제일 좋은 방으로 주면 좋겠어.”

 

  스케리브의 말에 마리아의 눈썹이 올라갔다.

 

  “안 돼! 거긴 내 방이란 말이야. 그럼 2번째로 좋은 방으로 줄게. 할아버지랑 아빠는 그 방이 안 좋다는데 그건 안목이 없어서 그런 거야. 우리 할아버지 봐봐. 무슨 말인지 알겠지? 내가 아지트로 쓰는 곳인데, 특별한 손님한테만 주는 곳이야. 엄마는 맨날 나보고 손님 묵을 방에 있다고 뭐라고 잔소리 하지만 손님이 없는 걸 어떡해.”

 

  쉴 새 없이 떠드는 마리아를 따라 건물의 제일 꼭대기로 올라갔다. 아마도 3층 정도 되는 것 같았다.

 

  “짜잔!”

 

  마리아가 자신 있게 문을 열어젖히자 작은 다락방이 나왔다. 작은 침대와 작은 티 테이블과 나무 의자가 전부인 허름한 방이었지만, 방 가운데 크게 자리 잡은 창문너머로 그림 같은 밤바다가 펼쳐져 있었다.

 

  “우와! 여기 진짜 좋다! 내가 꿈꾸던 그런 방이야.”

 

  창문에 달라붙어 초롱초롱한 눈으로 바깥 풍경을 눈에 담는 스케리브를 마리아는 뿌듯하게 바라보았다.

 

  “그치? 여기는 물론 풍경도 좋지만, 저~기 멀리서 집으로 돌아오는 아빠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좋아. 아! 저기봐! 아빠가 오고 있잖아! 난 이만 가볼게~”

 

  요란한 소리와 함께 마리아가 나가자, 스케리브는 아련한 눈으로 델 마리노의 모든 풍경을 기억하려는 듯 창밖을 바라보았다. 하늘에 어둠이 내리면서 마을 곳곳에는 집안을 밝히는 불빛이 반딧불처럼 깜빡거렸고, 바다 곳곳엔 별처럼 빛나는 노란 빛들이 점점이 흩어져 있었다.

 

  ‘어머니도 같이 있었더라면….’

 

  생각이 거기에 미치자 스케리브의 마음이 무겁게 가라앉으며 저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져 눈앞의 풍경이 흐려졌다. 소매로 눈가를 닦을 때 체칠리아가 문 밖에서 자신을 부르는 소리가 났다.

 

  “저녁 먹으러 1층으로 내려와.”

 

  스케리브가 1층으로 내려가니 이미 맛있는 냄새가 1층 전체를 가득 메웠다. 마리아는 자신의 아빠가 잡아온 싱싱한 해산물들을 구경하며 오늘 자신의 하루 일과에 대해서 떠들고 있었고, 벨 할아버지는 체칠리아와 즐겁게 이야기하고 있었다. 아마 주방에선 마리아의 어머니가 음식을 하는 지 달그락 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마, 내일 아침에 도리스 왕국에서 여기로 돌아오는 배편이 있죠? 내일 저녁에 배가 뜰 수 있을까요?”

 

  체칠리아는 벨 할아버지에게 배편에 대해 물어보고 있었다.

 

  “뭐, 날이 좋으면 그렇지. 얘야. 내일 오후에 배가 뜰 수 있겠냐?”

 

  “슬슬 바람이 세지던데요. 내일도 바람이 계속 불면 좀 힘들 수도 있겠어요. 체칠리아. 오랜만에 온 김에 좀 오래 머물고 가서 우리 여관 매출이나 좀 올려줘. 귀여운 남자친구도 데리고 왔으니까 말이야.”

 

  마리아 아버지의 능글거리는 농담에 체칠리아는 불쾌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체칠리아가 너무 솔직해서, 마음의 상처를 받지는 말거라.”

 

  마리아의 아버지가 스케리브 곁으로 와 귓속말을 했다. 스케리브와 마리아의 아버지는 음식이 나오기 전까지 말을 주고받았다. 그의 이름은 마틴이었고, 벨 할아버지의 뒤를 이어서 현재 어업에 종사 중이라고 했다. 그의 꿈은 거대한 어선을 만들어 끝이 보이지 않는 망망대해로 나가 어마어마하게 큰 고기를 잡는 것이라고 했다. 그 뒤로 그는 물고기의 종류과 습성, 자신이 여태껏 잡아 올린 대어들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그날은 날이 좋아서 평소보다 멀리 나갔었지. 그런데 낚싯대가 휘어질 것 같다 못해 곧 부러질 것 같이 휘는 거야. 직감적으로 아! 이건 대물이다! 라는 생각에 나와 루지, 한 이렇게 장정 셋이 달라붙어서 당겼지만 아, 글쎄 그놈이 얼마나 힘이 센지 우리를 배 이쪽으로 끌고 갔다 저쪽으로 끌고 갔다 하는게 아니겠어? 결국엔 낚싯대가 부러져 버려서 놓쳤지만 말이야. 우린 그날 그 녀석이 청새치 종류가 아닐까하고 생각했지. 분명 청새치였을 거야. 청새치가 어떤 녀석인가 하면은….”

 

  바닷물고기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스케리브는 고개만 연신 끄덕이며 마틴의 말 속에서 헤어 나오지 못할 때 주방에서 스케리브를 구원하는 소리가 들렸다.

 

  “여보! 음식 좀 날라요.”

 

  곧 식탁에는 마틴이 그날 잡아온 해산물로 푸짐한 한 상이 차려졌다. 스케리브는 한동안 이 음식 저 음식 맛보느라 정신이 없었다. 마리아의 어머니는 음식솜씨가 좋은 듯했다. 어느 정도 배가 차고 주변을 둘러볼 수 있을 정신이 들었을 때 스케리브는 만족스러운 얼굴로 마리아의 가족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할아버지는 체칠리아와 어떻게 알게 된 사이에요?”

 

  스케리브는 가장 궁금했던 것을 먼저 물어보았다.

 

  “나도 한때는 도리스 왕국에 살았었거든. 우리 마을에 체칠리아의 부모님이 살았지. 참 좋은 사람들이었어. 성실하고 어찌나 싹싹하던지…. 그 일이 있기 전까지는 불행은 모두 그 집을 비껴나가는 듯 했지. 정말로 화목한 가정이었어.”

 

  순식간에 벨 할아버지의 얼굴에는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그의 깊은 눈엔 슬픔이 여려있는 듯 했다. 스케리브는 눈치를 보며 체칠리아 쪽을 바라보았지만, 체칠리아는 마리아의 수다에 정신이 팔려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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