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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401 기동조사반
작가 : 칠미리
작품등록일 : 2018.11.4

주택가 골목에서 일어난 한밤의 폭행사건. 변호사 서유림이 사건을 맡게 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유력한 용의자는 현장에서 체포된 사설탐정. 그것도 하필이면 서유림의 첫사랑 엄기동이라니……. “정황에 가려진 진실이 있어. 난 범인이 아니라고!!” 사건의 규모는 감당하기 힘들 만큼 커지게 되고, 그 뒤에 감춰진 검은 세력들이 하나 둘 베일을 벗기 시작하는데……. 변호사와 사설탐정의 콜라보를 그린 좌충우돌 본격 수사 성장물. 과연 이들은 아름다운 러브라인의 결실을…… 아니, 사건의 전말을 파헤쳐 낼 수 있을 것인가.

 
[19화] 우리가 원하는 것
작성일 : 18-12-14 16:55     조회 : 249     추천 : 0     분량 : 46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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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색벽돌의 허름한 건물에서 나오는 조용한. 그의 얼굴에는 무사히 임무를 완수해낸 스파이의 표정이 그려져 있다. 손에 들려진 호두과자 봉지 아니, 딱 그만한 크기의 봉투를 조용한은 패딩 안으로 조심스럽게 감싸 안았다. 그러면서도 주위를 휙휙 살피며 경계하는 것이 마치 ‘나 돈 많이 갖고 있어요.’라며 광고라도 하는 것 같다.

 그렇게 삼엄한 경계를 펼치며 서둘러 갈 길을 재촉하려 할 때였다. 코너에서 갑자기 튀어나오는 검은색 세단이 끼이익- 하고 급정거를 하자 그 소리에 놀란 조용한이 벌러덩 뒤로 자빠지고 만다.

 

 “아이고, 나 죽네. 나 죽어~~. 아니, 도대체 운전을 어떻게 하는 겁니까? 네?”

 

 보행자가 다니는 골목에서 저렇게 거친 솜씨를 부리다니.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일이었다. 따끔하게 한마디를 해주겠다며 조용한이 다가가 창문을 두드린다.

 

 “내려 봐요. 아, 내리시라니까?”

 “…….”

 “아니, 이 양반이. 지금 사람을 칠 뻔해놓고 뭐하자는 겁니까. 당장 내려서 사과하세요.”

 

 조용한의 계속되는 재촉에도 차는 엔진소리만 울릴 뿐, 별다른 미동은 느껴지지 않고 있다. 진하게 썬팅이 된 탓에 창문 안을 들여다볼 수도 없었다. 꼬장꼬장하게 생긴 자신의 얼굴만 계속해서 비칠 뿐이다.

 그렇게 차 여기저기를 기웃거리고 있을 때였다. 그제야 엔진을 꺼뜨리며 스프라이트 정장을 잘 차려입은 남자가 차에서 내렸다. 그러면서 별일 없다는 듯 차 문을 잠그는 것이, 누가 넘어졌건 말았건 특별히 신경을 안 쓰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누군가 자신의 차를 두드렸다는 거에 대해서는 상당히 민감하게 여겼을 것이다. 저렇게 조용한을 빤히 내려다보고 있는 걸 보면 말이다. 선글라스로 눈을 가렸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무표정한 얼굴에서는 무서울 만큼 냉기가 흐르고 있었다.

 반면, 조용한은 두 눈을 휘둥그레 뜨고 무척이나 당황한 기색을 내비치고 있다. 아무래도 이 남자를 잘 알고 있는 눈치다. 그러기도 잠시, 어색한 미소를 지어보이며 조용한은 남자의 불편한 심기를 달래기 시작한다.

 

 “아, 그러니까 제 말은……. 운전하시는데 본의 아니게 제가 불편을 드린 것 같다, 뭐 이런 말씀을 드리려는 거였죠.”

 “…….”

 “원래 이런 데서는 제가 좀 더 주의를 했어야 하는데 말이죠. 안 그렇습니까? 하하, 하하하하!”

 

 그런 알랑방귀에도 남자는 여전히 무서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조용한은 어떻게 해서든 빨리 이 자리를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바쁘신 용무라도 있으신 것 같은데 저 때문에 괜히……. 아이고, 내 정신 좀 보게. 저도 급한 일이 있는 걸 깜빡했지 뭡니까. 저요? 아, 저는 괜찮습니다. 봐요, 멀쩡하죠? 아하하하!”

 

 자신의 건재함을 자랑이라도 하듯 조용한은 제자리를 팔짝팔짝 뛰어보였다. 그리고는 말이 끝나기 무섭게 쌔앵-, 뒤도 안 돌아보고 달아나기 시작한다.

 

 그런 조용한의 뒷모습을 잠시 무심하게 바라보던 한기주가 코웃음을 치며 건물 안으로 들어선다. 직원들의 깍듯한 인사를 받으며 안쪽에 위치한 비상계단을 통해 한층 더 올라가자 옥상모퉁이에 황량한 모습으로 자리를 잡고 있는 사무실이 나타났다. 아니, 그냥 창고라는 표현이 더 어울릴 것이다. ‘관계자 외 출입금지’라는 푯말이 붙어있는 문을 열자 아래층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의 세계가 펼쳐진다.

 흰색으로 두껍게 발라진 벽은 꼬질꼬질한 때로 얼룩져 있었고, 군데군데 페인트가 벗겨진 틈으로는 시멘트 벽돌이 부끄러운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재활용센터에서도 취급하지 않을 낡은 책상, 한쪽 벽면에 늘어서있는 찌그러진 철제 캐비닛. 캐비닛 옆으로는 쇠파이프와 금속야구배트가 들쑥날쑥한 모습으로 놓여있다. 소파에 앉아있던 덩치 하나가 일어나 90도로 몸을 숙이며 한기주를 맞이한다.

 

 “오셨습니까, 형님.”

 “별일 없어?”

 “한 놈 다녀갔는데 말입니다.”

 “갖고와봐.”

 

 서류를 받아든 한기주가 다리를 꼬고 앉아 신분증을 복사한 용지에서 조용한의 얼굴을 유심히 살핀다. 방금 전 건물 밖에서 잠깐 마주쳤음에도 어째 기억을 못하는 눈치다.

 

 “얼마?”

 “천만 원입니다.”

 “이쪽 일은 처음인가?”

 “네. 하, 하지만 잘 해낼 자신 있습니다.”

 

 덩치 큰 부하가 차렷 자세로 힘차게 외치자 한기주가 입가를 올리며 “당연히 그래야지. 안 그랬다간 네가 죽어.”라는 무시무시한 말을 꺼낸다. 부하는 침을 꿀꺽 삼키며 긴장한 모습을 드러냈다.

 

 “그렇게 긴장할 필요 없어. 쓸데없는 인정만 베풀지 않는다면 못할 일도 아니니까 말이야. 내말 잘 들어.”

 

 한기주의 손짓에 부하는 몸을 숙여 귀를 가져다 댔다.

 

 “돈만 받아내려고 하면 절대 안 돼. 우린 그렇게 정직한 놈들이 아니거든.”

 “……?”

 “아예 병신으로 만들어 버리는 거야. 다시는 일어서지 못하게……. 몸을 비틀고 목을 조르면 없던 돈도 나오는 게 이 바닥이거든. 안 나오는 게 이상한 거지.”

 

 그러면서 “이번 기회에 너의 역량을 한번 보여 봐. 기대하고 있을 테니까.”라는 격려의 말도 빼놓지 않았다.

 부하는 큰 감동을 선사받게 된다. 표정으로 봐서는 회사에 뼈를 파묻기라도 할 기세다. 최악의 청년실업률을 뚫고 당당히 금융권에서 인정받은 자신이 무척이나 자랑스러운 모양이다. ‘엄마. 나 칭찬 받은 것 같아.’라는 벅찬 표정은 우리 독자들만이 느끼는 것일까? 어쨌든, 그의 그런 기분과는 상관없이 한기주의 얼굴엔 차가운 미소만이 희미하게 번지고 있었다.

 .

 .

 .

 “현금으로 줬다고요?”

 

 연북동 기동조사반 아니, 서유림 법률사무소를 찾은 조용한은 봉투에서 꺼낸 5만 원 권 다발을 자랑이라도 하듯 테이블 위에 펼쳐 보였다. 그러면서 조금 전에 있었던 상황을 흥미진진하게 설명하고 있는 중이다.

 

 “그때 변호사님께서 하신 말씀이 생각났죠. 땅길 수 있는 만큼 최대한 많이 땅겨라……. 무담보로는 300까지가 맥시멈이라는데, 당체 방법이 안 떠오르더라고요. 정말 스펙터클하지 않습니까?”

 

 어딜 봐서? 라는 서유림의 표정에도 조용한의 무용담은 계속 이어진다.

 

 “자기들은 그 정도까지는 변통해 줄 수 없다고 하더니 제가 곤란한 표정을 짓자 친절하게도 한 가지 방법을 말해주더군요. 사채를 써보는 게 어떠냐면서 말이에요.”

 “사채요?”

 “네. 아무래도 그 분이 제 마성의 매력에 홀딱 빠졌나봅니다. 하하하하. 그런데 직접적인 개입은 안하더라고요. 한층만 더 올라가면 그런 데가 있기는 있다더라…… 뭐, 그런 식으로 말이에요. 거기요? 말도 마세요. 어지간한 배짱 갖고는 함부로 못 올라가요. 그만큼 무서운 곳이지요. 걔네들이 그럽디다. 자기들은 태성캐피탈이랑은 아무 상관이 없으니까 나중에 딴 소리 하지 말라고요.”

 “누굴 바보로 아나. 어디서 개수작이야.”

 “아, 저 말입니까?”

 “…….”

 

 서유림이 눈살을 찌푸리며 한숨을 내쉬자 조용한이 눈치를 보며 말을 이었다.

 

 “흠, 흠……. 뭐, 보시면 아시겠지만 대출이자가 꽤 높아요. 41.7%……. 환율이 올라서 어쩔 수 없대나 뭐래나.”

 “상환은 어떻게 하라던가요?”

 “그게……, ‘원리금 균등분할 상환’과 엇비슷합니다. 원금과 이자를 합산해서 내라는 거죠. 차이가 있다면 매달 현금으로 직접 와서 갚고 확인을 받는, 완전히 아날로그 방식이랄까. 문제는 한번이라도 연체를 할 경우, 상환해야할 액수가 엄청나게 불어난다는 겁니다.”

 “선이자, 수수료까지 공제하고 받아온 돈이 6백 정도. 이거 빌리고 1년간 다달이 내야할 돈이 118만원……. 과연 그게 끝일까요?”

 “네?”

 

 원금의 두 배를 훨씬 웃도는 금액이었다. 그것만 해도 억장이 무너질 일인데 서유림은 그보다 더 큰 불이익을 감지한 듯 이렇게 말한다.

 

 "만약에 그놈들이 조 기자님을 피해서 돈을 받지 않는다면요?"

 "돈을 받지 않는다고요? 왜요?"

 "왜라니요. 걔네들 입장에서 보면 당연히 상환 날짜를 넘겨야 받아낼 돈이 불어나는 거잖아요. 돈을 직접 들고 오라고 한 이유가 뭐겠어요. 안 만나면 그만이니까……. 아니, 이런저런 이유로 조건 몇 개만 갖다 붙이면 인생 한방에 무너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 안 해보셨어요?”

 “그, 그래도 차용증을 보시면…….”

 “이게 무슨 차용증이에요?”

 

 목숨을 걸고 얻어낸 결과물이 지금 서유림의 손끝에서 맥없이 팔랑거리고 있다. 지금에 와서 보니 그냥 종이쪼가리일 뿐이다.

 

 “차용증은요, 돈 받는 사람만 보호하는 게 아니에요. 채권자와 채무자, 쌍방의 조건이 명시돼 있어야 한다고요. 보세요. 방금 전 말씀하신 내용이 어디에도 없잖아요. 법적 효력이 없어요. 이거는요, ‘너 내가 돈 빌려줬으니까 내 방식대로 뜯어낼 거야.’라는 무언의 삥뜯김? 아무튼 그런 거라고요.”

 

 의기소침해져가는 조용한을 아랑곳하지 않고 서유림의 목소리는 점점 높아만 간다.

 

 “정말 가진 거 없는 사람들은요, 걔네들한테 평생 피 빨리면서 살아요. 죽을 때까지……. 영화 같은데서 보면 돈 뜯어내겠다고 비닐 같은 거 깔고 막 때리잖아요. 핏자국 안남기려고. 그만큼 철두철미 해요, 걔네들. 아마 그 비닐 값까지 청구될걸요? 가족들까지 걸고넘어지면 방법 없죠. 그냥 시키는 대로 다 하게 돼있어요.”

 

 내, 내가 무슨 큰 실수라도 한 건가? 젠장, 의욕이 너무 앞섰어. 사채는 건드리는 게 아니었는데……라는 후회가 조용한의 얼굴에 가득 그려졌다. 그렇게 아무 말 없이 고개만 숙이고 있을 때였다.

 

 “완벽해요. 바로 이게 우리가 원하던 거죠. 잘하셨어요.”

 

 아아, 내가 바보 같이 완벽하게 잘…… 응? 어리둥절한 것도 잠시, 조용한이 숙였던 고개를 들어 올려 서유림을 쳐다봤다.

 그녀의 두 눈이 검은 뿔테안경 속에서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그 표정은 뭐랄까. 타임세일이 임박한 상황에서 원하는 아이템을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다는, 그러기 위해서는 여러 경쟁자들을 뿌리쳐야 한다는, 그래서 벌써부터 몸이 근질근질 거리는……. 아무튼 그런 긴장과 희열에 도취되어 들떠있는 모습이 분명했다.

 
작가의 말
 

 그랬다고 합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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