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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밸런스
작가 : 을해
작품등록일 : 2018.11.2

태어나서는 안 됐어야 할 남자의 끔찍한 반란.

세상의 불공평에 맞선 한 남자의 몸부림.

한날한시에 태어난 10명의 사람.각기다른 운명. 최악과 최고의 공존.
모든 것이 정해진 운명? 아니다. 운명은 빼앗는 것이다.

 
확신(3)
작성일 : 18-12-14 15:38     조회 : 246     추천 : 0     분량 : 7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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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음식들을 기다리면서 남자아이의 방을 확인해 보니, 첫째의 이름은 김주민, 둘째의 이름은 김주용이란 것을 확인했다. 곧이어 파티라도 연 듯, 신재혁이 주문한 다양하고 맛있는 음식들이 속속히 도착했다. 식탁위로 가지런히 펼쳐지는 수많은 음식들을 보고 김주용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엄마! 진짜 이거 다 먹어도 되는 거야?”

 

 아직 모든 음식이 도착한 건 아니었지만, 김주용이 맨 손으로 음식을 집어 먹기 시작했다. 얼마 만에 느껴보는 제대로 된 상차림 인지. 신재혁도 가만히 있지 못했다. 의자가 떡하니 있었는데 앉아서 먹기에는 불편했는지, 이리저리 자리를 바꿔가며 배를 채우기 시작했다.

 

 “미쳤어… 이 맛있는 걸 여태껏 못 먹고 살아왔다니…….”

 

 “엄마 우는 거야?”

 

 입속으로 들어오는 음식들을 맛 볼 때 마다 신재혁의 눈동자가 촉촉해졌다. 달콤하고 매콤한, 심지어 짭조름하기까지 했다. 처음 느껴보는 맛에 감동받을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맛있다고 해도, 눈물을 흘리는 신재혁이 이해가 가지 않는 김주용이었다.

 

 한참을 정신없이 먹는 도중, 현관에서 인기척 소리가 들려왔다. 혹시 진채영의 남편이 들어온 건 아닐까, 들고 있던 닭다리를 내려놓고 신재혁의 시선이 현관으로 쏠렸다. 다행히 모습을 드러낸 건, 진채영의 첫째 아들. 김주민 이었다.

 

 “엄마 짜증나! 준비물 안 가져 왔다고 학교에서… 이게 다 뭐야?”

 

 아침과 같이 투덜대며 들어오는 김주민이 식탁 위에 있는 수많은 음식들을 보자마자 메고 있던 가방을 내팽개쳐놓고 달려들었다. 본인만 빼놓고 맛있는 걸 먹고 있다는 사실에 삐지진 않을까 걱정했지만, 식탁에는 아직 남은 음식들이 산더미여서 미리 차려 놓은 밥상과 같아 배불리 먹기에는 충분했다.

 

 “어휴… 도저히 못 먹겠다.”

 

 언제 또 이런 기회가 있을까, 남기지 않고 싹 다 먹어치우고는 싶었지만. 포화상태인 신재혁은 더 이상 먹는 걸 포기했다. 진채영이 워낙 마른 몸매였기에, 평소 음식을 많이 먹지 않는 체질인 건지 더 먹을 수 있다고는 생각 하지만 몸이 거부하였다.

 

 “배도 채웠으니… 다시 할 일을 해야지.”

 

 배고픔이 해결 되자, 신재혁은 다시 본론으로 돌아갔다. 나름 만족스러운 몸이었지만 이렇게 살 순 없기에 진채영의 몸에서 빠져나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았다. 처음 생각해본 대로 잠을 자고 일어나면 원래대로 돌아갈까.

 

 ‘그래. 그럴지도 몰라. 두 번씩이나 정신을 차려보니 아침이었어.’

 

 기억을 되짚어 보니, 신재혁이 정신을 차렸을 때 모두 잠에서 깨어나던 순간이었다. 나름 신빙성이 있는 생각이었다. 잠을 자면 무의식 상태에 빠질 테니. 원래의 몸으로 돌아갈 수 있던가, 영원한 죽음을 맞이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알아서들 먹고, 절대 방에 들어오지 마.”

 

 어린 애들이라 역시 식성이 좋은 건지, 김주민과 김주용은 아직도 식탁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중간에 깨어나면 실패라도 할까, 혹시 몰라 방문을 잠가 놓고 신재혁은 침대 위에 누워 눈을 감았다.

 

 포근한 이불, 기분 좋은 잠자리 덕분에 잠에 빠져드는 일은 무척이나 쉬웠다. 항상 새우잠만을 자왔는데, 허리를 펴고 잠을 자니 이 자세로 평생을 보내고 싶은 마음이었다. 고요함이 느껴지자, 신재혁은 잠에 빠져들었다는 걸 직감했다. 그런데 왜 아직도 정신은 멀쩡한 건지. 눈을 감은 그 순간부터 쭉 이어지는, 절대 꺼지지 않는 이 생각들이 불편하기만 했다.

 

 아니면, 잠에 빠져든 게 아닌 걸까. 눈을 떠 보고는 싶었지만, 바뀐 것 없이 진채영의 몸으로 깨어난다면 정신이 온전하지 못할 것 같아 그러지 않았다.

 

 그러나 문을 분명 잠갔는데도 고요했던 공간이 시끄러워지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떠들어 대는 소리인 걸까. 점점 커지는 소리가 신경을 자극시켰다. 이런 환경 속에서는 절대로 잠에 빠질 수 없을 것 같아 신재혁은 어쩔 수 없이 눈을 떴다.

 

 “이 년아! 지금 잠이 와? 중요한 약속 다 펑크 낸 것도 모자라, 부엌 꼴이 저게 다 뭐야? 내가 배달음식 시켜먹지 말랬지!”

 

 눈을 뜨자마자 삿대질을 하며 고함을 지르는 남성의 모습이 보였다. 언제 들어 온 건지, 진채영의 남편이 분명했다. 잠 좀 자겠다는데, 중요한 순간을 방해 받아 신재혁은 화가 났다.

 

 “조용히 해봐! 잠 좀 자자!”

 

 “뭐? 지금 뭘 잘했다고 잔다는 거야? 그리고, 여태까지 자놓고 뭘 또 자? 지금 몇 신줄 알아?”

 

 눈을 감고 나서 어림잡아 일분도 채 지나지 않은 것 같은데, 그거 조금 누워있었다고 나무라는 건가. 신재혁은 인상을 잔뜩 구겼다. 본인이 이렇게 하지 않으면 진채영은 영영 돌아오지 못한다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협조를 해주지 않는 남성이 야속하기만 했다.

 

 “이봐요. 아저씨. 내가 지금 아저씨가 아는 그 사람이 아니에요. 나도 지금 미치겠는데, 소리 좀 낮춥시다.”

 

 자초지종 설명이라도 하면 믿어주기나 할까. 남성의 눈으로 바라본 진채영의 모습은 그저 평소차림 그대로였다.

 

 “아저씨? 너 지금 나한테 아저씨라고 한 거야? 먹고 사는 게 다 누구 덕인데? 당장 안 일어나!”

 

 신재혁은 이 상황에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했다. 왜 처음 보는 남성에게 호통소리를 들어야 하는지, 왜 두 번씩이나 다른 사람의 몸으로 들어오게 된 건지. 이런 상황이 벌어지기 전에, 어머니께서 말하신 대로 그냥 죽으라고 할 때 죽을 걸 그랬다.

 

 “아니… 이 보세요. 제가 지금 당신이 아는 진채영이라는 사람이 아니에요. 어디보자… 그래, 저는 신재혁이라는 사람인데…….”

 

 “너 일어나라니까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내가 꼭 손을 들어야겠어?”

 

 “아이 씨! 이거 좀 놔보시라고요!”

 

 기대한 건 아니었지만, 역시나 말이 통하지 않았다. 평소 둘의 사이가 어땠는지, 아내의 말을 한 번 들어 보지도 않고 화부터 내는 남성을 보니 평소 행실이 짐작되었다.

 

 사실 둘의 관계가 어떻든 간에, 중요한건 그게 아니었다. 억지로 끌려 나와 거실에 나왔는데, 벽에 걸려있는 시계가 신재혁의 두 눈을 의심케 했다. 분명 아이들과 음식을 시켜 먹었던 시간은 오후2시 쯤.

 

 그런데 방에 들어가 1분 남짓 짧은 시간 눈을 감고 떴을 뿐인데, 어느새 시간은 오후11시로 변해있었다. 방금 전까지 느꼈던 기분은 잠에 빠져든 건 맞았지만 정신은 잠들지 않았던 것이다. 잠을 자는 걸로는 진채영의 몸에서 빠져나갈 수 없었다.

 

 “뭘 멍 때리고 있어? 지금 내 말 무시하는 거야?”

 

 신재혁은 인상을 잔뜩 구겼다. 잠을 자는 것이 진채영의 몸에서 빠져나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믿었건만, 아무런 변화가 없자 힘이 쭉 빠지는 기분이었다.

 

 ‘하루가 지나면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나? 지금이 11시니까… 한 번 기다려볼까?’

 

 남성의 호통소리에도 굴하지 않고 신재혁은 머릿속으로 다른 방법을 찾아보았다. 신데렐라의 마법이라도 걸린 듯, 12시가 되면 모든 게 정상적으로 돌아가진 않을까. 그러나 12시가 될 때까지 기다리기에는 남성이 가만두지 않을 것 같았다.

 

 “허, 참? 이 년 봐라? 너 오늘 얼마나 중요한 약속을 깨먹었는지 알아? 그래놓고 뭔 생각을 그리 하는 거야?”

 

 손가락으로 신재혁의 머리를 툭툭 건드리는 남성. 평소에도 손찌검을 자주 하는 모양인지, 멀찍이 서서 두려움에 벌벌 떨고 있는 두 아이가 보였다. 공포감에 떨고 있는 어린 양들을 보니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신재혁이 강하게 남성의 팔을 뿌리쳤다.

 

 “어쭈? 이제 반항까지 해?”

 

 가녀린 팔로 나름대로 강하게 뿌리치긴 했지만, 생각만큼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하지만 반항을 하기에는 충분했다. 예상외의 반응에 남성이 적잖이 당황한 듯 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남성은 눈을 부릅뜨고 이제는 주먹을 쥐어 신재혁의 얼굴에 대고 위협을 하기 시작했다.

 

 “해보자는 거지?”

 

 강하게 나가지 않으면 남성의 손찌검은 계속 될 것 같았다. 어쩔 수 없이 신재혁은 손바닥을 펴 남성의 왼쪽 뺨을 향해 강하게 내리쳤다. 짝 소리가 울려 퍼짐과 동시에 동공이 확장되는 남성의 얼굴이 보였다.

 

 “너… 너 지금…….”

 

 불그스름해진 왼쪽 뺨을 손으로 감싸고 신재혁을 노려보는 남성. 또 주먹을 쥐나 했더니 이번에는 입으로 귀찮게 하기 시작했다.

 

 “지금 내 뺨을 친 거야? 감히? 이제 막 나가기로 마음먹은 거야? 너 지금 사는 집, 입고 있는 옷. 다 누구 덕분인데? 나 아니었으면 이런 건 꿈도 꾸지 못해! 얼굴 반반한 걸로 시집을 잘 갔으면 집안일이라도 열심히 해야지. 능력도 없는 주제에 뭐가 그렇게 뻔뻔해?”

 

 서로가 좋아해 합의하에 결혼을 했으면서 남성은 무언가 바라는 게 있어보였다. 정 그렇다면 애초에 능력이 있는 여성에게 프로포즈를 하지. 얼굴이 반반하다는 점에 반해 청혼을 한건 본인이면서 이제 와서 딴소리를 하니, 듣고 있던 신재혁은 어이가 없었다.

 

 “듣고 있자니 어이없네? 네가 좋아서 결혼을 한 거면서 뭔 말이 많아? 그럼 너는? 돈이 없었다면 나 같은 여자가 너랑 결혼 할 것 같아?”

 

 신재혁의 말대로 돈이 좀 있다는 점만 빼놓으면 남성은 그저 평범한, 아니면 그 이하 정도의 외모를 소유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키가 큰 것도 아니었고 한 가지 장점이라면 목소리가 조금 좋다는 것 뿐 이었다.

 

 “뭐라고? 지금 그 말… 나랑 결혼을 한 건 다 내 돈 때문이었다는 말이야?”

 

 물론 진채영의 진심은 알 수 없겠지만, 이렇게 아름다운 여성이 별 볼일 없는 남성에게 시집을 간 이유는 뭐가 있겠느냐. 돈이 아니었다면 이유 따윈 없어보였다.

 

 비록 신재혁이 뱉은 말이긴 했지만, 남성의 시선으로는 진채영의 본심이 결국 돈이었다는 말로 들릴 뿐이었다. 남성의 분노가 결국 끝까지 차올랐다.

 

 “그래. 너도 다 똑같은 여자였구만! 너는 뭐 돈 보고 좋아한 게 아니야? 이제 와서 본색을 드러내는군, 지금까지 참고 사느라 힘들었겠어?”

 

 “그래. 네 얼굴을 좀 봐. 돈이 있으면 얼굴부터 고치지 그랬어?”

 

 살면서 이렇게까지 남의 얼굴을 헐뜯었던 적이 있었던가. 신재혁은 난생 처음으로 자신의 얼굴이 아닌 타인의 얼굴에다가 험한 말을 뱉는 순간이었다. 비아냥거리며 뱉는 말에 붉으락푸르락 해지는 남성의 얼굴을 보고 있자니 통쾌함이 느껴졌다. 남성은 질수 없다는 듯이 반박했다.

 

 “누가 들으면 네 얼굴은 엄청 예쁜 줄 알겠네. 서른이 넘어가니 너도 평범해졌잖아? 나는 나이가 들수록 버는 돈이 점점 많아지는데, 너는 뭐 있냐? 네가 죽었다 깨어나도 나만큼 벌지도 못해. 그깟 얼굴하나 잘나게 태어났다고 내가 아니었다면 편하게 살 수 있었을 것 같아?”

 

 그래. 얼굴만 가지고 먹고 살 수 있는 세상이 아니지. 하지만 못생긴 얼굴 보다야 백배 천배 낫지 않은가.

 

 첫인상만 보고 사람을 판단하는 세상. 신재혁은 스쳐간 지난날들을 떠올렸다. 어머니가 자신을 버린 이유도 면접에서 광탈하게 되는 이유도 결론을 짓자면 모두 볼품없는 외모 때문이었을 것이다. 본인 같은 사람에게는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 세상인데, 평균을 훌쩍 넘는 미모를 소유하고 있는 진채영에게는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을까. 보아하니 젊은 나이의 진채영을 꼬드겨 결혼이라는 족쇄를 걸고 넘어져 집에만 있게 한 거겠지. 돈이 아니었더라면 다른 남자들보다 경쟁률이 떨어지기 때문에 일찍 도장을 찍는 것이 어리고 예쁜 여자를 차지할 수 있는 그만의 방법이었을 것이다.

 

 “그깟 몇 푼 가지고 되게 생색이네? 네가 아니었더라도 나 혼자서 잘 먹고 잘 살 수 있었어!”

 

 돈으로 굴러가는 세상을 누구보다 싫어하는데, 자신의 앞에서 돈으로 허세를 부리는 남성을 보니 기가 찰 노릇이었다. 물론 그의 말대로 돈을 버는 일이 그리 쉽지 않다는 걸 알고는 있지만 대놓고 무시를 하니 참고 있을 수가 없었다.

 

 “그깟 몇 푼? 이게 아주 미쳤나! 나가 봐. 한 번! 아무것도 없는 주제에 잘 사나 보자!”

 

 남성은 신재혁, 아니 진채영에게 집 밖으로 나가라는 듯 몸을 돌려 현관문이 보이도록 자리를 비켜주었다. 그 틈을 타 신재혁은 거실 벽에 걸려있는 시계를 쳐다보았다. 곧 있으면 자정이 된다는 걸 확인했다. 하루가 지나 또 다른 사람의 몸속으로 들어가게 된다면 이 상황에서 벗어날 순 있지만, 이미 엎질러져버린 부부 싸움은 진채영이 감당할 수 있을지 걱정이었다.

 

 그렇다고 앞뒤가 다르게 갑자기 남성에게 사과를 하기에는 자존심상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어차피 남의 일이기 때문에 그 뒤에 일은 알아서 잘 처리하겠거니 길게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뭐해? 막상 나가려고 하니까 겁나서 못 나가겠지?”

 

 남성은 발걸음을 떼지 않는 신재혁에게 놀리듯 말하였다. 신재혁은 애써 참아가며 가만히 있었다. 어차피 남성이 하는 말은 진채영에게 하는 말이기 때문에 이제부터 본인이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 네 까짓 게 뭘 할 수 있겠어? 나한테 용돈이나 받아가면서 놀려 다니는 게 다지.”

 

 방금 전까지만 해도 반항을 하던 사람이 이제 와서 가만히 묵묵부답이자 남성은 의기양양해져 다시 손찌검을 하기 시작했다. 손가락으로 신재혁의 머리를 툭툭 건드리며 마구마구 비꼬기 시작했다.

 

 “네 주제를 알면 이제부터라도 잘 하세요. 괜히 이혼 도장 찍고 길바닥에 나앉지 말고.”

 

 돈 하나 잘 버는 게 그렇게나 대수인지. 사람을 이렇게나 깔봐도 되는 것인지.

 

 얼마 남지 않은 시간, 참고 있으려고 했으나 진채영을 위해서라도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설마 평소에도 이렇게 무시를 당하며 살아 왔을까. 한창 청춘일 나이에 나이가 많은 사람한테 시집을 가서 얼마나 마음고생을 하며 살아 왔을지, 남성의 행동을 봐서는 절대 행복한 삶이라고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렇다고 신재혁이 어떻게 도와 줄 수 있을까. 본래의 몸으로 돌아가 남성에게 주먹을 선사해 주면 진채영이 통쾌해 하기라도 할까. 하지만 이런 사람을 직접 대면해야 한다면 눈도 못 마주칠뿐더러 잘못 건드렸다가는 무서운 법의 힘에 오히려 자신이 잘못 될 뿐이었다.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 신재혁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가만히 듣고 있는 게 다였다.

 

 “어린 애들도 보고 있는데 추하지 않니? 엄마가 돼서 노는 모습만 보이고. 애들 봐라. 배달음식만 먹고서 건강하게 자라나.”

 

 부엌으로 간 남성이 식탁위에 어질러져있는 먹다 남은 배달음식들을 바닥에 내팽개치며 말을 했다. 깨끗했던 바닥이 음식들의 양념들로 금세 얼룩져갔다. 본인이 치울 것도 아닌데, 왜 저러는지는 모르겠다만 이제 곧 자정이 닥쳐오니 상관할 바는 아닌 것 같았다.

 

 “앞으로 나한테 덤빌 생각 하지 말고 이거 다 치워놔!”

 

 마지막으로 남성은 있는 힘껏 신경질을 부린 뒤 침실로 들어가 방문을 쾅 닫았다. 눈치를 보던 두 아이들은 그제야 신재혁에게 다가가 울분을 터트렸다. 본인들은 배달음식도 괜찮다며 나름대로 엄마에게 위로의 말을 전했지만, 신재혁은 두 아이들을 자신의 몸에서 떼어내고 어서 빨리 자정이 되기만을 기다렸다.

 

 “어휴. 울기는. 저리 좀 비켜 봐. 이런 집에서 사느니 차라리 혼자 사는 게 훨씬 낫겠다. 너희들도 저딴 놈 밑에서 태어났으니 나중에 똑같아지겠지.”

 

 저런 아비의 모습을 봐가며 커야 하는 아이들은 나중에 어떻게 될까. 가정환경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신재혁은 두 아이들도 나중에 분명 저렇게 될 것이라 생각했다. 아직 말뜻을 이해 못한 두 아이들은 어리둥절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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