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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스페로 스페라
작가 : 윤슬YS
작품등록일 : 2018.12.13

뒤늦게 꿈을 찾아 떠난 이탈리아 여행길, 본의 아니게 첫 날부터 다 털렸다.
이 와중에 날 구해준 이 남자. 구세주일까, 아니면 웬수일까?

Lovely Cusine Romance.
욜로 욜로 하다 골로 간다고? 어떻게 알아? 가봐야 알지.
이젠 먹방 여행 로맨스다.
먹고, 여행하고, 사랑하라!

 
#02
작성일 : 18-12-14 12:26     조회 : 264     추천 : 0     분량 : 4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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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2

 

 

 

 “여보세요.”

 -공항이야?

 

 어린 시절부터 오랜 친구인 정아였다. 중학교 시절부터 정아와 또 다른 친구인 슬과 함께 셋은 때론 가족보다 더 가까운 절친이었다.

 

 “응. 방금 짐 부치고, 체크인 마쳤어.”

 -슬이는 만났어?

 “아니, 아직. 거의 다 왔대.”

 -마중 같이 못가서 미안해. 연말이라, 연차든 반차든 썼다간 죽을 지도 몰라.

 “됐어. 뭐 어디 영영 떠나는 것도 아니고.

 -덜렁거리다 뭐 잃어버리지 말고, 아무나 따라가지도 말고!

 “잔소리라면 이미 차고 넘칠 만큼 충분하다. 친구.”

 

 여행을 결정한 후 이미 엄마에게서 귀가 찢어질 정도로 들은 터였다. 멀쩡한 직장을 때려치우고 미쳤다느니, 나이 먹고 시집이나 갈 것이지, 뒤늦게 반항기가 찾아온 거라느니, 세상 사람들 다 그렇게 사는데 왜 너만 유난이냐는.

 

 -조심하란 뜻이지. 여자라면 다 껌뻑 죽는 이탈리아 남자들한테 코 꿰지 말고.

 “경험담이냐?”

 -망할 것. 올 때 고XX 크림 잊지 마!

 “무슨 크림?”

 -그 왜, 피렌체 노벨라 성당 근처 약국에서 파는 크림 있잖아. 고XX가 그거 쓴다고 해서 그렇게 불리는 그거. 가득 가득 쟁여 와.

 “알았어.”

 -도착하면 연락하고!

 

 정아와의 통화를 끝낸 민희는 탑승권과 여권을 손에 꼭 쥔 채 근처 벤치에 앉았다. 제주에 별장을 가진 친구 부부 덕에 두어 번 제주는 간 적이 있지만 이렇게 먼 거리로 떠나는 해외여행은 30년 만의 난생 처음이었다. 설레고 떨리는 마음에 밤잠을 설친 민희는 넓고 쾌적한 공항 안을 두리번거리며 크게 하품을 했다.

 

 “야, 김민!”

 “어. 왔어? 어라, 형부까지?”

 

 얼마 전 결혼을 한 친구, 삼총사의 또 다른 일원인 슬과 그녀의 남편이자 다니던 회사의 대표였던 준한의 모습이 보였다.

 

 “짐은 잘 부친거야? 엉뚱한 데 부친 건 아니지?”

 “야. 나 그 정도 바보는 아니거든?”

 

 노심초사 걱정하는 친구의 얼굴을 흘겨보며 민희는 입술을 비죽거렸다.

 

 “해외여행이 처음이니까 그렇지. 그것도 이렇게 길게.”

 “뭐, 다 그러면서 배우는 거 아니겠어?”

 “용감하네. 민희씨.”

 

 뒷머리를 긁적이며 머쓱한 듯 웃음지은 민희는 여전히 심각한 듯 미간을 좁힌 친구의 이마를 꾹 눌러 문질렀다.

 

 “그것 참, 걱정 놓으라니까. 그나저나 이 상황 엄청 데자뷰같지 않냐. 1년 전이랑.”

 “그러게. 나 제주 갈 때 고래고래 소리 질렀지, 누가.”

 “내가 또 언제 그렇게 소리를 질렀다고. 그 덕에 지금 형부도 만나놓고선, 뭘.”

 “그 덕에에에?”

 

 마주한 세 사람의 얼굴 위로 웃음꽃이 피었다.

 

 1년 전, 10년을 넘게 만난 남자친구와 이별 후 떠난 제주 여행에서 지금의 인연을 만난 슬이었다. 홀로 떠나는 것이 걱정되어 전화로 난리를 떨었던 기억이 여전히 선명했다.

 

 아프고 아팠던 친구의 마음을 보듬어준 남자가 알고 보니 제 직장 대표였고, 본의 아니게 둘 사이에 사랑의 큐피드 역할을 하기도 했다.

 

 그 덕분에 사직서 수리 대신 이렇게 기나긴 무급 휴가를 받기도 했지만 말이다.

 

 “근데 왜 이탈리아야.”

 “글쎄.”

 “너.......”

 “뭐?”

 “혹시 이재혁 때문은 아니지?”

 

 풉, 실없이 웃음을 터뜨린 민희는 손을 휘휘 내저었다. 같은 꿈을 가지고 있던 대학 선배이자, 첫사랑이었다. 단, 아쉬움과 아련함은 전혀 남아있지 않은, 말 그대로 과거의 남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존재.

 

 “이재혁 때문은 아니지만 궁금하긴 하네. 걔가 날 오죽 무시했어야지. 순수 미술 전공한 애가 이탈리아 여행 한 번 안 가봤다고 말이야. 나보고 그렇게 너는 나의 뮤즈라고, 노래를 불러대더니.”

 “로마 가서 만났다던 영혼의 뮤즈랑 잘 먹고 잘 산대?”

 “아니. 얼마 전 동문회 모임 때 나갔다가 들었는데, 다 들고 날랐다더라. 뮤즈가 아닌 소매치기를 데려온 거지. 누굴 탓하겠어. 본인 안목을 원망해야지. 나한테 게임 캐릭터 나부랭이나 그린다고 뭐라 하더니, 보험 판다더라.”

 

 다 지난 첫사랑에 대한 미련은 쥐꼬리만큼도 없었지만 늘 궁금하긴 했다. 이탈리아 여행을 다녀온 뒤 황홀경에 빠졌던 그 표정도, 눈빛도, 그 이후로 미친 듯이 그림에 빠져들던 원동력도.

 

 “그나저나 언제 올 건데? 비행기도 왕복도 아니고 편도만 끊더니. 돌아오긴 할 거지?”

 “무비자로 90일까지 체류 가능하니까. 3개월 안에는 돌아오겠지. 아마?”

 “아마도?”

 

 하, 슬의 입에서 기나긴 한숨이 뽑아져 나왔다.

 

 “지갑은 잘 챙겼지? 돈은 충분하고?”

 “어. 형부가 보너스를 웬만큼 줬어야지. 3개월간 펑펑 써도 다 못쓰겠다, 야.”

 

 현금이 두둑하게 들어 있는 지갑을 흔들어 보이며 민희는 씨익 웃어 보였다.

 

 준한이 개발한 게임의 그래픽을 맡았던 그녀였다. 그 게임이 승승장구를 하며 어마어마한 보너스를 받았지만 대부분은 아빠가 진 빚을 갚았고, 나머지 돈은 이 기나긴 여행의 자본금이 된 터였다.

 

 그래서였다. 새 게임 프로젝트에 들어가기 전, 돌연 사직서를 내민 민희의 행보에 가족들과 주변의 사람들이 모두 놀란 것은.

 

 그 돈 잘 버는 회사를 왜 그만두려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어야지, 왜 배에서 뛰어내리느냐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집어넣어, 빨리. 가면 절대 이렇게 꺼내서 들고 다니지 말고. 여권도, 휴대폰도. 이탈리아에 가뜩이나 소매치기도 많은데 이렇게 현금도 잔뜩 가져가고. 걱정이 산더미 같다. 진짜.”

 “야. 어딜 가나 털리는 애들만 털리는 거야.”

 “나는 왜 그게 꼭 너일 것만 같지. 모기떼처럼 너한테 몰려들 것만 같아. 환상의 먹잇감이 나타났다고.”

 

 화끈하고 지랄 맞은 성격의 정아, 신중하고 차분한 윤슬과 달리 그래, 덤벙거리고 수더분한 것이 제 매력이라면 매력이지. 민희는 해맑게 깔깔거리는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뭐. 그럼 또 거기서 다 배우고 얻어지는 게 있겠지.”

 “말이나 못하면. 매사 긍정적인 것도 좋지만 정신 똑바로 차리고 돌아다녀. 알았어?”

 “알았다. 알았어. 1절만 해. 안 그래도 지겹도록 들었으니까.”

 “엄마는 별 말 안하셨어?”

 “안 하긴. 엄마 성격에 안했을 것 같아?”

 

 친구로 지낸 기나긴 세월만큼 잘 알고 있는 슬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욜로 타령하다 골로 갈 거라며 아주 악담을 퍼붓더라. 워라밸 소리했다가 이제 하다하다 부모한테 욕까지 하는 거냐며. 어휴.”

 

 엄마 귀에는 그게 ‘우라질’로 들렸나보더라고. 이어지는 그녀의 말에 세 사람의 입에서 동시에 웃음이 터져 나왔다.

 

 “너도 그렇게 생각해?”

 

 가장 든든한 제 편이 되어 줄 친구를 향해 민희는 넌지시 속마음을 내비쳤다.

 

 “욜로 갈지, 골로 갈지는 가봐야 알겠지.”

 “야!”

 

 기분을 풀어줄 요량으로 던진 농담인 걸 알면서도 그녀는 괜히 슬에게 큰 소리로 윽박을 질렀다.

 

 “이 놈의 직장 때려치우고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다는 상상. 월요일이 다가오는 일요일 저녁마다, 매일 아침 출근길마다, 다들 할 걸? 나도 하는데, 뭐.”

 

 대한민국에서 그런 생각을 안 해본 사람을 찾는 게 더 힘들 거라고. 그녀의 말에 민희는 격하게 동의하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걸 말 뿐인 아닌 행동으로 옮기는 게 누군가의 눈에는 무모해 보일 수도, 어떤 이의 눈에는 용기 있게 보이기도 하는 거지. 엄마의 눈에는 그게 무모함을 넘어선 미친 짓으로 보일 뿐인 거고. 근데 다른 누가 어떻게 생각하든 그게 무슨 상관이야.”

 “누가 선생 아니랄까 봐.”

 “네가 한 말이었잖아, 나한테. 인생에 정답이 어디 있는 거냐며.”

 

 모가 될지, 도가 될지 남이 아무리 이야기해준들 스스로 겪어보지 않는 한 어떻게 알겠어. 이어지는 슬의 말에 민희는 괜히 뭉클해져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다.

 

 “아직 벌어지지 않은 일에 대한 걱정 따위, 가불하지 말라더니 네 일은 주르륵 당겨쓰고 있네.”

 “헤헤.”

 

 그 말에 민희는 겸연쩍은 듯 웃어버렸다. 다른 사람의 일에 대해선 전문 상담가가 되면서도 자신의 일에 대해서는 한없이 작아지는 건 모두가 마찬가지인 모양이었다.

 

 “형부이자 대표님. 자리 오래 비워서 죄송해요.”

 “3개월 이후에도 돌아오지 않으면 그 때 자리 치우죠, 뭐.”

 “헐.”

 “슬이의 절친이라서 주는 기회가 아니라, 실력 좋은 아트 디렉터를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 때문이니까 부담스러워 하지 말고 잘 다녀와요. 많이 보고, 많이 듣고. 대신 돌아오거든 다 뽑아 먹을 거니까.”

 

 준한의 너스레에 민희는 피식 싱거운 웃음을 흘렸다. 사직서를 내민 순간, 놀라기도 잠시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너무 하기 싫어서 그만두는 게 아니라면 긴 무급 휴가를 가는 건 어떻겠냐고 제안했던 그였기 때문이다.

 

 정말 하고 싶은 일을 찾게 된다면, 그 때 가서 그만 두어도 좋다고.

 

 “야. 윤슬. 너 형부한테 잘해.”

 

 이런 사람 또 없다고. 그 순간이 생각난 민희는 돌연 친구 슬을 향해 시누이 같은 잔소리를 늘어놓았다.

 

 “갑자기 뭔 소리야. 그리고 나 잘해. 엄청 잘한다고! 그치, 오빠?”

 

 뭘 해도 예뻐 죽겠다는 표정의 준한이 고개를 끄덕이며 슬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내가 이 꼴 보기 싫어서라도 둘이 되어 돌아와야겠다.”

 “그래. 제발 좀.”

 “나도 너처럼 비행기 안에서의 로맨스를 기대해볼까.”

 “그게 그렇게 쉬운 줄 아냐?”

 “기다려. 내가 진짜 엄청나게 잘생긴 이탈리안 형부를 등에 업고 올 테니.”

 “내 남편보다 잘생기기는 힘들 걸.”

 “얼씨구. 미친-”

 

 슬과 단둘이 있는 게 아니란 사실에 민희는 말을 얼버무렸다. 그래, 신혼이라 봐준다. 째려보듯 친구를 노려보았지만 입가에는 흐뭇한 미소가 가득 걸려 있었다.

 

 “간다.”

 “잘 다녀와. 도착하면 전화든 메시지든 주고!”

 

 등을 돌려 출국장으로 걸어가며 민희는 머리 위로 손을 흔들었다. 쿵쿵쿵쿵. 걸어가는 발걸음 속도에 맞춰 심장이 두근거렸다.

 

 기다려라, 이탈리아야. 언니가 간다!

 

 
작가의 말
 

 너만 가냐? 같이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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